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밀레니엄 북스 99
한비자 지음, 김동휘 옮김 / 신원문화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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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한번 읽고서 다시는 쳐다 보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내 옆에 가까이 두고서 반복해서 읽고 싶은 것도 있다. 이 책이 바로 후자에 속한다 하겠다. 읽을수록 책에 담긴 敎訓들이 현재 또는 장래에 닥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는 通察力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중국 戰國時代의 7 雄 중 제일 쇠약한 나라가 韓나라였다. 韓非는 한나라왕 安의 庶公子인데, 부국강병책은 오직 法術의 채용에 달렸다고 왕에게 건의하지만 끝내 채택되지 않았고 이후 韓나라는 秦나라에 의해 멸망당하고 만다.
기원전 4 세기 秦나라는 상앙의 法治주의를 도입하여 變革의 힘으로 국력이 크게 강화되어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진나라왕 政( 이후 진시황이 됨 )은 측근이 전해준 한비의 저작물을 읽은 뒤 크게 감명받아 한비를 만나길 원하고, 중간에 연결하는 사람이 바로 李斯이다. 한비와 이사는 荀子밑에서 동문수학한 동창이었다. 그러나,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던 진시황과 이사는 한비를 초빙해 놓고는 감옥에 가둔 뒤 독약을 마시게 해 죽이고 만다. 아이로니하게도 한비의 思想만은 고스란히 이들이 접수하여 나날이 커져가는 진나라의 통치 철학에 한껏 활용한다.

" 重臣이란 자는 이 네 겹의 성벽 속에 그 정체를 감추고 있다. 또 임금은 네 겹의 성벽에 가로막혀 있어 중신의 정체를 알아낼 수가 없다. 이리하여 임금은 눈이 가려지고 중신의 實權은 점점 커져만 간다. " ( 고분편, 78 쪽 )
" 머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법의 권위는 없어지고, 힘을 다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나라는 가난하게 된다. 이것도 또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원인이다. " ( 오두편, 320 쪽 )

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노자,한비자 列傳]에서 食餘桃와 逆鱗를 인용하면서 한비는 君臣관계의 비정함을 밝히려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이 우화가 미묘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미자하란 美少年이 위나라 임금 영공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다. 소위 동성애자다.
어느날 밤,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자하는 임금의 命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가 어머니를 간호하고 돌아 온다. 당시 국법에 의하면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면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지만, 왕은 오히려 미자하의 극진한 효성을 칭찬한다. 또 한번은 임금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 복숭아 하나를 따서 맛을 보니 너무도 단 맛이라 한 입 베어 물고 남은 복숭아를 임금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매우 불경한 행동임에도 왕은 미자하가 입맛까지 포기하면서 자신을 사랑해준다고 치하합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기에 나이가 든 미자하의 美色은 사라졌습니다. 이에 왕의 사랑도 식으면서 임금은 앞서 한 일들을 괘씸죄로 다스린다.

미자하가 한 행동은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앞에서는 칭찬을 받고 뒤에서는 죄를 쓰게 되었다. 단지 영공의 사랑이 미움으로 바뀐 때문이다. ( 세난편, 110 쪽에서 )

한비는 인간의 이기심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간파한 다음 이를 제왕학의 권술이론으로 발전시켰는데, 그의 이론은 깨어있는 시대의식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물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비극적인 최후를 면키 어려웠던 것이다.

사마천도 열전에서 한비자의 비극에 대하여 깊은 동정심을 표한다. 또한, 동문수학한 친구를 모함하여 친구를 죽이는 이사의 삿된 행동을 통해 비열한 인간관계에 대해 감회도 표출하고 있다.
" 한비가 [說難]을 썼으면서도 그 자신의 화를 면하지 못한 것을 나는 슬프게 생각한다. " ( 112 쪽 )

한비는 인간관계의 내면을 족집게처럼 속속들이 지적하고 비정한 인간관계로 부터 받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아플 정도로 그 내면을 헤집었다. 이 불세출의 학자는 법가학파의 종합판이었는데, 그의 중심사상은 " 군주는 막강한 권력을 지녀야 하며 인민의 원망에도 아랑곳할 필요가 없다. 그저 상벌이 엄격하고 분명하면 나라를 만능으로 만들 수 있다. " 는 것으로 임금의 신하통솔법을 " 術 " 이라 하고, 술의 바탕이 되는 것이 法에 의한 " 賞과 罰 " 의 실시라는 刑名參同인 것이다.

이 책엔 모두 14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병편]에선 신하를 통솔하는 법을, [십과편]에선 열 가지의 교훈을,[고분편]에선 법술 채택의 필요성을, [세난편]에선 신하의 입장에서 행하는 설득술을, [화씨편]에선 군권강화를 주창, [망징편]에선 망하는 징조를 열거하고, [비내편]에선 왕의 여자를 경계할 것을, [설림편]에선 옛날의 일화나 사화를 소개하고, [내저설편]에선 칠술과 육미를, [외저설편]에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설화를, [난편]에선 기성 도덕에 대한 논쟁을, [오두편]에선 나라를 좀먹는 다섯 부류인 학자, 유세가, 협객, 측근, 상인과 직공을 비판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食餘桃, 역린지화, 守株待兎, 화씨벽, 망국의 음악, 脣亡齒寒, 관포지교, 矛盾 등의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저주받은 秘記를 남긴 悲運의 思想家 말더듬이 한비자는 약소국 한나라의 비애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산화한 諸子百家의 마지막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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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이민희 지음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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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이유는 먹는 즐거움에 대한 유혹이었고, 파스타에 관한 유익한 지식도 접하면서 이탈리아 여행길에 나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비록 내 발로 직접 찾아간 여정은 아니었지만, 친절한 민희씨의 인솔탓에 기억에 남는 여행길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파스타의 종류는 무려 300 여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며, 본 고장인 이태리는 물론이고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우리가 가끔씩 먹는 스파케티도 사실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스물 여섯의 나이에 파리 재래시장에서 만난 치즈에 반해, 4 년이나 준비한 끝에 다니던 직장를 과감히 사직하고 프랑스와 스위스 등 장장 1 만 킬로미터를 60 일 간 여행길에 나선 적이 있다는 민희씨, 이번엔 렌트한 봉고형 차량에 몸을 의지하고 무려 75 일간 전통 파스타를 찾아 이탈리아 여행길에 나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 - 都市의 뒷골목에서 만난 파스타, 작은 마을 작은 廚房의 오직 하나뿐인 파스타 - 로 단락지어 이 속에 8 편의 파스타 여행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파스타 요리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 파란 만장 민희씨 " 가 파스타를 찾아 좌충우돌하는 여행기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도 다녀간 적이 있다는 스페인 광장 근처 골목길에 위치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즉석 파스타 가게 [파스티피초]를 찾아가면서 이 여행은 시작되어,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州의 토리노 외곽 노바라 마을에서 끝이 난다.

 

이탈리아 여러 지역의 크고 작은 레스토랑, 가정집, 농장 그리고 천년 역사의 볼로냐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파스타 등 전통음식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전통의 소중함도 경험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친절한 민희씨의 인솔을 받으며 로마에서 토리노까지  구석 구석을 다니며 캄파니아의 푸실리, 시칠리의 마카로니, 토스카니의 피치, 볼로냐의 토르텔리니, 리구리아의 스파케티 등 이색 파스타 맛여행을 한껏 즐긴 기분이 들었다.

또한, 파스타와 치즈 그리고 발사믹 식초 등에 관한 유익한 지식도 습득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남들의 눈에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은 하루 하루 자신만의 노하우를 연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同價紅裳 " 이란 말처럼, 같은 음식이라도 좀 더 맛있고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에 그들의 음식 전통은 대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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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아드리앵 고에츠 지음, 조수연 옮김 / 열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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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 세기 프랑스 新古典主義를 대표하는 화가 [앵그르]의 작품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의 행방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소설이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 먼저 19 세기 미술사를 살펴본 것이 매우 유익했다.

 

프랑스혁명( 1789년 ) 과 함께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로코코 미술이 퇴조하고, 영웅적이며 애국적인 소재를 강조한 신고전주의가 대신 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 畵風은 균형잡힌 구도, 명확한 윤곽, 그리고 형태와 선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녔다.

당시 [다비드] ( 1748 - 1825 년 ) 가 중심이 되어 화풍의 방향을 잡았고, 그는 나폴레옹에게 등용되어 예술적, 정치적 권력자로서 [앵그르] 등 고전파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뒤를 이어 신고전주의를 완성한 [앵그르] ( 1780 - 1867 년 )는 19 세기 초 중반에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노령기인 19 세기 중엽 이후의 작품은 욕실광경, 여성의 누드화가 주종을 이루었다.

 

19 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자 일상이 너무도 인공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에 미술가들은 무기력한 현실을 경멸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낭만주의가 태동했다. 낭만주의 미술의 선구자는 스페인의 [고야]이며, [그로]( 1771 - 1835 년 ), [테오도르 제리코]( 1791 - 1824 년 ) 그리고 [카미유 코로]( 1796 - 1875 년 ) 등 프랑스 화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후 [들라크루아]( 1798 - 1863 년 )가 낭만주의 미술의 완성자로 평가받았다.

 

이 책의 저자 아드리앵 고에츠는 미술 평론가이자 소설가이다. 현존하고 있는 [앵그르]의 작품 " 그랑 오달리스크 " 와 동일한 형식이지만 그림엔 나신의 금발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해지는 한 그림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 책은 3 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2. 파르세네 정원 풍경

3. 기수없는 말들의 경주

 

이 책의 주제인 사라진 그림찾기의 퍼즐 맞추기에 빠져 보자.

 

# 첫 번째 퍼즐 - [앵그르]의 회고 ( 1861 년 )

 

1814 년, [앵그르]는 나폴리王 의 공식초청을 받아 카세르타 왕궁에서 카롤린 왕후의 초상을 그리게 된다. 이 때 왕비의 초상을 그리면서 잠자는 자세를 취하는 두 여인의 그림을 함께 그려 나갔다. 한 명은 1819 년 파리 살롱에 출품한 " 그랑 오달리스크 " 이며, 또 다른 한 여인은 바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이다. 당시 나폴리王은 뮈라였는데, 그는 나폴레옹의 軍에서 뛰어난 처세술을 발휘하여 나폴레옹의 누이 카롤린과 결혼한 인물이었다.

 

[앵그르]가 카세르타 왕궁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그녀는 카롤린과 어렴풋이 닮았지만, 갸름한 얼굴선과 단아한 옆얼굴이 나폴레옹의 또 다른 누이인 폴린 보르게제 공주와 더 닮았다. [앵그르]는 1813 년 12 월 마들렌과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마들렌은 나폴리가 맘에 들지 않아 로마에서 체류했기 때문에 [앵그르]의 은밀한 연애가 가능했다. [앵그르]는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알고 있었다. 기억만으로 그녀의 오른 쪽 종아리에 있는 반점과 입 왼쪽 아래에 있는 점을 정확히 그려낼 수 있었다. 그녀의 길고 가는 팔과 날씬한 등, 잘록한 허리, 부드러운 갈색 빛의 허리 살결 등 몸에 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앵그르]는 부인이 있는 로마로 돌아가야 했다. 아직 그림이 미완성 상태라 몇 번 더 자세를 취해야 하므로 로마로 함께 갈 것을 제안했고 그녀는 이를 받아 들였다. 마들렌의 시선을 의식해서 비싸지 않은 로마의 하숙집을 숙소로 마련해 주었다.

어느 날 저녁, 로마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다음 날 점심 무렵 화가 [프랑수아 마리우스 그라네]가 [앵그르]를 불러 내어 " 난 어제 저녁에 자네의 멋진 모델을 만났네. 그녀를 유혹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 나는 그녀가 모델 수입만 받아가지고는 살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네. 생각해보게. 누가 그녀에게 돈을 주는지. " 등 한 동안 말을 했다.

 

[앵그르]에겐 무척 성실한 제자 아모리 뒤발이 혹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 왔다.

그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혁명의 와중에 파괴된 거대한 카포 디 몬테 왕궁의 어느 다락방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베네치아에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녀가 갑자기 죽었다. 그녀는 누추한 술집에 살았고, 어느 날 그곳에서 함께 지내던 여인 중 한명이 찾아와 장례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말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관을 열게 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한번도 껴안지 못한 육신을 담고 있는 그 관에 입을 맞추었다.

 

# 두 번째 퍼즐 - [카미유 코로 ]의 회상 ( 1866 년 )

 

[코로]는 29 살에 로마 사교단체 중에서 가장 박물관 냄새가 나는 " 안토니누스 클럽 "에 가입했다. 한번은 한밤중에 古代의 동굴이 있는 곳에 안내되어 갔다.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조제프란 인물로 부터 그림 한 점을 구경하게 되었다. 액자없이 주홍색 다마스에 걸린 그림이었다. 작품엔 작고 푸른 색 글씨로 [ J. A. D. 앵그르 제작 ]이 쓰여 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가장 누드다운 누드였다. 그 여인은 종아리에 갈색 점이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솔직하고 약간 우수에 젖어 있으면서 권태로운 기색은 전혀 없는 그 시선은 아무 것도 숨기고 있지 않았다. 무어인 조제프는 그녀가 로마에서 죽었다고 말해 주었다.

 

몇 년 후, 그림의 행방을 찾으려 했을 때 누군가 두번 째 판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착각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작품을 제리코 화실에서 보았고, 그 후엔 발자크 씨의 집에서 봤다고 했다. 그러나, 제리코는 앵그르를 싫어했고, 발자크는 그림을 살 만큼 부유한 적이 없었다.

 

1865 년, 친밀한 살롱에서 속칭 " 오래된 그림 " 이라고 불리는 한 부인을 만났다. 이름은 C.-M.ㅇㅇㅇ 이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탈리아인이고, 나르본 플레가 프랑스 대사로 부임했을 무렵 나폴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 난 그 그림이 나르본 부인의 집에 있었을 때 자주 보았어요. 그 잠자는 미녀는 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미워한 라이벌이라구요. "

그녀는 자신이 어느 젊은 화가와 애인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화가를 나폴리에서 만났고, 그 후 파리에서 다시 그를 만났더니 사랑의 증거를 보여 달라고 졸라서 그 그림을 파리로 가져 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그림이 어떻게 된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와 똑같이 생긴 눈을 가졌다고 확신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 세 번째 퍼즐 - [테오도리코]의 추억들 ( 1861 년 )

 

1817 년 봄, 로마에서 [테오도르 제리코]를 알게 되었다. 그의 모델이자 문하생이었다.

[테오도르 제리코] 씨는 진짜 [앵그르] 작품을 한 점 가지고 있었다. 바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였다. 사람들은 뮈라의 몰락과 함께 격변기에 이 작품이 파손되었다고 추측하지만, 망가진 그림은 다른 오달리스크였다. 그 작품은 나폴리에서 살아 남았고, 파리로 왔던 것이다.

1817 년 4 월 초, 우리는 로마에서 나폴리로 향했다. 로마로 오기 전인 지난 해 피렌체의 한 극장에서 나폴리의 프랑스 대사인 나르본 플레 씨의 부인을 알게 되었다. 당시 파리에서 막 도착한 화가라고 알려져 귀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이 있었다. 나폴리에 도착하자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는 두 명의 귀부인을 재빨리 알 수 있었다. 바로 나르본 부인과 자칭 그 녀의 절친한 친구라는 또 다른 부인이었다. 그녀는 매우 뛰어난 성악가였다. 그녀는 코르시카 출신이며, 남편은 스위스 은행가 뫼리코프르였다. 그녀는 곧잘 자신이 카롤리나 여왕을 닮았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남편이 사업상 두 달간 제네바에 가 있자, 테오도르 씨와 목가적인 사랑을 했으리라 추측된다. 그해 11월 우리는 파리에 있었고, 뫼리코프르 부인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노래를 불렀다. 갈색 머리의 그녀는 늘씬했으며, 무어인 조제프는 극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가 화실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 달 뒤 노르망디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작품 속의 여인은 약간 볕에 그을린 코르시카 미인으로, 뫼르코프르 부인과 약간 닮았다. 그 녀가 처음 나폴리에 왔을 땐 뮈라가 집권하던 시기였고, 앵그르도 그 때 그곳에 있었다.

테오도르 씨는 뫼르코프르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착수했다. 그 여인은 어느 날 앵그르가 그린 누드의 여인을 비웃었다.

" 그 바보 같은 앵그르에게 이 그림의 모델이 죽었다고 믿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지, 지금도 흥분돼요. 그라네가 그런 장난을 쳤지요. 정말 웃기는 일이었어요. 대단한 이탈리아 희극이었죠. "

 

제리코 씨는 검은 모델 조제프에게 애정이 있었다. 당시엔 흑인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유행이었다. 조제프는 테오도르 씨가 죽기 며칠 전에 그 그림을 말아 가지고 사라졌고 그것으로 그는 이탈리아나 영국에서 돈벌이를 하고 싶어 했다. 

            

     
19 세기의 미술계 거장들의 삶을 조명해 보면서, 미스테리한 그림의 행방을 좇는 재미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루브르박물관 여행시 감상한 적이 있었던 그림도 다수 등장해서 당시 여행 사진첩을 펼쳐 놓고 회상의 시간을 갖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었다. 반면, 턱없이 부족한 나의 미술지식에 대해선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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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로 역사를 읽는다 1
타케미쓰 마코토 지음, 이정환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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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역사를 배우고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지도와 친해진 경험들을 우리 모두 갖고 있을 것이다.

지도를 매개로 하여 세계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지구상에 무수히 많은 民族들의 興亡이 있고, 또한 얼마나 많은 국가가 建國되었다가 滅亡했는지도 알수가 있다.

 

古代 歷史와 철학을 전공한 저자 타케미츠 마코토는 [민족의 성쇠] 부터 [민족이란 무엇인가] 에 이르기 까지, 모두 마흔 가지의 소재를 지도와 함께 우리에게 쉽고 재미나게 요약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 部로 구성되어 있다.

1. 약소민족이 넓은 영토를 재패할 수 있었던 비밀

2. 강대국의 위협에서 문화와 긍지를 사수한 소국의 孤鬪

3. 종교대립으로 국경선이 그어진 민족 마찰의 흔적

4. 열강이 만든 비극의 역사

5. 지금도 계속되는 민족분쟁의 불씨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민족의 興亡盛衰에 따라 형성되어진 역사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성장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민족통합이며, 이 통합에 의해 문화가 크게 발전한 사실도 알 수 있다.

한편, 19 세기 말부터 민족문제에 근거한 수 많은 분쟁이 발생하여 현재도 진행형인 다툼들도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民族> 이란 무엇인가 ? 하는 화두를 던진다.

사실 이 개념은 쉬운 듯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언어, 종교, 문화 등을 공유하는 것이 민족이라고 정의하지만, 이런 식의 분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민족의 수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세계역사의 투쟁사를 보면 민족의 발전과  정복/ 피정복이 있었으며 몽고, 이슬람, 오스만투르크 등의 대제국이 탄생하고 멸망해 갔다. 지도에 그려진 세력권이나 국경선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정도가 눈에 어지럽게 비춰진다. 他 문화, 종교, 언어를 가진 집단으로 부터 위협을 느끼게 되면 비로소 자신과 공통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민족> 이라고 정의하여 함께 이에 대항해 왔다.

반면, 다른 집단의 외압을 받지 않는 한 사람들은 <민족>에 대하여 깊이 생각치 않고 주위 사람들도 모두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하나의 국가라는 울타리에 다양한 민족의 융합이 이루어진 미국의 例에서 보듯, 향후 세월이 흐르면서 민족분쟁의 모습은 자리를 감추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공존의 길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대립에 의한 분쟁의 대표격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화해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듯이, 더욱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국경의 의미는 쇠퇴할 것이고 나아가 국경자체가 무의미해질 때 세계인은 " 진정한 하나 " 로 거듭 태어날 수 있지 않을 까?

 

2007 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 한국 사회는 多民族적 성격을 인정해야 한다. " 면서 " 실제와 다른 [단일 민족 국가이미지]를 벗겨내야 한다. " 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 [순수혈통] 과 [혼혈]  같은 용어와 이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유의한다. " 고도 밝혔다.

1985 년 기준 한국의 성씨 275 개 중 136 개는 귀화한 성씨이다. 신라시대엔 40 여개, 고려시대엔 60 여개, 그리고 조선시대엔 30 여개의 성씨가 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단일민족인 한민족이라고 주장했던 한국도 애초에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급속도로 여러 인종과 여러 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나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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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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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에서 두 사람의 행적이 떠나질 않았다.

한 사람은 이미 故人이 된 미국의 레이첼 카슨여사이며, 또 한 사람은 한국의 지율스님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샤론처럼 여성이란 점과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을 제기하면서 투쟁을 불사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카슨 여사 ( 1907 - 1964 년 ) 는 생물학자로 환경 분야의 고전인 < 침묵의 봄 > 의 저자이다. 당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합성살충제의 위험성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국 농무부, 화학공업회사 및 대농장주 등을 대상으로 한 판 승부를 벌여 결국 DDT 가 암을 유발할 정도로 유해함이 판명되면서 미국에서 사용금지 판정이 내려졌다. 자신의 저서에서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지저귀지 않는다면 이런 봄이 우리에겐 재앙이라는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미국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경부 고속 철도 공사의 구간 중 천성산 관통 터널이 있다. 천성산은 22 개의 늪과 12 개의 계곡을 거느린 품인데, 이곳엔 도룡농, 수달, 솔나리 등 30 종의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지율 스님은 도룡농 보호를 위해 터널공사 반대시위를 벌이며 단식투쟁 까지 불사했지만, 개발공익론에 밀려 " 계란으로 바위치기 " 격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지율 스님은 터널 관통 굴착기공사를 24 회에 걸쳐 저지하여 공사 진행을 지연했다고 고소를 당해 업무방해죄로 징역 6 개월에 집행유예 2 년을 선고 받은 사실이 기사화 되었었다.

 

< 벨리즈, Belize > 란 나라를 아시나요 ?

지리적으로 중남미 유카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北으론 멕시코, 西쪽으론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하고 南東쪽으론 온두라스灣을 사이에 두고 온두라스가 있다. 인구가 약 28만 명이며, 면적은 약 2만 3천 평방킬로미터인 정말 작은 나라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산호초 때문에 " 카리브 海의 보석 " 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81 년 영국 식민지로 부터 독립했다.

 

이 나라엔 세계적으로 300 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는 멸종 위기의 조류인 주홍 마코 앵무새가 마칼 江 유역에 서식하고 있다.

이 앵무새의 특징은 우비의 노란빛, 인디고 물감의 푸른빛, 아일랜드 식당 문의 빨간빛을 모두 지니고 있고, 몸체가 매우 크며 나뭇가지에 앉아 오후 내내 열매를 쪼아 먹는 것을 좋아 한다. 화려한 몸색깔이 재규어, 퓨마 등 육식동물에 쉽게 노출되기에 케이폭나무나 무화과나무의 가지에 둥지를 틀고 이들 먹이사슬을 피하고 있다.

 

한편, 이 나라엔 재미있는 동물원이 있다.

西쪽 과테말라 방향으로 약 오십 킬로미터 달리면 열대 초원 한 가운데 엉성한 울타리로 둘러 친 동물원 건물이 보인다.

또한 " 벨리즈 동물원 - 野生동물의 안식처 " 란 간판도 보인다. 동물원 원장은 미국인 샤론 마톨라인데, 버려진 야생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 맥 ", " 아구티 ", " 테이라 " 등 등, 이 동물원은 1983 년에 처음 문을 열었단다.

 

벨리즈의 과거 역사는 지구상에서 강력하면서도 신비로운 수준의 문명, 마야문명의 발상지이다. 과거 화려한 이 문명은 존 로이드 스티븐스와 프레데릭 캐더우드가 1839 년 탐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古代 마야제국의 모습은 古代 그리스처럼 都市國家 형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성기엔 인구 3 백만 명이 넘는 강력한 제국이었지만 9 세기 초반 갑자기 찾아온 가뭄과 흉작때문에 붕괴면서 이후 생존한 마야인은 작은 마을로 산개하여 살았다. 이후 1519 년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의 군대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만다. 스페인 사람들이 벨리즈 습지에 자라는 " 로그우드 " 란 나무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 염료를 찾아 내어 기존의 남색 염료를 대체하자 이곳에 영국인들이 벌채를 위해 몰려 들었다. 그러자, 1862 년 대영제국은  이곳 정착민에게 " 영국領 온두라스 " 란 국명을 부여했다. 영국인들이 목재를 강탈한 뒤 벨리즈에 남겨 놓은 것은 두 개의 비포장 고속도로와 식민통치시 사용한 건물 몇 채 뿐이었다. 1981 년 독립하여 초대 정권이 수립된 이래 벨리즈는 무력 침공을 감행하려는 이웃 과테말라의 군대가 제일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 1980 년대 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 나라에 관광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관광객이 에어컨을 요구하자 벨리즈는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1999 년 2 월 벨리즈 정부는 마칼 江 차릴로 지역에 댐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 간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 포티스 > 의 주도로 높이 45 미터에 1억 5천 7백만 리터의 물을 저장하는 댐공사를 추진함에 따라 江 유역은 침수될 것이고 주홍 마코 앵무새 등 희귀 동물의 서식처와 자연 환경이 파괴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멸종 위기 조류인 마코 앵무새를 보호하려는 동물원 원장 샤론 마톨라는 언론기관과 정부에 편지를 발송하면서 댐 건설 반대시위를 벌인다. 정부와 권력실세들은 무슨 연유인지 전력 확보의 필요성만 부각시키면서 오히려 샤론을 압박해 온다.

심지어 미국사람인 외부인 샤론이 댐 공사를 저지하는 것은 미국과 함께 벌이는 음모라고 評하면서 마녀 사냥식의 언론플레이까지 펼친다.

 

소송으로 까지 비화된 댐 공사 저지 운동의 결론은 실패로 결말이 난다. 절박한 경제 상황을 감안한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운 정부 당국의 개발공익론이 생태 환경 보호론자인 샤론을 포함한 추종자들의 반대 여론을 무력화 시킨다. 이 과정에 정치적 결탁, 부폐와의 야합 등의 요소는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희귀 조류인 마코 앵무새의 보호를 둘러싼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남의 일처럼 가볍게 넘길 소재는 아닌 듯하다. 핵심은 경제논리를 앞세운 개발공익론과 환경, 생태 보호론간의 맞짱인 것이다. 그 대상이 벨리즈의 마코 앵무새든, 미국의 철새든 아니면 한국의 도룡농이든 주제는 동일한 것이 아닐까 ?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는 생태파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카슨 여사의 말처럼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 침묵의 봄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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