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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
알렉산드르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어려워 했던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진집을 통해 새로이 탐독하고 있을 때이다.
책을 펼칠때마다 나오는 수많은 러시아 작가와 작품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고 궁금했던게 고골의 외투 폰비진의 미성년 그리고 뿌쉬낀의 작품들이였다. 그 가운데 뿌쉬낀을 가장 궁금해했던 이유는 다른 작가들은 한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나온 반면 뿌쉬낀은 정말 여러가지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봤는데 한권으로 된 전집은 절판이 된 후였고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 중에서 몇권이 있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소설집을 사서 읽고 다른 단행본을 사려고 하는 중에 우연히 광주의 한 서점에서 뿌쉬낀의 한권으로 된 전집을 보게 되었다. 손때가 타고 너널 너덜 하고 굉장히 두껍고 3만 9천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지만 이미 내게는 그런 악조건 보다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때는 그 책을 살 여건이 안되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자꾸 눈에 밟혀 정말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틀후에 광주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책을 구해 달라고 했다. 아.... 그 말을 하고 나니 왜 그렇게 가슴이 뛰던지..
정말 정말 설레였다. 그러나 친구에게서 날아온 소식은 절망적이였다.
서점은 가보았으나 그 책을 누가 사가버렸고 주문을 하려해도 절판된 책이라 구할수가 없다는 것이였다.
병이 나버렸다.
갑자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니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불연듯 출판사에 문의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출판사 홈피에지에 글을 올렸더니 재고 문의를 해보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알려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재고가 있었다.
책이 약간 더럽다며 9천원이나 깍아준 책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책이 내게 왔을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마다 이거 책 맞냐는 핀잔도 집으로 들고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의 힐끔거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냥 기뻤다.
그렇게 내 생애 가장 두꺼웠던 책....
무려 1793페이지짜리의 뿌쉬낀 전집을 손에 쥐게(너무 두꺼워서 다 못 쥐었다. ㅋ..)되었다.
2005년 1월 21일 금요일의 일이였다.
1999년 뿌쉬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책들에서 발행된 책이였다. 1999년이면 나는 고3.. 그때 러시아 작품에는 관심도 없었고 뿌쉬낀을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알았다고 해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살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뿌쉬낀 200주년 탄생 기념이라는 이름앞에 전집을 발행해준 열린책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가 뿌쉬낀이 썼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러시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외에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너무나 많아져 갔다.
이 책을 받고 가장 놀랐던건 엄청난 양의 작품수였다.
이 전집에서 크게 서정시,장편 서사시,희곡,민담,운문 소설, 소설로 나뉘어져 있다. 서정지가 약 400페이지 장편 서사시가 360여 페이지 희곡은 190여페이지 민담은 46페이지 운문소설 270여 페이지 소설은 370페이지 해설 및 연보가 146페이지로 된 엄청나고 방대한 전집이다. 페이지 수로만 따져 보더라도 시인이라는 뿌쉬낀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인데 거기다 다양한 장르와 운문소설이라는 새로운 시도까지 한 뿌쉬낀의 역량이 느껴져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해설의 제목을 번역자 석영중 씨가 '아, 뿌쉬낀' 이라고 한 것처럼... 나도 '아, 뿌쉬낀'이라는 감탄사 에 많은 것들을 내포시킬 수 밖에 없었다.
단순한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작품을 썼다면 굉장히 오래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네델란드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를 떠올리며(그의 작품은 40여점 정도 밖에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38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뿌쉬낀의 삶에 작품수에 생의 기간을 따지는 단순함은 깨트려 버렸다. 그러나 그 짧은 생을 살면서 문학적 가치까지 지니고 있는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국민 시인, 천재 작가, 민족의 혼등 뿌수낀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가 뿌쉬낀의 위대함도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의 뿌쉬낀에 대한 열정을 다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테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뿌쉬낀을 어떻게 나의 짧은 소견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13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결투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창작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짧은 나의 어휘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조차도 무의미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뿌쉬낀에 대해서 자꾸 할말이 많아진다.
수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어느 것 하나 허접하지 않다는 것이였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음에도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건 창작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 분야라도 분명 그 하나 하나는 다르다는 걸 알기에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 잘 쓸 수 있단 말인가..
질투심.. 짜릿함.. 뿌듯함.. 안타까움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국민시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모두다 느낄 수 잇는 시들...
그리고 시대적 배경과 황제를 찬양하는 시들.. 정치적이고 헌사가 깃든 시들.. 그의 시안에서도 그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또한 유렵과 아시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다양하고 풍부한 그의 시들과 작품들은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음에도 내가 갖는 세계는 광활했다.
그 가운데 운문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장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의 뿌쉬낀의 문학세게에서 운문소설은 장르를 들먹이며 운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시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 소설을 가미하고 있으며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은 뿌쉬낀이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과감한 표현도 던져 보게 된다.
실로 너무나 흥미있고 재미 있었던 운문소설 '예브게닌 오네긴'의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이 작품이 러시아 문학사에서 불고 온 파장이 컸던만큼 많은 자유스러움을 보여 주었던 만큼 '우리보다 200년을 앞서갔던 작가' 라는 지적을 한 고골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뒤 읽어도 변함없는 이 놀라움은 고골의 표현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뿌쉬낀의 작품을 내가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뿌쉬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만 풀어도 넘쳐나는데 어떻게 그의 작품을 논할수가 있겠는가..
그 일은 다행히 도스또예프스끼가 정의해 주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편성...'
고전주의적인 엄격함.. 낭만주의적인 열정과 사실주의가 어우러진 뿌쉬낀의 세계... '균형'이라는 한마디의 표현을 나도 인정해야 겠다.
전통의 수용과 파괴, 진지함과 유머, 현실과 이상등 조화를 이루는 뿌쉬낀의 작품들.. 누군가 왜 뿌쉬낀의 시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지 않냐는 질문에 차이꼬프스끼는 <그의 시는 그 자체가 음악> 이라고 대답해 뿌쉬낀의 위대함을 나타냈던 것처럼 여러사람들의 찬사속에 그는 균형을 갖추었다고 그들의 표현을 인정하지 않고는 나로써는 도저히 뿌쉬낀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게 1년이 넘는 뿌쉬낀과의 긴 여행을 마쳤다.
뿌쉬낀의 작품을 읽는 동안 그의 삶....
창작에 대한 열정을 모두다 이해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뿌쉬낀의 세계로 들어 갔던 그 시간들은 뿌쉬낀이 느꼈을 희열에 가까웠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였다.
아, 뿌쉬낀...
당신의 작품은 영원하리라...
과연 뿌쉬낀은 나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