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이야기 -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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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응용력도 끈기도 없는 내게 '암호'는 정말 독약과도 같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말할지 몰라도 암호는 대부분 쉽게 풀 수 없다는 관념하에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신비함이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암호의 세계에서 조금은 헤어나올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나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나를 더 혼란의 늪으로 데려갈 뿐 결코 내가 예상한 헤어남은 맛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역사에 약한 나로써는 처음의 내용은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암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역사를 차근 차근 짚고 넘어가도 그 역사에서 부터 헤매버렸으니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포기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소제목 앞의 암호 문제가 독특하고 지루함을 덜어 주었지만 여전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책을 펼쳤다 덮었다를 하다 너무 질질 끌고 있는 것 같아서 인내를 선두로 다 읽기를 다짐했다.

책 읽기가 점점 이상해져 간다는 느낌이 짙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중간에서 그렇게 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의지를 보아준 것이였을까..

그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책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암호야 어차피 내가 그 규칙을 깨닫는다고 해도 내겐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암호의 이해는 제쳐두고 그 암호의 역할을 중점으로 읽었다. 그랬더니 재미있어졌다. 암호이 얽힌 얘기가 그토록 많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화를 보면서 황산벌이 생각이 났다. 350여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거시기'의 비밀을 풂으로써 암호의 중요성의 예를 봤음에도 난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지부진 했을 기간보다 몇배나 빨리 책을 읽어 버렸다. 조금은 허무 했지만 조금이라도 흥미를 갖고 읽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 올 정도였다.

어쩌면 소제목 앞에 나오던 암호풀이가 정확한 루트를 통해 풀린건 아니였지만 직감으로 몇몇 문제를 맞추다 보니 그 재미에 읽기가 가속도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어렵게만 느꼈던 암호추리, 그리고 암호 이야기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간 것 같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

'당신의 가방, 지갑 속에 '암호'가 숨어 있다;라는 문구의 내용은 빈약하고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하고 아쉬웠지만 그럭 저럭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잘 마친 것 같아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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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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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의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을 읽으면서 '연애 소설'은 분명 그런류가 아니라는건 짐작했다.

제목부터가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또한 그런 가즈키의 작품들과는 다를지라도 마지막으로 읽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경건해 지기도 했다. 아쉬움도 들었고 그래서 아끼다가 이제 꺼내보는 것인데 사뭇 진지해진다.

중간 중간 가네시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느껴 긴장이 조금은 풀리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결코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지 말아줘'란 생각이 드는 순간 흐름은 과감히 극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첫 단편 '연애 소설'은 많이 들었던 혹은 보았던 이야기였다.

정말 자신이 사신(死神)인지 우연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다 잃어버리는 느낌..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왠지 낯익음에 당연히 그런 결론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어할까' 라는 쉬이 정답이 나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런 미지를 탐하면 뭐하겠는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번째 '영혼의 환'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스피드'의 다른면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다른 얘기였다. 혹시 스쳐가는 중에 복선이라도 깔려 있을까 하고 스피드를 뒤적 거려 봤지만 역시 어디를 뒤져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그냥 덮어버렸다.

약간은 그런 연계성의 흔적을 좇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혼의 환'을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의 기억을 더듬느라 잠시 정신을 놓은 탓이기도 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읽다 보면 책마다 은근히 연결되어 있는 이면성이 또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 공백이 조금 있었다고 이렇게 티가 나버리다니 나의 기억력이 한심했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꽃'에서 뒷통수를 맞아버렸다.

어제 읽었던 '꽃'에서의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계성 앞에서 난 또다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계단에서 날면서 구르던 여주인공을 품에 안았을 때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이라면 '꽃'은 날으는 그녀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을때의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설정의 차이일뿐 굳이 연관성을 짓지 않더라도 다른 삶의 펼침이기에 상관없다 치더라도 나는 그런 기억의 흔들림에서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마치 이런 혼란스러움을 의도한 듯 세편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쉼 없이 오간다. 어떤게 기억이고 현재인지 맞춰 보라는 듯이 말이다. 옮긴이는 그런 연결의 고리를 대화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그런 대화의 가장 큰 결과를 보여준 '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그 기억을 찾아가는 기쁨..

수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타인이 되어 주고 있는 대화상대인 나는 그 계기로 용기를 얻는다. 이게 끝이라고 상관없다고 말이다.

 

고리타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엇갈림의 간직속에서 확인되어지는 노(老)변호사와 28년전 헤어진 부인의 사랑에서 나는 왜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

'역시 사랑은 위대해' 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도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무가내의 허상이였을까...  내 기억의 언저리에는 어떤 연애의 기억이 숨어 있는지 나조차도 자신이 없다.

기껏해야 몇년전의 나의 사랑에 대해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28년전에 헤어진 부인의 얼굴과 추억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잠시 노변호사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지난 추억을 더듬는다고 해서 과연 그렇게 생각이 날까?

과거의 현재를 나는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채 점점 나는 움츠러들고 만다.

기억이라는 아련함속에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해지면서 문득 대화가 하고 싶어진다.

아니, 연애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억을 남기고 싶은 욕망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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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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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이 밝자 마자 아리랑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1월에 겨우 2권 읽었을 뿐이고 공백은 자꾸 커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3권을 꺼내들었는데 그것마져도 중간쯤 읽고 계속 방치했었다. 1,2권을 읽은지 오래라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조정래만의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가기도 힘들었고 흐름이 끊겼다는 생각에 읽다만 책을 볼때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정말 연결은 되지 않았는데 늘 찾아오는 싫증이 어제부터 나버렸다.

며칠 동안 독서와 리뷰에 열을 올리며 열심이였는데 어느정도 자리가 잡혀가자 방황을 해버린 것이다.

그럴때 늘 하던대로 이 책 저책 몽땅 꺼내놓고 초반을 조금 읽다가 팽개치는 버릇이 나왔다. 오늘도 이렇게 방황을 하다 읽다만 아리랑 3권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량은 읽다만 책이건 읽고 있는 책이건 안 읽은 책이건 지금 집어 들어서 오늘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책을 빨리 빨리 읽는걸 좋아한다는 말인데 여튼 아리랑을 펼쳐보니 200페이지 정도 읽었고 오늘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섣부름에 많은 기대를 한건 아니였는데 다른 책에 대한 방황이 길었던 것일까.. 잡자 마자 놀라운 흡인력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마음이 너무 후련하고 뿌듯했다.

마음속에 돌덩이를 내려 놓은 듯 그리고 예전에 태백산맥을 탐독하던 기분이 들어 열정도 솟구쳤다.

 

책속의 우울함에 몇번을 덮고 싶었지만 아리랑 2부 서부의 말마따나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의 대입이 적절하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결코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피할 수 없었기에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찰지고 구성진 언어와 늘 한줄기 빛을 준비하고 있는 저자의 구성을 알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묻어나는 우울은 어쩔 수 없었다.

태백산맥에서도 늘 그 얘기를 했지만 조정래님의 글은 삶의 흘러감을 그대로 보여 준다.

늘 너무 한다 싶을 정도의 서러움, 억압, 냉정함을 지녔다고 우울의 도가니에 빠지면서도 출구 혹은 자연스러운 삶, 그 자체를 보여 주기에 더욱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꾸리지 못하면서 지나온 우리의 과거를 굳이 알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무안하게 만들 정도로 씁쓸함 또한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씁쓸함을 누가 알아 줄 것인가..

우리가 아니고서야.. 현재 우리의 씁쓸함을 누가 알아 줄 것인가..

미래의 후손들이 지켜볼 것이다.

 

양상은 다르지만 삶의 애닯음의 농도는 어느 시대나 짙다고 느낄 것이다. 느낌상 과거의 애닯음이 짙다고 느껴져 나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현재의 나를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면 애닯다 애닯다고 느껴진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주는 것 조차 서러울 정도로 말이다.

많은 발전을 꾀하였지만 아직도 힘없는 나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재를 보고 있자면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미 FTA...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주장...

이것들만 보더라도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충동적인 돌아봄일까?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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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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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이런 식상함을 불러 일으키는 '행복'이라는 제목은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선입견으로 인해 주춤 거리게 만드는건 사실이다.

내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혹은 아주 작은 일상에서 예기치 않게 다가올때 '행복하다'라고 외치지만 그런 생각이 얼마나 갈까...

그러고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깨어 있음과 마음의 열림이 없기에 읽으면서도 별 기대없이 변화 없이 읽었다.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 같았고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져서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

내게 와닿지 않는 내용들.. 그리고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에 늘 생각 되어지는 추상적인 면속에 가두고 있었다.

 

그렇게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책을 덮어 버릴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가지의 외침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었다.

그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었음에도 늘 지나쳤던게 미안할 정도였다.

내 자신을 소중히 하기...

그리고 내가 먼저 행복해 지기...

이 책에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지고 나를 먼저 생각하는게 절대 이기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내가 먼저 행복해 졌을때 다른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때 필히 내가 행복해져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그러나 그렇게 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소중히 하는 방법을 몰라서라도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는 하루에 1분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한다. 짧을 것 같은 1분..

의외로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는걸 느낄 수 있는데 왜 하루 24시간 1440분중에 1분을 내기가 힘든 것일까...

 

퇴근 시간을 떼우기 위해 흘려버리는 1분은 많아도 결코 내 자신을 위해 쏟는 1분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내 자신을 그 만큼 소중히 하지 않고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얼핏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할 것 같은데 가장 많이 생각하는건 알고 보니 내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내 자신에 늘 관대해서 내 생각은 많이 하면서도 소중함은 별로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1분만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내 자신에 대해서.. 아무거라도..

그러나 막상 해보려고 하면 그게 정말 호락 호락 하지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음에도 하루에 성경구절 한절 읽는게 왜 그리 힘이들고 핑계가 많은지..

책은 좋아하고 실컷 읽으면서 성경책은 늘 소홀하고 뒷전이다.

혹시 나는 실컷 좋아하는 책은 아니였을까..

그리고 늘 소홀히 하는 성격책은 아니였을까...

좋아하면서도 읽기 위주가 되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홀히 여기는 성경책 같은 나를 만들지는 않았는가..

뒤돌아 생각해보니 생각하고 말것도 없다.

지금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별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요즘에는 '행복해 집시다' 라고 말한다고 해서 행복이 와 닿는 시대도 아니고 관계성 전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내 행복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시대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들 이 왜 그렇게 행복하냐고 물을 것이고 그 관계성 전도를 통해 나의 행복이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 질수록 행복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렇게 아무런 메세지도 내게 와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행복..

평범한 진리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고 있었다.

쉽게 끓어 오르는 건 쉽게 식기 마련이다.

잔잔한 여운이 남겨져 있으니 이제 그걸 지켜가고 관리 하는게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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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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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동생이 2주 정도의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 온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괜히 해외라 하면 현장 독서가 떠오르기에 읽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작정 '중국견문록'이 생각나 주문을 해 버렸다. 내일 책을 줘야하는데 겨우 겨우 하루 전에 도착한 책을 보고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일이 쌓여 있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오늘 다 읽기는 무리라는 나름 대로의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머리에 중국 잘 다녀오라는 글을 쓰고 책을 덮어 버렸는데 안 읽은 책이라는 호기심이 꾸물 꾸물 올라와 책을 조금 훑어 본다는 것이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고 한비야의 이야기 속으로 자꾸 빠져 들었던 것이다. 중국견문록이라고 하기에 익히 들어온 바람의 딸등 많은 애칭을 가진 한비야이기에 중국 전역을 휩쓸고 다니며 쓴 책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책이 아니기에 중국사람들의 그리고 중국의 소소한 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아늑했다고 느꼈지만 워낙 땅떵어리가 큰 중국이기에 중국견문록에 커다란 스케일을 기대했던게 사실이였고 책속에서의 활동반경이 적어(말 그대로 활동반경으로만 봤을때..) 견문록이라는 제목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다. 스케일이나 활동 반경을 떠나 중국을 제대로 보고 왔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중국이라는 것과 한비야의 눈에 비치는 중국 그대로를 말이다.

 

41살의 나이에 중국어가 배우고 싶어서 떠났다는 한비야.......

한국어까지 4개국어를 하고 있음에도 그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겠다는 열정과 집념앞에 나는 초반부터 기가 팍 꺽이고 있었다.

제 2외국어를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 나는 머리가 굳어 버렸어'라며 스스로 진단한 후 시도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비야의 외국어 노하우를 조금 참고 하기는 했지만 과연 내가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란 막연함에 자신감은 점점 더 사그라 들었다.

그러한 그녀의 삶 자체는 열정으로 넘쳐났고, 언어를 배우든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뼛속의 기운을 다 써버릴 정도로 욕심도 많고, 삶을 제대로 살 줄아는 면모까지 나는 그런 그녀를 만날수록 점점 더 작아지면서도 그런 그녀가 그냥 그렇게 되었다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없이 드는 포기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억눌러서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을때 난 늘 포기만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움츠리고만 있나 보다.

 

그런 열정을 품고 1년 여정으로 중국에 온 그녀의 생활은 내가 순식간에 읽어 버릴 정도로 재미 있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읽는 거라 그녀의 고충도 재미나게 읽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생생한 경험담은 진짜 중국을 보는 것 같았다. 중국이 서서히 기대주로 떠오르기 시작한반면 거품도 많아서 늘상 그렇듯 중국을 견제 하면서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한비야의 책을 보면 사사로운 감정 같은건 담겨 있지 않았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경함한 바탕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그런 시각은 진짜 중국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친구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주변만 살펴보고 친해져도 중국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들뜨거나 젠체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 한비야를 보면서 나는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잠시 되돌아 보니 늘 일상에 만족하지 못했던 내가 보였다. 이런 일상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삶을 꿈꾸고 다른 곳에서의 만족을 바랬던 걸까...

늘 순간 순간을 소중히 하고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한비야......

그러면서도 화끈한 성격과 시원 시원한 면모까지 갖춘 그녀는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중국 얘기만 펼쳐질 것 같았던 나의 짐작과는 달리 분명 중국의 일화가 많이 실려 있음에도 나는 중국에서의 한비야가 더 돋보였다. 그 넓고 넓은 중국에서 한비야는 너무 평범했지만 사람 한비야는 내 눈에 우뚝 솟은 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열정이 너무 넘쳐 늘 활력이 있는 그녀를 보고만 있어도 나도 힘이 솟는다. 그녀처럼 나도 세계를 누빌 것 같은 막연한 동경까지 생기면서 또렷한 여운을 남겨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서 나는 또다른 도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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