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장

송대에는 불교와 도교의 영향 아래, 유학 사상가들이 고대의 중국사상을 재편하고 ‘도학道學‘으로 알려진 철학 체계의 기초를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결코 한가지의 철학학파였다고 할수 없는 이 사상적·동은 서구 사회에서 대개 ‘신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일차적으로 사회적·정치적 질서를 수립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신유학은 합리주의적 인식론이나 근본주의 도덕론 같은 중국적인 가치 체계를 규정하고 재평가하였으며, 이것이 공공 영역은 물론 사적 영역에까지도송문화의 중심축으로 작용했다. - P193

10세기와 11세기의 정치와 사회 변화는 유교와 불교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조류의 사상가들은 좋은 유학자가 된다는 것을이렇게 해석했다. 우선 고대의 진정한 학문을 전파하는 것이며, 동시에 개인에게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도교와 불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 P227

윤리학의 한계가 학자들의 융통성이나 상상력을 제약할 수 있었다해도, 송대 유학자들의 분명하고 직설적인 해석을 통해 유교는 책임감 있게 일상사와 개인 생활로 돌아왔다. 상위의 지식인 계층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사상 처음으로 국가의 이념이 되었다. 유교 철학은 사회 모든 구성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 - P228

력한 윤리학적 틀을 형성했으면서도, 다른 모든 중국 왕조로부터 구별되는 송대의 유례없는 변혁 과정에 대응할 만한 여지 또한 충분히있었다. - P229

송 왕조는 교육과 시험을 통해서 자기 영속이 가능한 관료 혈통을 이루는 문신 가문의 시대가 되었다. - P233

이 지배층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요소는 그들이부, 권력, 명성, 특권을 누렸다는 점이다." ‘사‘라는 용어의 뜻은 시간에 따라 여러 번 변화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이문 중심의 문화에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언제나 사회적 지위의 표상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기원전 5세기 공자의 시대에 이미 전통적인 직업별 4계급 제도에서 ‘사‘가 최고의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그다음 농민, 공인, 상인의 순서였다. 공자 자신은 낮은 ‘사‘ 귀족 출신이었고 조언가, 학자, 여러 가지 직무의 관리를 역임했다. 9세기 초에 이 4계급 제도가 확장되어 도교와 불교 성직자 두 개 계급을 추가로 포함하고, 11세기에는 더욱 늘어 사대부, 농민, 공인, 상인, 도관, 불승, 군인, 부랑자의 부류도 추가되었다. - P234

11세기에 고문이 수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운율적이고비변려체적인 문체가 갖는 실용성 때문이 아니라고문 자체가 갖고 있는 유교 정신의 부활이라는 이념적인 의미 때문이었다. - P251

관리들은 복무에 대한 대가로 매우 후한 보상을 받았는데, 현금으로 받는 월봉뿐만 아니라 양곡, 견직물, 땔감, 술, 소금, 서적과 기타물품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수당까지 받았다.
송 왕조는 관리들에게 역대 왕조 중에서 최고 수준의 봉록을 지급했지만, 부패는 관료 사회 모든 계층에서 계속되었고 이에 대한 개혁의 요구가정기적으로 제기되었다.
북송대의 보상체계는 기록관에 맞추어져 있었지만, 남송대에는 이런명예직의 봉록이 기능적 임무의 보수에 비해 그 중요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차견 직무에 따른 봉록 편성이 향상됨에 따라 차견 - P258

직의 매력이 커지고 기록관의 중요성은 자연감소하게 되었다. - P259

관리들과 그 가정은 여전히 중국의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부유했고, 이전 시대 관직에 있던 사람들보다 생활수준이 높았다. 급료와 현물 지급 외에 관리들은 모욕적이고 육체적인 요역 의무에서 면제되며, 자신들이 가진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도 관품에 따라 부분적으로 감면받았다. 사법 처리의 경우, 7품 이상의 관리들에게는 자백을 강요하는 고문을 가할 수 없었으며, 5품 이상 관리는 그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 처, 자손까지도 그러한 특혜 범위에 들어갔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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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장

‘개혁‘은 11세기 송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핵심어이다. - P103

개혁파 사이의 투쟁은 북송 말까지 계속되었으나, 왕안석의 뒤를 따른다고 선언한 자들도 왕안석만큼 넓은 식견과 수양을 갖지 못했다.
1127 년 개봉과 북송이 붕괴된 이후, 희생양을 찾던 남송의 학자들은왕안석을 실패한 개혁을 주도한 단독 인물로 지목했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 후의 사이비 개혁가들이 보인 떳떳치 못한 행동들까지 왕안석과 연관시키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 P123

휘종은 선친 신종과 형 철종의 뒤를 이어 철저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휘종은 채경蔡京(1046~1126)이나 동관(1054~1126)과 같은 용렬하고 부패한 관리와 환관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했으며, 이들이 이끄는 사이비 개혁당이 원한 것은 고작해야 황제를 즐겁게 해주어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는 것이었다. - P129

화북 지역을 금에게 빼앗긴 후송 조정과 행정 부서들이 서둘러남쪽으로 떠나면서 송 왕조 역사의 두 번째 단계, 즉 1279년까지 152년간 지속되는 남송 시대가 시작되었다. 북송과 남송이라는 용어는물론 송대에는 사용되지 않은 역사학적 명칭이다. 사건을 목격한 동시대 사람들 중에는, 1127년 송 왕조의 와해로 송의 연속성이 훼손되었고 왕조의 개념으로 보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견해를 일부 보이기도 했으며,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한 왕조가 서한(전한)과 동한(한)으 - P138

로 나누어지는 것처럼, 송의 역사도 1127년을 기준으로 하여 양분된다고 감히 주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 P139

1005년 거란과 맺은 전연의 맹약을 그대로 따른 금과의 평화 조약은수십 년 동안 평화를 보장해줄 것이었다. 이것들을 종합해보면, 주화파의 편을 드는 것이 황제의 권력과 지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선택이었다.
공존을 옹호하는 자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진회秦檜(1090~1155)였고 그가 악비 독살을 명령한 관리였다. 악비가 죽은 뒤 곧 진회와 금측 협상 대표인 완안종필이 평화 합의에 도달하여 1141년 12월 25일에 초안을 작성했다. 협정 조건이 송에게 가혹하고 모욕적이었지만 20년 동안은 양국 사이의 평화가 확보되었다. - P155

인구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수의 한족이, 요의 영토가 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는 한족 자신들의 고향인 중원에서 살고 있는, 이 다루기 힘든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지의 문제를 놓고 지배 씨족완안부는의견이 갈렸다. 중국의 관료제가 모든 등급의 행정 기능 면에서 장점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처음부터자신들의 정권과 독립성이 축소될 것을 두려워했던 여진의 무사장군들은 그에 반대했다. 여진 지배자들은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중국화와 중앙집권화로 가는 문을 열었다. - P158

칭기즈칸의 군사 원정은 중앙아시아 스텝을 가로지르는 오랜 무역길, 즉 이른바 실크로드 상의 부유한 도시들에 집중되었다. 이 국가들은 이전에 있던 전쟁들에 지쳐서 크게 항거하지못했으며, 초원 지대는 몽골 기병대들이 침입하기에는 중국 중남부의진흙 들판보다 수월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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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왕조의 국가기반은유교에 있습니다. (이렇게) 유교를 강화함은 어느 왕조에서도 유례가없습니다. "
‘유교국가‘라는 용어는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것 또는 유토피아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상고시대에서 차용해온 유교적 통치의상적인 구조와 혼동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것은 "지성의 전통을 이끌어온 사상과 지배적인 행정 체제인 관료정치가 역사의 무대에서 긴밀히 결합하게 되었음을 가리킨다. 고대 경서에 뿌리를 둔 유교는 도덕, 즉인, 의, 예, 효, 충그리고 무武보다 우선하는 문의 원리와 의례등에 기초한 윤리를 제공하였다. 그것은 교양 있는 상류 계층, 즉 계층적인 구조의 사회에서 다른 모든 계층이 제공하는 봉사를 필요로 하는지식인 지도층의 행동지침으로 간주되었다. - P68

중국은 자신의 우위와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형제애‘라는 허구에 합의하는 것을 생각해냈다. 오래된 중국의 가족관계를 모방하여, 요 지배자가 ‘동생‘이 되어 송 지배자를 ‘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같은 조약이 가져올 형제 국가의 실제 결과에 대해 송 시대의 사람들은 아주 잘 알았을 것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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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총 14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에는 덥거나 추운 것도 도움이 되는지 여름과 겨울에 좀 더 읽게 되는 것 같다^^

초반에는 역사서 위주로 읽었고 막판에는 무더위가 시작된 만큼 가벼운 책들도 곁들여 가며 읽었다. 


읽은 책들은 모두 리뷰를 길게든 짧게든 올렸지만 그냥 올리기에는 민망하니 간단하게만 써 본다.




< 1984 >

원서로 읽는데다가 중간부터 드문 드문 읽고 진도가 안 나가서 4개월 정도만에 겨우 읽었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대표적인 소설 중 한 권이라고 한다(그러고 보니 집에 멋진 신세계가 있었는데 읽지를 않았네). 누군가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문명에 의한 감시와 통제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도 놀라운 통찰을 안겨준다. 문제는 그 감시와 통제로 인해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데 있지 않을까.


< 돌궐 유목제국사 >

구입한 지는 한참 지났는데 이제 읽을 시점이 되어서 읽게 되었다. 작가가 그동안 이 중앙아시아 연구를 해온 연구자라 그런지 믿음이 갔다. 사료가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추측에 기반할 수 없지만 돌궐 제국의 전사를 다룬 책이 거의 유일하고 더군다나 중국 등 한문 자료만이 아니라 투르크어에 기반한 유물과 유적 자료를 찾아 사료를 보충한 점은 인정해줄 만하다. 연구자의 남은 책들을 마저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 >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권은 수, 당, 오대십국, 북송 시기까지를 다룬다. 6년 전 김용 무협지인 <사조영웅전>에 기반한 역사를 본다고 보았던 것 같은데 북송 부분만 보았는지 그 부분만 흔적이 있고 앞부분은 흔적이 없다. 이것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 역시 이번에 읽으니 앞부분은 처음 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 당은 정치 체제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느낌이지만 송나라는 앞선 오대십국 때문이 아니라 체제 자체가 변혁에 가깝게 바뀌었기 때문에 다른 체제였다. 


< 중국의 역사 : 송대 >

송나라 역사를 훑어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해서 찾아보았으나 딱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살 만한 게 없었기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 책은 작가가 1900년대 초 살았기 때문에 글이 좀 딱딱하고 옛스러운 표현이 많아 고루한 편이다. 그렇지만 내용면에서는 충실한 편이라 느꼈다. 정치, 외교, 군사, 제도,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다룬다. 나는 특히 왕안석의 개혁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다룰 줄이야 하고 놀랐다. 또한 경제, 상업 측면이 무척 자세하다 느꼈다. 송은 북송과 남송이 마치 전혀 다른 국가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기에 개혁의 변화의 측면에 다룬 것도 도움이 되었다. 


<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루쉰의 아내인 주안에 대한 평전이다. 나오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길 잘했다 싶다. 어떤 책을 읽든 작가의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개인사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루쉰의 작품을 읽기도 전에 루쉰의 자서전이나 평전이 아닌 전처의 평전을 읽는 것이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의 소감은 오히려 앞으로 루쉰의 작품을 읽을 때 참고할 만한 하나의 길잡이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주안은 구시대의 여성상에 맞춰 사느라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루쉰의 사랑과 인정이 있었다면 견뎌낼 수 있었을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않았다. 


< 조용한 미국인 >

조용한 미국인은 본격적인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기간 동안을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향후 베트남의 암울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이후의 결과를 원치도 않았을 것이고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을 통해서 당시 베트남에 들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실 이 책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것일 뿐 사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느꼈다. 순진함은 무모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과 모든 것에 피해 있고 싶다고 해서 방관자로 살 수도 없다는 것 등 말이다.


< 베트남 전쟁 >

조용한 미국인을 읽고 나서 바로 이어서 읽었다. 이 책은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후의 역사를 다루는데 그 때문에 베트남전사라기보다는 베트남 참전의 한국현대사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현대사 전공자고 베트남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온 바가 있어 신뢰가 갔다. 연구자의 글이 딱딱하기 쉬운데 무척 쉽게 대중적으로 잘 씌어 있어서 술술 잘 읽히는 것이 장점이었다. 베트남전에 한국이 왜 참여헸고 그 이후 전개 과정은 어떠했으며 결과 이후는 어떠했는지 역사를 기술하며 한국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과의 이해 관계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친절한 입문서다.


< 성의 변증법 >

파이어스톤이 나아간 곳은 성적 해방의 길이다.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했던 권리 동등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성적 계급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세계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생식조절에 대한 점유, 인공생식에 대한 주장은 현재로서도 놀라워 보이는데 당시로서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아동기를 없애자'는 주장은 제목만 봤을 때는 와 닿지 않았었다. 페미니즘과 아동기를 없애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동기라는 명칭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중세까지만 해도 그런 구분 자체가 없었다고. 이렇게 근대에 들어서 생긴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등의 구분은 억압을 만들어내는 기제가 되었다. 여성의 급진 해방을 주장했던 파이어스톤은 정작 개인은 불행했던 것 같다. 


< 하버드 중국사 당 >

당의 전기와 후기의 변화에 집중해서 기술하여 변화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돋움한 당이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내부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금융 거래, 차 문화, 불교 문화, 당시 등 경제, 문화적으로 지금도 사용하는 것들이 이 무렵 등장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당나라 여성의 권위가 강하다고 인식되는 것은 북방의 이민족과 잦은 교류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족보다 남녀의 평등이 중요시된 북방의 문화가 이입이 되면서 무측천, 태평공주, 위황후까지 반세기 이상의 시기를 여성이 지배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1 >

1권은 장강과 황하 길을 따른 풍광을 마주하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장소에 걸맞는 한시를 소개해준다. 장강 여행에 앞서 중국의 시인 '이백', '두보', '소동파'의 연고지를 찾아간 것은 독자로서도 반가웠다. 장강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두 곳만 꼽아본다면 도원과 황강의 동파적벽이었다. 황하 여행에서는 호구폭포壺口瀑布, 화산 동봉 하기정下棋亭이 인상적이었다. 화산의 화기정은 동봉에 있어 에스컬레이터나 케이블카 등이 없어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거의 수직의 절벽이라 감히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탁 트인 풍경이 멋스러웠다. 무협지에 단골로 나오는 곳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2 >

중국한시기행 2권 후속편은 '강남' 지역과 '유배길' 편으로 묶여 있다. '강남' 지역 중 인상적인 곳은 항주였는데 이 곳은 소동파와 인연이 깊다. 소동파는 항주를 최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항주의 모습은 소동파가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꼽을 곳은 황산이다. "오악에서 돌아오면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에서 돌아오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의 문장을 통해서도 오악보다 황산을 꼽은 이유를 알 만하다. 유배지 중 첫 번째로 꼽은 곳은 영주다. 영주는 유종원의 유배지였고 두 번째는 혜주, 이 곳은 소동파의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 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 >

조선의 근대 시기 백화점은 모든 유행의 집결지이자 집합소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1920~1930년대 경성의 백화점에서 팔았던 각종 물건들의 유래를 통해 당시의 풍경을 엿본다. 백화점에서 팔았을 법한 물건들과 광고에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들을 통해 그 당시 어떤 것이 유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의 각 층별로 목차를 설정하는 것은 좋았으나 안내를 백화점을 둘러보는 느낌으로 했다면 더 실감났을 것 같다. 막상 내용은 근대 물품 탄생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으로만 되어 있어 아쉬웠다(이런 책들은 그동안 많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토지 19 >

일본 스파이(밀정)이가 길가에서 죽음을 당했다. 문제는 이것이 정치적인 보복이 아니라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조선 독립군에 의해서 살해를 당한 것이라면 속이 더 편했을까. 아무튼 여러 명 등을 친 배설자였으니 그의 말로는 이것이 당연한 귀결이었다. 오가타는 아들인 쇼지와 만주를 여행하면서 인실을 떠올렸다. 영광은 양현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갈등한다. 악극단의 연주자인 자신의 처지가 양현에게 가당치 않다 느꼈을까. 윤국이는 양현을 포기하고 떠났고 환국이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진 영광은 양현을 놓아야 하는 선택에 내몰렸다. 전쟁의 막바지 먹을 것은 부족하고 징용과 정신대로의 강제 연행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 토지 20 >

막판으로 올수록 과거의 회상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집중력이 좀 흩어지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 것인지 좋은 문장, 생생한 캐릭터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20권까지 잘 달릴 수 있었다. 1년여의 여정 동안 토지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고전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재독, 삼독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가님께서 더 오래 사셔서 더 좋은 작품을 남기실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토지라는 대작을 남겨주신 것만으로 독자로서는 두고 두고 읽을 작품이 생긴 것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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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02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 가벼운 책 어딨죠? 다 메인반찬 같은데요..?! ㅋㅋㅋㅋ 화가님께만 곁들임이었던 것이다..

거리의화가 2023-08-02 17:48   좋아요 3 | URL
앗! 가벼운 책 분명 있습니다 있고요ㅋㅋ 그나저나 메인반찬, 곁들임 표현에 빵 터지네요! 8월에는 조금 더 가벼운 책들을 찾아 읽어보도록 해볼까요???

얄라알라 2023-08-03 01:41   좋아요 2 | URL
저도 화가님의 책곳간 소개하시는 다른 포스팅에서 은오님과 비슷한 댓글을 남겼었는데 그 때도 화가님께서 매우 겸손하시게 답변하셨어요. ^^ 겸손하신 화가님!

아무리 봐도, 제겐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책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요^^

그나마 제목과 친하고 읽어본 책이 [1984]인데, 마지막 장 덮으면서 많이 무겁게 느꼈습니다. 조지 오웰이 아프지 않았을 때 썼다면 조금 더 가벼웠을까요?^^

거리의화가 2023-08-03 09:22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1984>는 내용이 가볍지 않죠. 지금도 직시할 만한 주제를 던져주는 책이니까요^^
저는 여행기나 테마가 있는 책들을 읽을 때 가볍다고 느끼네요. 제가 구입하는 책들은 주로 묵직한 책들이 많아서인지 가벼운 책을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여름 휴가도 껴 있으니 가벼운 책들 곁들여 읽어보도록 해야겠어요.

독서괭 2023-08-02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화가님 읽은책 목록은 중량감이 엄청나네요. 엄지척!!

거리의화가 2023-08-03 09:23   좋아요 1 | URL
초반에는 좀 그랬네요!^^

stella.K 2023-08-02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ebs에 김성곤 교수 나와서 강의했는데 느긋하고 한량같은 느낌이 정말 세상 좋은 사람같았습니다. 모름지기 공부란 그렇게 해야하는 것 같은데 너무 쫓기며 하죠? ㅎㅎ

거리의화가 2023-08-03 09:26   좋아요 1 | URL
ebs 출연하셨나보군요. 그쪽에서 방송하시면서 유명해지셨으니 또 초대하신 모양입니다! 복장도 개량한복 입고 나오시는데다가 푸근한 미소 덕분인지 느긋한 여유가 돋보이시죠. 저도 그렇게 공부하며 살고 싶은데 성격상 쉽지 않네요!ㅋㅋ

stella.K 2023-08-03 11:32   좋아요 1 | URL
아, 한마디로 신선같으신 분이죠. 어젠 더워서인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ㅋ

페넬로페 2023-08-02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월에 14권도 대단한데
읽으신 첵 모두 다~~~
그 다음 말은 생략!
덥고 추울 때 책 더 안 읽는 사람,
여기 저올시다🤣🙃

거리의화가 2023-08-03 09:28   좋아요 1 | URL
요사이 더위가 좀 심하긴 하네요!
저는 더위 쫓는데 오히려 역사책들이 더 좋습니다. 문학 읽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더 더울 때가 많아서요ㅋㅋ 페넬로페님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책읽는나무 2023-08-02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책은 눈을 비비고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14권 진짜 많이 읽으셨어요.
역시 모범생!!!!^^
8월에도 또 열심히 읽으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3 09:30   좋아요 1 | URL
이제 한 일주일여만 지나면 무더위가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달에도 즐겁게 책을 만나봐야겠어요^^

잠자냥 2023-08-02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이 여름에 돌궐 유목제국사 이런 게 읽히는 화가 님 리스펙트.

거리의화가 2023-08-03 0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런 역사책이 여름에 더 잘 읽힐걸요? 문학 읽다가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오히려 더 덥더라구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초록비 2023-08-03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례지만 토지 완독하신 분 처음 봤어요! 저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3-08-03 09:32   좋아요 1 | URL
토지 완독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한 번에 몰아서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1년에 나눠서 읽느라 좀 더 힘들긴 했습니다. 초록비님도 한번 도전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8-04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까지 있는데도 14권이라니 대단합니다~!! 대부분이 역시 역사책이군요 ㅋ (토지도 역사책임~!!)
7월 기록이 엄청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5 21:01   좋아요 1 | URL
원서는 몇 달에 걸쳐 읽은 거라^^; 아무래도 더위를 쫓는 데는 역사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새파랑님 건강 잘 챙기시고 8월에 재미난 독서하시길 응원합니다^^
 
토지 20 - 5부 5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 1권부터 20권까지 근 1년여 기간 동안의 독서 대장정을 끝마쳤다. 뒤로 갈수록 대강 훑어 읽은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뭉클함이 있었던 것을 보면 작가의 필력과 내공은 역시 대단했다 싶다.


20부는 무엇보다 조선인이면서 앞장서서 조선인들을 징용으로 끌고 가게 만든 장본인이 심판을 받아서 후련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그 한 사람의 무게가 징용 인원 몇 십명 또는 몇 백명의 무게와 어찌 견줄 수 있겠는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이지만 사람은 당장 내 앞가림을 위해서 누구보다 잘 살고 싶어서 내 동포를 팔아넘기는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유혹을 이기고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인류는 여전히 나, 개인, 그리고 자국의 이익에 우선하여 돌아가는 모습만 보아도 이것은 역사를 넘어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강두매와 홍이는 만주에 온 영광과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이상현 씨 말이야. 인생이 시궁창인 걸 모르겠어?
하는 일 없이 땀 흘려 만들어낸 곡식이나 축내고."
"나도 이선생을 곱게 보는 사람은 아니다. 자네 말대로 나 역시 프롤레타리아니까. 하지만 인간성을 철저히 부정하는 그것에는 동조 못 해! 인민은 일하고 밥 먹는 기계 아니야!"
"기계가 되어야만 미래가 열린다. 그때까지 고생을 해야 해."
"인간은 기계 부속품같이 그렇게 해체되는 게 아니야. 이 만주 벌판 눈구덕 속에서 수많은 우리 조선인들이 죽어갔지만 그들은 심정적으로 죽어갔어. 고귀한 마음으로 죽어갔단 말이야!"

강두매와 홍이는 한 바탕 설전을 벌인다. 송영광은 진심으로 싸우는 줄 알고 놀랐고 홍이는 별 일 아니라 했지만 왠지 슬퍼보였다.

"서로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강두매는 깨끗하다. 깨끗한 정열이지. 사심이 없다. 그런 면에서 친구지만 나는 그를 존경한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있어. 획일적인 그것이 맘에 안 들어. 주의와 주장이 어떻게 다르다고 하더라도 결국 정치나 조직은 다수를 통제하는 것, 보다 이상적으로는 전부를 통제하는 것 아니겠어? 나는 정치나 조직 같은 게 생리적으로 싫어. 당장 시급한 것은 내 터는 찾아야 하고 억압하는 왜적은 물리쳐야 하고, 싫고 좋고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저는 뭡니까? 돼지군요."

영광의 '돼지' 타령은 이상현과 이어진다. 머리도 몸도 굴리지 않고 그저 한탄하며 사는 삶, 본인을 비하하는 동시에 나아가 이상현도 그런 사람의 일종이라는(강두메의 주장처럼)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시대 룸펜들을 비하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영광은 뒤에 정석과 이상현을 만난다. 송관수의 아들인 송영광을 보면서 이상현은 그가 자신과 비슷한 동족임을 느꼈는지 동질적인 감정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송영광도 전쟁이 끝나더라도 조선으로 돌아갈 지 어떨지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상현과 같은 방향일지 모른다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사람도 그 감정도 정리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떠밀려 만주로 온 송영광, 그리고 몇 십년째 만주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상현, 둘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만큼은 공통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병수가 지리산 절로 아들인 남현과 함께 발걸음을 했다.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를 볼 겸 스님이 된 소지감도 만날 겸 해서다. 둘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본다.

"불구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같이 살았을 것입니다. 화려한 날개를 뽐내고 꿀의 단맛에 취했을 것이며 세속적인 거짓과 허무를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내 이 불구의 몸은 나를 겸손하게 했고 겉보다 속을 그리워하게 했지요. 모든 것과 더불어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물과 더불어 살게 되었고 그리움 슬픔 기쁨까지 그 나뭇결에 위탁한 셈이지요. 그러고 보면 내 시간이 그리 허술했다 할 수 없고..." - P96

아비인 조준구가 없었다면, 불구의 몸이 되지 않았다면 병수는 더 행복했을까. 병수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비록 신체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운 신체를 가졌어도 그 아비는 남을 해치고 욕을 먹는 비루한 삶을 살았다면 그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망나니 같은 아비를 탓하지 않았으며 아비가 돌아갔을 때도 진심으로 울던 이가 그였다. 누구나 조병수처럼만 산다면 이 세상은 희망적일텐데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홍이는 한복이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홍석기라는 청년을 만난다. 그는 낯선 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징용 갔다가 어느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처지를 술술 내뱉는다.

"할머니가 따라왔기 때문에 별 탈이 없었지요. 부처님한테 너가 무사하기만을 빌겠다,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그 할머니 얼굴이 바로 부처님 같았십니다."
"세상에 일본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다 있나? 하 참."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동쪽을 보고 절을 합니다. 할머니한테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장가든 지 한 달도 못 되어 잡혀간 홍석기. 징용에서 도망나온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일 것이겠지만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감행했을지, 그리고 끝내 징용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다치거나 죽어서 돌아온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면 뼈아프고 숨이 가쁘다. 그런 그의 사연을 듣고 홍이는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홍이는 그 때문에 곤욕을 겪는다. 조그마한 일로도 정치, 사상범으로 몰아 잡아 가두던 시절이었으니 오죽했을까.


김두수는 만주를 떠나 서울로 아예 들어온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더 이상 만주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천대받으며 살아온 것이 어디 나라 탓이오? 아버지 죄업 탓이지."
"반가에 태어나서 시정잡배만큼의 대접도 못 받고 능멸과 하시 속에서 살았다. 왜 그랬지? 어떤 놈은 만석 살림으로 떵떵 거릴 적에, 나라도 살인했겠다! 하고말고, 아버지 잘못인가? 이놈의 땅, 세상 때문이지."
"딱하요. 세상에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김두수는 애초부터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라곤 한복이 밖에 없었다. 결국 김두수는 한복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부모를 두었지만 김두수(김거복)와 김한복의 삶은 어쩌면 이리도 다른지. 한 사람은 세상 탓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러지 않고 주어진 운명을 감내하고 욕 안 먹으며 살아왔다. 한복이는 형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데 이 감정은 독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명희가 마음을 먹고 내 놓은 거금을 둘러싸고 운동 세력 간에 충돌과 갈등이 발생한다. 충돌의 중심에는 이범준과 몽치다. 이범준은 극렬한 사회주의자인 반면 몽치는 그런 이념과는 거리를 두었고 어찌 보면 신분제에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도 있음에도 그 세계에 부합하며 사는 측면이 있다. 이 무렵 지리산에는 이범준을 받들며 모여든 많은 청년들이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모두 동학의 교도라 할 수는 없지만 계급 타파에 대해서는 이론보다 심장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이 땅 식으로, 말하자면 토종, 순종이라 할 수 있는데 자네는 그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결국은 민족주의 얘기로군요. 그것은 반통합적이며 세계혁명으로 가는 길에는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혼돈하지 말게."
"이 말 저 말 할 것 없고, 지금이야말로 적기입니다. 무너져 가고 있는 일본, 느슨해진 후방, 이때야말로 우리가 나설 때 아닐까요? 후방을 교란하는 유격대를 조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해외파들에게 국내에서도 체면이 서는 일이며 민심에도 크게 고무될 것입니다. 앉은뱅이 늙은이도 아니겠고 암죽 받아먹는 갓난아기도 아니겠고 이 산에 있는 사람들은 피 끓는 청년들입니다. 넘쳐나는 힘, 열정에 불타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 생광스러운 힘을 산속에 사장하려는지 도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력들이 범상하지 않은 여러분께서 이렇게 무기력해도 되는 겁니까? 저는 여러 번 실망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살아 있습니까? 죽어 있는 것입니까? 왜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까?" - P384~386

이범준의 말은 과격하지만 분명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방향이 다른 것일 뿐인데 이러한 갈등과 충돌을 보면서 해방 후 극렬한 좌우대립의 미래가 그려지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 같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독립이 되면 우리 나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미래상을 떠올려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테지. 눈을 뜬 몇몇 사람들은 사회주의자들이 많았고 사회주의 안에서도 분파들이 많았다. 나는 이런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작가님께서 미리 배치해두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은 났지만 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주갑이 아저씨는 살아 계시는건지, 인실이는 어떻게 되었으며 오가타와 쇼지와는 만났는지, 윤국이와 성환이는 살아 돌아오는건지 등등... 그러나 그 많은 인물들의 소식을 다 담기란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은 상상하는 묘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독자의 기호에 맞게 그들의 미래가 어떠했을지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뭔가 시원하기도 한데 섭섭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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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8-01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권 완독하시다니 대단합니다~!
오늘부터 토지의 화가로~!!
이런 엄청난 장편을 완독하셔서 시원섭섭하실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3-08-02 09:07   좋아요 1 | URL
토지의 화가ㅎㅎㅎ 새파랑님이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더 지치지 않고 잘 읽을 수 있었다고 하면 오버인가요?ㅋㅋ 작년 8월부터 읽기 시작했었더라구요. 딱 1년만에 완독의 결실을 맺을 수 있어 뜻깊습니다. 이 책은 재독, 삼독해도 좋을 책임에는 분명한 듯 싶어요. 감사합니다^^

은오 2023-08-0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누가 저한테 토지 읽었냐고 물어보면 아니 안읽었지만 내 친구분들 중에 토지 완독하신 분이 있어! 하고 대답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화가님!! 1년의 대장정 마무리라니 크!!! 😆

잠자냥 2023-08-02 22:0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 나도 그래야겠닼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03 09:34   좋아요 1 | URL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막판에는 초반 회상 장면 나올 때 사건의 기억이 가물거릴 지경이었다는ㅠㅠ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