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오늘부터 2일간 썼다. 차주에 광복절이 껴 있어서 잘만 보낸다면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지방에 짧게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일정은 없어 방콕하면서 아래와 같은 책을 읽으며 보낼 듯하다. 


<캘리번과 마녀>는 이번 달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책에서 base로 언급되는 책이고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는 그동안 계속 찜해 놓고만 있던 책이었는데 도서관에 마침 있길래 두 권 모두 대출을 했다. 태풍이 올라온다 하여 화요일에 빌렸으나 <캘리번과 마녀> 시작만 하고 아직 몇 페이지 읽지 못했다. 


<흉노 유목제국사>와 <젠더와 역사의 정치>는 얼마 전 구입한 책들인데 읽고 싶은 우선순위가 높았던 책들이라 기운이 올랐을 때 읽는 것으로 해야겠다.




아! 그리고 현재 보고 있는 중드가 있어서 그것도 머리 식힐 때 볼 것 같고. 원작 소설이 나와 있더라. 도서관 인기 대출 순위에도 높은 것이 놀라웠다.







태풍 전 하늘이 계속 예뻐서 볼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태풍 전날은 동네에 무지개가 떠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오랜만에 본 무지개였다). 



출근하고 난 뒤 회사 근처 산책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찍은 것들이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이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제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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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1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휴가시군요! 저도 14일은 연차낸 터라, 오늘 밤부터 왕창 책 읽고 영화 볼 계획입니다!(계획만 ㅋㅋㅋㅋ)
암튼 많이 읽고 많이 보는 알찬 휴가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21   좋아요 1 | URL
ㅎㅎ 잠자냥님도 14일에 연차 쓰셨군요. 책 보고 영화도 보고 냥이들하고 꿀 같은 휴가 보내시길!

서곡 2023-08-11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예쁜 무지개 잘 봤습니다 남은 팔월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23   좋아요 1 | URL
별 생각 없이 지나갔다면 못 봤을 풍경이었는데 그날 하늘이 워낙 예뻐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무지개를 포착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은오 2023-08-11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격.... 화가님 직장다니시는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셨던 건가요? 저 지금 알았어요 😱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책들을 출근하시면서 많이 읽으실 수가 있죠?!

거리의화가 2023-08-11 21:2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주중에는 몇 페이지 못 읽고 주말에 몰아서 읽습니다^^

바람돌이 2023-08-11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가를 책과 함께. ^^ 맛난거 드시면서 꽉찬 휴가 보내세요.
어제 저녁에 운동나갔다가 태풍 뒤의 하늘이 너무 예쁘던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화가님이 찍어준 하늘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8-11 21:32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베트남 여행 잘 하고 돌아오셨군요^^
저도 귀찮아서 사진 안 찍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요새 하늘이 예뻐서 자꾸 보게 되더군요. 실물보다야 못하지만 사진으로 남기면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니 찍으려고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08-11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를 정말 오랜만에 거리의 화가님 사진으로 보네요. 알찬 휴가 보내시기 바래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잠자냥님 댓글처럼 책도 왕창 많이 읽으시기를^^

거리의화가 2023-08-11 21:3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무지개를 본 거였어요. 하늘을 쳐다보고 올라가기 망정이지 못 볼뻔 했네요. 요새 하늘이 참 이쁩니다^^ 감사해요.

청아 2023-08-1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달의 책 읽으면서 <캘리번과 마녀>를 같이 읽을까 뒤이어 읽을까 고민하며 일단 꺼내두었습니다. 정말 폭풍전 구름은 막 잡힐듯 말듯 선명하더군요!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8-11 21:39   좋아요 1 | URL
폭풍 전 구름 뭉게뭉게하더라구요. 특히나 땅 가까이에 있는 듯 해서 더 잡힐 것 같이 보였습니다.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3-08-1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개를 직접 눈으로 본지가 몇 년 된 듯한데 화가 님 사진에서...^^
즐거운 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40   좋아요 1 | URL
무지개를 찰나에서 포착할 줄이야. 몇 개월 전이었나 무지개를 볼 기회가 있긴 했는데 그 때는 달리는 차 안이어서 찍을 수가 없었어요.
나무님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독서괭 2023-08-11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 넘나 예쁘네요^^ 무지개도 화가님 덕분에 보고요. 휴가라니 넘 좋으시겠어요! 알차게 보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8-11 21:41   좋아요 1 | URL
무지개 사진 찍어두길 잘했네요. 이리 다들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괭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3-08-11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휴가시라니, 그것도 너무나 좋네요. 휴가도 잘 보내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잘 쉬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42   좋아요 0 | URL
휴가는 역시나 좋은 것이죠^^* 잘 쉬고 책도 많이 읽고 하겠습니다. 다락방님도 주말 잘 쉬세요!^^

자목련 2023-08-1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를 책과 함께 보내시는 화가 님, 리뷰도 곧 올라오겠네요.
올려주신 하늘 넘 예뻐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43   좋아요 0 | URL
휴가 때 어디 가는 것도 좋지만 읽고 싶은 책들 마음껏 읽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제겐 더 좋네요^^
하늘 사진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8-11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함께 휴가 보내시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요즘 하늘이 넘 예쁘더라고요.
저도 계속 사진 찍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45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평상시 많이 걷고 하셔서 사진 많이 찍으실 것 같아요. 걷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일상의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더라구요. 그런 순간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8-12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 오기 전날 저녁에 하늘이 멋졌는데, 저는 그저 보기만 했네요 집에서는 하늘이 멋지게 나올 곳이 없어요 무지개 뜬 거 보셨군요 그날 무지개 뜬 것 같은 하늘색이었는데 저는 못 봤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휴가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12 17:48   좋아요 0 | URL
집 밖에 나와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분명 있네요. 희선님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8-12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찬 휴가, 휴식같은 휴가, 행복한 휴가 되세요~~

거리의화가 2023-08-12 17:4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나는 다시 방에 올라갔고,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슈만의 곡을 감미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로부터 발산되는 슬픔이나 짜증에 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힘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피아노다. - P334

사랑을 낳게 하는여러 요인에는 물론 누군가의 매력적인 모습보다는 "안 돼요. 오늘 저녁엔 시간이 없어요."와 같은 말이 더 빈번하게 작용한다.

몇몇 신경병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불감에 대한 부정확한 설명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사랑이란 - P348

항상(그 원인이 무엇이든) 왜곡된 감정이기에, 적어도 사랑에 관한 한 그 설명을 바로잡을 필요는 없다. - P349

물론 이런저런 이론들이, 정치에서 종교 단체를반대하는 법령이나 동양에서의 전쟁을(자연에 위반되는 교육이나 황화론 같은)* 지지하는 것과 유사한 이론들이 이런 반작용을 한시적으로 지지해 왔다. 서두름의 시대에는 빠른 예술이적합하다고 말해졌는데, 이는 마치 미래의 전쟁은 이 주 이상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또는 기차를 타면서 합승 마차의 소중한 작은 구석들은 버려지겠지만 자동차에 의해 이 작은 구석 - P377

들은 다시 명예를 되찾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이론과 유파란, 마치 미생물과 혈구처럼 서로를 잡아먹으며, 또 이런 투쟁으로 생명의 지속을 담보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P378

사람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면서, 또 「펠레아스가 자아낸 감탄에 힘입어 쇼팽의 작품은 새로운 조명을 받았고, 쇼팽을 다시 들은 적 없었던 사람들조차도 그 곡들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싶어 했으므로,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지만 뭔가 자유의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쇼팽을좋아하게 되었다. - P380

나는 얘기를멈추고 우리 앞에서 멀리 서둘러 날아가는 외로운 새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알베르틴에게 그 새를 가리켰다. 날개를 규칙적으로 흔들며 허공을 때리던 새는 여기저기 잘게 찢어진 붉은 종잇조각처럼 보이는 반사로 얼룩진 해변 위를 날아가면서, 속도를 늦추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가던 길을 이탈하는 법 없이, 마치 매우 급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멀리 운반하는 밀사(密事)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해변을 전속력으로 통과했다. "적어도 저 새는 목적지에 곧장 가네요." - P404

그녀와 아무 관계도 없는 만성적인 광기와도 같은 나의 사랑을 고려하지 않고 나 자신을 그녀의 입장에 놓고 생각하니, 다정하고도 충실하게 대하는 데익숙한 그 착한 소녀 앞에서, 또 그녀가 좋은 친구라고 믿고있을 내가 몇 주 전부터 그녀의 뒤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다가,
마침내 이 괴롭힘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알베르틴에 대해 이런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낀것은 내가 우리 두 사람과는 무관하며, 또 거기서는 나의 질투심 많은 사랑도 사라지는 그런 순전히 인간적인 관점을 취했기 때문으로, 만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연민도 그리깊지는 않았을 것이다. - P405

고통을 구하자마자 곧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일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제안은 진실처럼 보이기 쉬우며, 현재 우리몸에 작용하는 진통제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 법이다.
거기다 사랑하는 존재가 아무리 다중적인 인간이라 해도, 어쨌든 그 존재가 우리 것으로 보이느냐, 아니면 그의 욕망이 우리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느냐에 따라 그 존재는 우리에게두 개의 본질적인 인성을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 인성은 두 - P408

소녀들의 수보다 많지 않은 나의욕망은 서로 유사한 환멸이나 슬픔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나는 결코 몰약은 원치 않았다. 나는 그것을 쥐피앵과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위해 남겨 놓았는데, 왜냐하면 몰약은 "두 개의 성(性)을 가지고, 황소 울음소리를 내며, 잊지 못할 기이한축제를 수없이 행하고, 제물을 바치는 사제를 향해 즐겁게 내려오는" 프로토고노스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 P417

사랑하는 이의 말은 오랫동안 순수한 상태로 유지되지 못하는 법이다. 그 말은 상하고부패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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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장

망각과기억 사이에 중간 단계가 있다면, 이 단계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진짜 이름을 찾기까지 우리가 통과하는 이런 단계적 이름들은 전부 틀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 이름에 접근하는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 이름이라고도 할 수 없는그것은 우리가 이름을 되찾아도 발견되지 않는, 단순한 자음의 나열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無)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이런정신작용은 매우 신비스러워서, 이 가짜 자음도 결국은 우리가 정확한 이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서툴게 내밀어진 예비 장대인지 모른다. - P103

성도착자는 이 우주에 자기 같은 부류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믿는다. 나중에 가 - P124

서야 - 이 역시 과장된 사실이지만 ㅡ 유일한 예외적인 존-
재는 바로 정상적인 남성이라고 상상한다. - P125

스완은 예언자의 나이에 도달했다. 물론 병의 영향 때문이긴 했지만 마치 얼음덩어리가 녹으면 모서리 전체가 떨어져 나가듯 얼굴 윤곽 전체가 사라진, 상당히 변한 모습이었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나는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P169

나는 내 마음을 일종의 진열장인 양 스스로에게열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을 그토록 많은 사랑을 하나하나 바라본다네. 그리고 지금 내가 다른 무엇보다도애착을 가지는 이런 수집품에 대해, 마자랭* 이 그의 책에 대해 말한 것처럼, 게다가 어떤 고뇌도 없이 이 모든 것을 떠나는 게 조금은 귀찮을 뿐이라고 중얼거린다네. - P190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소리를 받아들이는 귀로부터그것을 세밀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정신에, 또 그 정신에서 결과를 전달하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이런 이중의 궤적이 너무도 빨리 전개되므로 우리는 그 지속을 지각하지 못하고 곧바로 우리 마음과 더불어 듣는다고 생각한다. - P236

적어도 어머니에 대한 감정과알베르틴에 대한 감정이라는 이 두 요소는, 그날 저녁과 그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이날 전화에서 들은 마지막 말로부터 나는 알베르틴의 삶이 내게서 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물론 물리적 거리는 아니지만) 내가 그 삶을 손안에 넣으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힘든 탐색을 해야 하며,
더 나아가 그 삶은 야전 요새처럼, 또 보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우리가 나중에 관습적으로 ‘위장된 요새‘라고 부르게 된 그런 종류의 것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 P240

사교계의 현상은(예술적 움직임과 정치적 위기에 비하면, 또 대중의 취향을 연이어 사상극과 인상파 회화, 독일의 복합적인 음악과 러시아의 단순한 음악, 사회 사상과 정의 사상, 종교계의 반응과 애국심의 폭발 쪽으로 이끌어 가는 그런 진화에비하면 매우 열등한) 물론 어느 정도는 개인의 흥망성쇠를, 멀리 있는 파편적이고 불확실하며 흐릿하고 변하기 쉬운 형태 - P254

로 반사한다. 따라서 살롱이 다만 인간의 성격 연구에 적합한 정태적인 부동성 속에서만 묘사된다 해도, 살롱의 성격 또한REPA거의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 속에 휩쓸리기 마련이mook다. 지적 진화를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배우고 싶은 사교계 인사들이 품은 그런 새로운 것에 대한 취향이 그들로 하여금 그진화를 좇아갈 수 있는 사회 그룹을 드나들거나, 또 그때까지알려지지 않았던, 탁월한 정신 상태에 대한 희망을 아직 신선한 상태로 지닌 어느 안주인을 향해 기울어지게 하는 것이다.
반면 오랫동안 사교계에서 권력을 행사하던 여인들의 경우,
이런 정신 상태에 대한 희망은 이미 시들고 퇴색해진 탓에, 그여인들의 강점과 약점을 다 아는 사교계 인사들의 상상력에더 이상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이처럼 각각의 시대는 새로운여성이나 새로운 여성들의 그룹에서 구현되며, 이런 여성들은 그 시대의 가장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과 밀접하게연관되어 있어, 마치 최근의 홍수에서 생겨난 낯선 종의 출현처럼 그들의 옷차림과 더불어 이제 막 그 순간에 나타난 듯 보이지만, 실은 새로운 통령 정부 시대나 새로운 총재 정부 시대가 시작될 때마다 나타나는 매력적인 미인인 것이다. - P255

추억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는 우리의 상상력으로 형성되고현실로 파괴된 이미지만큼이나 그렇게 자의적이고 비좁고 포착하기 힘들다. 우리 밖에 있는 실제 장소가 몽상으로 채색된그림보다 기억 속의 장면을 더 잘 보존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새로운 현실은 우리를 떠나게 했던 욕망마저 어쩌면 망각하고 증오하게 할지도 몰랐다. - P273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까두려워 망자의 실제 모습만을 찬미하며, 당시 이미 우리의 모습이었으나 다른 것에 섞여 있던 모습을 배제하고, 오로지 망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물려받으려 한다. 이런 의미에서(우리가 보통 듣는 그렇게 모호하고 거짓 의미에서가 아니라) 죽음은 헛되지 않으며, 망자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망자는 산자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이유는 진정한 실재란 정신작용의 대상이기 때문에 정신을통해서만 표출되며, 우리는 나날의 삶이 감추는 것을 사유에의해 재창조할 때에야 진정으로 그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망자에 대한 이런 그리움의 의식에서, 우리는 망자가 생전에 좋아했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싶어 한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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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 - 백 년 전 「데파-트」 각 층별 물품 내력과 근대의 풍경
최지혜 지음 / 혜화1117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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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근대 백화점 상품들의 기원 탐방기다. 


근대 문물(상품)에 대한 기원을 알 수 있는 책은 그동안 역사, 에세이 등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내가 원했던 것은 이 책에 특화된 부분이었고 그런 면에서 프롤로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롤로그는 1933년 9월 대구 청년 사업가였던 이근무가 경성 백화점을 순례하는 기행문을 적어 놓았다.

그는 1920~30년대 대구에서 이미 서적과 양품을 취급하는 상점인 무영당을 운영했던 사업가였는데 경성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백화점을 보면서 대구에서도 백화점 운영해보면 어떨까를 꿈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은 실제로 현실이 된다. 이근무는 1937년 대구에 무영당 백화점을 열었고, 대구 3대 백화점이 될 만큼 성업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아직도 현존한다고 한다(이 부분이 놀라웠음!). 

그런 의미에서 그가 경성 백화점을 순례한 것은 자신의 사업을 위한 사전 탐방의 성격이 컸을 것이다. 지금의 청년 사업가가 꿈을 계획하고 실현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대구 본점(오늘날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8)에 지은 무영당 백화점 5층 건물은 1936년 11월 말 준공되었다. 당시 대구 안에서 최대 경쟁사였던 미나카이 백화점 외관과 비슷하게 지었고 그는 드디어 "고추씨 서 말을 들고 대구로 내려와 거상이 된" 것이었다. 

무영당 백화점은 원래 취급하던 서적과 잡지, 문방구부, 운동구부, 액연회구부(액자와 그림도구), 양품잡화부, 악기부에 더해 12월부터는 여행구부, 양가구부, 식료품부, 완구부, 도자기, 식기부, 사진부, 식당 등을 새로 열었다. 그밖에 휴게장, 전망대 등 설비를 완비하여 이듬해 1937년 9월 15일 본격적인 백화점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조선에는 경성 뿐 아니라 지방에 많은 백화점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백화점은 서울 뿐 아니라 지방도 신세계, 롯데 등 브랜드 백화점이 대부분이라 아쉬운데 당시에는 독자적인 백화점들이 많았다. 개성의 김재현 백화점, 충북 괴산의 아모 백화점, 함흥 동양 백화점, 군산 풍천 백화점, 원산 기린야 백화점 등이다. 


이 무렵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은 안락한 환경 속에서 산책하듯 백화점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고 점원의 친절한 응대를 받으며 온갖 신문물을 마음껏 접해볼 수 있었다. 백화점에 머무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바깥 현실을 잊고 최상류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물건값을 흥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각종 먹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 백화점은 물 건너온 박래품과 유행하는 온갖 물품, 말 그대로 '백화'가 넘쳐나는 스펙터클한 공간이었다.

현대인들도 백화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백화점의 문턱은 지금도 꽤나 높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갖춰 입고 가야 할 것 같은 진입 장벽이 있고, 어느 매장에 들어갔을 때는 구매를 하지 않고 둘러보는 것만으로 뭔가 부담스러운 분위기 같은 것이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 1층은 화장품 코너인데 들어가자마자 확 풍기는 향내가 후각을 자극한다. 부끄럽지만 백화점에서 차마 비싼 가방, 옷을 지르지 못하고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는 고급 향수와 립스틱을 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사실 먹는 것에 진심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백화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식품 매장에서 빵 코너다. 자칭 빵순이기 때문에 빵 냄새가 그렇게 지나치기 어려운 것이다. 다들 특정 코너 앞을 서성거린 경험이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 강릉에 있는 에디슨 박물관 가서 보았던 카메라, 축음기 등 근대 물품들을 보았던 기억이 스쳤고 잠시나마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이런 근대 박물관 구경하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다. 여전히 지금도 쓰여지는 물건도 있고 사장된 물건도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근대에 나온 상품을 보는 것만으로 과거로 떠나 여행을 하고 거기에 그 시절 물건에 추억이 있다면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마법이 있다. 또 당시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이 시절 백화점에 어떤 물건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엿볼 수 있다. 

1층 식품부·생활 잡화부, 2층 화장품부·양품잡화부, 3층 양복부, 4층 귀금속부·완구부·주방용품부·문방구부, 5층 가구부·전기 기구부·사진부·악기부 이렇게 층별로 상품이 배열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물건을 소개하는 방식을 백화점 코너를 둘러보는 느낌을 주듯 전달했다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중 나는 식품부와 생활잡화부, 문방구부가 참새를 방앗간 못 지나간다고 관심 있는 코너라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소개된 상품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 중 3가지만 꼽아 본다. 


1. 캐러멜

당시 수입 과자로 유명한 회사는 삼영, 즉 모리나가였다. 모리나가는 미국에서 서양 과자 제조법을 배운 모리나가 다이치로가 1899년 세운 회사로 주요 상품은 밀크 캐러멜, 밀크 초콜릿, 웨하스, 비스킷 등이었다. 모리나가 캐러멜을 일약 히트 상품으로 이끈건 1914년 출시한 휴대용 포켓 사이즈 캐러멜 포장 덕분이었다(우리가 기억하는 그 제품 맞다).

캐러멜은 이후 여러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글리코에서도 캐러멜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이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창업자 에자키 리이치가 굴을 끓여 추출한 글리코 겐으로 1922년에 만든 것으로, 빨간 캐러멜 상자에 넣은 '문화적 자양 과자', '한 알에 300미터'라는 카피로 유명하다(P79~80). 




2. 축음기

1920년대 미국 축음기 생산 회사가 26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축음기들이 쏙아져나왔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수입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축음기인 빅터, 콜럼비아를 비롯하여 일축에서 만든 '이글 B호'를 포함하여 니폰노혼 17호, 22호, 25호, 32호, 35호, 50호 등 다양한 모델들이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빅터 사는 밖으로 노출된 나팔 관리가 까다롭다는 주부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1906년부터 캐비닛 가구나 상자 속에 내장한 모델 빅트롤라를 출시, 이후 '그랜드형' 축음기라고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빅터나 콜럼비아 회사는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아!'할 정도로 유명하다. 축음기 하면 나팔관부터 떠오르는데 모형을 보기도 했지만 관리는 무척 까다로웠을 것 같다. 나는 평소 고전 음악을 듣는 편이라 오디오 등 관련 장비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앱이 워낙 편해서 평상시에는 앱으로 많이 듣지만 가끔은 아날로그적으로 CD나 LP로 듣는 맛이 분명히 있다. 




3. 만년필. 

만년필은 현재도 외제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은 품목이다. 그런데 외제 만년필의 홍수 속에서 동원상회에서 제작, 발매한 국산 반도 만년필도 있었다. 홍보는 주로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이었는데, 만년필 대 한가운데에 한반도 지도를 중심으로 '바 ㄴㄷ ㅗ'라고 한글을 새겨 넣었다. 또한 광고 지면에 "외국제를 방지할 반도 만년필의 일대 성명"이라는 타이틀 아래 구구절절 외쳤다(P465). 1924년 무렵 조선에 만년필 소매점은 700~800개였고 만년필 행상도 1천 명이 넘었다(놀랍지 않나). 1924년은 조선물산장려운동이 한창이었던 만큼 반도 만년필의 당시 광고로 국산품 소비 장려의 일환을 엿볼 수 있다(P468). 

만년필은 미쓰코시나 조지야 3층, 화신 2층에서 판매했다. 히라타 백화점은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만년필을 전면에 내세워 종류와 선택법, 그리고 관리법에 대해 신문 광고를 통해 상세히 안내했다(P469). 



이 책은 무엇보다 사진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구경하는 맛이 있다. 여름 여행기 책으로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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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8-08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러멜 상자 보니까 완전 익숙하네요 ㅋ 아직도 저 색상으로 있는거 같은데 ㅎㅎ

요즘 백화점은 너무 비사서 못가겠습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3-08-09 09:10   좋아요 1 | URL
어릴 적 저 카라멜 먹으려면 좀 비쌌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좀 비싸지 않나요?ㅎㅎ 아무튼 저 상자에 담겨져 나오는 형태도 한결 같고 맛도 한결 같은데 여전히 나오고 사랑 받는 걸 보면 그만큼 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겠죠?ㅋㅋ

백화점 저도 잘 가는 편은 아니에요. 올 초였나 집 근처에 백화점이 생겨서 구경할 겸 한 번 가보기는 했습니다. 그 이후론 안 가네요.

독서괭 2023-08-08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책 다방면으로 읽으시는 화가님👍
저녁시간이라 배고픈데 캐러멜 보니 군침이 꼴딱 넘어가네요..

거리의화가 2023-08-09 09:12   좋아요 1 | URL
역사책도 다양하게 보면 더 즐거운 법이죠^^ 한참 무더위에 읽었는데 두꺼워도 술술 읽혀서 금방 읽었습니다.
가다가 캐러멜 사셔서 드셨나요?ㅎㅎㅎ

건수하 2023-08-08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샀는데 제 책이 아닌 책입니다. 화가님 읽으셨군요 ^^

거리의화가 2023-08-09 09:13   좋아요 1 | URL
수하님 이 책 사셨었군요^^ 네. 나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놓았었습니다. 술술 읽혀서 금방 읽었어요!ㅎㅎ

희선 2023-08-09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신문 헤드라인(반도 만년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는군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다가 이상한 말이네 했습니다 예전에는 백화점이 많았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09 09:15   좋아요 1 | URL
예전 신문은 오른쪽에서 왼쪽 배열이었을 겁니다! 신문들이 한문&일본어가 많아서 읽기 힘들더군요. 표어 같은 것은 쉬운 한자를 쓰는데 내용에 섞여 있는 경우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백화점이 많았다는 게 신기했어요. 사람 마음은 비슷한가 봅니다.

책읽는나무 2023-08-09 0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대구에 다녀왔을 때 중구 쪽이었던가? 암튼 근대화 거리 비슷한 곳이 있었어요. 거리를 걸으며 옛 성당이랑 병원 건물을 구경한 적 있었는데(성당에선 그 때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어 들어가보진 못했었네요. 그때 드라마가 꽤 유명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ㅋㅋ) 무영당 백화점도 혹시 그 근처에 있었던 걸까? 생각만 해봅니다^^;;
그 시절 다른 지역에도 백화점이 많았었군요? 좀 놀랐습니다.
하긴...제가 어렸을 때 백화점이란 쇼핑 공간이라면 부산 도시를 나갔었어야 했는데 백화점 이름이 지금의 체인점? 백화점이 아닌 자체 백화점 이름이 여러 곳이었던 것 같아요. IMF가 직격탄이었고, 롯데 백화점이 들어선 후 모두 사라졌습니다.
만년필도 국산이 있었다는 것도 새롭네요.
바ㄴ도ㅗ....^^

거리의화가 2023-08-09 09:18   좋아요 1 | URL
대구도 근대화 도시죠^^ 무영당 건물은 중구에 있다니까 나무님이 보신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건물 자체 외관은 소박한 편인 듯 합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어요. 그냥 사무실 같은 외관이라!ㅎㅎㅎ
백화점이 엄청 많았더군요. 경성은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지방에도 많아서 놀랐어요. 인용한 백화점 말고도 많아서 몇 개만 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IMF가 지방 백화점 위기의 직격탄이었겠네요ㅠㅠ 이제는 브랜드 백화점 지점 말고는 거의 보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국산 만년필 신기하죠!ㅎㅎㅎ 저렇게 글자를 늘여서 쓰는 것도 마케팅인가 싶었어요.

자목련 2023-08-09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이네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기억해두었다가 알려줘야겠네요. 이미 알고 있을지도^^

거리의화가 2023-08-09 11: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목련님.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이런 주제를 좋아하신다니 아마도 평상시에 관련 책을 보거나 박물관 등에 자주 가보실 것 같네요^^ 그분께서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흥미로워하실거예요!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아우또노미아총서 8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신지영 외 옮김 / 갈무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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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에 여성으로 살면서 '마녀'라는 말과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에 익숙하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낳게 한다. 


그렇다면 마녀의 기원은 언제부터였는지 우리는 궁금해진다. 예전에 <여성괴물>을 읽을 때였나 아니면 어떤 다른 책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기원은 꽤나 오래되었다. 16세~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종교와 가부장적 사회의 결합이 원인이었다고 기억된다.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마녀의 기원, 역사를 설명하고 오늘날을 진단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반성했다. 


'마녀'에 대한 박해가 가부장 권력의 표현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은 원래도 이해하고 있었으나 이것을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와 연결시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에서 여성은 소외적인 존재였다(이는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들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그런 여성을 평가 절하하는 방식의 기제로 자본주의가 작용했고 무엇보다 마녀사냥이 식민주의 국가의 경로를 따라 확대되었다고 논지를 전개한 것에서 저자의 탁월함을 느꼈다.

과거에 식민주의를 경험했던 국가였던 제3세계 여성들은 기존의 가부장제에서 벗어나는 것 뿐 아니라 식민주의, 현재의 자본주의와도 갈등이 맞물리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1부에서는 자본주의와 유럽의 마녀사냥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2부에서는 오늘날의 마녀사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페데리치의 핵심 주장이 담긴 <캘리번과 마녀>을 읽기 전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는 책이어서 '좀 궁금한데?'하면 정리한다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그러니까 맛보기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깊은 내용은 <캘리번과 마녀>를 읽으시길. 

대부분의 마녀사냥 역사가는 가장 정치적 직관이 탁월한 학자들인 경우조차도 사회학적 분석에 머무르면서 ‘마녀들은 누구였는가? 기소된 죄목은 무엇이었는가? 어디에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 같은 질문들을 고찰했다. 또는 의료 전문직의 탄생, 기계론적 세계관의 발전, 가부장적 국가 구조의 도래 같은 주제들에 국한된 마녀사냥 분석을 전개했다. 그러나 노예무역과 ‘신세계‘ 토착민의 박멸과 마찬가지로 마녀사냥이, 근대 자본주의 세계가 부상하는 길을 열어젖힌 다양한 사회적 과정의 교차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은 아직 인정되지 않고 있다. - P35

인클로저 개념은 토지 매·독점, 소작료 폭증, 새로운 과세 명목 등을 아우른다. 인클로저가 어떤 형태를 취하든 폭력적 과정이었음은 분명하다. 호혜적 유대가 특징이었던 공동체들은 극심한 양극화를 겪게 되었다. 토지 귀족뿐만 아니라 부유한 농민도 담장 두르기를 했고, 적개심이 커졌다. 서로가 가까이 살았고 보복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 P42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과 및 아메리카 선주민 여성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이유는 자본이 이 세계의 자연자원과 인간노동에 대한 압도적인 통제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재식민화 과정이 ‘지구화‘이며, 지구화는 자기 공동체의 재생산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을 공격하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상업모험기업의 거점이 되고 있고 반식민주의 투쟁이 가장 강력하게 벌어져 온 지역들(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더욱 극심해졌다.여성에 대한 야만적 행위는 ‘신 인클로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 P97

어떤 페미니스트는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 여성들의 안전을 더욱 보장하거나, 아프리카의 농촌에서 종종 마녀사냥이나 여러 형태의 무력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 온 토지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환상이다. 그 이유는 세계은행과 미국국제개발청이나 영국 정부 같은 다른 개발업자들이 추진하는 토지법 개정은 외국 투자자들에게만 이익을 주고 농촌에는 더 많은 부채, 더 많은 토지 양도, 그리고 빼앗긴자들끼리의 더 많은 분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 P156

를 대신해서 필요한 것은 토지와 다른 공동의 자원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새로운 공동체주의의 형태들이다. 여성이 자식이 없더라도,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더라도, 또는 남편이 죽고 보호해줄 남자 후손이 없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공동체주의의 형태들이 필요한것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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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8-07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완독 축하합니다, 거리의 화가 님. 후딱 다 읽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저는 오늘 아침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히 얼른 읽도록 할게요!!
저는 실비아 페데리치를 비롯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단체를 만들고 활동하고 연대하고 운동했던 기록에 대해 보노라니, 와 정말 다들 대단하다 새삼 감탄했어요.

거리의화가 2023-08-07 10:57   좋아요 2 | URL
네. 얇아서 금방 읽을 수는 있는데 안의 내용은 사실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더군요. 캘리번과 마녀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아 2023-08-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캘리번의 마녀>도 역시 후딱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는 독서 자극이 엄청나서 (화가님은 두꺼운 책까지!)
매일매일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는데다 각각의 책들이 또 스스로 가지를 뻗어나가니 쉴틈이 없습니다. ㅎㅎㅎ

2023-08-07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8-07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렇게 금방 읽고 후기까지 쓰셨으니 <캘리번과 마녀>도 잘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긴 좀더 촘촘한 근거가 들어가 있답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7 13:07   좋아요 1 | URL
촘촘한 근거가 궁금하여 <캘리번과 마녀> 읽어보려구요^^ 이번 달 책을 읽었으니 짬이 생겨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 지나면 또 안 읽게 되니 이번엔 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