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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분 - 9.11 테러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던 사람들의 감동적인 생존 스토리
짐 드와이어.캐빈 플린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9.11 테러 때, 무역센터 빌딩에 있던 사람들을 동영상으로 담아내듯이 세세하게 글로 풀었다. 급박하고 비이성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짧고 간결한 스타일로 사람들의 말과 생각을 재구성하고 있다.
북쪽 타워에 항공기가 충돌하고 난 뒤, 남쪽 타워에 또 한차례 항공기가 충돌하고, 남쪽 타워의 붕괴 후 북쪽 타워가 붕괴하기까지의 102분. 난 내내 북쪽 타워 충돌 지점 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유독가스에 코를 막고 차라리 이 창문을 깨고 그대로 뛰어내려버릴까를 고민하는 사람과 동화가 되었다. 몇분 단위로 책의 장이 진행되면서, 난 계속 충돌 지점 위의 사람들은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얼마나 망연자실할 것이며, 얼마나 애가 타고,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었으며 그들과 마지막 전화통화를 끊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등등의 마음이 떠올라 괴롭기까지 했다.
옥상이 잠겨 열지 못하고 다시 계단을 타고 건물을 내려갈 때의 상황을 보니, 정말 답답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나, 이 무역센터는 1993년에 테러 후 당시 나름대로 최선의 위기/비상시를 대비한 준비와 규정, 그리고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막상 사고가 터지니 준비했던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니 정말 놀랍다.
남쪽 타워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쪽 타워에 사람들을 구조하러 올라간 소방관들 중 대부분이 탈출하지 못했다. 순간적인 무선 주파수 증가로 인해기본적인 무전 통신 조차 되지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쪽 타워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쪽 타워의 구조원들과 소방대원들은 남쪽 타워가 붕괴되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즉시 내려오라는 명령도 듣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가 몇백명이 붕괴되는 건물과 함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02분이면, 100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에 불충붆?시간은 아니다. 비록 항공기가 중간에 충돌해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힘들다고 해도, 그 위 층에 있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그 아래 층에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내려간다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내려간다면 102분은 짧지않는 시간이 아닐까.
9.11은 미국 정부가 벌인 자작극일지도 모른다는 음모론 주장 동영상과 자꾸 겹쳐서 괴롭기도 했지만, 이 책이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내 주변의 문제나 사고 중에 많은 것들이 예상은 했지만 귀찮거나 사소하게 생각해서 꼼꼼하고 정확하게 해두지 못한 일 때문에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스쳐가듯 지나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고자 했던 일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원인이 아니었을 거라고 회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나나 내 주변은 실질적인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체크를 하거나,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위기별 상황별 시나리오와 대처 지침을 만들지 않는다. 무역센터는 이 정도는 기본으로 했다. 좀더 과학적이고 풍부하고 실질적인 훈련이 부족했는데, 이것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건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이책은 위기관리 분야 종사자,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책일 것 같다. '우리 아파트에서 불이 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사람들이나 누구나 읽어봐도 좋다. 페이지수는 많지만, 영화를 보듯이 읽을 수 있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