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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화성과 나>를 읽었다. 얼마 전에 <타워>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것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화성과 나>는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매우 독특하다. 먼 미래에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아보고 싶다는 연구 의뢰를 받고 화성 연구에 착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의뢰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의뢰자인 외교부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면서 공식적인 연구 자체는 거기서 끝이 난 듯 하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를 본 과학자들이 강의 요청을 해왔고 그렇게 해서 계속해서 화성 이주에 대한 연구자로서의 호기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 화성 이주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걸 SF소설가에게 의뢰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물론 외교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소설가여서 그런 연구 의뢰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 안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붉은 행성의 방식>과 <위대한 밥도둑>이다. <붉은 행성의 방식>은 화성에서 벌어진 첫 번째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화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니, 말만 들어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살인사건 자체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살인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지구의 법을 따를 것인가 화성만의 법을 만들 것인가, 이런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화성에는 정치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논의할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정치인이 화성에 가면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조종사, 엔지니어, 의사, 생물학자와 같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과학자 및 공학자 집단들이 주로 이주 초기에 화성으로 왔다. 하아...이래서 '문송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구가 망하고 화성으로 가게 된다면 그 우주선에 날 태워달라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웬만한 기술로도 안 되고(미용사도 안 태워준다) 인간의 삶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하루아침에 나한테 뚝딱 생길리가 없다. 망해가는 지구에서 행복하게 사는 수밖에.


아무튼 화성에 몇 없는(아마도 유일한?) 정치인인 '희나'는 화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상식적으로 처리하자'는 과학자들의 말을 듣고 열이 받아 버린다. 상식적으로 처리하는 게 도대체 뭔데?! 그들은 모든 걸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인 희나의 입장에서는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어떤 법을 따라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였다.


【"어느 상식?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할까? 거주지 내규가 벌거벗겨서 곤장을 치는 거면 받아들일래? 설마 군법을 말하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그래도 민간 형법이 낫겠지? 그럼 어느 나라 법으로 할까? 당신 나라 법, 아니면 우리 나라 법? 피살자 출신지 법으로 해. 아니면 피의자 출신지로 해? 그런데 이 법들은 관할 지역이 전부 지구 대기권 안이지?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래? 판단은 누가 하지? 지구 법정에 원격으로 세울까? 화성에 변호사는 한 명도 없으니까 지구 변호사를 선임하게 할 거지? 단심제로 해, 아니면 삼심제로 해? 항소 기간에 피의자는 어디에 머물러? 집행은? 형이 정해지면 해당 거주지 구성원들이 직접 집행하게 해? 살인이니 똑같이 사형시켜? 30년 형쯤 나오면 어디에 수감해? 전문 교도관을 화성으로 보내나? 감옥은 새로 하나 짓고? 아니면 우주선 태워서 지구로 보낼래? 그러다 중간에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지? 이송 비용은 누가 부담해? 이송 기간은 수감 기간으로 계산하나? 화성 거주 기간 전부를 수감 기간으로 쳐달라고 주장하면 어쩌지?"】


화성은 완전히 다른 행성이고 다른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 화성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도망가지 못한다. 지구라면 그야말로 '지구끝까지'라도 도망갈텐데 화성에서는 갈 곳이 없다.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역은 (비유적으로)한뼘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기에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역설적으로 보면, 도망치지도 못 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구인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배명훈 작가는 이 소설에서 '희나'의 예측보다는 좀더 늦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쓰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화성에 이주하자마자 살인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 행성의 방식>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편이라서 아쉽다. 도대체 범인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물론 책 안에 이유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 말고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서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화성에서 벌어진 첫 번째 살인 사건 소식을 듣고 나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등등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래서 단편소설집은 너무 좋아도 막 심각하게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궁금한 게 많은데 풀리질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건 <위대한 밥도둑>이다.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평생토록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화성에 이주해서도 별로 힘들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이거 먹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평생 뭔가를 먹고 싶어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어느 순간 지구의 어떤 음식을 강렬하게 갈망하게 되는데.......그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위대한 밥도둑>은 플롯이나 주제보다도, 주인공이 자신이 먹고싶어하는 음식을 설명하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이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어 나간다면, 외국인들이 저 부분을 보고 당장 저 위대한 밥도둑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번 반성했다. 끼니마다 '오늘 뭐 먹지' 고민하는 것도 귀찮고 나를 위해서건 누구를 위해서건 요리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한동안 포만감 느껴지는 알약 개발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떠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화성으로 이주할지도 모르는 미래 인류를 생각한다면, 내가 한 말은 그야말로 있는 자의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화성으로 보내져서 맨날천날 아무 맛도 없지만 생명은 유지하게 해주는 식량들을 먹으면서 살다보면 뭐 먹을지 고민하면서 사는 지구에서의 삶이 얼마나 좋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다운사이징>이 떠올랐다. 어떤 과학자가 생명체의 몸을 아주아주 작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 과학자는 인간의 몸을 아주아주 작게 만들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거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는다. 사람의 몸이 작아지니까 환경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몸이 작아졌으니까 한달 식비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당연히 엄청나게 작은 집에서 살아도 되니까 집세 걱정도 완전히 사라진다.(작은 집이라고 해도 다운사이징한 사람들에게는 대궐 같은 집이다.) 다운사이징 수술은 지구의 환경 문제와 개인의 경제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사회에서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은 사람은 5%에 불과하다. 집 문제, 돈 문제 한꺼번에 해결이 되는데도 그 수술을 선뜻 받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 극극극소수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대궐 같은 집에서 살게 해준다고 해도,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되는 것에 겁을 먹는다. 게다가 원래 크기의 인간들은 다운사이징 수술을 한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작아지는 수술을 받고 세금도 덜 낼 거라면 투표권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 영화에서는 깊게 다루지 않지만 다운사이징 인류와 非다운사이징 인류의 갈등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화성과 나>에서도 지구에 사는 사람과 화성으로 이주해온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알력 다툼이 등장한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낼 때마다 매번 더 힘 있는 사람을 보내서 화성에 대한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화성으로 온 권력자들은 처음에는 화성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다음 번 우주선이 올 쯤이 되면 갑자기 화성 친화적으로 바뀐다. 그 우주선에는 자신보다 더 권력이 센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힘 있는 지구인에게 지지 않으려면 화성인들끼리 대동단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운사이징 수술이든, 화성으로의 이주든, 결국은 인간 집단 간의 갈등이 문제다. 인간이 '화성'에 가서 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이 화성에 가서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화성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인간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기후 문제로 인해 인류의 앞날이 계속해서 힘들어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즘, 화성으로 가거나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과연 선뜻 나설 수 있을까. 이런 소설을 보고 이런 영화를 볼수록 쉽사리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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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부지런히 책을 읽었다. 알라딘 페이퍼에 이렇게 읽었다고 코멘트 남기는 책 말고도 다른 책도 많이 읽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인 책들은 전부 빼버렸다. 책에 대해 안 좋은 평 남기는 게 왠지 미안하다. 일단은 좋은 책만 골라 골라 모아봤다.



루이즈 페니 작가의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는 이번 달에도 열심히 읽었다. 어려운 책 읽다가 머리가 아플 때, 읽을 책은 산더미 같은데 도저히 뭘 집어야 할 지 몰라서 책과 멀어질 것 같을 때 나는 무조건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꺼내든다. 실패가 없다. 첫 장부터 바로 몰입해서 쭉쭉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에 읽은 것들 정말 다 재미있었는데 <냉혹한 이야기>와 <네 시체를 묻어라>는 무조건 순서 맞춰서 읽어야 한다. 사실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 전체가 그렇다. 순서 뒤죽박죽해서 읽으면 이야기가 하나도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첫번째 책인 <스틸 라이프>부터 순서대로 달려서 현재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읽고 있는데 남은 시리즈가 줄어들어가는 것이 아깝다. 이 시리즈는 정말 짱이다. (그런데 <냉혹한 이야기> 종이책 표지는 저렇게 예쁜데 전자책 표지에는 왜 이상한 시뻘건 띠지가 둘러져 있는 걸까. 전자책 구매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도 없는데ㅠㅠ시뻘건 띠지 때문에 표지 보자마자 눈 질끈 감고 본문으로 넘겨버렸다. 다른 책들은 안 그런데 왜 <냉혹한 이야기> 전자책만....흑흑)



<비정성시 각본집>은 다 읽고 리뷰까지 남겼다. 진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양조위 사진만 보고 구입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ㅋㅋㅋㅋㅋ각본만 있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도 있고 13문13답도 있고 나름 알찬 구성이었다. 


타이완 작가인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 이후로 이상하게 대만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비정성시 각본집> 읽고 나서 <먹는 타이완사>도 구입해서 다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도 사놨다. 왜지? 왜 이렇게 대만 관련 책들을 사 모으는 거지? 아무래도 올해 대만 여행 다녀오라는 신의 계시인 것인가. 


예전에 여행 하다가 만난 대만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영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서로 친구처럼 지냈다. 그 친구 정말 쾌활하고 재미있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도 아주 잠깐 배웠다고 했는데 역시 언어 재능은 배움의 기간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아주아주 짧은데도 나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적재적소에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활용해 우리를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 친구와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 이후로 대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먹는 타이완사>는 재밌게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는 다음달에 읽을 예정이다.



이 책은 빛소굴 페이지터너스 시리즈여서 구매한 것도 있지만 표지가 예뻐서 끌린 것도 있다. 초록색과 노란색의 배합이 너무 예쁘고 사진도 독특했다. 이번 달에 읽을까, 다음 달에 읽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펼쳤는데 와, 진짜 페이지터너스였다. 정신없이 읽었다ㅋㅋㅋㅋㅋ한 사람의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없고 나쁜 일만 일어나지도 않는 법인데 그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강인하게 살아간 비올레타의 삶은 정말 멋지다. 


역시 페이지터너스 시리즈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시리즈에 속한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쇼샤>가 제목이 예뻐서 끌린다. 다음 달에는 <쇼샤> 읽어야지.



<깊은 강>이랑 <한눈팔기>는 어쩌다보니 동시에 병렬독서로 읽게 되었다. 아니 근데 나쓰메 소세키 작품 처음 읽어 보는데 내 안에 있던 나쓰메 소세키 이미지랑 너무 안 맞아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뜨헉' 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제일 나중에 읽었었어야 했나? 하필이면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에서 제일 처음 읽어버려서 뭔가 다른 작품을 읽기도 전에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쓰메 소세키 하면 뭔가 부잣집 도련님 출신의 고고한 학자 이미지였는데 이 소설 속 겐조(아마도 나쓰메 소세키 본인)는....엄청난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겐조만 보면 돈.돈.돈.돈. 거려서 읽다가 나까지도 '그만해!!!!!'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겐조가 부인한테 하는 행동들은 너무너무 싫은데 사람들이 겐조한테 돈 달라고 달려드는 걸 보면 겐조가 미쳐가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그냥 다들 이상해.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설이었다.


<깊은 강>은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인도 갠지스 강 이야기가 나온다길래 읽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들어가는 소설이었다. 특히 미얀마에 주둔했던 일본군 병사의 이야기는....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고통에 경중이 없다지만 이 사람들 앞에서 내 고통을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큰 고통을 겪은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제각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되고 인도 바라나시에 머물게 된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는 인도 바라나시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동물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을 보면 산다는 게 뭔지, 죽는다는 게 뭔지, 그냥 이 세계가 다 거짓말 같고 이 고통도 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깊은 강>의 등장인물들은 갠지스 강에서 안식을 찾았을까. 아니, 안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모든 것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정말로 광인의 이야기다ㅋㅋㅋㅋㅋㅋ. 원래 소설 읽기 전에 배경지식 잘 안 찾아보는 스타일이라 이 소설도 대충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읽었는데......와, 마지막까지 제대로 미쳐 돌아간다.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는 셋 밖에 안 나오는데도 종이책 기준 680쪽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근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말이 많다. 예술에 대해, 삶에 대해, 일에 대해, 부모에 대해, 위스키에 대해 끝도 없이 말을 해댄다. 나는 평소에 말수가 정말 적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하는 게 귀찮아서 말을 안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쪽에서 이렇게 반응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말이 길어지겠지? 아예 말을 안 해야겠다^_^'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어쩜 그렇게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해대는지....세상에 정말로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면 소설적 허용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말을 너무 잘 한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이 책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피곤해서 누워있었다.....재밌다....그런데 너무 기가 빨려....하지만 그만큼 재밌다.



넷플릭스에 드라마 <삼체>가 올라왔다. 넷플 드라마 뜨기 전에 읽으려고 했는데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이 소설이 설명하는 바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일부러 드라마 1편 보고 나서 책 찔끔 읽고 드라마 2편 보고 나서 또 책 찔끔 읽고 이런 식으로 <삼체> 1권을 다 읽었다. 중국 작가가 쓴 SF 소설은 처음 읽는데...재밌다! 나는 상상력이 매우 부족한 극 현실주의적인 인간이라 하드SF든 소프트SF든 제대로 몰입을 못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확실히 드라마가 도움이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특히 소설 속 게임 내용.....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솔직히 중간중간 많이 건너뛰었다. 갑자기 과학 얘기 다다다다 나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매직아이 모드가 되면서 스스스슥 읽어나가다가 과학 이야기 끝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아오곤 했다. 과학 얘기 진지하게 나오는 부분은 정말 어려워서 많이 건너뛰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분명했다. 이제 2권, 3권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1권도 재밌다고는 하지만 쉽게 읽은 건 아니어서 쉽사리 다음 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 먼저 보고 좀 쉬었다가 2,3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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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에도 띠지가 있는 게 있군요 신기하네요 전자책이니 그런 거 없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대만 노래를 틀기도 하더군요 대만 무슨 차트에 있는 노래라고 했는데... 일본 사람이 부른 노래도 대만 차트에 있었어요 나쓰메 소세키는 어릴 때 집이 가난했다고 하더군요 작가 자전 이야기를 먼저 보고 다른 소설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Laika 2024-03-27 22:28   좋아요 1 | URL
나쓰메 소세키는 어린 시절에 다른 집에 양자로 갔다가 다시 본가로 복적했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다른 소설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1권부터 차례대로 읽고 있어요...ㅎㅎ
 

김영하 작가가 발송하는 주간 뉴스레터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었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가지 주제의 글들을 묶어서 보내주는 형식이다. 며칠 전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받아보았는데 거기에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추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어 보여서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종이책만 있고 전자책이 없다ㅠㅠ.


그렇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 중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게 뭐가 있나 살펴 보다가 <내 손으로, 발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종이책은 품절이고 전자책만 판매하고 있는데 심지어 밀리의 서재에도 들어와 있다. 바로 태블릿으로 밀리의 서재 어플을 켜서 이 책을 다운 받았다.


작가가 친구와 함께 다녀온 발리 여행 기록인데 특이하게도 인쇄 활자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책 가격 같은 서지 정보도 전부 손글씨로 적혀 있다. 컨셉에 매우 충실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이 요상한 책에 감겨 버렸다ㅋㅋㅋㅋ. '요상하다'는 건 절대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굉장히 날것인데 그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발리 역사책 읽고 몇 줄로 요약해주는 것도 너무 웃겼고 누리스와룽 식당 ㅈㄹ맛있다고 쓴 것도 너무 웃겼다.(손글씨로 쓴 일기장을 그대로 출판한 거라 비속어가 난무한다ㅋㅋㅋ그리고 누리스와룽이라면 비속어도 인정...우리는 우붓에 있던 며칠 동안 거기 세 번 갔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 받은 책을 다 읽고는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내 손으로, 발리>와 <내 손으로, 치앙마이> 전자책을 구매해버렸다. <내 손으로, 발리>는 밀리에서 읽었지만 그래도 소장해두고 싶어서 구매했고(이미 종이책이 품절이라 전자책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별 고민 없이 함께 주문했다. 원래 같은 작가의 시리즈 도서 모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치앙마이라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다.


예전에는 나도 여행 가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다. 본격적인 그림은 아니고 펜으로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렇게 뭔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백지에다 그려내는 기분이 꽤 좋았다. 한때는 나에게도 그런 감성이 있었는데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찰칵찰칵 찍고서는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잘 꺼내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이다 작가의 책을 보면서 인생의 어떤 장면들은 그림으로 남겨놓는 것도 참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함과 디테일, 그리고 유머와 독특함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여행 가면 나도 그림 그려볼까....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사실 그래서 일부러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도 있다. 여행 가서도 꺼내봐야 하니까 전자책이 편하다. 여행 가서 끄적거리다가 막히면 다시 이 책 좀 들여다보고 그러다가 또 그림 그리고....그렇게 놀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나오면 일단 제가 한 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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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꺼운 벽돌책을 숙제 하듯이 읽었다. <미들마치2>는 '이달의 적립금' 이벤트 때문에 3월10일 전에 다 읽고 백자평을 남겨야 하는데 현재 30% 정도 읽었다. 그 와중에 밀리의 서재에서 <듄>이 곧 내려간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운로드 받았는데 내가 가진 전자책 리더기에서 열리지 않아 태블릿으로 읽고 있다. 눈이 시려서 화면 밝기를 최저로 했다가 배경색을 노란 색으로 바꿨다가 태블릿을 멀리 두고 읽다가 사선으로 읽다가 아주 쌩쇼를 했다. 눈이 아파서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다시 리더기를 들고 <미들마치>로.


벽돌책을 동시에 읽다보니 머리에서 과부하가 왔다. 책을 떠나 유튜브 어플을 켰는데 알고리즘이 나를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다룬 영상으로 이끌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본 책이다.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그때 나에게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이 책이 너무 좋아졌다. 이 책이야말로 내가 찾던 그 책이 아니겠는가. '읽고 싶은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책이 나에게는 절실했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사야했다. 이렇게 나에게 영감을 준 책은 사야만 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어봤을 뿐이고 지금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으며 유튜브에서 책과 관련된 영상을 봤을 뿐이지만, 읽지 않고도 어떤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책의 논지에 따르자면, 나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지금 해외에 있기 때문에 일단 엄마에게 곧 내 이름으로 된 택배가 갈 거라고 말해두고 책 쇼핑에 돌입했다. 나는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는 사람인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전자책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는데 현재 판매중지 상태다. 할 수 없이 종이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내친 김에 피에르 바야르의 다른 저작들도 훑어보다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와 <햄릿을 수사한다>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커로드 살인사건에 대한 책인데 내용이 아주 신박하다. 피에르 바야르 본인이 봤을 때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는 여러 저작들을 통해 독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고 주장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 만나자는 것이다. 두꺼운 벽돌책을 쫓기듯이 읽다가 피에르 바야르를 만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셜록홈즈가 틀렸다>까지 구매했다. 피에르 바야르의 추리비평 3부작에서 책 하나가 빠지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셜록홈즈가 틀렸다>는 절판인데 다행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었다. 배송비 2500원 내고 주문할까 2만원을 채울까 고민하다가 2만원을 기어이 채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채링크로스 84번지> <인도 야상곡> <독서의 역사>를 중고로 구입했다.


<독서의 역사>는 개정판이 새로 나왔던데 역시나 개정판은 비싸다. 그래서 구판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요즘 개정판이 나오면 책값이 너무 오른다ㅠ하지만 진짜 문제는 개정판이 안 나오고 아예 절판이 되어버리는 사태다. 사실 피에르 바야르 책도 절판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급하게 구입한 측면도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그래도 계속 찍어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추리비평 3부작의 나머지 책들은 왠지 시중에 있는 책이 다 소진되면 절판될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는 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부모님 댁으로 택배를 보낸 것이다.


위에도 썼다시피 이 책들은 전자책이 존재했다가 사라졌다. 알라딘 장바구니에서 '전자책 확인' 버튼을 누르면 전자책이 있다고 나오는데 전자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나면 '판매중지'라는 문구가 뜬다. 그동안 전자책의 절판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전자책이야말로 절판이 가장 빠르고 수월한 분야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종이책의 경우 출판사와 작가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이미 책으로 만들어져서 시중에 깔린 물량은 계속 판매가 될 것이다.(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혹 서점 매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중고책 시장이 있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할 수가 있다. 그런데 전자책은 계약한 기간이 끝나면 바로 판매중지가 되고 그렇게 사라진 전자책은 구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동안 전자책은 디지털 파일이니까 계속 판매하는 거 아닌가,라는 나이브한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자책도 사라진다. 그것도 종이책보다 더 쉽게 사라진다.


그동안 나의 전자책 구매 패턴에는 문제가 조금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구독 서비스와 전자도서관을 검색해보고 거기에 없는 책들만 구입해왔던 것이다. 내 돈을 쓰면서도 언제나 최선이 아니라 차선에 머무르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구매 패턴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했다. 지금 현재 어딘가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진짜 좋아하는 책들은 판매 중일 때 미리 사놔야만 그 전자책이 판매중지가 되어도 읽을 수 있다.


보관함을 뒤지면서 만약 판매중지가 된다면 아쉬울 책들을 추렸다. 그 과정에서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싹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전에 흥미가 생겨서 담아뒀는데 지금은 관심이 없어진 분야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요즘 화술에 약간 관심이 있는데, 말을 잘 하려면 쓸데 없는 말들을 하지 않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 원칙은 독서에도 적용된다. 책을 잘 읽으려면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에 시간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취향에 휩쓸려 이 책 저 책 손 대고 다니다가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피에르 바야르는 '모든 독서는 비독서'라고 했다. 


보관함에 있는 책들을 아주 과감하게 정리했다. 꼭 사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고 빌려봐도 괜찮은 책들은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이북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하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 중에서 절판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책부터 후딱 후딱 구매할 예정이다.


보관함이랑 장바구니 정리하느라 오늘은 책을 한 장도 못 읽었다. 하지만 책에 대해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생각을 했다.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고 읽지 않는 것도 독서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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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은 한번도 안 읽어봤지만, 저도 언제나 파는 거 아닐까 했어요 그게 아니군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안 파는군요 한국 작가 책은 어떨지... 그것도 팔다가 안 팔기도 할까요


희선

Laika 2024-03-01 09:34   좋아요 1 | URL
저도 잘은 모르지만, 한국 작가의 전자책도 아마 계약이 끝나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판매할 때 미리 사놔야하는 것 같아요. 언제 절판되고 판매중지될지 모르니까요(ㅜㅜ)
 

<듄>은 내용이 궁금하기는 한데 너무 두꺼워서 전자책으로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밀리에 들어왔길래 오케이, 나중에 봐야겠다, 하고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있다가 그것이 또 금방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운 받아서 읽는 중이다. 그 와중에 나의 오래된 크레마 그랑데에서는 이 책이 열리지 않아서(다른 책들 다 문제 없는데 듄만 안 열린다ㅠ) 태블릿으로 읽는 중이다. 


전자책을 읽을 때 태블릿과 이북리더기는 비교가 안 된다. 눈이 빛에 민감해서 내가 좀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데,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보면 5분만 지나도 눈 시리고 눈물 난다. 이북리더기는 정말 종이로 읽는 것 같은 편안함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왜 나의 리더기에서 이 책이 열리지를 않는거니...ㅠ그래도 안 읽고 보내기에는 아까워서 태블릿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런 두꺼운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초반에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등장인물 계속 나오고 처음 보는 단어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책 맨 뒤를 왔다 갔다 하기가 귀찮아서 단어설명 보지도 않고 그냥 읽고 있다. 진도가 빨리 안 나가서 답답하기는 한데...언젠가는 다 읽겠지?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져서 두 권 다 한꺼번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이 다음 이야기는 '실전 한국어'라는데 너무 기대된다. 


이 책은 천천히 읽고 리뷰 남겨야겠다. 한국 작가들 책은 번역된 글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휘리릭 속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의도적으로 슬로우 템포로 읽고 있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를 사면서 이 책도 같이 구매했다. 같이 구입하기에는 너무 안 어울리는 책이기는 한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알라딘에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타고 타고 넘어가다 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책들과 조우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열림원에서 나온 이삭줍기 환상문학 시리즈 두 번째 책인데 이 시리즈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 영국인에 의해 불어로 쓰인 아라비아 이야기라는 설명에서 호기심이 동했다. 재미있으면 이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100% 페이백 행사하길래 대여했다. 90일 대여 금액이 5000원인데 결제하고 다운로드 받고 나면 이북적립금 5000원을 준다. 고딕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흥미로워서 대여해봤다. 100% 페이백 행사 너무 좋다. 앞으로 재밌는 책들이 마구마구 올라왔으면 좋겠다.


<삼체>는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세 권 짜리라서 도저히 손이 가지를 않다가 한달 후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를 공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진짜 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침 크레마 북클럽에 있어서 얼른 '내 서재'에 넣었다. <듄> 다 읽고 나면 <삼체>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북리더기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원래는 7인치 기기를 사려고 했는데 지금은 7.8인치가 끌린다. 7.8인치는 실물 책과 가장 흡사한 크기여서 책 읽는 맛이 있는 사이즈라고 한다. 책 읽는 맛이 있다는 말에 귀가 또 팔랑팔랑. 하지만 휴대성과 가벼움을 생각하면 6~7인치가 적당하고 7.8인치만 되어도 가지고 다니기가 어렵다고 한다.(고작 0.8인치 늘어난 걸로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은 다들 입을 모아 7.8인치는 휴대성이 떨어진다고 하니 믿어야겠지) 


그래서 지금 7인치를 사야하느냐 7.8인치를 사야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북리더기 뭐 살지 고민하면서 이북 카페 들락날락할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몇 권을 읽었을 것 같은데 과단성이 부족한 나는 오늘도 갈팡질팡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로 7인치와 7.8인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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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2-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실전 한국어가 나올 예정이군요?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실전 한국어도 기다려지네요.

Laika 2024-02-25 22:06   좋아요 0 | URL
민음사 유튜브에 작가분이 나왔는데 실전한국어 쓰고있는 중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몇달 전에 올라온 영상이니 지금쯤은 꽤 쓰시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왜 고급한국어가 아니라 실전한국어인가 이런 이야기도 조금 있어서 영상 찾아보셔도 재밌으실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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