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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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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유행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인터넷 서점 알라딘 기준)를 4주나 했고,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책은 철학 분야 주간 베스트 1위(밀리의 서재 기준)를 했다.
이번에 들은 이 책, <사는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도 오디오북 분야 주간 베스트 도서(밀리의 서재 기준)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듣고, 바로 이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음악가 바그너, 철학자 니체, 소설가 톨스토이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염세주의 철학자를 대표한다는 점이다. 염세주의를 구글로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다.


  • 세계 및 인생을 추악하고 괴로운 것으로 보며, 진보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방식


한눈에 봐도 염세주의는 나쁜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실패자, 패배자들이 자기 우울증에 빠져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도피처로 삼는 철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 쇼펜하우어 책을 읽는다고 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첫 번째는 요즘 힘드냐, 생각만큼 일이 안되냐, 힘을 내라, 열심히 하면 잘 된다는 충고를 주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염세주의라는 말을 듣지 마자 아예 대화의 주제를 돌리거나 전혀 듣고자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신들도 우울해지고, 비관적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왜 쇼펜하우어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까지 되었을까? 세상을 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도피처를 찾고 싶은 것일까?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이 진화하고, 복잡해 질 수록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점차 많아질 것이다는 점이다. 소설 미디어의 발전과 인간의 의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돈을 벌게 하는 과학, 심리학, 경제학의 발전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지만, 이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젊은이들이 오마카세, 명품, 해외여행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기억나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정리해 본다. 쇼펜하우어의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소품과 부록>을 읽지 않고, 그의 주장을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의 저서를 읽기 전에 입문서를 통해 그의 주장을 이해하고, 그가 직접 쓴 책을 읽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말한 정리는 내가 이해한 것을 정리했다는 뜻이다.


삶은 고통과 권태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평생 동안 고통과 권태를 느낀다. 인간의 의지(이 책에서는 욕망이라고 부른다. 욕망이 좀 더 이해하기 쉽다.)가 고통을 초래하는데, 근본적으로 식욕, 성욕, 탐욕이 고통을 초래한다. 생존을 위한 식욕, 개체 번식을 위한 성욕, 자기 소유를 위한 탐욕이 끊임없이 고통을 만든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의지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성은 의지가 결정한 것을 따르기 위한 방법을 만드는데 관여할 뿐이다. 그렇다면, 식욕, 성욕, 탐욕이 충족된다면, 고통이 없어지는 것이냐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이 없어지면 권태가 나타난다. 나의 의지, 욕망이 충족될 때 비로소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행복보다는 권태로 인한 불행에 빠져든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이제 인생, 삶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어차피 인생은 고통과 권태로 점철되는데, 왜 살아야 할까? 쇼펜하우어가 자살을 유도하고, 찬미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매번 뭔가를 구매하고자 한다. 자신은 필요하기 때문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우리의 의지는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차피 사야지 나중에 비싸진다, 지금 할인을 한다, 이걸 가지면 행복해질 거다, 이걸로 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의지는 갖고 싶다는 결정을 하고, 우리의 이성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만들고, 이걸 머리에 각인시킨다.
택배를 주문하기 전에 우리의 이성이 여러 가지 정당성을 부여할 때와 주문하고 나서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택배를 받는 순간 그동안의 기쁨은 점차 사라져 간다. 그리고, 권태가 찾아온다. 이미 내가 가졌으니 더 이상 기쁨을 주지 않는다. 이제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권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해하기 쉬운 사례는 많다. 유명 연예인들이 도박, 마약, 성에 빠져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다고 하는데, 그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할까? 바로 권태로운 삶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고통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제어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줄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든 것을 갖고자 하는 생각은 권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옳은 방법이 아니다. 자살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의지,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산속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한 번쯤 다시 사유해 볼 수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항상 느끼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 춘추전국시대의 장자의 사상과 비슷할 수 있지만, 동일한 철학은 아니다. 아직 서로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이제 쇼펜하우어에게 한 발자국을 다가갔다. 그는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와 얼마나 많은 대화와 생각을 나눌 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염세주의라는 사전적 정의에 함몰되어 쇼펜하우어를 배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4.1.20 Ex. Libris. HJK


누구나 한 번쯤은 ‘사는게 고통이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페이지는 전자책 기준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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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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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병맛 같은 상황 연출은 동일하다. 전혀 뜻하지 않게 등장하는 장면은 B급 감성을 자극한다. 꼭 책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지식인 또는 사회인으로서 갖추어할 교양이라고 하지만, 독서도 취미일 뿐이다. 책이 좋아서, 책 읽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한 명의 여자가 있다. 그녀는 약 15권의 책을 들고, 지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녀의 앞치마로 보아서 집은 아닌거 같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할까? 이 정도이면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는 도서관의 사서이다. 
책을 좋아한다면 항상 책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언제든지 책을 펼칠 수 있는 도서관의 사서를 동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더구나 공무원이기도 하니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런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이 좋아서 사서가 된 그녀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이렇게 말한다.
"도서관이 직장이 되고부터 독서량이 줄었어. 책이 좋아 사서가 됐는데..."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책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끊임없는 책 정리, 청소와 함께 도서관 포스터까지 제작해야 하는 모습을 보니 사서에 대해 품었던 동경이 무너졌다.

힘든 일을 겪었지만, 책을 통해 위안을 삼는 사람들이 있다. 고민거리가 있거나 걱정이 될 때 책이나 읽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치고 그 책의 내용에 빠질 수 있다면 고수가 아닐까 싶다.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이 책은 대놓고 B급 감성을 풍기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서술한다. 독서 중독자들의 이상한 취향과 모습을 풍자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책에 대한 사랑이 들어 있다. 책에 메모를 남기는 것이 두려운 사람에게 같은 책을 두 권 사라는 제안을 하고, 실제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12월이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3년도 이렇게 지나간다. 2023년 독서 목표 계획 50%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반기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2024년을 잘 출발하기 위해서 이번 달은 중요하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1월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12월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12월부터 페이스를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1월로 넘어가는 것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3.12.3 Ex. Libris HJK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집안에서 혼자 책을 좋아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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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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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소감문을 쓸 첫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2권의 책을 더 읽었지만, 굳이 소감문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요즘 생각이 바뀐 것이 읽는 도중에 마음에 안 들면, 과감하게 계속 읽는 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읽었다고 해도 느낀 소감이 별로 없으면 소감문을 쓰지 않는다. 나의 인생에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에 대한 마음은 급해진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유시민의 신간이다.
그가 쓴 책은 잘 읽힌다. 전개 방식은 논리적이고, 간결한 문체는 가독성을 높인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도 그가 쓰면 더 쉽게 다가온다. 물론, 깊이가 있느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수준에 비하면 깊이가 있다. 그는 많은 과학 도서를 읽었으니 그의 지식도 높다고 생각한다.
먼저 인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아보자. 그의 글을 읽으면 왜 뜻이 쉽고 명료하게 전달되는지 알 수 있다.


인문학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 확인한다. 인문학의 과제는 객관적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럴법한 이야기'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인문학의 전통적인 언어로 바꾸어 보자. 인문학의 임무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유용한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다. 같은 뜻이지만 이렇게 말하니 품격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품격 있는 문장보다 뜻을 쉽고 명료하게 전하는 문장이 좋다. 취향이 그런 것을 어찌하겠는가. <P.244~245>


하나의 커다란 주제에 입각하여 독서 방향을 잡으면 독서를 통한 사유를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주제를 바라보는 시점에 따른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고, 해당 주제를 쪼개어서 깊이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그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코스모스', '엔드 오브 타임'은 이미 소장 중이다. '코스모스'는 중단까지 읽다가 잠시 중단을 했었는데, 한 번 중단하니 다시 읽기가 부담스럽다. 처음부터 다시 읽을까 고민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관심있었던 분야는 있다. 뇌과학 분야인데, 그동안 읽었던 운동, 건강, 중독, 습관, 기억 등의 주제를 다룬 책이 뇌과학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 행동경제학도 뇌과학과 관련이 있다. 뇌과학은 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행동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현재의 과학 기술로 모든 인간의 행동을 미리 파악할 수는 없다. 현재 읽어야 할 도서 리스트에 '운동의 뇌과학', '기억의 뇌과학' 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관심 분야를 확장했다. 학생일 때만 봤던 주기율표도 다시 보고, 양자역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았다.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읽어도 이해를 못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해를 못 한다고 그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물질로 꽉 차 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지구 행성의 모든 공간은 공기로 가득하다. 달과 지구, 지구와 태양, 태양과 다른 별, 은하와 은하 사이에도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그 역도 성립하다. '겉보기는 꽉 찼으나 실제로는 텅 비어 있다'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면 이 말을 수긍하게 된다. 석가모니가 그런 뜻으로 말했다는 게 아니다. 그가 원자의 구조를 알았을 리 없다. 우연일 뿐이다. 그래도 흥미롭긴 하다. <P.238~239>


개인적으로 과학도 역사와 마찬가지로 알수록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사건과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맥락,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역사를 알다 보면 사건 연대기뿐만이 아니고, 특정 가문의 성장과 몰락에도 관심이 가는데, 대표적으로 합스부르크, 메디치 가문 등이 있다. 역사를 접하는 다른 방향의 시선과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의 추론, 증명, 진리의 과정이 재미있을 수 있지만,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관심이 간다. 이번에 오펜하이머 영화가 성공한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도 궁금하지만 미처 읽지 못한 역사책이 많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관심이 별로 없었던 과학에 눈을 돌리면 읽지 못한 과학 책도 많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과학 책의 범주는 과학 교양서 정도의 수준이니 좀 더 줄어들 수도 있을까?


역사, 정치, 경제 뿐만이 아니고, 과학까지 나의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주는 책을 쓰는 저자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우주의 묵시록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나는 러셀의 말에 공감한다. 신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 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길든 짧든 사람한테는 저마다 남은 시간이 있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P.256>


2023.11.4 Ex. Libris. HJK


2009년 봄이었다. 동네 서점에서 특별 진열대를 보았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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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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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로자의 저공비행'이라는 알라딘 서재를 운영 중인데, 이 서재는 매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다. 서재 지수가 무려 1,700,000 점이 넘는다. 주로 러시아 문학 관련 이야기가 많지만, 다양한 분야의 소감문이 있고,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하는 바에 공감을 많이 느껴서 그의 서재를 좋아한다.


이 책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가 읽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 서평을 묶여서 만든 책이다.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읽거나 가지고 있는 책은 소수이다. 정치, 경재, 사회, 문화 등에 대해서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의 넓은 관심사와 식견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독서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하나의 분야에 대해 입문서, 전문서, 서로 상반된 견해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첫 번째로 선택한 주제는 책에 관한 것이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는 독서력 부재에 연결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독서력이 높다고 정의할 수 없다. 독서력은 책을 읽는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시간이 걸린다. 꾸준한 독서가 습관으로 형성되어야 독서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여행을 떠나 직접 그 장소에 가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그 장소에 얽힌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 여행에 뒤처진다고 볼 수 없다. 독서력을 키워 평상시에 책과 함께 하고, 직접 여행을 하면서도 책과 함께 한다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양도세를 높이는 법안에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도 반대를 했다는 기사를 기억하니 자기를 식별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이 지하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인 무료 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그에게 투표하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통합이 긴급한 정치의 화두로 제기될 만큼 분리의 장벽이 높다. 통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흔히 하는 말로 먹고사는 문제가 이념보다 중요하다면 선거를 다시금 문화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의 장으로 돌림으로써 가능하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선동대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는 KFC를 지지하는 병아리와 다름없다"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계급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식별하고 이익을 계산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국민 통합도 불가능하지 않다.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 통합이 아니라 부자는 부자 정당에, 가난한 사람은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통합이다.  <P.379>


저자는 일부 책에 대해서 원서와 비교하여 번역이 잘못된 것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어떤 번역서는 상반된 의미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는 독자가 심각한 생각의 오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번역가의 양심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많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제목 선정을 책 제목으로 하지 않았다. 책을 온전히 읽고, 이해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생각한 후에 서평 제목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서평 제목만 선정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책을 읽고, 바로 서평을 쓴다고 해도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다시 책 내용을 숙고하고, 읽는 동안에도 흐름을 파악하면서 중간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책을 빨리 읽고, 매월 캘린더에 읽은 책 한 권을 더 추가하고 싶은 마음도 정리할 여유를 뺏고 빨리 다음 책으로 넘어가게 이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구분하는데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과감하게 읽지 않을 책을 버리는 선택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모든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발견할 때 뿌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력을 높이는 실천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정리하고,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오늘도 꾸준하게 책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2023.10.15 Ex. Libris. HJK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책이 필요한가.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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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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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관련 도서를 읽기 위해 도전해 본 적이 있다. <소피의 세계>를 중고로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토아 학파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를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회사 직원 중의 한 명이 부서 내 비치 도서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신청했다. 교보 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베스트셀러 책장에서 힐끗 쳐다만 보았던 책이다. 일단 신청자에게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기다렸다. 얼마 뒤 신청한 직원은 중간에 읽기를 멈추고 반납했다. 나도 아무 기대 없이 책이나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철학 입문서인 거 같은데 어렵지도 않으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철학자들도 있었고, 독립운동가로만 알고 있던 무하트마 간디,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세이 쇼냐곤 같은 인물도 있었다. 


철학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똑똑하다. 천재라고 생각도 해본다.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세의 나이에 스토아 학파의 모든 학설을 터득했다고 한다. 니체는 24세에 스위스 바젤 대학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고, 1872년에서 1889년까지 14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간디는 해외에서 유학을 한 법정 변호사였다. 장 자크 루소는 소설가, 작곡가, 정치이론가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시몬 베유는 14세에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대부분을 암기하고, 산스크리트어와 아시리아-바빌로니아 언어로 쓰인 책도 읽었다고 한다. 

철학자들의 삶이 평온하지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그들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철학자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말장난만 친다고 생각했던 내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스토아 학파와 니체였다. 

이 책을 통해 스토아 학파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았고,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와닿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세네카의 <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를 읽어 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철학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꼭 철학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어설픈 자신감이 들었다. 책 한 권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창피하다.


자유를 강조하는 실존주의는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토아철학은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철학이다. 몇 번의 전투를 이겨내고, 패배도 몇 번 해보고, 상실도 경험해본 이들을 위한 철학이다. 크고 작은 인생 역경의 시기를 위한 철학이다. 고통과 질병, 거절, 짜증나는 상사, 건조한 피부, 교통체증, 카드빚, 공개적 망신, 지연되는 열차, 죽음 같은 것들. 스토아학파를 낳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철학에서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모든 행운에 준비되는 법." (P.398)


내가 많은 철학자 중에 프리드리히 니체에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한 영원회귀 사상과 확실한 무확실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시도 등은 솔직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도 분량의 책으로 니체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 건방진 생각이다. 결국 그에 대해서 좀 더 알기 위해서 그가 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런다고 이해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영원회귀 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랑의 블랙홀> 영화를 소개한다. 1993년 영화라서 본 기억은 나는데, 일련의 파편뿐이다. <사랑의 블랙홀>은 하루가 계속 반복되지만, 주인공이 무엇을 할지를 매번 선택할 수 있다. 영원회귀하고는 다른 측면이 있다. 가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계속 오늘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일주일도 아니고, 단지 하루뿐이라면 말이다. 언젠가 내일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열심히 오늘을 살 것인가? 하루에 3시간씩 매일 어떤 것을 연습해서 잘하게 된다면, 반복되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매일같이 3시간씩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반복되는 오늘을 굳이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지금 나이에 일취월장할 수 있다면 역시 반복되는 오늘을 좀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일단, 몇 번 정도는 막 살아봐도 괜찮을거같기도 하다. 


영원회귀는 우리의 환상을 벗겨내고 우리의 성취가 거짓임을 드러낸다.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책을 쓰고, 승진을 했는가? 축하한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영원히. 우리는 모두 시시포스다. 신이 내린 형벌로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렸다가 그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단 가여운 그리스신화 속 인물. 뉴저지 몽클레어의 발코니와 친구 제니퍼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성공은 어떤 모습이야?" 나는 니체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안다. 성공의 모습은 자기 운명을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공의 모습은 시시포스의 행복이다. (P.386)


우리는 확실성이 아닌 정반대에서 즐거움을 찾기로 선택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하면, 삶(외부인의 관점에서는 똑같은 삶)은 꽤나 다르게 느껴진다. 불확실성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심란한 일은 하루의 끝에 이를 갈며 와인 한 잔을 더 마셔야 할 일이 아닌 축하할 일이 된다. 불확실성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질병마저도, 신체적 고통이 계속될지라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미묘하지만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세상이 전과 달라 보인다. 니체 또한 이러한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388)


새해를 맞이하여 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나이 한 살이 더 먹는다는 것, 이번에는 앞의 숫자가 바뀌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매년 건강 검진 결과서를 볼 때마다 읽어야 할 항목이 많아진다.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압박감을 떨치기 쉽지 않다. 

노화에 대해, 죽음에 대해 역시 철학은 무시하지 않는다. 아래 프랑스 철학자 보부아르의 글이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철학이) 보태줄 수 있는 것이 꽤나 많다.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할 내용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우리에게는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노화에 대해 별 생각을 안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나이 듦의 문화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절박하게 매달리는 젊음의 문화만 있을 뿐이다.

노화는 질환이 아니다. 병이 아니다. 비정상이 아니다. 문제가 아니다. 노화는 연속체이며, 우리 모두 그 연속체 위에 있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늙어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고 당신은 늙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나 할아버지보다 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똑같은 속도로

철학은 우리가 소크라테스처럼 단어의 뜻을 명확히 정의 내리도록 도와준다. '늙었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나이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노화를 연구한 철학자 얀 바스는 말한다. "나이는 그 무엇의 원인도 아니다." (P.440)


이 책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잘 늙어갈 수 있는 열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열가지 방법 중 가장 공감이 간 것은 4번, 5번, 6번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다. 은퇴 후에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양복을 입고, 스타벅스에 가고, 본인이 해보지 않았던 인터넷 의류 업체에 인턴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다.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이다.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4.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이 책은 2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책을 선택하는 집단 지성을 무시하면 안될 거 같다. 인용하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 책이 스티커로 도배가 되었다. 

2022년이 철학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2.01.0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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