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제 친구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 중에 한 토막.

친구: 이건 전두환 쿠데타 때랑 똑같은 거야.

친구: ...그래도 너무 흥분하지 마. 우리가 백성도 아닌데 뭐 그러냐.

글쎄, 지금 우리가, 내가 분노하는 건 저들이 '노무현'을 탄핵했기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을 '탄핵했기'('탄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저따위 짓거리를 감행하다니. 겨우 193명의 국회의원들이 불과 1년 전 국민들이 한 투표결과를 뒤집었다. 친구 말대로, 이건 전두환 쿠데타 때랑 다를게 없다. 힘으로, 권력으로, 머릿수로, 지들 앞가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구 정치권의 작태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분명 이번엔 도를 넘었다. 생각해보라. 이번 탄핵 사태로 국익에, 국민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게 한 가지라도 있는가. 누가 말해보라. 저들이 국민이기는 한가.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나는 정말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4-03-1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데타도 이런 쿠데타가 없죠. 게다가 한나라랑 민주랑 강금실 법무장관이랑 행자부 장관을 짜르겠다고 합니다. 이러다 정말 국방부 장관도 짜르고 쿠데타하려들지도. 정말 철딱서구니없는 것들 같으니. 아, 정정, 사람이 아니니 철이 들리 만무하겠죠. -.-;;
 

지난주 100번째 알라딘 리뷰를 썼다. 2002년 5월 <키재기>부터 2004년 3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까지.(겨우 100개밖에 안되나... 1주일에 한개 꼴이군.) 사실 인터넷 서점의 편집자 리뷰라는게 딱히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필수업무도 아닌데, 그래도 아직은 업무 가운데 리뷰쓰는 것이 가장 즐겁다. 괜찮은 책,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책을 보면, 꼭 리뷰를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사실 중간에 다른 업무가 끼어들고 바쁘다보면 그냥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마다 진짜 자식새끼 먹일 거 제대로 못먹이고 입힐 거 대충 입혀 세상 밖에 내놓은 기분이라 두고두고 미안하고 찝찝하다.(아, 요새 그런 책이 좀 많다. ㅠ.ㅠ)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아니다. 리뷰 안 써도 팔릴 책은 미친듯이 팔려나간다. 작가 이름이 있거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면 책소개가 없어도 금세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래서 <나무>나 <연금술사>, <칼의 노래> 같은 책에는 리뷰를 써야겠다는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사랑하고 알고 있으니까. 리뷰가 정말 필요한 책들은 가치에 비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거나 미디어 등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또는 어떤 특정대상의 사람들에게 유효한  B급 책들이거나.

책을 소개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내가 딱히 전문가인 것도 아니고 그저 한발 먼저 책을 만나는 이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닐까. 책소개시 가급적 출판사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지 않고 최소한의 가공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이트를 보고 책을 고르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또는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란게 어느정도 미사여구와 과장이 배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 편집자들이 거기에 보태 알라딘 리뷰를 쓰는 것은, 이 책이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 주목할만한 책이니(모든 사람에게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다시 한번 눈여겨 봐주시라는 하나의 간곡한 제스처인 것이다.

물론, 개인적 즐거움도 크다. 글을 쓰다보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부분을 알게 되고 그 책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또, 리뷰라는게 혼자 쓰는 독서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 책의 의미와 장점을 전달하는 것이라서, 그것 자체로 일종의 '소통'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즐겁다.(사실 언어를 다루고 만지는 일도 즐겨한다.)

첫 번째 리뷰와 100번째 리뷰의 대상도서가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여성작가가  쓴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우연치고는 꽤 의미심장하다는 느낌. 앞으로도 나는 계속계속 나아갈 것이다. 성장할 것이다. 부딪혀 깎이고 둥글어지고 좀더 능숙해지고, 그럼에도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이기를. 먼훗날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거나 후회가 남지 않기를.

(아, 주말마다 뭔가 다짐을 하네.; 근데 막상 월요일이 되면 엉뚱한 일이 터져서 정신없이 한주를 보내게 된다는. ㅠ.ㅠ -> 주말에 써놓은 페이퍼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은 내 첫 직장이다. 동기들 중에서 꽤나 늦게 취직한 축에 드는 나는, 중간중간 알바를 하기는 했지만(또 한 곳에서는 6개월간 거의 무료봉사를 하기도 했지만;) 정직원으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곳은 알라딘이 처음이다.

어쩌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취직 자체가 우연한 기회가 겹치고 겹쳐 가능한 일이었는데(왠지 폴 오스터적이군), 주위 사람들은 너한테 정말 딱 맞는 직장이야, 이구동성 외쳐댔다. 입사한지도 벌써 1년 11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 알라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진심으로 기쁘고 또 행복하다. (아, 사장님 보라고 이런 글 쓰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회사소개 페이지 컨텐츠를 위해,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때 한 동료가 쓴 문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책에 깔려 지냅니다. -_-; 그래도 전 여전히 책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군요." 우리 편집팀 사람들의 마음을 딱 집어낸 표현. 이 이상이 없다. 나는 뭐라고 썼더라. 아마도 "물리적/정신적으로 책에 둘러싸여 지내지만, 그래도 일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라고 썼던 거 같다. 지금은? 업무의 방향성은 조금 바뀌었으되 마음의 상태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다는 것. 연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동료 몇을 떠나보내면서 많이 흔들리고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이곳을 좋아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긴 생각 끝의 이야기, 어쩌면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일하는 것이 즐겁고 또 재미있다.

주변에 워낙 교사가 많은 탓인지, 3월 하니까 비로소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내일이면 연휴도 끝,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마음만은 새롭게. 자리배치도 바꾸고 서가도 정리했으니, 이제부터는 정말 정리정돈 잘하며 살아야겠다.(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모두들 말도 안된다고 했다. ㅠ.ㅠ) 서재 글도 생각나는대로 재깍재깍 써올리고, 좀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올해엔 바라마지 않던 해외여행도 꼭 가고. 자기소개서에 '낙천적', '낙관적'이라는 단어를 두 번씩이나 강조해서 사용했다는 나. 언제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선과 태도, 잃지 않기를.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부럽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가졌다는 거~
꽃 피는 춘 삼월이 시작되었네요. 재깍재깍 올라오는 님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시렵니까? 이건 부담드리는 겁니다.! ^^*

레이저휙휙 2004-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도 그대가 좋아요 +_+

zooey 2004-03-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그걸 업으로 삼게 될지는 정말 예상도 못했었지요. ^^ 업뎃은 장담 못하지만, 으아. 열심히 해보도록 합지요.
기스: 아, 고맙소. 나...나도 당신이 좋소. 헉.(닭살이;;)

비로그인 2004-03-0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는 말 밖엔...

skytosea 2004-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스... 요즘 상태가 안좋은듯하오... 왜 그러오... 남자를 좋아하란말이오...하영씨도 시집가야지...ㅋㅋ...

조선인 2004-03-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 다니시는군요. 그럼 혹시 책을 더 싸게 살 수 있나요? 진짜 부럽습니다.

zooey 2004-03-1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반갑습니다. ^^ 네, 직원은 조금 더 할인이 되지요. 그덕에 책욕심만 더해간답니다.;

파란달 2006-11-1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어찌 다니면서 이곳까지 오게됐네요... 책에 깔렸더라도 마냥 왠지 부럽답니다^^

zooey 2006-11-2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달님, 안녕하셔요. ^^ 제가 워낙 서재를 방치해두는 바람에 이제사 댓글을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겨울 시즌이 곧 시작이라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책을 만나면 기쁘고 그러네요. 저도 파란달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잘 읽고 있답니다. 흐흐. 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