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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 문학동네

"나보코프 게임"
이미 어떤 대명사로까지 사용되는 유명한 작품. 그러나 오해나 다름없는 ‘외설적인 문제작’이라는 허명을 벗어던지더라도 <롤리타>는 감각적인 문장(역자는 ‘조금만 열어두면 향기가 다 날아갈 듯’하다고 표현했다)에 취해 곯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 이면에 커다란 수수께끼가 작품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나보코프는 작품 곳곳에서 언어유희와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이 수수께끼들의 단서를 내보인다. 이 수수께끼 게임은 나보코프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나보코프라는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이 게임에 참여해야만 한다. 이유는 하나 뿐이다. 나비의 황홀한 자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 색채와 더불어 무늬 패턴의 기하학적 구조를 함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이 이 수수께끼 게임에 참가하기는 어렵다. 작가의 삶과 그의 다른 작품들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불공평한(?) 게임의 난이도 조절을 위해 <롤리타>의 이번 판본은 작가 후기, 작품 해설과 더불어 몇 개의 주석과 스토리 전개를 재구성한 시간표 등을 제공한다. 그러니 도전하시라. ‘나보코프 게임’은 때로 애가 탈 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이 나비는 당신의 손 안에 없더라도,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반짝거릴 정도로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전 세계의 속독가들이여, 유념하라! <롤리타>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앨프리드 아펠 (문학자, 주해판 롤리타The Annotated Lolita의 주석 및 해설을 담당한 나보코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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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인문학
서동욱 외 지음 / 반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인문학인가"
나는 한때 인문학 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인문학 책을 판다. 인문학스터디란 기획 강좌를 수년 동안 진행했고 관련한 단체와도 여러 기획을 함께한다. 그야말로 인문학에 둘러싸여 살지만, 막상 “요즘 인문서 시장이 어때요?”라든지 “최근에 달라진 인문서 경향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글쎄요.” 그래서인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인문학인지 되물으며 한국 인문학을 총 점검하겠다는 이 책은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팔리는 인문학, 잃어버린 인문학, 싸우는 인문학, 가능성의 인문학이란 네 가지 시선에, 한국 인문학의 다양한 풍경을 세심하게 짚어낸 스물다섯 개의 과감한 질문, 일방적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자기 성찰에 근거한 진지한 답변을 담아낸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이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과 어떻게 다른지, 여기저기 생겨난 인문학 강의는 과연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는지, 인문학은 왜 과학에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으며 운동으로서의 사회과학은 소멸한 건지 등 흩어져 있던 물음들을 한국 인문학이란 상황 위에 하나의 줄기로 꿰어 뒷담화와 뇌까림이 아닌 성찰과 전망을 가능케 한다. 물론 나는 '팔리는 인문학'을 먼저 읽었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대략 2010년을 기점으로 ‘인문학으로~’, ‘인문학~’ 등의 제목을 붙인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어떤 주제든 ‘인문’ 또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시류가 사뭇 강하다. 광고도 인문학으로 해야 하고, 마흔 살에는 인문학을 만나야 하며, 20~30대에는 인문학으로 스펙을 다져야 하고, 주식 투자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며, 작고한 잡스는 인문학자 반열에 올랐다. ‘도서 제목 인문 트렌드의 현실과 배경 그리고 문제점’ 정도로 언론대학원 석사 논문을 쓸 수도 있겠다.(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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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요르겐 랜더스 지음 /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성장의 한계> 발간 40주년 기념 로마클럽 공식 보고서"
40년 전 정치·경제·과학·기업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인류의 위기에 대한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MIT 시스템 역학 그룹에 위임했다. 그리고 2년 후, 그들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작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당시 이 보고서는 브레이크 없는 경제 성장이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전망해 인류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 책은 <성장의 한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공저자 요르겐 랜더스의 새 책이자 <성장의 한계> 발간 40주년을 기념하며 로마클럽에서 채택한 공식 보고서다. 향후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요소, 즉 자본주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세대 간 불평등, 기후 변화의 양상을 다각도로 분석해 2052년 나와 아이가 살아갈 모습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답게 인류의 근본적인 의문들과 걱정을 포착하여 오랜 연구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근거 있는 답을 제시한다. 더불어 미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이를 해결할 인류의 행동을 촉구한다. 한 사람, 하나의 보고서가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단언하며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들을 각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 함께 나설 때, 인류의 지속가능한 행복은 조금 더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 MD 채선욱

저자의 맺는 말 : 할 말이 딱 하나 더 있다. 내 예측이 틀리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우리는 함께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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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후속작"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시간의 문제를 다루었던 전작에 이어, 이 우주 어딘가에 또 하나의 내가 살고있다면? 하는 철학적 문제를 던진다. 열두 살때 집을 나간 엄마와 자신을 방치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을 놓은 아이 태봉, 완벽한 우등생이지만 입양아이기 때문에 자신도 동생처럼 파양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 슬아. 두 친구는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웜홀을 통과해 지금의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보려 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꾸고 선택해보려는 아이들의 용기가 우주를 건넌다. 태봉은 나를 방치한다고만 생각했던 아버지도 스스로가 투명인간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괴로워했음을 알게 되고, 슬아는 우주를 건너 그리워했던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 내 삶의 모습 역시 나 자신의 선택에서 말미암음을 깨닫게 된다. 선택과 책임, 용기에 관한 이야기, EBS 라디오 연재소설로 방송되어 사랑받기도 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아까 얘기했던 평행 우주 이론이나 공간 이동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뭐? 그건 또 뭐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말고 똑 같은 우주가 어딘가에 또 있다는 이론이야. 우주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얼마든지 가능해. 모든 물체는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원자의 결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이 우주 어딘가에 나와 똑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내가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봐. 조금 위로가 되지 않니? 지금의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면서 말이야.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문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이곳이 그 문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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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고미숙 동의보감 완결편"
고미숙 하면 열하일기, 열하일기 하면 고미숙이다. 그런데 이제 하나를 더하든 술어를 바꾸든 결단을 내야겠다. 앎-몸-삶을 하나로 꿰는 의역학에 푹 빠진 그가 어느새 동의보감 3부작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가 <동의보감>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면, 둘째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는 몸에 새겨진 운명의 지도, 역학을 탐색하는 책이고, 이번 책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앞선 두 책에서 쌓은 내공과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 곳곳을 비춰보는 시도라 하겠다.

여성, 사랑, 가족부터 교육,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몸에 얽힌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때로는 자기 삶의 기억에서, 때로는 한국 사회의 풍경에서 문득 건져 올린다. 팔딱팔딱 뛰는 사유의 의외성과 요소요소를 하나로 엮는 글쓰기의 유연함이 잘 어우러진 8×8, 64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괘에 담겨 운명처럼 마주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고미숙의 동의보감 완결편이라 불러도 좋고, 입문편으로 읽어도 좋다. 이 책에서 경험할 몸과 우주의 마주침은,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즐겁게, 새롭게 나를 깨우는 일일 테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21세기 인문학의 화두는 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몸이야말로 삶의 구체적 현장이자 유일한 리얼리티다. 가장 깊으면서 동시에 가장 투명하고, 가장 체계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야생적이다. 소외와 억압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 그 안에 있다. 헌데, 그 길을 탐사하다 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정치와 양생이 마주치고, 여성성과 지혜가 결합하며, 교육의 원리와 음양의 이치가 교차하는! 이를테면,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이라고나 할까. 이 책이 그곳으로 가는 작지만 단단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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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우아하게, 서늘하게, 가족의 맨 얼굴"
화병 하나와 책이 놓인 거실. 세련되고 낯설고, 어쩐지 살풍경하다. 아버지가 운영중인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1980년생 한민형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는 소설은 아버지, 어머니, 장모, 딸, 아내, 누이들에게 저들의 목소리로 스스로의 위선을 진술하게 한다. 살풍경한 집안의 허위를 털어놓는 작은 목소리들. 있어선 안 될 비극적인 '사건' 이후 가족을 잃고 그들의 삶은 달라졌다. 그 궤적을 서술하는 목소리는 비밀스럽고 강박적이다.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언어학자 활동해온 작가 고종석의 세번째 장편소설. 정확하고 풍부한 한국어가 가족 안 개인의 강박, 허한 풍경을 서늘하고 우아하게 그려낸다. 가족은 질투하고 분노하고 회의하고 절망한다. "우린 미치지 않았어." 공허한 목소리, 함께여도 홀로인 행복한 가족들의 이야기.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죽으라고 하진 않았지만, 거의 그런 태도였지. 사실 그 녀석도 죽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나는 그 녀석이 그때 세상을 버리지 않은 게 그 녀석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런 일이 생기면 죽는 게 제일 좋은 해결책이지. 아니면 스스로 정신줄을 놓아 미쳐버리든지."
"그래서 애 하나 미쳤잖아요?"
술기운이 오르면서 내 말에서 조심스러움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기억의 빗장도 경계심을 잃고 있는 것 같다.
'개새끼! 개자식! 이 개자식!'
민형이의 머리를 후려치며 울부짖던 기억이 퍼뜩 떠오른다. 그때 내 손바닥뼈에 저릿하게 퍼지던 둔중한 아픔의 기억에 나는 흠칫 진저리를 친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미쳤다는 거야? 우리 가족 가운데 미친 사람 아무도 없어. 그냥 특별한 일을 겪었을 뿐이고, 다 많이 놀랐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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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이야기
홍익희 지음 / 행성B잎새

"유대인의 역사가 곧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다"
유대인이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다. 위인으로 꼽히거나 현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가운데 유대인이 얼마나 많은지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히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시도가 꾸준하고, 종교, 교육, 민족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 책은 오늘날 경제의 중심이 서비스산업이라 규정하고, 고대부터 현재까지 경제사를 짚어가며 유대인이 그 흐름에서 어떤 좌표에 있었는지, 경제사의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살핀다. 동서양의 경제사와 세계사, 과학과 기술의 발전사를 기본 축으로 삼고, 성서부터 금융위기 사태까지 유대인의 경제 활동이 어떻게 역동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약속, 즉 계약으로 시작한 유대교는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고, 유대인은 유통, 금융, 서비스 산업을 창조하며 세계 경제사와 궤를 같이 했다. 결국 유대인을 읽는다는 건 얄팍한 성공의 비밀을 알아채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찾고 미래를 가늠해보자는 시도라 하겠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유대 민족의 저력은 전적으로 유대교에서 기인한다. 유대교의 특징은 계약의 종교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그들이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도 중시하는 이유다. 그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 간 상업과 금융상의 계약을 바탕으로 한 교류를 통해 세계 경제사를 주도할 수 있었다. 또한 유대교는 배움을 중시한다.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배움을 기도와 똑같은 신앙생활로 간주한다. 이것이 다른 민족과 차별점으로 유대인들이 세계사적으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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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캐서린 메이어 지음 /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2013년 현재, 다음의 질문에 답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아이를 가질 최적의 나이는 몇 살인가?', '은퇴는 언제 하는 것이 적합한가?', '몇 살 부터 중년이라고 할 수 있나?' 나이의 의미는 점점 정의하기가 어려워지고 '나이에 맞는 행동'이라고 여기던 암묵적인 규범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타임>은 '어모털리티'를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선정하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책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어모털족'이 어떻게 삶을 꾸리고 일하며, 무엇을 소비하는지 최초로 해부한다. 마케터들이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는 시대, 전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나란히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둘러보는 시대. '어모털리티'라는 광범위한 사회적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올지 이 책을 통해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코웰과 같은 어모털족은 마치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 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저 어모털족에 대한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어모털리티는 삶 전체에 걸쳐서, 정확히 말하면 그 삶이 생기를 가지고 있는 동안에 걸쳐서, 될 수 있는 한 길게,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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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박경철, 시골의사에서 문명의 순례자로"
경제전문가와 청춘 멘토로 활약하던 시골의사 박경철이 ‘문명의 순례자’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잘 알려진 니코스 카잔차키스, ‘위대한 여행자’라 불리는 그는 삶과 죽음을 고민하던 젊은 의학도의 마음에 불을 댕겼고, 20년이 지난 지금 더욱 강렬한 불길로 박경철을 그리스로 이끌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그리스인 조르바'와 함께 긴 여행을 시작한 까닭이다.

여정의 시작은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양 문명의 자궁이라 불리는 펠로폰네소스다. 그는 이 문명의 배꼽에서 위대한 문명의 탑을 쌓아 올린 이름 모를 민초들의 흔적을 살피며 인류 문명의 정통성을 새롭게 찾는다. 그가 읽어내는 고대 유적지와 그리스 비극, 그가 발견해낸 야만과 이성의 갈등은 경제위기를 마주한 오늘의 그리스와 어떻게 겹쳐질까. 비로소 긴 여정의 닻이 올랐다. 펠로폰네소스를 지나 아티카, 테살로니카, 마그나 그라이키아에 이르기까지 총 10권으로 이어질 긴 여행에서, 그의 바람대로 인간의 탁월함 뿐 아니라 현대 문명의 새로운 출발점도 함께 찾아낼 수 있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그 방대한 저작은 그가 단지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이자 교육자이며 정치가이자 행정가였던 그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과연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인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림잡아 20여 년 동안 그를 읽고 또 읽고서야 그리스를 보는 눈이 좀 뜨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뜨인 눈으로 서양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다시 보고자 했습니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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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여애반다라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이성복의 10년, “오다, 서럽더라”"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후 10년 만에 만나는 이성복 시인의 시집. 말을 아끼던 시인은 "이곳에 와서(來), 같아지려 하다가(如), 슬픔을 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을 겪고(多),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이 바로 우리들 삶임을 깨달았다. 귀가 순해진 시인이 들은 세상의 수선, 정제된 언어 속 이야기는 적요하다.

많은 이들이 아껴 읽는 시인에게도 삶은 고되다.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공부했지만, 되도 않는 시나 쓰면서”라고 스스로의 시를 평하고,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생은 소 여물통 같다”고 말한다. “노래가 알지 못하는 이번 생의 기억은 시퍼런 강물이 물어뜯는 북녘 다리처럼 발이 시리다”고 말하는 서늘한 감각, “산소호흡기를 달고 헐떡거리던 청년의 내려진 팬티에서 검은 고추, 물건, 성기!”를 보며 느끼는 무거운 비감. 생은 서럽고 허허롭고 불가능으로 가득하다. 불가해함을 이해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10년 만에 만나는 이성복의 시일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나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에
내 삶에 숫기 없기를,
나는 이미 뿔을 가졌으므로
내 삶에 발톱 없기를!
눈 대신 쇠꼬챙이를 가졌으므로
내 눈에 물기 없기를!
지금 내 손에 감긴 때 묻은 붕대.
언제 나는 다친 적이 있었던가
지금 내 머릿속 여자들은
립스틱 짙게 처바른 양떼들인가
해묵은 상처는 구더기들의 집,
물 많은 과일들은 물이 운 것이다
 
(來如哀反多羅 4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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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 소와다리

"100년 전 초판본 그대로, 돌아온 피터 래빗"
전 세계 30개국, 1억 부 이상의 판매를 올리며 사랑받아온 <피터 래빗> 시리즈가 100년 전 초판 인쇄본 그대로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으로 돌아왔다. 운율과 박자를 살려 번역한 글은 동시처럼 흥겹고, 빛바랜 듯한 그림 속에 펼쳐지는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은 너무나 정겹다. 꼬마 토끼 피터는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모습이자, 얄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난꾸러기 아이 그대로이다.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 놀러 간 말썽꾸러기 피터는 결국 옷과 신발을 잃고, 밤새 끙끙 앓아눕는다. 엄마 토끼는 향긋한 국화차를 끓여주지만, 엄마 말씀 잘 들은 플롭시랑 몹시랑 코튼테일은 맛있는 건포도 빵과 우유, 산딸기를 저녁으로 먹는다. 설교도 없지만 달콤한 저녁도 뺏긴 피터. 아이들에게는 이 정도가 딱 좋다. 그렇다고 모험을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  “얘들아, 얘들아.”
엄마 토끼가 말했어요.
“들판엘랑 샛길엘랑 나가 놀아도 좋다마는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는 들어가지 말거라.
아빠 토끼를 맥그리거 부인이 잡아갔단다.”   - 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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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긴 한 그릇 치유 밥상
김옥경 지음 / 동녘라이프

"누가 먹어도 좋은 자연식, 간단하게 맛있게!"
20년 전 직장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자연식은 남편을 살렸을 뿐 아니라 부부의 일상도 바꾸어 놓았다. 자연식과 자연생활의 체험공간인 ‘자연생활의 집’을 운영하며 자연식 요리를 방방곡곡 전하는 부부는 이번 책을 통해 더 쉽고 더 간단하게 만드는 자연식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암 수술 후 1년, 그리고 일반식으로 나아가는 1~5년으로 시기를 나눠 음식을 소개한다. 투병 중인 환자는 물론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이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치유식으로 번잡한 조리과정 없이 딱 한 그릇에 꼭 필요한 영양을 담아냈다. 먹을 거리는 많지만 정작 제대로 된 먹을 거리는 찾기 힘든 불량영양의 시대에서 이 책 한 권으로 지치고 헛헛한 속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 건강/취미 MD 도란

 
책 속에서 :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저는 죽기 살기로 자연식을 배우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환자도 힘들지만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완전한 자연식을 실천하려면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의 절대적인 희생과 정성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시간과 노고를 줄이고,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애썼습니다. 암을 경험한 환자는 물론 온 가족이 행복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게 신경 썼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로 암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축복을 받았으니 이제 그 축복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되돌리고 싶습니다. (2013년 첫눈이 내려앉은 원동의 고요 속에서 김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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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김애란 외 / 문학사상사

"2013 이상문학상의 젊은 선택, 김애란"
2013년 이상문학상을 김애란 작가가 수상했다. ‘80년대 생 작가의 등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약 십 년,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낸 젊은 작가가 이룬 성취다. 수상작은 <침묵의 미래>. 후두암에 걸린 아흔 살 노인의 목에서 마지막을 맞은 멸종 직전의 ‘언어’가 소멸해가는 것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짐짓 발랄하게 우리의 남루한 일상을 이야기하던 작가가 내놓은 묵시록, 시공을 초월한 대담한 이야기가 낯설다. 그러나 자신만의 낱말카드를 가지고 있던 조로증 소년 ‘아름’(두근두근 내인생 중)을 상기한다면, 꾸준히 말에 대해 이야기해온 작가 김애란의 이러한 낯섦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선작 <누가 해변에서…>에 담긴 능글맞은 유머엔 김애란식 글쓰기의 반가운 맛이, 문학적 자서전에서는 김애란 문학의 현재를 읽을 단서가 담겨있다.

끝없이 달리는 아버지부터 지옥처럼 뜨거운 공장으로 향할 멸종직전의 언어까지, 김애란 문학이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일상은 계속 볼품없었다. 언어는 멸시당하고 문학은 기소된다. 어떤 소녀는 성추행 신고를 했다 무고죄로 몇 년을 모아둔 대학입학금 오백 만원을 내고 (편혜영), 어떤 남자는 “노인이 겪었을 삶은 생략한 채 우아하고 세련되게 단번에 늙어서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한 이 험난한 세상을 부드럽게 조롱하다 죽고 싶었다” (손홍규)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이 있다. 김애란처럼 “한 부족의 언어를 물감으로 풀어 종이로 갓 뜬 듯한 영혼의 무늬” 같은 우주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해주는 작가가 여전히, 우리의 모국어처럼 존재한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언젠가 너무 추워, 신조차도 살 수 없는 행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별 둘레에는 지구에서 쏘아올려진, 누군가의 마지막 꿈과 비명이 메아리쳐 겹겹의 띠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색이 다른 넓적한 고리 위에는 한 부족의 언어를 물감으로 풀어 종이로 갓 뜬 듯한 영혼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우리가 죽으면 그 속에 황색 먼지 또는 얼음 알갱이가 된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미신과 전설은 있다. 내가 죽어 그렇게 차가운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렇게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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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일
하마구치 다카노리 지음 / 김하경 옮김 / 쌤앤파커스

"눈이 내리는 것도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사장'이라는 자리는 사실,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욕 먹는 자리이기에, 돈 있다고 실력 좋다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섣불리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책임감,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 모두 '진짜 사장'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책은 천차만별의 상황에 처한 수많은 사장들의 고충을 상담해온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가 그들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사장이 '진짜 해야 할 일'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아직 사장의 일과 본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히 꿈만 꾸고 있는 '사장님'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 사장이라면 마땅히 품어야 할 사명과 더불어 책임을 현명하게 감당케 해줄 지혜를 담았다. 지금 사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조직의 앞날을 내다볼 통찰이, 사장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사장의 무게를 실감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하지만 많은 사장들이 이러한 시간의 전환에 서투르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성공에 방심해 눈앞의 이익을 내는 데만 급급하다. 그래서 성공이 지속되지 못한다. 성공을 지속하는 사장이 되려면 '미래'에서 살아가야 한다. 오늘의 수익을 창출하는 일, 오늘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모두 사원에게 맡겨라. 사장의 일은 3년 후에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를 오늘 만드는 것이다. 3년 후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늘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만 시간을 쓰지 않는가? 3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오늘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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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 비채

"7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는 정호승 산문집"
“날로 치열해지는 이 경쟁사회에서 정호승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故 박완서 작가가 추천한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정호승 시인이 힘들 때마다 되새기며 영혼의 양식으로 삼았던 67개의 ‘한마디’를 담은 책으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76개의 ‘한마디’를 엮은 두 번째 산문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책에서도 시인의 따듯하고 섬세한 언어로 깨달음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실패’와 ‘고통’, 그리고 ‘자살’에 관한 언급이 자주 눈에 띄는데, 결국 시인은 경험에서 우러난 ‘한마디’를 통해 바로 옆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전작과 더불어 작가 자신의 인생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나지막하게 전하며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한마디’에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서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짧은 한두 마디의 말에도 큰 용기를 얻고 삶을 변화시킬 힘을 얻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논리적이고 거창하고 어려운 말들보다는 쉽지만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더 원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따뜻한 언어로 우리의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정호승 시인의 글에서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_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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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성적 좋고 성격도 좋은 만년 1등 수영이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하는 윤아. 쉴틈없이 공부에만 매달리느라 같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행여 한 문제라도 틀릴까 시험을 치를 때마다 숨이 콱 막힌다. 힘들다는 투정 한 마디 뱉을 수 없고 외로움을 느낄 새조차 없는 <시간 가게>의 주인공 윤아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의 현실적인 자화상이다. 그런 윤아에게 어느날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데,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의 시간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혼자만이 쓸 수 있는 10분을 얻게 되는 것. 그 댓가로 윤아는 지나온 날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 반납해야 한다. 입시 지옥에 갇힌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스케치하던 이야기는 순간, 위험하고 비밀스러우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스토리로 변모한다.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 안에서 교실 속 십대들의 미세한 심리 변화와  불안, 도취감, 질투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늘상 시간에 쫓기고 짓눌려 있는 것 같지만, 아이들의 일상에는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언젠가 행복한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될 이 시간들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면서, 아이들 그 자신이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함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늘상 반복해서 다루어졌던 것 같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만들어 낸 과도한 입시 교육이 계속되는 한 의미가 있을 이야기다. 신예 이나영 작가가 <시간 가게>로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하며 데뷔를 알린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교실 안 모든 것이 멈췄다.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 있는 모습 그대로, 아이들도 연필을 쥔 채 정지해 있었다. 미라는 문제가 잘 안 풀리는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손톱 끝을 입에 문 채 멈춰 있었다. 조금 전까지 학교 앞은 도로 공사를 하느라 시끄러웠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굴착기와 작업을 하는 인부 아저씨들은 물로 먼 곳까지 모든 게 멈춰 있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깨어 있었다.

수영이는 벌써 마지막 문제를 풀고 있었다. 역시 수학 천재였다. 나는 수영이 시험지를 챙겨 자리로 돌아와 서둘러 답을 베끼기 시작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자꾸 주변을 힐끗거리면서. '이번 한 번뿐이야. 한 번뿐이라고.' 베껴 쓰는 손이 떨리는 걸 억누르며 마음속 내가 계속해서 말했다. 십 분이 끝나기 전, 수영이 시험지를 도로 가져다 놓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운동장 몇 바퀴를 뛴 것처럼 숨이 가빴다. 시곗바늘이 멈췄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2교시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 본문 47~4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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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동양고전이 말하는 삶의 의미, 그리고 마흔으로 산다는 것"
공자는 나이 마흔을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체득한 '불혹'에 이르는 나이라고 말했지만 요즘의 마흔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흔들리는 시기다. 누군가는 일과 가정과 자신의 행복 중 어느 한쪽에만 매달리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중 하나를 내려놓기에는 너무 이르다 생각하기도 하는 시기. 그래서 마흔은 두렵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 교수의 새 책은 이처럼 유혹과 불혹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마흔 즈음의 이들을 위한 삶의 지침 또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살면서 한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주제에 질문을 던지며 <논어>, <장자>, <중용>, <시경> 부터 <한비자>, <성학집요>까지 40여 권이 넘는 동양 고전에서 답을 찾는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불혹(不惑)을 지나 경쾌하게 지천명(知天命)의 고개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마흔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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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역사에 진짜 가짜가 어딨습니까?"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라는 책이 있다. 역사상 가장 악질적인 책 중 하나로 꼽히는 위서다. 신비주의적인 을 엮어 유대인들이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한 이 책이 이후 서구 역사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에코의 신작 <프라하의 묘지>는 유대인을 혐오하는 희대의 모사꾼 시모니니를 따라 그 거짓 책이 탄생하는 과정을 재현한다.

에코의 소설이므로 (당연히) 흥미로운 장치들이 여럿 준비되어 있다. 악의적으로 기술된 가짜 역사가 어떻게 진짜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피다 보면 어느새 그 둘 사이의 명백한 벽이 무너져 버린다. 진실이라는 단어는 취향과 신념과 사실 사이에서 길을 잃고, 그 어떤 가짜라도 실행에 옮겨지는 순간 역사에 편입되어 사실로써의 위력을 갖는다. <프라하의 묘지>는 어떤 시나리오가 어떤 인간들에게 어떻게 진실로 받아들여지는지, 인간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대부분 얼마나 빈약한 인식 또는 근거에 기반하는지 고발한다. 그 고발 위에 펼쳐진 역사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하다. 살아있는 동시에 유령인, 웅대한 위력을 손에 쥔 형체 없는 존재가 세계를 내려다보는 광경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의 섣부른 승리도 예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굽어보는 역사가 누구의 편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에코가 이 소설에서 절묘하게 구사하고 있는 위대한 트릭은 하나의 거짓 문서가 민족 대학살로 이어졌다는 더없이 으스스한 주제와 경쾌한 필치를 결합하는 것이다. 소설의 도처에서 접할 수 있는 그 가벼운 터치는 종종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프라하의 묘지>의 핵심에는 인종차별주의의 해악에 관한 교훈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을 악마로 몰아 박해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교훈이 있다. 어찌 보면 무섭고 잔인한 소설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온갖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결국 에코가 가장 낙관적인 문학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텔레그래프
 

에코의 위대한 미덕은 너무 무게를 잡지 않는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픽션이 그러하듯 인생은 하나의 경이로운 게임이다. –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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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야
강풀 / 웅진주니어

"강풀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
함박눈이 내리는 밤, 혼자 잠이 깬 아이는 집을 잃은 아기 고양이를 만난다. 빛처럼 반짝이는 눈송이와 새하얀 골목길,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찾아 떠나는 모험. 꿈 같은 한밤의 여행 후에 아이와 고양이, 그리고 만났던 동물들 모두 한 뼘씩 자라 있다.

 
<순정만화>의 강풀이 아빠가 되는 날 세상에 나온 이 그림책은 독특하다. 작가 특유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있어, 그저 골목길을 한 번 돌아왔을 뿐인데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감동이 느껴진다. 쓸데없는 설명이나, 섣부른 위로 혹은 칭찬은 없다. 대신 희망과 행복과 성장이 있다. 첫 아기에게, 세상 모든 아이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을 담았다. 홀로 길을 나선 아기 고양이는 집을 제대로 찾았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유아 MD 강미연

작가의 말 : 내가 쓴 이야기는 어쩌면 아이가 읽을 동화책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읽을 동화책인데, 세상은 아름답다거나,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는 최고다, 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뭔가를 하려다가 잘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결국 이 이야기로 동화작업을 했다.
난 내 아이가 누구보다 최고이기를 바라지도 않고, 세상은 사실 아름답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어떤 걸 하고 싶어하건 상관없다. 알아야 할 것을 미리 알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자라나면서 스스로 경험하고 알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저 진심을 담아서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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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 미래 세계사
비르지니 레송 지음, 권지현, 남윤지 옮김 / 휴머니스트

"20년 후에도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20년 후를 상상해보았는가. 1월 18일에는 히스패닉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을하고(민주당인지 공화당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양쪽 후보 모두 히스패닉계일 테니까), 4월에는 국제연합에서 세계 인구 85억 명 돌파를 발표한다. 그린란드는 독립을 선포하고, 알제리는 석유 고갈로 석유수출국기구에서 탈퇴한다. 놀라기는 이르다. 8월에는 중국의 (당서기가 아닌) '총리’가 수도를 광저우로 옮기고, 스웨덴에서는 개인의 연간 항공기 탑승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한다(이제 세계일주는 불가능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9일에는 뉴욕 증시에서 원유 가격이 250달러를 돌파한다.

이 가운데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대학생이라면 20년 후에 어떤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할지, 40대라면 자녀의 장래와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보겠지만, 지구적 관점에서 벌어질 변화를 예측하기에는 여유도, 능력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2033 미래 세계사>는 각종 통계 지표에 국제 정세를 반영해 20년 후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구, 이주, 도시화, 식량, 물, 에너지 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는데, 20년 후에 지구가 사라지거나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저 미래들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저 미래 역시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미래는 짐작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짐작이 아닌 예측으로 후자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남아 있는 전자는 당신의 몫이다. 20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믿는다면, 조금은 쉬울 수도 있겠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사람들은 먼 미래에 대한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게다가 기적이고 힘든 문제일수록 무관심하게 마련이다. 그래놓고 정치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그래프로, 우리를 짓누르는 위협을 숫자로 나타냈다. 여기에 담긴 상상력은 구체적이어서 매우 놀랍고, 그 지적 대담함은 때론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그 근거가 명확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지구를 지키기 위한 힘겹고도 색다른 싸움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미셸 로카르, 전 프랑스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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