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


  구본형은 IBM에서 20년간 근무하였다. 그가 맡은 역할은 ‘변화경영’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하는 것이었고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국제 심사관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들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그의 업무와 연관된 대표적인 저서가 『월드클래스를 향하여』(2000)이다. 이 책에서 그는 경영품질모델인 ‘말콤 볼드리지 모델’을 경영자와 직장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공익을 경영하라』,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를 통해 변화에 무관한 듯 보였던 공공기관과 비영리조직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업무 영역에서의 활동은 1992년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제1회 '경영혁신대상' 개인 공로자상이라는 영광을 주었다. 직장을 나와서는 방송에 소개되기도 하고 현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체 및 학교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강연을 통해 2005년에는 삼성 SDS E캠퍼스 강사 3,000명 중 최고의 강사, 기업 CEO들이 뽑은 최고 변화경영 이론가, 직장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강연자 1순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활동이, 기업에서 강연을 하고 직장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 그가 ‘변화경영’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그를 바탕으로 저서를 집필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저서를 직장인들의 업무 관련서로서의 실용서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저서들은 그가 공부한 역사학과 경영학이 조화롭게 ‘변화’라는 주제와 만나 그만의 특징을 나타내며 인간의 근원적인 사색의 힘을 일깨우며 자아성찰과 함께 행동력을 일깨우고 있다. 아마도 책 속에 묻어 있는 치열한 자기 고민과 사색의 힘, 그가 겪은 경험들에서 우러나는 통찰력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처음 집필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부터 『낯선 곳에서의 아침』, 『사자같이 젊은 놈들』, 『깊은 인생』등 그의 저서들은 변화를 하게끔 해주는 매뉴얼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그 변화의 욕구를 관찰하고 자신의 내적인 동기를 탐험하게 하도록 해주고 있다.   

  그럼 이쯤에서 그가 말하는 변화의 개념을 보자. 그는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변화란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변화하며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죽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1년 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1년 동안 죽은 있었던 것이며, 어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난 24시간 동안 죽어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는 살아 있다. 매일 글을 쓰고 매년 책을 내고 있는 그는 어제와 같지 않고 1년 전과도 같지 않다.

  어쨌든 그는 ‘변화’라는 것을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자기 삶에서 쉽게 적용하지 못하고 어렵게 느끼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변화경영’이라는 개념으로서 인문학적인 성찰과 경영학적인 마인드로 개인의 자기 혁명을 이끌어내도록 하고 있는 오래도록 이 분야를 다루고 익혀온 ‘변화경영의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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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명명(命名)


  이름이란 한 사람의 정체성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름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인지하고 기억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거침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고 외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관계하며 많은 이름을 얻게 된다. 그 속에 그들의 역할과, 행적과, 이상이 담겨 있다. '기억‘의 주체를 나로 볼 것인가, 타인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누군가에게 기억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결국 이 모두가 나의 ’알릴만한 일'에 따르는 귀결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제 이름으로 기억되려면 우리는 ‘세상에 알릴만한 일’ 하나쯤은 해야 한다.

  구본형은 자신의 명함에 자신을 칭하는 알릴만한 일들의 이름을 여러 번 바꾸었다. 처음엔 저자로, 작가로 그 다음엔 자신의 책의 주제인 '변화'의 경영자로, 사상자로, 그리고 시인으로.

 

 그는 1954년에 태어났고 2013년 4월 어느 날, 59세의 나이로 이 세상과 결별했다. 그가 익숙한 이 곳과 결별하게 된 것은 폐암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마지막까지 아픈 몸을 숨기고 EBS 라디오에서 『고전읽기』를 통해 ‘변화경영’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온전히 그의 생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그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였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좋은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를 꿈꾸었으나 1980년이라는 한국의 시대적 현실 속에서 파생된 몇 가지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그는 회사원으로서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살았다며 ‘가끔 내가 가보지 못하고 끝나버린 역사학자의 길을 한숨 쉬며 되돌아보곤 했다(그리스인이야기, p450)’고 술회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지나간 삶에 대해 한번쯤은 회한을 갖기 마련이고, 그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기업의 간부를 지냈다는 점, IMF의 고비 속에서도 한 직장에서 20년을 근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평범함을 넘어선, 안정적인 성공적 삶을 살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인간이 겪게 되는 자연스런 삶의 고민들을 겪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40대란, 이른바 중년의 사춘기이다. 또한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이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욕구 5단계를 설명하며 마지막 단계를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이야기하였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키워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고픈 욕구라고 할 수 있는데, 욕구는 인간의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 된다. 이와 같이 흔들리는 40대에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이루어나가고 있으니, 실로 인간의 욕구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자, 또한 강한 행동력으로 변화를 이루어가는 평범치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는 40대에 그가 늘 다루던 직장의 ‘변화경영’의 개념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이루며 작가로서 내딛는다. 세 번째 책이 출판된 해, 마흔 여섯에 20년간 몸담았던 직장과 이별하며 1인 기업가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 그는 매일 하루 두시간을 자기를 위해 쓰기를 강조하며 자신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쓰기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꾸준한 글쓰기는 매년 한권씩의 책을 출간한 결과로 나타난다(혹여, ‘안 보는데 어찌 알리오?’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가보면 안다. 홈페이지 칼럼이나 댓글 등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글의 업로드 시간이 새벽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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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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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없이 목적없이


삶의 배후에 있는 삶을 찾아 떠난 여행자들은 때가 되면 귀환한다. 삶에서 얻은 것들을 삶의 뒷전에 놓아두고, 검고 어두운 어머니의 계곡으로부터 잃어버렸던 자아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은 기존 사회의 ‘서릿발 같은 증오와 심문’과 맞서야 한다. p444


  개정판에선 윤광준 사진가의 사진이 더해진 떠남과 만남은 저자의 남도여행기이다. 초판은 2000년이니 그 무렵의 어느 즈음에 여행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니 그 즈음 저자는 2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서 살아온 저자에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IMF 이후로 자발적 퇴사보다는 어떡하든 직장인으로 살아남으려던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가. 그런 만큼 현재와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때의 여행은 마냥 한가로이 휴식을 즐기는 여행과는 의미가 다른 것이었다.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다지며 미래를 위한 결심을 다지는 여행, 저자는 오랜 직장인으로서의 관습과 결별하겠다는 의미로 여행을 시작했고 다시 보내게 될 새로운 인생은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단언하건대, 비효율적으로 한 달반을 보내게 될 것이다. 쓴 만큼 못 얻는다는 것이 비효율의 정의다. 일주일에 다섯 군데밖에 구경하지 못했다면, 같은 시간에 열 군데를 둘러본 사람에 비해 얼간이 같은 짓을 했다는 뜻이다. 나는 얼간이가 될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는 없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한다. 순수한 배운 자체는 즐거운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이제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지리적 오지란 별로 없다. 마음속의 오지가 더 넓다. 나는 나와 함께 있을,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움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간다. 나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쓸 예정이다. 햇빛이 들과 밭에 내리듯이. 산과 강과 바다에 쾅쾅 쏟아지듯이. 거기에 무슨 효율이 있는가? p19


  찬기와 따스한 기가 공존하는 3, 4월의 남도. 봄꽃이 나와 흔드는 길 위의 여행, 아무 계획도, 행선지조차 없는 여행은 50일간 지속되었다. 그 50일은 저자가 자신에게 주는 휴가였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10년의 휴가, 한달. 그리고 20년 일한 뒤의 두 달의 휴가. 기차표는 구례까지였다. 그러나 순천이든 곡성이든 저자는 어디든 내려도 상관없었다. 저자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발길 닿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기억을 따라서 혹은 그저 기대를 따라서, 혹은 꽃을 따라서….” 어쨌든 구례역에서 내렸나 보다. 섬진강이 이 책의 첫 시작인 것을 보면.


  꽃잎이 날리는 길을 따라 취한 여행길은 어느덧 옛사람의 정취를 느끼는 길을 따라 이어진다. 해남 두륜산과 강진, 다산초당에서, 그리고 고금도 충무사에서 그는 옛사람들의 정취에 그리움 한가득 담아 온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에서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기도 하며 반성과 다짐이 반복되는 진중한 여행. 역시 사람의 향취가 드리운 여행의 모습이다.  

  다시 바다와 바람이 이어진 길들을 찾아 떠난다. 그곳에서 바다를 즐기는 법을 배운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푸른빛을 음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철썩거리며 들어오고 다시 빠져나갈 때 작은 갯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난다. 저쪽 구석에서 먼저 부서진 파도가 내는 소리를 듣고 이어 다시 이곳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파도가 싣고 오는 바다 냄새를 흠뻑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다의 채취는 바람에 실려 온다. 그 속에는 미역, 김, 파래, 톳 같은 것들의 싱싱함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금처럼 눈을 감고 누워 손가락을 조금씩 꼬물거려 갯돌들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매끄럽기 한량없다. 조금 거친 것들도 있고, 완벽한 매끄러움으로 손가락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도 있다. 또 있다. 간혹 바다가 만들어주는 소리들에 가벼운 변주를 더해주는 것이다.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갯돌을 누운 상태에서 하늘로 던지는 것이다. 잠시 후 바다에 퐁 빠지는 그 소리는 연주회에서 간혹 들리는 탬버린 소리처럼 경쾌하다. p179


 장환의 일몰, 잊혀지지 않는 천관의 초야, 아름다움이 가득한 천관산을 여행하고 마치 바다와 바람에 몸을 맡긴 듯이 정말로 계획과 목적 없이 떠난다. 섬으로 섬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계획 없다 하여 두려움을 품지 않는다. 목적이 없다 하여 허무를 품지 않는다. 보길도, 완도, 장도, 완도. 남도의 섬에서 그가 마냥 섬이라 고립과 외로움을 얻어 왔겠는가.


줄곧 혼자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독 속에 누군가 며칠 다녀가고 다시 혼자가 되면 그때는 허전해진다. p74


  여행이란 떠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의 귀환은 어떤 변화와 함께였을까. 그가 잃어버린 자아와 되찾은 자아는 이제 이어갈 삶에서 어떤 형태로 그를 다듬어 가게 될까. 여행은 떠남이고 만남이다. 그것은 장소와 사람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생각과 생각들도 포함된다. 익숙했던 관성에 따랐던 것들을 어떤 식으로 떠나보내었을지. 왜 그것들을 보내고 새로운 생각들에 나를 담그게 되었는지, 여행은 그런 것들을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만든다.

 

한 달 반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내가 버리고자 했던 다섯 가지를 버렸는가? 아침의 면도, 대낮에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자유, 지위에 대한 압박, 월급이 주는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아닌지도 모른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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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 구본형의 하루 경영 9가지 법칙, 개정판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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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돌을 놓는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화두는 하루를 잘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는 ‘변화’를 단순하고 감상적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접근으로 ‘경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첫 책에서부터 줄곧 저자의 메시지인 ‘변화’의 필요성은 여러 책을 출간하는 동안 차곡차곡 단단히 채워져 왔다. 특히 저자는 이 자기계발, 자기혁명을 주창하면서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가 아니라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있는 언어로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변화를 위해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한 방법들을 인문학적 사고와 감수성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보통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차별적인 책의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저자의 책이 읽고 싶어진다면 다른 무엇보다 탁월한 책의 제목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일상의 황홀><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떠남과 만남> 등등. 저자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편하게 다가오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주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될 듯하다.

  이 책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타자의 욕망이 아닌 순수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하며 일상을 차근히 들여다보며 새로운 의미 찾기를 모색하라고 했던 저자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루를 보다 알차게 보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른바 하루를 더욱 더 아름답게 경영하는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위기가 도래했을 때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하기 위해 애썼노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는데 주저하고 있지만 아마도 변화라는 것을 대단하고 거창한 ‘변혁’ 혹은 ‘사건의 전환’ 쯤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넘어선 변화경영을 시작할 것을 말한다. 그것을 위해 9가지 하루 경영의 원칙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녹여내는 이 글은, 어쩌면 ‘시간관리’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 관리는 시간의 통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시간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우리를 통제한다. 시간을 통제하려는 사람은 시간 대신 자기를 통제하게 된다.

시간 관리는 ‘만일 내가 시간을 통제한다면, 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번 사람이 더 시간이 없다. 하루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분해하는 사람은 적어도 그 일을 하느라 더 바쁘다. 그 사람은 하나의 약속에서 다른 약속으로 이동할 뿐이다. 여전히 그는 시간에 쫓긴다. 시간의 부족은 유감스럽게도 오히려 성공적인 시간 관리의 결과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은 시간을 절대로 가지지 않은 사람이다. 그들은 시간을 그대로 놓아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물(先物)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조각조각 분해된 시간의 조각을 먼저 어딘가에 배타적으로 묶어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p94


  자신의 이중성을 칭찬하고, 창조적 괴짜가 되고, 함께 춤추는 여인에게 배우고, 웃고 또 웃고, 쓸데없는 약속은 버리고, 스물 네 권의 책을 읽고, 놀지 않으면 창조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아빠 앞에 ‘부자’와 ‘가난’이란 말을 달지 말고, 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이와 같은 아홉 가지 주제를 내세우며 “오늘에 몰두하고 빠져들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 내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개인이 개인의 관점에서 조직의 관점에서 풀어주고 격려해줘야 할 원칙들을 이야기한다. 오늘이란 이미 내가 소유한 것으로 하루를 가볍고 경쾌하고 살만하고 몸에 안기는 시간으로 바꾼다면, 진검 승부가 가능하리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다.


“이 책은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그 지점에 징검돌 하나를 새로 놓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곳은 물살이 너무 세고 물이 깊어 돌을 놓을 수 없는 자리다. 이 책이 시도하려는 것은 그 간격이 우리가 건너뛸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음을 알리는 일이다.”


  이 책은 일본어와 영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가 말하는 아홉 가지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고 그것이 그들의 하루를 경영하는데 의미있는 방법이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눈부신 하루를 보내는데 아홉 가지를 모두 행하느라 낑낑댈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런 조언들을 들을 때면 그 조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해내기 위해 안달하곤 한다. 이런 맘을 아는지 저자는 모든 것을 다하려 애쓰지 말고 하나만이라도 기억하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맘에 닿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실천하여 가라고. 저자가 말한 징검돌의 의미가 새롭게 와 닿는다. 내가 건너뛸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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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일상의 황홀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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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상, 의미



  이 책이 출간된 2004년 당시만 해도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칭하던 구본형 선생님의 하루하루의 기록이다. 그 하루하루를 일기 형식으로 담은 것으로 이 일상의 기록이 중요한 것은 이 기록을 통해 “나는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꽤나 일기를 써본 우리일 테니 일기란 어떤 것인지 안다. 아니, 일기를 쓰는 날의 기분 정도를 금세 떠올릴 수 있다. 일기는 내게 의미있는 사건이나 의미있는 감정의 변화가 있을 때에 자발적으로 써진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일기란 반복적인 일상을 기록하는 참 하기 싫은 숙제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저자는 하기 싫은 숙제인 일기를 기록함으로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변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루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사건’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일에 시선이 갈 때도 있다. 그것이 그 감정 그대로 기록이 되면 그것 또한 내게 새로운 의미를 주는 ‘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의 일상의 느낌을 새롭게 가질 수 있다. 내가 하루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의미를 두지 않고 또한 다른 시선을 보내는지. 나의 그런 일상에서 황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황홀함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저자는 알려 주는 것이다.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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