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 책 중 이런 것도 있다. 이건 국역도 되어서 국역본은 제목이 <프리즘>. 

그의 책들 워드 파일 만들어서 워드 파일과 책을 같이 보는데, 이 책도 그러려고 책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는 중이다. 책상에 앉으면 왼쪽에 다른 책들과 같이 두었었다는 기억이 있는데, 지금 3일째 찾고 있지만 나오지 않는다. 


너무 감쪽같이 안 보이니까 

그게 있었던 건 맞나? .... 의문이 진지하게 들려고 한다. 

구글 이미지에서 위의 책 이미지를 구해서 수시로 보면서, 책의 촉감 색과 크기 등등을 계속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은 책 표지는 저 (연한 하늘색, 연한 탁한 하늘색) 저런 색인데 책 등은 아주 아주 바랜 연하늘색, 거의 흰색이었다. 중고로 샀던 책이라 책 받고 나서, 어떻게 이렇게 딱 책등만 햇빛 받게 내두었던 거냐.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구글 이미지에서 찾아보니, 그게 빛이 바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제작되었던 책인가 봄. 표지는 하늘색, 책등은 흰색. 납득이 안가는 선택이지만 그렇게 디자인 되었던 책인가 봄. 


책을 찾지 못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끝나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대개는 찾아내고 말지 않나. 그리고 어이 없게도, 바로 눈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지 않나. 


이것도 그럴 걸로 예상했다. 아! 여기 있었네! 이게 안 보였다니, 뭐 보고 사는 거냐. 그럴 걸로 예상했다. 

3일째가 되니 (어제는 밤에 샅샅이 다시 찾고 나서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찾으면 축배를 들리라. 이제 월간도 아니고 연간이 되어가는 경축 혹은 그냥 음주, 그걸 할 만한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없다.... 하지만 찾지 못할 거 같아진다. 등등의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음). 


책을 다시 사려고 보니 4-5만원. 페이퍼백 2백 페이지 조금 넘는데 저런 가격이고 (하긴 중고로도 비쌌다, 10여년 전 20달러 정도에 샀던 거 같다), 이 가격이면 이게, 독보적 적립금, 마일리지, 쿠폰.... 모두를 동원하여. 그렇게 다음 달에 살 수 있는 책. 


pdf 파일을 바로 구할 수 있는 책이긴 하다 (아도르노 영어 번역된 책들 거의 전부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pdf가 실제 책 판형 그대로인 버전이 아니고 편집 버전이다. 실제 판형 그대로인 버전이면 그걸로 "제본" 했으면 딱이긴 하다. 그 제본은 7-8천원이면 할 수 있다. 



빈틈이 있는 어디든 (냉장고 밑, 어느 날 바닥에 나와 있던 책을 치운다는 게 생각 없이 발로 차서 냉장고 밑으로 보냈을 수도 있지. 자기 소외가 극에 달하면 무엇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들여다보았지만 어디에도 책은 없었다. 


4월까지 기다려 보고, 4월이 되어도 나오지 않으면 그 때 

독보적, 마일리지, 쿠폰... 합하여 구매하려고 하는데, 혹시 찾아진다면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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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 책들 중 음악학 책들이 남아 있지만 

그것들 제외하면 거의 다 읽어가는 중이긴 하다. 그것들 제외를 하지 않으면, 영원의 문 앞에 ;;; 서 있는 듯한. 


그는 정말 어린 시절 천국을 살았구나, 확신하게 되는 대목들이 있었다. 

이 세계가 그 천국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 현세계는 오직 지옥을 생산하고 있다 (...) 이걸 진심으로 믿기 어려워하는 면모도 있다. 강렬한 행복을 체험했고 천국을 알았던 아이. 그 아이로 남아 있기. 정말 바로 이것이, 그의 철학을 이끈 에너지라는 실감이 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렇게 계속 하고 계속 이 엄청난 글로 썼을까? 그 답의 일부는 바로 저기에.  



그런가 하면 

바슐라르도, 바슐라르는 아도르노와 비교하면 전혀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도 

곳곳에서 알게 한다. 나는 이 세계에서 천국을 알았음. 다시 그 천국을 불러오는 법을 네게 가르쳐주겠음......... 



천국. ;;;;; 하튼 아도르노가 너무 너무 어려운 말로, 압축적이고 변증법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로 

그가 알았던 천국으로서의 현세계, 말하는 걸 보고 나니까 

.......... 그 세계를 찾으러 나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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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고국이 없는 이에게, 글쓰기가 집이 된다. 

"a place to live" 이 간단한 구절을 딱 맞게 어떻게 번역을 못하겠다. 


이 말 <미니마 모랄리아>가 출전인데 

이 책 전체에서 유일하게 진부한 문장... 같은 생각 했었다. 

유배자, 국외자, 망명자는 글쓰기로 도피하고, 망명하고. 늘 그랬던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말에, 내가 몰랐던 깊은 뜻이 있었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 

글쓰기의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 모두가 나의 "집" "고국" "살 곳"을 찾는 노력이라는 것이. 

일찌감치 (중학생?) 저게 과연 그런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늦어도 대학원에서는, 네가 쓰는 모든 페이퍼가 너의 집이다, 네가 짓는 집 거의 전부를 너는 허물고 싶어질 것이고 허물 것이다.... 고 배웠다면. 그랬다면 더 경계하고 자각하고 탐색하면서 주제를 찾고 문장을 만들고 (...) 했을 거 같다. 


어떻게 지었는가. 이것이, 어떻게 살았는가가 되는. 

아도르노의 말에 글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 전부가 동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 

동의하고 공감하는 쪽이라면, 그의 말에 담긴 "글쓰기의 철학"이 그걸 자각할수록 글쓰기를 변화시킬 힘을 갖는 철학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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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관련 이미지를 구해 보려고 검색했더니 

같은 검색 결과의 스크린샷을 누가. 


맨 아래줄 오른쪽은 벤야민의 책을 들고 있는 아렌트다. 





아도르노가 어느 강의에서 

"운명"에 대하여 벤야민을 인용하는데, 벤야민에 따르면 "운명"이란 

"살아 있는 이들을 연결하는 죄/죄의식의 그물 (nexus of guilt among the living)"이라고. 


일주일 전쯤 봄. 

일주일 동안 최초의 충격은 옅어지고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엔 하... 속으로 한숨 쉬며 감탄했었다. 무슨 뜻인지 명확했다. 죄는 그걸 짓는 1인에 제한되지 않는다. 너의 죄는 나의 죄가 되고 너와 나는 묶인다. 죄의 그물이 너와 나를 엮는다 (.....) 

 

벤야민. 완전히 틀리겠다는 각오로 이론 하신 분.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이해하는 게 옳든 아니든) 벤야민의 말을 기억하고 

죄의 그물을 명상하면서 아무 말 없이 불멍하는 시간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다. 

......... 너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면서 말 없이 불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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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2-03-14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멍 좋아요x10!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몰리 2022-03-14 17:33   좋아요 2 | URL
정말 오늘 같은 날, 이런 저녁에 불멍하면서 걱정도 두려움도 죄도 사라지고 따뜻한 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극우세력 없는 ㅎㅎㅎㅎㅎㅎ 세계로 다음 날 나온;;;;;다면!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4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벤야민 좋죠. 불멍도 좋고...

몰리 2022-03-14 18:38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니 벤야민과 불멍은 어울리는 조합인 듯요!
니체와 불멍, 아도르노와 불멍, 맑스와 불멍은 억지스럽.;;; 이들은 분리시켜야...
 



조이스도 같은 (똑같은) 취지로 

말씀하셨지 말입니다. "천재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의 오류는 그의 의지에서 오고, 발견의 관문이다."


천재가 하는 게 아니어도 

"실수/오류는 발견의 관문"인 무수한 사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실수와 오류를 어떻게 대해 왔? 

잡아 죽일듯이 대해오지 않았? 오직 맞기 위해 공부하지 않았? 




대학원 시절 이웃이었고 그걸 떠나서도 가깝게 지냈던 청년 (당시엔;;;;) 요즘 많이 생각한다. 

그는 부잣집 잘생긴... 쪽이었고 한나라당 (당시엔, 그 직전 직후도 포함) 지지자였다. 그의 누나가 만들어서 

보냈던 만두를 같이 먹었던 적이 있는데 만두가 뭐랄까, 부잣집 만두였다. 내가 알고 좋아했던 우리집 만두가 아니었다. 우리집 만두는 김치에 돼지고기, 두부 당면으로 소, 만두피 자주 터짐. 그의 누나가 만든 만두는 부추에 당면 돼지고기, 피와 소가 뭔가 딱임. ;;;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피. 과하지 않은 소. 


그 만두로 끓였던 떡만두국이 지금 바로 보이는 거 같다. . 

왜냐.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많이 놀렸었는데, 그러게 지금도 그는 그 당 지지자일 거냐. 

..................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아서, 그래서 계속 기억하는 거 같고 어떻게든 돌려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니까. ;;;; 그러니까요. 


여튼 발견의 관문. 발견의 관문으로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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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2-03-14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치에 돼지고기 들어간 만두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김치 안 들어간 만두는 사 먹는 만두 같고 왠지 정감이 안 갑니다. ㅎㅎ

몰리 2022-03-14 14:37   좋아요 1 | URL
그의 누나 만두는 모양도 다 똑같이 정갈하고 예뻤는데 (우리집 만두는, 누가 만두를 눈으로 먹냐; 형식 파괴 만두) 문화 충격의 순간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맛있었지만 이질적 맛있음이기도 했어요. 왠지 정감이 안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