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 1일이다. 전자책 캐시를 충전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매월 1~3일 사이에 충전하면 전자책 캐시 적립금이 두 배!ㅋㅋㅋㅋ


전자책 캐시를 충전하고나서 장바구니를 둘러보다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전자책이 '대여 가능'으로 바뀌어 있는 걸 발견했다. 2월 전자책 대여 이벤트에 이 책이 포함된 것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행사 목록에 들어 있다. 이벤트 이름이 '골라 담아 대여마트'다. 전자책 90일 대여에 30% 할인 쿠폰을 준다.


예전에는 90일 대여가 도대체 무슨 의미냐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작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0일 대여 이벤트가 떴을 때 '사면 샀지 90일 대여는 절대 안 할거야'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해가 바뀐 것처럼 사람도 바뀌고 90일 대여에 대한 내 마음도 바뀌었다. 지금은 '90일 대여? 나쁘지 않는데?'싶은 마음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책을 재독 삼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차피 한 번 읽을 책이라면 구매나 90일 대여나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종이책의 경우는 일정 기간 안에 되파는 슈퍼바이백 제도도 있고 중고서점에 가져가서 되팔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책은 되파는 행위가 원천봉쇄되어 있다. 그대신 이런 90일 대여 제도가 탄생한 것 같다. 되팔 것을 미리 결정하고 책을 사들이는 행위 같다고나 할까. 90일 후에 너한테서 이 책을 회수해가겠어, 그 대신에 반값에 30% 할인까지 해줄게, 오케이? (끄덕끄덕. 결제)


그리고 결제 시점부터가 아니라 다운로드 받은 날로부터 90일 동안 보는 거여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까먹고 다운로드 하지 않으면 완전히 돈 날리는 거지만.


존 르 카레 책 두 권 대여하고나서 천천히 둘러보니 그동안 보고 싶었던 다른 책들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 <말 놓을 용기>,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 책들 보고싶었는데 여기에 딱 있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두 개나 이용하면서 알라딘에서 또 돈 주고 빌려 읽는 거 미친 짓인 것 같기는 한데, 민음사 책은 구독 서비스에 거의 안 올라오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보려면 사서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아 고민된다. 이 책들도 대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전자책 리뷰 적립금 이벤트도 있다. 대상 도서 구입하고 리뷰나 100자평 남기면 이북 적립금을 준다고 한다.(100자평도 인정되어서 다행이다. 리뷰만 허용되는 거였으면 보자마자 뒤로가기 클릭했을 듯) 5권 구매하고 100자평 남기면 1만원, 3권 구매하고 남기면 오천 원 준다.(2000명 추첨이라는데 전자책 사서 이런 거 참여하는 사람이 2000명이 안 되는 듯 하다. 이천명 추첨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


나는 나름 합리적인 소비자라서 이런 이벤트에 낚이는 편이 아니다. 안 사면 0원인데 굳이 적립금 5000원 받겠다고 세 권을 사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대상 도서에 <미들마치> 1, 2권이 있네?! 미들마치 두 권은 어차피 살 거였으니까 산다고 치고, 거기에 한 권만 더 사서 읽고 100자평을 남기면 이북 적립금 5000원을 받는 거다. 이거는 정말 지나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들마치>랑 <귀신들의 땅>까지 전자책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다.


어떨 때는 한 달에 한 권도 안 살 때도 있는데 이번 달에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 책이 많은 건지. 정신줄 놓으면 이번달 전자책 캐시 충전해놓은 거 홀라당 다 사라지게 생겼다. 더이상 들여다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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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판 세문전 <미들마치> 출간되자마다 바로 전자책 출간 알림 신청해두고 기다렸는데 방금 알라딘 푸쉬 알림이 떴다. 너무 신난다. 바로 <미들마치> 전자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알라딘 서재 PC 버전에서 Ebook 상품을 등록하면 북플에서 상품 사진이 깨져보인다. 그래서 상품 등록할 때는 일반 종이책을 걸 수밖에 없다ㅠ)


일단 다음달 초에 전자책 캐시 충전해야겠다. 매월 1~3일 사이에 전자책 캐시를 충전하면 적립금을 두 배로 주기 때문에 나는 보통 월초에 전자책을 얼마 정도 구입할 건지 계산을 하고 캐시를 충전하는 편이다. 다음 달에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100권 세트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여기에 <미들마치>도 얹어야겠다. 이제 또 열심히 전자책 적립금 모아야한다. 바로 오늘 전자책 적립금이 3,300원까지 쌓여서 바로 다른 책을 질렀는데 <미들마치> 나오는 거 알았다면 아껴둘걸.


내가 <미들마치>를 읽고 싶어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이 책 <평균의 마음> 때문이다. 


[『미들마치』에는 경구로 외웠다가 적시에 던진다면 훌륭한 일침이 될 만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차고도 넘친다. 사실은 너무 많아서 밑줄을 긋다보면 그냥 책 전체에 줄을 그어야 할 지경이다. 결국 줄 긋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읽다가 불현듯 이런 의문이 든다. 엘리엇은 정말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이해한바, 그녀는 우리 인간들이 "요령부득의 생쥐가 닥치는 대로 깨물거나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게 각자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그 결과는 종국에 어디로 이어질지 대부분 알지 못한 채로, 끊임없이 가고 있다고 믿는 어떤 방향을 선택하면서, 그렇게 힘써 인생을 살다간다,라는 진실을 말한다. ]


<평균의 마음>에 밑줄을 좍좍 그은 독자로서 <미들마치>를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국내에 나온 <미들마치> 번역본은 전자책이 없었다. 그 당시에 내가 찾은 책은 한 권 짜리 책이었는데 얼마 후에 네 권 짜리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 나왔을 때 호오오옥시나 전자책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네 권 짜리 개정판의 전자책에 대한 기대도 버리고 나는 인터넷에서 <미들마치> 영어 원서의 전자책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 워낙 오래 전에 나온 거라 당연히 저작권이 없어서 구글 검색하니까 Epub 파일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소설도 못읽을 수준인데 19세기 소설을 원서로 읽을 자신이 없어서 다운로드만 받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래도 전자책 파일을 갖고 있으니까 내가 이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든든하기는 했다ㅋㅋㅋ.


민음사판 번역본이 전자책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안 그랬으면 19세기 영어 소설 붙들고 머리 쥐어뜯을 뻔 했어요.(물론 몇 줄 읽고 덮었겠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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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이번달 주제는 '민음사 세문전 읽기'다. 내가 사놓은 민음사 세문전 중에서 <나는 고백한다>, <깊은 강>, <내 이름은 빨강>,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을 예정이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뭔가 딴일 하면서 틀어놓을 영상이 필요할 때 민음사 세문전 월드컵 시리즈를 자주 찾는다. 최근에 올라온 '첫문장 월드컵' 영상에서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가 우승을 차지했다. 안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영업까지 당했으니 이번에 꼭 완독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세 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라서 이번 달에 이거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성공하는 것 같은데(왜냐면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책 이외에도 다른 책들을 읽기 때문에)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민음사 세문전 책들도 골랐다.


처음 읽는 엔도 슈사쿠. 이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소개글을 읽다가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이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구매했다. 바라나시는 나한테 의미있는 장소라서 거기에 관련된 소설이라면 지나칠 수 없다. 그러고보니까 나는 카탈루냐 지역인 바르셀로나도 다녀왔고, 바라나시도 다녀왔고, 튀르키예도 다녀왔네. 나는 상상력이 너무너무 빈약해서 내가 다녀온 지역에 관한 소설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의 빈자리를 현실의 경험으로 채워야 한다.


이 책은 사놓은지 꽤 됐는데 이번에 꼭 읽을 거다. 분명히 재밌을 것 같은데, 내 취향일 것 같은데 손이 안 간단 말이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약간의 강제력을 만들어둬야 비로소 읽게 된다.


1월에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계획을 세웠는데 막판에 <어제의 세계> 읽다가 중도하차 할 뻔했다. 다른 츠바이크 책과 달리 이 책은 유독 번역체 문장이 거슬려서 읽기기 힘들었다. 그래도 계획한 거니까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끝까지 읽었는데 뒷부분에서 또 감탄을 했다. 중도하차 했으면 그 부분 못 읽었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강제성이 필요하다. <내 이름은 빨강>도 이번 달에 꼬오오오옥 읽을 거다.


<카탈로니아 찬가>도 사놓은지 꽤 된 책인데 이번에 읽자. 솔직히 이 책이 제일 어렵고 안 읽힐 것 같다. 여러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카탈로니아에 모였다는 것부터 일단 어려워보인다. 그런데 궁금하고 재밌을 것 같아. 이 책 때문에 독서 텐션이 루즈해지기를 바라지 않기에 일단 이 책은 제일 마지막에 배치했다. 이건 혹시 읽다가 중도하차해도 할 수 없다...그것은 독서 신의 뜻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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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은 한 권인데 사는 책은 서너 권인 느낌이다. 안 읽은 책이 금방 금방 쌓인다. 게다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권 50년 대여도 했고 얼마 전에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아홉 권 짜리 세트도 50년 대여했다. 구독 서비스 중에서는 밀리의 서재랑 크레마 북클럽까지 두 개나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자도서관까지 이용을 하고 있어서 읽을 책이 차고 넘친다. 


예전에는 책이 귀한 물건이어서 서점에서 책 사면 하나 하나 포장해줬다고 하던데(유튜브에서 들은 내용이다) 요즘에는 책이 엄청나게 흔해졌다. 책이 이렇게 흔해졌는데도 정작 읽는 사람은 없으니 신기하다. 하긴, 나조차도 메뉴판에 메뉴가 너무 많으면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온갖 추천작으로 버무려진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보면 썸네일만 보고도 질려서 나와버리기도 하니까 읽을 책이 많아졌는데 독자는 줄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되도록 사놓은 책 중에서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전자책 적립금이 쌓이니까 책 사들이는 걸 멈추기가 쉽지 않다. 전자책은 눈에 안 보여서 더 막(?) 사게 된다. 해결책은 좀더 가열차게 읽는 것. 그래서 사는 속도에 읽는 속도를 맞출 것.


2월에 민음사 세문전 읽고 3월에는 러시아 작가 벽돌책 읽어야 하나 싶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랑 <안나 카레니나> 같은 책, 사뒀는데 안 읽었다ㅠㅠ 책 읽는 속도 어어어엄청 느린 편인데 희한하게 벽돌책을 좋아한다. 두꺼운 책 다 읽을 때 그 희열 너무 짜릿해. 전자책 리더기 하단에 전체 페이지 중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 표시되게 해놓고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숫자가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일단 이번달에 민음사 세문전 뽀개고 러시아 작가로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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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을 샀다. 그것도 중고가 아닌 새 책으로.


나의 책 구매 패턴은 이러하다. 구매하는 책은 100% 전자책이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건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정 필요하면 중고책으로 구입한다. 최근 몇 년간 중고책을 산 적은 있어도 새 종이책을 산 적은...글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이책을 샀냐 하면, 마르틴 베크 책을 사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를 준다는데 그 지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그나저나 여태까지 스톡홀'롬'이라고 썼는데 올바른 표기법이 스톡홀'름'인가보다...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 내 마음을 홀린 바로 그 지도. 그런데 이렇게 이벤트 페이지 캡처해와서 올려도 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지도를 준다니!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이 지도를 갖지 못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가져야만 해!


혹시나 전자책으로 사도 지도 사은품을 주는지 살포시 전자책 구입하기를 눌러봤다. 사은품 선택하는 페이지가 없이 매정하게 결제창으로 넘어가버린다ㅠㅠ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왜 사은품을 주지 않는걸까. 책 없이 사은품만 배송하려면 배송비가 나가니까 그런 것 같은데 가끔은 배송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받아보고 싶은 사은품이 있다. 하지만 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흑흑.


그래서 종이책을 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사은품에 눈이 멀어 구입을 해버렸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니까 이참에 사은품 핑계 대면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얼마나 오랜만에 종이책 주문을 한 건지 무료배송 정책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로재나>만 담고 결제창으로 넘어갔는데 배송비가 붙어서 깜짝 놀랐다. 아주 예전에 종이책 한참 살 때는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럴 때 미련한 결정을 내린다. 그냥 배송비 내면 될 것을, 꼭 그거 안 내겠다고 다른 물건들을 붙이는 악취미가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골랐다. 보관함을 찬찬히 보면서, 몇 년 간에 걸친 전자책 구매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자책이 안 나올 것 같은 책들을 공략했다.


먼저 고른 책은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이라는 책이다.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에 관한 책이다. 변방, 소수민족, 유목민족,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원, 유라시아, 실크로드...이런 키워드들을 늘 좋아했다. 이 책도 다른 어떤 책에서 언급된 걸 보고는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어쩐지 전자책으로 나올 것 같지가 않아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내가 산 건 왼쪽 민트색 표지인데 사고나니까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가 작업한 책인데 다만 시리즈가 달라서 다른 표지로 나온 것 같다.(두 책 다 판매 중이다) 민트색 표지는 '세계문학의 천재들' 시리즈이고 전통의상 표지는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다. 내 취향은 전통의상 표지인데, 민트색 표지의 책을 주문하고나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취소하고 다시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냅두기로 했다. 민트색 표지가 더 최신판이기도 하고 맨 마지막에 '어휘풀이'가 추가된 듯 하여 표지에 대한 호불호를 버리고 최신 버전을 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또 다른 종이책은 조지수 작가의 <마지막 외출>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 <나스타샤>를 읽고 되게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이제 행복도 즐거움도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의 문장이 있었다. 당시에 그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수많은 책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중에도 <나스타샤>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전자책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매했다.(조지수 작가는 오직 글로만 모든 것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쓸 때 필명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그의 정체는 철학자인 조중걸 교수라고 한다. 근데 출판사에서 나온 책 목록만 유심히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애써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렇게 해서 오직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지도 포스터를 받기 위해 <로재나>,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 외출>을 구매했다. 지도 얻으려다가, 배송비 없애려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매가 되었지만 그래도 지도가 너무 갖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지도 사은품 주문하는 김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스페셜 북도 꼽사리껴서 주문 넣었다. 다행인 건 북엔드 같은 것을 탐하는 물욕은 없다는 거다. 마르틴 베크 5만원 이상 구매하면 북엔드 준다는데 북엔드에 꽂아둘 종이책도 없고, 시리즈 나머지는 전부 전자책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고민없이 북엔드는 패스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 엄청 많은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지도를 받아두면 언젠가는 읽긴 읽겠지. 코딩 하는 아는 동생 한 명이 핀란드로 이민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친구 이민 가면 북유럽 여행 가야겠다. 가는 김에 스톡홀름 여행을 끼워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지도를 가방에 넣고, 전자책 리더기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열 권을 전부 담아가는거지. 환상적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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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 이거 제 얘긴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책 속에서 특히 공간에 대한 묘사를 하면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글자로 읽을 뿐.. 하하.


Laika 2024-01-25 16:11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공간지각에 약한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명한 책이면 영상화된 게 없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요. 영상을 봐야 그나마 공간이 그려진달까요. 그래도 저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ㅎㅎㅎㅎ
 

병렬독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또 네 권 정도 벌려놓았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니까 벌려놓는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책 보다가 저 책 보다가 하고 있다. 이북 리더기는 사실 병렬 독서 하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종이책처럼 눈이 딱 보이게 쌓아놓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지금 벌려놓은 책이 뭐가 있지,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꺼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번 달,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체국 아가씨>, <과거로의 여행> 읽었고 <발자크 평전>은 건너뛰고 <어제의 세계> 읽고 있다. '옛날에 말이야,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쓴 일종의 회고록 에세이다.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쓴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 17세들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남학생들이고 아마도 전부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을 것이다.) 다들 소설 쓰고 시 쓰고 비평하고 어떻게든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츠바이크 스스로 말하길 자신들이 이미 선생님들이나 기성 비평가들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10대 때 그런 지적인 탐험에 빠져봤다는 게 뭔가 부러웠다.


얼마 전 드라마<리틀 드러머 걸>이랑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너무 재밌게 봤어서 내친김에 이 책까지 집어들었다. 구독 서비스에 없는 줄 알고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까 밀리에 있었다. 뭐...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ㅠㅠ극초반 읽고 있는데 이 사람의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다.


올해 영어 책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었나 싶어서(너무 어려워서 전부 다 중도하차) 그나마 쉬워보이는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진도가 좀 나간다. 오전에 시간 날 때만 읽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 읽었다. 앞으로 이렇게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적절하게 배분해봐야겠다. 어려운 책들은 국내 번역본이랑 비교해서 읽는 편이고 이 책은 그냥 원서만 읽는다.


존 르 카레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첫 시작 <Call for the Dead>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말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다. 괜찮아, 사전 찾으면 돼. 그래도 재미있다. 국내번역본이 절판 상태인데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이 책도 원서로만 읽어야 한다. 번역본이랑 같이 읽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번역본이 없다니!! 튜브 없이 냅다 물에 던져진 기분이다. 죽지 않으려면 헤엄 쳐야겠지.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그나저나 Call for the Dead 책 표지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왜 적혀 있는거지. 작가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셈인데...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띠지로 두를 법한 내용을 표지에 박는 대담함이란;;게다가 제목은 너무 작고 작가 이름은 너무 크다.)


요즘 영드 <셜록>을 다시 보고 있다. 한창 유명할 때 한 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았더니 쿠팡 플레이에 있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지만 엄마가 와우 회원이어서 아이디와 비번을 살짝쿵 빌려서 보고 있다. 쿠플에 <셜록>도 있고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도 있고 <닥터 후>도 있다. <닥터 후>는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셜록>부터 보고 있는데 너무 노림수가 많다. 셜록이랑 왓슨을 왜 이렇게 엮어대려고 하는건지...ㅋㅋㅋ주변에서 쉴새 없이 엮어대고 홈즈는 아무 반응이 없고 왓슨은 진땀 흘리면서 부정하고. 예전에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노렸다. 흐흠. 아무튼 재미있고, 런던 물가 비싸서 플랫메이트를 구할 정도라면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되는걸까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파산각인데. 셜록 역의 배우는 검은 머리가 낫다. <팅.테.솔.스>에서 하고 나온 노란 머리는 정말 안 어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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