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 스타일 - 전2권 세트
김점선 외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책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김점선 화가를 처음 보았다.

성별 구분이 모호한 외모에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로 툭툭 내뱉는 솔직한 언사에 호기심이 일어 <나, 김점선>이란 책을 읽었고 그 뒤로는 그 사람을 그냥 무작정 좋아하게 되었다.

유행은 넘치지만 진짜 스타일이 부재하는 요즘, 그만큼 매력적이고도 희귀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특정한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김점선 화가만의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 모두 불필요한 장식이나 군더더기 없이 간명하다.

자잘한 설명도, 궁색한 변명도 없다.

그만큼 솔직하고 떳떳하고 천진하다.

<김점선 스타일>은 김점선 화가가 만났던 사람들, 김점선 화가를 만났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엮은 유쾌하고 담백한 추억의 앨범과도 같다.

사람을 저절로 기분좋게 만드는 '웃는 말'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증정품으로 받은 컵받침 네 개는 본래의 용도로 쓰지 않고 책장에 얌전하게 세워두고는 짬이 날 때마다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보곤 한다.

뭔가 ~ 체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는지, 뭔가 ~ 척 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진 않았는가 말이다.

전 지구를 덮을만큼 숱한 그림을 그리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를 구하려 했을만큼 일과 사랑에 있어 자신을 통째로 걸었던 김점선 화가의 열정을 떠올릴 때마다 웃는 말, 날고 있는 오리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내면에 그 무엇도 따라잡지 못할 강력한 에너지를 장전한 자연의 전사들처럼 용기 있고 비장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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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5-3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크릿 가든 노래 제목이네요? 히힛. ^^
깐따삐야님 서재 댓글로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잘 부탁드려요~ :)

깐따삐야 2006-05-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반갑습니다. 곧 서재에 구경 가야겠네요~ ^^
 
나는 모조인간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2/3 정도 독서를 한 다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서평을 쓰나, 하는 마음에 쉰을 훌쩍 넘기신 엄마께 책을 권해드렸다.

엄마는 오후 내내 진지하게 독서에 몰입하신 다음 "너는 이 책 읽지 마라."라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한 생명의 신성한 탄생과정부터 장난처럼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너무나 불온할 뿐더러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와는 도무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셨다.

겉으로는 얌전하고 신사적이지만 언제든 섬 밖으로, 룰 너머로 튀어나가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감춰둔 욕망 해소를 위해서 쓰여진 잡담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마구 불쾌했던 건가?"

"번역한 사람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소설처럼 옮기느라 애 많이 썼겠더라."

엄마의 혹평에 대부분 공감하며 나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다음에는? 라는 질문에 이 책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아쿠마 카즈히도라는 다분히 유아적이고 엽기적인 존재를 이야기 전면에 내세워 작가가 홀로 이런저런 발칙한 장난을 치면서 억눌린 무언가를 배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이따금씩 조각난 파편처럼 의식 속을 떠다니곤 하는 유치한 사고, 지독하게 무료하거나 사람들로부터 환멸을 느낄 때마다 머릿속 한 귀퉁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엽기적인 상상, 그것들을 펼쳐놓는 데 굳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릴 필요가 있을까.

배설을 통한 자기만족과 자기위안이 필요하다면 일기를 쓰거나 수기를 쓰면 된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배설을 추구하긴 해도 작가가 여과 없이 쏟아놓은 적나라한 배설물을 보고 싶어하진 않는다.

소설은 보편성을 추구함으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장르다.

추한 가운데에도 아름다움이 숨어 있고 독특한 가운데에도 진실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경계 없이 흘러다니는 지나친 자유로움은 오직 혐오감만 준다는 깨달음 하나가 내가 건진 것의 전부다.

이렇듯 내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책이었으나 애쓴 번역을 고려하여 별 두 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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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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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착을 하면 안되는 거에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이유는, 엄마 설명에 따르자면, 무엇인가 죽거나 망가지거나 사라져버린 것으로 인해 내가 불필요한 괴로움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 그렇게 가슴 아파할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 엄마가 덧붙였다.-23쪽

그런 약점은 탐욕이라는 자양분을 먹으며 자라난다. 탐욕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든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진실 탐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점이다. -35쪽

그렇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으려 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것을 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체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산수 과목에서 어떻게 최고 점수인 1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에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는 건 명백히 세상을 속이는 짓이다. 차라리 마이너스 3점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도 아하, 이애는 산수를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점수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 것 아닌가?-110쪽

나는 엄마를 졸라 수도 없이 내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반복해 듣곤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아주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를 그토록 고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간절히 소망하곤 한다. 제발 다시 한번 태어났으면, 이번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은 5월 어느 날, 어느 누구에게도 아픔을 주지 않고 다시 세상에 나왔으면 하고 말이다. 내 탄생에 얽힌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당시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 사랑하는 아이를 혹시 잃게 될까 봐 헛소리까지 했다는 부분이었다.
-125쪽

내가 알기로는 어른이란,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당히 체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다. -145쪽

삶이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무지하다. 그들은 유일하게 참된 지식과 유일하게 진실된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잘못된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까닭에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159쪽

엄마 말에 따르면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성공적인 인생을 이끌어갈 확률이 크다. 남자는 반드시 여자가 필요하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에는 인생의 반려자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게 된 홀아비며 과부들이 꽤 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은 한 달도 채 못 되어 파삭 쪼그라든다. 그와 달리 남편을 잃고 혼자된 여자는 날이 갈수록 환하게 피어올라 마침내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170쪽

'딜레마'라는 것은 철저히 인간적이다. 동물은 결코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213쪽

심장과 머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인식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감동스럽고, 사랑이 보다 큰 통찰력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통찰력이 근육과 두뇌 사이의 결합을 끊어버렸고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독립성을 심장에 부여하고, 거기에 더하여 온갖 미사여구로 아름답게 치장한 다음 여자들만의 전용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바로 그 점을 즐거워할 수 없다.-258쪽

파라다이스는, 그곳을 떠나는 순간, 혹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만 존재한다. 지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의 공간에서 파라다이스를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파라다이스는 언제나 피안에 존재하는 법이다. 파라다이스는 그곳에서 영원하며 그곳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완성과 현실은 결코 오래 지속되거나 공존하는 법이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아주 잠깐 동안뿐이다. 그 둘은 서로를 파괴한다.-279쪽

강의에 몰두해 있다가도 문득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하루 종일 강의실을 옮겨다니며 공부하는 이 순간처럼 만족스럽고 자주적인 시간은 없을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로지 더 알고 싶다는 끝없는 지적 허기를 달래는 일에만 몰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286쪽

나에게 가장 자신 있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은 그 두 학문의 세계관을 연결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철학자들이 관념이라고 부르는 것과 심리학자들이 감성이라고 부르는 그 두가지를 나란히 놓고 이해하고 싶었다.-296쪽

"넌 집착이 심해. 누구라도 너한테서 그런 걸 느낄 거야. 이제 한번쯤 너와 거리를 두고 싶어."
아라가 말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될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때, 서로에게 속하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할 때, 그리고 상대방에게 어떤 기분 상태인지를 드러내지 않을 때 가능한 거야. 자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드러내는 것은 친밀감의 다른 표현이거든."
-300쪽

사랑하는 사람은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만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이것은 사랑의 재능을 드러내는 순간에, 그러니까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직 다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만 생겨나는 의미다.
그것은 헌신과는 별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것은 의존, 자제, 자유로운 선택, 인식 그리고 신뢰와 더 많은 관계가 있으며, 끔찍하게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324쪽

"나를 불신하지 않고는 날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대체 뭐야?"
내가 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테니까."-337쪽

인간은 가장 인간적인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거든.
화폐의 유통과 마찬가지로, 네가 가치를 인정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합의가 전제될 때 비로소 유효한 거야. 인간이 탐닉 때문에 치러야 하는 가장 큰 대가는, 자기 망상에 빠질 때마다 이 의미심장한 결합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지.-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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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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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 이 분 사랑에 대해 너무 많이 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연애박사란 감이 오면서 과연 스스로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그의 책을 읽고나서 그에게 다가서는 여인은 등에 식은땀이 졸졸 흐르지 않을까.

내 눈빛 한 조각에서도 심리학적 의제를 발견하고 내가 말하는 모습과 내용을 바탕으로 철학사를 훑어내리며 서너번 정도 만나고 나면 언제쯤 쫑이 날 것인지도 미루어 짐작 가능할지 모르니까.

사랑의 낭만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남자, 이상과 현실을 총체적으로 이해한 후 바람직한 결과까지 도출할 수 있는 남자는 무진장 매력적인데다 존경스럽겠지만 그만큼 드물고도 순간, 공포스럽지 않은가.

이 책의 줄거리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만큼이나 단순하다.

엘리스란 여자가 에릭이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고 필립이란 남자를 새로 만나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에 비해 보통씨 연애소설의 백미는 역시 연애 당사자들의 개성과 그들의 심리구조다.

몽상가인 엘리스는 사회적 의무를 함께 수행하는 동지로써의 남자(제인의 남자친구인 존), 미남인데다 능력있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 번듯한 애인으로써의 남자(에릭)들에게서는 늘 이건 아니지 싶은 공허감을 느낀다.

엘리스의 눈에 비친 존은 성실하고 믿음직한 동지로써의 배우자이긴 해도 어딘가 로맨틱함과 섹시함이 부족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고등한 의지력에 비해 스스로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 하등한 이해력을 지닌 에릭 또한 경박하고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커플이 한 쌍 있는데 남자 쪽이 에릭과 다소 비슷하다.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심심해, 외로워, 우울해'란 세 마디 말을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남자.

이렇게 시시각각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심심하고 외롭고 거기다 우울하기까지 할 틈이 어디 있냐고 버럭 호통을 치는 남자.  (ㅋㅋ~)

사회적인 관계 내에서는 똑똑하고 사람 좋다는 평을 듣지만 가까운 사람의 속내를 읽어주고 로맨틱한 무드를 잡는 데에는 영 젬병인.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남자는 엘리스같은 여자와 엮이지 않았다.

그 남자의 그녀는 어디서든 등만 대면 코를 골만큼 수더분하며 목표를 하나 정하면 치밀하게 밀고 나가는 남자에게서 한껏 존경을 느끼는 현실감 만땅인 사람이다.

엘리스는 에릭과 헤어지길 잘했고 필립과 잘 어울린다.

그녀에게는 영혼이 있다고 말하는, 그런 이유에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 사람이라면, 독자 입장에서 얼마나 안심을 하며 책장을 덮을 것인지 영리한 보통씨는 이미 헤아리고 있었던 것일까.

전형적인 케릭터를 가지고 열연을 펼치는 인물들을 보면서 또 다시 무릎을 탁, 치는 유쾌하고도 만족스런 공감을 했지만 여전히 미진한 질문은 남는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도식적이란 말인가. 사랑은 공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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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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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한 때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그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과 책에서 제시한 삶의 방법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가끔 생활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전환점이 필요하거나 산란해진 정신을 추스릴 때 한 번씩 꺼내 읽곤 했던 책이었다.

'거짓의 사람들' 또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인데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실제로 박사와 상담을 거쳤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인텔리거나 대외적으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어떤 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이 사람들,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가.' 였다.

자신의 정신적 결함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를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삶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려버린 채 본인 스스로는 아무런 변화도 꾀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이다.

곰곰 돌아보면 나 자신 또한 그러한 범위에서 크게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시는 데 얼마나 최선을 다하셨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뭐가 잘못되기만 하면 다 부모님 탓이고 잘된 일들은 나 혼자 잘나서 그런 것처럼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 꽝꽝 대못을 박는 자식을 부모라면 백퍼센트 이해해줘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며 약이 되는 충고에 대해서는 너무 쓰다며 겉에다 꿀을 발라 달라고 땡깡을 부릴 때도 있다.

물론 후회를 하는 데엔 채 오 분도 안 걸린다.

항상 트러블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고 특히 나의 나약함이 가장 큰 원인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잠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와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자아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해서 매사 고집스럽고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지만 강한 사람들은 몇 가지 인간적 결점 때문에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점이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한 후에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인간, 더 바람직한 삶 속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의 악한 사람들은 다만 약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결점이나 실수가 질병으로 나아가지 않고 나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미안해졌다.

자기합리화의 명수, 책임 전가의 명수, 나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불행의 명수가 되기 전에 반성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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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쉽게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약해서 악해진 거라서.

깐따삐야 2006-01-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래도 전 가끔 제가 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