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성의 변증법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변증법적이고 유물론적인 분석 방법을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회주의 선두주자들을 능가했다.
수 세기 안에서 역사를 변증법적으로 보기 위한 첫 번째 것으로,
그들은 세계를 과정process, 즉 서로 분리할 수 없고 서로 관통하는대립물들의 작용과 반작용의 자연적 변화로 보았다. 그들은 역사를 스냅사진이 아니라 영화로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많은위대한 사상가들을 함정에 빠뜨렸던 정체된 ‘형이상학적 관점을피하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 P15

엥겔스는 때때로 역사적 변증법의 성적 하부구조 sexual substratum 어렴풋이인식했으나 섹슈얼리티를 오직 경제적 여과기를 통해서만 볼 수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경제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면서 어떤 것이든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없었다.
엥겔스는 본래의 노동분업은 자녀양육의 목적을 위하여 남녀 간에 존재했으며, 가족 안에서 남편은 소유자이며 아내는 생산수단이고 자녀는 노동이라는 것, 인간 종족의 생식 reproduction은생산수단과 구별되는 중요한 경제체계라고 보았다. - P17

경제 밑에 있는 현실이 성심리적psychosexual이라는 가정은 역사의 유물 변증법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비역사적이라고 종종 거부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르크스가 시작했던곳으로 혼란스러운 유토피아적 가설들을 통한 모색, 옳을 수도있고 그를 수도 있는(판단할 길이 없는 철학적 체계들, 구체적인역사적 발전들을 선험적a priori 사고의 범주로 설명하는 체계들로구체적 사실보다 그 권리근거를 규명하여 인식을 증명하는것-우리를 되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19

인간가족의 생물학적 우연성들contingencies 은 인류학적 궤변을전부 뒤덮을 수 없다. 동물들이 교미하고 새끼를 낳고 새끼를 돌보는 것을 관찰한 사람은 누구라도 ‘문화적 상대성‘ 노선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오세아니아에서 아버지와 생식능력의 관계를 모르는 부족을 아무리 많이 찾아내더라도, 또 모계사회를아무리 많이 발견하고, 성 역할이 뒤집힌 경우와 남성주부, 심지어 출산 진통까지 함께하는 경우를 아무리 많이 찾아낸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들은 오직 인간 본성의 놀라운 유연성 flexibility이라는 한 가지만을 증명할 뿐이다. - P22

성적 계급의 철폐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피지배계급(여성)의 봉기와 생식조절에 대한 점유가 요구된다.

또한 사회주의 혁명의 최종 목적이 경제적 계급 특권의 철폐뿐만 아니라 경제적 계급 구분 그 자체를 철폐하는 것이듯이, 페미니스트 혁명의 최종 목적은 최초의 페미니스트 운동의 목표와 달리남성 특권의 철폐뿐만 아니라 성 구분 그 자체를 철폐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간 존재 사이에 생식기의 차이는 더 이상 문화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양성 모두를 위한 단성單性에 의한 종족의 생식은 (적어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인공생식으로 대치될 것이다.

아이가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것(거꾸로의 경우에도)은 대개 다른 소집단사람들에게 상당히 짧은 기간 동안 의존하는 것으로 대체될 것이고, 육체적인 힘에 있어 어른들보다 열등한 것은 문화적으로보상될 것이다. 노동분업은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cybernetics를통해 노동을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종식될 것이다. 그리하여 생물학적 가족의 압제는 붕괴될 것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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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04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옮겨주신 밑줄만 봐도 상당히 급진적입니다... 기대되는데요? ^^

거리의화가 2023-07-04 10:55   좋아요 1 | URL
저도 무척 놀랐어요. 당시로서는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싶기도!ㅎㅎ
마르크스, 엥겔스가 언급되어서 관련 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없네요ㅠㅠ 병렬 독서가 이런 점에서는 힘든 면이 있습니다.
 

알라딘 24주년 기록을 보면서 나의 독서 이력을 살펴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1위는 한국근현대사, 2위는 한국소설(토지의 영향인 듯), 3위는 조선사, 4위는 영미소설(잃시찾 시리즈와 작년 말 여성주의 책 읽기에서 관련 도서를 읽느라 순위가 오른 듯), 5위는 여성학/젠더이다.

아마 내가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영미소설이나 여성학/젠더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거나 있다 해도 뒤로 밀렸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나의 독서 범위가 넓어지는 기회가 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달은 총 10권의 책을 읽었다.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한국전쟁과 관련한 책을 읽어야 했기에 초반에 다른 책을 미리 읽어두어서 진도를 뺄 수 있었던 것 같다. 

토지 시리즈는 어느덧 2권을 남겨두고 있다. 1940년대 시기라 읽으면서도 한숨이 나온다.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개인들은 살아나가고 있다는 게 놀라운데 남은 2권은 열심히 읽으면 이번 달 안에 끝낼 수도 있겠지만 결과야 알 수 없겠지. 

<한국전쟁의 기원> 시리즈는 펀딩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으면서도 참 유익했다. 미 학자의 입장에서 미국에 대하여 비판적 견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평을 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하나의 책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므로 다른 한국 전쟁 관련한 책에서 보완/보충해야 함은 필수다.

한국전쟁 책을 읽느라 중국사 책 읽기는 한 권 밖에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달에 많이 읽으려고 한다.





아래는 진행중인 책들이다.


먼저, 중국어 원서를 새롭게 시작했다. 1학년 아이의 일기를 담은 책이라 학교나 가정 생활 등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간혹 어려운 단어와 표현이 있어도 병음과 더불어 거의 매 장에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글의 이해를 돕는다. 즐거운 읽기가 지속되고 있다.

1984 영어 원서 읽기는 지난 달에 끝내려고 했는데 결국.... 끝내지 못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진도가 왜 이리 안 나가는지; 쩝. 이 달에는 반드시 끝내리라.

통감절요 2는 제법 많이 읽었다. 1권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서 2권은 매일은 아니어도 2~3일을 넘기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역사 공부와 더불어 지혜도 얻고 한문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책이다.







이 달에는 아마도 중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될 것 같다.


주말부터 <돌궐 유목 제국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후 당, 송 시대까지 읽으려고 한다.

당나라 역사는 '자치통감' 외에 '구당서'와 '신당서'가 있기는 하나 국내 번역이 보이지 않아서 접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송나라 역사도 마찬가지인데 '송사'가 있으나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책을 검색해보니 일본 학자가 쓴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일단 빌려왔다. 당시삼백수는 집에 있는 책이었는데 발맞춰 이번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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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0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훈의 달 맞이 독서 재미납니다!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7-03 13:2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재미를 주었다니 뭔가 기분이 좋네요!
꼭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왠만하면 기념하는 달이나 기념일이 되면 관련한 주제의 책을 읽는 듯 합니다. 기억하는 의미도 있고 기록용이기도 하네요. 이번에는 마침 저 책이 펀딩이 발맞춰 되기도 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노잼 글에도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

독서괭 2023-07-0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화가님 어마어마하세요. 잃시찾도 꾸준히 읽고 계시고.. 꾸준함으로 화가님 따라갈 분 별로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토지 2권 남아서 두근두근해요. 전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이번달도 화이팅해요~^^

거리의화가 2023-07-04 10:48   좋아요 0 | URL
꾸준함은 저 말고도 많으십니다!ㅎㅎ
저도 무엇보다 토지 마무리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요. 아마도 완독은 한두달 안에 다 끝날 것 같죠? 완독하면 후련함도 있겠지만 뭉클할 것 같기도 합니다.
괭님도 이번 달 즐독하시길!*^^*

책읽는나무 2023-07-03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의 독서 기록은 한국근현대사, 한국소설, 조선사, 영미소설, 여성학/젠더...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전 아직도 매번 어린이 책이 1위를 계속 달리고 있어요.ㅜㅜ
그래서 자랑을 하고 싶어도 자랑을 할 수가 없네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7-04 10:51   좋아요 1 | URL
제가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어린이 책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 듯 합니다. 엄마의 역할을 열심히 하느라 그런 건데 자랑을 하셔야죠! 순위 중에서 조선사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요즘 거의 안 읽어서요ㅋㅋ) 나머지 분야는 구매하고 읽는 만큼 나온 것 같아요ㅎㅎㅎ
나무님 이번 달에도 즐독하셔요!

새파랑 2023-07-03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이든 중국이든 역사분야는 화가님이 👍 👍 네요 ㅋ

정말 다양한 장르를 읽으실 수 있어서 부럽습니다~!!
토지괭님과의 토지 대결(?) 결말이 흥미진진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3-07-04 10: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갑자기 중국사 부상이네요! 확인해보니 요즘 제가 검색하고 구매하는 책들이 중국사 책이 늘어서인지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왔더라구요^^;
ㅋㅋㅋ 마지막 문장에서 빵 터졌습니다. 저는 어쨌든 비슷하게 괭님과 토지 읽기를 진행하고 마칠 수 있을 듯 하여 그것이 기분이 가장 좋아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7-05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기쁘실 듯합니다 마지막엔 조선이 독립을 할 테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동안 힘들게 산 사람들, 한동안은 괜찮겠습니다 다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겠지만... 소설은 거기까지 나오지 않겠군요 자세한 건 몰라도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아니 소설 속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 생각하기도 하네요 지난 유월에 알찬 책읽기였고 이달에는 그럴 듯하네요 거리의화가 님 여름이니 건강 잘 챙기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05 09:48   좋아요 1 | URL
소설이 어느 무렵에 끝날지 무척 궁금합니다. 해방이 된 후 만세를 부르며 끝날지 아니면 더 이후를 보여주는지^^
지난 달은 제가 읽고 싶은 책들 위주로 많이 읽어서 더 유익한 책 읽기였습니다. 희선님 이달에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독서 이어나가세요!
 

630년 동돌궐의 붕괴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돌발 상황은 태종에게 새로운고민을 안겨주었다. 이것은 기존의 중원 왕조들처럼 장성 이내의 내지를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이를 기반으로 유목 세력들을통제해 대외적으로도 안정적 질서를 확보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패로 끝나버린 돌궐의 숙제가 이제 중원을 통일한 태종의 몫이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단순한 중국의 황제가 아니라 과거 돌궐이 중앙아시아까지 통합한 거대 제국으로 성장, 발전했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위치에 섰다.
그런데 태종이 과거 돌궐 유목제국과 같은 거대한 세계, 이른바 ‘세계제국世界帝國‘을 구축해 돌궐의 재등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과 동시에무한 역사적 위업을 이루어내는 것은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태종에게는 통일 직후에 필요한 내적 안정과 함께 당장 투항해 - P330

온 돌궐, 그리고 새롭게 몽골 초원에서 세력화한 설연타와 기존의 서돌궐세력 등에 대한 대응 등 수많은 현안이 가로놓여 있었다.
따라서 태종은 북방의 위협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투항해 내려온 유목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만 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바로 앞서 지적한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왜냐하면 태종이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거대 유목제국을 세웠던 돌궐의유산을 받아들여 적극 활용한다면 새로운 숙제 역시 해결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31

동돌궐이 붕괴할 무렵 경쟁 관계에 있던 서돌궐에서도 톤 야브구 카간이 사망함에 따라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동안 하나로 통합되어 세력을 확대하던 서돌궐 역시 타르두쉬 카간의 후예를 중심으로 한 누시비르(Nushibir로 추정. 노실필弩失畢)와 아파 카간의 후예를 중심으로 한 둘룩(Dulug으로 추정. 돌육毗陸)이 분열되면서 동서의 대결을 벌였다. 누시비르는 주로 서돌궐 서부에서, 둘룩은 동부 영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보해나갔다. 따라서 서돌궐의 분열로 동돌궐에 반기를 든 뒤 세력화를 시도해당조의 인정을 받은 설연타가 더욱 부각할 수 있었다. 설연타는 초원의 권력 공백을 이용해 몽골 초원을 무대로 투르크계 유목 부락들을 통일한다음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
630년을 전후로 한 동돌궐의 붕괴와 서돌궐의 분열, 그리고 설연타의부상 등으로 유목 세계는 크게 요동쳤다. 이런 정세는 통일 제국으로 부상한 당조에는 기회였지만, 반대로 패망한 뒤 당조의 통제를 받게 된 아사나에게는 치명적인 어려움을 주었다. - P332

태종이 돌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나간 것은 북변의 안정이 그만큼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돌궐이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안정키기 위한 대책만이 아니라 당시 중요한 변수였던 설연타의 성장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이들을 모두 제대로 통제하는 것자체가 동돌궐이 붕괴한 뒤 국제 질서를 자기 주도로 되돌리려고 했던 태종에게 아주 중요했다. 삼자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목표로 태종이 돌궐에새롭게 대응해나감에 따라 당조에 투항한 돌궐 내부에도 커다란 변화가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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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아사나는 초원의 새로운 황금씨족이 되어 유목 군주로서
‘외튀켄‘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오르두, 즉 조정을 설치하고 그 내부에 다양한 관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행정 체계를 구축함과동시에 외연을 동서로 구분해 종실인 아사나의 자제들에게 백성인 ‘보둔‘을 나누어 통제하게 함으로써 돌궐 국가인 ‘일‘을 새롭게 조직해냈다. - P169

돌궐의 발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돌궐이 에프탈을 무너뜨리고시르다리야Sir Darya 연안까지 진출함에 따라 동서 교역로 상에 위치한 대 - P182

부분의 오아시스를 부용 집단으로 확보한 것이었다. 이것은 소그디아나Sogdiana(속특粟特) 또는 소그디아Sogdia라고 불리는 오아시스에 대한 통제와 연결되면서 단순히 기존에 몽골 초원에서 접촉했던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 상인들, 이른바 소그디아나 출신 상인(이하 ‘소그드 상인‘으로통칭)들을 적극적으로 장악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중국에서부터 페르시아에 이르는 거대 권역이 최초로 하나의 체제로 통합된 사상 유례가 없는 상황의 출현이었다. - P183

이와 같은 외교 관계의 설정은 돌궐이 앞에 열거한 거대한 국가들과 직접 외교 관계를 맺을 만큼의 위상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사나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집단과 이를 적극 지지하는 연맹 집단, 그리고 국가의 토대가 되는 종속 집단과 그의 외연을 싸고 있는 다양한 부용 집단이 하나로 결속된 제국 규모의 ‘일‘의 성립이었다. 특히 초원만이아니라 이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오아시스 세계까지자신의 기치 아래 하나로 통합하면서 그 주변에 위치한 거대 문명권을 보다 활발하게 연결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거대한 유목제국인 돌궐은 과거와 같은 분절적인 체제가 아니라 비문 자료에서 ‘퀵 투르크‘라고 부른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세계였다. 그리고 이를 묶어냈던 권위의 근원은 새롭게 등장한 황금씨족이 된 아사나의 성장에서 기인했는데, 이것은 중앙아시아 세계의 향후 전개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 P190

돌궐은 유목 권력과 상인 관료집단이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이른바 ‘정경유착‘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중상주의적 교역 국가‘로의 지향을 보여주었다. 돌궐 중심의 국제 질서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재화 구득과 유통 체제구축을 통한 이익의 독점은 유목 군주와 결탁한 일부 상인 관료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유목제국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 P220

타스파르카간사후 계승 분쟁 과정에서잠재되어 있던 앙금이 수조에 대한 원정 실패, 몽골 초원에 있는 투르크계유목 부락들의 반란, 심각한 자연재해, 주변 복속 지역의 이반, 그리고 종실 내부 반대파에 대한 대카간의 공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봉합되지 못하고 한꺼번에 폭발했던 것이다. - P248

일릭 초르 카간을 밀어낸 아크 탁(백산白山) 주변의 계필과 알타이 서남부에 있던 설연타는 계필추장계필가릉契楞을 베젠 바가 카간(BezenBagha qaghan으로 추정. 이물진막하가한易勿眞莫何可汗)으로 추대하고 탐한산貪汗山(톈산 산맥 동쪽 줄기에 있는 최고봉 보그도 울라) 주변을 근거지로 삼아국가 건설을 선언했다. - P268

이때 양제가 무리하게 북순을 추진한 것은 적대 세력화하고 있는 동돌궐을 제압해 추락한 자신의 권위를 다시금 회복하고자 함이었다. 이제까지 그 어떤 세력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던 동돌궐을 위압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자 했으나 이것은 양제의 착각이었다. 견제를 받았다고 판단한 세비 카간은 순행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이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했다. 북방 순행을 성공해 대내적 안정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변 세력을 위압하려고 했던 양제의 구상은 완전히 무너질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동돌궐의 세비 카간은 대규모의 기습 공격을 펼쳐 북순에 나섰던 양제를 포위 공격함으로써 연이은 고구려 원정의 실패로 약화된 수조에 치명타를 날렸다. 돌궐은 이를 계기로 수조의 붕괴를 가져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릭 뒤 카간 이래 중국의 종속 변수로 저락低落했던 자신들의 처지를 반전시켜 오히려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 P292

이후 동돌궐은 혼란에 빠진 북중국의 다양한 할거 세력들과 관계를 설정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대신해 국제 질서를 주도하며 과거 거대 유목제국 돌궐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돌궐은 수조가 중국을 통일한 뒤 동서의 분열과 상쟁으로 고비 남부로 내려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서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로를 재개통해 교역을 지향하는 체제를 다시 구축해낼 수 있느냐의 시험대에 올라섰다. - P293

동돌궐은 중국 내지에 적극 간섭해 자신들의 이익과 위상을 확보하면서 이를 보다 쉽게 만들기 위해 심지어 양제 사후에 수조를 다시 복벽시켜 괴뢰 정권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양정도 정권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동돌궐이 주도한 복벽이 오히려 기존 북중국 여러 할거 세력과의 갈등을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명분에서도 수조를 원하지 않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정당성조차 얻지 못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게다가 북중국에 대한 약탈을 계속 벌인 것 역시 중원 세력과의 갈등을촉발하면서 여러 세력 중 하나에 불과하던 당조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을 도왔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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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의 경우에도 실현자에 해당하는 아사나가 암이리가 낳은 아들 또는 누르 투르크 샤드를 중개자로 패망한 국가의 귀한 존재로 여겨지는 사내아이 내지는 색국에서 나온 이길 니샤 초르, 즉 파견자와 연결된다. 이런 구성은 공간적으로 실제 ‘이주‘했다기보다 신화에서 현지의 모계 집단이 신의 계시 또는 신의 중개자를 통해 파견자와 연결되고, 그 사이에서태어난 존재가 건국자의 조상이 되는 신화의 일반적인 구조를 그대로 빌려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돌궐 신화는 하늘의 명령을 전달해주는 매개자인 샤먼shaman의 역할을 한 이리가 중개자를 낳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돌궐의 아사나는 이리 신화소를 매개로 자신을 하늘의 명령이나 권위를 전달해주는 존재로 신화 속에 그려낼 수 있었다. 이것은 아사나가 북아시아에서 내 - P94

려오는 정통성을 계승한 존재가 되었음을 은유적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게다가 아사나는 자신이 정통성을 계승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이주‘ 내지는 ‘결혼‘이라는 표현을 통해 신화의 서사 구조를 완성시키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리는 하늘과 지상의 세계를 연결해 그 축복qut을전달하는 영매로서 아사나에게 정통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리는 원래 소규모 세력인 아사나의 상징이었던 산양을 대신해 권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95

유목은 특히 자연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항상성이 취약하다 보니 심한 계급 분화보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지도자의 혜시가 그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단위가 결성되었는데, 이것이 생활 단위이고 이동의 단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유목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었다. 유목민들은 주기적, 계절적으로 이동을 하는 생활방식으로 인해 필요에 따라 생활 단위를 바꾸기도 했다. - P121

또한 유목민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몰이사냥이나 계절적 이동 내지는 공동 행사 등을 위해 보다 큰 단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것이 유목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단위‘로, 이른바 ‘바그bagh‘라고 불렀다. 그 내 - P121

부에는 씨족clan 정도의 규모를 가진 ‘보드bod‘라는 작은 단위가 여러 개묶인 ‘보둔bodun‘이 있었다. 보드는 대가족 내지 친족 정도를, ‘보둔’은 그것의 복수로 여러 개의 친족 집단이 모인 단위 안에서 ‘지배를 받는 백성‘ 또는 구성원 정도의 의미를 가졌다.
그 내부의 최상위에는 ‘벡beg‘이라 불리는 자연 발생적인 지도자가 존재했다.
이들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비록 모계는 달랐지만 동일한 부계를가졌다는 동족의식을 지닌 집단이었다. - P122

씨족 정도 크기의 단위인 ‘바그‘의 상위에 이런 단위 몇 개가 모인 연합체인 일이 있었다. ‘일‘은 개별 친족 집단인 ‘바그‘가 여러 개 모인하나의 연합이라 이른바‘부족部族(tribe)‘ 정도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아사나는 자신을 포함한 열 개의 집안을 중심으로 ‘돌궐‘이라는 ‘일‘을 형성했다. - P123

‘일‘ 내부의 서열을 구축해낼 수 있는 지도자 역시 ‘벡‘이라 불렀는데,
그는 이른바 부족 정도 규모의 구성원들을 거느렸다. 그는 ‘바그‘ 또는 ‘일‘ 내부의 분쟁을 조절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느 역할을 했다. - P124

‘돌궐‘의 ‘벡‘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 유목 세계 안에 새로운부족 정도 크기의 연합 체제를 만들고, 이들 상호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위해 권위를 강화하려고 했다. 이것의 성공을 통해 전보다 결합력이 더욱강한 ‘부족연합체部族聯合體(tribe confederation)‘, 즉 더 큰 규모의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일을 대표하는 추장들보다 상위의 지도자인 ‘대추‘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부족연합체 정도 크기의 ‘일‘을 이끄는 지도자는 자신을 중심으로 세력을 통합해 유목 국가를 만들려고 했으며, 실제 상쟁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유목 국가가 출현하기도 했다. - P126

부락 구조를 ‘초부락적‘인 것으로 전환시킨 ‘대추‘는 이를 바탕으로 유목 세계 내의기존 권위를 해소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한 내적 결속력을 확보하기 위해개별 구성원인 ‘보둔‘을 새롭게 재편하려고 했다. 이를 기초로 대외적 우위를 확보해 내부에 존재할 수도 있는 원심적인 경향을 극복한 초부락적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유목 세계를 대표하는 군주인 ‘카간‘으로 발돋움할수 있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관철시켜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느냐에 따라 고대 유목 국가 건설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었다. - P127

돌궐의 세력이 확대되어 부족연합체 정도의 규모를 갖춘 ‘일‘이등장하자 이제까지 어느 정도 병렬적이었던 일 내부에도 층위가 발생하면서 핵심 집단을 제외하고 이제까지 하나의 ‘돌궐‘을 형성했던 여타 집단들이 연맹 집단으로 변모했다. - P129

바탕으로 강력한 유대의식을 공유하며 하나의 세력인 ‘돌궐‘로 발전했기때문에 핵심 집단과 자신들이 공동운명체라고 여겼다. 따라서 이들을 기초로 다른 족속들을 포섭하면서 부족연합체가 형성되었고, 핵심 집단의지도자인 아사나의 추장 튀멘 역시 자신을 자연 발생적인 의미의 추장인 ‘벡‘이 아니라 ‘샤드‘라든가 ‘야구‘ 같은 관직명으로 칭할 수 있었다.
아사나를 배경으로 성장한 튀멘은 자신의 지배력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기존 부족연합체 규모의 단위를 해체해야만 했다. 그리고 종실, - P130

즉 핵심 집단의 일원을 그 통치자로 삼아 병렬식 체제에서 벗어나 수직 체계를 갖는 국가 조직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다른 유목 부락들을 복속시켜확대된 종속 집단을 그의 하위에 편입시키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지배를관철시킴으로써 느슨한 부족연합체가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강력한 유목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튀멘은 이를 위해 반드시 기존의 권위인 유연을무너뜨리고 몽골 초원의 패권을 빼앗아야만 했으며, 이는 552년 몽골 초원으로의 진출과 유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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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7-02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 배우면서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돌궐‘인데 돌궐족에 대한 책이라니 흥미롭네요. 학교 다닐 때 역사 수업을 좋아했지만 ㅎㅎ 졸업하고 나서는 따로 찾아서 역사책을 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이 두껍지 않다면ㅋㅋㅋ 거리의 화가님 밑줄 긋기 따라 읽은 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7-02 21:13   좋아요 1 | URL
중국의 수당 시대와 한반도의 삼국 시대와도 연관이 깊은데도 불구하고(특히 고구려) 돌궐의 역사에 대해서는 외교 관계로 짧게 배우는 게 다인 듯 싶습니다. 저도 이참에 들여다보고 있어요. 두껍긴 한데 믿을 만한 연구자가 쓴 것이라 좋습니다. 읽다 보니 밑줄이 너무 많아서 일부 발췌해서 올리고 있네요ㅠㅠ 단발머리님께도 도전의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