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상수는 경애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는 흐트러지고 느슨해진 것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단단히 묶인 사람처럼 최소한의 동작, 최소한의 말, 최소한의 공간 만 차지한 채 사무실에서의 시간을 견디던 경애는 이제 책상 앞에 앉아 바나나나 과자 따위의 간식을 먹으며 여느 회사원들이 그러 듯 일상을 들이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편안해지고 과세화되듯 지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남들처럼 사는 것이어, 수금이 되면, 좋네요, 하고 엄지손가락을 척 추켜올리고, 야근할 일이있으면, 짜증 지대로 아닌가요, 하고, 상수가 외근을 나갔다 오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슬며시 끄곤 했다. 상수가 뭘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면 경애는 언제나 아무것도라 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하면 어떡합니까? 일을 해야지."
"일은 늘 하니까 특별한 뭘 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상수는 그런 경애의 일종의 태업을 반가워하고 있었다. 무엇보 다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언제 책잡혀 해고되지 않을까 걱정을 덜한다는 뜻이었고 상사인 자신을 믿는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