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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책이 없다. 갖고 있는 책은 전부 전자책이다. 


물론 한때는 종이책이 꽤 많았다. 나중에 커서 서재방을 갖는 게 꿈이라고 할 정도로 종이책 모으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물건과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걸쳐 서서히 종이책을 처분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종이책을 처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을 처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책이 쌓이기 때문에 찔끔찔끔 정리하는 건 티도 안 난다. 한꺼번에 미친 사람처럼 정리해야지만 변화가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2016년에 '정리의 축제'라고 부를만한 이벤트를 가졌다. 친언니랑 같이 살 때였는데 언니가 잠시 휴직을 했다. 나는 그때 퇴직을 결심하면서 우리 자매에게는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다. <인생이 두근 거리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서 언니한테 우리도 이거 해보자고 제안했고 언니가 오케이 했다.













도서관에서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과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빌려와서 읽고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언니와 둘이서 온집안을 다 뒤졌다. 둘이 살던 자취방이었는데 무슨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충격을 받았다. 주변에 고물상이 있었는데 거기 사장님과 번호를 교환했다. 우리가 옷과 신발 같은 걸 집밖에 내어놓은 후 연락을 드리면 그 분이 리어카를 끌고 오셔서 수거해가셨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물건을 내놔서 상당히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 정리의 끝에는 책이 있었다. 이미 정리 가속도가 붙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안 읽는 책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알라딘 중고매입 서비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깨끗한 건 알라딘에 팔았고 매입불가 판정이 뜬 건 고물상 사장님께 연락드려서 한꺼번에 수거해가실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에 1차 정리가 끝났다. 2차 정리는 코로나 시기였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에 와보니 나를 맞이하는 건 보관을 잘못해서 누렇게 변해버린 책들이었다. 책 주인이 해외에 있으니 관리가 안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니멀 본성이 되살아나면서 남아있는 책을 전부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일 힘들었던 게 바로 이 2차 정리였다. 1차 정리 때는 사놓고 안 읽은 책들만 정리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2차 정리 때는 좋아하고 아끼던 책들도 정리해야 했다. 내가 세운 원칙은 이러했다.


1. 전자책이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으면 전자책으로 사면 된다.

2. 종이책만 있다 하더라도 도서관에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보고 싶으면 빌려서 보면 된다.

3. 정말 아끼는 책이라면 북스캔 업체에 가져가서 스캔한 후에 PDF로 보관한다.


이 3번 과정이 사실 결정적이었다. 한 번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책이 든 캐리어를 끌고 서울 지하철역을 오고 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구간을 만나면 지옥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는 처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 책은 절대 못 판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 팔았다. 그 무거운 책을 들고가서 내 돈 주고 스캔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택배로 처분하고 돈까지 받는 일이 훨씬 나았다. 그렇게 해서 책장 두 개에 꽉 차 있던 책을 처분하고 책장도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해서 책 정리가 다 끝난 건 아니었다. 책에 대한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종이로 된 아주 작은 책꽂이를 샀다. 딱 거기에 들어가는 만큼만 책을 보관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 책장도 보기가 싫어졌다. 책을 다 꺼내놓고 책장부터 처분했다.(당근으로 무료나눔) 그렇게 책장을 없애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또 책을 정리했다.


그 다음에는 북엔드를 놓고 거기에 놓을 수 있는 정도로만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다가 또 처분. 그런 식으로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책 정리를 했고 결국에는 2022년 무렵에 종이책 제로 상태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전자책의 세계로 넘어왔다. 


예전에는 뭘 사려고 검색해봐도 전자책으로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나오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도대체 전자책이 왜 안 나오지, 했던 책들도 하나둘씩 전자책을 내고 있어서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진짜 전자책으로 안 나올 줄 알고 전자책 알림 신청을 걸어두고도 까먹고 있었는데 이거 전자책 출간되었다는 푸시 알림 받고 끼야악 소리를 질렀다. <둔황>은 오랫동안 전자책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문학동네 세문전 웬만한 책들은 거의 전자책이 있던데 왜 이 책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다려본다.



세상의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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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매달 나만의 테마를 정해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내가 너무 산만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거나 읽는 스타일이어서 '진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나 작가를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독파 프로젝트라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책을 읽어나가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뭐든지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 혼자 독파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달 테마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다. 이 작가의 책을 두 권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했기에 이 기회에 사놨던 책도 읽고 안 산 책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1. 『어제의 세계』














이 책은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못 읽었다. 나중에 종이책 전부 처분하고 전자책으로 다시 사들였는데 그 후로도 방치. 분명히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나의 산만함이 문제다. 이번 달에는 무조건 이 책은 읽을 것이다. 다른 책은 못 읽어도 이 책은 뽀개기로 결심했다.


2.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이 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전자책으로 사놨는데 아직 펼쳐보지 못했다.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는 작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가능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 작가를 꽤나 좋아한다. 나치 독일을 피해 브라질로 갔다가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비극적인 이력 때문인 걸까. 아무튼 이 작가에게는 계속해서 끌리는 지점이 있다. 이 책도 주제는 그렇게 특색있지는 않지만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샀다. 샀으면 읽어야겠지?


3. 『우체국 아가씨』
















나는 예전에 슈테판 츠바이크가 전기 작가 혹은 비문학 책만 쓰는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소설도 쓴다. 다재다능함이 부럽다. 아무튼 이 책도 이번 달에 읽을 책 목록에 들어가 있다.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4.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츠바이크는 전기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딱 한 권, 이 책을 골랐다. 츠바이크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하고 발자크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발자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계기가 있다. 이수은 작가가 쓴『평균의 마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이수은 작가는 발자크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간결한 문장이나 담백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자크를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면서 어쨌든 자신은 발자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니까 더 궁금해진다. 그렇게 발자크에 접근해보려던 즈음에 알쓸*잡 프로그램에서(알쓸신잡인지 별잡인지 기억이 안 난다) 김영하 작가가 바로 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대해 언급했다. 아니, 츠바이크가 발자크 평전까지 썼다니. 일단 이것부터 읽어보고 발자크에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이번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시리즈에 넣었다.


다음은 안타깝게(?)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에 들지 못한 책이다. 


5.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 소설은 늘 읽고 싶었는데 전자책이 없어서 못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가로 책이 나왔다. 이화북스의 츠바이크 선집 3권이다. 찾아보니 2023년 10월 출간이다. 아직은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의 1, 2권이 모두 전자책이 있으니 이 책도 기대를 걸어본다. 전자책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테니 제발 전자책을 출간해달라! 해달라!


6. 『초조한 마음』














이 책도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한데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전자책이 아주 띄엄띄엄 나온다. 같은 세계문학 전집이라도 민음사나 문학동네, 열린책들과는 전자책 정책이 확연히 다르다. 이 책도 전자책 나오면 바로 구매한다. 그러니 제발 굽어살피소서.


+번외














이거 페이퍼 쓴다고 『평균의 마음』의 발자크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이수은 작가의 이런 문장들이 너무 좋다. 


"발자크는 인간을 묘사하면서 문장 하나로 그를 천국까지 들어 올렸다가 다음 문장 하나로 지옥 바닥을 뒹굴게 한다. 저항할 수 없는 매혹으로 빠져들게 했다가 이보다 더 졸렬할 수 없는 나약함으로 무너지게 한다. 발자크의 묘사력이 힘센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는 감정들을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생생한 비유와 상징으로 되살려 코앞에 들이밀기 때문이다. 흑백의 희미한 윤곽으로만 머물던 세계에 발자크이 시선이 닿으면 그곳에 불이 들어오고 사물은 색채를 얻고 존재는 활동을 시작한다."

발자크를 안 읽었는데도 마치 내가 발자크를 열 권 정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흩뿌려주신다. 이래서 책에 대해 쓴 책을 좋아한다. 그 책을 안 읽고도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평균의 마음』은 그런 책 중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페이퍼가 츠바이크에서 시작해 발자크로 끝나는 느낌인데 그렇다면 다음달 프로젝트는 발자크 읽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단 이번달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쳐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선 『광기와 우연의 역사』부터 시작해본다.『어제의 세계』부터 읽었다가 또 미룰까봐 겁이 난다. 그나마 쉬워보이는 책부터 발을 담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시작으로 2024년도 가열차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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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읽은 책들은 전부 '북적북적' 어플에 정리하고 있다. 올해는 60권을 읽었다. 올해 초에는 여행을 다니느라 거의 읽지 못했고 9월 이후부터 가열차게 읽었다. 60권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들을 기록해본다.









올해 읽은 책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전자책이 없다. 종이책을 구매해서 스캔한 다음에 PDF로 변환해서 읽었다. 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다. 그동안 비문학 위주로 읽었는데 이 책 덕분에 문학을 읽는 눈이 약간이나마 트였다. '왜 읽는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는 점이 참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을 읽다가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의 주제와 별 관련이 없는, 아주 지엽적인 내용이었는데 왜 그 구절이 그렇게 마음을 치고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서 한 번 더 읽고 싶은데 전자책 안 나오려나. 정말로 전자책이 나오면 좋겠다.









책 영업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는데 이수은 작가는 성공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고전을 찾아보게 되었으니까. 일단 내년에 <돈키호테> 읽는다. 전자책으로 사놨으니까 무조건 읽는다. 이 분의 건조하면서도 위트 있는 글이 좋아서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무조건 사서 읽을 거다.









<닥터 지바고>를 읽었다. 내가 쓴 페이퍼를 읽어보니 무려 20년 전부터 닥터 지바고를 읽으려고 몸부림쳤던 흔적이 있다. 그때 완독을 못 하고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크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읽다가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영화까지 대여해서 보고 다시 책을 읽었는데도 그냥 쏘쏘했다. 영화 OST는 참 좋더라.









<어머니의 유산>을 먼저 읽고 <본격소설>을 읽었다. <어머니의 유산>이 좀더 재미있긴 했는데 <본격소설>도 상당히 좋았다. 소설에 저자 본인의 삶이 상당히 많이 녹아들어 있다. <본격소설>에서는 아예 작가 본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런 게 일본의 사소설 전통인가. 일본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 신기했다. 이 작가가 쓴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읽고 싶다.









어딜 보나 <도둑맞은 집중력> 이야기가 빠지지 않아서 나도 읽어보았다. 시립전자도서관에 예약 걸어두고 몇 달 기다려서 읽었다. 초반은 정말 재미있었고 후반에는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으나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읽고 하루 일과표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루 동안 뭘 했는지 10분 단위로 표시하는 일과표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 충격적이게도, 내가 핸드폰을 너무나 많이 쓰고 있었다. 그동안 바빠서, 정신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쓸데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겨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거였다. 반성 또 반성. 내 시간을 뺏어가는 어플을 전부 삭제했고 책을 좀더 많이 읽기로 결심했다. 사실 내가 핸드폰으로 하는 일이라는 게 재미있는 글들 읽는 게 전부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유튜브를 봐도 하염없이 댓글을 읽는 나 자신을 보며, 글자로 된 뭔가를 읽고 싶은 거라면 책이 나을 것 같았다. 핸드폰에 크레마클럽 어플을 깔아서 핸드폰을 하고 싶을 때는 크레마클럽에서 빌린 책을 읽는다. 핸드폰을 만지고 싶은 충동도 충족시키고 덕분에 책 한두 글자라도 더 보게 되니 일석이조다. 하여간 이 책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초반에 쑨원 얘기가 너무 많아서 제목을 <아이링, 칭링, 메이링 그리고 쑨원>이라고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그게 절대 쑨원 이야기가 지루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쑨원 나오는 부분이 진짜로 흥미진진하다. 자매들 이야기는 중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많이 나온다. 그 시절에 미국 유학을 다녀온 대단한 자매들인데 그녀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남편들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역시나 아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번역이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다고 느꼈는데 100자평에 다들 번역가를 칭찬하고 있길래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이걸 사놓고 몇 년만에 읽는 건지. 영어 소설을 읽고 싶은데 도저히 그 구조를 모르겠는 문장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열흘에 걸쳐서 읽었다. 사실 설명은 짧고 혼자 하는 연습문제가 많아서 뒷부분은 날림으로 보기는 했다. 그래도 한 권 보고 나니까 아 그래그래, 이제 알겠다, 싶은 순간이 왔는데 이제는 단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영어 소설 읽으려니까 모르는 단어가 왜 그렇게 많은 건지ㅠㅠ지금은 단어 외우고 있다. 매일 100개 이상. 내년 목표는 원서 뽀개기다. 특히 고전 소설이 목표다. 오래된 영미권 소설들은 저작권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무료로 전자책 epub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가 너무 보고 싶은데 번역본은 전자책이 없다. 그런데 영어 원서는 전자책이 있다. 심지어 무료. 이러니 내가 영어 소설 읽고 싶어서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내년에는 진짜로 영어 소설 뽀개고 만다.









이 책 읽고나서 얼마나 바르셀로나가 그리웠는지. 이거 전부 시리즈로 산 거라서 아직 네 권 더 남았다. 내년에는 마저 읽어야겠다.









이거 전자책 아니었으면 못 읽었을 거다. 별로 안 두꺼운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나중에 실물책 보니 두껍더라. 두께를 모르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전자책의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작가 나름의 견해로 열심히 상상하는 소설이다. 나처럼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특히 바오로에 대한 설명 중에 빵 터지는 부분들이 꽤 된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1925년경, 반(反)볼셰비키 투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 백군(怕) 장교가 크렘린에 찾아와 스탈린에게 알현을 요청한다. 장교는 스탈린에게 설명하기를, 자신은 개인적인 계시를 통해 순수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접근하게 되었으며, 이제 자기가 그 독트린을 세계만방에 드날리고 싶단다. 이를 위해 스탈린과 공산당 정치국은 자기에게 전권을 부여해주어야 하지만, 자기는 그들의 권위를 따르고 싶은 생각이 전혀없단다. 자, 그림이 그려지는가?"


나는 치열하게 쓴 소설이 좋다. 물론 모든 소설은 작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썼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 짧은 페이퍼를 쓰는데도 썼다 고쳤다 난리부르스인데 책 한 권이 어찌 뚝딱 나오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쓴 티가 정말 팍팍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 그 중 하나였다. 솔직히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도대체 이게 뭔 말이야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치열하게 써내려갔다는 것, 쓰고 싶고 써야 할 말들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사놨는데 언제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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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매달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작가 뽀개기가 될 수도 있고, 한 테마를 잡아서 중점적으로 읽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좀더 강제성을 띈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엠비티아이 대문자 P형이라서 조금이라도 강제적이지 않으면 책을 안 읽는다. 읽더라도 중구난방으로 읽는다. 내년에는 올해 세운 목표를 조금이라도 달성해보자. 2024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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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다른 블로그에 러시아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인데, 게으름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정리를 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첫 째는,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과 다르다. 내가 반드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며 제한 시간 안에 끝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 일을 바로 시작하기가 두려워서 나는 회피의 방편으로 몇 년 전에 다녀왔던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정리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미뤄두고 있었던 마음 속의 짐이었다. 그걸 해결할 때가 됐다.


두 번째로는, 바로 이 책이다.














번역가 김명남 님의 책을 좋아하는지라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초반부는 거의 러시아 이야기다. 저자는 러시아 미술 경매를 취재하러 러시아(당시는 소련)에 갔다가 그곳 예술가들과 친해지게 된다. 그 후에 러시아에서 몇 개월 동안 체류했는데 그때 소련 정권이 붕괴한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겪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생각보다 러시아 역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흐루쇼프, 고르바초프, 옐친, 이름은 다 아는데 순서도 헷갈리고 그 사람들이 했던 일들도 다 헷갈린다. 러시아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역사 책도 뒤적거리다가 급기야 러시야 여행 포스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덕분에, 이 책 진도는 러시아에서 멈춰 있다.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읽은 건 이 두 가지 책이다. <줌 인 러시아2>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는 주요 도시들을 다수 소개한다. 그 모든 도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니었어서 내 경우에는 <두 도시 이야기> 쪽이 더 유용하기는 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약간의 아재 개그만 참아내면 그래도 얻어낼 지식들이 많다. 러시아 여자들이 왜 고춧가루를 들고 다니냐는 얘기가 책 후반부까지 나오고서도 끝내는 미스터리로 남는데, 그거 이 책의 후속격인 <타이가의 시간여행,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에서도 비밀 안 풀리니까 궁금해하지 마시길. <줌 인 러시아2>는 러시아의 다양한 도시들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산업이나 경제 관련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건너뛰었으나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두 책 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여행을 갈 때 들고 갔던 책이었다. 아니, 들고간 건 아니라 한국에서 사서 읽고 핸드폰으로 주요 페이지만 찍어서 갔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전자책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건데, 이번에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며 아예 전자책까지 사버렸다. 그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했었고 이번에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하고 있는데 저자가 러시아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참 좋아하는 책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러시아 역사에 관한 책을 찾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게 되어 이것도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 역사가 엄청나게 길지는 않는데 그 중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역사만 제대로 알면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류리크 왕가의 이반 4세가 아들 없이 죽고(아들이 있었는데 본인이 때려 죽였다) 그 후에 벌어지는 두 가문의 투쟁, 그리고 로마노프 가문의 승리로 이 책은 시작한다.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예전에 전자책으로 사뒀던 건데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읽고 있다보니 진도가 매우 느리게 나간다.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 했다. 그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부터 읽고 있다. 크레마클럽에 있길래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읽는 중이다. 이거 다 읽고 구매해둔 <매핑...>으로 넘어갈 계획. 산 책과 빌린 책이 있으면 빌린 책부터 읽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책은 전부 전자책이라 안 읽는다고 해서 먼지가 쌓일 일은 없다는 것이 그나마 큰 위안이다.



여행은 책을 부르고, 책은 여행을 부른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다. 러시아 여행을 떠올리니 이 책들이 읽고 싶어졌고 이 책들을 읽다보니 정말로 러시아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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