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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화성과 나>를 읽었다. 얼마 전에 <타워>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것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화성과 나>는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매우 독특하다. 먼 미래에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아보고 싶다는 연구 의뢰를 받고 화성 연구에 착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의뢰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의뢰자인 외교부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면서 공식적인 연구 자체는 거기서 끝이 난 듯 하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를 본 과학자들이 강의 요청을 해왔고 그렇게 해서 계속해서 화성 이주에 대한 연구자로서의 호기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 화성 이주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걸 SF소설가에게 의뢰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물론 외교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소설가여서 그런 연구 의뢰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 안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붉은 행성의 방식>과 <위대한 밥도둑>이다. <붉은 행성의 방식>은 화성에서 벌어진 첫 번째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화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니, 말만 들어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살인사건 자체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살인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지구의 법을 따를 것인가 화성만의 법을 만들 것인가, 이런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화성에는 정치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논의할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정치인이 화성에 가면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조종사, 엔지니어, 의사, 생물학자와 같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과학자 및 공학자 집단들이 주로 이주 초기에 화성으로 왔다. 하아...이래서 '문송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구가 망하고 화성으로 가게 된다면 그 우주선에 날 태워달라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웬만한 기술로도 안 되고(미용사도 안 태워준다) 인간의 삶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하루아침에 나한테 뚝딱 생길리가 없다. 망해가는 지구에서 행복하게 사는 수밖에.


아무튼 화성에 몇 없는(아마도 유일한?) 정치인인 '희나'는 화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상식적으로 처리하자'는 과학자들의 말을 듣고 열이 받아 버린다. 상식적으로 처리하는 게 도대체 뭔데?! 그들은 모든 걸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인 희나의 입장에서는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어떤 법을 따라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였다.


【"어느 상식?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할까? 거주지 내규가 벌거벗겨서 곤장을 치는 거면 받아들일래? 설마 군법을 말하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그래도 민간 형법이 낫겠지? 그럼 어느 나라 법으로 할까? 당신 나라 법, 아니면 우리 나라 법? 피살자 출신지 법으로 해. 아니면 피의자 출신지로 해? 그런데 이 법들은 관할 지역이 전부 지구 대기권 안이지?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래? 판단은 누가 하지? 지구 법정에 원격으로 세울까? 화성에 변호사는 한 명도 없으니까 지구 변호사를 선임하게 할 거지? 단심제로 해, 아니면 삼심제로 해? 항소 기간에 피의자는 어디에 머물러? 집행은? 형이 정해지면 해당 거주지 구성원들이 직접 집행하게 해? 살인이니 똑같이 사형시켜? 30년 형쯤 나오면 어디에 수감해? 전문 교도관을 화성으로 보내나? 감옥은 새로 하나 짓고? 아니면 우주선 태워서 지구로 보낼래? 그러다 중간에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지? 이송 비용은 누가 부담해? 이송 기간은 수감 기간으로 계산하나? 화성 거주 기간 전부를 수감 기간으로 쳐달라고 주장하면 어쩌지?"】


화성은 완전히 다른 행성이고 다른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 화성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도망가지 못한다. 지구라면 그야말로 '지구끝까지'라도 도망갈텐데 화성에서는 갈 곳이 없다.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역은 (비유적으로)한뼘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기에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역설적으로 보면, 도망치지도 못 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구인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배명훈 작가는 이 소설에서 '희나'의 예측보다는 좀더 늦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쓰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화성에 이주하자마자 살인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 행성의 방식>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편이라서 아쉽다. 도대체 범인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물론 책 안에 이유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 말고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서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화성에서 벌어진 첫 번째 살인 사건 소식을 듣고 나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등등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래서 단편소설집은 너무 좋아도 막 심각하게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궁금한 게 많은데 풀리질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건 <위대한 밥도둑>이다.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평생토록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화성에 이주해서도 별로 힘들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이거 먹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평생 뭔가를 먹고 싶어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어느 순간 지구의 어떤 음식을 강렬하게 갈망하게 되는데.......그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위대한 밥도둑>은 플롯이나 주제보다도, 주인공이 자신이 먹고싶어하는 음식을 설명하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이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어 나간다면, 외국인들이 저 부분을 보고 당장 저 위대한 밥도둑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번 반성했다. 끼니마다 '오늘 뭐 먹지' 고민하는 것도 귀찮고 나를 위해서건 누구를 위해서건 요리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한동안 포만감 느껴지는 알약 개발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떠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화성으로 이주할지도 모르는 미래 인류를 생각한다면, 내가 한 말은 그야말로 있는 자의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화성으로 보내져서 맨날천날 아무 맛도 없지만 생명은 유지하게 해주는 식량들을 먹으면서 살다보면 뭐 먹을지 고민하면서 사는 지구에서의 삶이 얼마나 좋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다운사이징>이 떠올랐다. 어떤 과학자가 생명체의 몸을 아주아주 작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 과학자는 인간의 몸을 아주아주 작게 만들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거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는다. 사람의 몸이 작아지니까 환경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몸이 작아졌으니까 한달 식비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당연히 엄청나게 작은 집에서 살아도 되니까 집세 걱정도 완전히 사라진다.(작은 집이라고 해도 다운사이징한 사람들에게는 대궐 같은 집이다.) 다운사이징 수술은 지구의 환경 문제와 개인의 경제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사회에서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은 사람은 5%에 불과하다. 집 문제, 돈 문제 한꺼번에 해결이 되는데도 그 수술을 선뜻 받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 극극극소수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대궐 같은 집에서 살게 해준다고 해도,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되는 것에 겁을 먹는다. 게다가 원래 크기의 인간들은 다운사이징 수술을 한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작아지는 수술을 받고 세금도 덜 낼 거라면 투표권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 영화에서는 깊게 다루지 않지만 다운사이징 인류와 非다운사이징 인류의 갈등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화성과 나>에서도 지구에 사는 사람과 화성으로 이주해온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알력 다툼이 등장한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낼 때마다 매번 더 힘 있는 사람을 보내서 화성에 대한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화성으로 온 권력자들은 처음에는 화성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다음 번 우주선이 올 쯤이 되면 갑자기 화성 친화적으로 바뀐다. 그 우주선에는 자신보다 더 권력이 센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힘 있는 지구인에게 지지 않으려면 화성인들끼리 대동단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운사이징 수술이든, 화성으로의 이주든, 결국은 인간 집단 간의 갈등이 문제다. 인간이 '화성'에 가서 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이 화성에 가서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화성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인간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기후 문제로 인해 인류의 앞날이 계속해서 힘들어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즘, 화성으로 가거나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과연 선뜻 나설 수 있을까. 이런 소설을 보고 이런 영화를 볼수록 쉽사리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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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부지런히 책을 읽었다. 알라딘 페이퍼에 이렇게 읽었다고 코멘트 남기는 책 말고도 다른 책도 많이 읽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인 책들은 전부 빼버렸다. 책에 대해 안 좋은 평 남기는 게 왠지 미안하다. 일단은 좋은 책만 골라 골라 모아봤다.



루이즈 페니 작가의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는 이번 달에도 열심히 읽었다. 어려운 책 읽다가 머리가 아플 때, 읽을 책은 산더미 같은데 도저히 뭘 집어야 할 지 몰라서 책과 멀어질 것 같을 때 나는 무조건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꺼내든다. 실패가 없다. 첫 장부터 바로 몰입해서 쭉쭉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에 읽은 것들 정말 다 재미있었는데 <냉혹한 이야기>와 <네 시체를 묻어라>는 무조건 순서 맞춰서 읽어야 한다. 사실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 전체가 그렇다. 순서 뒤죽박죽해서 읽으면 이야기가 하나도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첫번째 책인 <스틸 라이프>부터 순서대로 달려서 현재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읽고 있는데 남은 시리즈가 줄어들어가는 것이 아깝다. 이 시리즈는 정말 짱이다. (그런데 <냉혹한 이야기> 종이책 표지는 저렇게 예쁜데 전자책 표지에는 왜 이상한 시뻘건 띠지가 둘러져 있는 걸까. 전자책 구매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도 없는데ㅠㅠ시뻘건 띠지 때문에 표지 보자마자 눈 질끈 감고 본문으로 넘겨버렸다. 다른 책들은 안 그런데 왜 <냉혹한 이야기> 전자책만....흑흑)



<비정성시 각본집>은 다 읽고 리뷰까지 남겼다. 진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양조위 사진만 보고 구입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ㅋㅋㅋㅋㅋ각본만 있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도 있고 13문13답도 있고 나름 알찬 구성이었다. 


타이완 작가인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 이후로 이상하게 대만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비정성시 각본집> 읽고 나서 <먹는 타이완사>도 구입해서 다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도 사놨다. 왜지? 왜 이렇게 대만 관련 책들을 사 모으는 거지? 아무래도 올해 대만 여행 다녀오라는 신의 계시인 것인가. 


예전에 여행 하다가 만난 대만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영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서로 친구처럼 지냈다. 그 친구 정말 쾌활하고 재미있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도 아주 잠깐 배웠다고 했는데 역시 언어 재능은 배움의 기간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아주아주 짧은데도 나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적재적소에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활용해 우리를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 친구와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 이후로 대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먹는 타이완사>는 재밌게 읽었고 <도해 타이완사>는 다음달에 읽을 예정이다.



이 책은 빛소굴 페이지터너스 시리즈여서 구매한 것도 있지만 표지가 예뻐서 끌린 것도 있다. 초록색과 노란색의 배합이 너무 예쁘고 사진도 독특했다. 이번 달에 읽을까, 다음 달에 읽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펼쳤는데 와, 진짜 페이지터너스였다. 정신없이 읽었다ㅋㅋㅋㅋㅋ한 사람의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없고 나쁜 일만 일어나지도 않는 법인데 그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강인하게 살아간 비올레타의 삶은 정말 멋지다. 


역시 페이지터너스 시리즈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시리즈에 속한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쇼샤>가 제목이 예뻐서 끌린다. 다음 달에는 <쇼샤> 읽어야지.



<깊은 강>이랑 <한눈팔기>는 어쩌다보니 동시에 병렬독서로 읽게 되었다. 아니 근데 나쓰메 소세키 작품 처음 읽어 보는데 내 안에 있던 나쓰메 소세키 이미지랑 너무 안 맞아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뜨헉' 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제일 나중에 읽었었어야 했나? 하필이면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에서 제일 처음 읽어버려서 뭔가 다른 작품을 읽기도 전에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쓰메 소세키 하면 뭔가 부잣집 도련님 출신의 고고한 학자 이미지였는데 이 소설 속 겐조(아마도 나쓰메 소세키 본인)는....엄청난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겐조만 보면 돈.돈.돈.돈. 거려서 읽다가 나까지도 '그만해!!!!!'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겐조가 부인한테 하는 행동들은 너무너무 싫은데 사람들이 겐조한테 돈 달라고 달려드는 걸 보면 겐조가 미쳐가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그냥 다들 이상해. 보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설이었다.


<깊은 강>은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인도 갠지스 강 이야기가 나온다길래 읽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들어가는 소설이었다. 특히 미얀마에 주둔했던 일본군 병사의 이야기는....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고통에 경중이 없다지만 이 사람들 앞에서 내 고통을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큰 고통을 겪은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제각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되고 인도 바라나시에 머물게 된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는 인도 바라나시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동물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을 보면 산다는 게 뭔지, 죽는다는 게 뭔지, 그냥 이 세계가 다 거짓말 같고 이 고통도 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깊은 강>의 등장인물들은 갠지스 강에서 안식을 찾았을까. 아니, 안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모든 것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정말로 광인의 이야기다ㅋㅋㅋㅋㅋㅋ. 원래 소설 읽기 전에 배경지식 잘 안 찾아보는 스타일이라 이 소설도 대충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읽었는데......와, 마지막까지 제대로 미쳐 돌아간다.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는 셋 밖에 안 나오는데도 종이책 기준 680쪽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근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말이 많다. 예술에 대해, 삶에 대해, 일에 대해, 부모에 대해, 위스키에 대해 끝도 없이 말을 해댄다. 나는 평소에 말수가 정말 적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하는 게 귀찮아서 말을 안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쪽에서 이렇게 반응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말이 길어지겠지? 아예 말을 안 해야겠다^_^'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어쩜 그렇게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해대는지....세상에 정말로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면 소설적 허용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말을 너무 잘 한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이 책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피곤해서 누워있었다.....재밌다....그런데 너무 기가 빨려....하지만 그만큼 재밌다.



넷플릭스에 드라마 <삼체>가 올라왔다. 넷플 드라마 뜨기 전에 읽으려고 했는데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이 소설이 설명하는 바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일부러 드라마 1편 보고 나서 책 찔끔 읽고 드라마 2편 보고 나서 또 책 찔끔 읽고 이런 식으로 <삼체> 1권을 다 읽었다. 중국 작가가 쓴 SF 소설은 처음 읽는데...재밌다! 나는 상상력이 매우 부족한 극 현실주의적인 인간이라 하드SF든 소프트SF든 제대로 몰입을 못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확실히 드라마가 도움이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특히 소설 속 게임 내용.....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솔직히 중간중간 많이 건너뛰었다. 갑자기 과학 얘기 다다다다 나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매직아이 모드가 되면서 스스스슥 읽어나가다가 과학 이야기 끝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아오곤 했다. 과학 얘기 진지하게 나오는 부분은 정말 어려워서 많이 건너뛰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분명했다. 이제 2권, 3권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1권도 재밌다고는 하지만 쉽게 읽은 건 아니어서 쉽사리 다음 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 먼저 보고 좀 쉬었다가 2,3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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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에도 띠지가 있는 게 있군요 신기하네요 전자책이니 그런 거 없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대만 노래를 틀기도 하더군요 대만 무슨 차트에 있는 노래라고 했는데... 일본 사람이 부른 노래도 대만 차트에 있었어요 나쓰메 소세키는 어릴 때 집이 가난했다고 하더군요 작가 자전 이야기를 먼저 보고 다른 소설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Laika 2024-03-27 22:28   좋아요 1 | URL
나쓰메 소세키는 어린 시절에 다른 집에 양자로 갔다가 다시 본가로 복적했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다른 소설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1권부터 차례대로 읽고 있어요...ㅎㅎ
 

<듄>은 내용이 궁금하기는 한데 너무 두꺼워서 전자책으로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밀리에 들어왔길래 오케이, 나중에 봐야겠다, 하고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있다가 그것이 또 금방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운 받아서 읽는 중이다. 그 와중에 나의 오래된 크레마 그랑데에서는 이 책이 열리지 않아서(다른 책들 다 문제 없는데 듄만 안 열린다ㅠ) 태블릿으로 읽는 중이다. 


전자책을 읽을 때 태블릿과 이북리더기는 비교가 안 된다. 눈이 빛에 민감해서 내가 좀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데,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보면 5분만 지나도 눈 시리고 눈물 난다. 이북리더기는 정말 종이로 읽는 것 같은 편안함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왜 나의 리더기에서 이 책이 열리지를 않는거니...ㅠ그래도 안 읽고 보내기에는 아까워서 태블릿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런 두꺼운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초반에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등장인물 계속 나오고 처음 보는 단어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책 맨 뒤를 왔다 갔다 하기가 귀찮아서 단어설명 보지도 않고 그냥 읽고 있다. 진도가 빨리 안 나가서 답답하기는 한데...언젠가는 다 읽겠지?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져서 두 권 다 한꺼번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이 다음 이야기는 '실전 한국어'라는데 너무 기대된다. 


이 책은 천천히 읽고 리뷰 남겨야겠다. 한국 작가들 책은 번역된 글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휘리릭 속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의도적으로 슬로우 템포로 읽고 있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를 사면서 이 책도 같이 구매했다. 같이 구입하기에는 너무 안 어울리는 책이기는 한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알라딘에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타고 타고 넘어가다 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책들과 조우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열림원에서 나온 이삭줍기 환상문학 시리즈 두 번째 책인데 이 시리즈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 영국인에 의해 불어로 쓰인 아라비아 이야기라는 설명에서 호기심이 동했다. 재미있으면 이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100% 페이백 행사하길래 대여했다. 90일 대여 금액이 5000원인데 결제하고 다운로드 받고 나면 이북적립금 5000원을 준다. 고딕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흥미로워서 대여해봤다. 100% 페이백 행사 너무 좋다. 앞으로 재밌는 책들이 마구마구 올라왔으면 좋겠다.


<삼체>는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세 권 짜리라서 도저히 손이 가지를 않다가 한달 후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를 공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진짜 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침 크레마 북클럽에 있어서 얼른 '내 서재'에 넣었다. <듄> 다 읽고 나면 <삼체>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북리더기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원래는 7인치 기기를 사려고 했는데 지금은 7.8인치가 끌린다. 7.8인치는 실물 책과 가장 흡사한 크기여서 책 읽는 맛이 있는 사이즈라고 한다. 책 읽는 맛이 있다는 말에 귀가 또 팔랑팔랑. 하지만 휴대성과 가벼움을 생각하면 6~7인치가 적당하고 7.8인치만 되어도 가지고 다니기가 어렵다고 한다.(고작 0.8인치 늘어난 걸로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은 다들 입을 모아 7.8인치는 휴대성이 떨어진다고 하니 믿어야겠지) 


그래서 지금 7인치를 사야하느냐 7.8인치를 사야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북리더기 뭐 살지 고민하면서 이북 카페 들락날락할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몇 권을 읽었을 것 같은데 과단성이 부족한 나는 오늘도 갈팡질팡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로 7인치와 7.8인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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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2-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실전 한국어가 나올 예정이군요?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실전 한국어도 기다려지네요.

Laika 2024-02-25 22:06   좋아요 0 | URL
민음사 유튜브에 작가분이 나왔는데 실전한국어 쓰고있는 중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몇달 전에 올라온 영상이니 지금쯤은 꽤 쓰시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왜 고급한국어가 아니라 실전한국어인가 이런 이야기도 조금 있어서 영상 찾아보셔도 재밌으실 것 같아요ㅎㅎ
 

전자책 적립금이 두둑해졌다. 댓글 추첨 적립금이랑 기대별점 적립금, 그 외 모든 전자책 적립금을 모두 긁어모으니 4,600원이다. 나는 전자책 적립금이 2,000원만 모여도 책을 사는 팔랑 주머니인데 4,600원이라니 뭔가를 사야만 했다. 


책을 고를 때 요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페이지 수다. 같은 가격이라면 두꺼울 수록 좋다. 요즘 현대인들이 영화를 배속재생 아니면 요약본으로 보는 이유가 시간 가성비 때문이라는데 나는 책 살 때 페이지 수를 계산하는 쪽수 가성비 주의자다. 책 사면서 쪽수 따지는 내 자신이 너무 속물 같아서 깜짝 놀랄 때가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자꾸만 페이지수를 보게 된다. 나름 합리화도 해본다. 어쨌든 페이지수가 많다는 건 작가가 할 말이 많다는 것이고 할 말이 많다는 것은 나름대로 그 주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천착했다는 뜻이 아닐까, 라면서.


오래 전에 보관함에 담아 두었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구입했다. 종이책으로 856쪽에 달하는 벽돌 오브 벽돌책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상당히 딥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덜트 소설이라고 해서 마음을 조금 놓았다. 어떤 평을 보니까 1984에 해리포터를 섞은 것 같은 이야기라고 하던데, 기대가 된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설 연휴 전에 구매한 건데 아직도 안 읽었다. 창작에 대한 책, 책에 대한 책, 이런 걸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책이나 소설을 써보겠다는 꿈은 전혀 없다. 책은 그저 읽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딘가에는 매력적인 이야기, 매력적인 책을 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서 창작에 임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사봤다.


한국 소설도 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광인>을 구매했다. 같은 작가가 쓴 <사랑의 이해>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드라마 제목은 들어봤는데 소설이 원작인지는 몰랐다. 이거 다 읽고 나면 그 책도 읽어봐야겠다. 


요즘에 책 살 때 자꾸만 출판사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민음사랑 문학동네는 워낙 구독 서비스에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이 민음사나 문동이면 구독 플랫폼에 올라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양날의 검이다. 구독 플랫폼에서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구독 서비스에 들어올 거라는 생각 때문에 책을 안 사고 버티기도 한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밀리나 크레마 북클럽 같은 구독 서비스는 한줄기 단비와도 같지만 실질적으로 출판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광인>은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다.)


요즘 한자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한자 과목이 그렇게도 싫었는데 책 읽는 걸 좋아하게 되고 여러가지 단어들의 뜻을 좀더 예민하게 분류해보고 싶어지면서부터 한자가 재밌어졌다. 이 책은 평이 상당히 좋길래 보관함에 담아두었다가 연휴 전에 적립금 털면서 샀다. 이 책은 표지 색깔이 참 예쁜데 흑백 전자책 리더기에 가둬두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 책은 설 전부터 읽고 있는데 아직도 1권을 못 끝냈다ㅋㅋㅋㅋㅋ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게 아니다. 뼈 때리는 문장도 너무 많고 나름의 스토리도 있다. 도러시아와 캐소본 목사의 결혼 이야기가 일단 커다란 메인 스토리인데...둘 나이 차이가 무려 스물 일곱살이다 캐소본 목사가 45살, 도러시아가 18살......근데 도러시아가 원해서 한 결혼이다. 설상가상 둘이 결혼하고나서 신혼여행지에서부터 삐그덕 거린다. 도러시아에게 고등교육의 기회가 있었다면 캐소본 목사와 결혼을 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지금 1권의 절반 이상 읽었는데 2권은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아마존 킨들에서 원서 전자책을 사봤다. 단어 뜻을 알려주는 Word Wise 기능이 너무 신기해서다. 원서 읽다가 사전 찾아보는 게 너무 귀찮아서 슬렁슬렁 읽었는데 이 기능은 그야말로 혁신이요 혁명이다.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원통하다.




아마존에 전자책을 사려고 들어가보니까 예상 외로 가격대가 높았다. 13~15달러 정도인데 요즘 환율이 높아서 거의 이만원 대다. 게다가 전자책이 종이책값보다 비싸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찌됐든 전자책이 종이책보다는 싼데 미국은 참 신기한 가격 책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쪽은 도서정가제가 없어서 그런지 잘 찾아보면 저렴한 책들이 있기는 있었다. <In Cold Blood> 전자책을 3.29달러(=4,400원)에 팔고 있길래 바로 결제했다. 결제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해냈다.


핸드폰에 있는 킨들 어플에서 책을 다운로드하고 워드 와이즈 기능까지 실행했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서 이북 리더기에도 킨들 어플을 깔아봤다. 킨들 apk 파일을 설치하는 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로그인이 안 된다. 로그인 하려면 핸드폰으로 보낸 코드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계속 오류 메시지가 뜬다. 열받아서 그냥 꺼버렸다. 어플 문제일까 리더기 문제일까.


전자책 리더기 새로 사고 싶다. 내가 쓰는 제품은 오래된 크레마 그랑데인데 요즘 오닉스 리프3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무난한 7인치 제품이고 중국 직구를 할 경우에 가격은 20만원대 초중반이다. 사실 제일 사고 싶은 건 컬러 이북리더기인데 가격이 거의 100만원대로 사악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컬러 이북리더기는 로또 맞으면 사기로 하고, 일단 오닉스 리프3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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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1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을 많이 보시면 리더기도 중요하겠습니다 컬러도 나왔군요 나오기는 하겠습니다 글자만 읽는 데 색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책은 컬러기도 하니 컬러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면 그것도 값이 좀 내리겠지요 언제쯤...


희선

Laika 2024-03-01 09:30   좋아요 1 | URL
사실 흑백책을 읽을 때는 흑백 리더기도 상관이 없는데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간 책들은 컬러 리더기로 읽으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아직 가격이 많이 비싸서 몇 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귀신들의 땅> 다 읽고 리뷰까지 올렸다. 그런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이 작가 계정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을 일단 언급 하면 무조건 찾아서 RT 해주시는 듯 하다. 한국뿐 아니라 각국 번역본 관련 글을 다 찾아다니시는데 최근에는 한국 번역본 지분이 상당히 높다. 자신의 책을 검색해보면 좋은 평만 있는 건 아닐텐데 상처 안 받으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중간 정도 읽었는데 밑줄 오백 만 개 그었다. '자극적인 책'을 좋아한다고 쓰셨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충격과 자극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동안 흔히 말하던 것들을 비틀고 비틀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나의 소원은 인류 멸망"이라는 부분에서는 뒤집어졌다. 나와 반려인이 매일 하늘을 쳐다보며 '핼리 혜성 언제 떨어져...?' 이러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에 쓰인 글들은 가슴을 콕콕 찌른다. "내 소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즉사’는 모든 사람의 희망일 것이다. 두 소원의 공통점은 시간 차가 없다는 것, 즉 고통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동시에 사라져야 이별을 피할 수 있다. 한창 연애할 때 ‘손 잡고 같이 죽자’는 맹세는 얼마나 흔한가. 고통 없이 죽고 싶은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비극은 경험의 시간 차에서 온다." 캬....핼리 혜성 언제 떨어지냐며 그저 웃기만한 내 자신을 반성하고 만다.



원래 SF와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요즘 SF가 너무 인기여서 소외감 들지 않으려고 인기작만 골라서 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SF에 확 빠져들지를 않는다. 상상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과학 지식도 전무한 수준이라 그런 거라고 본다ㅠ그래도 편식은 좋지 않으니까 가뭄에 콩 나듯이 이런 책들을 읽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직 '와 진짜 이거야' 하는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맨날 로봇 같다고 하는데 그 로봇 같은 인간은 좀처럼 로봇 소설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니 나는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보다도 더 삭막한 개체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반려로봇 한 마리 키우게 되면 그 로봇한테서 사랑과 휴머니티를 배워야 할지도ㅠ



이거는 민음사 홍보 문구 보고 재미있어보여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이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설연휴 독서 지원 적립금'이라면서 2000원 전자책 적립금을 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룰루랄라 이 책 사려고 결제를 진행했는데 적립금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2만원 이상 구매 시에만 사용 가능한 적립금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다른 책도 한 권 추가해서 결제를 해버렸다. 

이 책은 예전 같았으면 관심 가지지 않았을 분야다. 요리?음식? 정말 관심 없다. 요리 한 시간 하느니 설거지랑 청소 두 시간 하는 게 더 좋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재밌게 읽게 되었고 이 시리즈에 등장인물들이 맛있는 걸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급기야 이런 '소설과 음식을 엮은 에세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 챕터2 읽고 있는데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가 겁나게 퍽퍽하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 칠면조 요리가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퍽퍽해지는지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너무 웃기다. 안 그래도 지방 없는 칠면조를 잡아서 냉동실에 장기간 보관하다가 그 커다란 걸 통째로 오븐에서 세 시간을 구우니 안 퍽퍽해질 수가 없다. 나는 닭다리살을 싫어하고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강경 퍽퍽살 옹호론자인데 나조차도 칠면조는 먹고 싶지다 않다. 어우 퍽퍽해.



그리고 이번 달 최대 목표는 <미들마치> 완독.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일단 전자책으로 사놨으니까 시작한거나 다름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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