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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2006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초, 중, 고 3,000명, 성인 18세이상 1,000명 대상)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76%이면 연평균 독서량은 약 12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에 약 1권을 읽는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의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독서율은 감소한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이 더욱 많이 읽는 “독서 양극화”현상이 읽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책을 읽는 사람은 예년보다 더욱 많이 읽고 있으며, 반대로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더욱 많이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한 뉴스사가 서울소재 13개 대학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2006년 대출도서를 조사한 결과 일본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대하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유로 신선한 소재와 감각적인 문체에 흥미를 느낀 반면 상대적으로 긴 내용의 소설은 예전 대학생들처럼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견해로는 최근의 독서 경향을 보면 예전처럼 여유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는 것 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가볍고 흥미위주의 소설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인기 있는 소설들 대부분은 단행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2권 이상만 되면 읽기를 꺼리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하겠다. 이는 빠른 전개와 바로바로 결과를 알 수 있고, 한번 보고 마는 일회성 소설을 좋아한다는 의미와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박경리의 “토지”라든지, 조정래의 “한강” 등과 같은 대하소설과 중국의 수호지, 서유기 같은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대하소설, 또는 대장편 소설을 읽는 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최근 서점가를 보면 대하소설, 또는 대장편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음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중에 이번에 나의 관심을 끄는 대장편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홍루몽이다.
홍루몽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과연 홍루몽은 어떤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나에게 있어 몽자(夢字)소설(홍루몽, 옥루몽, 구운몽 등)은 다른 책보다도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는 아마도 나이 때문인 듯 싶다. 작년에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옥루몽(전5권)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홍루몽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홍루몽 출판사에서 early review를 모집한다는 말에 그냥 한두 권 읽어보다 재미없으면 말지 하는 생각에 신청하게 되었다. 하지만 옥루몽을 재미있게 읽는 나로서는 홍루몽에 상당한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 12권 중 가제본된 3권을 받아들었다. 아무래도 책으로 된 것보다는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솔직히 12권 중 이제 도입부의 3권을 읽은 나로서 홍루몽 전체를 평한다는 것은 나무를 보고 숲을 평가하는 것 같은 부족함이 있을 줄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나무의 질(質)을 보면 그 숲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몇자 끄적여 본다.
책에 대한 내용이나 소개는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아 간략하게만 적기로 하겠다. 홍루몽은 대장편 소설 또는 매회가 나뉘어 있는 대장회소설이다. 청계출판사의 홍루몽은 모두 12권 120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홍루몽은 원작을 가장 잘 살려 충실히 번역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고전소설은 -그것도 여러번 출간된- 아무래도 현대의 언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고, 번역자의 자질에 의해서도 좌지우지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3권까지 읽은 바에 의하면 깔끔한 번역과 여러 번 손질에 의해 현대 언어적 감각으로 탄생시킨 노력이 엿보인다. 무리 없이 읽히고, 부담 없이 읽히는 것이 마치 우리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특히 고전이면서도 대장편소설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3권을 읽는 내내 전혀 그러한 지루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장편을 읽는 이 로서는 상당히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등장인물이 약 400여명에 달하는 홍루몽은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는 하다.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딴사람 같고 게다가 처음에는 주인공인 보옥이와 대옥이가 가끔은 혼돈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회를 거듭 될수록 자연스레 익숙해져간다. 마치 돌림자 형제 자매의 이름을 부르는 것 처럼.... 책을 읽다 호기심으로 1권 뒤에 나오는 인물의 수를 헤아려보았다. 혹시 400여명의 이름이 다 들어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주요인물 110여명만 소개되어 있었다. 결국 12권을 읽으면 자주 나오는 사람은 약 110여명이라는 의미 일 것이다. 그렇다면 400여명의 등장인물은 그다지 헛갈릴 것 같지는 않을 듯 싶다.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의 등장배경, 주요인물의 성격과 인물됨, 그리고 4대가족의 운명 등이 묘사 되어있다. 아마도 1권에서 다소 지루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인물의 등장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고, 흥미로 으며, 풍자와 해학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2권에서는 주인공 가보옥의 시에 대한 재능과 보욱의 형수인 희봉의 여걸다운 기질이 묘사되어 있다. 3권에서는 전체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가보옥과 가보옥의 고종사촌 임대옥, 그리고 가보옥의 이종사촌 설보채가 펼치는 사랑의 전주곡이 담겨있다. 곱게 자란 주인공 가보옥, 이쁜 질투가 매력인 임대옥, 사려 깊은 마음이 매력인 설보채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홍루몽에는 부귀영화가 있고, 연극 같은 인생이 있고, 정실과 소실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증이 있으며, 유머와 해학, 그리고 풍자와 재치는 물론 시(詩) 하나하나에 깊은 이치와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연인간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앞으로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가 벌이는 사랑이야기와 가씨 가문의 흥망 성쇄가 어찌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권이라고 한다. 우연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기회에 홍루몽 12권 한질만 본다면 적어도 우리나라의 연평균 독서량은 채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이 급하고 바쁘고 일회성으로 돌아가는 요즈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홍루몽을 추천한다. 사실 중국소설 홍루몽과 우리의 고전 옥루몽을 비교 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 해서 시도해보려 했으나, 홍루몽은 아직 다 읽은 것이 아니기에 추후에 비교해 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