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에서는 흔하다는, 마당으로 끌어오는 시냇물. 마당에서 흐르는 시냇물. 

아주 너무 좋고 신기한데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 다시 보고 싶지만 찾을 수 없다고 서재에 얼마 전 썼었다.


ebs가 취재해 줌. 

6:25 지점에 등장한다. 집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할머니가 쌀을 씻으심. 

쌀을 씻어도 되는 깨끗하고 좋은 물이라고 말씀하심. 


이 마을은 마을 빨래터가 좋고 여전히 널리 쓰이는 마을. 

빨래터가 마음에 들어 몇 년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이사온 주민도 있는 마을. 


나는 빨래터 애호(극호) 하는 자. 빨래터 보여주는 이 영상에 감사함. 


어린 시절, 외가집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우리집에서 어른 걸음으로 7분? 

외가집은 또 하나의 집 같은 집이었다. 외가집에서 자고 싶어지면 외가집에서 잔다고 말하고 외가집에 갔었다. 본가는 시대의 흐름대로 변화했지만 외가집은 아니었어서 가마솥 아궁이도 있었고 다락방도 있었고 툇마루도 있었고 외양간도 있었고 외양간 옆에 재래식 변소 있었고 펌프도 있었. 우물이었으면 더 좋았을. 


어느 겨울 날 아무도 없던 외가집에서 아랫목 이불 밑에 들어가 있다가 

갑자기 나는 빨래를 하고 싶어졌고 빨래 거리를 찾아내서 대야에 담고 냇가로 갔다. 

냇가가 외가집 바로 옆이었. 외가집 문을 열고 나오면 왼쪽에 둑방을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 냇가였다. 돌들 사이에 얼음이 얼어 끼여 있지만 물은 졸졸, 좔좔, 잘 흐르던 그 날의 냇가.  


손 시려 죽는 줄 암. 

예상 못한 손 시림, 손 시림의 고통에 분노하면서 맹렬히 빨래를 하고 

돌아와서 빨래는 그냥 어디 두고 다시 아랫목으로 들어갔던 거 같다. 

이렇게, 이런 식 혼자 노는 날들이 많았다. 


외가집 말고 친가쪽 친척들도 같은 고장에 살았는데 

이 분들의 마을은 차로 한 10-15분? 걸어서는 6-7시간 거리였다. 한 여덟 살 쯤엔가 이 거리를 한 번 실제로 걸었다. 가족 일행이 걸었는데 ㅎㅎㅎㅎㅎ 아무리 가도 가도 계속 길 위였다. 도착하자 밤이었. 


암튼 이 마을엔 마을 입구에 우물이자 빨래터가 있었다. 

우물은 왜 그 (따로 명칭이 있을 거 같지만) 두레박을 넣어 물을 긷는 땅 속에 물이 있는 우물 말고 노천 우물이었다. 거의 정사각형, 애들 눈에는 거대한 돌로 된 수조였고 그 옆으로 꽤 정교하게(?) 빨래를 위한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에 갈 때마다 꼭 이 우물 옆에서 놀아야 했. 물이 흐르게 되어 있는 작은 수로 같은 것들 만지면서. 


이 비슷한 시설들을 유튜브에서 빨래터로 검색해서 몇 번 보았다. 

무엇이든 신비하게 보는 어린이의 눈으로 다시 보고 다시 놀아보고 싶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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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05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메, 저 이번에 한국 갔을때 아빠의 고향마을 들렸다가 빨래터 찍어왔는데....
저기 하가마을 빨래터보단 아담한 사이즈인데, 여전히 그곳에서 빨래를 하러 사람들이 오고간 흔적들이 남아있더라고요...

몰리 2021-06-07 17:10   좋아요 1 | URL
화순 저 마을 처럼 걸어서 몇 걸음에 맑은 물 빨래터가 있다면
적어도 빨래의 반은 (큰 옷 빼고는. 그러면 거의 다인가) 거기서 하게 될 거 같기도 해져요. 마을 사랑방 같은 빨래터면 덜 가겠지만 개인 전용 같다면 매일 갈지도!

헹구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그 느낌!
물에 넣어 흔들면 바로 깨끗해지는! ;;;;;; 그 느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해요!

2021-06-09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9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체 어이하여 

내가 찍어 올리는 사진은 어떻게 손을 쓰든 알라딘 서재에서 왼쪽 회전된 상태로만 올라가는 것입니까. 

다른 데서는 제대로 되는데 알라딘 서재에서는 꼭 이렇게 되네요. 


하긴 별 의미없. 컴컴하고 볼 것 없는 사진. 

가운데 고양이가 있는데 숨은 고양이 찾기가 되는 사진. 


오늘 아침 산책하다가 

사람 없는 구역에서 만난 고양이. 

도망치려고 하길래 냐아아... 냐아아아... 했더니 

저기 멈춰 서서 계속 냐옹 하앙 하앙 (......) 말하던 고양이. 

오래 말했다. 고양이도 오래 말하고 나도 오래 말하고. 



이제 거의 다 정리가 되어서, 책들 옆에 놓고 페이퍼 쓰면 되겠는데 

컴퓨터를 책상 위에 두면 불편하고 의외로 자리 차지도 커서 컴퓨터 놓을 테이블 하나를 구입했더니 

나사가 일부 빠져서; 왔다. 조립을 중단하고 나사 보내라고 요청하니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워크스테이션이라 불리는 물건이 혹시, 책상과 pc가 일체를 이루면서 작업에 불편함이 없는 제품을 말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 pc의 성능에 관한 말인가? 어느 쪽이든 그게 필요하다고, 워크스테이션이 뭔지 찾아보면 알겠지만 찾아보지 않고 생각함. 


어제는 한 2년만에? 아니 3년쯤 되나, 서울 도심에서, 그것도 술집에서, 술을 마셨. 

내가 얼마나 가난한가,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 가난에 매혹되기를 해야 하지만, 일단 덜 가난하기부터 해야 할... ;;;;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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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04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볼려고 제 고개를 옆으로 돌렸습니다. 글 읽지 않았다면 저는 고양이를 놓칠 뻔 했어요!

몰리 2021-06-04 11:30   좋아요 0 | URL
다정한 다부장님. 아 우리 눈이 본 대로 찍어주는 폰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고양이가 걸어 나오는 사진!

syo 2021-06-04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책탑 사진 찍어서 올리려는데, 알라딘이 자꾸 탑을 허공에서부터 쌓아나가더라구요!
빡쳐서 아예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상하반전 시켜서 올렸거든요?
그랬더니 그때는 얘가 또 반전된 사진을 그대로 올려줌.....
분명히 알라딘 포스팅 관리 이거, 사람이 하는 거 같아요. 그 벤야민 자동 체스 기계처럼 컴퓨터 안에 조그마한 사람이 숨어 있어.....

그나저나 고양이 너무 귀엽다 ㅠㅠ

몰리 2021-06-04 13:22   좋아요 1 | URL
아 진짜 그런 건거 같. ;;;;;;

고양이가 지금까지 본 길냥이들 중 가장 잘 대화가 되는 고양이었어요. 하앙, 하고 제 쪽을 봄. 이제 네 차례... 라는 눈빛으로! 냐아, 하고 답해주면 또 하앙. 하고 제 쪽을 봄. 너무 귀여워서 저절로 웃음 터짐. 기억해 두고 매일 저 자리 가서 찾아보고 싶어진 고양이. 눈도 크고 땡그랗고 발랄했던 고양이.

han22598 2021-06-05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드라고요. 아무리 해도 안되더라고요....ㅠㅠ 걍 포기. 사진 안 올리면 그만.

몰리 2021-06-07 17:12   좋아요 0 | URL
이제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더 미스테리해지는 ;;; 알라딘 서재 포스팅의 오류.
 



ebs 건축탐구 에피 중 

이혼하고 바느질로 (처음엔 친지, 친구들이 준 일감으로) 생계 꾸리면서 아이들 키우고 

4천만원 시골집 사서 개조한 분 얘기 있었다. 충남 부여던가? 집은 마을을 내려다보고 집 뒤엔 대나무 숲이 있는 촌집.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돈 많은 남편이 주는 돈으로 마음 편히 취미 생활로 앤티크 수집하고 집 꾸미는 사람으로 말이 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런 소문은 반갑다, 왜냐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런 말도 하시던 분. 


그 분도 집을 참 잘 개조했던데 

무엇보다 별채와 본채를 이은 것도 마음에 들었었다. 

별채. 이것도 꿈의 공간. 별채 있는 집 살고 싶. 원래 별채이던 공간을 본채와 잇고 

분리된 별채를 추가로 만들고. 이러면 좋겠. 사실 시골집들 보면서 강하게 끌리는 요소가 이것이었다. 별채! 

"가난에 매혹되기"도 해야 하지만 그 가난은 필수인 호사를 ;;;; 포함하는 가난일 수도 있겠으므로, 별채! 별채를 원한다. 


필수인 호사, 혹은 낭비 중엔 

청소기 여러 개 두기도 있었다. 예전 집에서는 아침에 청소기 돌릴 때 집 전체를 돌렸다. 

한 지점에 서서 회전하면서 해도 될 ;;; 짐 많은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일부만 하고 싶더라도 그게 무의미. 

이게 아니라, 자는 방은 자기 전에 그 방만 따로 돌리고, 일어나서 책 있는 방으로 가면 그 방만 따로 돌리고........ 

아 그러면서 살고 싶다! 


저런 꿈이 있었다. 


해서, 이사하고 산 것 중 무선 청소기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다. 그래 이거지. 오늘 일을 앞두고 우선 이 방만 청소함. 

책장에 먼지 쌓인 거 같으면 바로 휙 돌림. 부분 청소를 내킬 때마다 하면서 살아감. 


필수인 호사가 아니라 그냥 필수인 것으로, 우리가 그것을 향한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으로  

창고가 있다. 나와있을 이유가 없지만 버릴 수도 없는 것들. 버릴 수가 없는데 다음 이사 때나 꺼낼 것들. 

그것들이 들어가 있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 그게 없어서 ;;;;;; 

머리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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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캠퍼스 소설. 캠퍼스 소설의 거의 효시라는 거 같다. 

(20세기 전반에는 캠퍼스 소설이 쓰일 이유가 없었?) 


짐은 영국 시골 어느 대학 역사학과 강사. 중세사 전공. 

그의 강사직 재임용 권한, 그의 생계를 잇거나 끊을 권력이 역사학과의 웰치 교수에게 있다. 짐과 웰치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주로 그들의 대화 그리고 짐의 심리 추적으로, 전하는 게 소설 1장의 내용. 


짐과 마가렛 관계만이 아니고 짐과 웰치의 관계도 극히 세밀하게 제시된다. 

웰치는 어떤 인간이고 짐은 어느 정도까지 웰치에게 아부해야 하고 끝없이 고강도로 아부하면서 동시에 웰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고 있고 짐이 그의 의지에 반하여 해야 하는 아부는 그의 영혼을 잠식하고 하튼 이 모두를 극히 세밀히. 


이 소설은 웃긴 소설로 유명하고 

마틴 에이미스는 자기 친구 중 하나는 이 소설을 읽다가 하도 웃어서 웃다가 토하기까지 했다고 쓰기도 했다. 


웰치에게 아부질하면서 속으로 짐이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교수가 되었지? 생각하는 대목이 있는데 

"아무리 이(이런) 학교여도 어떻게 그가 교수가 되었는가" 쯤으로 길지 않게 한 문장 쓴다. 

근데 뜻밖에 웃기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심정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인 웃김 같아서, 이게 왜 웃긴가 좀 생각해 보았는데 문맥 안에서 절묘하게 경제적으로 두 사람의 특징도 포착하고 두 사람이 속한 환경도 포착하고 그래서인가 정도로만. 이 문장만은 아니고 어이없이 웃게 하는 대목들이 줄을 잇긴 한다. 마틴 에이미스가 정리한 대로 "공격적으로 코믹한" 스타일. 공격적이어서 처음엔 얼떨떨하고 반복해 읽는다면 오히려 점점 더 웃겨지는 소설일 거 같음. 


<사람의 아들>에서 여성 인물은  

모두 단역이고, 어머니들 제외하면 다 전형적으로 여신-창부 유형. 

이것이 가장 교과서적 가장 순수한 여혐 아닌가 했다. 여기 그 정수가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은 얼마나 80년대이고 얼마나 이문열인가. 80년대에 어떤 여성 인물들이 문학에 있었나. 

사실 남자 인물들도 다 아주 얄팍하다. 


<럭키 짐>에서 마가렛은 

킹슬리 에이미스는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인물을? 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경험 아닌가? : 이런 생각 진지하게 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내가 그것을 몰랐더라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일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타락이 시작되었다.... 고 말해도 틀린 말 아닌 "그것"이 모두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가렛을 만들게 한 경험이 킹슬리 에이미스에게는 "그것"이었을 거 같다. 


저렇게 생각했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이 바뀜. 

이 소설에서는 남자 인물들도 비슷하게 비틀리고 그리고 다차원 인물들이다. 

이 정도로 예리하게 인간을 이해하고 기록한 작업에는 일단은 존경부터. 쪽으로 생각이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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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0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토하는 소설이랑 웃다가 토하는 사람이랑 보기에 뭐가 더 웃길까요?? 🤔

몰리 2021-06-01 20: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전자.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웃는다는 관념에 극히 회의적인 입장들이 있는 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책이 하도 웃겨서 웃다가 토한다는 건 많이 과장스럽긴 해요. 마틴 에이미스 자신 이 얘길 빙빙 돌려서 하는데, 아마 그 때문일 듯. 그런가 하면, 진짜 어이가 사라지는 많은 대목들이 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 하게 되는.
 



버릴 책들도 보고 있는데 

어느 날 새벽 산책하다가 어느 집 앞에 나와 있길래 주워왔던 이 책도 "그래 이것. 이것부터.."이어서 펴서 보기 시작했다. 삼분의 일 정도 진입한 상태인데, 읽지 않았다면 가질 책은 아니겠으나 읽었다면 버릴 책도 아니겠. 정도로 평가 중이다. 


좋은 책이라 버릴 책이 아닌 것은 아니고 

.... 80년대에 우리는 이런 책을 읽었다, 이 정도가 80년대의 성취였다.... : 이걸 기억하고 싶다면 버릴 책이 아닌. 




이 책도 이사하면서 발견한 책이고 

책장 조립하고 청소하고 집 정리하고 등등의 와중 <사람의 아들>보다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54년 나온 책. 


이 책에 거의 처음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면모가 있는데, 주인공인 짐과 마가렛의 관계. 

마가렛은 짐을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짐을 이모저모로 조종하고 이용한다. 짐의 시점에서 마가렛이 어떤 '막장'인가 (인간성의 막장), 이걸 참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말한다. 여러 의미에서 사실적인데, 사실주의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원래 여자들이란 흔히 이렇다'고 깔고 간다는 느낌에서도 그렇고, 나 이런 사람 알아 내지는 내가 바로 그녀였어 같은 실감 자극한다는 데서도 그렇고. 


이것은 여혐인가? 이런 책을 읽을 때 기준점으로 쓰기 위해, 여혐을 정의해 두어야겠다는 심란함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사람의 아들>을 읽으면, 여혐도 여혐 나름이라는 잡념이 드는데.....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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