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 본 분들은 조심하세요. 줄거리가 있어부러요~)
스즈메(우에노 주리)라는 평범하고 어린 유부녀가 겪는 무료한 일상 탈출 프로젝트!
인터넷을 알고 난 이후 '무료함'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던 내게, 나에게도 아주 오래 전에 무료한 때를 떠올려준다.
내 여기 있다는 것 조차도 남들은 모르고 있다는, '앗, 사람들 눈에 지금 내가 보이기나 한거야?'라고 스스로 확인할 정도로, 일상에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스즈메. 친구인 쿠자쿠는 뭔가 굉장히 대단히 열정적으로 사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우연히, '스파이 모집'이라는 손톱만한 스티커를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발견한다. 스파이 모집책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긴 부부. 과연 이 사람들이 스파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스즈메가 너무 평범하다며, 스파이로서는 딱이라며 5000만원을 활동자금으로 쓰라고 바로 준다.(세상에, 나도 스파일 하고 싶다)

스즈메는 원래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눈에 띄지않게 스파이처럼 살아야한다는 지침을 받고는, 이후 생활이 너무 불편하다. 맨날 하던 무언가를 매번 신경쓰면서 '이건 과연 평범할까? 이거 너무 눈에 띄진 않을까?'를 고민해야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너무나도 지루한 일상이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가장 긴장되고 스펙터클할 수 있다'는.
알고 보니, 어지중간한 맛 밖에 안나는 라면가게 아저씨도, 자주 해외여행을 가는 두부가게 아저씨도 같은 조직의 스파이. 게다가 두부가게 아저씨는 어울리지 않게 암살 전문가로 사격 코치다. 또 하수구 뻥 아저씨도 이 조직의 스파이.
두부가게 옆 무슨 가게 총각은 알고 보니 두부가게 아저씨를 은근히 연모하는 게이였고, 게다가 정부 공안의 끄나풀이었다.
세상사,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미스테리로 가득 찬 세상이다. 하나TV로 무료해하면 억지로 영화를 보고 있는 와이프를 보면서, 나랑 와이프만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보면 '스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너무나도 어지중간한,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맛을 내기 위해 십몇년간 노력을 했던 라면가게 아저씨는 어느날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는 라면을 끓인다. 너무 맛있어서 평범한 라면가게가 아니게 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라면을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을 흘리는 두부가게 아저씨한테 '울지마, 억지로 간 맞춰놨는데 눈물이 들어가면 너무 짜잖아'라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라면 전문가 아저씨.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다>, 심심하고 존재감 없는 일상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너무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세계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예쁜 주인공 '우에노 주리'랑 너무 잘 어울리고, 등장 인물들도 친근하고 멋지지만, 영화 자체는 크게 재미있진 않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나니까 그나마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지, 울 와이프는 아마 3점도 안 줬을게다. 사실 나도 군데군데 졸았다.
일본식 유머, 만화에서 갓 빠져나온 인물들, 존재감에 대해서 고민하는 주제, 어정쩡한 정부 공안들... 이 모든게 사실 우리 취향엔 좀 아닐 수 있지싶다.
아... '우에노 주리'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나온 건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어떻게 출연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다시 한번 조제를 봐야겠다. 또 한명, 여배우의 팬이 되었다. 난 왜 이렇게 쉽게 누구의 팬이되는건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