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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키에르 케고르가 그랬다. ‘절망은 결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절망은 사람을 좌절시킬 수는 있으나 죽음에 이르도록 하진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비롯된 좌절이고 절망이므로 죽음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어두운 암흑속에서도 한송이 꽃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장 폴 뒤부아. 내 아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장 폴 뒤부아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 책,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은 바로 절망 속에서 사그러들지 않는 한 인간의 내면의 여정, 표류하는 운명을 이야기 한다.
뒤부아는 어쩌면 이렇게 심오하고 감동스러운 작품을 어렵지 않게 천역덕스레 쓸 수가 있을까. 그것도,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도 느낄 수 있을 법한 친근함을 가지고 말이다. 이런류의 책들, 이를 테면 인간 내면의 여정이나, 운명과 상실감 땨위의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게를 잡고, 왠지 뭔가 대단히 철학적인 내용이 숨어 있다는 듯, ‘체’하며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뒤부아는 그런 짓들은 스스로 비웃고 있다. 역시 아내가 좋아할 만한 작가이다.
50이 다 되어가는 작가, 이렇다 할 히트작도 내지 못하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느날 비뇨기과에서 생식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하고 만다. 거기에 자신의 개까지 죽게되는 상황이... 절망의 끝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던 그는 ‘살아왔다기보다는 부자연스럽게 생을 포장해왔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서 뛰쳐나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길을 떠난다. 무작정 떠난 그 길은 어느새 자신의 자아를 찾아 떠난 길이 되고, 그가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주인공이 그동안 너무도 작은 틀에 갇혀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망상에 사로잡힌 억만장자, 아내와 자식을 잃고 파충류가 득실대는 대 저택에 스스로 갇혀 사는 남자,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와 엽기적인 일들까지... 이런 주인공의 궤적은 어느새 아버지를 향하고 있다. 주인공 폴은 자신의 내면적인 상실감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자신의 모든 것은 비롯되었다고. 그리고 그는 결국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 얘기치 못한 비밀에 까지 접근해 가고 또한번의 절망과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속에서 비롯된 생의 질투, 희망, 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므로 주인공은 끝내 살고자하는 욕망에 까지 도달하고 만다.
그 모든 삶의 부조리함, 이중성,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자신 안에 숨어있는 행복과 용기, 사랑의 느낌 들을 만났을 때이다. 주인공 폴 페레뮐터 처럼... 그리고 그 것에서 다시 새로운 삶이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삶은 절망과 희망의 반복, 그 어느 선율보다 아름다운 운명의 이중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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