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얘기하는 동안 그는 열기에 들뜬 채로, 때로는 내게 때로는 친구들에게 황홀한 눈길을 쏟아부었다. 모든이들의 웃음 속에 얘기를 마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그 얘기가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내 재치를 높이 평가하게 해 줄 것이며, 또 바로 그런 이유로 그가 그 얘기를 알지 못한 척했다는걸 깨달았다. 바로 이런 게 우정이다. - P165

"우리가 환경 탓으로 돌리는 영향력은 특히 지적 환경에 대해서는 사실이죠. 인간은 자기가 가진 사상에 의해 규정되니까요.
그런데 사상은 인간 수보다 적어요. 따라서 동일한 사상을 가진 인간들은 모두가 비슷할 수밖에 없죠. 사상에는 물질적인면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하나의 사상을 가진 인간을 단지 물질적으로만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상을 조금도 바꾸지못하는 법이죠." - P168

"그리고 사상이란."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인간의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 없고 그 이점도 누릴 수 없으므로, 사상을 가진인간들은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죠."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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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글만 골라 뽑으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읽어 보게 됩니다.
사상은 인간 수보다 적다는 것을 생각해 내다니...
사상이란 완전히 독립적인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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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8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거 보면 열공하고 싶어져요.ㅋㅋ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던 배경.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직접적 체험과 수기로 읽으니 훨씬 와 닿는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유를 알 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결국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그는 자신의 권력을 손에 넣고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수표를 던진 측면이 있다.



아빠 차를 타고 제철소를 지나던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역겨움만을 보았다. 화통과 불길한 주황빛 불꽃을 보았다. 제철소는 쇠락하고 망해가는 산업의 잔해에 지나지 않았고, 수많은 공장 건물을 뒤덮은 녹은 그에 걸맞은 그늘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제철소가 신성한 땅이란 걸 몰랐다. 그곳은 기념비고 기념물이었다. 어떤 이에게그곳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많은 이에게 그곳은 정체성이었다. 그들은 클리블랜드의 산업 단지에서 생을 보냈다. 오두막의 전기냄비로 아침을 짓고, 스티로폼 용기로 추수감사절 저녁을 먹고,
하루 일이 끝나면 길가의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꽤 많은 고참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을 계속했다. 말로는 돈 때문에 일한다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철강 노동자는그들의 정체성이고 제철은 그들이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다. 제철소는 남들이 보는 녹 이상의 것이므로, 그 모든 것을 뒤로하는 건 종 - P166

교를 잃는 일과 다름없다. 그곳은 살아 있는 역사의 일부고, 그 경계선 안에서 우리 모두는 자신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 - P167

나는 어느새 쇼핑센터를 철강 노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철소 가장자리를 따라 세워진 기업형 매장들은 이렇게 비웃는 듯했다. 너희들은 잊힌 존재야. 한물간 존재들이라고. 그사이 차갑고 말끔한 워싱턴의 정치인 무리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약속했지만그 변화는 오로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월마트와 홈디포가 들어선 상자 같은 건물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들은 우리가 힘없는 자들이라는, 버림받은 자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뿐이었다. 말로는 우리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제철소의 삶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 P180

노조 계약서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철강 노동자들은 회사의 순익에 기초해 분기별로 상여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회사는 분기마다 복잡한 회계를 내보였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이윤을 안기고 우리를 돌아보면서는 나눠줄 배당금이 없다고 했다. 철강 노동자들은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불평하면 회사 사람들은 눈을 부라렸다. 월급을 충분히 받고 있잖아,
하고 그들은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는 월급을 충분히 받았지만 그것은 목숨을 걸고 버는 돈이었다. 회사가 잘나가면 우리도잘나가야 한다. - P181

우리를 쓰러뜨리는 진정한 적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서 트럼프는 비난할 몇 개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것은 이민자들이고민주당 지지자들이며 이슬람교도들이다. 그것은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는 시위다. 그것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것은 이름과 얼굴을 가진 적이다.
사람들은 트럼프의 메시지에 열광했다.
"트럼프가 체제를 전복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말했다. "트럼프가모든 걸 무너뜨리길 원한다. 벽을 세워라! ‘부패한 힐러리‘를 감옥으로 보내라!"
아빠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아빠는 오바마가 - P182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믿었다. 정치에 몸담은 많은 사람들,
특히 민주당원들은 미국을 파괴하려는 큰 음모의 일부이고, 기자들은 그 음모의 공범으로 여겼다. - P183

청년 시절의 아빠는 성공을 거두리라는 희망을 품은, 재능 있는드러머였다. 하지만 재주 좋은 사람들이 수백만 달러를 버는 동안아빠는 전당포에서 일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재산의 작은 변화에도 휘청이는 중하위 계층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옛 화 - P185

폐에 정통한 터라 온라인으로 주화를 사고팔아 돈을 벌 심산이었다. 진취적 기상이 승할 것으로 믿었지만 사업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망하고 말았다. 사업 실패로 인한 빛이 퇴직연금을 갉아먹을마다 아빠의 미래는 그만큼 암울해져갔다.
사업이 실패한 뒤 아빠는 총과 탄약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4리터들이 물병과 1년치 동결건조식품을 쟁였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재임할 시절이었고 아빠는 종말이 곧 닥칠 것이라고 믿었다. 식구 중누구도 아빠의 급작스러운 비이성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기가 안 좋긴 했어도 세상의 종말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근간을 이루는 원인은 명백해 보인다. 아빠는 이미 너무 많은것을 잃었기 때문에 더 잃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평생 취약하기만했던 당신의 삶을 분노에 찬 극우적 정치 성향으로 가렸던 것이고총을 소유함으로써 통제의 환상을 품었던 것이다. 아빠는 당신의두려움에 신빙성을 제공하는 트럼프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 P186

그는계속 만들었다. 또 계속베풀었다. 또 계속 모형 차를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더 중요하게 그는 공갈꾼 몇이 열정을 앗아가도록내버려두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를 클리블랜드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러스트벨트에서의 삶과 노동이 의미하는 바였고 트럼프가우리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바였다. 트럼프는 우리의 회복력을 보는대신 우리를 찌부러뜨려 최악의 면을 도드라지게 했다. 그는 산업노동자를 몰락한 자로 여겼고 몰락이 우리의 유일한 정체성이라고우리 스스로 믿게 했다. 그는 우리의 불안을 감출 수 있는 희생양과 - P190

분노의 대상을 제공했고, 그로써 그가 더 큰 권력을 탐하는 또 한명의 부유한 권력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못 보게 했다. 그는 우리에게 복수심을 불어넣었고 우리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는우리 마음속의 선을 훼손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 모든 것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뜻이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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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낮에 하려고 했던 것이 실은 잠이 들면서 꿈에서만,
다시 말해 잠으로 굴절되면서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길을 따를 때라야만 성취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이야기도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끝난다. - P136

이따금 나는 잠자는 동안 마치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깊은 잠에 빠져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그리하여우리가 잠든 동안 그 활동이 두 배로 늘어나는 민첩한 식물성힘이, 흡사 님프들이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듯, 우리에게가져다준 것을 모두 소화하면서 과다하게 섭취한 무거운 몸을 잠시 후에 꺼내면 무척 행복해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납덩이 같은 잠이라고 부른다. 이런 잠이끝난 후에 잠시 우리는 자신이 단순한 납 인형으로 변한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이 자신의 생각이나 인성을 찾으면서 다른 것이 아닌 내 고유한 자아를 찾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39

땅을 덮었던 것은 더 이상 땅 위가 아니라땅 아래에 있다. 죽은 도시를 방문하려면 여행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발굴해야 한다. 얼마나 덧없는 우연한 몇몇 인상들이 이런 유기체의 분해보다 더 정교한 정확성으로, 보다 가볍고 비물질적이며 현기증 나는 확실한 비상으로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 P145

나는 지금까지 아무리 큰 고통에도 도피처가 있으며, 모든 걸 실패할 때도 항상 휴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생각은 뜻하지 않은 사태를 불러왔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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