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가 여러 번 생각했던

(뭐라고 해야 하나) 은유? 이미지? 

message in a bottle. 


종일 채점하고 더는 못하겠어서 

일찍 자고 내일 새벽 일어나면 마무리 하고 내일 수업에서 돌려줄 수 있겠어서 

맥주 마시던 참이다. 이번 주는 또 중간고사. 오늘 채점은 퀴즈 채점이고 이 정도면 간단 채점. 

중간고사 채점은, 울면서 하겠지. 리터럴리. ㅜㅜ 눈이 아프기도 할 것이고. ㅜㅜ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하면서 35점. 


자기 전에 

바슐라르나 아도르노 관련 이미지를 하나 올리려고 검색하다가 

이 두 분 저술에 공통된 특징 하나가 저것 아닌가 했다. 후대에 거는 기대. 

'지금은 없는 어느 독자에게.......' 이런 면 정말 있지 않나. 심지어 온전히 자신을 이해할 독자가 

바로 가까이 있었다 해도 (아도르노에게 호르크하이머라거나), 그 독자 아닌 미래의 누군가를 늘 생각하며 쓸 수 있을 때

그들의 글에 깊이, 초월적인 면이 (내밀해서 초월적인 면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여튼 지금은 이 정도로밖에 쓸 수 없지만, 바슐라르 아도르노 포함해서 확립된 고전, 현대의 고전... 모두 그런 면을 갖고 있지 않나. 광대한 시간 속에 있지만, 바로 나를 (나만을) 향해 말하는 것 같이 들리는 면.  


물론 당연히 

후대에게 이런 메시지를 줘야지...... ㅋㅋㅋㅋ 라며 병 속에 넣어 우리에게 보낸 메시지 같은 것이 

그들 저술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게, 그들이 다른 세계, 다른 인간을 상상하며 쓴 문장이야' 지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술이 깨면 음. 아니다....... 아오 아니지. 하려나? 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웬디 브라운. 

나는 이 분 얼굴도 좋다. 

신중함이 (반응이 느림이, 이해는 빠르더라도) 보여야 좋은 것 같다. 

유하 어느 시에서 기막히게 정확했던 한 구절 "쥐새끼처럼 찰찰거리며" : 이것의 반대. 정반대. 


Yale Open Course에서 이언 샤피로의 "정치철학입문". 

어느 날 수업에서, 무엇인가 천천히 정연히 설명하다 무심코 그가 그렇게 말한다. 

"물론 세부가 사람 잡는 것이지만... the devil might be in the details..." 무슨 맥락인가는 잊었는데 

듣던 내가 놀라던 기억 남아 있다. 저게 영어의 힘이라면서. 저런 이디엄을 무심코 쓸 수 있음. 집중력 좋은 

학생이라도 놓쳤을, 그런대도 잃을 것 없을 그 말 자체 극히 작은 세부인데, 그 말을 들었던 수강생 중엔 그게 

그 날 수업에서 실제 다룬 내용 옆에 그보다 더 중요하다며 하이라이트하고 적어둘 법도 했던 말. 


한국어엔 한국어만의 관용어구들이 있고 그들 역시 한국어의 깊이와 결에 기여하겠지만 

대학 강의만 놓고 본다면, 유려하고 심오한 명강의... 그건 영어 쪽에서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 했었다. 


저 수업에서 듣고 놀라기 전에도 

"신은 세부에 있다" 꼭 수업마다에서 강조한 편인데 

그래 맞아, 그리고 왜 그런 줄도 알겠어.. 라 느끼는 것 같은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어에서는 단복수 구별도 중요하고, 시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것에 세심히 신경쓰라 여러 번 말하지만 

언제나 '잔소리'인 듯. 세부를 보는 눈. 이것부터 계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과제가 세부를 보는 눈을 계발시킬까. 식스핏언더를 보게 한 다음, 

각 에피소드에서 대사 하나를 선택하고 그걸 그 에피소드를 여는 열쇠이자 글 제목으로 쓰면서 

7페이지 페이퍼 쓰기? 나라면 할 수 있는 과제인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qualia 2016-10-23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분, 귀걸이 하셨네욬ㅋㅋㅋㅋㅋ
책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지만, 제 취향에 끌리는 학자 분은 아닌 듯요~
아니 아니, 아닐지도 몰라요.
소인배 기질이 다분한 저 같은 넘은
저분 같은 카리스마를 거느린 학자 분이 나타나면 사인 하나 해달라고 굽신굽신거릴 듯욬ㅋㅋㅋ
zauberberg 님 글은 정말 잼나요~

몰리 2016-10-24 12:51   좋아요 0 | URL
알아보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못 알아보았습니다) 귀걸이를 알아보셨네요.

정말 카리스마, 이 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키도 크시고 수영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장악력 있으셨어요.

잼나다시니 감사합니다!
 




마흔이나 쉰까지 가지 않아도 

얼굴에 책임져야 하는 것 같다. 

20대 30대에도 얼굴이, 몸이 그 사람이다. 그렇지 않나. 

그 사람의 가치, 지향... 이런 것 완전히는 감추지 못한다는 뜻에서면. 


Manhattan에서 우디앨런이 "인생을 살 가치 있게 하는 것들" 목록 마지막에서 

"트레이시의 얼굴" 말하는 게 그래서 강력히 공감될 때 있지 않나. 꼭 미모라서가 아니라 

보면 행복해지거나 영감을 주는 얼굴... 있지 않나. 생김새도 그렇지만 눈빛과 표정에서 (여러 이유로) 매혹적인 얼굴. 


이런 점에서, 한국이 지옥임을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알 수 있고. 맥락없이 격렬한 적의 가득한 눈빛. 누구나 드물지 않게 겪지 않나. 

사람들이 자기 몸을 어떻게 움직이나로 그 사회의 물화, 비인간화 정도... 를 볼 수 있다, 그런 내용 단장이 <미니마 모랄리아>에 있기도 하다. 이글턴이 "귀족적 투덜거림"이라 조롱한 단장. 


한국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유형 얼굴. 

존 롤스의 얼굴이 그런 얼굴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원한 없이 고요히 역경에 맞섰으며 자기 일에 온전히 충실했던 사람의 얼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즈라 파운드의 노인 시절 얼굴도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이 분도 지극히 흥미로운 분일 거라서 더 늦기 전에 진지하게 연구해보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 시작 할 수 있을지. 


파운드의 문학 정의. "문학은, 언제나 뉴스인 뉴스다. Literature is news that stays news."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더 좋은 정의 있습니까. 규범적이고 (그런데 사후판단적이고, 어쨌든) 파편적 정의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말 출전 T. S. 엘리엇으로 알고 있었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여러 설이 있다고. 미에스 반데로 (이 분 보통 어떻게 부르는지), 플로베르 등. 


어제 하려던 채점 오늘 시작했는데 

점심 전까지 한 세트(38매), 점심 먹고 저녁까지 한 세트(38매), 자기 전까지 한 세트(20매). 목표. 

한 장에 10분 걸린다면 한 세트에 5-6시간도 걸릴 수 있다. 10분까지 걸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5분은 걸리고 

(한국어 문장들을 영어번역하기 20문장이다. 제대로 꼼꼼히 다 보고 첨삭도 한다면 10분도 모자랄) 어쨌든 벅찬 목표. 끝낸다면 막 맥주 마시고 싶어지겠지. 


모더니즘 건축이 주된 내용이었던 수업을 코스웍에서 들었었는데 

당시 쌤은 '미에스반데로' 혹은 '미에스'로 불렀다. 난 그 수업에서 처음 들은 이름. 아마 현대건축에선 신이신? 신들의 수장이신? 신들의 시작이신? 





유명한 판스워스 하우스 포함해 

집들 사진이 많은 책들 읽고 수업 듣던 그 시절이 

진짜, 정녕, 다시 오지 못하게, 한번만 가능하게, 좋았던 시절이구나. 

방금 그렇게 느꼈는데 과거가 좋았던 시절... 로 느껴지는 건, 다행인 일. 

과거의 많은 지점들에서 과거 청산이 (완전한 청산이) 과제였었다. 


좋았던 시절의 재연에 성공합시다. 



*채점할 때마다 느끼는 "세부의 중요성"에 대해 쓰려던 것이었는데 

아... 이 주제 나중으로 미룹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런 사람 누가 있나 생각하다가 

존 롤스. 강연을 들어봤거나 책을 읽어본 것도 아니면서. 

그런데 Yale Open Course에서 이언 샤피로가 하는 "정치철학입문"에서 롤스를 중요하게 다루고 

노골적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그에게 보내던 칭송. <정의론>은 어떤 책인가, 그는 무엇을 하려고 했나. 

어떻게 쓰여졌는가. 그리고 위키피디아에서 그의 항목 찾아보면 읽을 수 있는 얘기들. 


그에 바탕해 생각할 때 

한국에서 롤스 같은 사람은 적어도 몇 세기 안엔 나올 수 없으니까. ;; 

그게 이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비범하신 분. 혹시 몰라서 지금 유툽에서 검색해 보니 84년 하버드에서 강의하면서 녹음한 23회 강의 오디오 파일이 업로드되어 있다. 과목은 "현대정치철학." 유툽은 한국의 인문학도를 위해 신이 보낸 선물. (어쩌구 저쩌구....) 


고종석 선생이 왜 그리 

글은 사람 아니다.... 글로 하는 추한 자기 미화, 같은 얘기 썼는지 알 거 같다. 

일종의 내부고발? 글도 참 별론데 그 글만큼도 살지 못한다니. ; 그거 참.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