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은 더 이상 단순한 동물적 존재와 자연에 대한 완전한 통제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에 남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진화시킨 동물계 the animal kingdom 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우리 자신의 진화의 방향으로 실제로 주요한 진화상의 도약을 하는 것에 더 가까이 있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를 촉진하는 관점에서, 혁명적 생태학적 운동은 페미니스트 운동과 같은 목표를 가질 것이다. 그 목표는 인도적인 목적을 위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제하는 것이고, 파괴된 ‘자연적‘ 균형을 대치하기 위하여 인간과 인간이 창조하는 인공적인 환경 사이에 새로운 평형을 확립하는 것이다. - P280

적어도 선택권의 발달은 모성에 관한 고대의 가치를 정직하게 재검토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현재는 여성이 원칙적으로 모성을 공공연히 반대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위험하다. 모성을 반대하는 여성은 자신이 신경질적이고, 비정상적이며, 아이를 혐오하고, 그러므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덧붙여야만 처벌을 모면할 수있다.("어쩌면 나중에 내가 더 준비가 잘 되었을 때.") 이것은 자유로이 탐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적어도 금기가 해제될 때까지, 자녀를 가지지 않겠다는 결정이나 자녀를 인공적인수단으로 가지겠다는 결정이 전통적인 자녀 출산만큼 정당한 것이 될 때까지, 여성은 여성의 역할을 강요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전통적인 가치체계 속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여기는또 다른 과학적 발전은 사이버네틱스 [인공두뇌학cybernetics]*라는새로운 과학의 등장이다. 기계가 창의적인 사고와 문제해결에 있어서 인간과 곧 동등해지거나 인간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 P289

과학의 오용은과학 자체의 가치와 종종 모호해진다. 이런 경우, 그 반응이 그렇게 병적이거나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는 그것의 혁명적 중요성을 인식하기보다는 여전히 종종 상상력 없이 기계 자체의 폐단에만 온통 집중한다.

인구조절과 사이버네틱스라는 두 문제는 똑같이 신경과민적이고 피상적인 반응을 낳는다. 왜냐하면 두 경우 모두 전례가 없다는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생산과 생식 둘다 인간의 기본적 관계에서 질적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 P290

인구폭발에 관한 관심, 생식에서 :임으로 그 강조점이 전환된 것, 그리고 인공생식의 완전한 발달에 대한 요구는 생물학적 가족의 억압에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사이버네이션은 인간과 일 및 임금과의 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노동‘ 활동에서 ‘놀이‘ (그 자체를 위해서 하는) 활동으로 변형시킴으로써, 경제적 능력을 갖춘 가족 단위를 포함하여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의를 가능하게 할 여지를 줄 것이다.
남자는 땀 흘려 일하고 여자는 고통과 산고를 참아야 하는 이중저주는 처음으로 인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해소될 것이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20세기의 인류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새로운 생태학적 균형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창조한다는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 P292

최근의 피임법들이 개발되기 전에 계속되는 출산은 여성들에게 끊임없는 ‘부인병‘, 조로, 죽음을 가져왔다. 여성은 나머지 절반을 세상에서 종종 지겨운 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분명히 창조적인 면도 있는ㅡ일을 하도록 자유롭게 해주기 위하여 종족을유지해주는 노예계급이었다.
이러한 자연적인 노동분업은 커다란 문화적 희생을 치러야만계속되었다. 즉, 남성과 여성은 각각 나머지 절반만 발달시켰다. - P293

계급 없는 사회를 성취하려 했던러시아 혁명의 실패는 가족과 성적 억압을 제거하려는 미온적인 시도의 실패라고 추적할 수 있다. 이 실패는 결국 경제적 계급에만 기초한 남성 편향의 혁명적 분석에 대한 한계에서 기인했다. - P301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주의 혁명은 똑같은이유로 실패해왔거나 앞으로도 실패할것이다. 현재의 사회주의하에서는 어떤 최초의 해방이라도 항상 억압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그 이유는 가족 구조가 심리적·경제적·정치적 억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P302

통제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개인들에게 통제에 대한환상을 주고 안전성, 쉴 곳, 혹은 따뜻함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일한 제도들은 ‘사적‘인 제도들이다. 종교, 결혼-가족,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정신분석 치료가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 P317

독신의 삶은 선택한 직업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조직되는데,
특별한 직업적 구조를 통하여 개인의 사회적·감정적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많은 개인들에게, 특히 과도기에 매력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P322

‘함께 살기‘는 성이 무엇이든지간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상대가 내적 역학관계에 따라 다양하게비법적인 성-동반자 합의 기간에 돌입하는 느슨한 사회적 형태이다. 계약은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맺어진다. 사회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다. 그 이유는 생식도 생산-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의존하는 것도 개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한 비형식적인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애 대부분을 살아가는 표준단위가 되도록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 P323

‘가구‘는 명시되지 않은 시간 동안 사람들이 커다란 군집을 이루어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명시된 일련의 대인관계interpersonal relation가 없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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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그것을 통해서 정신이 현실의 제약성과 우연성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는 두 양식 간의 역학이고 두 양식의 총합이다.

첫 번째 반응‘에서, 개인은 그 자신의 가능성을 정의하고 창조하기 위하여 현실로부터 도피함으로써 주어진현실의 한계를 부정한다. - P252

인위적인 수단에 의해 실현된이상에의 추구를 우리는 미학 양식 the Aesthetic Mode이라 부를 것이다.

문화적 반응에 대한 두 번째 종류에서, 현실의 우연성은 현실적 대안의 창조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의 작용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서 극복된다.

현실 자체로부터 추론된 정보의 응용을 통해 현실을 인간의 개념화된 이상에 따르도록 유 - P253

도하는 것을 우리는 테크놀로지 양식 the Technological Modeo이라 부를것이다.

즉 미학적 반응aesthetic response 은 ‘여성의 행동과 부합하는 것이다. 동일한 용어들이 한쪽에 적용될 수 있다. 즉, 주관적이고, 직관적이며, 내성적이고, 갈망하고, 공상적 혹은 환상적이며, 잠재의식(원본)과 관련되어, 감정적이며, 까다롭기까지 하다(신경증적이다). 이에 상응하여, 기술적 반응technological response 은남성의 반응이다. 그것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외향적이고, 현실적이고, 의식(자아)과 관련되어, 합리적이고, 기계적이며, 실용적이고, 실제적이고, 안정되어 있다.

두 문화적 반응들‘남성의‘ 테크놀로지 양식과 ‘여성의‘ 미학 양식-간의 상호작용은 성의 변증법을 또 다른 차원으로 재창조한다. - P254

성의 변증법적 측면에서문화사의 이 오랜 단계는 문명의 모권적 단계에 대응한다. 여전히어둡고, 신비스럽고, 제어할 수 없는 불가해한 자연에 대한경외심에 빠져있는 여성 원리는 The Female Principle* 인간 자신에 의해 격상되고 군림한다.

문화적 휴머니즘의 정점인 르네상스는학적(여성) 양식의 황금시대였다.
그리고 또한 미학 양식의 종말이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16세기에 이르러 문화는 성의 변증법the sex dialectic적인 면에서는 모권제에서 부권제로 옮겨가고, 계급적 변증법the class dialectic에서는 봉건주의의 쇠퇴에 상응하는 심대한 변화를 겪었다. - P258

경험과학과 문화의 관계는 부권제로의 전환과 성의 변증법과의 관계, 그리고 부르주아 시대와 마르크스주의적 변증법의 관계와 같다. 즉, 혁명에 선행하는 후기 단계이다. 더욱이 세 변증법은 횡적으로뿐만 아니라 종적으로도 서로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 부르주아지로부터 성장한 경험과학(부르주아 시대는 그 자체가 부권제 시기의 단계이다)은 귀족제의 휴머니즘(여성원리, 모권제)을 계승하고, 실제적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경험적 방법의발달과 함께(자본축적을 위한 근대 산업의 발달) 결국 그 자체를위협한다. 과학적 발견의 본체(새로운 생산 양식)는 그것을 이용하는 경험적(자본주의적 양식을 끝내 벗어나야만 한다. - P262

또 다른 경험과학의 내적 모순은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이고
‘혼이 없는‘ 과학적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경험주의의 본질적으로 숭고하고 자주 망각되는 궁극적 목적, 즉 이상의 현실적 실현이라기보다는 그 목적에 대한 수단의 결과이다. - P263

문화적으로 우리는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 간의 선택만을 할 수 있었다. 자의식, 내향성, 패배주의, 염세주의, 과민성, 현실 감각이 부족한 사회적 주변인으로 이끌거나 아니면 전문성을 갖춘‘ 분열된 인격, 감정적 무지, 전문가의 편협한 시각 사이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275

다음 문화적 혁명에서 우리가 가질 것은 남성(테크놀로지 양식)과 여성(미학 양식)의 재통합이다. 그것은 문화적 흐름의 최 - P276

고치이거나 혹은 그것들의 총합마저 능가하는 양성성의 문화를창조하기 위한 것으로 문화적 범주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결합 그 이상으로 문화 자체가 훅! 하고 끝나버리는 물질반물질 폭발a matterantimatter explosion의 상호 말소이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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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지난 몇 세기 동안 특히대중문화에서 아마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성 있는 지위와 관련되었기 때문이지만 여성은 예술의 주요 주제가 되어왔다.
그러나 문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여성들이 있는가? 많지 않다. 여성이 개별적으로 남성 문화에 참여하는 경우, 그들은 남성의 방식대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들은 남성의 게임에서 남성으로서 경쟁해야만 했기 때문에 여전히 구식 여성의 역할, 스스로 정한 야심과 상충하는 역할을 입증하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에 문화의 게임에서 남성만큼 능숙하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228

여성들이 진정한 ‘여성‘ 예술 I true ‘female‘ art 을 만들려면 모든 문화적 전통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성)문화에 참여하는 여성은 그것을 만드는 데 관여하지 않은 전통의 기준에 따라평가되고 성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가 여성의 관점을발견할 수 있다 해도, 그러한 전통에서는 확실히 그것을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 남성 게임에서 지는 데 진절머리가 난 여성이 여성적인 방식으로 문화에 참여하고자 시도한 경우에는, (남성)문화권력에 의해 사소하고 열등한 ‘여성예술가‘로 지명되어 혹평을받고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훌륭하다고‘ (마지못해) 인정되어야만 하는 때조차도 자신의 ‘진지함과 세련된 취향을 나타내는 저급한 방식으로 훌륭하지만 부적합하다고 빗대어 말하는 것이 유행한다. - P231

성 역할은 인간 경험을 분리시킨다. 남성과 여성은 현실의 서로 다른 절반에 산다. 그리고 문화는 그것을 반영한다.
*************************************** - P240

‘여성‘ 예술의 발달을 그것의 반대급부인 남성학파처럼 반동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여성 예술은 오히려 진보적인 것이다. 여성의 현실을 엄밀하게 탐구하는 것은 성적 편견이 있는 문화에서 왜곡을 수정하는 데 필요한 단계다. 우리가 보편적 문화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시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세계관에 달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the moon**을 통합시킨 후에만 가능해질 것이다. - P243

페미니스트 혁명만이 이러한 문화적 왜곡을 일으키는 성의 분열schism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그때까지 ‘순수예술‘이란 하나의환상이다. 전체적인 (남성)문화의 타락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진짜가 아닌 예술에도 책임이 있는 환상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문화를 창조하기 위하여 무시되어온 절반의 인간 경험-여성의 경험을 문화의 본체와 통합하는 것은 첫 단계이자 전제조건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의 분열 자체는 진정한문화적 혁명이 있을 수 있기 전에 타도되어야만 한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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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로맨스 문화

낭만주의는 여성이 그들의 조건을 알지 못하게 막는 남성 권력의 문화적 도구이다. - P214

남성을 위해 직접적인 성적 쾌락을 지키려는능은 여성의 의존성을 강화한다. 여성은 그들을 즐기는 남성과대리적 동일시에 의해서만 성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에로티시즘은 성적 계급제도를 보존한다. - P216

여성이 다 똑같다고 믿지만여성에게 그런 생각을 추측하지 못하게 하고 싶을 때, 남성은 무엇을 하는가? 그는 자기의 믿음을 혼자 간직하고, 그녀의 의심을가라앉히기 위해서 그녀가 다른 여성들과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것이 바로 그녀를 구별 짓는 것인 양 한다. 따라서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결국 그녀의 개성과 동일한 것이 된다. 여성의 성의 사유화는 남성의 눈에 여성을 개인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여성들의 계급으로서의 일반성generality을 가리는 과정이다. - P217

성의 사유화는 여성을 정형화한다. 그것은 남성으로하여금 여성을그들과 같은 족속이 아닌피상적인 속성들로만 구별되는 ‘인형‘으로 보게 부추기고, 여성으로 하여금 계급으로서의 성적 착취를 못 보게 만들며, 그것에 대항하여 단결하지못하게 막고, 따라서 두 계급을 효과적으로 분리시킨다. - P219

외모는 그것을 지닌 사람의 사랑에서가 아니라 외적 기준의 근사치에 어느 정도 다다랐냐에 따라 ‘좋은 것‘이라고 정의된다.

성의 사유화에 대한 요구는 미적 이상에 대한 요구와 모순되며, 개인의 외모에 관한 심각한 여성적 신경증을 일으킨다.
이러한 갈등 그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하고 있다. 여성이 점점 더 닮아 보이기 시작하고 가공의 이상과 다른 정도에 의해서만 구별될 때, 더 쉽게 계급으로서 정형화될 수 있다. 그들은서로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하게 생각하고, 설상가상으로 너무어리석어서 서로 비슷하지 않다고 믿는 계급이 되는 것이다. - P221

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확장이 된다. 만일 실제 인간의 내면 Person Underneath이 완전히 증발하지않는다면 진정한 인격과 최근의 이미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 P222

여성은 이미지일 뿐만 아니라 성적 매력의 이미지이다. 여성에 대한 정형화는 확장된다.
그리고 에로티시즘은 이상성욕erotomania이 된다. 극한까지 자극되어 역사상 견줄 데 없는 광적인 것에 이르렀다. - P223

감각에 대한 포격은 결국 성적 도발을 훨씬 더 강화시킨다. 즉,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일반적 수단들은 모든 효과를 상실한다.

이 고도로 효과적인 선동 체계의 내적 모순 중 하나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여성이 겪는 정형화 과정을 노출시킨다는것이다. 그 생각은 여성들에게 그들의 여성적 역할에 더 익숙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TV를 켠 남성 역시 최신형의 복부 보정, 가짜 속눈썹, 그리고 바닥 광택제("그녀는 합니까.
하지 않습니까?")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교차하는 성적 유희와 폭로는어떤 남성이라도 여성을 혐오하도록 만드는 데 충분하다. 그가이미 혐오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 - P224

페미니스트들이 보그 Vogue 지의 표지 얼굴의 아름다움을 단호하게 부정해야 한다고 느낄 정도로 경건해질 필요는 없다. 그것이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 얼굴이 인간적인 방식으로 아름다운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성장과 변화와 쇠퇴를 허용하는가,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도 표현하는가, 인위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허물어지는가, 혹은 금속이 되려고 하는 나무처럼 무생물적 대상의 다른 아름다움 자체까지 거짓으로 모방하는가 등의문제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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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미국인
그레이엄 그린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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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원치 않아요."
"이 사람들은 먹고 살아갈 쌀만 넉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그들은 총에 맞아 죽기를 바라지 않아요. 하루하루 무사히 지내기만을 원한다고요." (P210~211)

보통 한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베트남 전쟁의 기간은 1964년의 한국의 베트남 후방 지원, 1965년 본격적인 군사 지원 이후이다. 그러나 전쟁 기간은 그보다 훨씬 더 길었다. 1955년 11월 1일부터 시작된 전쟁은 1975년이 되어서야 끝이 났으니 말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호찌민이 베트남 독립을 선언했으나 프랑스가 이에 불복하여(프랑스는 베트남을 식민지로 소유하고 있었다) 벌어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이 패배, 베트남이 분단된 것까지 베트남 전쟁의 배경이라 따진다면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조용한 미국인은 본격적인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기간 동안을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향후 베트남의 암울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이후의 결과를 원치도 않았을 것이고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전쟁사를 읽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결단하지만 그 피해는 대중이 원치 않게 받는다. 일상은 대중에게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지만 전쟁은 살아갈 기반 자체를 모조리 파괴할 수 있고 후폭풍(언제 또 나를 공격할 지 모른다는 의심과 불신, 그로 인한 피해 망상의 발생)을 낳게 한다는 의미에서 결단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데도 경제적인 이득과 국가적 이익을 위해 전쟁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기시감과 혐오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조용한 미국인(The Quiet American)' 이라는 제목에서 꽤나 의미심장함을 느꼈다. 미국은 20세기 전쟁사에서 많은 족적을 남긴 국가인데 '조용한 미국인이라니?' 미국인을 통칭해서 하는 말일까 궁금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파울러와 파일의 성향은 정 반대라 할 수 있겠다.
파울러는 종군 기자로 왔으나 기자정신이 없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건조해보이고 적당히 현실에 타협한 채 진지함이 없는 듯하며 무엇보다 심각한 일에는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난 그런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고요." 인간적인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라면 남들이 싸우건 말건 내버려 두고, 사랑을 하건 말건 내버려 두고, 하물며 살인을 저질러도 가만 내버려 둔 채 나는 끼어들지 말아야 했다. 나는 내가 본 사실들을 그저 글로 적어 보내기만 한다.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견해 또한 일종의 행동이므로(P68~69). 전쟁이 일어난 국가에 와서 2년을 지내다 보니 모든 게 시큰둥해진 것일까. 하긴 전쟁이 벌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은 일상을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니까. 하지만 후엉이라는 현지 여성을 만나 살면서 본국인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원하는 대로 이 곳에서 어떤 사건이든 개입하지 않고 외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시니컬한 그의 태도와는 다르게 세상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파일은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며 사회와 세계를 진단하고 분석한다. 그는 어느 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대륙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말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P47). 파일의 대의는 지나치리만큼 거창하지만 그것이 옳은 대의라 해도 어떤 방법을 쓰는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과연 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당시 내가 베트남에 살아가고 있던 시민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았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군인을 구분할 수 없다.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이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해야한다니 상상만으로도 힘겹다. 믿을 수 없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그래서 결국 신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무슨 종교를 믿든 이곳에서라면 안전하리라고 믿었다. "여기선 중립을 지켜야 해요. 이곳은 하느님의 영역이니까요." '하느님의 왕국에서는 길 잃고 가난한 백성이 춥고, 굶주리고 겁에 질린 채로 살아가는구나.' 신부가 말을 이었다. "위대한 왕이 이곳에 임한다면 이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당신은 생각하겠죠." 하지만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어디를 가든 다 마찬가지여서 - 가장 강력한 지배자의 백성인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진 않겠지.(P113~114)' 파울러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왕국에서는 전쟁의 포화도 막을 수 있나? 보이는 인간도 믿을 수 없는 마당에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다는 것이 무신론자로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중립'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질문이 남는다. 한국전쟁에서도 이념이라는 허울 하에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고 지금까지 앙금이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은 지나친 이상이 아닐까.
내 세상에서는 죽음이 유일한 절대 가치였다. 인간은 목숨을 잃으면 아무것도 영원히 잃지 않게 된다(P105).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두렵고 무섭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불안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면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나 둘 잃어가는데 죽고 나면 더 이상 잃을 일이 없는 것 아닌가 하면서.


나는 스스로를 잘 알고, 내가 얼마나 속속들이 이기적인 인간인지를 분명히 안다. (내 가장 큰 소망은 마음 편한 삶이며)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을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감촉으로 느낄 때면 나는 그저 불안하고 속이 몹시 메스꺼워져서 견디기가 어렵다. 때때로 순진한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박애주의 정신이라고 착각하지만, 내 행동은-가령 내 아픈 상처를 치료하는 일보다 소년병을 먼저 챙긴 선택은 기껏해야 훨씬 더 큰 어떤 선을 위해 작은 선 하나를 희생했던 데에 불과했으니, 오직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 할 때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행한 선심의 시늉에 지나지 않았다(P254). 적나라한 인간성의 묘사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내 마음이 편하기를 원할 뿐 타인에 대한 박애와는 거리가 멀다 생각한다. 인간은 결코 인류애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기적인 본성을 소유하되 이런 조그마한 선심성 행동들로 스스로를 덜 이기적이라고 위안을 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류는 결코 평화로워질 수 없는 것 같다.


순진함은 무모함과 결합하면 돌발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 순진한 사람이란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고 판단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실행하는 사람이라 무모하고 두려운 법이 아닐까. 하지만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 인간은 불완전한 법이라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오류가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을 모조리 제거한다면 이 세상에 남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제노사이드라는 끔찍한 단어가 떠올랐다.

'순진한 사람은 항상 죄가 없으니 순진함을 탓할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런 사람들을 저지하려면 통제하거나 제거하는 길 말고는 대책이 없다. 순진함은 일종의 광기다.'(P363)

"La liberté, qu'est-ce que la liberté ? 자유, 자유란 무엇인가요?" - P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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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20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추카추카 ㅎ <토지>보다 오래 걸리신 거 아닌가효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7-20 17:01   좋아요 1 | URL
유독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토지는 그나마 배경을 더 잘 이해하고 있어서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07-20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엣남 전쟁에 대해 어려서부터 관심
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우리 세상을 만든 100대 소설이라는
문구가 눈길이 확 가네요.

1955년 작품이라고 하니, 미국이
개입하기 전 식민종주국 프랑스
와 맞짱을 뜬 시절의 이야기인가
보네요. 호기심 발동...

거리의화가 2023-07-20 17:05   좋아요 1 | URL
1952년 즈음으로 본격적인 냉전이 들어설 무렵이라 냉전 배경 소설이라고 익히 알려져 있더군요. 매냐님도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3-07-2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잠자냥님 리뷰로도 봤지만 참 표지가 안 어울리는 책이 아닌지..ㅎㅎ 인간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뇌가 담긴 작품일 것 같습니다. 화가님 완독 추카요~~^^

거리의화가 2023-07-21 10:03   좋아요 1 | URL
표지만 봐서는 책의 내용이 연상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숲과 밀림이 배경인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책의 주요 내용은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죠^^; 괭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7-21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 좋아하시는 화가님과 잘 맞는 소설인거 같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그레이엄 그린 단편집 구매했는데 이런 우연이! 역설적인 제목이군요 ^^

거리의화가 2023-07-21 10:06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읽은 것도 있어요. 저는 역사적 배경이 있지 않은 소설은 난해해서 읽기 어렵더라구요. 그린 단편집 새파랑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나중에 공유 부탁드려요!^^

희선 2023-07-22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전쟁이 꽤 길었군요 전쟁이라는 건 알아도 그걸 자세하게 모르기도 하네요 제트남 남과 북이 통일을 하려던 전쟁이었다는 말이 있기는 한데... 거기에 미국이나 한국은 미국 때문에 가야 했고... 남의 나라 전쟁으로 돈을 벌기도 하는 건 참 안 좋기도 하네요 전쟁이 일어난 곳에서 사람이라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끔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나지만...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2 19:51   좋아요 1 | URL
네. 베트남 전쟁 순수 기간만 따져도 20년 동안입니다. 한국전쟁도 그 짧은 시간 안에 피해가 컸는데 베트남은 오죽할까 싶더군요. 책에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몇 차례 언급되어 놀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