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사소하지만 거대한 불의: 가사노동의 문법
8장 앎의 소유자들: 맨스플레인, 진술 억압, 가스라이팅

옥스팜oxfam의 2018년 보고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더 많은 무임금 돌봄노동을 감당하고 있으며, 가사노동의 임금이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남성 파트너보다 두 배에서 열 배가량 더 많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 노동의 국제적 가치는 연간 10조 달러로 추정된다. 현 - P178

재 상황을 고려할 때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양육노동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75년(맨케어MenCare라는 부성애 캠페인 추정치)에서 더 절망적이게는 200년(UN 산하 국제노동기구의 추정치)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연구들은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남성이 비고용 상태일 때 유일하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가사노동 분담에 근접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여기서 핵심은 ‘근접하다 approach‘라는 단어에 있다. 여성은 여전히 더 많은일을 감당한다. 평등하다고 추정되는 미국 사회에서도 평등이란 말은 실체가 없다." - P179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제대로 요구하는 것은 추가적인노동이다. 이런 식의 요구는 종종 잔소리로 인식된다. 때로 그런 일은 반복해서 부탁할 만한 가치도, 적절한 어조로 (그 말이 잔소리로 인식될 부담을 여전히 감수하고서) 계속요구할 만한 가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내가 해버린다. -> 그러지 말자. - P184

맨스플레인은 남성 특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남성 특권이란 지식과 신념, - P202

그리고 정보 소유와 관련된 다양한 인식적 활동을 전유하는남성들의 특권을 말한다. - P203

진술에 관한 불의라 함은 보통 불리한 처지에 있는 화자가 진술을 통해 상황에 이바지하고자 할 때, 그 화자를부당하게 묵살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인식적 특권은 더 많은 특권을 가진 화자 쪽에서 발화권력에 대한 자신의 우위를독단적으로 전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인식적 특권이 흔히 진술에 관한 불의에 선행하며, 그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204

결국 가스라이팅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이야기보다 상대 남성의 이야기를 믿어야 한다는 허구의 의무감을짊어지도록 한다. 피해 여성은 인식적 억압을 겪는 것은 물론, 상대 남성의 (인식적) 식민지로 전락한다. 이것이 얼마나 해로운 일인지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가스라이팅은 불특정 개인을 해치는 단계를 초월한다. 가스라이팅이 성공하면, 피해 - P222

자는 자신에게 발생한 가해 내용과 가해한 사람을 판별할 수있는 능력을 빼앗긴다. - P223

어떤 남성들에게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자신을 위협하는 의견을 피력 - P227

하는 타인을 직접 마주할 능력이나 의향이 없다. 특히 그들은여성들이 지금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이 변하고 진보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한 인식적 권리를사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단지 여성들의 의견을 집요하게 반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그들은 여성들의 의견에 반박할 기술이나 의지를 결여하고 있는 듯하다. 그대신 그들은 여성을 입 다물게 하거나, 여성들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떡잎부터 잘라버리고 싶어 한다. 여성의 발언이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부정하면서 말이다. (상대 여성이미쳤다거나 악하다고 말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식이다. 두 경우 모두여성의 발화를 논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들은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남성들이여성의 발언을 애초에 차단하는 세상을 꿈꾼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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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侯畢已受封 詔定元功十八人位次 皆曰 平陽侯曹參 身被七十創 攻城略地 功最多宜第一 鄂千秋進曰 群臣議皆誤 夫曹參 雖有野戰略地之功 此特一時之事 上與楚相距五歲 失軍亡衆 跳身遁者數矣 蕭何嘗從關中 遣軍補其處 又軍無見(現)糧 蕭何轉漕關中 給食不乏 陛下雖數亡山東 何常全關中 以待陛下 此萬世之功也 今雖亡參等百數 何缺於漢 奈何欲以一旦之功 而加萬世之功哉 蕭何第一 曹參次之 上曰善 於是乃賜蕭何帶劍履上殿 入朝不趨 上曰 吾聞進賢受上賞 蕭何功雖高 得鄂君 乃益明 於是封鄂千秋 爲安平侯 〈出蕭相國世家〉

열후의 논공행상들이 대부분 정해졌다. 이 때 악천추가 말하길 조참의 공이 1이라면 소하의 공은 10000에 해당한다고 조참의 공이 지나치게 높다고 이야기한다. 소하가 직접 자신의 공이 높다 말한 것도 아니었으나 이 이후에 조참과 소하의 사이가 점점 벌어진다. 이 사건이 발단이 된 듯하다.

○ 初匈奴畏秦 北徙十餘年 及秦滅 匈奴復稍南渡 單于頭曼 有太子 曰冒頓 自立爲單于 遂滅東胡 走月氏 侵燕, 代 是時漢, 楚相距 中國罷於兵革 以故冒頓得自强 控弦之士 三十餘萬 圍韓王信於馬邑 信以馬邑降 匈奴冒頓 因引兵南踰句注 攻太原 至晉陽 〈出匈奴傳〉

선우(흉노족의 우두머리)인 두만에게 태자 묵특이 있었다. 묵특이 동호를 멸하고 월지로 쫒아내고 연, 대 지방을 침략하였다. 이 때 한과 초가 대결 중이었(유방 대 항우의 대결)기 때문에 묵특이 힘을 키울 수 있었다. 흉노는 한왕 신을 마읍에서 포위하고 남쪽으로 세력을 더 뻗친다.

○ 帝悉去秦苛儀法 爲簡易 群臣飮酒爭功 醉或妄呼 拔劍擊柱 帝益厭之 叔孫通 說上曰 儒者難與進取 可與守成 臣願徵魯諸生 與臣弟子 共起朝儀 帝曰 得無難乎 通曰 五帝異樂 三王不同禮 二者因時世人情 爲之節文者也 臣願采古禮與秦儀 雜就之 上曰 可 試爲之 令易知 度吾所能行 爲之 魯有兩生 不肯行曰 今天下初定 死者未葬 傷者未起 又欲起禮樂 禮樂所由起 積德百年而後 可興也 吾不忍爲公所爲 公往矣 叔孫通 笑曰 鄙儒不知時變 遂與所徵三十人西 及上左右爲學者 與其弟子百餘人 爲緜蕞 野外習之

황제가 진의 의식과 예법을 모두 제거하여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졌다. 숙손통이 고조를 설득하기를 “노나라의 유생들을 데려와 조정의 예법을 조정하면 어떻겠습니까?” 하니 허락하였다. 노나라로 간 숙손통이 자신의 제자 백여 명 등과 예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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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 총 한 방이 발사되고 그 연기 속에서 비둘기가 날아가는데도 프록코트 차림으로 멀쩡히 서 있는 마술사처럼, 젊고 투박하며 키가 작고 다부진 체형에 근시이며 코가 달팽이 껍데기 모양으로 붉은, 검은 턱수염 남자가 인사에 답했다. 나는 죽을 듯이 슬펐다. 왜냐하면 지금 재가 되어 버린것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은 처량한 늙은이만이 아니라, 그의 쇠진한 성스러운 몸 안에 내가 머물게 할 수 있었던 거대한 작품의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이다. - P215

아마도 이름이란 제멋대로 충동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생 화가와 같아서 현실과 하나도 닮지 않은 사람들과 고장에 대한 스케치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까닭에, 만약 우리가 상상의 세계 대신 진짜 눈에 보이는 세계를 마주하면 종종 놀라게 되는지도 모른다.(하기야 눈에 보이는 세계도진짜 세계가 아니며 우리 감각에도 상상력에 비해 더 비슷하게 그리는 재능은 없기에 결국 우리가 현실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대략적인 그림은, 적어도 눈에 보이는 세계가 상상의 세계와 다르듯이, 이눈에 보이는 세계와 다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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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 땅을 강점하여 내 민족을 핍박하고 착취하는데 대하여 반대하는 것을 사회주의라 한다면 저는 사회주의자겠지요. 조선은 지금 정권 운운할 처지도 아니며 국토는 잃고민족이 말살되어가는 형편인데 반일이면 되는 거지, 기치를 선 - P237

명히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생존의 권리를 박탈하는 경우가 비단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간에만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기업과 노동자의 경우에도생존을 외치고 권리를 주장하면 이런 경우 사회주의자라는 못을 박기도 하더군요."
유인실은 조롱하듯 말했으나 적개심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조용하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재미있습니다. 생각보다 유선생은 훨씬,"
하다가 조용하는
"여자들이 빽빽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내일 당장 독립이 온다 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유선생은 목구멍이 찢어지는 소리 대신 주먹으로 툭툭 치는군요. 그런데 남자도 하기 어려운 일을, 유선생께서는 초지일관하실 작정입니까?" - P238

"조선사람 전부가 임금노예로 떨어진다 할 것 같으면 상대적으로 조선사람 전부가 결사대로 들어가자 그런 말도 나옴직한데 정복자나 피정복자 쌍방의 방향이 화살 가듯 그렇게 곧게나 있는 것은 아니며 제아무리 욱일승천(旭日昇天)한다는 일본의기세이기로, 또 한편 한 사람의 친일파도 없는 조선 민족이라가정하더라도 말입니다. 역사의 역학적 방향과 인간의 그것과반드시 일치하는 것일까요?"
"절망적이군요. 침략하는 일본이나 짓밟히는 우리들 모두는 의지 밖에서 역사에 희롱당하거나 혜택을 받는다 그런 얘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이 말살당하느냐 안 당하느냐 그것은 우리 자신들에게 달려 있는 거구, 친일파의 존재가 아니었던들 우리의 사정은 좀 달라져 있었을 거예요. 길은 형편 따라 우회할 수도 있고 질러갈 수도 있겠지만 생각은 화살 가듯 곧아야 한다고 믿어요." - P244

제 민족까지 덫에 쓰는 고기로 삼았다는 얘기는 제남사건(濟事件)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 민족까지 덫의 고기로 쓰는 수법이 어디 제남사건에만 했을까마는, 아무튼 조선은 먹었고만주를 수중에 넣는 것이 숙원이던 대일본제국, 그것은 또한시간문제이기도 했었는데 재작년 삼월남경(南京)정부가 북벌재개의 성명과 더불어 결행에 옮겼을 때 일본은 일본거류민의재산과 인명을 보호한다는 구실 하에 천진 주둔군의 일부, 육사단에서 오천 명을 뽑아 제남에 파견하였는데 정작 남경정부의 혁명군은 장작림 군대와는 교전이 없었고 평화적으로 입성했던 것인데 일본군이 도발하여 중국 정부의 직원을 사살하고마약 밀매자인 일본인 십여 명을 참살, 그 시체들을 전쟁으로가는 덫에다 장치했던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일본 거류민 수백 명이 학살되었다는 소문이 유포되었고신문도 덩달아 그것을 과대 보도, 전쟁 열기에 불을 지르기 시 - P259

작하였으나 그들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장작림을 괴뢰로 하여 서서히 만주와 몽고를 먹어치우려던 일본의 정부측 복안이나 가와모토 다이사쿠(河本大作] 현역 대좌로 하여금 장작림을실은 열차를 폭파케 하고 그 혼란을 틈타서 만주를 점령하려던 관동군(關東軍)의 계책도 다 실패하고 도리어 폭사한 장작림의 아들 장학량(張學良)에 의해 국민정부는 만주의 군벌과 합작하여 중국은 통일되었다. 일본으로선 이가 갈리게 분통 터지는일이었던 것이다. - P260

이들이 명치유신을 꾀하여 그야말로 천우신조, 천재일우라 할까. 열강의 뒤꽁무니를 슬금슬금 살피다가 노쇠한청국, 국내 사정이 엉망으로 돼 있는 러시아를 물어뜯은 것은전통적인 그 칼과 황도사상, 그러니까 칼은 힘으로, 황도사상은 명분으로 둔갑한 거지.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있는 것은 공범자끼리의 굳은 악수, 털어먹으러 가자, 털어서 갈라 먹자, 음흉스럽지. 국민이나 실력자나 서로의 지분(分)을 생각하면서 멀쩡한 얼굴로 천황을 향해 충성을 맹서하거든. 저희들끼리 싸우다가도 공동 이해에 처하면 칼은 안으로부터 밖으로 눈 깜짝할새 선회하는 일본의 특성이야말로 황당무계한 것도 진실이 되며 진실에 대한 고뇌가 없기 때문에 참다운 뜻에서 사상도 종교도 부재야. 차원 높은 문화예술이 없는 것도, 그들의 음악이나 춤을 보아. 단조로운 몸부림, 힘의 폭발이 없는데 칼을 들면잘 싸우거든. 한마디로 천황을 아라히토가미로 모시는 황당무계한 것도 방편에 불과한 건데, 충성의 대상이 다양하다.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천황에서 장군, 번주(藩), 잘게잘게 썰어내려 오면 새까만 말석의 무사, 그들 밑에 따른 자에게는 그들이 각각 충의의 대상이라, 충의의 그 곁에는 언제나 칼날이 - P275

번득이는데 그런 면에서도 우리는 민족주의의 희박함을 감지할 수 있지. 아녀자도 가슴에 비수를 품고 주군(君)이나 부모의 원수를 찾아 방랑하는 기풍이 성행하고, 그러니 그들의 적은 오랜 역사 속에서 그들 자신의 동족이었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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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이 꾸물꾸물하고 바람이 쌩쌩 불어 썰렁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산책을 하면서 '이런 날은 막걸리에 전을 먹어야 하는데'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저녁을 먹으면 이상하게 위가 부대껴서 어제는 샐러드만 먹었더니 좀 낫더라. 이제는 위도 늙어가는가 싶어 편치 않다.


옆지기가 사정상 한달 반 정도 쉬었다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사실 좀 더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해도 되었는데 어딘가에서 일 같이 하자고 한 데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튼 앞으로는 옆지기가 운전해주는 차 타고 편히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2.

신간들 중에 보고 싶은 책 아니면 어딘가에서 보고 찜해둔 책 중 주문해야겠다 싶은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놨다. 이런 책들이다.


분단의 세계에서 사는 대한민국에서 북한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나라인데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현실이... 

이 책은 북한 여성의 삶을 만날 수 있다고 하여 담아놨다.


코리아 체스판은 시사인의 남문희 전 기자님께서 쓰신 책인데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외교 역학을 흥미롭게 전달해주신 분이라 궁금해져서 담았다. 참고로 이 책은 상권이다(김영삼 정부까지 다루는 듯). 


보관함에 담겨져 있었던 책.



요즘은 책을 최대한 안 사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사게 되는데 이게 또 모이면 제법 된다. 이 달에도 두 번을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이달 말에 한 번을 더 사게 될 것 같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어느새 3쇄를 찍었더라.

<학문의 권장>은 일본 근대 지식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또 하나의 저서다. 




3.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 관련하여 역사 관련단체들이 단체로 성명을 냈다. 

참사로밖에 표현안되는 이번 협상(?)에는 분노가 일 수밖에 없는데 나도 얼마 전에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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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부분 펼치기 ▼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반대하는 역사 관련 단체 성명서>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 철회를 요구한다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반대한다.


첫째, 이번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헌법 전문에 명시되었듯이, 대한민국은 삼일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1919년 독립선언서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임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삼일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였고 지난 70여 년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규명하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도 같은 정신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배상안에 의하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은 침략과 강권의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삼일운동과 헌법의 정신,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든다.


둘째, 이번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류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노력했다. 냉전으로 인해 비록 철저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명시했던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은 과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팽창정책이 인류 발전에 역행하고 인류 문명에 심각한 위협이었음을 규정하였다.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은 인류의 희망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노력이었다.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직결된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준엄히 심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반인도적 행위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가치, 평화와 인권을 해친다.


역사학계는 시민사회와 함께 광복 이후 지금까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만이 아니라 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 대부분에서 진행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 식민지배 책임 문제는 이제 국제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회의에서 인종차별, 빈곤과 경제 격차의 기원으로 식민주의가 지적되었으며, 케냐의 ‘마우마우’ 탄압 재판, 인도네시아의 ‘라와게데’ 학살 재판에서 보듯이 국제적으로 식민지배의 책임을 묻고 그 피해에 대해 사과와 배상이 시작되었다. 이제 ‘탈식민’은 21세기 인류의 공동 과제이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에 대한 배상 판결은 이러한 세계의 탈식민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인을 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불행한 과거를 미래의 평화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 한일 두 나라 시민, 나아가 세계 시민의 이해와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이웃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대의를 환영하며, 과거사가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서 어떻게 평화롭고 인권을 존중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겠는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과와 배상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제삼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려는 방안은 아무런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이에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들은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단호히 반대한다. 피해 당사자 한 분이 ‘사죄 없이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독립선언서에서 언급했듯이 후대에 “괴롭고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현 정부에 전달하는 바이다.



2023년 3월 15일



고려사학회, 도시사학회, 대구사학회, 명청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백산학회, 백제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식민과냉전연구회, 신라사학회,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와교육학회, 역사학연구소, 역사학회, 영국사학회, 의료역사연구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일본사학회,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국근현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구술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기록학회, 한국냉전학회, 한국독일사학회, 한국러시아사학회, 한국미국사학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한국프랑스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 (이상 49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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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3-18 0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일 끝나고 집에 갈 때는 예약한 버스가 쉬는 날이 있지만, 일하러 가는 아침엔 좀 낫군요 다행입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18 22:15   좋아요 1 | URL
네. 출근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생겨 편해졌죠^^ 운전하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그래서 옆에서 주저리주저리 말도 하고요. 주중에는 긴 시간 못보는데 출근길에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