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에 떨어진 나뭇잎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실상 사람 사는 이치가 그리 어렵운 것도 아닐 긴데, 많은것도 아닐 긴데 걸으믄 되는 거 아니까? 저승문이 열릴 때까지. 그런데 와들 앉아서 그리 숨들이 가쁠고? 죽은 성님은 좀체 말을 안 했다. 안 했지마는 성님은 몸으로 늘 말해주었제.
그라고 말귀가 어둡고 못 알아들어도, 그러려니, 나는 갑갑하지 않았인께."통상언덕을 하나 넘는다.
"초목이나 꽃 같은 거는 항상 거기 있었인께………… 흙도 항상내 발밑에 있었인께,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었던 기라. 흥!" 두 - P323

"허사라고만 할 수는 없지요. 그만큼 영호도 눈을 떴으니 앞으로훌륭하게 될지 그것은 모르지요. 왜놈 치하에서 졸업장 받았다고 장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겠고, 죽는 날까지 왜놈한테 항거하겠다는 분들도 자식들 공부만은 시키는데 그분들이 졸업장 받아 왜놈 밑에서 출세하라고 자식들 공부시켰겠습니까? 알아야만 그들과 싸운다 그 일념 아니겠습니까?"
"니 말을 듣고 보이 그렇기는 하다마는, 아무튼 서릿발 겉은세상이라."
"마음만이라도 왜놈한테 먹히지 말고 살아야겠지요."
다소 허탈해지는 듯 홍이 말했다.
"저저이 다 그럼사? 왜놈하고 알음이라도 좀 있다 할 것 겉으믄 고을 원님하고 줄이 닿는 것맨치로 유세하는 세상 앙이가.
고자질하고 앞잡이가 되고, 오서방 손에 죽은 우가 놈만 해도,
오서방을 의병질했다고 관서에다 모함을 하면서부터 앙숙이되어서 그래 그 지경까지 안 갔나. 상관이 없는 니도 까딱 잘못했이믄 죽을 뿐했고 하야간에 사람 영악한 거는 범보다 무섭고, 니 겡우를 두고 마른하늘의 날베락이라 하는 기라."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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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五月漢王 至滎陽 諸敗軍 皆會 蕭何亦發關中老弱未傅者 悉詣滎陽 漢軍復大振 楚與漢戰滎陽南京索間 漢王擊楚騎於滎陽東 大破之 楚以故 不能過滎陽而西 漢軍滎陽 築甬道 屬之河 以取敖倉粟
한왕이 패한 군사들을 모으고 새롭게 군 인원을 징발하여 형양에 모이게 하였다. 초나라가 한나라와 형양 남쪽에서 싸워서 초나라 기병을 대파함으로써 형양에 군대를 주둔할 수 있었다.

○ 周勃等 言於漢王曰 陳平雖美如冠玉 其中未必有也 臣聞平居家時 盜其嫂 事魏不容 亡歸楚 不中 又亡歸漢 今日 大王 令護軍 受諸將金 願王察之 漢王召讓魏無知 無知曰 臣所言者能也 陛下所問者行也 今有尾生, 孝己之行 而無益勝負之數 陛下何暇用之乎 楚漢相距 臣進奇謀之士 顧其計誠足以利國家事耳 盜嫂受金 何足疑乎〈出陳丞相世家〉
주발 등이 한왕에게 말하기를 ˝진평이 관옥(겉만 화려하고 속 빈 강정)과 같습니다. 그가 벼슬을 하기 전 집에 있을 때 형수를 개가시킨 뒤에 위를 섬기다 도망하여 초에 귀의하였다가 또 초에서도 도망하여 한에 귀의했습니다. 또 그가 여러 장수들에게 금을 받았으니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한왕이 위무지를 불러 꾸짖으니 위무지가 ˝제가 말한 것은 능력이고 왕이 말씀하시는 것은 행실입니다.˝ 말하였다.

○ 八月漢王如滎陽 命蕭何守關中 計關中戶口 轉漕調兵 以給軍 未嘗乏絶
수하의 활약. 군대에 꼭 필요한 군량을 정확하게 보급해주었다는 이야기.

○ 漢王 使酈食其 緩頰往說魏王豹 且召之 豹不聽 於是 漢王 以韓信, 灌嬰, 曹參 俱擊魏 漢王問食其 魏大將誰也 對曰柏直 王曰 是口尙乳臭 安能當韓信 騎將誰也 曰 馮敬 曰 是秦將馮無擇子也 雖賢不能當灌嬰 步卒將誰也 曰 項它 曰 不能當曹參 吾無患矣〈出漢書本紀〉
한왕이 위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얻으려 했으나 잘 듣지 않았다. 이에 한왕이 한신과 관영, 조참으로 위나라를 함께 공격하도록 했다. 한왕은 이 셋이면 걱정할 것 없다 생각한 것 같다.

○ 遂進兵 魏王盛兵浦坂 以塞臨晉 信乃益爲疑兵 陳船欲渡臨晉 而伏兵從夏陽 以木罌渡軍 襲安邑 魏王豹驚 引兵迎信 九月 信擊虜豹 傳詣滎陽 悉定魏地〈出漢書高祖紀及信傳〉
위나라는 결국 한나라 군대를 막아낼 수 없어서 모든 땅이 평정되었다.

○ 韓信旣定魏 使人請兵三萬 願以北擧燕趙 東擊齊 南絶楚粮道 西與漢王會於滎陽 漢王許之 乃遣張耳 與俱〈出漢書本傳〉
한신이 3만의 군사를 파견하여 연, 조나라를 함락하고 동쪽으로 제나라를, 남쪽으로 초나라의 군량 수송로를 끊고 한왕과 함양에서 만나기를 요청하니 왕이 수락하면서 장이를 보내 함께 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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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계속하라는 것이었고 연도 연줄이 있어야 창공을 날지 연줄이 끊어지면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지붕 위에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고 비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나이가 어려, 목적은 크고 뚜렷하다 하더라도 방법은 캄캄절벽 아니겠느냐, 방법이란 분별이며 분별은나이와 더불어 정교해진다, 어떤 사람은, 자리를 잃으면 아무일도 못한다, 소년은 본시 있던 그 자리에서 일하라, 호구를 위한 일자리를 구한다든지 고학을 해보겠다면 별문제겠으나 학생운동도 학교를 잃고는 못해, 학교가 바로 현장이다. 노동자 - P258

는 공장이 현장이듯 농민은 농토가, 룸펜은 도시 뒷골목이, 또어떤 사람은, 덤빈다는 것은 나를 망치고 동지를 망친다고 했다. 또아리를 틀어 지금은 도사릴 때라고도 했다. 다 옳은 말이었다. 앞뒤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윤국은 너무 옳기 때문에 너무 앞뒤가 맞기 때문에 석연치 않았다. 옳은 만큼 앞뒤가 맞는 만큼 그런 만큼 지혜롭고 순수할까 싶었다. - P259

나폴레옹은 불가능이라는 글자를 사전에서 빼버리라 했다. 나는 나폴레옹 같은 것 존경 안 해. 그러나 저 높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에 내가 서 있고, 나는 어디든 걸을 수 있다. 나는 불가능을 향해 걸을 수 있다! 불가능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은 목표가 된다. 따뜻한 밥, 따뜻한 옷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조그마한 아주 조그마한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은그것에 매달리어 노예가 된다! 부자일수록 더욱더 노예가 된다! 내가 나에게 노예 되기를 거부해야만 남도 해방시킬 수 있고 내 나라도 찾을 수 있다. 서울사람들은 뭔가 모르지만 훌륭한 말들은 하고 있지만 어째서 거미줄에 묶인 사람같이 보였을까. 나는 수관형이나 숙이를 보았을 때만큼 감동하지 않았다.
방법, 방법, 방법이라 했다. 자리, 자리, 자리라고도 했다. 나는그것을 많이 생각해보아야 해. 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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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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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사라져도 그 믿음이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물에 대한 물신 숭배적인 애착은 ㅡ 새로운 사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힘을 상실해버린 우리에게 그 힘의 결핍을 감추려고 더욱 생생하게 – 살아남는 법이다. 마치 신이 머무르는 곳이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바로 과거 사물이며, 또 현재 우리 믿음의 상실이 ‘신‘의 죽음이라는 우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도 한 것처럼. - P403~404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는 열병 같은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딱히 없다. 그렇다고 감정이 무덤덤한 편도 아닌데 왜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내 감정이 쉽게 끓어오르거나 흥분하길 잘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쉬워서는 안 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금방 사랑에 빠지고 불같이 뜨거운 사랑은 외면해왔는데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그런 사랑을 한 이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무덤덤한 사랑만 한 나로서는 불타는 사랑이 참으로 생경한 것이다.


2부는 스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스완의 지독(?)한 사랑을 간접 경험한 느낌이다.


스완은 파리의 살롱에 가서 처음 오데트를 보았을 때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피렌체의 예술 작품,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의 주인공 같다고 느껴질 때부터 급속도로 그에게 사랑에 빠진다.(스완은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 작품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음이 느껴진다. 이는 작가 프루스트와도 이어질 것이다)


‘피렌체 작품‘이라는 단어가 스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떤 작품의 제목과도 같은 이 단어는 오데트의 이미지를 그녀가 지금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꿈의 세계로 침투하게 했고, 거기서 그녀는 고귀함으로 적셔졌다.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단순한 육체적 관점은 그녀 얼굴이나 육체, 그리고 다른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의 사랑을 약화해 왔는데, 대신 어떤 미학적인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되자 이런 의혹은 이내 사라지고 사랑은 보다 확실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입맞춤이나 육체의 소유가 시든 육체에 의해 주어졌을 때는 자연스럽고 하찮게 보이던 것이, 박물관 예술품에 대한 숭배가 이를 축성하러 오자 초자연적이고 감미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 P71



피렌체는 프랑스 발음으로 '플로렌스'로 '꽃'을 연상한다. 나는 이 작품을 피렌체에서 실제로 보았다. 그래서인지 '프리마베라' 하는 순간 어두운 꽃밭에 흩뿌려진 핑크빛 색채가 떠올랐다. 여러 다른 작품이 있었으나 우피치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코 '프리마베라(꽃)'이다. 이 작품을 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1~2시간을 기웃거린 끝에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 내가 생각하는 봄은 환하기만 한 생동함으로 인식되었다면 이 작품을 보고서는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이 때부터 스완은 오데트를 미학적 아름다움의 가치로 인식하며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이란 같았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그에게는 오로지 그만 보이는 것,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궁금한 것. 


삶의 다른 시기에는 어떤 사람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나 행동에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여,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수다를 떨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또 그 말을 듣는 동안에도 그의 주의력 중 가장 저속한 부분만이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그런 순간에는 자신이 가장 형편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이 낯선 시기에는 개인적인 것이 너무도 심오한 그 무언가를 지니게 되었으므로, 한 여인의 아주 작은 일과에 대해 그의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듯 느껴지는 이 호기심은, 역사에 대한 그의 지난날 호기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수치스럽게 여겨왔던 모든 일들이, 예컨대 창문 앞에서 염탐을 하거나, 어쩌면 누가 알 것인가, 내일은 또 무관심한 사람들을 능숙하게 구슬려 말을 시키고 하인들을 매수하고 문에서 엿듣는다거나 할지, 여하튼 이 모든 일들이 필사본 판독이나 증언 비교, 기념비 해석처럼 진정한 지적 가치 있는, 진실 탐구에 적합한 조사방법인 것 같았다. - P155~156


사랑의 대상에 대한 탐구심은 자연스런 감정이겠으나 이것이 병적으로까지 깊어지면 집착? 또는 스토킹(!)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런 감정이 불편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반반이 아니더라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감정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뿐 아니라 상대에게는 위험한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오데트를 사랑하는 과거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행복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활이 이미 몇 해 전부터 계속되며, 그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날마다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만남을 기다리느라 그의 연구나 쾌락, 친구, 결국에는 그의 삶마저 희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지, 그녀와의 관계를 미화하고 파국을 막아 온 것이 오히려 그의 운명을 해롭게 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바람직한 사건은 그가 꿈속에서만 일어났다고 그토록 좋아했듯 그 자신이 떠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 P286


사랑의 시간은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것인지 모른다. 그에게 연적이 나타났다. 그 이후는 예상할 수 있듯 그녀의 모든 행동이 마치 불륜의 경고등처럼 느껴진다. 이전에 했던 같은 행동도 다르게 보이는 것, 이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스완의 사랑의 삶은, 그 질투의 충실함은 모두, 오데트에 대한 수많은 욕망과 의혹 들의 죽음과 배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일 스완이 오랫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동안 죽어 간 욕망이나 의혹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데트라는 존재는 스완의 마음에 다정함과 의혹의 씨앗을 번갈아 계속해서 뿌렸다. - P314


3부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상상 속에서 여러 기차 역에 정차하며 그 이름들을 싣고 도시의 모습을 탐색한다. 

내가 "피렌체, 파르마, 피사, 베네치아에 간다."라는 말을 했을 때, 만일 내가 내 생각 속에 들어 있는 것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감미로운 것, 이를테면 자신의 모든 삶이 겨울날 오후가 끝날 무렵의 시간 속에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저 찬란한 미지의 것, 봄날 아침과도 같은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언제나 변함없이 비슷한 이미지들이 낮과 밤을 채우면서, 당시 내 삶을 이전 삶과 구별 지었다. - P346


우리에게 피렌체 하면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둥근 돔을 가진 대성당이 떠오르지만 화자는 그 본질을 지오토의 종탑에서 찾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 생각에 피렌체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은 동네라 도시 곳곳이 모두 박물관이기는 하다. 이름이 각인되는 것은 경험의 전후에 따른 과정이자 결과이다. 경험을 함으로써 그 이름은 더욱 각인된다. 이는 사실 1부와도 연결되는 맥락이라 여겨졌다. 풍경이 개인에게 각인되는 것처럼 범용적 이름이 아닌 자신에게 정의된 의미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짓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말은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친숙한 작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목수의 작업대나 새, 개미집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유사한 작품들 가운데 표본으로 택해 학교 벽에 걸어 놓는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이름은 사람들과 도시들에 대해 - 도시도 사람처럼 개별적이고 유일하다고 믿게끔 우리를 길들인다. ― 모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나 도시로부터, 또는 찬란하거나 어두운 울림으로부터 색깔을 끄집어내, 마치 사용 방법의 제한이나 장식 디자이너의 변덕 때문에 하늘과 바다 뿐 아니라 보트, 성당, 행인도 온통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칠해진 포스터처럼 단조롭게 칠해진다. - P341



화자는 샹젤리제에서 '질베르트'라는 인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질베르트는 2부에 나왔던 스완과도 연관 있는 인물이다. 다만 질베르트는 스완과 스완 부인을 만나게 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샹젤리제를 향해, 온통 빛으로 장식되고 군중으로 넘쳐흐르며, 햇빛 때문에 떨어져 나온 발코니들이 흐릿하게 금빛 구름마냥 집 앞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거리를 지나갔다. (...)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시기에는, 나는 ‘사랑‘이 실제로 우리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기껏해야 우리에게서 장애물을 멀리 치워줄 뿐이지만, 우리가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질서 안에서 행복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 주도로 고백의 감미로움을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로 바꾼다면, 내가 자주 꿈꾸어 오던 기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내 멋대로 꾸며낸, 별 가치 없는, 진실과도 통하지 않는 사랑을 만들어내, 사랑의 예정된 신비로운 길을 따르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362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 P407


2권은 1권보다 풍경에 대한 인물 묘사는 적은 편이고 대신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통한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알 듯 말듯 아리송하고 모호하고 잡히지 않는 프루스트의 시간 여행 두 번째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두 번째 권인데 여전히 전체적인 윤곽은 잡았다 할 수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부디 점점 더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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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2-27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사진 자료와 곁들여 피렌체에 대한 선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2 권은 두렵습니다.^^;;;
심리 묘사와 예술 작품에 대한 대화가 더 많다니.....시작이 두렵달까요?ㅋㅋㅋ
그래도 끝까지 읽어내시고, 정리하여 쓰신 리뷰에 무한 애정을 보내 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1   좋아요 1 | URL
나무님. 기회가 되면 나중에 꼭 피렌체 함 가보셔요^^ 저에게는 로마만큼이나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제가 괜히 두려움 안겨드린 것 같은데 1권 읽으셨으니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무한 애정 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어쨌든 목표한 대로 한 달에 한 권 2번째를 무사히 끝내서 기뻐요.

페넬로페 2023-02-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완의 깊은 예술적 조예를 거리의화가님께서는 글로, 피렌체의 사진으로 풍부하게 해주셨네요.
처음 읽었을때는 스완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재독하니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질투가 프랑스식 사랑의 종류라고도 하더라고요~^

혼자 읽으시면서도 이렇게 많은 걸 느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2-28 13:14   좋아요 1 | URL
역시 이 책은 재독을 해야 하나봐요. 저는 처음이라 뭐가 뭔지...ㅎㅎ 사실 프루스트 글의 어려움이 현실인지 꿈인지 까딱하면 놓치게 되는 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재독할 때는 스완의 감정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면 좋겠네요. 언제 재독할지는...ㅎㅎㅎ
페넬로페님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읽을 뿐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요. 암튼 그래도 완독했다는 것이 어디냐며 자족합니다^^; 아마도 올해 내내 이 시리즈를 붙잡고 있겠죠!^^*

희선 2023-02-2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보고 예술작품으로 여기기도 하다니... 상대는 그걸 알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별걸 다 생각했네요 자신이 보기에 예술작품만큼 아름다웠다는 거겠지요 좀 부담스러울 것 같겠습니다 스완은 여러 가지를 잘 알았군요

두번째 보셨으니 앞으로 세번째 보시겠네요 그것도 잘 보시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28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스완에게서 느꼈던 부담스러움은 스완에 대한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사람이 사랑할 때는 뭔가 계기가 있긴 하잖아요. 스완은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 그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전히 모호하지만...ㅎㅎㅎ

네. 3권은 3월에 읽을 예정입니다^^

새파랑 2023-02-28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잃시찾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더 좋았던거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ㅋ

아리송하고 모호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3-03-01 08:31   좋아요 0 | URL
프루스트에 녹아들어가셔서일까요? 저도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문장들이 정말 멋진 것들이 많아서 저도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2023-03-0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09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피렌체에 가 보셔서 그때 사진을 다시 보기도 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고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봤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09 08:48   좋아요 0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전이라 그 때는 그곳 풍경을 보느라 바빴습니다^^; 더 알고 갔다면 훨씬 즐거운 감상길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희선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3-09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렌체! 가슴이 뜁니다^^
순조로우면 올해 가볼수 있으려나?! 하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03-09 11:10   좋아요 1 | URL
가슴뛸 만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죠. 그레이스님 올해 그곳에 가셔서 경험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圍漢王三匝 會大風 從西北起 折木發屋 揚沙石 窈冥晝晦 楚軍大亂壞散 漢王乃得與數十騎遁去 審食其從太公呂后 間行求漢王 反遇楚軍 項王常置軍中爲質〈此用漢書句 以上並出史高祖紀〉
서쪽에서 크게 바람이 일어 초나라 군대가 흩어졌다. 이때를 틈타 한왕이 달아났는데 심이기가 여후와 유태공과 함께 한왕을 쫓아가다가 도리어 초나라 군대를 만나서 항왕이 이들을 볼모로 삼았다.

○ 漢王問吾欲捐關以東 等棄之 誰可與共功者 張良曰 九江王布 楚梟將 與項王有隙 彭越與齊反梁地 此兩人可急使 而漢王之將 獨韓信可屬大事 當一面 卽欲捐之 捐之此三人 則楚可破也 〈出留侯世家〉
장량이 구강왕 영포는 초나라의 훌륭한 장수인데 현재 항왕 간에 틈이 있다. 그리고 팽월이 양나라 땅에서 배신했으니 두 사람을 급히 쓰는 게 좋을 것이다. 또 한신만은 큰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다. 이 세 사람에 초나라 정벌을 맡기시라 말하였다.

○ 漢王謂左右 無足與計天下事 謁者隨何進曰 不審陛下所謂 漢王曰 孰能爲我使九江 令之發兵倍楚 留項王數月 我之取天下 可以萬全 隨何曰 臣請使之 漢王使與二十人俱〈出黥布傳〉
한왕이 말하길 ˝누가 구강왕에게 사신으로 가서 병사를 발동하여 초를 배신하고 항왕을 묶어둔다면 일이 잘 풀릴 터인데...˝ 수하가 대답하기를 ˝제가 사신으로 가겠습니다.˝ 한왕이 20명을 함께 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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