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2 : 강남·유배길 편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2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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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한시기행 2권 후속편은 '강남' 지역과 '유배길' 편으로 묶여 있다. 1편에 이어 읽었더니 자연스레 흐름이 이어져서 좋았다. 오히려 1편을 묵혀두었던 게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강남'은 대체적으로 장강 중하류 지역의 강소성 남부, 절강성 북부, 안휘성 남부, 강서성 동부 일대를 가리킨다. 넓은 평원과 나지막한 구릉이 주를 이루는 이 지역은 장강과 전당강, 파양호와 태호와 같은 수자원이 풍족해서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했다. 남송 때 강남의 경제력이 급상승하면서 자연을 조경적 차원에서 경영할 수 있었던 까닭에 자연과 인문이 결합된 최고의 풍경이 만들어졌다(P5). 중국의 당송시기 역사를 읽고 마침 이 책을 읽으니 인문, 역사와 지리가 결합되어 활자가 눈 앞의 현실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예로부터 강남 지역은 물이 많아서 수나라 이전까지는 오히려 문제가 되었는데(범람, 질퍽한 땅) 대운하 건설을 시작하면서 관개 용수가 원활해져 농사 짓기에 좋은 땅이 된다. 게다가 남송 시기가 되면 남쪽으로 도읍이 옮겨져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작가가 방문한 지역 중 인상적인 곳은 첫 번째로 항주다. 정치적 격변기에 호북성 황주에서 5년의 생활을 마치고 복권되어 항주 태수로 오게 된 소동파는 항주를 최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병원을 만들고, 상하수도 시설을 개량하고, 빈민을 구제하고 고아들을 돌보기 위한 사업에 나서는 등 여러 부문에서 탁월한 행정가의 면모를 과시했는데, 특히 그가 힘을 쏟아부었던 건 서호를 준설하는 일이었다. 서호는 오랜 세월 퇴적된 토사로 인해 수심이 얕아져서 걸핏하면 물이 범람하여 백성들에게 큰 시름을 안겨 주었다. 소동파는 조정에 특별 지원금을 청하고 자신의 사재까지 털어서 항주의 많은 백성을 동원하여 서호를 대대적으로 준설했다. 그리고 퍼올린 엄청난 분량의 흙과 모래로 서호를 남쪽으로 가로지르는 제방을 쌓았다. 제방 중간중간 여섯 개의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 호숫물이 서로 통하게 만들었고 길을 따라 버드나무와 복숭아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품종의 나무와 꽃을 심어서 서호를 감상하는 최고의 산책로로 만들었다(P23~24). 지금의 항주의 모습은 소동파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백성들을 생각하는 관리의 마음이 절로 느껴지는데 오늘날의 관광객도 소동파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소동파의 음식 하면 다양한 것이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파육이다. 동파육은 황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탄생했다. 이 요리를 만들어 먹을 때만큼은 힘든 유배 생활 중 유쾌함을 느끼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가 황주에서 지은 시 <식저육食猪肉>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동파육 레시피가 적혀 있다.

솥을 깨끗이 씻고
물은 조금만 넣고
땔감을 덮어 불꽃이 일지 않게
절로 익을 때까지 뒤적이지 말고
불 시간 충분하면 절로 맛나게 된다네
황주는 돼지고기가 좋은데
값은 흙처럼 싸다네
귀한 사람들 먹으려 들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요리법을 모른다네
매일 일어나 한 그릇 뚝딱
내 알아서 배부르게 먹나니 그대 상관 마시게

돼지고기 값이 흙처럼 싸다니 그만큼 돼지가 풍부하다는 것인가. 일어나자마자 뚝딱 하기에는 기름기가 많을 것 같은데 상관 말라고 하는 걸 보면 동파육에 소동파는 진심이었던 것 같다.
항주에 동파육이 유명해진 것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다. 서호 준설이 되자 가난한 백성들이 너도나도 값싼 돼지고기를 들고 와서 태수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람에 관저에는 돼지고기가 가득 쌓이게 되었다. 소동파는 5년 전 황주 유배 시에 개발한 동파육을 백성들에게 다 돌려보내 맛보게 했다. 동파육을 맛본 사람들은 그 맛에 환호했고 마침내 거리 음식점에는 '동파육'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기 시작했다(P34).

두 번째로 꼽을 곳은 황산이다. "오악에서 돌아오면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에서 돌아오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오악귀래불간산五嶽歸來不看山, 황산귀래불간악黃山歸來不看嶽)." 흔히 오악을 묘사할 때 웅雄, 험險, 준峻, 유幽, 수秀라는 글자를 써서 "동악 태산은 웅장하고, 서악 화산은 험하며, 중악 숭산은 높고, 북악 항산은 깊고, 남악 형산은 수려하다"라고 구분하는데, 각각 모두 '천하제일'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오악도 황산 앞에서는 그 존귀한 지위를 순간 잃어버린다. 앞서 황산을 예찬한 이 유명한 구절은 본시 명나라의 유명한 여행가 서하객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유복한 관리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고 평생 천하 명승을 찾아 떠돌며 방대한 여행 기록을 남긴 사람이다. 황산의 최고봉은 연화봉蓮花峰이다. 중심부의 큰 봉우리를 여러 작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옹위하여 솟아오르는 형세인데, 한 송이 연꽃이 하늘을 향해 막 피어나는 것 같다 해서 연화봉이라 멋지게 부른 것이다(P102). 다종다양하고 수려한 봉우리와 그 봉우리마다 기이하게 자리잡은 소나무가 구름의 출몰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연출하여 황산의 또 다른 별칭은 '운산雲山'이다.

선계의 연뿌리를 뉘 심었는가
대지는 이곳에서 연꽃을 피웠네
곧게 솟아 하늘의 이슬을 마시고
높이 손들어 오색의 노을을 받드네
사람들 향기의 나라에서 맴도는데
길은 연꽃 송이로 난간을 세웠네
연밥은 어느 해 맺으려나
은하수 가는 뗏목으로 쓸 수 있을 것을

선근수수종 대지차개화
仙根誰手種, 大地此開花。
직음반천로 고경오색하
直飮半天露, 高擎五色霞。
인종향국전 로차옥방차
人從香國轉, 路借玉房遮。
연자하년결 창명대범사
蓮子何年結, 滄溟待泛槎。
- 청淸, 매청梅淸 <제화연화봉題畵蓮花峰>

중심 봉우리를 둘러싼 봉우리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선계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풍경이었다. 더군다나 황산에는 비래석이 있다. 장방형의 거대한 돌 하나가 우뚝 서 있는데 절벽 가까이에 자리한 평평한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있다. 기울어진 각도로 서 있는 품이 금세라도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를 기세라 날아서 온 돌, 비래석飛來石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국 지역의 많은 곳 중 가까우면서도 풍경이 뛰어나고 먹거리가 많은 지역인 강남은 한국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다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소주와 항주만큼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유배길 편은 호남성, 광서장족자치구, 광동성, 해남도를 아우르는 중국 남부의 광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배지를 대상으로 한 여정이다. 중국의 유배지는 주로 남쪽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지금도 가기에 쉽지 않은 길을 당시에 가는 길은 무척이나 어려운 여정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유배길 아닌가. 언제 돌아올 지 모를 슬픔의 길을 따라가자니 고개가 숙여졌다.

첫 번째로 꼽은 곳은 영주다. 영주는 호남성을 흐르는 주요 하천인 상강과 소수瀟水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호남 지역을 소상瀟湘이라 이름하는데, 풍경이 빼어나고 운치가 넘쳐서 당송 이래로 그림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으니 이른바 '소상팔경瀟湘八景'이다. 소상팔경은 그림의 소재 뿐 아니라 시의 소재로도 널리 활용되었는데, 원나라 희곡 작가인 마치원이 소상팔경을 노래한 <수양곡>이라는 작품이 유명하다. 팔경 중에서 '소상야우( '소상야우'는 상강과 소수가 합류하는 영주 평도를 가리킨다)'를 노래한 작품이다.

어둑한 배 불빛
나그네 꿈도 깨어
떨어지는 빗소리에 마음 부서진다
외로운 배는 오경을 넘고 고향은 만 리 밖인데
떠나온 사람 가슴 적시는 눈물 같은 빗줄기
어등암 객몽회 일성성적인심쇄
漁燈暗, 客夢回, 一聲聲滴人心碎。
고주오경가만리 시리인기항정루
孤舟五更家萬里, 是離人幾行情淚。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그네가 희미한 등불 너머로 바라보는 빗줄기는 가슴 시린 눈물이다. 유종원은 이 곳 영주에서 10년 간 유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유종원은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한 세족 집안의 자제였다. 스물한 살 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정치혁신 운동을 주도했다가 환관과 번진의 눈 밖에 나 실패하였다. 개혁을 이끈 왕은 폐위되고 함께 이끌던 세력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유배를 가게 되었다. 예부원외랑이라는 높은 직급에서 하루 아침에 사마라는 낮은 직급으로 강등되어 갔으니 그 신세가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유종원은 영주에서 우계愚溪라는 곳을 사랑하여 시냇가 부근에 살림집을 짓고 지냈다. 우계라는 이름도 유종원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윽이 흘러가는 시냇물 우계를 보며 마음이 좀 안정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우계는 비록 세상을 이롭게 할 능력은 없지만, 만물을 거울처럼 비추어 맑고 투명하고, 음악 소리처럼 높게 울리며 흐른다. 그래서 어리석은 나를 즐겁게 해주나니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비록 세속에 부합하지 못하나 글로써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며 세상 만상을 다 끌어안을 수 있으니, 어느 것도 내 붓끝을 벗어날 수 없다. 내 어리석은 문사로 어리석은 시내를 노래하리니 혼연일체의 무아의 경지에서 노닐게 될 것이다.
- <우계시서> 중

우계시서를 통해 유종원은 어리석은 자신의 삶이 나아갈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유종원은 정치적으로 실패하여서 비록 이곳에 내려와 있으나 우계처럼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그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다. 오히려 그의 글쓰기는 유배 생활로 깊어진 면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전체 시문 540편 중에서 영주 시기에 쓴 것이 무려 317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벼슬에 매여 있던 내 인생
행운이런가, 남만 땅 멀리 유배 왔네
한가로이 농부들과 이웃하며 살아가니
간혹 산속의 은자처럼 보인다네
새벽에 밭을 갈아 이슬 풀 뒤집고
한밤중 노를 저어 시냇가를 울리네
오고 가며 사람 하나 만날 일 없어도
길게 노래하면 초 땅 하늘이 푸르러진다네

구위잠조루 행차남이적
久爲簪組累, 幸此南夷謫。
한의농포린 우사산림객
閑依農圃隣, 偶似山林客。
효경번로초 야방향계석
曉耕翻露草, 夜榜響溪石。
내왕불봉인, 장가초천벽
來往不逢人, 長歌楚天碧。

'시냇가에 살다'라는 뜻의 <계거溪居>라는 시이다. 비록 멀리 유배를 왔으나 농부나 은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의연함을 엿볼 수 있다.

유배길 중 두 번째로 꼽은 곳은 광동성에 있는 혜주다. 혜주는 주강의 삼대 지류 중 하나인 동강이 흘러가는 곳으로 현재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경제 중심 도시 중 하나다. 당송 시기에도 광동성의 중심 지역이었고 거대한 물류의 집산지였다고 한다. 혜주는 아열대 지역이라 사계절 초목이 있고 맛좋은 과일이 풍부한 곳이다.

혜주와 인연을 맺은 이는 소동파다. 혜주는 특별히 인상적인 장소가 있다기보다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더 재미 있었다. 소동파는 '여지'라는 과일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과 그의 여인 3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동파가 여지에 관해 남긴 유명한 시가 있는데 <식여지食荔支>다.

나부산 아래는 사계절 봄날
노귤과 양매가 차례로 새로 익어가네
매일 여지 삼백 알을 먹을 수 있다면
영원히 영남 사람 되는 것도 사양치 않으리라

나부산하사시춘, 노귤양매차제신
羅浮山下四時春, 盧橘楊梅次第新。
일담려지삼백과, 불사장작령남인
日啖荔支三百顆, 不辭長作嶺南人。

여지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매일 300알을 먹을 수 있다면 영남 사람이 되겠다는 소리가 나올까. 대단한 사랑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하루에 300알을 먹으면 당수치가 너무 높아지지는 않을까나.

이제부터는 소동파에 대한 여인의 이야기다.
소동파는 19세 되던 해 사천성 미산 남쪽 청신에 살고 있는 왕씨 집안의 16세의 왕불王弗과 결혼한다. 왕불은 아름답고 총명한데다 시서에도 능해서 천제 시인인 동파도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곤 했다.
왕불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어서, 매사 넘치는 자신감으로 속말을 가리지 않고 내뱉는 동파를 늘 걱정하며 시시로 적당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손님들이 동파를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왕불은 병풍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고 손님이 떠난 후에 적절한 평을 내려 동파에게 조언하곤 했다. 지혜롭고 신중한 왕불의 내조 덕에 동파는 개봉에서 직사관이라는 내직을 맡게 되었다. 동파의 명성이 이제 뻗어나가는 시기 왕불은 돌연 병을 얻고 만다. 결혼한 지 11년, 스물일곱 살의 젊은 나이, 일곱 살 어린 아들을 남기고 갔으니 동파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동파는 왕불을 고향에 묻고 10년이 지나 이런 사를 지었다.

십 년 세월 삶과 죽음으로 갈라져 아득한데
생각지 않으려 해도 잊기 어려운 사람
천 리 길 떨어진 외로운 무덤
그 처량함을 뉘에게 하소연하랴
설사 서로 만난다 해도 알아볼 수나 있으랴
얼굴은 세상 풍파에 시들고
머리는 서릿발이 하얘졌느니

십년생사량망망 불사량 자난망
十年生死兩茫茫, 不思量, 自難忘。
천리고분 무처화처량
千里孤墳, 無處話凄凉。
종사상봉응불식 진만면 빈여상
縱事相逢應不識, 塵滿面, 鬢如霜。
- <강성자江城子>

부인과 사별한 지 10년 세월이 지났으나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던 소동파는 꿈속에서 부인을 만나 눈물을 흘렸다. 아득한 그리움이 듬뿍 느껴지는 사가 아닐 수 없다.

동파가 다시 부인으로 맞아들인 사람은 왕윤지王閏之라는 여인이다. 왕윤지는 전처인 왕불의 사촌 동생이였다. 동파와는 열두 살 차이가 났는데 왕윤지는 왕불처럼 시서를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성품이 온화하고 후덕했다. 살림살이를 잘 돌볼 줄 알아서 동파는 늘 고마워했다고 한다. 동파의 정치 생활의 부침과 영욕을 함께했던 것은 왕윤지였다. 황주에서 유배 생활을 함께 했고, 항주 태수, 병부상서, 예부상서 등 고위 관직을 섭렵했던 시기에도 함께 지냈다. 왕윤지는 결혼 25년, 향년 46세, 동파 나이 58세 때 숨을 거두었다. 동파는 그녀를 추모하는 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함께 가자 했거늘, 고향 전원으로 함께 돌아가자 했거늘
그대 나를 버리고 먼저 떠났구려
누가 문 앞에서 나를 반겨주리오
누가 밭으로 내게 참을 보내주리오
끝이로구나, 무엇을 어찌하랴
눈물도 다하여 눈이 말라 붙었구나
낯선 도시에 그대를 임시로 안장하려니
나는 참으로 박정한 남편이구나
내 그대와 무덤을 함께하리니
이 언약을 이루어 그댈 다시 만나리다

8년의 세월이 지나고 소동파는 세상을 떠난다. 그 때 곁에 있었던 여인은 시첩 왕조운이다. 동파가 왕조운을 알게 된 것은 항주에서 통판 벼슬을 할 때였다. 당시 왕조운은 관청에 소속된 악기樂妓였다. 연회 자리에서 동파는 가무에 뛰어나고 시서에도 밝은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소동파는 왕조운을 기적에서 빼내어 자신의 몸종으로 들였다. 왕윤지는 비록 현숙한 내조자였지만 소동파의 예술적 동지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절감하던 왕윤지가 왕조운을 첩실로 들이기를 적극 권하였다. 왕조운은 예술적 동지로 동파의 삶의 한 축이 되었다.

59세 소동파는 광동성 혜주로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만년의 고단한 귀양살이를 함께 한 왕조운에게 종종 아름다운 시를 써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는 백발의 창백한 얼굴, 정히 유마거사의 경지라
빈 승방에 천녀가 꽃잎을 뿌려도 아무렇지도 않다네
붉은 입술 사랑스럽고 빛나는 머리 탐스럽다네
이렇게 천생 만생 인연이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
착한 일 좋아하는 심성은 모습 속에 절로 드러나는데
한가한 창가에서 단정하게 앉아 불경을 읽네
내일은 단옷날, 난초꽃 엮어 그대 허리춤에 채워주고
좋은 시 찾아내어 그대 치맛자락에 써주리라
- 소식, <증조운>

왕조운은 30대 초반, 불행하게도 혜주에 도착한 이듬해 말라리아에 걸려 동파 곁을 떠난다. 소동파는 그녀의 소원대로 서호 주변 산기슭에 그녀의 무덤을 만들었다.


여름의 뜨거움을 녹여버릴 정도로 즐거웠던 한시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름 더위의 한복판에서 멋드러진 풍광을 마주하고 한시를 읊으니 또 하나의 좋은 피서법이 되었다. 역시 더위 쫓는 데는 여행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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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7-31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급관심이요
어릴때 한시 읽을때랑 느낌이 너무 다른 순간이 많아요.
중국어로 읽는 분들도 꽤 되시더라구요.
거기에 이 책까지 읽으면 너무 좋을듯 하네요

거리의화가 2023-07-31 15:19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말처럼 어릴 때 이 책을 만났다면 결코 지금처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 역사를 알고 인물을 알고 만나면 더 좋을 것이고 무엇보다 삶의 깊이가 좀 쌓이고 만나면 더욱 좋을 책입니다.
마치 여행하는 느낌으로 만났어요. 중국어로 한시를 읊으며 책을 읽으면 한층 더 좋겠죠. 직접 이 책을 들고 그 장소로 가고 싶더라구요!ㅎㅎ

청아 2023-07-31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남에 저런 풍광이 있나보군요? 중국에서 사진에 나온 저런 곳... 사는동안 꼭 가보고 싶어요!
올려주신 한시들 아름답네요.^^

거리의화가 2023-07-31 15:22   좋아요 1 | URL
네^^ 강남은 물이 풍부한 곳이라 아주 아름다운 풍광이 많습니다. 저도 다른 곳은 몰라도 소주, 항주는 꼭 가보고 싶더군요(한국에서 2시간 밖에 안 걸린다고 하네요^^;).
한시는 사연을 알고 보면 더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 - 백 년 전 「데파-트」 각 층별 물품 내력과 근대의 풍경
최지혜 지음 / 혜화1117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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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근대 시기 백화점은 모든 유행의 집결지이자 집합소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1920~1930년대 경성의 백화점에서 팔았던 각종 물건들의 유래를 통해 당시의 풍경을 엿본다. 백화점에서 팔았을 법한 물건들과 광고에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들을 통해 그 당시 어떤 것이 유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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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 장강·황하 편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1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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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종종 읽는다. 직접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간접 경험도 제법 유익하기 때문이다. 다만 몇 년마다 개정되어 나오는 여행 가이드는 한 번 보기에는 좋지만 그 이후 다시 보면 재미도 없고 옛 정보를 보게 되는 거라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여행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엮은 여행 에세이는 좋은 선택이 된다.

이 책은 발간 당시 사서 앞 부분만 조금 읽고 끝을 맺지 못했었다. 여행기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역사에 관련된 인물과 사건이 많이 나오는데 당시만 해도 사전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잘 읽히지가 않았다. 이제는 읽을 만하겠다 싶었는데 마침 2권도 얼마 전 나왔기 때문에 적절한 독서 타이밍이었다.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많은 시인이 있고 또 그만큼 한시가 많다. 1권은 장강과 황하 길을 따른 풍광을 마주하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장소에 걸맞는 한시를 소개해준다. 한시는 묵독보다는 소리내어 읽으면서 읊으면 더 그 느낌이 살아난다. 직접 그 풍경을 마주하지 않아도 그 장소를 상상하며 한시를 읊으면 더 그 흥취에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유*브에 관련 영상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강 여행에 앞서 중국의 시인 '이백', '두보', '소동파'의 연고지를 찾아간 것은 독자로서도 반가웠다. 이백의 고향 강유江油, 소동파의 고향 미산眉山, 두보가 약 5년 가까이 머물러 살았다는 성도成都 초당草堂, 이들 모두 사천성 경내에 있다. 이백은 25세가 될 때까지 강유시 청련진靑蓮鎭에 있는 집에서 살았으나 벼슬길을 찾아 나선 뒤 6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향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했다고 한다(고향을 내내 그리워했다고). 성도에는 두보초당杜甫草堂이 있는데 안녹산의 난을 피해 들어와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살았던 곳이다(이 때만큼은 평화로운 시기를 보냈는지 여유로운 정취를 담은 시들이 나왔다). 미산은 소동파를 비롯하여 그의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삼소三蘇)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당나라와 송나라에서 가장 글을 잘 쓴 8사람인 '당송팔대가'에 삼부자가 모두 들어가 있으니 중국 문학의 대표 家이라 할 만하다.

약 6,300킬로미터의 길이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장강은 청장고원의 탕구라산에서 발원하여 티베트, 운남, 사천, 중경, 호북, 호남, 강서, 안휘, 강소, 상해를 거쳐 동중국해로 흘러간다. 사천성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온 민강의 탁한 물과 청해성과 운남성을 굽이굽이 돌아 흘러온 금사강의 맑은 물이 서로 만나 비로소 장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동쪽으로 수천 리 길을 흘러가는 것이다.

장강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두 곳만 꼽아본다면 도원과 황강의 동파적벽이다.

도원은 도연명(위진남북조 시인)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라는 글에 나오는 무릉의 복사꽃 물결이 흘러내려온 근원지라는 이상향의 세계이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무릉군에 속한 여러 지역을 찾다가 이 글에서 묘사하는 지형과 비슷한 곳을 찾아냈는데 그곳이 호남성 상덕시常德市에 있는 도원桃源이라는 곳이었다.

어부가 심히 기이하게 여겨 다시 앞으로 나아가 복숭아나무숲 끝까지 가고자 했다. 숲은 물이 흘러나오는 수원지에서 끝나고 그 위로 산 하나가 솟아 있었다. 그 산에 작은 동굴이 있는데 희미하게 빛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어부는 배를 버려두고 입구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극히 좁아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어부가 다시 수십 보를 더 가니 환하게 트이고 밝아졌다. 토지는 평평하고 넓으며 집들은 가지런하고 기름진 밭과 아름다운 연못과 뽕나무 대나무 등속이 있었다. 밭길이 사방으로 통해 있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가운데 왕래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복장이 다른 세상 사람과 같았다.
사람들이 어부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그 들어온 경유를 묻고는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술을 차려 내고 닭을 잡고 밥을 지었다.

동파적벽은 황강시黃岡市에 있는데 소동파가 남긴 최고의 작품 <적벽부>가 탄생한 곳이다. 황주는 소동파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다가 옥에 갇혀 고초를 겪고 하루아침에 태수의 신분에서 미관말직으로 좌천되어 간 유배지다. 이 곳에서 소동파는 뛰어난 자연 풍광에서 쇠약해진 심신을 명상을 하며 보냈다.

임술년 가을 7월 16일 밤
소식이 객과 더불어 배를 띄워 적벽 아래에서 노닐었더라.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 물결이 일지 않는지라
술을 들어 객에 권하며 명월의 시를 노래하였더라.
이윽고 달이 동산 위로 떠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니
흰 이슬이 강에 자욱하게 내려 물빛이 하늘에 이어졌더라.
일엽편주를 배가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더니
아득히 넓은 망경창파를 건너가는구나.
넓고 넓구나, 허공을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가는 듯
어느 곳에 멈출지 알 수가 없구나.
가볍게 나부끼는구나, 속세를 버리고 홀로 우뚝 서서
날개를 달고 선계에 오른 듯하구나.

<적벽부>는 <전적벽부>와 <후적벽부>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대목은 <전적벽부>의 첫 단락이다. <전적벽부> 후반에는 청풍과 명월에 대한 생각이 그려져 있다.

천지 사이의 모든 사물은 각기 주인이 있는 법
내 것이 아니라면 털끝만 한 것이라도 사양하겠노라.
오직 강 위에 불어가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에 뜨는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네.
취하여도 금하는 이가 없고
쓰고 써도 다함이 없는 것이니
바로 조물주가 주신 끝없는 보배가 아닌가.


황하는 청장고원에서 발원해서 아홉 개의 성 청해, 사천, 감숙, 영하, 내몽고, 섬서, 산서, 하남, 산동까지 5,464킬로미터를 흘러 발해만으로 흘러드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중국인에게 황하는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황하 중하류 지역의 비옥한 땅에서 중국 문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황하는 산지 위주의 상류, 황토고원 위주의 중류, 평원과 구릉 위주의 하류로 구분되는데, 중류의 황토고원 지대를 지나면서 대량의 황토를 함유하여 누런색의 탁한 강물이 된다. 

황하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아 본다면 호구폭포壺口瀑布, 화산 동봉 하기정下棋亭이다.

호구폭포는 황하의 제일경으로 불리는 곳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폭포이며 황색 폭포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폭포는 마치 강물이 거대한 병의 좁은 주둥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해서 병 주둥이란 뜻으로 '호구'라 붙인 것이다. 좁고 깊은 협곡으로 앞을 다투어 쏟아져 들어가는 물줄기들이 저마다 내지르는 함성으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라고. 황하를 묘사한 시구로 유명한 것은 이백의 <장진주> 첫 구절이다.

그대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내달리듯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화산의 '화華'는 꽃이란 뜻으로 '꽃 화花'와 통하여 꽃같이 아름다운 산이란 말이다. 화산은 오악 중에서 서악으로 유명한데 오악은 수도를 중심으로 오방을 따져서 명명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화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화산은 황하와 함께 중화민족을 잉태한 성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화산은 동봉, 서봉, 남봉, 북봉, 중앙의 중봉 이렇게 다섯 주요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북봉과 서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하기정은 동봉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정상에는 돌로 된 작은 정자가 있고 돌판으로 만든 장기판이 조성되어 있다. 도사들이 이곳에서 장기, 바둑 등 여러 놀이를 하며 즐겼다고 한다. 그런 경치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다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문제는 그곳으로 가는 길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하늘만이 위에 있을 뿐
어떤 산도 나란한 곳이 없구나
고개 드니 붉은 해 가깝고
고개 돌리니 흰 구름이 낮구나

위 시는 송나라 명재상이었던 구준이 이곳에 올라 지은 <영화산咏華山>이다. 화산을 설명하기에 이만한 시가 있을까 싶다.

사실 화산 이외에도 숭산, 태산 등이 있지만 그럼에도 역시 화산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기에 주저 없이 엄지손을 들게 된다. 다만 직접 체험을 불가할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곳을 어찌 올라가겠는가. 사진으로 보는 것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중국의 지리를 따라 역사를 만나고 문학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부도 바로 이어서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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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7-28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에 있는 돌로 만든 정자에 사람이 갈 수 있을까요 정자는 사람이 만들었을 텐데... 저거 만들 때 사고는 나지 않았을지... 장강과 황하를 즐겁게 만나신 듯하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8 09:42   좋아요 1 | URL
저 정자 관리를 하려면 어쨌든 사람이 올라가지 않을까요. 근데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너무 후달려요ㅠㅠ 화산 구조물들 만들면서 사고 났을 듯 합니다. 예전에 대만 타이루거 협곡에 갔을 때도 인부들이 목숨을 많이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강, 황하 중국을 대표하는 두 강줄기니 이야깃거리가 역시 넘쳐나더라구요. 즐거웠습니다^^
 

비만 죽죽 내리던 날을 지나서 근래 해가 났길래 산책하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요새는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서 자꾸만 거르는데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며 세뇌중이다^^;





7월도 벌써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여름 휴가도 생각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부리나케 결정해놓고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지난 일요일에 여러 권의 책을 주문했다. 



발단은 이 책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돌궐 유목 제국사> 저자가 새로운 책을 냈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위구르 유목 제국사>는 사고 싶어도 절판되서 살 수 없어 심히 아쉬웠었기에 이것도 품절되거나 절판될 지 몰라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고 이런 책은 알았을 때 사야 한다 싶어 결국 질렀다는 이야기다.

<흉노 유목제국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흉노족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무척 기대된다.




<하버드 중국사 송>은 당나라 역사까지 읽었으니 이제 읽어야 할 차례라 자연스레 샀다. 송나라는 상업이 발달하고 주변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다. 또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는데 특히 남송 때 주자가 유학 체계를 재정립하면서 고려 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는 최근 서재에서 많이 거론된 책으로 '젠더'와 '역사' 내가 눈여겨 보는 주제가 동시에 들어가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도 있었지만 이 책은 구매해서 읽고 싶어서 과감히 질렀다. 가능한 오래 걸리지 않고 완독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는 여성주의책함께읽기 8월 선정도서라 샀다. 여성에 대한 마녀 사냥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다. 페데리치의 책을 최초로 읽게 되는데 얇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은 12월에 여성주의책함께읽기 책에서 참고 도서로 여러 번 등장하기에 읽어보려고 샀다. 

페데리치도 그렇고 스타이넘도 그렇고 이번에 저자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전히 내가 알아야 할 페미니스트들이 넘쳐나는구나. 이름만이라도 여러 차례 접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생각한다.




<베트남과 그 이웃 중국>은 최근 <베트남 전쟁>을 읽으며 참고 도서로 나와서 담아두었고 읽을 동력이 달아나기 전에 주문했다. 바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나중에 주문하려면 잊어버리게 되더라. 베트남과 중국은 예로부터 깊은 관계에 있었는데 그 긴 교류관계의 역사를 한 책에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저자의 노고가 읽지 않았음에도 느껴진다. 아무튼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DK Life Stories Inspirational People 10 Books Set>

얼마 전 서재 친구분께서 정보를 알려주셔서 찜해놓았다. 가격도 저렴한데 인물&역사 재밌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고 도판도 풍부한 듯하여 기대가 된다. 이 중 특히 제인 구달 편이 궁금하다.



그리고 펀딩도 한 권 했다. 백석 시 100편이 해설과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8월에 도착 예정이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921



7월달에 얼마 안 샀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열심히 읽는 수밖에.






그리고 아마존 오더블 3개월 1달러 행사를 하길래 지른 김에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을 읽어보려 한다. 

마침 집에 번역본은 있었다(원서는 알라딘으로 검색이 안 된다). 들어보니 나레이터가 남미 특유의 액센트를 강조하여 녹음한 느낌이다. 끝까지 잘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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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26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저도 슬슬 궁금해지네요 :)

오더블 행사가 있나요? 기존 회원도 되려나.. 찾아봐야겠습니다 :)

건수하 2023-07-27 09:01   좋아요 1 | URL
저는 기존 회원(이었다가 해지)이라 생각난 김에 한 달 무료 사용 다시 시작했어요.
Circe 오디오북을 인터넷에서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었는데, 오더블에 다운받으니 좋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7-27 10:03   좋아요 0 | URL
정가에 결제하기에는 금액이 제법 세서 저도 해지-결제를 반복하곤 합니다^^; 3개월 행사는 오랜만이라 저도 결제했네요. 근데 항상 제대로 듣지는 못해서 이번에는 저 책만이라도 끝냈으면 합니다!

페넬로페 2023-07-26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는 덥지만 비가 그쳐 넘 청명해요.
사진에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저는 중구난방으로 책 읽는데 거리의화가님은 깊이 읽어내시니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거리의화가 2023-07-27 10:05   좋아요 1 | URL
올해 장마가 유독 너무 지치더라구요. 일수는 총 21일이라는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역대 3위라고 하더군요. 덥긴 해도 여름이니까 이래야지 싶습니다. 맑은 하늘이 참 좋죠^^
요새는 종종 다른 책들을 끼어서 읽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더 즐겁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은오 2023-07-26 2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보관함에 담을 때만 해도 판매중이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품절 절판 표시 떠있을때........ 하.... 절판될 것 같은 책들은 미리 사둬야 합니다! ㅋㅋㅋㅋ 화가님 책탑은 언제나 멋져요. 아 두꺼운 역사책 읽으시는 화가님....... 너무 멋져..........😍💕

거리의화가 2023-07-27 10:07   좋아요 1 | URL
품절 절판 뜰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인문 책들은 절판되면 잘 나오지도 않아서 흠... 아무튼 이런 식으로 구매한 책들이 무척 많아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위안해봅니다^^
은오님은 매번 쓰시는 글마다 깊이가 있어 보는 저도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읽고 많이 나눠주세요!

책읽는나무 2023-07-26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 넘 좋네요!!!
책탑도 넘 좋아요^^

거리의화가 2023-07-27 10:09   좋아요 1 | URL
그쵸~? 역시 날이 맑아야 기분도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습도는 여전히 높지만 그럼에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책탑의 책들을 읽어야할텐데 그게 걱정입니다!

scott 2023-07-26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장마가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 부터 본격 무더위! 화가님의 독서탑
8월엔 조금 더 높아 질 것 같습니다!
무더위 맛난거 많이 먹귀롱 ^^

거리의화가 2023-07-27 10:10   좋아요 1 | URL
독서량만 따지면 여름, 겨울 때가 오히려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콧님도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기원해요!

얄라알라 2023-07-27 0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K Life Stories Inspirational People 10 Books Set!!!
도서관 구매 신청 각입니다! 고맙습니다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7-27 10:10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저야말로 감사하죠. 무사히 신청되서 도착하기를!

단발머리 2023-07-27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흉노 유목제국사> 제목부터 흥미롭네요. 돌궐이랑 세트군요 ㅋㅋㅋㅋㅋ 집 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 들어갑니다.
하늘 사진 참 좋네요. 덥지만 않으면 더 좋으련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7 17:31   좋아요 1 | URL
저희 도서관에서 이미 ‘구매 중‘이라고 하네요 ㅋㅋㅋㅋㅋ 우앗!!

거리의화가 2023-07-27 17:43   좋아요 1 | URL
네. 세트입니다. 위구르 유목제국사도 있었는데 절판됐어요ㅠㅠ
근데 벌써 도서관에서 구매중이라구요? 대박 빠르군요. 그럼 두 권 다 있게 되는 건지... 어디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곳이네요^^
아무튼 흉노족의 역사만 따로 다룬 책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읽어두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책입니다.

새파랑 2023-07-28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두꺼운 영어책이 15000원밖에 안하는군요. 치킨보다 싸네요 ㅋ
귀찮더라도 책은 계속 사야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7-31 10:5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치킨보다 싸죠? 진짜 종이값이 더 나올 가격이에요. 심지어 안에 그림도 잔뜩 들어 있습니다!ㅎㅎ 귀찮더라도 책은 계속 사야한다는 말 명언이네요^^*

얄라알라 2023-08-03 01: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여기서 치킨이 ㅋㅋㅋ

근데 치킨은 한 마리에 얼마쯤 하나요?

치킨을 잘 안 먹는 제가 새파랑님 댓글에 갑자기 bbq검색해보러 갑니다

새파랑 2023-08-04 16:51   좋아요 1 | URL
치킨은 18000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ㅋ 갑자기 치킨이 땡기네요 ㅋ
 


지난 주말에는 베트남 전쟁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았다. 베트남에서의 철수는 당연히 미국과 함께 이루어진 줄 알았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 말미에 하노이를 빠져나오지 못한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4년 jtbc에서 방영을 한 다큐멘터리 <사이공 1975>로 총 4부작으로 방영이 되었다(다행히 현재 유튜브에 풀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모두 볼 수 있었다). 10년 전 영상이니 보신 분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나는 이걸 이제야 봤다). 


https://youtu.be/GCjjKkQQLrk

https://youtu.be/iD7CCrTWjjo

https://youtu.be/opLY9CgYJEA

https://youtu.be/As1wdL8VqzI



때는 1975년 하노이가 호치민이 되던 무렵 베트남에 남아 있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당시 베트남에는 2만 명의 교민이 있었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남베트남에 거주하거나 불법체류하고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한국군을 대상으로 나이트클럽이나 바를 운영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사업가와 한국 회사, 그리고 외국계 회사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베트남에 재산이 있는 상태에서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주베트남 미국대사가 사이공을 떠나기 하루전까지도 남베트남의 패망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사이공에 남아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P282~283).

하지만 미국은 오랜 베트남 전쟁의 결과 지쳐 있었고 베트남에 더 이상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탈출 작전에 실패하여 한국 민간인들은 6개월여를 그곳에서 고생해야 했고 한국 대사관 공관원 3명은 현지 형무소에 끌려가 1981년까지 장장 5년을 억류되어 있었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다. 


물론 당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최우방국이었던 한국을 미국이 배신했다 생각할 만했을 것 같다.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딱이지 않은가. 특히 마지막 4부의 한국인 대사관 직원 3명의 이야기는 착잡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게 하였다. 여기에는 북한과 북베트남의 이해 관계가 있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와의 전쟁으로 충돌이 발생하면서 지연되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7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몰라 보게 달라져 있었다는 대사관 직원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자연스레 떠오른 책은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이다. 


이 책은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단이 2009년부터 10년 간 한국군 인사들의 구술 채록을 바탕으로 한 연구 및 조사를 정리한 것이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군과 관련된 역사를 군의 공식 자료 이외에 조사, 정리된 사료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부는 특히 베트남 전쟁을 통째로 다루고 있다. 


베트남전에서 군의 지휘권은 한국군이, 작전권은 미군이 가졌다. 이는 한국군의 군수물자의 보급과 수당 등을 사실상 미군에 의존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애초부터 한미동맹 관계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때 한진, 현대 등의 한국기업은 베트남에 진출하여 막대한 이윤을 끌어 모았다. 한국군은 구호사업, 건설사업, 의료사업, 농경지원, 자조사업 등에 주력하여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미군에게 지급받아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한국군의 민사작전은 긍정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도난사건, 교통사고, 살인, 성범죄 등의 사건에 연루되며 베트남의 민간사회와 충돌했다.

 

전투병 파병과 브라운각서 체결을 전후로 해서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으로 새롭게 진출하거나, 기존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기업의 활동 폭이 넓어진 배경은 무엇보다 한국군-특히 전투부대-의 존재 그 자체였다. 군과 기업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시기 이전 시기와 비교해본다면, 1965년 이후 군과 기업의 관계는 운명공동체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군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사업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P246).




베트남 전쟁은 1965년 한일 수교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미국의 입김, 북한과의 충돌 등 안보 면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물론 경제재건과 성장을 위한 이유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1964년 베트남에 의료부대와 태권도부대를, 1965년부터는 전투부대를 파병하며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 파병으로 매년 5만 명 정도의 전투병이 나갔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외교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이는 한미관계를 좀 더 강고하게 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미군의 파병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스스로 방위를 지키지 못해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한국이 다른 나라의 방위를 위해 군대를 파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될 수 있었으며, 결론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P406~407).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역사를 읽을수록 복잡한 생각이 든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한국이 얻은 것은 컸지만 어쨌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한국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전쟁이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씁쓸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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