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도구상자 -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위대한 철학자 50명의 명언들
라이너 루핑 지음, 강윤영 옮김 / 청아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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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철학책은 나에게 매우 효과적인 수면제였다. 잠을 쉬 들지 못할 때 책을 펼쳐 읽노라면 어느새 잠이 몰려 왔다.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훌륭한 처방이었다. 경제학은 경제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물리학은 물리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면, 철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답변이 참 궁할 것이다.

 

이 책엔 인류 역사상 위대한 오십 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주요 저서와 촌철살인같은 명언이나 경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더구나, 연도별로 잘 정리하고 있기에 철학 사상의 흐름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 준다. 한마디로 친절한 가정교사를 초빙한 셈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기원 전 7세기경 그리스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철학(Philosophie)는 그리스語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했는데, 필로는 '사랑하다'란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란 의미이다. 따라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다소 황당한 정의이다. 지혜를 사랑하지 않는 학문이 어디 있겠는가.

 

무엇을 연구하며 어떻게 흘러왔나?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철학은 이 두가지 질문에 답하고 적절한 해제를 구하는 행위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모든 思惟와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초기 그리스 철학은 그 연구 대상이 자연이었다. 당시 자연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은 무엇일까?" - 아낙시만드로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

 

기원 전 5세기 후반, 소크라테스 이후엔 그 대상이 인간의 事象이었다. 인간의 영혼이 선량한지 문제가 되면서 윤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심지어, 소크라테스는 자연을 대상으로 삼은 철학을 부정하면서 자연에 대한 지식은 잘 산다는 문제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 프로타고라스

"나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 소크라테스

 

뒤이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적인 事象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자연에 대한 고찰도 병행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이들이 국가를 이끌때 나랏일이 흔들린다." - 플라톤

"인간은 누구나 앎을 추구하는 천성을 타고 났다." -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철학의 말기, 소위 헬레니즘 로마시대에 이르면 철학의 대상은 더욱 한정 되어 졌다. 어떻게 하면 安心立命을 추구하는가 하는 일상적이며 실천적인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가 대표적이다.

 

"어린 나이에도 얼마든지 철학을 시작할 수 있고 늙은 나이에도 철학을 버려서는 안된다. 정신적 건강을 가구는 데 너무 늦거나 이른 나이란 없다."  - 에피쿠로스

 

중세에 접어들자 철학의 대상은 인간도 자연도 아닌 神이었다. 중세를 지배한 것은 그리스도교였으며, 중세 철학도 종교적 색채가 강하고 신에 대한 고찰이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신께 의지하는 것은 내게 이로운 일이다. 내가 신께 의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나 자신에게서는 어차피 이미 의지를 잃은 후일 터이니."  -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길을 알거라."  - 힐데가르트 폰 빙엔

 

근세에 들어 철학의 대상은 또 변한다. 중세기완 달리 인간이 중심 문제로 등장하는 시대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믿음을 가지고, 인간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생각하려고 했다. 이런 풍조에 따라 철학도 인간의 인식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잡았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 토마스 홉스 

 

인간은 과연 무엇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인간은 理性的인 인식에 의해 진리를 파악한다는 데카르트를 비롯한 合理論者와, 인간의 인식이 성립되기 전 경험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간은 경험을 초월한 사항에 대해선 인식할 수 없다는 존 로크를 비롯한 영국 經驗論者가 대립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의식이 새하얀 종이나 다름없어서 그 위에 어떤 글이나 상념도 적혀 있지 않다고 가정해 봅시다." - 존 로크

 

칸트의 철학은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하여 통일을 시도한 것인데, 여기서도 인식이 중심 문제가 되었다. 인식 문제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세 철학의 주요 과제였으며, 여기엔 신칸트학파와 분석철학이 있었다. 그런데, 19세기의 헤겔이나 마르크스에겐 오히려 철학의 중심이 역사였다. 즉, 인식이라는 문제를 철학의 주요 대상으로 생각치 않았던 것이다.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떨어졌던 미성숙 상태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다." - 임마누엘 칸트

"철학자들은 세상을 여러모로 해석해 왔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 칼 마르크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니체, 베르그송 등이 소위 生의 철학은 비합리적인 生을 중시하고 그 生을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철학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키르케고르, 야스퍼스,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의 실존철학은 인간을 타인과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실존으로 파악하여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사는 방법에 대해 결단을 내릴지를 중점적으로 고찰했다.

 

"지상에 충실하라!" -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이란 여정이다." - 칼 야스퍼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 마르틴 하이데거

"인간은 자유를 선고당했다." - 장 폴 사르트르

 

현대철학은 근대철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새로운 전개가 요청되었다. 점진적으로 유럽 중심에서 탈피하여 지역적 특성에 따라 발전해 갔다. 또한, 상호간의 영향이 밀접헤게 이루어졌기에 어떤 뚜렷한 철학사적 입장을 고정시켜 이해할 수도 없다. 대체로 생의 철학, 실존철학, 구조주의철학, 실용주의 등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한 인간이었다고 상상해야한다." - 알베르 카뮈

"모래 위에 그려진 얼굴이 바다거품에 씻겨가듯 인간 또한 사라지리라 장담할 수 있다." - 미셸 푸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수립하는데 있어 기초가 될 만한 가치나 사상 그리고 깨달음이 참고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상이나 통찰이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엔 수 많은 도구들이 있다. 그러나, 철학자들도 잘못 생각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철학의 목표는 주어진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의 방향을 잡는 것이며, 자기 자신의 정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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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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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읽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책 내용은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은 1부 (낭만은 죽지 않았다. 다만 모른 체했을 뿐이다) 와 2부 (스타일은 죽지 않았다. 다만 진짜로 몰랐을 뿐이다) 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인생의 낭만을 위해 록밴드를 결성한 詩月山水, 버킷 리스트는 오로지 자전거 타기라는 MBC 편성본부장, 색소폰을 품에 안은 '분당 색소폰 클럽', 블로그는 수다이며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유명 블로그 '스핑크스'의 주인공 송원섭, 스쿠버 다이빙으로 인생을 즐기는 어느 장돌뱅이, 흐르는 강물에서 꿈을 낚는다는 어느 디자인 프리렌서, 논밭에 나뒹굴어도 새가 되기를 꿈꾸는 패러글라이딩 메니아, 태평양이 무덤이 된다해도 결코 포기 못한다는 요트광의 이야기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자신감이 충만한 인생을 즐기려면 멋부리기가 요구된다며, 패션, 얼굴관리, 성형, 모발관리, 음식과 술 즐기기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두 명의 전현직 연예담당 기자이다. 그래서, 책표지의 추천사도 유명 연예인인 최수종, 손창민, 이재룡, 오대규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얼마전 아내와 영화관 데이트를 즐겼다. 영화제목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외식도 함께한 멋진 밤이었다. 백윤식, 임하룡, 박준규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다소 코믹하지만 직장인의 애환을 느끼게 해주었다.

샌님부장 조민혁, 30년을 하루 같이 성실히 근무한 그는 퇴임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주변머리가 없어 승진이라곤 모르고 밑에서 치고 오르는 후배들에게 어, 어 하다가 밀려나지만, 오로지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티어 온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드러머의 꿈!

 

"인도에서는 인생을 총 세토막으로 나눈대요. 어려선 부모슬하에서 배우고, 성인이 되면 결혼해 부모 자식 챙기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훌훌 떠나서 수도자의 삶을 사는 거죠." (180 쪽에서)

 

이 대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부모 자식을 잘 챙기고 있는지, 그리고 물려줄 재산은 있는지 등 심각한 자괴감이 밀려 왔다. 드러머가 꿈인 조민혁 부장처럼, 나도 부모님 가르침대로 성실히 살았지만 1부에서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처럼 큰 비용을 들여가며 취미 생활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아내의 권유로 야생화를 배우면서 자생지 탐방을 위해 산행은 자주 했다. 한 때는 회사 경영이 힘들어 그 고통을 이기려고 마라톤에 열중하기도 했다. 교통비와 운동화 값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취미였다. 그러나, 난 후회하지 않기로 맘 먹었다.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취미에 푹 빠져 있기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고정관념과 경계선을 넘어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조용헌이 쓴 [방외지사]란 책엔 우리 시대의 삶의 고수 13인이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공무원 생활을 팽개치고 시골로 낙향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지리산 일대를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아무집에나 들어가 일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괴짜 시인, 혀로 승부를 거는 차맛 감별사. 역술인, 한의학으로 노벨상에 도전하는 내과 의사 등의 살아가는 스토리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 지금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요, 나의 운명이다. "라는 것이다.

 

비록 잘 생기진 못했지만 깨끗하다 소리듣고, 비싼 와인이 아니어도 구수한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쌀국수가 아닌 라면으로 해장을 다스릴지라도 내 주변에 취미를 같이 하며 인생을 즐기는 동료가 있다면 이것이 바로 나의 길이며 운명일 것이다. 떳떳하게 허리를 펴고 외치고 싶다. " 부라보, 마이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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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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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엔 임꺽정 우물이라는 옹달샘, 임꺽정봉이 있다. 향토사학자는 출생시 거꾸로 태어 났기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임꺽정이라고 설명한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감악산에 오르면 장군봉이 있고, 이곳엔 임꺽정굴이 있다. 관군에 쫓기던 임꺽정이 이곳에 피신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명종실록엔 임거질정은 16 세기 중반, 조선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고간 화적떼의 괴수라고 기록하고 있다.

 

임꺽정은 홍길동,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유명 도적 중 한명이다. 그는 경기도 양주사람이지만 황해도 봉산 갈대밭에서 갈대로 삿갓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고리백정이었다. 조선시대는 士,農,工,商이라는 신분의 차별이 분명한 선비 중심의 사회였기에 백정은 농,공,상 축에도 못끼는 천한 신분이었다.

 

벽초 홍명희는 일제 치하인 1928년 11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조선일보에 조선 시대 최대의 화적떼 임꺽정 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전]을 연재했다. 이 소설은 5편 10부작으로 구성되어, 봉단편, 피장편, 양반편에선 당시의 혼란한 시대 상황을 그리면서 임꺽정의 일생을 중심으로 칠두령의 이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의형제편에선 청석골에서 조직을 결성하기까지의 과정을, 화적편에선 이 집단의 활동상을 그려 내고 있다. "우리말 사전" 이라고 평가할 만큼 뛰어난 토속어 구사와 함께 야담과 전래 설화 그리고 민간 풍속 등을 풍부하게 싣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고미숙은 임꺽정을 포함한 칠두령이 요샛말로 한결같이 백수이며 비정규직이었음을 빗대어 이들의 활동상을 "마이너리그의 향연" 이라고 명명하여 벽초 홍명희의 원작을 유쾌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재해석하고 있다.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과 조직 등 7 개의 관점에서 이들의 향연을 재치있게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10권의 도서를 단행본으로 묶어 놓은 셈인데, 칠두령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열정, 그리고 반역과 투쟁의 여정들이 펼쳐져 있다.

 

칠두령은 명사수인 이봉학, 표창의 명수인 박유복, 축지법을 구사하는 천왕동이, 돌팔매의 고수인 배돌석, 천하장사인 길막봉이와 곽오주, 그리고 모사꾼 서림이다. 이들은 본거지 청석골에서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또 논다. 이것은 이들의 일상이다.

우리는 임꺽정을 서양의 로빈후드와 비교하며 義賊으로 평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중세 시대의 봉건 지배층으로부터 재물을 탈취하여 가난한 백성들에게 돌려준 도적이다. 그러나, 正史인 명종실록엔 의적이란 표현은 없다.

 

1559년 4월 황해도에 도적떼가 출몰, 관아를 습격하자 관리를 모두 무관으로 교체해도 이들은 정면으로 맞섰고 이후 한양에서 급파한 중앙군 등 관군 500명이 투입되자 산으로 후퇴하여 게릴라전까지 감행, 그 규모가 60명의 기병까지 포함된 도적떼라고 실록은 기록하고 있다. 한편, 조정에서 파격적인 포상금을 내걸자 가짜 임꺽정 소동이 발생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갈대밭이 무성한 황해도 봉산에서 갈대로 삿갓을 만들어 팔던 임꺽정이 왜 도적이 되었을까?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펴보자. 국가의 토지 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농법이 개발되자 15 세기부터 간척지 사업이 매우 성행했다. 간척지 개발이 성공하면 사유지로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갈대밭이 무성한 해변은 윤원형 등 권문세가들이 활발히 간척사업을 하면서 사유지로 변했다. 생계의 터전을 잃게된 임꺽정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것이다.

 

훔친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임꺽정 일행은 한양 청계천 장통교 부근에도 출몰한다. 당시 이곳은 장통방으로 불리며 육의전이 늘어선 시장통이었다. 한양에 거주하면서 유통 상황을 파악한 정보참모가 바로 서림이었다. 간척지에서 생산한 쌀을 한양으로 가져오는 뱃길이 열리면서 권세가들은 결탁한 상인들을 이용해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한다. 女主 문정왕후의 지시로 내수사는 백성들의 땅을 강탈한다. 내수사 소유토지는 세금이 없었기에 세수로 감소했다. 땅을 뺏긴 백성들은 심지어 내수사의 노비를 자처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재정 부족으로 녹봉을 지급못하자 관리들도 부정축재에 눈을 돌렸다. 이런 시대 상황과 맞물려 수많은 도적떼가 전국에서 출몰했던 것이다. 임꺽정도 그 중 하나였다. 양반의 토지 확대로 삶의 터전을 잃게된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도적이 된 것이었다.

 

임꺽정은 백성을 약탈하고 관아를 기습한 전형적인 도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백성과 아전들이 토벌대에 대한 정보를 내통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좋은 도적이 아니었나 싶다. 한탄강 인근에 고석정과 고석산성이란 명소가 있다. 길이 876 미터, 높이 3 미터의 고석산성은 관군에 맞서기 위해 임꺽정이 쌓은 성이라고 향토지에 기록되어 있다. 함경도에서 조정으로 공물을 바치는 통로였기에 임꺽정이 공물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설화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1562년 임꺽정은 남치근이 이끄는 토벌군에 체포되어 처형됨으로써 마이너리그의 향연은 끝이 난다. 그러나, 농민들은 감히 실행하지 못한 자신들의 바램을 대신해 주었기에 그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지도층의 수탈에 당당히 맞서 저항한 희망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사회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순박한 백성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인물, 그가 형장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처음부터 도적이 되고 싶었던 자가 누가 있겠소.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살기 위해 도적이 되었을 뿐. 백성을 도적으로 만든 자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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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오버 Game Over - 자원 고갈의 시대, 성공 투자를 위하여
스티븐 리브 지음, 김명철 옮김, 조한조 감수 / 세계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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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풍지박산 되면서 지구촌에 경제 한파가 몰려 왔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고, 베어 스턴스는 파산 직전에서 극적으로 구제되었고, 모기지론의 주역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사실상 국영화되었으며, AIG 역시 파산으로 내몰렸다가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얼마 전만해도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주식시장은 휘청거렸다.

 

미국 경제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은행이 상업은행으로 업종 전환을 하고, 부실 기업들이 퇴출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 부양과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 클린에너지 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후 현 정부의 녹색 성장산업 육성책과 맞물리며, 바닥을 모를 정도로 하락하던 KOSPI 지수가 800대에서 불과 8개월만에 1500대로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이 안정화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도 다우지수가 9000대까지 상승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초대형 사건들이 연일 불거져 나오자 세계 주식시장의 커플링 효과로 국내 주식시장도 끝난 것같은 반응이었지만, 대체에너지라는 테마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체에너지가 시장의 만병통치약인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의 투자 방향에 대해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스티븐 립은 립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이며, 30만명이나 구독하는 시사지 [컴플리트 인베스터]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그는 피크오일과 피크에너지 상태가 조만간 투자자와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앞서 벌어진 초대형 사건들은 모두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시작일 뿐이라는 공포성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게 붐비는 세계]라는 그의 저서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을 종전으로 몰고 갔던 "맨해튼 프로젝트" 때처럼 대규모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사용키 위해 전폭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티븐 립은 이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즉,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려면 자원이 필요함에도 프리드먼은 개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원이 있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여기서 스티븐 립이 주장하는 자원 고갈의 악순환 문제를 살펴 보자.

 

1950년대에 지질학자 킹 허버트가 "피크오일"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석유 생산량은 정점에 다다르게 되며, 이후에도 많은 양의 석유를 얻겠지만 매년 꾸준히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의 석유매장지에서 더욱 많이 손쉽게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새로운 매장지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현재 과학 기술이 가장 많이 발달한 미국도 1970년 대 이후로는 석유 생산량이 계속 감소되어 왔다. 채굴비용이 많이 들어 원가 오른다면 덩달아 판매가격이 상승하는 코스트-푸쉬현상은 필연적이다. 

 

문명의 발달에 필수적인 모든 종류의 금속과 광물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자원 생산국들은 자국에 남아 있는 자원의 양이 부족해질 때까지 이를 계속 판매하며 호시절을 보낼 것이다. 또한, 자원이 부족해지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은 급상승할 것이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짜로 이용하기에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 그러나, 물이 없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고 말 것이다. 석유를 채굴하는 데 소요되는 물도 엄청난 양이다. 물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인프라를 구축 보강해야 한다. 이럴 경우 막대한 양의 금속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친디아(차이나 + 인도)의 급격한 성장은 막대한 양의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소중한 자원을 계속 고갈시킨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경제가 급속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디아의 자동차 대수는 1000명당 25대이며, 미국의 경우는 1000명당 800대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보급율은 미국의 1/3수준, 컴퓨터보급율은 1/9 수준이므로 중국과 인도의 일인당 소비가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이들 나라의 중산층은 냉장고, 에어콘, 텔레비전, 자동차 등 점점 더 많은 물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풍족한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중국의 1인당 가계 소비 지출이 595 달러, 미국이 26,445 달러, 전세계 평균이 3,470 달러이다. 중국은 현재보다 5 - 6배 더 많이 소비를 해야 세계평균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다. 친디아의 제조업 분야에서의 자원수요가 이미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이 책은 4부에 걸쳐 18 개장으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자원 고갈, 2부에선 대체에너지, 3부에선 인플레이션, 4부에선 혼란 속의 투자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지구의 보존 자원을 고려해 볼때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시급함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에너지의 대표격인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터빈을 제조하기 위해 자원을 소비해야 하는 악순환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얼마전 보도에 의하면, 50여기의 풍차를 설치한 풍차마을, 에히메현 이카타 마을의 주민들이 두통과 이명, 그리고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새가 풍차에 부딪혀 사고가 잦고 풍량에 따라 발전량도 들쑥날쑥한 것이 풍력발전의 골칫거리라 한다.

 

거품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 회복으로 인해 자원 가격이 상승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까? 하이퍼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며 금을 비롯한 천연자원으로 돈이 몰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경제 위기의 조짐이 사라지자 중국은 벌써 지구촌의 자원을 빨아 들이는 거대한 진공청소기로 돌변했고, 원유가격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규모 지원책과 더불어 대체에너지같은 그린 산업이 경제 위기의 새로운 구원 투수가 될 것인지 아직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현 정부는 그린 사업에 몰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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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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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악의 빈민가로 손꼽히는 로버트 테일러 홈스, 이 공영 주택단지는 시카고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시카고의 38만여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 중에서 단 7 퍼센트에 불과한 면적에 28 棟의 칙칙한 고층 건물들이 약 3 킬로미터에 걸쳐 빼곡히 늘어서 있다. 마치 도시에서 격리라도 된 듯한 "빈곤의 섬" 인 이곳엔 경찰도 구급차도 호출해 봐야 오질 않는다. 주민들은 절대 부족인 생활 인프라下에서 그저 생존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인도 이민자로서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빈곤층의 경제 생활 및 사회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사회학 분야는 오랫동안 통계학적 기법을 이용하는 입장과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삶을 연구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는 시카고 대학원 재학시절 통계 과학적인 사회학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하루 종일 교실에 처박혀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했다. 그는 사회학 분야에서 걸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윌슨 교수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인 도시 빈민 문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의 일은 기초 조사 질문서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시카고 대학 도서관에서 흑인 청년을 둔 빈민 가정이 밀접한 구역을 찾기 위해 조사 기록을 뒤진 결과, 레이크 파크의 공영 주택단지가 유망해 보였다. 레이크 파크의 주택단지에 들어 서자 우충충한 노란색 벽돌 벽엔 적막한 창문이 줄지어 있고, 군데 군데 화재의 흔적을 드러낸 창문에는 검은 얼룩이 뻗쳐 있었다. 사전 답사차 나온 멕시코人 갱단의 정찰병쯤으로 여긴 대 여섯명이 매우 위압적이었지만, 그는 여기에서 블랙 킹스 갱단의 小두목격인 제이티를 만난다. 제이티는 체육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취직했어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퇴직하고 슬램가로 귀환한 인물이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제이티의 사려 깊음에 감짝 놀란다. 한편, 제이티는 수디르가 자신의 傳記를 쓰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가운데 둘의 만남이 지속된다.

 

갱단은 마약거래, 강탈, 도박, 매춘, 장물 매매, 그 밖의 수 많은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번다. 한마디로 無法的 자본주의를 가동하는 셈이다. 제이티는 어릴 적 자신이 살았던 로버트 테일러 홈스로 이주하게 된다. 이곳은 레이크 파크에 비하면 주거 규모가 열 배쯤 크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제이티는 블랙 킹스 갱단의 윗사람들 명령에 따라 두 分派를 합병하고 단독 보스가 된다. 레이크에서의 수입이 연간 3만 달러였지만 로버트 테일러에선 7만 여 달러의 수입이다.

 

제이티의 어머니 메이 부인과 가까워 지면서 조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비록 갱단이 장악하고 있는 주거지이지만, 그들 모두는 共同體 생활을 영위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그는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 받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학술연구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가 공부한 民族誌學 연구서에도 현장 답사를 할때 맺게되는 관계와 관련, 그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선 전혀 지침이 없었다.

 

코마로프 교수는 지역 사회의 2/3가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이므로 이들이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지 살펴 보란 조언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주민 대표 베일리 부인을 인터뷰한다. 그녀는 평균키에 뚱뚱한 몸집이며, 무릎 관절염 때문에 느린 편이었다. 지역 자문위원회 주민대표는 월 몇 백달러의 급여를 받는 선출직이다. 그녀는 건물 보수 관리를 위해 시카고 주택공사에 압력을 가하거나, 주민 활동을 위한 기금을 얻어 내는 일이 공식 직무들이다.

 

갱단과의 협력, 서비스를 받기 위한 공무원 매수, 마약에서 흘러 나온 돈의 재분배 등, 주민 대표가 권력을 휘두르는 걸 보자 그는 낙담이 들기도 한다. 또한, 사탕장수, 포주, 매춘부, 재단사, 무당, 신호대기중 자동차 앞유리 닦는 사람 등 부정한 수단으로 돈버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자 베일리 부인이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일정 몫을 벌고 있음도 알게 된다. 그녀는 이곳의 2인자인 셈이다.

 

남자들도 부정한 수익을 벌고 있다. 값싸게 집수리 해주는 목수, 무소속 전도사, 무등록 트럭 운전사, 자동차 도둑, 랩가수와 음악인, 요리사, 청소부 등도 생활 보호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를 위해 불법 경제 활동을 영위하고 있었다.

 

한편, 여성들의 생존법 목록에 의하면, 섹스를 화폐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료 잡화점 주인에겐 식료품을, 시카고 주택공사로 부터는 집세 연기를,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겐 혜택 지원을 받기 위해 성상납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퇴출되지 않으려고 젊은 부인은 베일리 부인에게 남편을 보내 접대토록 했다는 고백도 있었다.

 

십여 년 동안 슬램가 주민들, 갱 단원들과 어울리며 체험한 삶의 현장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는 기성 사회학의 방법론에 충격을 던진다. 빈민가의 2인자인 주민 대표 베일리 부인이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릴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물론 블랙 킹스 갱단은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이곳의 치안을 유지하고 주민들을 통제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일 뿐임을 알고 나니 서글퍼 진다. 이상적인 공동체의 건설은 진정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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