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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지음 / 사계절

"<고민하는 힘> 강상중의 두 번째 고민"
행복하기 위해 불행을 감내하는 삶은 행복한 걸까. 고통과 괴로움에는 눈을 감고, 가끔씩 찾아오는 일시적 안락함을 행복이라 믿는다면, 과연 그 삶은 행복한 걸까. 나아가 불안과 좌절이 연속되는 삶을 고통이라, 고민과 고통을 품어보지 못한 삶을 행복이라 구분할 수 있는 걸까. 전작 <고민하는 힘>에서 고민 끝에 얻은 강한 힘의 필요성을 설파한 강상중 교수는, 오늘 우리 삶이 놓인 구조의 문제를 차분하게 짚어가며,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치열하게 탐구한다.

그의 논지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행복이란 목적이 될 수 없고 그렇게 구할 수도 없으며, 인생에서 마주하는 질문들에 차례차례 응답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가 행복이기에, 미래의 행복에 오늘을 유예하는 삶이 아니라 좋은 과거를 쌓아가는 일이 인생을 소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아들의 죽음과 일본을 강타한 3.11 지진을 마주한 그가, 앞서 말한 과정을 밟아가며 얻어낸 깨달음과 확신이다. 그가 스스로 묻고 고민하고 답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지금 나의 문제가 고민으로 이어지고, 이런 고민을 통해 나의 삶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행복, 위로, 힐링을 설파하는 수많은 책들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강상중의 통찰에서 이를 뚫고 나갈 힘과 용기를 마주하시길, 찾아내시길 기원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확실하다고 믿었던 모든 토대가 뒤흔들리는 시대입니다.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형국이라고 할까요.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치는 것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우리를 더 깊은 심연으로 끌고 갈지도 모릅니다. 강상중은 말합니다. 살려는 생각을, 심지어 나라는 자의식마저 버리라고요. 이럴 때 우리는 천천히 수면으로 떠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 말이지요. 절망을 끌어안을 때, 희망은 새벽처럼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러니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자의 절절한 속삭임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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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지음 / 갤리온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실업률은 치솟고 '안정된 일자리'라는 것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때다. 이 여기 하버드 MBA 출신이자 미국 언론인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쓴 <뉴욕타임즈> 스타 기자가 있다. 무엇을 해도 자신있었던 그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한 가지는 다음과 같다. 매일 오후에 먹는 쿠키 하나. 그는 이 습관을 끊기 위해 700여 편의 학술 논문과 비공개 연구 자료를 파헤쳤고 300여 명의 과학자와 경영자를 인터뷰했다. '습관'의 힘이란 왜 이리도 강력한지, 쉽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직업을 살려 습관의 비밀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 기자의 이름은 찰스 두히그. 이 책의 저자다.
 
최근 연구 결과는 모든 행동의 40퍼센트가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애니팡 하트를 나누고, 커피를 사 마시는 것 같은 대다수의 일상적 행위들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습관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직, 기업,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변화 속도나 의지력 차이의 원인부터 단계별 해결책까지 신경 과학과 뇌 과학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 간다. 교회, 기업, 스포츠 팀 등에서 습관이 성공과 실패를 갈랐던 순간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왜 같은 일을 반복하는지, 그동안 변화를 위해 얼마나 헛된 노력을 일삼았는지, 이 책은 우리가 무엇보다 바꾸고 싶었던 바로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을 제시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한 실험에서 어떤 신호에 반응해서 스위치를 누르는 게 습관이 될 때까지 쥐들을 훈련시켰다. 쥐들이 성공할 때마다 보상으로 먹이를 줬다. 그 후 연구자들은 먹이에 유독성 물질을 넣어 고통을 느끼게 하거나, 쥐들이 먹이에 다가가면 바닥에 전기를 흘려보내 충격을 줬다. 쥐들은 먹이와 실험용 우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독성 물질을 넣은 먹이를 먹지 않았고, 전기가 흐르는 바닥 근처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습관 훈련 때와 똑같은 신호를 주면 쥐들은 기계적으로 스위치를 누르고 먹을 것을 먹거나 전기가 흐르는 바닥을 지나갔다. 그렇게 행동하면 구토를 하고 전기충격에 펄쩍 뛰었지만, 신호에 대한 반응은 변하지 않았다. 습관이 머릿속에 깊이 배어들어 쥐들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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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종말
해나 로진 지음 / 민음인

"남자의 종말은 인류의 기회다"
‘남자의 종말’이란 제목과 ‘여성의 지배가 시작된다’는 부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아마 지나치게 과격하다거나 현실을 과대포장했다는 느낌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각종 고시의 합격자 수나 초중등학교의 남녀 학업 성적 등을 근거로 여성의 비교우위를 말하는 기사를 흔하게 접하는 데다,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후기산업사회가 사회 전반을 장악하면서 나타나는 징후들, 예를 들면 기업과 사회의 인재상이나 가정 내 성역할의 변화를 이미 현실에서 체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개인의 체험을 그러모아 사회의 지표로 구성하고, 이 지표로부터 사회 변동의 추이를 읽어내는데, 마치 시트콤처럼 이어지는 생생한 사례들이 무척 재미난 데다, 한국의 상황을 하나의 장에서 세밀하게 그려내 더욱 관심을 끈다.

저자는 이 책의 출발점이 된 하나의 칼럼을 쓴 이후, 남성들에게는 여성의 승리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는 오해(?)를 받았고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여성들의 끝나지 않은 투쟁을 희석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을 대하는 사람이라면(여성이든 남성이든) 이렇듯 어느 한 쪽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는 태도를 넘어서서,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기존에는 남성들의 특징이라 여겨지던 폭력성이 여성들에게서도 자주 드러난다는 지적을 보면, 이 문제는 사회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아니라 현단계 인간 사회의 보편성이라는 층위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의 종말'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면 아마 이 부분일 테고, '남자의 종말'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양성평등이 아닌 이 부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자의 종말'은 인류의 기회라 할 수 있겠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해나 로진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꿰어 내는 솜씨를 지닌 스토리텔러다. 그녀는 다양한 데이터를 근거로 여성의 지배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냈다.(<타임>)

남자의 종말? 이것은 단순히 책 제목이 아니다. 이 말은 어느새 우리 시대의 인용구가 되어 가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오랜 세월 기다려 왔던 혁명이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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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 양철북

"내가 이렇게 배웠더라면 좋았을 수학"
러시아의 수학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저자는, 4살 아이와 그 친구들을 모아 수학 동아리를 만든다. 수업은 매주 1번씩 짧게는 15분, 길게는 한 시간. 그 4년의 기록이 때로는 수학 문제로, 때로는 육아 일기로, 어쩌면 교육에 대한 사색으로 정리되었다. 아이들이 수학을 잘 하는 것보다는 즐기도록 하는, 수학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고 질문하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교육. 이 책은 ‘그때 내가 그렇게 배웠더라면 좋았을 수학’에 대한 안내서이자,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한 육아 일기이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한국의 독자들에게 : 
우리의 과제는 그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것,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성에 먹을거리를 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그때 짜임새를 갖추어 열심히 공부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알겠지요. 공부란 단지 재미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나 아직 어렸을 때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이들을 군인처럼 내몬다는 이야기나 네 살짜리 아이들에게 심각한 진짜 시험을 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는 공포를 느낍니다. 세계를 지각하는 데 어린이다운 직관이 어른에게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같은 서양 사람들은 동양의 지혜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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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존 카밧진 지음, 안희영 옮김 / 불광출판사

"지금이야말로 '명상의 시간'"
“나는 명상을 할 여유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믿고 시간을 투자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본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니잖아. 빠져나오면 금세 잊을 텐데 뭘.””불가의 수행법을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명상 수행을 경험해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명상을 대하는 태도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꼽히는 존 카밧잔이 창시한 마음챙김 명상은, MBSR이란 프로그램으로 미국과 서구 사회에 자리를 잡았고, 최근에는 기업과 각급 학교에도 도입되는 추세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손에 잡힐 듯 말 듯 그리하여 알 듯 말 듯한 이 명상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엇인고,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모으는 걸까.

존 카밧잔은 마음챙김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야단법석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에 관한 것’에 대한 야단법석이라 말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고, 내 마음이 곧 우주라는 이런 가르침은 익히 들어와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실제로 그러하리라 믿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은 이런 현실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기도 할 텐데, 중요한 건 자기 자신마저 잊어야만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현대인들은 의식적인 수련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런 체험을 해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그러한 방법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고, 또 비교적 쉽게 입문할 수 있고, 게다가 상황에 맞는 다양한 활용도 가능한 열린 형식이다. ‘처음 만나는’이란 제목에 걸맞게 입문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친절한 설명이 담긴 CD도 함께 전하니, 이번 기회에 몸과 돈 뿐만이 아닌 마음을 챙겨볼 기회를 가져보시길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나는 이 책이, 우리가 왜 온 마음을 다해 정기적으로 마음챙김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해의 틀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챙김에 대한 대중과 학계의 높은 관심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야단법석을 떠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에 관한 것’에 대한 야단법석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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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크리스 길아보 지음, 강혜구 외 옮김 / 명진출판사

"당신에겐 이미 돈도 기술도 있다"
실업률은 치솟고 '안정된 일자리'라는 것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때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럴 때야말로 '일'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실제 세계 175개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마이크로 비즈니스 혁명', 즉 새로운 일자리의 태동을 목격했다. 기존의 창업이 '많은 자본'을 바탕으로 '국지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마이크로 비즈니스'란 단돈 100달러만을 가지고도 인터넷과 통신 수단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 형태다.

직장에서 갑자기 쫓겨난 가장, 노숙자 쉼터에 머물렀던 미혼모,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청년 등, 이 책이 소개하는 많은 이들은 처음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과 갖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성공 사례 분석을 토대로, 아이디어 구상부터 창업 자금 만들기, 상품 출시 및 홍보까지 마이크로 비즈니스의 전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최고의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이 책을 위해 내가 조사한 소자본 창업가들에게 '열정을 좇는 사업'이라는 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그래요! 열정을 느끼는 일이라면 뭐든지 시작하면 되지요"라고 대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열정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바로 열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열정'에 '사업 감각'이 더해져야만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당신의 열정이 다른 종류의 재주와 합쳐져야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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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 전집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번째 선택 이상!"
시가지 한복판, 스스로 ‘새로 생긴 무덤’이라 칭하는 극장에 들르고, 카페에 간다. 하루는 분절된다. 개인은 불안하고 외롭고 혼란스럽다. 2012년을 사는 이들의 삶을 이상은 1930년대에 먼저 살고 있었다. 보들레르의 ‘대중’처럼, 이상의 소설 속에 ‘개인’이 나타난 이후, 인식의 스펙트럼이 달라졌다. 천재, 광인, 모던보이, 이상의 소설 속엔 뿌리 뽑힌 도시인의 절망이 여전히 숨쉬고 있다.

1998년 첫 권을 내놓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300번째 책을 내놓았다. 100번 <춘향전>, 200번 <홍길동전>에 이어 300번으로 모셔진 작가는 모던보이 이상이다. <오감도>, <꽃나무> 등의 시도 절창이지만,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이상의 소설 역시 훌륭하다. 식민지 근대한국 도시민들의 불안한 내면심리가 살아있는 서술이, 세계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가의 첫 소설 <십이월 십이 일>과 비교적 잘 알려진 <날개>, <봉별기> 등 열세 편의 소설이 섬세한 해설과 함께 실렸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나는 몇 편의 소설과 몇 줄의 시를 써서 내 쇠망해 가는 심신 위에 치욕을 배가하였다. 이 이상 내가 이 땅에서의 생존을 계속하기가 자못 어려울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하여간 허울 좋게 말하자면 망명해야겠다.
 
어디로 갈까.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동경으로 가겠다고 호언했다. 그뿐 아니라 어느 친구에게는 전기기술에 관한 전문 공부를 하러 간다는 둥, 학교 선생님을 만나서는 고급 단식인쇄술을 연구하겠다는 둥, 친한 친구에게는 내 5개 국어에 능통할 작정일세 어쩌구 심하면 법률을 배우겠소까지 허담을 탕탕하는 것이다. 웬만한 친구는 보통들 속나보다. 그러나 이 헛 선전을 안 믿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하여간 이것은 영영 빈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이상의 마지막 공포에 지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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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재인

"기발하고 재미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표 SF 스릴러"
다방면의 소재로 진출 중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SF 미스터리 재난 활극을 가지고 등장했다. 우주 전체의 시간이 13초 동안 멈추는, 그러나 우주 만물이 함께 멈추기 때문에 누구도 멈췄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는 없는 이상한 시간 왜곡 상황인 ‘패러독스 13’을 둘러싼 이야기다. 물론 사이 좋게 다 멈춘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만, 어떤 연유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총에 맞은 한 형사가 눈을 떴을 때, 도쿄 시내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른 모든 사물들은 그대로인 채로,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후 펼쳐지는 만남, 급작스러운 자연 재해와 마주치는 긴박함, 이기주의와 박애주의의 충돌 등 재난 블록버스터의 경향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가 슬슬 넘어간다. 살아남기 위해 숨 돌릴 틈 없이 달린다. 아, 잠깐, 최초의 질문이 뭐였지? 아,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물론 (흥미로운) 대답은 준비되어 있다. 이 준비된 클라이막스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느낌이 좋다. 슬프지만 우울하지 않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서적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마치 왕따 당하는 기분이야. 이래도 버틸래? 이래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곤란한 상황으로 떼밀고 있는 것 같아.”
아스카가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후유키는 그 말을 단순한 푸념으로 듣고 말았지만 고미네는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로 아스카를 보며 말했다.
 “그거 의외로 정확한 분석일지도 몰라.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이 세계를 파멸로 이끌려 하는 건지도. 인간이 만든 도시라는 추악한 존재를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하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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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김훈, 은희경, 신경숙 외 지음.이병률 사진 / 달

"이병률의 감성 사진으로 보는 명사 10인의 테마 여행기"
열 명의 명사들이 각기 다른 테마로 한 달에 한 번씩, 차례대로 여행길에 올랐고, 매번 이병률 시인이 포토그래퍼의 자격으로 동행했다. 1년에 걸친 멋진 여행 프로젝트에 동참한 이들은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 소설가 신경숙, 뮤지션 이적. 이병률 시인 마저 두근거리게 만든 ‘열 번’이라는 숫자는 독자들에게도 설레임을 안겨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더욱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마주할 때마다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은희경 작가는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호주로, 이명세 감독은 영화 촬영지 물색차 태국으로, 이병률 시인은 12월 산타마을 핀란드로, 백영옥 작가는 왕가위의 도시 홍콩으로, 김훈 작가는 미크로네시아로, 박칼린 감독은 뉴칼레도니아로, 박찬일 셰프는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규슈로, 장기하는 맥주와 음악 공연이 있는 런던으로, 신경숙 작가는 맨허튼으로, 이적은 음악 페스티벌을 위해 캐나다로. 이 책은 그들의 특별한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10편의 글을 통해 그들 각자 ‘여행’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여행을 통해 발견한 것들은 무엇인지 오롯이 전한다. 또한, 이병률 시인의 감성 사진이 함께해 생생한 여행의 순간들을 만나게 해준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열 번이라는 숫자도 나를 두근거리게 했지만 평소 좋아하는 분들과 다른 것도 아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고도 크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나는 포토그래퍼의 자격이라기보다 동반의 자격이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일보다 동반하는 일이 행복했고 사실이지 그 일에만 열심이었던 것 같다. 멋진 풍경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 시간도, 말을 잇는 시간도 아름다웠다. 그들이 나눠준 시간이 소중해서 내 일 년은 찬란했다. _ 이병률의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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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임지선 지음 / 알마

"청춘은 담론이 아니다. 현실이다."
멘토가 넘친다. 위로는 흘러넘친다. 물론 강의실 안의 이야기다. 바깥에 나오면 멘토는 잘 차려 입은 옷과 검정 세단의 썬팅에 가려 보이지 않고, 위로는 공기에 흩어져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옅어진 농도 때문에 숨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인데, <4천원 인생>에서 감자탕 노동일기를 취재한 임지선 기자가 자신이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마주한 스물네 명의 또래 청춘들을 기록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의 일터, 경쟁을 끝을 내달리다 지쳐 쓰러진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도미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말과 행동의 폭력들. 다 아는 이야기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얼굴을 아느냐고 되묻고 싶다. 숫자와 언어에 가려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을 우리는 아직 갖지 못했다. 부디 눈물을 참으며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잠깐의 공감보다 선명한 눈으로 그들의, 우리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더욱 절실하다. 이건 ‘불쌍’이 아닌 ‘불의’이기 때문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이 책은 마치 청춘을 놓고 벌어지는 수많은 담론들에 대해 '쉿! 조용'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렇게 생긴 정적의 공간에 자신이 목격한 청춘들의 일상을 날것 그래도 담담히 서술해나간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물론, 파이팅을 외치거나 심지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애초에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김진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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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윤태호 지음 / 한겨레출판

"윤태호, 첫 정치 만화"
<야후 Yahoo>, <이끼>, <미생>으로 이어지는 윤태호의 성공 가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기대하지 않은 방향에서 기대했던 디테일을 승부수로 걸고, 유유히 승리하는 작가가 바로 윤태호였기 때문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연재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악! 법이라고?> 참여, '가카헌정달력' 참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회 포스터 작업, 웹툰 심의 철폐 협의 등 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온 작가이기에 기대감과 신뢰감은 치솟은 상황. 그런 그가 이번엔 정치 만화 그리기에 나섰다.

원하는 바를 위해 작은 부정은 위폐해도 된다고 여기는 '수도일보' 논설위원,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일국당'의 존재감 없는 3선 국회위원, '미래자동차' 비자금 자료를 빌미로 실력자들과 거래하다 폐인이 된 '조폭', 비리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떡고물'을 받는 종로서 정보과 '형사', 그리고 끈기 하나로 거대한 음모의 뒤를 캐기 시작하는 다큐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뒤얽힌다.

현실 정치의 모사라 해도 무리 없을 만한 상황에 끼어든 윤태호의 '내부자들'은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까? 치밀한 분석, 긴장감 넘치는 전개, 현실 정치에 대한 심지 곧은 성찰, 냉철한 현실 인식을 단단히 쌓아올렸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독특한 체험도 가능한 작품이다. - 만화 MD 김재욱

저자의 말 : "어떤 조직이나 조직의 정서와 반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보수 신문에서도 꽤 진보적 정서를 가진 기자가 있습니다. 반대로 진보 신문에서 보수적 마인드를 가진 기자도 있죠. 그런 사람들이 조직에 순응하는 것은 현실적 선택 때문입니다. 살기 위해서죠. 이런 사람들을 내부자들이라고 봤습니다." - 윤태호, 한겨레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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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배명훈의 5년, 각하에게 바치는 연서"
2007년 12월 20일, 그분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다음날부터 소설가 배명훈은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 스스로 ‘총통시리즈’라 칭한 연작 소설이 5년 동안 쌓여 연작소설집으로 태어났다. SF적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연작소설집 <타워> 이후 두번째 연작소설집, 풍자는 맵고 유머는 날쌔다.

끝없이 삶을 연장하여 200년이나 집권한 총통을 피해 200년이나 동면을 택한 부부이야기, 개나 소나 용, 고양이를 숭배하는 이들이 바라본 ‘사람을 숭배하는’ 서울의 모습, 낭만을 사랑하는 냉방노조의 파업 진압기, 대학시절 첫사랑 ‘좌빨’ 여자선배의 아들이 집어든 마지막 초밥 접시에 무너진 혁명. 소설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아주 새로운 세계를 보면 우리가 웃고 떠들고 분노했던 지난 5년이 깨알같이 떠오른다. ‘한구석에 정교하게 감춰져 있어야 할 세상의 균열이 그냥 큰 길 한 가운데에 떡하니 방치되어 있곤 했기 때문에’ (작가의 말 中) 배명훈은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다. 현실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 위험하여 즐겁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이 나라 말이에요,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문서상으로는 분명히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하지 않았어요?" (중략)
"그런데 여기는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아까 저녁에 시청 앞에 있는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봤는데요, 데모 말이에요, 데모."
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어. '데모'라고 자기네 말로 똑똑히. 알지, 데모? 군중이라는 뜻. 그러더니 계속 말을 잇는 거야.
"데모크라시라면서요. 데모가 지배하는 나라, 실제로는 어떻던간에."
"그렇죠."
"그럼 말이에요,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든 최소한 그 데모가 길거리에 나와 있다고 해서 발로 차고 물을 뿌려서 쫓아내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정치하는 사람 누군가는 마음속으로야 그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자기 입으로도 열심히 떠들고 다녔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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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몇 십 년 전에 비해 부유해졌고 기회도 많아졌으며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단순한 선택부터 직업을 고르고 배우자를 만나고 삶의 목표를 세우는 중차대한 결정까지, 우리는 언제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높아진 삶의 질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점점 불행해질까.

독일의 촉망받는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 같은 선택과 기회의 역설에 대해 심리학부터 뇌과학, 사회학, 경제학 등에 두루 걸친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풀어쓴 책이다. 책은 너무나 많은 선택지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는, 남들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미 와 있는 행복을 어떻게 하면 잘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전한다. 물질적 부가 가져온 외로움의 그늘, 바쁜 일상이 불러오는 불안 심리와 스트레스 등 현대인이 살면서 느끼고 있는 삶, 그 이면에 깔린 문제점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의 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부모가 기대하는 삶, 세상이 기대하는 삶, 친구들과 비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아픈 청춘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다른 대안을 위해 딱히 노력하지는 않는 직장인들, 퇴직 후에 맞이하게 될 노년이 두렵지만 선배들이 거쳐 간 다양한 삶 중에서 근사한 롤모델을 찾아 매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중년들에게 필요한 책. -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과학 콘서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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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부디 이번이 마지막 배신이기를"
현장에 잠입하여 몸으로 부딪치며 구조의 모순과 현실의 배반을 고발하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완결판 <희망의 배신>이 나왔다. 한국어판 제목으로 보자면 <긍정의 배신>과 <노동의 배신>을 잇는 배신 3부작의 완결이라 하겠고, 내용으로 보자면 재취업자로 위장하여 펼치는 구직 활동을 통해 화이트칼라 중산층의 몰락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웨이트리스, 호텔 청소부,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워킹푸어를 체험한 <노동의 배신>과 짝을 이루는 책이라 하겠다. <긍정의 배신>은 성공 신화와 긍정의 힘에 가려진 구조의 모순을 고발하는 지점에서, 나머지 두 개의 배신은 중산층과 하층민이 맞닥뜨리는 현실의 배반을 실제 상황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곱씹어 볼 만하다.
 
특히 이번 책이 집중한 화이트칼라 중산층의 몰락은 기술과 노동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상품화하여 고용주의 입맛에 맞게 가공, 포장하고, 적절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직장에 발붙이고 살기 위해 성격과 태도마저 연기하듯 바꿔내야 하는, 가볍게 말하면 직장인의 비애라는 측면에서, 무겁게 말하자면 노동의 소외와 인간 존엄의 박탈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도 은퇴 후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게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자영업이다. 치열한 전장에 모두가 각개 전투로(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임하는 형국이다. 미국에서는 이 책의 출간 이후 회사에 충성을 서약하던 화이트칼라 계층들이 서로 모여 공감을 키우고 힘을 모으는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앞서 말한 구조의 모순과 현실의 배반에 맞서기 위해서는 손잡고 변화를 위해 싸울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부디 이번이 마지막 배신이기를 기대해본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이 모든 것이 미국의 현실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청년 실업과 중장년층의 정리 해고와 재취업난은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었으니까.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가? 저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뭉쳐 자신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주장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희망의 배신>은 그런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리가 적어도 ‘생쥐’보다는 더 나은 존재라는 각성 말이다.(로쟈 이현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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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인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물이 되어 흐르는 관능, 김선우 소설"
유경의 사랑은 물이 되어 흘렀다. 폭행과 강간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는 교도소에서 복역중 출소를 얼마 앞두고 자살했다. 어머니의 몸은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와이강으로, 스톡홀름으로, 아이슬란드로 흘렀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연인도 죽어 그녀를 떠났다. 그와의 사랑은 물길이 되어 그녀의 몸에 남았다.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캔들 플라워> 등을 쓴 소설가이기도 한 김선우의 장편소설. 어머니도, 애인도, 애인의 이름도 잃고 유령이 된 한 여자는 마침내 그녀가 사랑한 이들이 흐르는 강을 만난다. 강을 파괴하려는 자와 강을 지키려는 자가 충돌하는 와이강, 그곳에서 그녀는 몸이 각질이 되어 굳어가는 병을 앓는 수린과 그녀의 연인 해울을 만나 비로소 생명과 운명의 의미를 깨닫는다. 소설가 김연수가 말한 대로 "물의 사랑인 동시에 관능적인 사랑"이다. 매혹과 정염과 관능의 언어, 김선우의 강이 흐른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꿈꾸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필요한 건 꿈이 아니라 행동이에요. 복수할 거예요.
그리고 유경의 몸이 발끝부터 떨려오기 시작한다. 별안간 해울이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경은 예감할 수 있었다. 맞닥뜨려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그 예감의 순간으로 오래 유랑한 바람이, 한 물방울이, 마침내 당도하고 있다는 것을. 헐거워진 바람 속에서 매미 떼가 죽을 것처럼 악을 쓰며 울었다. 바람이 매미 떼를 막 낳은 것처럼 귓속이 웅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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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1
이우혁 지음 / 비룡소

"위대한 존재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
<퇴마록>, <치우천왕기>의 이우혁 작가가 십대 독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쓴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이스트랜드에 자리 잡은 울프블러드 왕국의 둘째 왕자 듀란. 대륙 최고의 검술과 용맹을 겸비한 형과는 정반대로, 누군가 곁에서 늘 돌보아주어야 할 정도로 여리고 두려움이 많다. 그러나 어머니 마고 왕비의 고국인 나이엔 왕국을 구하기 위한 출정에서 듀란을 제외한 온 가족이 포로로 잡히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약한 열네 살 소년은 일생일대의 위기 앞에 홀로 서게 된다. 존재를 뒤흔드는 곤경과 맞닥뜨린 이후, 오히려 더욱 더 강해지고 새로워지는 매력적인 인물의 이야기.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 아래 생이라는 험난한 관문을 통과하는 소년의 드라마틱한 성장담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정말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 너 같은 엄청난 힘을 얻게 되다니."
듀란이 말하자 고타마는 조용히 말했다.
- 행운이라... 글쎄. 그럴까?
"어? 무슨 소리야? 그럼 설마 널 만난 게 불행이란 거야?"
- 그런 뜻은 아니다, 듀란. 다만 운이 좋아 힘을 얻게 된 건 아니란 뜻이야.
"무슨 소리야?" (중략)
- 내가 지닌 힘은 상당한 거야. 그런 힘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약한 자를 위할 줄 아는 너에게는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건 너와는 상관없는 내 제약이나 율법 같은 거란다. 듀란. 너는 네 스스로 그 힘을 얻어 낸 거란다. 그렇게 생각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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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한 지음 / 미지북스

"샌델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 책은 해답을 제안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인문서로는 드물게 1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내한 강연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정의란 무엇인가> 초반부에 나오는 열차 딜레마는 국민 상식이 되었고, 이런 정의 열풍을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지며 책(<무엇이 정의인가?>, 마티, 2011)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법하다.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래서 한국사회가 얼마나 정의로워졌는가?’라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너무 멀리 간 물음이 아닐까 싶다. 거의 묻지 않았지만 오히려 제대로 살펴봐야 할 건 샌델이 강조하는 정의의 내용과 실천의 방법일 테니 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열심히 읽고 고민했음에도 정의를 찾지 못한 게 우리의 탓이 아닌 샌델 때문이라고 말한다. 샌델은 ‘정의 자체’를 논하기보다 ‘정의의 한계’를 다루는데, 이를 통해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의론을 잘못된 것처럼 호도하고, 직관에 근거한 임의적인 결론을 미덕이라는 그럴듯한 수사로 포장하며, 현대 사회의 근간인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과 이들이 구성하는 입헌 민주주의의 원칙들을 껍데기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선명한 문제제기를 위해 샌델과 그의 책을 표적으로 삼지만, 이 책의 목적은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입헌 민주주의, 자유, 평등이 온전히 뭉친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임을 설득하려는 데 있다. 제목만 보고 시류에 편승한 책이 아니냐 오해할 법도 한데, 그런 오해야말로 ‘정의’와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이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제기를 넘어 그 본질적인 내용과 해답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하나의 해답이자 '정의' 못지않은 문제작으로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쓰나미처럼 우리 지성계를 강타했던 샌델 신드롬을 잠재우며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자유주의적인 비판서.(황경식,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를 갈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샌델이 정의론의 정답은 아니다.(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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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창비

"왜 ‘슬픔’이 아닌 ‘고뇌’일까"
쇼팽은 미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사람들이 자신을 챠핀이라고 부르는 게 싫어서였다고 한다.

물론 현지 발음을 우대해주는 게 맞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판매자 입장에서 봤을 때, 고전의 제목에 손대는 건 위험한 일이다. 고전 문학의 주요 독자층은 각자가 이미 일정 이상의 독서량을 확보한 상태인데, 그 독자들 각자에게 각인된 취향을 굳이 건드려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까딱하면 주 고객층이 될 독자들로 하여금 시리즈 전체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건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베르터가 옳다는 건 알지만, 굳이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감히 기억 속에 각인된 일본산 ‘베르테르’에 도전할 엄두는 내지 못한다. 이른바 대마불사다. 연유야 어찌되었든 아직은 발터 ‘벤야민’이 더 폼이 나는 세상이다.

따라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가 세계문학전집의 1권이라는 사실은 꽤 상징적이다. 베르터라고 부르는 판본은 현재 국내에 두 종뿐이며(다른 하나는 을유세계문학 판본), 이 두 판본은 마침 나란히 ‘슬픔’ 대신에 ‘고뇌’와 ‘고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작품해설에 이 단어 선정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 아래에 옮겨 놓겠다). 이 고집스러운 제목의 1권은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직접 만져보면 그 촉감마저 예쁜 표지와 더불어 이러한 창비 특유의 고집은 개성 있고 인상 깊은 컬렉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판본들 사이에서 새로 뭘 내려면 이 정도 깡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 소설 MD 최원호

역자 해설 중에서: ‘이 작품의 제목은 흔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번역되어 왔다. (중략) 베르터가 죽음을 택하는 동기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괴로움 말고도 신분 차별로 인한 모멸감, 갑갑한 사회환경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지독한 권태, 그리고 이 모든 요인이 마음의 깊은 병으로 도져서 극단적 조울증으로 생의 에너지를 소진시킨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고뇌’로 번역하였다. 제목에서 독일어 원어 ‘Leiden’이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이라는 점도 베르터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음의 병이 그만큼 복합적임을 명시한다. 아울러 ‘Leiden’에는 ‘수난’의 의미도 담겨 있는데, 사랑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베르터의 삶 자체가 곧 ‘수난’이었던 셈이며, 그가 죽음을 택한 날짜가 바로 성탄절 전야였다는 사실도 그런 맥락을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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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자장자장 사랑해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 보물창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베드타임 스토리"
온종일 엄마 속을 뒤집으며 장난치고 뛰어놀던 개구쟁이도 밤이 되면 엄마 품을 찾아든다. 아이에게 어둠 혹은 졸음은 어색하고 두렵다. 또 저녁은 더 놀고 싶어하는 아이와 재우려는 엄마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유를 마시고, 화장실을 들러야 하고, 장난감 보물을 챙겨야 하며,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엄마, 엄마의 토닥거림은 필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아기에게 전하게 해 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귀여운 아기 캐릭터와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 사랑이 넘치는 이 그림책의 베드타임 편이 출간되었다. 하루 중, ‘사랑해’라는 말이 가장 필요한 시간, 아이가 잠들기까지의 이야기를 ‘사랑해’라는 말 속에 녹여냈다. 사랑해 자장자장 사랑해... 엄마도 아기도 행복한 잠자리가 될 것이다. - 유아 MD 강미연

작가의 다른 그림책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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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지음 / 사계절출판사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 채 불안해하며 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아파도 참아야 할 때가 많고, 시시때때로 인격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다른 나머지 절반의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간병인, 화물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마트 계산원, 방송작가, 시간 강사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엄마, 아빠, 가족과 이웃 어른들의 고된 하루하루를 동화와 만화, 신문과 일기 보고서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모자이크했다. 픽션이되, 비정규직 문제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또 이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들은 바로 다름 아닌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을 향해 있다. 직장과 일터는 어린이, 청소년이 다가오는 미래에 발 디딜 생활의 무대이자, 바로 오늘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의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의 평등이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켜야 할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과제다.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노동자, 그들이 속한 용산참사, 4대강 사업, 희망버스,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 지원 등 사회 열어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더작가'(더 나은 세상을 꿈구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이 책을 만들었다. 인세 전액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에 기부된다. -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사람이 만든 물건들은 사용 기한이 뚜렷합니다. 아예 '일회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는 것들도 많지요.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도시락...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사용 기한을 정해놓기 시작했습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언제까지 일할지 기간을 정해 주는 거예요. 어느 회사든 오래 일하는 사람, 일 년만 일하는 사람, 이 년만 일하는 사람 구분이 생겨났습니다. 사람은 우산처럼 오래 쓸 건지, 일회용으로 쓸 건지 사용 기한에 따라 태어나지 않는데 말이지요.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일하고도 계약한 기한에 따라 대우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래 일할 사람에게는 더 많은 값을 치르고, 짧게 일할 사람에게는 적은 값을 치릅니다. 사람이 가게 진열대 위에 있는 물건처럼 사용 기한, 유통 기한, 가격 따위를 새긴 채 사갈 사람을 기다리는 꼴이 되어 버린 겁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 이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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