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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
류진운 지음, 김재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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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만큼 중국인들의 삶의 무게를 맛볼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었다. 무엇보다 류진운의 해학과 철학이 이 책에 고스란이 담겨있어 읽는이로 하여금 더욱 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핸드폰', '닭털같은 나날'의 류진운은 '고향하늘 아래 노란꽃'에서도 그만의 유머와 해학을 만끽 할 수 있다. '고향하늘 아래 노란꽃'은 류진운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있다. 1부에서는 청나라가 멸하고 중화민국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촌장자리를 둘러싼 뺏고 뺏는 참극이 벌어진다. 2부에서는 좀더 시간이 흘러 일본군 점령시기를 무대로, 3부에서는 해방즈음을 배경으로, 마지막 4부에서는 문화혁명시기인 1960대후반부가 무대로 등장한다. 4편은 각기 물로 물리는 관계를 형성한다. 1부에서의 촌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두집안과 그 집안과 연루된 사람들과 그의 자손들이 2-4부에 등장한다.

또한 '고향하늘 아래 노란꽃'은 그러한 두집안의 싸움에서 출발하여, 사상과 문화, 권력, 투쟁이라는 카테고리와 연계되어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고 이리붙고 저리붙는 살기위한 몸부림이 여실히 드러난다. 줄한번 잘 못서면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제의 별볼일 없는자가 오늘의 주역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일은 반역자가 되는 실로 우리네 인생사를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듯 '고향하늘 아래 노란꽃'은 중국의 시대흐름과 인생사가 잘 짜여진 옷감처럼 흥미진진하게 류진운식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중국문학은 다소 어둡고, 비관적이고, 인생사가 힘들게 느껴지는 성향이 있는데, 류진운의 '고향하늘 아래 노란꽃'을 만난다면 그러한 중국문학속에서 또다른 희망과 새로움을 찾게 될 것이다. 결국 나는 핸드폰과 고향하늘아래 노란꽃, 그리고 닭털같은 나날로 인해 류진운이라는 작가를 쑤퉁과 함게 내가 좋아하는 중국작가로 꼽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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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류진운 지음, 김태성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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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사람에게 있어 말(言)은 그다지 필요하지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서로 살아있음만 확인하고 각자의 일을 찾아나가면 그뿐. 우리네 조상들은 말을 극도로 아꼈다. 양반네들은 특히 더욱 그랬다. 심지어 밥상머리에서는 말도 못하게 하였다. 남자들이 말이 많은 것도 질책의 대상이었다. '모'가 떨어진다고...그 오래전에는 통신수단이라고는 기껏해봐야 봉수대정도. 그렇지 않으면 그 먼 길을 말을타고 달려 전해주어야 했다. 이미 그 소식이 도달했을때쯤이면 상황이 바뀌어 있었겠지만...말을 아낀 이유가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하게되고, 실수를 하게되면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에 가능하면 말을 아꼈다.

아주 오래지 않은 근래,
사람들은 말(言)을 잘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되었다. 마치 말을 잘하는 것이 자신의 지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것처럼 사람들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TV 나 라디오등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제 스위치만 켜면 말을 들을 수가 있다. 또한 전화기의 등장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극히 제한된 사람과 장소에서만 가능했지만 서도...예전에는 자신이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려고 했다. 아니 책임지지 못할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행여 자신이 뱉은 말이 잘못되었다면 '사과'라도 했다. 진심이건 아니건 말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말(言)소리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마치 말을 안하면 곧 숨이 넘어갈것처럼 떠들고 쫑알대고 뱉어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수업중인 교실에서, 심지어는 상영중인 영화관에서도 말을 한다 자신이 주인공인양... 누가 있건 없건 떠들고 떠들고 떠든다. 이제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둘이상만 모이면 떠든다. 게다가, 핸드폰의 등장은 혼자서도 떠들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우리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사람을 찾아볼수가 없다. 모두의 주머니에는 핸드폰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필요할때마다 - 아니 필요없더라도 - 꺼내어 번호만 누르면 아무나 나온다. 심지어는 잘못 온 전화속의 사람과도 말을 주고 받는다. 아주 오랫동안... 또한 핸드폰은 더이상 말의 전달 수단이 아이다. 자신을 감시하는 기계가 되어 자신의 뒷통수를 강하게 때리고있다. 요즘 ''모'를 해라'라는 CF 문구처럼,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되었다. '거기 어딘지 핸드폰으로 보여줘봐!' ,'누구 만나고 있는지 상대방 얼굴좀 비쳐봐'라는 식으로 말이다. 말은 더이상 말의 역활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말에 대한 책임은 필요없게 되었다. 아무 말이나 먼저 내 뱉으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상대를 비방하고, 책임이 뭔지도 모를 말들을 무수하게 쏟아내는 세상이 되었다. 그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면 단한마디 '그런적 없다'와 그럴수도 있지 몰 그러냐'라고 하면 그뿐인 세상이 되었다.

지금이후 미래,
아마도 사람들은 말(言)에 지쳐 입을 다물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마치 '말풍선'처럼 머리위에 영상으로 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에 사람들의 머리에 '말풍선'을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는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모두가 인터넷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자신의 말을 전달하게 될지도 말이다. 핸드폰의 기능은 상실된지 오래다. 간단한 조작으로 상대방과 텔레파시로 대화를 시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들은 말에의해 멸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책임 했던 말에 의해 또는 무심코 내뱉은 말에 의해 우리는 우리의 모든것을 파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설속으로,
류진운의 '핸드폰'은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다. 어찌보면 우리에게는 익숙한 핸드폰이 그네들-중국인-에게는 어색하고 잘 조화가 안된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오래전 우리에게 '닭털같은 나날'로 알려진 작가이다. 표지만 보고 가벼운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썩 가볍지만은 않았다. 어찌보면 핸드폰에 얽힌 에피소드로 여겨질 수도 있겠는데, 읽고나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핸드폰으로 인해 가정의 파괴와 불륜등이 낱낱이 고발되는 듯 싶지만 이면에는 말(言)이라는 단어에 대한 깊은 의미가 박혀있다. 이처럼 핸드폰'은 현재와 과거, 도시와 농촌속에서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을 통해 말(言)에 대한 변천과 함께 핸드폰이 우리에게 주는 부정적요인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무심코 말을 뱉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하고 말을 한다기보다 뱉어내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말의 홍수속에서 말의 진정한 의미조차도 잃어가고 있다. 왜 눈과 귀는 둘인데 입은 하나인지 그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입이 하나이기에 두배로 말을 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5년, 아니 미래를 이끌어갈 후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아닐까 한다. 책임질 수 없는 많은 말(言)이 아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진정한 한마디의 말(言)을 우리 온 국민은 바라고 있다. 후보들은 서해안 유조선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제거하는 가식적인 선거용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이 TV에 나오는 것이 무엇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그 무겁지도 않은 것을 꼭 둘이서 들어야만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여야만 하는가 말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진정으로 원한다.

"이보시오 기자양반, 거 카메라 내려놓고 이거나 거들어 주시오!!!"

지금도 추운 바다바람 맞으며 기름띠를 걷어내며 힘겹게 고생하는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오늘은 일찍 들어가 안입는 옷가지를 정리해 보내야 할 것 같다. 기름이 잘 먹는 옷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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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류헝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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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설은 무언가 묵직한 울림이 있다. 가슴을 누르는 그 무엇이 있다. 일본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웃음이 있다. 아마도 큰땅, 만만디 정신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나태함이 베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류헝의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은 중국의 평범한 일상속 이야기이다. 힘들고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냄새와 젖냄새가 고스란히 박혀있는 소박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 3편이 실려있다. 표제작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과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던 영화 '국두'의 원작인 '푸시푸시'와 한편의 짧은 이야기가 포함되어있다. 모두 변두리 하층민의 힘든 일상을 비춰주고 있다. 3편중 역시 표제작인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이 와 닿는다. 이야기가 시종일관 정신없다. 밑으로 5동생을 둔 장따민의 해학스런 이야기 보따리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모, 이런 얼빠진 놈이 다있어!!' 싶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치 '도(道)'를 깨우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힘들지만 전혀 힘들어 하지 않는다. 장따민에게는 그만의 특유의 해결법이 있다. 말도 안되는, 정신나간, 나가가 하나 빠진듯한 해결법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삭막한 이 시대에 약삭빠르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절대로 손해보지 않기 위해, 조그마한 손실은 곧 나의 치명타가 되는양 양보도 타협도 없이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그를 욕하고, 흉보다가, 어느새 동정으로 바뀌던 것이 결국에는 그의 수다에 빠져듬을 발견하게 된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치듯이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버젓한 직장이 있고, 돈도 어느정도 벌고, 내소유의 차와 집이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벌기위해, 직장에서 짤지지 않기위해 더더욱 발버둥을 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을 읽다보면 많은 것을 갖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중에 땡전한푼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으니 조그마한것 하나에도 큰 행복을 느기게 되는 듯싶다. 

각박한 이시대를 정신없이, 여유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두번째 이야기 '빌어먹을 식량'은 이야기의 분량은 적지만 이야기가 주는 아픔은 여느책 몇권의 분량이다. 읽다보면 눈물이 맺힌다.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사람들. 심지어 노새의 배설물까지 끓여 먹어야 하는 아픈 현실에 마음이 미어진다. 류헝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찢어 놓는다. 아마도 이것이 중국식, 중국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세번째 이야기 '푸시푸시' 또한 마음이 아프다. 돈으로 사온 삼촌의 아내. 자신에게는 4살 많은 외숙모이지만 연모를 하게된다. 푸시푸시는 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주인공 세명의 일상 속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문을 잇기위해 노력하는 삼촌. 그런 삼촌에게 온갖 고통과 괄시를 받으면 마지못해 사는 외숙모. 꾿꾿히 일만하며 뒤에서 보이지 않게 외숙모를 생각하는 조카. 그러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마지막에 묘한 여운을 남기고 끝나게 되는데...

3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썩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나는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가슴아프고 비극적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류헝은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가 슬프다고 꼭 슬프게 눈물 쥐어짜듯 써 내려가지 않아서 더욱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작가가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내내 거스린 것이 있다. 처음에는 중국소설 특유의 문체인줄 알았다. 하지만 두번째 '빌어먹을 식량'에 이어 '푸시푸시'에 도달할때 쯤이면 거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번역이 매그럽지가 않다. 뚝뚝 끊기기 일쑤이고, 소설적인 뉘앙스와 풀어줄때 풀어주고, 쥐어줄때 쥐어줘야 하는데 어찌 된것인지 이 책은 그냥 그냥 번역만 해 놓은 듯 하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직역. 그러다 보니 작가의 의도나 감정이 제대로 전해지지를 못한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좀만 깔끔했더라면 아마 나는 눈물을 펑펑 흘려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누가 옮기느냐에 따라 읽히는 독자의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언어라는 것이 힘들구나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번역, 역시 쉽지 않은 일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엉망이라는 의미는 아니니, 그다지 고민은 안해도 될 듯 싶다. 조금은 마음에 안 찬 번역을 감안하더라고 특유의 중국소설의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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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송 2007-09-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읽는데 거슬리던데요...재미있는 책인데 말이죠 ^^
 
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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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2006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초, 중, 고 3,000명, 성인 18세이상 1,000명 대상)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76%이면 연평균 독서량약 12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에 약 1권을 읽는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의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독서율은 감소한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이 더욱 많이 읽는 “독서 양극화”현상이 읽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책을 읽는 사람은 예년보다 더욱 많이 읽고 있으며, 반대로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더욱 많이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한 뉴스사가 서울소재 13개 대학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2006년 대출도서를 조사한 결과 일본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대하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유로 신선한 소재와 감각적인 문체에 흥미를 느낀 반면 상대적으로 긴 내용의 소설은 예전 대학생들처럼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견해로는 최근의 독서 경향을 보면 예전처럼 여유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는 것 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가볍고 흥미위주의 소설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인기 있는 소설들 대부분은 단행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2권 이상만 되면 읽기를 꺼리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하겠다. 이는 빠른 전개와 바로바로 결과를 알 수 있고, 한번 보고 마는 일회성 소설을 좋아한다는 의미와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박경리의 “토지”라든지, 조정래의 “한강” 등과 같은 대하소설과 중국의 수호지, 서유기 같은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대하소설, 또는 대장편 소설을 읽는 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최근 서점가를 보면 대하소설, 또는 대장편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음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중에 이번에 나의 관심을 끄는 대장편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홍루몽이다.


  홍루몽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과연 홍루몽은 어떤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나에게 있어 몽자(夢字)소설(홍루몽, 옥루몽, 구운몽 등)은 다른 책보다도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는 아마도 나이 때문인 듯 싶다. 작년에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옥루몽(전5권)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홍루몽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홍루몽 출판사에서 early review를 모집한다는 말에 그냥 한두 권 읽어보다 재미없으면 말지 하는 생각에 신청하게 되었다. 하지만 루몽을 재미있게 읽는 나로서는 홍루몽에 상당한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 12권 중 가제본된 3권을 받아들었다. 아무래도 책으로 된 것보다는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솔직히 12권 중 이제 도입부의 3권을 읽은 나로서 홍루몽 전체를 평한다는 것은 나무를 보고 숲을 평가하는 것 같은 부족함이 있을 줄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나무의 질(質)을 보면 그 숲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몇자 끄적여 본다.


  책에 대한 내용이나 소개는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아 간략하게만 적기로 하겠다. 홍루몽은 대장편 소설 또는 매회가 나뉘어 있는 대장회소설이다. 청계출판사의 홍루몽은 모두 12권 120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홍루몽은 원작을 가장 잘 살려 충실히 번역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고전소설은 -그것도 여러번 출간된- 아무래도 현대의 언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고, 번역자의 자질에 의해서도 좌지우지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3권까지 읽은 바에 의하면 깔끔한 번역과 여러 번 손질에 의해 현대 언어적 감각으로 탄생시킨 노력이 엿보인다. 무리 없이 읽히고, 부담 없이 읽히는 것이 마치 우리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특히 고전이면서도 대장편소설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3권을 읽는 내내 전혀 그러한 지루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장편을 읽는 이 로서는 상당히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등장인물이 약 400여명에 달하는 홍루몽은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는 하다.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딴사람 같고 게다가 처음에는 주인공인 보옥이와 대옥이가 가끔은 혼돈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회를 거듭 될수록 자연스레 익숙해져간다. 마치 돌림자 형제 자매의 이름을 부르는 것 처럼.... 책을 읽다 호기심으로 1권 뒤에 나오는 인물의 수를 헤아려보았다. 혹시 400여명의 이름이 다 들어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주요인물 110여명만 소개되어 있었다. 결국 12권을 읽으면 자주 나오는 사람은 약 110여명이라는 의미 일 것이다. 그렇다면 400여명의 등장인물은 그다지 헛갈릴 것 같지는 않을 듯 싶다.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의 등장배경, 주요인물의 성격과 인물됨, 그리고 4대가족의 운명 등이 묘사 되어있다. 아마도 1권에서 다소 지루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인물의 등장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고, 흥미로 으며, 풍자와 해학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2권에서는 주인공 가보옥의 시에 대한 재능과 보욱의 형수인 희봉의 여걸다운 기질이 묘사되어 있다. 3권에서는 전체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가보옥과 가보옥의 고종사촌 임대옥, 그리고 가보옥의 이종사촌 설보채가 펼치는 사랑의 전주곡이 담겨있다. 곱게 자란 주인공 가보옥, 이쁜 질투가 매력인 임대옥, 사려 깊은 마음이 매력인 설보채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홍루몽에는 부귀영화가 있고, 연극 같은 인생이 있고, 정실과 소실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증이 있으며, 유머와 해학, 그리고 풍자와 재치는 물론 시(詩) 하나하나에 깊은 이치와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연인간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앞으로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가 벌이는 사랑이야기와 가씨 가문의 흥망 성쇄가 어찌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권이라고 한다. 우연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기회에 홍루몽 12권 한질만 본다면 적어도 우리나라의 연평균 독서량은 채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이 급하고 바쁘고 일회성으로 돌아가는 요즈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홍루몽을 추천한다. 사실 중국소설 홍루몽과 우리의 고전 옥루몽을 비교 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 해서 시도해보려 했으나, 홍루몽은 아직 다 읽은 것이 아니기에 추후에 비교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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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x2000 2007-01-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정말로 관심이 가네요. 조만간 구입해야 할 듯 싶네요.
어찌 이리도 사고 싶게 만드시는지....

하늘하늘 2007-01-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고전이 생각나네요. 저도 1년에 10권 보기 힘든데...올해는 노력해 봐야겠어요.

내방은서재 2007-01-2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루몽이라, 옥루몽과의 비교도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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