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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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건너 간 이민 가정에서 자랐다.

미국의 인종 차별의 뿌리는 깊다.
백인의 비율이 정점을 지난 시점, 특히 2016년 이후 백인들은 자신들이 소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타 인종에 대한 혐오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가면 갈수록 극화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작가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서 겪은 감정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에 들어온 아시아인은 백인과 섞이기 위해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백인이 아시아인들을 자신들과 같은 취급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아시아인들을 2등 국민(?) 정도로 평가하며 은근한 무시나 비하, 조롱을 던졌을 뿐이다.
대놓고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것도 분노할 일이지만 은근한 무시나 조롱이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지 한 번이라도 따돌림 등의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 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 P26

그녀는 미국에서 감정적 트라우마를 오래도록 겪었고, 백인들의 은근한 무시와 조롱 속에 스스로를 비하하는 데까지 나아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타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이 비단 그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녀가 겪은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런 차별의 경험까지 더해지면 트라우마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차별도 폭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폭력에 폭력이 더해진 것일테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눈이 멀 때, 시야가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을 뜬 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하얗게 변한다. 나는 어디를 가든 백색을 본다. 나는 그 백색의 간계를 감지한다. 심지어 내 생각마저도 엑스선 찍을 때 쓰는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제를 주입한 것마냥 백색으로 얼룩졌다는 것을 안다. 그 얼룩은 나의 삶을 남한테 끊임없이 사과하도록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과 반대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삶을 백인성과 결부시켜 바라본다. - P121

동양인은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에 특히 민감한 것이 있다.
왕따, 따돌림 등의 피해를 당해도 가해자 집단들의 멸시에 방관자의 동조까지 더해져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커진다.
한국에서 학교 폭력, 왕따 문화가 너무 흔하다보니 이제는 그런 것이 고착화된 느낌이 강하다.
이런 것에는 무엇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것이 차별의 지점으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남들보다 느리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타인을 배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공감한 부분은 한국인의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배제이다.
한국인의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인들,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몇 년전부터 '비정상회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국인들을 방송을 통해서도 충분히 접하고 있지만 우리는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무시나 경멸, 비하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아가 난민 문제에까지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난민 인정 비율은 너무 낮아서 민망할 정도다.
자국민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외국인이냐 이렇게 떠들어대는 한국인들을 보면 솔직히 창피하기 짝이 없다.

한 때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던 나라였던 조선의 후예들인 우리.
이제는 신자유주의가 너무나 극도로 심해져서 나만 중요하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너무 나간 것 같지만 대한민국의 불평등 문제는 인종 차별 문제와 연결 지을 지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획득한 평등은 대부분 흑인민권 운동과 지금도 진행 중인 흑인의 평등 투쟁의 덕을 본 것이다. 1965년에 미국이 문을 열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게 된 것도 바로 흑인 민권 운동 덕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자체적인 운동을 개시해 공평한 처우와 존중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 또한 1960년대 말에 블랙파워 운동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오늘날 미국 한인 사회와 한국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 P13

그런 가 하면 아시아 여성에 대한 미국인의 변태적 시선에 대해서는 불쾌함과 더불어 아득함이 일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은 눈에 안 띄는 소녀 시절을 벗어나면 페티시의 대상으로 활짝 피어난다. 아시아계 여성이 드디어 눈에 띄게 되면-드디어 욕망의 대상이 될 때-너무 분하게도 자신을향한 모든 욕망이 변태로 취급됨을 깨닫는다. 가장 극명하게드러나는 방식은 포르노다. 거기서 우리의 음험한 욕망은 몇가지 범주로 냉정하게 구분되는데 백인이 디폴트이고 다른 모든 인종은 성적 일탈로 취급된다. 소름 돋는 틴더 메시지("아시아여성과의 첫 경험을 원합니다")를 비롯해 백인 친구들의 미묘한 공격적 언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여성은 자신에게 끌리는 모든상대가 변태임을 매일같이 상기당한다. - P233

아시아 문화에서 여자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 실성하는 이야기는 무성하다. 노출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것뿐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경을자극하는 고통은 일단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신체로부터 분리된다고 본다. 고통을 명명하면, 일어났던 일에서 아픔이 덜어지고, 한계가 그어지고, 그 일을 감당하고 심지어 소멸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치 말이 치유법이 아니라 남을 오염하는 독인 양, 자칫 고통을 언급했다가는 정신적 외상을 또한 번 입을 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입히게 되는 문화에서 자랐다. 이런 비밀과 수치의 문화에서 성폭행을 고발할 만큼 대담한 아시아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 P213

여성들이 성폭행과 강간을 당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들이 아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조차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이 사귀다가 어느 순간 아시아 여성은 폭력으로 희생되지만 쉬쉬하는 억압당하는 문화 속에 묻히거나 사라진다.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을 것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치민다.

작가의 친구였던 에린과 헬렌 이야기는 작가에게 경험이란 서사를 확장시켜준 의미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는 경력을 쌓는 모든 단계에서 매번 과소평가 당했기때문에 각자 능력을 되풀이해서 증명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나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전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우정으로 배양된 창의적 상상력에 꾸준히 충실할 수있었으며, 그 상상력은 우리의 불만족스러운 의식의 진실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엄밀성과 깊이에 의해 다듬어졌다. 다른사람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예술가가 되라고 촉구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 P203

세 사람의 친구는 같은 듯 다른 듯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교류했다.
셋 다 예술적 재능들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기에 서로를 알아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미리 이민 생활을 경험한 선배 여성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었다. 김명미, 차학경, 유리 고치야마(코치야마) 이야기가 그랬다.

명미 같은 백인 시인의 말투를 닮을 필요도 없고 백인청중이 알아듣기 쉽도록 내 체험을 "통역할" 필요도 없다고 내게 말해준 최초의 시인이었다. 그 후 다른 어떤 멘토도 명미 킴만큼그런 생각을 단호하게 강조한 사람은 없었다. 판독하기 어렵게쓰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었다. 그전에도 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체험에 관해 쓰라는 독려를 받긴 했으나 여전히 백인 시인이 쓰는 식으로 썼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백인 시인을 흉내내는 대신 백인 시인이 아시아 시인은 이럴 거라고 상상하며 흉내 내는 방식을 흉내 냈다. 킴이 내 시를 처음 읽고 말했다. "왜다른 사람의 말투를 모방하죠?" - P190

차는 전통적인 서사를 피하고 그 대신 내가 볼 때 일종의 구조주의 영화 대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를 취한다. 장면은 무대 연출처럼 묘사된다. 시는 영화 중간에 들어가는 독백처럼 배치된다. 환히 빛나는 하얀 화면처럼 보이도록 영화 스틸컷 사이 사이에 텅 빈 백지가 삽입된다. 차는 『딕테』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번역하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의 맥락을 짚어주거나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에 나오는 프랑스 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의 사진에 설명 붙이기를 거부한다. 독자는 나름대로 단서를 연결해 퍼즐을 풀어가는 탐정이 된다. - P210

고치야마의 국제적 인종 관계 정치는 결코 하찮지 않건만 수많은 "전문가"가 정체성 정치의 하찮음에 대해 거만하게 떠드는 소리만 듣고 운동가 선배들의 노고를 냉큼 묵살했던 일이 나를 괴롭힌다. 미래가 걱정스럽고, 이 나라의 타고난 망각 능력이 걱정스럽고, 항상 승리해 서사를 장악한 자가 권력을 쥔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깨어 있다는 것은 일회성 자각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평가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장기적인 서약일진대 "woke" (깨어 있음을 뜻하는 형용사awake의 흑인 방언 - 옮긴이)라는 구호는 이제 조롱받는 일개 해시태그로 전락했다. - P255

작가의 시 생활에 크게 영향을 준 김명미. 타인을 흉내내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라는 김명미의 말은 어떤 예술 작품에도 해당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차학경은 『딕테』에서 진실된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표현한다. 독자들에게는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를 선택함으로써 작가에게도 영감을 전해주었다.
고치야마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상부상조와 연대라는 대안 모델을 제시했다. 그녀의 역할이 그 때로 끝나버린 것이 아니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했다.

'스탠드업' 챕터의 코미디언 이야기였다.
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편이지만 남을 업신여기면서 웃기는 것은 불편해서 눈살을 찌뿌리게 되고 건너뛰게 된다.
차별을 겪어온 이가 다른 이들을 조롱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쾌감을 느낀다? 나는 그것이 억지로 느껴지고 불편하다.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라고 해서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하물며 둘 다 아닌 내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불편했고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마조히스트인 만큼이나 사디스트이고, 바로 그런 기질 때문에 스탠드업 코미디에 끌렸던 것이다. 이왕 무안해질 거라면 청중도 나 때문에 무안해하길 바랐고, 너무 무안한 나머지 피부를 찢고 튀어 나가고 싶을 정도였으면 했다. 인종에 관해 솔직하게 쓰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으나 그보다 더 원한 것은 안주하는 자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이었다. 부끄러워 움츠러들게 해주고 싶었다.
아마도 내 정체가 안주하는 무리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형식 실험에서 실패만 거듭하고 인종에 관해 솔직하게 글 쓸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 P92

작가는 대부분의 한국계 이민 2세대 사람들이 부채 의식을 가진다고 말한다.
힘들게 일하고 벌어 자식을 건사하고 교육시킨 자신의 부모 세대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감정이 내재한다는 것이다.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 나는 어쩌다 행운을 얻으면 쉽게 흥분하는 조그만 강아지처럼 긴장한다. 이 행운은 누구 것이지? 물론 내 것일리 없어! 나는 행운을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 매주 악운을 당함으로써 할부상환해야 하는 융자처럼 취급한다. 내가 이 모양인 것은 잘못 키워져서 - 억지로 고마워하도록 욱지름을 당해서 - 그런 것이틀림없다. 저를 위해 인생을 희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대가로 부모님을 위해 제 인생을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반항했다. 그 결과 나는 배은망덕이라는 최악의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도 배은망덕한 책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부채의식을 지닌 작가는 환심을 사려는 이야기를 쓸 확률이 높다. 나도 이 나라에 그야말로 빚을 졌지만 나는 오히려 항상 배은망덕할 것이다. - P248

하지만 작가는 그런 부채 의식에 빅엿을 날렸고 앞으로도 반항할 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녀의 감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살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에 대한 작가의 감정들이 표현되는 부분들을 살펴보자.

그 요양원은 기괴한 탁아소처럼 벽을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고 아이들이 합창하는 섬뜩한 찬송가 녹음을 온종일 틀어놓았다. 10인 1실로 꽉 찬 방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방문한 자녀들에게자주 좀 오라고 투정했다. 중증 치매인 우리 할머니를 돌보기에 나머지 친척들은 너무 노령이었기 때문에 내 동생이 1년 동안 서울에서 할머니를 돌봤다. "늙어서 가족이 나를 버리기 전에 죽고 싶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 P256

한국전쟁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사실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복무하며 화상 피해자를 치료했던 미국 외과 의사 데이비드 랠프 밀러드가 바로 아시아인의 눈을 서구적으로 만드는 쌍꺼풀 수술을 창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수술법을 한국 성노동자들에게 시술하여 미군 병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오늘날 쌍꺼풀 수술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내 조상의 나라는 당신이 영구적 전쟁과 초국가적 자본주의를 통해 필리핀, 캄보디아, 온두라스, 멕시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라에서 저지른 살상과 자원 착취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며, 이것은 주로 미국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배를 불렸다. - P259

한국전쟁에서 겨우 회복한 젊은 한국 군인들은 미국에 신세를 갚기 위해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상군으로서 "시골 지역을 평정하는" 임무를 맡았고, 민간인을 무차별 강간하고 살해했다. 복수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편집광적이어서 한국 병사 하나가 어느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 가서 그 마을 전체를 불살라버렸다. 한국군은 하미 마을에서 유아와 노인을 포함해 민간인 135명을 학살했다. 빈호아에서 학살된 양민의 수는 430명이다. 빈안에서 학살된 양민은 1000명 이상이다. 한국군의 손에 학살된 양민의 수가 8,000명이라고 하지만, 전쟁 중에 민간인 희생자를 집계하는 일이 어디나 그렇듯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 P265

늙기 전에 죽고 싶다는 노인들. 노인 빈곤율 1위인 대한민국.
쌍꺼풀 수술은 이제 너무 흔할 정도로 성형 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
피해를 가해로 복수한 불편한 한국군의 진실.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책임졌는지 돌아볼 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 이것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 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만족을 모르고 사들이는물질적 소유물이든 주류 사회에 편입했다는 마음의 평화로서의 소속감이든 빌롱잉(belonging: 이 문장에서 소유물과 소속감이라는 이중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옮긴이)은 언제나 약속되며, 아슬아슬하게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우리가 유순하게 처신하도록 유도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식이 해방되려면 우리는 이 조건부 실존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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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2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자비한 차별을 듣는 것과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겟지요. 상상만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간극이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런 차별의 생생한 경험을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가 될듯도 하고요. 일상의 모든 차별은 결국 그 끝에서는 닿아있다 생각하므로 인종차별이 오늘날 한국에서의 온갖 차별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네요.

거리의화가 2022-06-22 20:41   좋아요 0 | URL
작가의 글 읽으면서 간접 경험인데도 찌르르한 느낌을 받을 때가 몇 번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일반적이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구체성은 우리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별이야말로 현재 한국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싶네요.

희선 2022-06-25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람을 보면 일본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냐고 할 때가 많다고 한 듯하네요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차별 받는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차별도 문제군요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해도 그게 잘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좀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25 07:4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작가가 미국에 갔을때 일본인이나 중국인 취급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한국 내 차별 큰 문제입니다. 차별이라고 생각조차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문제인듯 합니다. 의식하고 살아야겠죠.
 

처음으로 엄마가 됐을 때 나는 행동반경이 주변으로한정되는 것에 분개했다. 이제 혼자 여행할 수 없었다. 떠나고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없었다. 지상에 발이 묶였으니 레드훅지역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으로 최대한 자주 도피해 혼자 몇바퀴씩 돌았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 곧 자유였기 때문이다. - P243

영화 및 소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도입 장면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를차별하면 우리는 너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우리를 못들어오게 했던 너의 최고급 호텔을 사버리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로 인종주의를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백인의 세상이 우리를 포섭하는 방식이 아니던가? 우리가 응징을하든 은혜를 입든 해서 우리를 파괴한 체제 속에서 저들보다우월해지면 우리는 누구란 말인가? - P245

나는 내 인종 정체성을 소재로 글을 쓰는 일은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는 편견을 한참 고수했는데, 그런변명의 저변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그것을비집어 열어야 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치 해부용테이블에 뇌를 올려놓고 반으로 갈라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신경을 핀셋으로 골라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이 우리라는것과 씨름해야 했다. 저들에게 맞서는 수천 개의 나팔과도 같은우리를 청중에게 강력하게 내세울 만한 자신감이 내게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불특정해서 공유하는언어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아시아인이라는 인종 집단을 내체험의 무게로-동아시아인, 전문가 계급, 시스젠더 여성, 무신론자, 반골로서-규정해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일인칭 복수 대명사를 누가 건드린 달팽이 촉수처럼 오그렸다. - P245

폭탄이 터져 파인 땅에 사탕을 심으면 그 사탕 껍질에서 자본주의와 기독교가 자라난다.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은 조국에대해 이렇게 쓴다. "현재 우리나라 도시들은 묘지처럼 십자가불빛으로 가득하다." - P246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 나는 어쩌다행운을 얻으면 쉽게 흥분하는 조그만 강아지처럼 긴장한다.
이 행운은 누구 것이지? 물론 내 것일리없어! 나는 행운을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 매주 악운을 당함으로써 할부상환해야 하는 융자처럼 취급한다. 내가 이 모양인 것은 잘못키워져서 - 억지로 고마워하도록 욱지름을 당해서 - 그런 것이틀림없다. 저를 위해 인생을 희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대가로부모님을 위해 제 인생을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반항했다. 그 결과 나는 배은망덕이라는최악의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도 배은망덕한 책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부채의식을 지닌 작가는 환심을 사려는이야기를 쓸 확률이 높다. 나도 이 나라에 그야말로 빚을 졌지만나는 오히려 항상 배은망덕할 것이다. - P248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치카노, 아시아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 투쟁을 소모적으로 찢어진 운동으로평가절하하면서 이런 투쟁 때문에 좌파가 계급이라는 핵심쟁점으로부터 멀어져 분열된다고 여겼다. 그런가 하면주류 중도파는 반인종주의 운동이 지나치게 전투적이라고 비난했으며, 백인 뿐 아니라 소수자들마저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 P254

고치야마의 국제적 인종 관계 정치는 결코 하찮지않건만 수많은 "전문가"가 정체성 정치의 하찮음에 대해거만하게 떠드는 소리만 듣고 운동가 선배들의 노고를 냉큼묵살했던 일이 나를 괴롭힌다. 미래가 걱정스럽고, 이 나라의타고난 망각 능력이 걱정스럽고, 항상 승리해 서사를장악한 자가 권력을 쥔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깨어 있다는것은 일회성 자각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평가를 통해 에너지를얻는 장기적인 서약일진대 "woke" (깨어 있음을 뜻하는 형용사awake의 흑인 방언 - 옮긴이)라는 구호는 이제 조롱받는 일개해시태그로 전락했다. 나는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우리의 시대가끝났음을 경고하는 흔해 빠진 전문가들에게 내가 어떤 진단을제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고치야마같은 운동가들이 상부상조와 연대라는 대안 모델을 제시했던잃어버린 역사의 한순간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 P255

그요양원은 기괴한 탁아소처럼 벽을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고아이들이 합창하는 섬뜩한 찬송가 녹음을 온종일 틀어놓았다.
10인 1실로 꽉 찬 방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방문한 자녀들에게자주 좀 오라고 투정했다. 중증 치매인 우리 할머니를 돌보기에나머지 친척들은 너무 노령이었기 때문에 내 동생이 1년 동안서울에서 할머니를 돌봤다. "늙어서 가족이 나를 버리기 전에죽고 싶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 P256

나는 서울에서 못 산다. 그곳은 여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 못된다. - P256

자본주의를 통해 테레사 학경 차는 "민주주의를 시행하는척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연속적인 굴절을 초래하는 장치를저지하라"고 적는다. 서구의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누가 우리의적인지 규정하는 권력이며, 이 권력에 의해 우리는 남북한이그랬듯 동족을 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나의 적으로삼는다. - P257

한국전쟁과 관련해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사실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복무하며화상 피해자를 치료했던 미국 외과 의사 데이비드 랠프 밀러드가바로 아시아인의 눈을 서구적으로 만드는 쌍꺼풀 수술을 창시한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수술법을 한국 성노동자들에게시술하여 미군 병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오늘날쌍꺼풀 수술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내 조상의 나라는 당신이 영구적 전쟁과 초국가적자본주의를 통해 필리핀, 캄보디아, 온두라스, 멕시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나라에서 저지른 살상과 자원 착취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며, 이것은 주로 미국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배를 불렸다. - P259

나는 보편성을파괴하고 싶다.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우리야말로 지구상에서다수이므로, 보편적인 것은 백인성이 아니라 우리의 차단된상태다. 여기서 우리란 비백인을 말한다. 즉 과거에 식민 지배를받았던 자, 조상이 이미 멸망을 겪은 아메리카 원주민 같은생존자, 서구 제국이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에 악화된 가뭄과홍수와 집단 폭력으로부터 피신한, 현재 멸망을 겪고 있는이주자와 난민을 가리킨다. - P261

한국전쟁에서 겨우 회복한 젊은한국 군인들은 미국에 신세를 갚기 위해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상군으로서 "시골 지역을 평정하는" 임무를 맡았고, 민간인을 무차별 강간하고 살해했다. 복수에 대한 그들의집념은 편집광적이어서 한국 병사 하나가 어느 마을에서정체불명의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 가서 그 마을전체를 불살라버렸다. 한국군은 하미 마을에서 유아와 노인을포함해 민간인 135명을 학살했다. 빈호아에서 학살된 양민의 수는 430명이다. 빈안에서 학살된 양민은 1000명 이상이다. 한국군의 손에 학살된 양민의 수가 8,000명이라고 하지만, 전쟁 중에 민간인 희생자를 집계하는 일이 어디나 그렇듯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 P265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이것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만족을 모르고 사들이는물질적 소유물이든 주류 사회에 편입했다는 마음의 평화로서의소속감이든 빌롱잉(belonging: 이 문장에서 소유물과 소속감이라는이중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옮긴이)은 언제나 약속되며,
아슬아슬하게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우리가 유순하게처신하도록 유도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식이 해방되려면우리는 이 조건부 실존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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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예술작품을 숙달된 기교라는 규칙에서 해방하고, 그런다음 내용 면에서 해방하고, 그런 다음에는 마르틴 하이데거가말한 그 자체의 사물성으로부터 해방하여 예술작품이 삶 자체에감싸이도록 한다. 예술작품을 박탈당한 우리에게 남는 것은예술가의 행위뿐이다. 문제는 예술가의 규칙 위반을 역사가 "예술"로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것은 그 예술가가권력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성 예술가는 좀처럼 "교묘히 넘어가지 못한다. 흑인 예술가는 좀처럼 "교묘히넘어가"지 못한다. 뺑소니치고도 교묘히 넘어가는 사립학교부잣집 아이처럼, 교묘히 넘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이 무법자라는뜻이 아니라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악동 예술가가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신분 때문이다. 규칙을 위반하는 악동 예술은 사실 가장 위험 회피적이며, 돈있는 수집가라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무한 반복되는 재탕묘기이다. - P160

여성 미술가의 명성은 사후에 소급하여 주어진다. 고고학자들이지하묘지를 파헤쳐 생전에 과소평가된 또 한 명의 천재를발견했다고 선언해야만 비로소 주목받는다.
마이크 켈리, 폴 매카시, 짐 쇼의 우정이나 데 쿠닝과폴록, 베를렌과 랭보, 브르통과 엘뤼아르의 우정에 관해 읽을때면, 나는 여성, 더 절실하게는 유색인종 여성이 우정을통해 미술가와 문인으로 성숙기를 맞은 이야기를 간절히읽고 싶어진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수많은 페미니스트 문인과미술가가 등장했지만, 그들이 함께 미적 원리를 기반으로우정을 맺는 이야기를 글로 접하기란 여전히 흔치 않은 일이다.
문학사와 미술사를 깊이 파면 팔수록 나는 더욱더 고독해졌다. - P161

우리 부모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은 어떤공부를 하고 어떤 직업을 고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신것이다. 빛과 일주일 내내 일하는 고된 처지에서 부모님을구제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던 다른 한인 타운 아이들은 나와같은 처지였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녀의 도움이 필요 없는부유한 한국 부모들도 오로지 자랑할 권리를 누리고 싶다는이유로 자식들의 경력과 결혼을 가차 없이 관리했고, 그러다가애들의 인생을 망쳤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버지도 한때시인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가 오벌린 대학에서 시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그 사실을 밝히셨다. - P164

에린은 매력적이고 재능 있고 똑똑했지만, 칠면조 샌드위치하나도 반드시 에린이 만들어줘야 할 정도로 무력한 남자를사귀었다. 겉보기에는 그 관계에서 에린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보였으나 무력한 척하는 남자들은-오벌린 대학에는 이런부류가 특히 많았다-무능력을 핑계 삼아 하찮은 일을 여자에게떠넘긴다는 점에서 상남자만큼이나 여자 조종에 능했다. - P183

헬렌이 자기 몸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뚱뚱해."
"헬렌." 에린과 내가 동시에 똑같이 말했다. "너 말랐어."
"나 뚱뚱해." 헬렌이 다시 말했다. 그러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그 노려보는 시선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너 날 속였어."
"무슨 소리야?"
"내 뚱뚱한 몸을 비웃으려고 일부러 내 옷을 벗게 만들었어.
네가 날 속였다고."
"캐시는 취했어." 에린이 조용히 말했다. "자기가 뭘 하고있는지 몰라."
"나 안 취했어!" 내가 취해서 말했다. "너 예뻐! 왜 그걸 몰라!
그걸 좀 알라고! 네 몸은 아름다워! 네 몸은 섹시해! 제발 너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 P186

명미 같은 백인 시인의 말투를 닮을 필요도 없고 백인청중이 알아듣기 쉽도록 내 체험을 "통역할" 필요도 없다고 내게말해준 최초의 시인이었다. 그 후 다른 어떤 멘토도 명미 킴만큼그런 생각을 단호하게 강조한 사람은 없었다. 판독하기 어렵게쓰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었다. 그전에도 아시아인으로서겪는 체험에 관해 쓰라는 독려를 받긴 했으나 여전히 백인시인이 쓰는 식으로 썼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백인 시인을 흉내내는 대신 백인 시인이 아시아 시인은 이럴 거라고 상상하며흉내 내는 방식을 흉내 냈다. 킴이 내 시를 처음 읽고 말했다. "왜다른 사람의 말투를 모방하죠?" - P190

나는 다문화주의가 절정에 달했던 90년대중후반에 대학 교육을 받았다. 내가 아는 가장 재능 있는친구들과 교수들은 다 유색인종이었다. 강의 도서목록에다양성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내게는 당연했다. - P191

우리는 미술사학자 로절린드 크라우스가 확장된 영역이라고일컬은 작업의 실행자들이었다. 여기에는 우리가 미술과 시를논의한 방식도 포함되었다. 기법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기는지루했다. 우리는 미술과 시를 인종, 젠더, 계급과 관련지어논의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의 미적 특질에 영향을 주었지만, 우리의 미적 특질이 꼭 정체성하고만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 P192

그때 우리는 경력을 쌓는 모든 단계에서 매번 과소평가 당했기때문에 각자 능력을 되풀이해서 증명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나는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전했기 때문에 나는우리의 우정으로 배양된 창의적 상상력에 꾸준히 충실할 수있었으며, 그 상상력은 우리의 불만족스러운 의식의 진실성을반영할 수 있도록 엄밀성과 깊이에 의해 다듬어졌다. 다른사람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예술가가 되라고 촉구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 P203

차는 전통적인 서사를 피하고 그 대신 내가 볼 때 일종의구조주의 영화 대본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를 취한다.
장면은 무대 연출처럼 묘사된다. 시는 영화 중간에 들어가는독백처럼 배치된다. 환히 빛나는 하얀 화면처럼 보이도록 영화스틸컷 사이사이에 텅 빈백지가 삽입된다. 차는 『딕테』를 어떻게풀이해야 할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번역하거나이승만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의 맥락을짚어주거나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에나오는 프랑스 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의 사진에 설명 붙이기를거부한다. 독자는 나름대로 단서를 연결해 퍼즐을 풀어가는탐정이 된다. - P210

영어는 단조여야 할 체험을 장조로바꾸어놓았다. 영어로 써놓으면 한국어에 서린 친밀감과 우수가사라졌다. 영어는 내가 어릴 때부터 세관 직원, 위협적인 교사,홀마크 카드와 연관 짓던 언어였다. 영어를 배운 지 그렇게여러 해가 흘렀어도 영어로 글을 쓰려면 아직도 빈칸 채우기를하거나 남의 원문을 재인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없었다. 그러나 영어는 자신의 언어가 아니고, 자신의 의식을 결코진정으로 반영할 수 없고, 하나의 표현 형식인 만큼이나 자신의의식에 지워진 부담이라는 것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차가 구사한언어는 나의 언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딕테』가진실하게 다가왔다. - P211

아시아 문화에서 여자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실성하는 이야기는 무성하다. 노출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것뿐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경을자극하는 고통은 일단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신체로부터분리된다고 본다. 고통을 명명하면, 일어났던 일에서 아픔이덜어지고, 한계가 그어지고, 그 일을 감당하고 심지어 소멸까지가능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치 말이 치유법이 아니라 남을오염하는 독인 양, 자칫 고통을 언급했다가는 정신적 외상을 또한 번 입을 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를입히게 되는 문화에서 자랐다. 이런 비밀과 수치의 문화에서성폭행을 고발할 만큼 대담한 아시아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 P213

상처를 내는 도구로 취급하기도 한다. 차의 언어는 정체성을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언어다. 그의 예술 작업에서 언어는영어든 프랑스어든 한국어든 관계없이 고무도장처럼 뻣뻣하고, 돌에 새긴 무늬처럼 불가사의한 질감을 지닌 대상물로, 자신의일부가 아니라 자신과 동떨어진 대상물로 간주된다. - P220

그는 자그마하고 쾌활한 60대 유대인 여성으로 럿거스대학교에서 페미니즘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버클리대학원 시절부터 차와 알고 지냈고 늘 차의 작품에 탄복했으며, 범주를 초월하는 방식 때문에 차의 작품을 영화감독 샹탈아케르만과 비견했다. 플리터먼 - 루이스는 그 사건에 대해 무척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그가 요절했다고만 말해요." 그가 말했다. "그 참혹함을 절대로 거론하지 않아요." - P227

강간이라는 단어는 글에 손상을 가하면서어떤 주장이든 엎어버린다. 강간을 넘어서 분석을 이어가고이해를 도모할 방도가 없다. 그것을 직시하든지 아니면 시선을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의 죽음이 너무끔찍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때때로 나는 뉴스 기사에서 범죄피해자가 아시아인이면 일부러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도그 사건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싫기 때문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관하기 싫다. 왜냐하면 분노속에 방치되기 싫기 때문이다. - P231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은 눈에 안 띄는 소녀 시절을 벗어나면페티시의 대상으로 활짝 피어난다. 아시아계 여성이 드디어 눈에띄게 되면-드디어 욕망의 대상이 될 때-너무 분하게도 자신을향한 모든 욕망이 변태로 취급됨을 깨닫는다. 가장 극명하게드러나는 방식은 포르노다. 거기서 우리의 음험한 욕망은 몇가지 범주로 냉정하게 구분되는데 백인이 디폴트이고 다른 모든인종은 성적 일탈로 취급된다. 소름 돋는 틴더 메시지("아시아여성과의 첫 경험을 원합니다")를 비롯해 백인 친구들의 미묘한공격적 언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여성은 자신에게 끌리는 모든상대가 변태임을 매일같이 상기당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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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가 독립언론 톰디스패치와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 

프레시안에서 이를 발췌하여 실었기에 살펴보았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62013235923915


"특권계층과 부자들, 대기업과 무기제조업자들의 안보만 있을 뿐, 나머지 일반 국민의 안보는 관심 밖이다. 이중사고는 언제나 작동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표현한 이중 사고


그는 1953년 아이젠하워의 연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핵무장만은 절대로 피해야한다고 이야기한 지점은 지금도 그 중요성을 지나치기 어렵다.


군사 무장이 가져올 피해 -> 1953년 연설 '철의 장막' by 아이젠 하워


https://www.laphamsquarterly.org/states-war/humanity-hanging-cross-iron



국방비를 증액하고 외교적 해법은 무시한 채 무기를 늘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도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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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21 1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 정말 미치겠어요 거리의화가 님. 저 촘스키 책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았고 맨 밑에 링크하신 두 책중 <전쟁일기>는 읽었지만 우크라이나의 역사 안읽었거든요. 그렇지만 알고 싶다.. 라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촘스키의 인터뷰라니. 와 진짜 알라딘 증말 너무 ㅠㅠ 지적인 분들이 팡팡 터져나와서 ㅠㅠ 행복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리의화가 2022-06-21 10:22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져드린 것 같아서 좋네요^^ 저도 촘스키 책은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그의 주장을 오롯이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이런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이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한 번 읽어보셔요! 전쟁 시작한지도 4개월이 넘어가는데 종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참 답답합니다ㅜㅜ

청아 2022-06-21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기사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결국 정치인들의 안보장사로 돈 버는건 무기회사들
뿐이겠죠. 협상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공포감조성을 위해 종이호랑이를 애써 철갑호랑이로 만드는 격이군요. 국내 정치도
늘 그래왔던것 같습니다.
헨리 키신저 충격이네요

거리의화가 2022-06-21 10:25   좋아요 2 | URL
미국의 무기상들은 결코 없어질 수가 없을 듯합니다. 이리 장사가 잘 되는데요~-_- 특권층도 이러는데 총기 소지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말을 들을리가 없죠. 협상은 개뿔 뜯어먹을 소리고 그냥 장사치들인 듯해서 씁쓸합니다ㅜㅜ

mini74 2022-06-21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언맨만 봐도 무기회사들이 얼마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지 알 수 있죠 ㅠㅠ 결국 돈이군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6-21 17:41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결국 자본과 이익이 세계를 화약고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ㅠ 미국 뿐 아니라 일본도 중국도 유럽도 군사력을 증강중이네요.

scott 2022-06-21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로 흘러 들어간 무기들 제3 중개업자들이 교묘하게 빼돌려서 수년 뒤 어떤 곳에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지도,,,

거리의화가 2022-06-22 09:4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스콧님. 무기상들만 신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서 걱정이 크네요.
특히 강대국들이 외교력보다 군사력으로 가려는 게 커보입니다ㅜㅜ 식량 위기에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서 암울한 세계가 되가고 있네요-_-;
 

나는 종종 밤늦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희미하다가 점점 커졌고, 그게 엄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부모님의 싸움을 또 한차례 말리기 위해 안방으로 뛰어갔다.
이튿날 학교에 갔을 때 11월 햇볕이 따스했던 것과 석류나무에 석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것이 유독 기억에남는다. 나는 점심시간에 거기에 앉았다. 같은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찍이 들렸고, 잠을 못 자서 귀가 물 들어간 것처럼 멍멍했다. 만약 현실이 하나의 부조 작품이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모두 양각이고 나는 다른 모든 사람을 돋보이게하는 음각처럼 느껴졌다. - P99

그러나 그 특권 의식보다도, 나는 홀든이 어린 시절에 집착하는 것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어린 시절이 가능하면 빨리 끝나기를 원했다. 홀든은 왜 성장하기 싫었을까?
열쇠로 신발에 고정시켜야 했던 옛날식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순수하고 조숙한 저 아이들은 누구였나? 대체 어떤 10대 소년이 호밀밭에서 노는 꼬마들이 혹시 절벽에서 떨어져 어른이 될까 봐안 떨어지게 붙잡아주는 상상을 한단 말인가? - P102

번스틴은 백인 순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에바를 예로 든다. 금발의 곱슬머리와 파란 눈이라는 후광에 휩싸인 에바는 톰 아저씨의 눈에 고결하게 비치지만, 노예 소녀 톱시는 엄마 없는 짓궂고 삐딱한 아이로 보인다. 에바가 톱시를 포옹하며 애정을 표하자 비로소 톱시는 순수한 아이로 거듭난다.
어린 에바가 이상화된 아이라면, 톱시는 "문제아, 검은 피부,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스울 정도로 고통에 무감각한 상태"에 의해 규정되는 그야말로 궁극의 "꼬마 검둥이"(pickaninny)이다. - P107

번스틴에 따르면 인종적 순수란 단순히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아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상태"로서 "음, 나는 인종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데"와 같은 언급속에 엉켜 있으며, 여기서 ‘나‘는 보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순수는하나의 특권이자 인지 장애, 즉 잘 보호된 무지의 상태이며, 일단 이것이 성인기까지 오래 이어지면 당연히 누려야 할권리로 굳어진다. 순수는 성적인 것만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굳이 특정해서 "표시되지 않으며"(unmarked) "자유롭게본연의 너와 나가 될 수 있다"라는 신념에 기대 사회경제적위계 속에 놓인 자신의 지위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순수가초래한 아이러니한 결과는 백인이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를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학자 찰스 밀스는 말한다. - P108

수치심은 나 자신을 1인칭과 3인칭으로 분리하는 능력을부여한다. 사르트르가 쓴 대로 "타자가 나를 보는 대로" 나를인식하는 능력이다. 다 자란 지금에야 나는 어렸던 내가 의도치않게 저지른 불복종에서 유머를 발견한다. 양반다리를 하고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에 열중하는 여섯 살짜리들에게교사가 책을 읽어주는데 얌전하고 어린 아시아 소녀가 난데없이이야기 중간에 태연하게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이듬해, 그얌전하고 어린 아시아 소녀는 포르노 티셔츠를 입고 등교한다. - P111

걔들이 할머니의 손을 조금 지나치게세게 잡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헬로"라고 하자, 아이들이 "헤로" 하고 응수했다. 그중 한 아이가 할머니 얼굴에다대고 엉터리 수화 동작을 흉내 냈다. 그러더니 갈색 머리카락을축 늘어뜨린 키 크고 마른 여자애가 슬그머니 할머니 뒤로 가서온 힘을 다해 할머니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할머니가 땅에넘어졌다. 애들이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 P115

쇼핑몰에 갔다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내가 열세 살일 때였다. 백인 부부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유리문을 열었다. 나는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줄 알고 남자가 마지못해 문을붙잡고 있는 동안 재빨리 그리로 나왔다. 문이 닫히기 전에 그가고함쳤다. "난 중국놈들한테는 문 안 열어줘!"
동생이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남자가 왜 그렇게 못되게구는지 동생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처음 당해봐." 동생이울었다. - P116

2011년 새뮤얼 R. 서머스와 마이클 I. 노턴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인지된 반흑인 편견이 감소했다고 대답한 백인응답자들은 반백인 편견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인종주의를제로섬 게임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 관점은 너에 대한 적대감이줄어들면 나에 대한 적대감이 늘어난다는 제프 세션스법무장관의 말에 잘 압축되어 있다. - P119

백인성을 인종적 범주로 인식하지 못하는 백인평론가들과는 달리 나는 백인성이 보인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얀 공간을 인지하는 내 습관이 다른 즐거움을전부 망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중이다. 나는 자명한 것, 또는자명해야 하는 것을 끝없이 지적하는 잔소리꾼이 되고 말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등장인물들의눈이 멀 때, 시야가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을 뜬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하얗게 변한다. 나는 어디를가든 백색을 본다. 나는 그 백색의 간계를 감지한다. 심지어 내생각마저도 엑스선 찍을 때 쓰는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제를주입한 것마냥 백색으로 얼룩졌다는 것을 안다. 그 얼룩은 나의삶을 남한테 끊임없이 사과하도록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과반대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삶을 백인성과 결부시켜 바라본다. - P121

‘내가 백인성 문제를 거론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아시아계미국인들이 이 나라의 자본주의적 백인우월주의 위계질서 속어디쯤에 위치하는지 명명백백하게 따져봐야 하는데 여태그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꼼꼼히 따져보기는커녕, 일부아시아인은 인종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고 "문제되지" 않는다고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백인들이 하는 똑같은 소리 못지않게잘못된 것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의 인종 정체성 때문에차별만 받은 것이 아니라 혜택도 누렸기 때문이다. 인종을나와 무관하게 여기는 이 아시아인들이 바로 내 사촌이고, 내옛 남자친구이며, 브루클린에 안락하게 틀어박혀 맑고 포근한날 불현듯 나는 인종에 영향받지 않아도 되고 그저 자진해서 그문제를 생각할 뿐이라고 여기는 나 자신이다. 나 또한 오로지나와 내 직계 가족만을 위해서 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전부 누르고 앞서가라는 이 나라의 신자유주의 정신과 일치된생존 본능을 갖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자신을 옥죄는수치심은 묻어버린 채 말이다. 정도는 조금씩 달라도 미국에서자란 아시아인은 모두 내가 묘사한 수치심을 익히 알고 있으며, 그 기름진 불길을 느껴봤다. - P122

서투른 영어는 한때 부끄러움의 원천이었지만,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영어는 나의 유산이다.
나는 완벽한 영어에서 일부러 멀어질 것을 외치는 작가들과-영어를 탈취해 도망자의 언어로 비듦으로써 영어를 어지럽히고,
뒤흔들고, 난도질하고, 괴랄하게 만들고, 타자화하는 작가들과-문학적 계보를 공유한다. 영어를 타자화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그언어에 박힌 제국주의 권력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며, 영어를절개하여 그 어두운 역사가 비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 P136

가엾은 아시아 억양. 아시아 억양은 심하게 굴욕당하는억양이며, 돌려도 되는 최후의 억양에 속한다. 아시아 억양으로의사를 전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부끄럽지만 나도 때때로그 백인 여자처럼 행동한다. 중국 식당에 전화로 주문할 때종업원이 못 알아들으면, 참을성 없이 주문을 되풀이한다.
타임워너사에 전화할 때 인도 억양을 지닌 상담원과 연결되면,
인도 콜센터들이 직원을 거의 훈련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때문에 미리부터 짜증이 솟는다.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업체
‘심리스‘가 생긴 것도 미국인들이 귀찮게 이민자 억양을 알아들을필요가 없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바로 그래서 앞으로 자동화가 인도 콜센터를 대체할 것이다.
이미 영어에 의해 납작해진 각국 출신들의 억양을 기계가 더욱납작하게 눌러버릴 것이다. - P138

우리 중에 흠 없는 피해자는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우리가 다 똑같은 처지였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렇기때문에 내가 그저 ‘너의 서투른 영어 곁에서 나의 서투른 영어에관해 쓰기만 할 수는 없다. 근처에서 말하고자 노력할 때는 우리사이의 간격도 직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일단 나 자신을 연루시키면, 그렇게 연루시키는 일을 도저히적정한 선에서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의 간격은계급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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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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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1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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