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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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야릇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적과 흑의 조화. 강렬하게 다가온다. 처음 한두페이지를 열면 그림과 함께 "눈을 감으면 다른세상이 열린다."는 다소 야릇한 문구가 나온다. 이어서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같은 환상의 공간." "그 세계와 연결된 자들의 슬픈 운명이 당신을 기다린다."... 정말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그러면서 희뿌연 먼 옛날의 기억같은 그런거.. 

  두편모두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때까지 벌어질 결말에 대해 온갖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서도 다음장을 열어보았다. 분명히 한편의 얘기가 끝이나고 다음 새로운 얘기를 알리는 표지가 버젓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혹시 숨겨진 이야기가 있나 해서였다. 그만큼 두편이 완성도와 흥미에서 나를 완전히 압도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중간에는 흥미진진함이, 마지막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모두 공존하는 내입장에서는 별5개를 서슴없이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소설이었다. 마치 예전에 TV시리즈로 방영됐던 외화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 또한 좋았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미국의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좋다.  일본의 문화와 전통이 들어있는 일본식 애니메이션. 두편이 그랬다. 특히 야시보다는 바람의 도시가 더욱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였다. 현실과 환상의 공간. 그 중간 어디쯤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절대절명의 순간.  두작품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겠구나 싶었다. 미야자키식 애니메이션. 옮긴이도 말했듯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그래서 친근감이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일본호러소설 대상 수상작 "야시"와 함께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바람의 도시"에 똑같은 점수를 주고싶다.  따지고 보면 220여페이지의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두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여느책 못지 않다.  내가 굳이 책제목을 "야시"라 하지않고 두작품이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야시"로 두작품을 묶기에는 "바람의 도시"가 야릇하고 기이한 시샘을 할지로 모르겠다.

  "바람의 도시" 와 "야시"의 내용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기이한 얘기가 좋다거나, 일상 우리가 살아가는 얘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거나,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짧으면서도 강한 충격을 받고 싶다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보고 싶다거나, 강한 여운의 결말을 원한다면 주저없이 이책을 보기를 바란다.  또한 친구나 형제, 가족이 이유없이 미워질때 이책을 보기바란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기대한다. 작가가 어느날 속편을 들고 나타나기를....

책을 덮고 나는 생각해본다.

 "내 인생의 가장 필요한 것을 사기위해 나는 무엇을 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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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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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에르 케고르가 그랬다. ‘절망은 결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절망은 사람을 좌절시킬 수는 있으나 죽음에 이르도록 하진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비롯된 좌절이고 절망이므로 죽음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어두운 암흑속에서도 한송이 꽃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장 폴 뒤부아. 내 아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장 폴 뒤부아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 책,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은 바로 절망 속에서 사그러들지 않는 한 인간의 내면의 여정, 표류하는 운명을 이야기 한다.

  뒤부아는 어쩌면 이렇게 심오하고 감동스러운 작품을 어렵지 않게 천역덕스레 쓸 수가 있을까. 그것도,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도 느낄 수 있을 법한 친근함을 가지고 말이다. 이런류의 책들, 이를 테면 인간 내면의 여정이나, 운명과 상실감 땨위의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게를 잡고, 왠지 뭔가 대단히 철학적인 내용이 숨어 있다는 듯, ‘체’하며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뒤부아는 그런 짓들은 스스로 비웃고 있다. 역시 아내가 좋아할 만한 작가이다.


  50이 다 되어가는 작가, 이렇다 할 히트작도 내지 못하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느날 비뇨기과에서 생식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하고 만다. 거기에 자신의 개까지 죽게되는 상황이... 절망의 끝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던 그는 ‘살아왔다기보다는 부자연스럽게 생을 포장해왔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서 뛰쳐나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길을 떠난다. 무작정 떠난 그 길은 어느새 자신의 자아를 찾아 떠난 길이 되고, 그가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주인공이 그동안 너무도 작은 틀에 갇혀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망상에 사로잡힌 억만장자, 아내와 자식을 잃고 파충류가 득실대는 대 저택에 스스로 갇혀 사는 남자,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와 엽기적인 일들까지... 이런 주인공의 궤적은 어느새 아버지를 향하고 있다. 주인공 폴은 자신의 내면적인 상실감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자신의 모든 것은 비롯되었다고. 그리고 그는 결국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 얘기치 못한 비밀에 까지 접근해 가고 또한번의 절망과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속에서 비롯된 생의 질투, 희망, 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므로 주인공은 끝내 살고자하는 욕망에 까지 도달하고 만다.


  그 모든 삶의 부조리함, 이중성,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자신 안에 숨어있는 행복과 용기, 사랑의 느낌 들을 만났을 때이다. 주인공 폴 페레뮐터 처럼... 그리고 그 것에서 다시 새로운 삶이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삶은 절망과 희망의 반복, 그 어느 선율보다 아름다운 운명의 이중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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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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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세상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든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론,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까지 그 어둠의 파장이 미치는 것이 전쟁이다. 그것은 침략을 당하는 쪽 뿐 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자들마저 황폐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아주 몹쓸 역병과도 같은 것이다. 체코의 작가 보흐밀 흐라발의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의 전쟁을 이야기 하고 있다.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체코의 상황. 그러나 좀 더 엄중히 말하자면 이것은 전쟁 소설이 아니다.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어느 간이역의 식구들. 역장과 그 외의 직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신호를 잘못 보냈다는 이유 하나로 독일군에게 개죽음을 당할 뻔 하고, 도시의 여기저기는 전쟁의 어둠으로 가득하다. 전쟁이라는 비극의 운명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없는 힘없는 시민들. 특출 난 영웅적 주인공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인 것이다. 

  그러나 비극을 이기는 것은 바로 희극! 작가는 어두웠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결코 전쟁의 비극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첫 경험에 실패해 자살을 결심하는 신참, 비둘기들을 자식처럼 기르는 역장, 여자의 엉덩이와 가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배차계장. 이들 주인공은 비극의 현실 속에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비극을 희극화 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멋지고 영웅적인 주인공은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다운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소설. 그리하여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수밖에 없는 소설.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을 등장시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그러기에 누가 누굴 죽이고 침략하는 전쟁은 마땅히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소설이 바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이다. 

  결국, 끝에 가서는 이 어리숙하고 바보스러운 자들이 독일인들의 가장 중요한 차량, 즉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를 폭파 시키며 끝이 난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힘없고 볼품없는 인간들의 용기와 의지를 보여주는 묘한 소설이다. 슬프지도 그렇다고 마냥 즐겁지도 않은, 어딘지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체코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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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5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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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이맘때만 되면 여기저기 책들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다른때보다 자주 보게된다. 나또한 매일 책을 끼고 살지만 매일 쏟아지는 책들을 ?아 갈수는 없다. 서점에 가게되면 아무래도 신간코너를 더 많이 배회하게되고, 인터넷서점을 접속해도 기존의 책들보다는 새로운책에 눈이 먼저간다.  그렇다면 이전에 나온책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중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책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서점에서 모든책을 다 펼쳐볼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래서 찾게되는곳이 책과 관련된 카페이다. 어차피 한권 살책이라면 여러사람에 의해 검증되고 추천되어진 책을 사는게 좋지 않을까?

 
    "이프"의 경우가 그랬다. 작가가 우리나라사람이고 분신사바를 쓴 작가라는 것뿐 아는것은 없었다. 공포소설이라고 해봐야 스티븐킹이 다였고, 일본의 몇몇작품을 알게된것이 전부였다. '가을에 왠 공포소설?' 할지도 모르겠다. 자고로 공포소설은 한여름밤에 배 쫙 깔고 봐야 묘미가 있는데 독서의 계절에 무슨 공포소설이란 말인지.....최근에 본 소설들이 모두 가벼운류의 소설책들이었다. 그것도 일본위주의 책들....그러다 보니 새로운 장르의 책이 보고 싶어졌다. 처음 이프를 알게되고 망설였다. 과연 재미있을까? 우리나라 공포소설이 재미있어봐야 얼마나 재미있을까? 등등....
 
  인터넷서점과 카페를 통해 리뷰를 보았다. 역시 책은 읽는이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혹자는 재미있다고, 혹자는 밋밋하다고,,,, 결국 나는 전자를 택했다. 재미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서점으로 향했다. 몇번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이책을 추천한 몇몇리뷰어를 믿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를 읽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몰입도가 대단했다. 일반적인 책을 책읽다가 딴짓하고 읽은데 또읽고 얼마나 남았나를 보게 되는데 이프는 그렇지 않았다. 빠르게 읽혔다. 한사람 한사람을 ?아가다보면 어느덧 에필로그에 다다르게 된다. 책을 덮고 마지막 여운에 마음이 아팠다. 이메일에 의한 죽음. 그리고 다음 희생자의 예고....특히,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소외된사람, 희망을 읽은 사람, 꿈을 읽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현실이 아닌 최면을 통해 거짓으로라도 이루게 되는 그들의 삶이 안타까웠다.
 
  이메일을 통한 동영상-스벵가리의 선물-. 그곳에 나타난 희생자의 예고. 사실 요즘 인터넷을 안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매일매일 인터넷을 접속해서 메일을 확인하지만, 쏟아지는 스팸메일에 짜증이 날때가 있다. 무심코 누른 스팸메일로 인해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듯, 그래서 치명적인 오류로 컴퓨터를 새로 부팅해야 하듯,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동영상을 무심코 누른 희생자들은 죽음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되는것이다. 차라리 새로 부팅하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컴퓨터처럼 그들의 인생도 새로이 시작된다면 좋으련만..... 
 
  내용이나 전개방식이야 어디선가 본듯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러한 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는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이프'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장편공포소설이라는 장르의 희소성, 그리고 그것을 지켜가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듯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국영화가 우리 극장가를 모두 휩쓸다가 몇몇 한국작품의 출현으로 영화계가 재편했듯이, 다시말해 한국영화의 위상이 이제는 외국에도 알려졌듯이, 외국소설이 판치는 서점가에 '이프'라는 작품이 한국공포소설이라는 장르의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만약....한번만.......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p.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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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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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동포 최초의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가네시로 카즈키(金城一紀).  재일동포라는 것 만으로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요즈음 내가 푹 빠져있는 일본소설이 아닌가.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와 함께 레벌루션 No.3를 구입했다.  내용이 궁금해진다. 

  우리는 모두 일류가 되기를 원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친구사이에서... 우리는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보아왔다. 모 CF에는 일류를 더욱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No.1 을 기억한다고...일류학교, 일류기업, 일등신랑감, 일류, 일류, 일류  온통 일류 일색이다. 그런 와중에 여기에 스스로 일류이기를 포기한 47명의 학생들이 있다. 일류학교에 둘러쌓여 그 누구도 상대하기를 꺼리는 2류도 하닌 3류학교를 다니는 그들. 그들의 이름은 "더 좀비스"이다.  좀비에서 유래되었다는 좀비스들의 활약상을 따라가보자.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한 여대생의 보디가드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모 뻔한 스토리지만 두편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다. 읽으면서 학교다닐적 문제만 일으키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결코 밉지많은 않았던 언더그라운드 친구들....과연 그 친구들은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레벌루션 No. 3 에는 친구의 우정이 주를 이룬다. 그러면서 소외된 계층, 그 계층에 있는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법이 담겨져 있다. 친구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아픔도 있고, 풋사랑도 있고, 재일동포의 차별과 혼혈의 차별도 있다. 그런 가운데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리고 절대 No.3가 아닌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내용의 빠른 전개처럼 읽히기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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