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맹자] 신간을 교정 중인 편집자분께서 가장 많이 팔리는 H 출판사 판본의 오탈자를 지적하는 포스트를 올리셨길래, 이상하다 싶어서 인터넷 서점을 뒤적여 봤다. 


과연 그 출판사에서 나온 [맹자]의 판매지수가 9,000 점 가까이 되어 그 다음에 자리한 한때 꽤나 명성을 날린 동양학자 아무개 선생의 판매지수 3,000 점을 압도하고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거의 교과서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던) [맹자집주] 번역본은 2,000 점 정도였고.


1. (내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별다른 특색도 없고 딱히 장점도 없는 고만고만한 책이 왜 제일 잘 팔리고 있지? 베스트 에디션 세트니 특별한정판 세트니, 또 전에는 무슨 보급판 세트니 해서 마케팅을 잘 한 건가 ...


2. 설마 그냥 H 출판사 책 가격이 14,000 원으로 제일 싸서? 
동양학자 아무개 선생의 책은 상하 두 권 합해서 33,000 원. [맹자집주] 개정증보판은 28,000 원(특이하게도, 기존 출판사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새로 펴낸 최신판은 판매지수가 500점대이다).

그래 ... 그런 거겠지 ...










(이 분야의 나름 오리지날 '스타 강사'셨는데, 어느새 약빨이 ... )










(한문학 관련 전공자들에게 교과서 비슷한 책인데, 너마저 ... 

그래, 이건 교양서로 보기엔 너무 딱딱하고 고루한 느낌이긴 하다) 


3. 그러고보니 [맹자]는 딱히 이거다, 하는 번역본을 콕 집어내기가 애매하긴 하네. [논어] 하면 기성 주석가들의 작업까지 번역해낸 본격 학술서부터 꽤나 참신한 해석까지 꽤 여러 종을 손꼽아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논어] 역시 그 훌륭하고 창발적인 번역본들보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문제의 H 출판사 15,000 원 짜리 책이 역시나 가장 높은 판매지수(구판 24,000 신판 16,000).

거 참 ... 베스트셀러 뭘까?


4. 판매지수는 한참 아래지만, [맹자강설]도 나름 읽는 재미가 있는 편이고. 민음사에서는 예전의 김종무 선생 [맹자신해] 대신 동양고전연구회에서 새로 번역본을 내면서 무려 정역(定譯)임을 선언하고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을유문화사 세계사상고전 [맹자]도 양백준 선생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번역본. 물론 가격이 다들 ... 하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18-11-09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무난해보이나 보네요. 싸기도 싸고 고전들이 총서로 묶여 있으니... 이전에 그 총서의 노자를 구입해서 읽다가 그냥 내보내고 새로 다른 출판사의 왕필주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싼 맛에... 그리고, 무난해 보이는 것을 골랐던 같네요ㅡㅡ;;;

비로자나 2020-03-10 11:25   좋아요 0 | URL
예, 무난한 편집과 준수한 디자인 ... 뭐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어요.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에서 조사한 

What's the Most Influential Book of the Past 20 Years?


1.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 Steven Pinker (2011)


 










2. 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Robert Putnam (2000)













3. The New Jim Crow: Mass Incarceration in the Age of Colorblindness, Michelle Alexander (2010)













4. The History Manifesto, Jo Guldi & David Armitage (2014) 














5. Freaks of Fortune: the Emerging World of Capitalism and Risk in Modern America, Jonathan Levy (2014) 












6. What Art Is, Arthur C. Danto (2013)














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Yuval Noah Harari (2017)













8. Killing the Black Body: Race, Reproduction, and the Meaning of Liberty, Dorothy Roberts (1997)












9. The Feeling of What Happens, Antonio Damasio (1999) 












10. Paying for the Party: How College Maintains Inequality, Elizabeth Armstrong & Laura Hamilton (2013)

















11. The Argonauts, Maggie Nelson (2016)












12.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David Harvey (2005) 
















13. Critical Race Theory: The Key Writings That Formed The Movement, Kimberlé Crenshaw et al. (1995) 












14. The Restless Clock: A History of the Centuries-Long Argument over What Makes Living Things Tick, Jessica Riskin (2016) 













15. Touching Feeling: Affect, Pedagogy, Performativity, Eve Kosofsky Sedgwick (2003)












https://www.chronicle.com/interactives/influential-books?essay=R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넓게는 동양학, 좁게는 중국학이라 불리는 분야에 뜻을 품었던 시절, 여기도 좀 읽어볼만한 자료들은 죄다 서구권에서 만들어낸 성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홀로 사숙하던 교수님부터가 미국에서 학위를 딴 분이어서 그랬는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도 제임스 레그나 조셉 니담의 SCC 같은 책들은 떠받들다시피하며 봤고, 마스페로, 그라네, 그레이엄 등의 저서들을 보며 정치한 방법론과 고전 한문의 완벽한 분석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국내에 소개된 마스페로와 그라네의 저서들)























데이비드 허니가 지은 [위대한 중국학자]는 중국이라는 선진 문명과 조우했던 16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의 발자취부터, 중국어와 고전학의 연마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샤반, 쥘리엥, 펠리오, 마스페로, 레그, 웨일리 등의 연대기를 서술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만으로 머나먼 나라에 가서 전혀 다른 언어를 밑바닥부터 배우기도 하고, 몽고 티벳 돈황 등의 오지를 직접 답사하며 자료를 모으고 각 지역의 언어를 배워가며 중국과 아시아 일대의 문화를 서구에 소개하는데 앞장섰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더더욱 대단하다. (물론 그들의 자료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했고, 대전기나 냉전기에 정보요원 양성에 쓰이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수천년 동안 중국과 이웃하며 교류하고 살았고, 조선시대의 지배층들은 어려서부터 한문과 고전학, 중국사를 달달 외우다시피하며 과거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중국을 객관화시켜 바라보고 연구하여 우리 자신의 언어로 바꿔 수용하지 못했다. 해서 결국 중국학에서는 변두리 신세인데, 여기에 특별히 문제의식을 느껴서 인재와 자원을 투입할 의지 같은 건 딱히 안보이니 앞으로도 수백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에 쌓아온 서구의 성과를 넘어서긴 힘들겠지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서양고전학을 전공한 안재원 선생과 합동 번역까지 해서, 원서의 오류를 세세히 정정해가며 탄탄한 학술번역을 선보인 최정섭 선생께 경외감을 느꼈다. 중국학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잘 찾아보지 않을 법한 책을 출간하는 용단을 내려주신 글항아리 경영진 및 편집진에도 감사를. 


참, 요새 마침 프랑스 동양학계의 거두 마스페로와 그래네의 성과를 국내에 소개해주셨던 김태완 선생께서 외국어 학습기를 내셨던데, 다음 책은 이걸로 정해진 건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 시대적, 언어적 차이와 이론 체계 자체의 난함으로 인해 읽기 어렵다는 고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해설서가 아니라 해당 고전을 온전히 번역하되 쉽고 평이한 문장으로 재서술한다는 목표에 도전한 작업물이 나온 모양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재야 철학자 하세가와 히로시 長谷川宏(1940- )가 "헤겔이 쓴 명저 [정신현상학]을 원서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교수들이나 학자들이 쓰는 어려운 말이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로 번역해 낸"* 사례가 있기도 해서 기대를 가져보았다.


*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박규태, 새물결플러스) 에서 인용













1. 음, 그런데 일단 번역자들이 ... 신학-연극영화학, 정치외교학-국제학, 전기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이구나.


여기까지만 보고 그만 알아보자 ... 고 할까 하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더 살펴본다. 난해한 철학적 저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간명하고 쉬운 문장으로 번역하는 일이 꼭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니까. 


2. Thomas Kingsmill Abbott가 영역한 [Fundamental Principles of the Metaphysic of Ethics](1829)를 저본으로 하고, H. J. Paton과 A. W. Wood의 번역을 참고로 하였으며, '오역 검증'은 백종현의 국역본으로 했다고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영역본을 저본으로 적당히 비벼서 번역할 수는 있다. 뭐 그럴 바에야 차라리 예전에 많이 하던대로 篠田英雄, 中山元, 熊野純彦 등의 일역본을 저본으로 했으면 더 쉬웠을 텐데. 아, 번역자들이 일본어를 몰라서 ... 그러면 더 간편하게 박태흔, 최재희, 이원봉 등의 기성 국역본을 저본으로 했으면 됐을텐데.



























그리고 '오역 검증'은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소한 원문과 번역본을 대조하며 하는 작업이 아닐지. 백종현 국역본도 한갓 번역본의 하나일 뿐인데 무슨 수로 이걸 '오역 검증'의 기준으로 삼나. 저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검증이 안되는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대중 번역을 지향하니 타자를 초대하니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데.


3. 취지도 좋고, 지향하는 바도 좋은 시도인데, 일단 'philology부터 philosophy까지' 제대로 단계를 밟고서 풀어주셨으면 좋겠다 싶다. 설마 다음에는 Benjamin Jowett 이 번역한 고색창연한 플라톤 전집 영역본 가지고 뭘 하겠다고 하시고 그러면 ... 곤란해요 ㅠ


첫 인상은 일단 이렇고, 이거 아무래도 직접 보긴 봐야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하(현대소설사) 헤르만 헤세 전집 1992~1993


1992년부터 현대소설사, 

1993년부터는 예하 라는 출판사명으로 나온 
소장 독문학자들이 새로 번역한 헤르만 헤세 전집

전체 21권 규모의 방대한 구상이었으나, 대략 6권까지만 나오다 중단된 듯.


현대소설사 시절에는 괴테 전집도 나왔네? 

나중에 예하에서 추가로 나온 건 빌힐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방랑시대 정도.

그러고 보면 예하의 괴테 전집, 헤세 전집이 기획되고 나서

1997년경에 민음사에서 괴테 전집과 헤세 전집이 기획된 셈이다.





1. 페터 카멘친트, 자정이 지난 후의 한 시간; 헤르만 라우셔 김주연 1992

2. 동화, 꿈의 여행

3. 데미안,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이기식 1993 

4. 황야의 늑대, 요양객 원당희, 이경미 1993

5. 수레바퀴 아래서, 뉘른베르크 여행 박병화, 이경미 1993

6. 크눌프, 로스할데 정서웅 19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