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에 맞춰 읽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하루 늦춰서 표제작만 읽었다. 「순이삼촌」의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가 사고를 만났다. 

재독하면 할수록 4.3을 다룬 문학 작품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 피해를 겪었고 기억을 직간접적으로 안고 사는 분들이 있다. 매년 이 날이 찾아오면 사라져버린 이들의 많은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를 한다. 한 장소에 무더기로 여기저기 널린 시신을 보게 되는 것은 어떤 마음이겠는가. 


작년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이라도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대타를 내려보내는 대통령을 보면서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당의 최고위원의 발언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국가라는 그늘 아래 국민으로 살지만 이런 저런 말 듣기 싫으면 국민이 떠나라는 건가?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40411351864094


책에서는 수용소 단어가 잠시 언급되지만 얼마 전 역사비평 142호에서 다룬 특집 기사를 읽으며 제주 4.3 때도 수용소가 꽤 많이 운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주4·3 초기부터 군경은 수용소를 설치해 이용했다. 1948년 4월 18일 군정장관 딘(William F. Dean) 소장이 제59군정중대 민정관에게 내린 지시중에는 “경비대의 작전에 의해 붙잡힌 포로들은 경찰에게 인계하지 말라. 그들을 경비대가 마련하고 보호하는 막사에 수용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본토로 후송하도록 조치하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 P41


한국 현대사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수용소라면 한국전쟁 때 운영된 거제 수용소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제주에서도 엄연히 수용소가 운영되었음을 여러 구술 자료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당시에 제주도 초토화 작전 지시가 내려진다. 제주도민들을 폭도들로 간주하면서 진압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초토화작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시 경무부 공안국 공안과장으로 있던 홍순봉이 작성한 「4·3 폭동사건 이후의 제주도 치안 대책안」이었다. 홍순봉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조병옥 경무부장의 지시에 따라 ‘제주도 치안대책’을 입안하여 상부에 올렸고, 그것이 경무부 내 전체 국과장회의에서 통과되었다. - P42


여기 홍순봉이라는 인물을 주목하자. 그는 1935년 1월부터 만주국 관료로 재직하면서 (짐작하겠지만) 반만 항일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을 지휘했던 이다. 비단 그뿐이겠는가. 일제 시기 순경 등으로 독립군을 고발하고 때려잡던 관료들 중 대부분이 반공의 투사로 둔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5.10 남한만의 총선거 이후 수용소 증설의 필요성은 증대되었는데 짐작하겠지만 포로들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용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첫 단계는 높은 석벽을 쌓아 마을을 요새화하고 지역 민병대를 훈련시켜 전략촌을 세우는 것이었다. 경비대가 주둔지를 떠나서 한라산 주위의 공격전진기지로 이동해 갔기 때문에 해안 지역의 경비는 경찰이 맡고 있었다. 두 번째 단계

에서는 경비대가 경찰과 우익청년단의 지원을 받아 섬 내륙을 완전히 휩쓸었다. 정부군(경비대―인용자)이 50야드씩 간격을 두고 산기슭을 올라갈 때, 게릴라들이 집결하는 지역을 찾기 위해 정찰기가 이용되었다. 산기슭(중산간―인용자)의 마을은 불태웠고 그곳의 주민은 강제로 해안의 수용소로 이주시켰다.작전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용소 내에 게릴라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한 심사센터를 설치했다. - P43~44



"잘 들으라요. 우리레 지금 작전 수행 둥에 있소. 여러분의 집안은 작전명령에 따라 소각되는 거이오. 우리의 다음 임무는 여러분을 모두 제주읍에 소개하는 거니끼니 소개 둥 만약 질서를 안 지키는 자가 있으문 아까와 같이 가차 없이 총살할 거이니 명심하라우요."


"나도 따라가 봐수다만 거참, 이상헌 일도 다 이십디다. 그 사이 눈이 나련 보리밭이 사뭇 해영허게(하얗게) 눈이 덮였는디 말이우다, 참 이상허게시리 순이 삼춘 누운 자리만 눈이 녹안 있지 않애여 마씸"







제주도 현지 사투리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백미다. 재독하니 안 보였던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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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4-05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4.3 작품으로 이만한 책이 없다니.. 이글을 주문 전에 봤다면 이 책을 주문했을텐데! 이미 4.3 책을 주문해버렸습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3-04-05 21:28   좋아요 2 | URL
4.3하면 떠올릴 수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올해 신간을 읽을까하다가 시간이 부족하여 표제작만 재독했어요^^;

희선 2023-04-06 0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제주도에 산다고 그렇게 할 수가 있는지... 그것도 같은 나라 사람이 그랬군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했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또 일어났네요

어디에서 봤는지 잊어버렸지만, 같은 날이 제삿날인 사람이 많다는 말을 보기도 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06 09:02   좋아요 2 | URL
섬 사람, 육지 사람 이렇게 구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해요. 지금도 이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념 갈등은 이제 정말 지겹다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남북 대결이 극렬한 지금인데도 그 피로도가 높아져서인지 ‘전쟁이 나겠어?‘ 할 정도로 무신경해진것이 더 무섭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함께 제삿날이 같은 경우가 많다고...

책읽는나무 2023-04-06 0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는다, 읽는다 하는 게 아직도 못 읽었어요.

거리의화가 2023-04-06 09:03   좋아요 2 | URL
ㅎㅎ 나무님 표제작만 읽으시면 1~2시간에 읽는거 가능합니다^^; 한번 도전해보셔도...ㅎㅎ 이북으로도 있어요!
 

B.C.179

주발이 한 고조의 질문에 답하다 자신이 진평보다 낫지 않음을 느끼고 병을 핑계로 사직했다. 이로써 진평이 홀로 승상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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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 금요일 벚꽃이 절정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날이 좀 덥다 느껴지는데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일부러 사람들 없는 시간대에 찍느라고 한 번 더 나왔다는.





지난 토요일에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마지막 날 적립금 사용한다고 맞춰 주문했는데 지난 달 구입한 책도 읽지 못한 게 많아서 양심상 조금만 샀다ㅜㅜ

근데 찍어놓고 보니 왜 이리 기울게 찍혔지?

암튼 이런 책들을 주문했다.



하버드 중국사는 2권까지만 사 놓아서 3권을 주문했다. 이 달에 못 읽는다고 해도 어차피 조만간 읽을 거니까!

<행복의 약속>은 이 달의 여성주의 책! 아침에 읽었는데 음... 살짝 어렵다는 느낌? 본문은 더 어렵겠지...

<코리아 체스판>,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는 요즘 한반도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서 더군다나 읽어야 할 책이라 판단,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김에 샀다.

맨 위에 조그만 책은 <영원한 가설>이다. 이상의 시. 봄이니까 시 한 편은 읽어볼까?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는 사줘야 하는 책! 말 그대로 조선인 요시찰 대상인 인물들에 대한 명부를 담은 책. 연구자와 편집자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샀다.



참! 한 권이 더 올 예정. 김윤아 라이브 앨범을 주문한다는 걸 까먹어서 주문하는 김에 한 권 더 주문했다.




어제는 산책 잠깐 한다고 나갔다가 3시간쯤 걸었나보다. 암튼 근처에 포근 베이커리라고 있는데 건물 통째가 다 카페라서 놀랐다. 안에 인테리어는 무척 심플한데 건물 자체가 워낙 규모가 크고(100평은 넘는듯)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넓직해서 시원한 맛이 있었다. 빵맛도 좋았지만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역시 원두가 신선해야!!!(사람들 회전율을 보아하니 원두가 신선할만도)



집에 오다 찍은 복숭아 나무^^




4월이 시작되버렸다. 와!!! 시간이 너무 빠르다.

지난 주는 몸이 메롱 상태였는데 오늘도 머리가 좀 무겁지만 산뜻하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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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03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말에 꽃 구경도 할 겸 파주쪽으로 놀러갔었는데..........
거긴 아직 벚꽃이 안 피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서울에서 초큼 더 북쪽으로 갔을 뿐인데... 이런이런... 당황했습니다.
꽃을 보러 꽃을 피해 가다니.... ㅋㅋㅋㅋ 암튼 그때 보지 못한 꽃 여기서 봅니다.

거리의화가 2023-04-03 13:31   좋아요 0 | URL
역시 추운 동네는 아직이군요!ㅋㅋㅋ 여기는 주말이 지나고 나서 꽃이 반 이상 떨어졌습니다. 이번주 주말에 다시 가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 김에 구경 한번 더 하는걸로^^;

다락방 2023-04-03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들 주말 일정 꽃보러 가는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실컷 보고 왔습니다. 껄껄.

그나저나 행복의 약속.. 각오하고 읽어야겠네요!!

봄 너무 좋아요, 거리의 화가 님!! ♡.♡

거리의화가 2023-04-03 1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역시 다락방님도 많이 돌아다니셨군요^^
<행복의 약속> 좀 어려운 느낌이지만 서론에서 예전에 접했던 칙센트 미하이나 마틴 셀리그만의 이름이 반갑더군요~^^
남은 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4-03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점심으로 타코와
부리또를 먹고 벚꽃구경
을 신나게 했답니다.

바람이 부니 벚꽃이 우수
수 떨어지더라구요.

아마 비가 한판 오고 나면
벚꽃 계절이 그렇게 물러
가겠지요 -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3-04-03 13:35   좋아요 2 | URL
매냐님도 봄 구경 잘하셨군요! 책 읽기하기에는 아까운 계절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조금만 지나면 이제 여름이야 할테니...ㅎㅎㅎ
여기는 바람 많이 불어서 이미 반 이상 벚꽃이 떨어졌어요ㅠㅠ 철쭉이 벌써부터 올라오더군요. 5월에 필 철쭉이... 흠. 장미도 5월이면 필 것 같아요!ㅎㅎㅎ

희선 2023-04-06 0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 걸으면서 꽃을 만나서 기분 좋았겠습니다 꽃이 이번주까지는 가겠지요 벚꽃이 져도 다른 꽃이 피겠지만, 이번엔 다 빨리 필 것 같기도 하네요 봄은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바로 여름 오는 거 아닐지...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06 09:04   좋아요 1 | URL
꽃비가 내리는 요즘이었고 어제, 오늘 비가 내리면서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철쭉이 벌써 많이 올라와서... 아마도 4월 안에 다 만개하고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오면 잠시 기온이 떨어진다고는 하더군요^^;
 

행복의 약속은 특정 대상들을 더 가까이 하기 하게 만들며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가 형성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서론을 읽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좀 때늦은 이론들을 갖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 심리학 등의 이론도 한물 갔다는 생각이고 예시로 든 것들도 2000년대 쯤에 나온 것들이다.

본문을 읽어보면 이 느낌이 달라지려나.

시몬 드 보부아르는 행복이 어떻게 그것이 소망하는 바를 정치, 곧 소망의 정치로 바꿔버리는지를 잘 보여 준다. 소망의 정치는 다른 사람들도 소망에 따라 살도록 요구한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행복이라는 말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다지 선명하지 않으며, 그것이 어떤 진가를 감추고 있는지는 더더구나 분명치 않다. 타인의 행복을 헤아릴 가능성은 전혀 없는데도, 사람들이 으레 처하기를 소망하는 상황을 두고 행복이라 말하기는항상 쉬운 법이다" (Beauvoir 1949/1997:28[상권 30], 두 번째 강조는 추가). 나는이런 행복에 대한 비판에 기대어 행복 소망에 대해 질문해 보려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비판에 기대어 지금의 이런 세속적 가치에 대한 집착에대응할 필요가 있다. 왜 행복이 문제인가? 왜 지금 문제인가? 우리는 분명 지금 "행복으로의 전회" 상황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이책은 이런 전회에 대한 대응으로 쓴 것이다. - P15

에드 디너[미국 행복학 분야의 권위자]를 지지하는 『주관적 웰빙』의 - P22

편집진에 따르면, "심리학은 웰빙의 조건보다 그 반대 상황, 즉 인간의불행을 확인하는 데 더 몰두해 왔다" (Strack, Argyle, and Schwarz 1991: 1). 행복학이 행복을 등한시하고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제학의 경향을 "바로잡는다"면, 행복 심리학은 행복을 등한시하고 부정적인 느낌에만 초점을 맞추는 심리학의 경향을 "바로잡는다." - P23

행복 관념이 누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 존재인가, 누가 "올바른 방법"
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관념에 의존하는 한, 도덕적·사회적 구별짓기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의심하는 바는, 잃어버린 대상으로서행복에 대한 애착이 단순히 애도의 형식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복하면 안되는 사람들이 행복해 할 수 있다는 불안, 심지어 올바른행복해야 되는 사람들(아마도 철학을 위한 시간과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행복을 돌려줘야 한다는 욕망을 포함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행복을 이 세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생각해 본다는 것은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소위 올바르다고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지를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철학자의 삶에서 행복을 찾거나 사상가들이사고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서 행복을 발견하는가를 보면 단순히 무엇이 가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를 알 수 있다. 가치 있는 것이 행복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가치 있는 것들에 그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게 행복이다. 행복이 자명하게 좋은 것이라고 간주되면, 행복은 좋은 것의 증거가 된다. - P32

‘행복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행복과 불행이 시간에 따라 그 - P42

리고 공간적으로 어떻게 분배돼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불가분의 관계에있다. 행복의 역사를 추적한다는 것은 그 분배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이다. 행복은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분배된다. 좋은 주체가 된다는 게 다른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복 원인으로 인식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나쁜 주체가 된다는 건 분위기 깨는 자killjoy가 된다는 것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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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03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하고 싶다,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에세이가 아니라 이건 철학.. 책인건가요.. 인용문 보니 벌써부터 어려운 느낌이 팍- 옵니다. 하하하하하.


거리의화가 2023-04-03 13:29   좋아요 0 | URL
감정에 대한 심리학, 철학의 이론과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론의 글이 딱히 어려움은 없었지만 본문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미주 분량이 꽤 되더라구요!
 
사기세가 - 개정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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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세가는 패권을 장악한 일인자의 옆에서 도움을 준 참모나 제후들, 후비들의 이야기다.

세가는 총 3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기별로는 춘추 전국시대가 18편, 한나라 시대가 12편이다.
서술 방식은 본기와 마찬가지로 인물의 행적을 기본 바탕으로 역사적 사건을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사기의 장점이라면 역시 대화문인데 인물의 일화를 보여줄 때 그것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치통감에서 보여주는 평서문의 서술 방식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방식이다.

세가에 어떤 인물이 포함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사마천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방의 핵심 참모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유방이 세력을 이끌고 초나라와 최종적으로 승리할 때까지 큰 도움을 준 핵심 참모라면 소하, 진평, 장량, 한신이 있다. 한신은 제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세가에서 빠진 반면 나머지는 세가에 나란히 올랐다. 세 명의 인물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도 표현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자와 진섭이 세가에 포함되었다.
공자를 세가에 포함시킨 것은 유가의 사상적 구심점이 된 인물이기도 하고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알아봐주지 않는 제후들에 대한 아쉬움과 한탄이 자신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 같다.
진섭은 진나라가 멸하고 한나라가 설 때까지 그 흐름을 시작한 주자라는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마천은 제후가 되었더라도 반역 혐의를 받아 제후 작위를 박탈당한 인물의 경우 세가에서 제외시켰다.
그는 원칙이나 질서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에 비켜서 있으면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더라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본기에서는 ‘항우 본기’가 백미였다면 세가는 한 고조의 개국 공신들의 이야기인 ’소 상국(소하) 세가‘, ’유후(장량) 세가‘, ’조 상국(조참) 세가‘가 백미였던 것 같다.
각 인물들의 서로 다른 행위를 통해서 그들이 제후의 반열에 오른 이유, 그리고 제후에 오르고 나서 한 고조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행하는 행동들을 보는 것에 재미가 있었다.
소하가 살림꾼이었다면 장량은 비상한 계책을 낼 줄 아는 모사꾼이었고 조참은 현실적으로 자기 이득을 잘 챙길 줄 아는 자였던 것 같다.
유방은 권력의 정점에 오른 그들과 기싸움을 벌이며 그들의 힘을 끊임없이 견제한다.

공신에 대한 봉읍과 작위를 나누는 자리에서 소하와 다른 공신들의 차이를 말하며 사냥개와 사냥꾼의 차이에 비유하는 일화가 있다.
“사냥에서, 들짐승과 토끼를 쫓아가 죽이는 것은 사냥개이지만, 개 줄을 풀어 짐승이 있는 곳을 알려 주는 것은 사람이오. 지금 여러분들은 한갓 들짐승에게만 달려갈 수 있는 자들뿐이니, 공로는 마치 사냥개와 같소. 소하로 말하면 개의 줄을 놓아 방향을 알려 주니, 공로는 사냥꾼과 같소.” - P800
전쟁터에서 싸우는 장수들이 공신의 최고봉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하는 유방이 항우와의 싸움을 하는 동안 관중의 땅을 지키고 백성을 잘 보호하였으며 유방의 군대의 수가 모자라지 않게 끊임없이 채우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고조가 장량에게 제나라 삼만호를 준다 이야기하자 그는 유현에 봉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삼만호는 감당하지 못한다 이야기한다. 이후에도 공신들을 봉하는 일에 잡음이 끊이지 않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장량이 고조에게 계책을 내는 장면도 있다.
“황상께서 평생 동안 미워하시는 자로 여러 신하들도 다 아는 사람 중에서 누가 가장 심합니까?” 황상이 대답했다.
“옹치는 나와 오랜 원한이 있으니, 그는 일찍이 자주 욕되게 하여 내가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그의 공이 많기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소.” 유후가 말했다. “지금 시급히 먼저 옹치를 봉하여 여러 신하들에게 보여주십시오. 여러 신하들은 옹치가 봉해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마다 자신들도 봉해지리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 P842
옹치가 후가 된 것을 보고 다른 공신들은 더는 안절부절하지 않았다.

조참과 소하는 사이가 좋았으나 소하가 승상이 되고 조참이 장군이 되자 자연스레 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소하는 죽기 전 조참을 승상으로 추천했고 조참이 조 승상이 된 이후에는 소하가 해온 일을 잘 이어받아 한나라를 안정시켰다.
조참은 제나라를 분봉받은 후 황로학설에 정통한 갑공이라는 사람을 초청한다. 그는 국가를 다스리는 이치를 그에게 물었는데 “귀한 것은 맑고 고요한 것이니 그렇게 되면 백성들은 스스로 안정되며, …” 조참은 이 황로학설을 받아들이고 제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정책으로 삼은 뒤 나라가 안정되었다고 한다.

한나라 공신들의 세가 말고도 개인적으로 제나라가 강씨에서 전씨로 바뀌는 과정이 나오는 전경중완 세가, 한 문제와 무제의 아들들에 대한 세가들도 재미났는데 업적으로는 공이 있다고는 해도 인품이나 사생활 등에서는 일반 사가의 자제들만 못한 점이 엿보인다. 이들도 욕망에 휩쓸리기 쉬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로써 사기 본기와 세가를 모두 읽게 되었는데 본기를 읽으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간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열전까지 읽으면 사기의 흐름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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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4-03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마천이 쓴 글을 보면 그때 사람뿐 아니라 사마천도 조금 알게 되겠네요 이건 어느 역사가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사실을 쓴다 해도 자기 생각을 쓰기도 할 테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03 08:47   좋아요 1 | URL
네. 사기를 읽다 보니 사마천이 어떤 시각으로 이 책을 썼는지 느껴지더라구요. 비단 역사가 뿐 아니라 작가들도 자신이 쓴 저작에는 주관적인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겠구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