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묘 7, 무진 8

東郡太守 翟義가 군대를 일으켜 서쪽으로 가서 ‘攝政해서는 안 되는 자를주벌한다.‘ 하고는 郡國에 격문을 돌리니, 병력이 10여만 명이었다. 王莽은 이 말을 듣고 두려워서 밥을 먹지 못하고는 이에 왕읍 등으로 하여금 翟義를공격하게 하였다. 王莽이〈周書〉를 따라 <大告>를 지어서 天子의 지위를 儒子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을 천하에 하니, 이에 관리와 군사들이 공격하여 격파하였다. - ≪漢書 王莽傳≫ - P179

王莽은 스스로 위엄과 德이 날로 성대하여 하늘과 사람의 도움을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여 마침내 진짜 황제에 즉위하는 일을 도모하였다. 11월에 居攝 元年이라 하고 진짜 天子의 지위에 즉위하여 천하를 소유한칭호(國號)를 정하여 新이라 하였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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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왜 하필 공포를 통해 대상 관계라는 문제에접근하려는 것인가? 왜 공포와 대상인가?
그것은 어린아이가 우리에게 들려 주기는 하지만 우리를 이해시킬 수 없기 때문에, 우리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비탄에 대해우리 어른들의 ‘공포‘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 P66

공포란 한 마디로 균형을 이루던 생물학적 충동의 단절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대상 관계의 형성이란, 때에 따라서는 가장 적절하지만 일시적인 균형 상태가 번갈아 가며 공포의 반복을 이루는 상태일 것이다. 공포와 대상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억압할 때까지 함께 전진할 것이다. - P67

모든 것에 이름 붙이려고 하다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 부딪힌다. 거리의 소음들, 집 앞을 오가는 마차의 끊임없는 움직임, 정신분석에 귀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버지, 자신의 신체나 자기 또래의 소녀에 대한 관심, 소년에게 있어뭔가 잡히지 않는 가냘픈 어머니라는 존재, 아버지가 억지로 성적인 특성을 부여한 환상이나 이야기들에 그가 보이는 관심들. 이미한스가 그것들 나름의 의미작용(signification)을 발견하지 못한 채자기 나름대로 많은 의미(sens)를 부여한 그것들 모두는, 프로이트가 지적한 대로 나르키소스적 자기 보존의 충동과 성적인 충동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스스로, 그리고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한스의 인식철학적 경험 속에서 그 모두가 굳어진다. - P68

우리는 공포증의 전개 과정에서 고유의 물신 숭배자의 일화를 알고 있다. 대상 관계에 단초하는 결핍 대신에 주체가 자리를 차지하고 대상 관계의 작위성에 직면하면 아마도 물신 숭배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물신은 덧없는, 그러나 필수불가결한 구원의 장이 된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어야말로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뗄래야 뗄 수 없는 물신이 아닐까? 물신 숭배적인 부인에 근거한 그것이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호는 사물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명명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말한다‘ 등등)말하는 존재라는 틀 속에서 우리를 정의한다. 그것에 근거함에도 불구하고 ‘언어‘에 대한물신 숭배는 아마도 분석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될 터이다. - P72

우리가 결핍과 공격성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서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따라서 결핍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강박적 공격성을 배제하는 것이 되고, 결핍을 배제한 채 공격성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전이를 편집증화하는 것이 된다. - P74

우리의 언어는 수동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군가 한 아이를 때린다‘ 라는 언표는 수동태로 전환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다루고 있는 공포증의 대상에 대한 논리에 주목해 볼 때, 그것 역시 문법상의 수동화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미 작용 기능의 형성 단계와 마찬가지로 공포증 또한 검열이나 억압의충격으로 은유화되기 전에 전환의 기호(능동태가 수동태로 된다)로대체된다. - P75

공포증의 대상은 정확히 말해서 선택을 회피하는 것이고, 주체로 하여금 가능한 한 오랫동안 결정내리기를 미루게 하려는 것이다. 그 과정은 또한 반상징을 통하거나, 상징화 과정에 대한 초자아적 차단막을 통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공포증의 환각 자체인 이질적인 덩어리에까지이르려는 강렬한 상징활동의 압축을 통해서이다. - P77

나르시시즘은 적어도 두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대상을 향한 충동으로 넘쳐나는 이 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것과, 이 넘쳐나는 나르시시즘의 힘이 어떻게 자폐증에까지이르지 않는 것인가가 그것이다.
나르시시즘의 넘쳐나는 힘이란 모종의 상상적이고 생물학적인구성물이다. 그것이 첫번째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해답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분석 삼각형, 즉 대상의 존재를 제기할 수 있는 정신분석 삼각형적인 관계의 실패로 인한 나르시시즘이 그것이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다. 이른바 나르키소스적인 충동이란, 자기의 충동에 하나의 대상을 부여하면서 오이디푸스 삼각형 속에 자리잡으려는 주체와 대항하여부성적인 은유가 불안정할 때만 우세해진다. - P80

부성적인 기능의 대표자는 결핍된 어머니라는 좋은 대상의 자리를 차지한다. 언어가 좋은 가슴에 대체되고, 어머니의 정성의 자리는 담론이 차지한다. 바로 초자아보다 더 이상적인 부성이 말이다.
우리는 ‘타자‘가 그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형태들을 환각적 은유의 소산인 나르시시즘으로 교체하면서 대상을 변화시켜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공포와 매혹(자아)의 육체와 성적인) 대상이 지나친다. - P82

환각의 대상은 피하고 도망치고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게 하면서 기호로만 포착된다. 또한 환각은 시선이나 재현의 중개를 통해서 유지된다. 나머지 절차 동안 시각적 환각은 다른 것들, 이를테면타 환각(청각적 촉각적인 환각들………)을 집결시키고, 고요하고 중성적인 일상의 상징성 속에 침입하여 주체의 욕망을 재현한다. - P83

분리는 양끝, 즉 주체와 대상 사이에서 가능한 이동 없는 심연이자순수하고 단순한 균열이다. 주체도 대상도 아니다. 다만 한 면은 석화 작용이고, 다른 한 면은 위선인 것이다.
이같은 ‘견고한 성’에 통로를 내고 이동을 가능케 함으로써 욕망이 생겨난다. - P84

환자가 극도로자신을 보호하려는 기표의 딱딱한 껍질은 비의미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더 이상 새로이 의미를 형성하거나 자를 수 없는 ‘순수한 기표‘로서의 음악이나 음조 같은 것조차 울리지 않을 때까지 끊임없이 세분된다. 이와 같은 분할은 자기를 형성하기도 전에 환상을 흐트러뜨리고 자유 연상을 실패로 이끈다. - P87

프로이트식 기호는 말의 재현과 대상의 재현(1915년 이래로 사물의 재현이 되는) 사이의 관계 매김이다. 대상의 재현이 열려진 그것임에 반해 (청각 이미지 ·촉각 이미지 · 시각 이미지), 말의 재현은 이미 닫혀진 이질적인 총체(음성의 이미지, 읽는 이미지, 글 쓰는 이미지, 말의 기동력이되는 이미지)이다. - P90

아브젝시옹은 ‘타자‘를 대신하여 들어서고, 주체에게 희열을 제공하기에까지 이른다. 한 여성이 위험을무릅쓰고 이 경계에 들어가는 경우, 그 까닭은 상징성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삶(말하자면 성적인 삶을)을 보장하는 아브젝트한욕망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모성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그녀는 아브젝시옹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생각지도 않고, 마치 자신의 어머니에게 갚아야 할빚(틀림없이 배변기에 대한)이 있는 것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여성은 드물게 아브젝시옹에 대한 자신의 욕망이나 성적인 삶을 엮어낸다. 내부적으로는 ‘타자‘ 속에 정박하고 있을, 그렇지만 타자로부터 온 것이 틀림없는 아브젝시옹에 대한 욕망이나 삶을 말이다.
‘타자‘ 속에 정착하고 있는 그녀에게 타자가, 즉 아브젝시옹이 찾아올 때 그녀는 오이디푸스의 모자이크 속에서 글쓰기를 통해 남근의 보유자, 즉 남성과 동일시하여야 할 여정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 P93

다시 태어나려는 열망, 끝없는재도전의 상징인 언제나 실패하는 자기 해산이나 낙태의 현기증나는 연출은, 그러나 항상 그 자체의 분열로 인해 중도에 잘리고 만다. 왜냐하면 희열이 동일성이 결핍된 아브젝시옹을 요구할 때, 고유한 동일성의 출현은 결단의 법칙을 구하기 때문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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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12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도 팍팍 나가시네요! 저도 다음주 월요일에는 늦어도 시작하자! 벼르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1-12 08:31   좋아요 0 | URL
실상 장 수는 많지 않은데 어려워서 반복해서 읽어도 전체적인 이해는 힘드네요. 부분적으로 문장들을 이해하고 추렴하며 읽고 있습니다. 다락방님도 화이팅!

그레이스 2024-01-1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다!
이거 읽어야하는데,,, ㅋㅋ

거리의화가 2024-01-13 13:0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도 동참하십니까?^^ 화이팅!
 

2장

공포증을 일으키는 대상은 결핍 자체이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은유적 환각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결국 대상 자체는 잡을 수 없고 대상의 그림자만 쫓아서 자아는 끊임없는 은유적 환각과 기호를 만들어낸다. 아브젝시옹의 혐오는 나르키소스적 환각에 머물러 신경증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호로 대체되는 상징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아브젝시옹은 타자와 세상을 향한 최초의 통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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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12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어렵네요...

거리의화가 2024-01-12 08:25   좋아요 0 | URL
2장이 1장보다 더 어렵네요. 은유, 환각 이런 이야기 나오니 머리가 뱅글뱅글 돕니다ㅠㅠ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ㅎㅎㅎ
 

8~10장

제국은 ‘문명과 미개‘의 차별성을 전제한 도덕적 위계를, 그리고 ‘천하‘는 화이(華夷)라는 형태로문명과 야만의 차별화를 담은 도덕적 위계를 내포했다. 제국과 천하가 공통적으로 가진 또 하나의 개념적 기능은 중심부 권력자의 지배영역의 광역성 내지 초국성(超國性)을 표상한다는 데에 있다. - P417

필자는 제국개념의 적절한 용법에 관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제국 개념은 누구도근본적인 이의가 없을 시대의 제국 현상을 가리키는 데 한정되어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주권국가체제가 전 지구적으로 정착한 탈식민시대 이전의 전통시대 및 근대 제국주의 시대에 쓰인 ‘제국‘ 개념은 중심과 주변의 공식적 위계를 전제한 질서의 중심부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쓰였다. 그런 개념적 용도로 이 개념을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근대 서양이 주도한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의 제국들과 일본제국이 구축한 제국의 질서는 공식적 위계였을 뿐만 아니라 지배와착취의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근대 서양적인 중심-주변부 관계의 착취적 성격 때문에 동아시아의 전통시대 중국 중심의 질서는 동일하게 ‘제국‘의 질서라고 개념화하기 보다는 ‘천하체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필자는 생각해왔다. - P439

동아시아질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천하체제‘는 진시황 이후 특히한 제국의 성립 이래 중국과 북방민족, 그리고 다른 동아시아 사회들사이의 관계까지도 포괄하는 2,000년에 걸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담은 개념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심과 주변 사이의 정치적인 공식적위계와 함께 도덕적인 문명과 야만의 위계를 담은 질서표상의 개념이었다. - P440

탈냉전의 동아시아에서 잠재적 갈등을 가볍게 여기게끔 이끄는주요인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탈냉전 이후 본격화한 전 지구적 경제통합과 상호의존의 증가다. 그런데 경제통합과 상호의존의증가가 국제관계의 안정과 평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대분단체제론은 순전한 자유주의적 관점보다 ‘경제적 현실주의‘(economicrealism) 관점에 가깝다‘ 세계화가 내포한 자본의 해외이전과 무역증가가 나라들 사이의 교류와 협력에 이바지하면서도 국제관계에중장기적으로 불안정과 갈등을 유발하는 이중성을 주목한다. - P454

천하는 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반면에 국이란 일정한 지리적·영토적 범위를 내포한 개념이었다. ‘國‘이라는 한자어의 형태 자체가 일정한 공간적 범위를 획정하는 형상이라는 것은 시사적이다
반면에 칭제한 지배자들의 명분론적인 정치적 개념체계에서 아베 다케오가 언급한 두 가지의 천하 관념 가운데 ‘광역천하‘의 관념은 지리적·영토적 범위를 초월한 개념이다. 이러한 차이가 중국의 전통적인정치적 개념체계에서 천하의 수장을 가리키는 ‘황‘이나 ‘제‘가 ‘국’과결합되지 않았던 개념사적 현상의 한 배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 P503

일본인들은 고대국가 시기에 "황제의 나라=천하"라는 중국의 개념체계를 모방하되, 중국이 말하는 천하는 중국에 국한시키고, 자신의 천하는 일본이라는 나라(日本國)에 국한시킴으로써 자기화된 천하의 논리를 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중국과 달리 일본에게는 지배자의 이념으로서의 천하도 ‘국‘의 개념과 양립해 결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훗날의 전통시대에 ‘황국‘(皇國)이라는 개념을광범하게 사용하는 조건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이러한 배경이있었기에 근대 일본 역시 서양어 ‘엠파이어‘를 ‘제국‘으로 번역해 곧자신의 국가 정체성을 ‘제국일본‘으로 표상하는 것도 용이했을 것이다. 다만 고대국가 시절 천황제가 구성되어가는 시점에서는 일본은 중국의 개념체계를 모방하는 데 집중하여, 천하와 천조를 중심으로질서표상과 자기표상의 개념체계를 구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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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의 계보학 -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만든 서사들 메두사의 시선 4
실라 미요시 야거 지음, 조고은 옮김, 정희진 시리즈기획.감수 / 나무연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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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든 화이트와 폴 리쾨르는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과 우리가 세계에 대해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본질적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 

우리가 과거를 서술하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방식은 우리가 자신의 공동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 P179


나는 어떤 세대에 속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마을 운동의 위대함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고, 1980년대 민중의 항쟁을 전해 들었으며, 조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국민 체조’를 교육 받고, 고등학교 때까지 교련 수업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국가주의에 대한 교육이나 세뇌였음을 지금은 인지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해서 싫었는데 지금은 그 때를 향수처럼 기억하기도 하는 반면 씁쓸하거나 불쾌하게 느끼게도 한다. 

국가가 국민을 알게 모르게 의식화시키기 위한 작업들이 일상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기념 사업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는 종종 전쟁 기념관을 들러 전시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만약 멀지 않았다면 현충원도 가지 않았을까. 국립서울현충원이 국군 묘지에서 출발하여 애국지사 묘역으로 조성된 것처럼 전쟁 기념관도 한국 전쟁을 기념한다는 이유에서 조성되었다. 


<애국의 계보학>은 한국의 근현대 시기의 역사에서 이상적인 미래로 내세운 관념이 무엇이었는지 그 계보를 추적하는 책이다. 한국의 역사를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거나 분석한 책들은 있으나 이를 젠더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는 것이 이 책의 특별한 점이다. 


젠더 담론이 항상 혹은 반드시 젠더 자체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젠더란 상호적으로 구성되며 역사적으로 다양한 여성과 남성의 범주로 개념화된다. 그리하여 젠더 체계는 다중적이고 가변적인 방식으로 다른 문화적, 정치적, 미학적 구조 및 경험의 양식과 서로 연관된다. - P11


젠더 담론이 사회의 구조를 해석하는 데 필수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젠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회를 온전히 해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른 책들처럼 일반적으로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 정체성, 남성, 여성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개인이 젠더적 주체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게 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생각한다.


저자는 신채호를 한국 근대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최초의 인물로 제시한다. 그는 국가와 민족의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 고구려 광개토 태왕 등 고전적 영웅을 이상화하여 끌고 온다(그는 위인전을 많이 썼다). 신채호는 당시 대표적인 민족주의 사학자로서 낡고 헤진 조선을 뒤로 하고 근대적 이상향을 제시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을 과거의 복기를 통한 회복 방법이다. 살라 미요시는 그가 근대성으로 제시한 방법이 무사, 영웅으로서의 ‘남성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몇 십년이 지나지 않아 박정희도 이상적 현대의 모습으로 신채호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한다. 18년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이순신 등 영웅의 부활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을 개혁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국가를 이상화시키는 군사주의와 국가주의에 다름 아니었다. 박정희는 일본식 군사 교육을 받았고, 일본 장교로서의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자신의 체제에 적용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구미시가 박정희 기념 사업을 위해 근현대사 명소를 만든다는 추진 계획을 밝혔고, 경상북도는 새마을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국내가 아닌 아시아 및 아프리카 16개국에 시범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새마을 운동이 성공적인 모델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나아가 박정희를 여전히 기념하기 위한 숨은 포석도 있다고 생각된다. 


김일성은 남한에서 실패한 군사적 남성성 대신 과거의 유교적 모델에서 부성애를 강조함으로써 198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켰다고 이야기한다. 김일성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남한의 이상과 현실이 학생들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된다. 박정희 뿐 아니라 전두환도 국민과 국가를 단결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나 실상 잘 되지 않았고 실패했다. 올림픽 개최, 행사 등 국내외 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려 했다는 점을 지금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살라 미요시가 다룬 인물 중 이광수는 앞선 인물들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급된 작품 <무정>,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 <윤광호>, <사랑인가>를 읽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저자가 제시한 관점은 놀랍기 짝이 없다. 나는 그저 사랑을 통한 계몽, 해방 의식 정도를 느낄 뿐이었는데 그는 이광수가 사랑의 상실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 종국이 ‘여성’이라고 하는 귀환점이었다고 말한다. 귀환은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고 집, 나아가 국가, 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광수는 근대적 여성의 모델을 제시했지만 그 이상적 근대성이 일본을 모델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전쟁 기념관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전쟁 기념관은 전쟁 영웅을 숭배하여 기림으로써 국민을 교육시키고 나아가 국가를 개혁시키고자 만들어졌다. 나는 전쟁 기념관을 둘러보며 한국 전쟁 이후의 전시에 주로 집중했던 것 같은데 살라 미요시는 전시 중 조선 시대에 가장 긴 할애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 하여 놀랐다. ‘형제의 상’도 봤을 것 같은데 생각이 흐릿한 것을 보면 주목하지 않았음에 틀림이 없다. ‘광개토 대왕비(복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부 전시들보다 사실 외부에 있던 전쟁 전사자들을 적어놓은 공간이 기억에 또렷하다. 건물 설계자는 의도적으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숭고함을 느끼도록 표현했다는 것을 보면 이는 제대로 성공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의 유교화 과정>, <냉전과 새마을>,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일상적 민족주의>가 연관되어 떠올랐다. 이 중 <한국의 유교화 과정>과 <일상적 민족주의>는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인데(심지어 <일상적 민족주의>는 샀는데) 아직 읽어보지를 못했다. 이후 읽는다면 관련하여 좋은 자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1세기에 들어선 뒤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오직 이행의 개념으로만 이해하고자 했던 포괄적 역사 이론의 실패한 약속을 반성하면서, 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국민국가의 역사를 써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되었다. 그러한 전략의 결과가 차이와 저항의 행동을 통해서든 역사 서사 전체를 회피하는 것을 통해서든 그저 지배 문화를 다시 쓰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진보적 역사에 대한 이전의 비판 전통으로 돌아감으로써, 우리는 벤야민이 말했던 ‘변증법적 이미지’, 즉 그가 감춰지거나 잊혔을 과거와의 연결이 현재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며 밝혀지는 각성의 순간이라 부른 관점을 통해 국가를 개념화했던 방식을 비로소 재고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가의 과제는 텍스트, 사건, 이미지의 병치로 드러나는 여러 겹의 의미적 층위를 벗겨내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하고 예상치 못하거나 숨어 있는 연결을 (재)포착하는 것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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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1-11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의 공부> 1월호에서 김소연 시인이 경주를 박정희 정권이 주도해서 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선 이전, 백제가 아닌 신라를 조명하는 것도 의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화가님 후기를 보니 생각났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4-01-12 08:31   좋아요 1 | URL
박정희 시기 문화재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관련 사업들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국립문화재연구소 같은 것도 만들어지고요^^ 삼국을 통일한 신라를 통해 통합과 단결을 강조한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