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연필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북토크가 있어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다녀 왔다. 세 세션 모두 ‘여성’을 화두 삼아 더 넒은 시야를 갖게 하는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세션 1에서 정희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예상했지만 세 세션 중 관객수가 가장 많았다. 선생님의 음성을 오디오를 통해서 계속 들어와 익숙해서인지 들어오시자마자 ‘아! 저분이구나.’ 했다. 나무연필에서 내놓고 있는 ‘메두사의 시선’ 시리즈에 대한 기획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연구 및 출판 문화의 문제, 좋은 책과 다양한 책을 읽지 않는 독서의 문화가 있는 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모든 언어에는 위치성이 있어 로컬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탈식민주의 과정이기도 하다고. 젠더적 감수성, 남성성에 대한 좋은 연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책들을 번역해 내는 것이 ‘메두사의 시선’의 기획이라고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토크 중간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션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숨과 탄식,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이어졌다. 좋은 독자가 있어야 좋은 책이 나온다는 말은 당연하다.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들, 그마저도 인문학적 통찰을 주는 좋은 책을 읽지 않는 문화가 이어지는 한 출판시장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앞날은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


세션 2에서는 과학하는, 예술하는, 여행하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라는 여성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근세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 때 활동한 화가이다. 당시 16~17세기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여성들은 식물도감에 들어가는 세밀화를 많이 그려서 경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독일 마르크에 메리안이 모델로 쓰였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메리안이 활동하기 이전 클라라 페트로스라는 여성 화가가 있었다. 그녀는 ‘정물화’라는 명칭이 생겨나기도 전 식탁에 있는 소품, 음식 등이 담긴 정물화의 모태를 그려냈다. 여성은 길드에 가입할 수조차 없어 화가라는 명칭이 부여될 수 없었던 시절에 그녀는 활동했다. 미켈란젤로 등 당대 유럽 미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화가들은 북유럽 미술의 주요 작가인 여성들을 폄하했다. 이유인즉슨 성모를 그리지 않아서 신성성이 부족하다느니, 조형미와 균형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낮은 평가를 했던 것이다. 지금의 시기 우리가 중세 유럽의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꽃 시장이 발달하여 카달로그에 그림 그릴 기회가 늘어났는데 여성들은 이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북유럽 미술은 정물, 풍속, 꽃 등의 일상을 담은 그림이 많았다고 보면 된다. 메리안은 네덜란드의 황금기가 저물 무렵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에 가서 50대의 대부분을 <수리남 곤충의 변태>라는 책을 집필하기 위한 시간으로 보냈다. 그 시기 여성이 섬에 단독으로 가서 몇 년을 보내며 글을 쓰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그 결과물이 바로 <수리남 곤충의 변태>다. 


세션 3에서는 한국 여성미술가들을 조명하며 페미니즘과 교차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와 사회자가 있어서 경쟁하듯 질문과 답을 이어가는 시간이었는데 두 여성 원로 미술 사학자들로부터 듣는 생생한 한국 현대 미술과 페미니즘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김홍희 선생님은 <페미니즘 미술 읽기>를 근간에 내셨는데 이 책은 경향신문에 페미니즘 미술에 대하여 다룬 칼럼들을 책으로 엮어 심화하여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윤난지 선생님이 기획하고 현대 한국미술포럼이 참여하여 소외되고 배제된 한국의 여성 근현대 미술가들 105명을 추려내어 엮어낸 결과물이다. 김홍희 선생님은 페미니스트적 시각으로 미술 현장과 담론을 균형 있게 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윤난지 선생님이 기획한 105명의 인물들은 모두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했음에도 가려져 볼 수 없었던 아티스트들이다. 일단 호명되어야 평가될 수 있다는 윤난지 선생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1990년대가 되면 한국에 포스트 모더니즘을 비롯한 페미니즘 이론이 수입되는데 이 시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비롯한 신세대 미술가들의 다양한 대안공간에서의 미술 작업들이 현재의 대한민국 미술의 바탕이 되었다. 신세대 미술가들은 정치성과 결합하고 탈이데올로기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미술 작업을 이어나갔다. 정체성이 없는 미술 작업은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그들이었다. 그렇다면 현재를 이끄는 청년들인 MZ세대의 미술 작업은 어떨까. 그들은 개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업주의를 낮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두 선생님들은 그들이 경질적 가치를 꿈꾸기를 바란다고 소망하셨다. 20세기는 여성 미술가들이 외면받아야만 했던 극심한 시기였다. 이제 더는 여성 미술가들이 박절받는 시대는 아닌 것 같지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비롯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가부장제에 머물러 있다. <페미니즘 미술 읽기>와 <그들도 있었다>를 통해 한 책에서는 여성 미술가들의 인물 열전, 다른 한 책에서는 페미니즘 이론의 실천적 미술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미술 생태계에서 남녀 편차가 극심하게 드러나는 한국 미술의 현대화 시기, 즉 20세기를 성별에 따른 필터링 없이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려는 시도다. … 

105라는 수만큼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목차로 묶어 구성하는 것은 모순과 편차를 아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의 시기와 내용, 방법 등을 고려하여 10개 항목으로 분류함으로써 최소한의 갈피를 잡고자 했다. - P6


북토크기 있기 전 같은 건물에서 특별 기획전인 <차이의 미학> 전시를 보았다. <그들도 있었다>에 포함된 미술가들의 작품도 들어가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특별전 <차이의 미학>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주제로 한 전시다. 살아가면서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는 우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잊고 타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행한다. ‘다름’을 틀린 것이 아니라 다양성임을 깨닫고,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여정이 필요하다. 

전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김윤신, 데비한, 김순임 작가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김윤신 작가의 작품은 다양했는데 특히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합’과 ‘분’이 동양 철학의 바탕을 의미하듯 두 개체가 하나가 되고, 다시 둘로 나누어진다(그리고 반복)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의 정체성과 미술 재료(나무 등) 자체를 통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또 다른 작품인 <즐거움의 울림>이나 <내 영혼의 노래>는 동양의 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비상처럼 날개를 펼칠 수 없었던 여성들이 활짝 개화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듯한 느낌이었다. 


김순임 작가가 표현한 설치 미술은 <비둘기 소년>이다. 작가가 뉴욕 레지던시에서 동유럽 출신의 이민자이지만 건물 관리인 다니엘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건물에 들어설 때 항상 다니엘을 마주했지만 동료 작가들조차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다. 펠트와 깃털로 제작된 작품으로 다니엘이 소년이었을 때 길에서 음식을 주워먹고 연명할 정도로 어렵게 성장했다고 한다. 어른이 된 소년은 여전히 도시의 그늘처럼 존재한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풍경이 되어버린 도시의 비둘기, 건물의 풍경 같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은 이어진 존재가 아닐까. 



데비한 작가의 <비너스 상>은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고대 그리스 상을 표현했나보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상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보면 놀랍게도 모두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다. 눈과 코, 입술이 표현되지 않은 얼굴도 있고 오똑한 코의 얇은 입술을 가진 얼굴, 넓은 볼을 가진 코의 두터운 입술을 가진 얼굴, 뾰족한 코의 두툼한 입술을 가진 얼굴 등…. 작가는 해외에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느낀 차별에 대한 경험이 있었고 이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재료를 한국의 전통 재료인 도자기를 사용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미의 척도’인 비너스를 단일한 미로 표현하지 않고 다양한 미로 표현해낸 이 작품에 오래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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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08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하는 북토크에 다녀오셨군요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마침 전시회도 있어서 잘됐군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관심 가네요 저 책 나왔을 때 제목 본 듯도 합니다 스쳐 지났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2-10 10:56   좋아요 1 | URL
저도 북토크를 통해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라는 여성에 관심이 가서 저 책을 구입했어요. 읽고 나서 공유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희선 님. 무탈한 한주 보내세요~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갈아 내리고 의자에 앉았다. 어제는 모처럼 10시 무렵에 잠들었기 때문에 컨디션도 제법 괜찮았다. 


신문을 읽을까 했는데 그냥 회사 가서 읽자 생각하고 <백치> 뒷부분을 좀 읽었다. 한 사람을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순진함으로 비춰지고 또 어떤 이에게는 고귀함으로 비춰진다. 허나 순진함의 뒤에는 광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얼마 후 옆지기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큰일났어! 계엄령이야!"

"뭔 소리예요~?"

장난인 줄 알고 기사를 보았다가 이것이 현실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6시간 동안 벌어진 초유의 사건은 분명 현실임에도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 수가 있는지.

내가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 '계엄령'이 내려졌던 현실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온 세계의 뉴스는 TOP으로 이에 대한 기사를 타전했다.

출근하는 내내 옆지기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했다.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7월에 12.12에 관련된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만에 만난 현실은? 온 국민을 적으로 돌려버린 이 사태는 정말이지 더는 지금의 현실을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204035039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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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2-04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10시에 잠들어 다행입니다.
하도 황당하고 기가 차 밤새 잠을 못 잤어요.
정말 욕이 나오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4-12-05 21:54   좋아요 2 | URL
누가 그러더라구요. 10시에 잠든 게 신의 한수였다고^^;;; 너무나 웃픈 이야기죠.
너무 기가 차니까 오히려 헛웃음만 나오는. 페넬로페 님 그래도 어제는 잘 주무셨기를.

청아 2024-12-04 15: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일찍 잠들었어요ㅎㅎ 그래서 출근할때 기분이 ˝잉? 방금 뭐가 지나갔나?˝

거리의화가 2024-12-05 21:56   좋아요 2 | URL
청아 님 저와 비슷하셨군요. 저도 이미 사건이 끝난 뒤라 ‘뭐지? 이게 실화라고?‘ 당황스러움이 몰려오더라구요. 그리고 창피함이... 어디나 내놓기도 부끄럽습니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될 것을 생각하니 한숨만...
서울 한복판에 살던 사람들은 깨어 있었다면 밤사이 제대로 자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4-12-05 0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이라고 마음대로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찍 잠 드셨군요 그게 오래 가지 않아 다행이죠 그런 걸 국민들이 가만히 지켜 보지 않기는 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4-12-05 21:59   좋아요 2 | URL
그런 생각조차 하는 사람이었다면 저런 자충수를 두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_-;;;

- 2024-12-06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뭔가 피가 싹 빠지는 밤을 화면으로 보면서 보내다 새벽에 소식보고 잠들었어요. 윤과 전두환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 왜 반복하면 안되는 지를 이제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거..... 다행이구나...
화가님의 역사 공부를 옆에서 바삐 쫓아 읽으며, 응원 합니다. 좀 더 잘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4-12-08 10:20   좋아요 1 | URL
쟝 님 어제 여의도에 다녀오셨더라구요. 생각하고 정의를 위한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멋진 여성!!!
말씀하신 대로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반성할 기회조차 갖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국민들은 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지렁이 같은 국회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문제지!!!
좀 더 잘 읽어야겠다는 말 정말이지 동감합니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좋은 책을 잘 읽어야...
 

최근 산 것들을 모아서 나열해본다.

요즘은 집에 있는 책들도 제대로 못 읽고 있는데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에 무슨 책 구입이냐며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마을과 세계>는 이번 달 여성주의 읽기 책이고 <딕테>는 다시 나왔다는 것만으로 구입에 망설임이 없었다.
라투르의 책은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빌려서 읽었었는데 자꾸만 다른 책에서 언급되어 확인을 위해서는 구비해두어야겠다 싶어 사들였다.

여성주의 책과 커피는 땡투를 보냈다. 잘 받으셨기를^^

이번 달 독서는 여성주의 책을 제외하고 남은 한달은 도선생님 책 읽기만 해도 빡빡하지 않을까 싶다. 못 읽으면 어쩔 수 없고^^;

필라테스로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진전되어가고 있다고 말씀하실 때 기뻤다. 몸치, 방향치인 나도 이제는 운동을 알아먹는구나 싶어 운동이 헛은 아니구나 싶어서.

매년 소소하지만 트리 비스무리한 컨텐츠를 사들이곤 한다. 그러나 매번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올해는 좀 고민하다 벽걸이 형태의 소형 트리를 주문했다.
키링 몇 개 추가로 달고 방을 어둡게 한 뒤 전구를 켜니 꽤 근사한 느낌이다.
최소 이번 달 내내 함께 할 트리는 이걸로 가능할 것 같다.

날이 춥다가 푹하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그렇다 해도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오지 않은 만큼 추위에 약한 나는 월동 준비로 여념이 없다.
커피를 좀 줄이고 우롱차를 마시기 위해 우롱차 잎과 조그만 다기를 주문했다.
위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씩 늘려볼까 싶다.

독서 및 일상 생활을 위해서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느낀다. 모두들 건강하고 무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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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02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트리 근사한데요? 전 아직 한 번도 트리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젠 하려고 해도 둘 공간이 없어요. 벽도 없는데.. 트리가 좀 탐나네요.
12월에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거리의화가 2024-12-04 08:47   좋아요 0 | URL
얹혀 사는 아파트라 벽에 못 박기가 그래서 걸이 형태의 고정틀을 문에 달고 트리를 걸었거든요. 만약 공간이 마땅치가 않다면 이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님 이번 달도 독서, 달리기 및 일상 재미나게 보내세요^^

희선 2024-12-05 0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리 예쁘네요 작아도 성탄절 분위기 나서 좋을 듯합니다 한달 내내 보겠습니다 새해가 오고도 놔두어도 괜찮겠지요 거리의화가 님 운동하는 게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2-05 22:01   좋아요 1 | URL
트리가 따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서 참 좋더라구요. 불 켜놓으면 정말 예쁘답니다.
몸도 많이 굳어 있고 경직되어 있는데다가 근육을 써본 적이 없어서 초반에는 아주 간단한 자세조차 되지를 않았어요. 이제는 선생님께서 그래도 알아는 먹는다며ㅎㅎ 거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저는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희선 님^^
 

2024년 11월의 첫눈을 보았다. 폭설이어서 놀랐지만^^
수도권에 지내시는 분들 모두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수요일 오전만 해도 눈이 이리 많이 내릴 줄 모르다 회사에서 조기퇴근 경보가 내리고 나서야 ‘어버버‘ 하며 정신을 차렸었다.
그러다 목요일 오전 출근하려는데 버스는 1시간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버스 정류장 도로 앞은 엉망이어서(끌고 나온 자동차는 연신 헛바퀴를 돌고, 버스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광경이랄까) 연차라는 강력 수단을 쓰고 나서야 이 일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기후 위기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구나.

117년만의 11월의 큰 눈이라는데 이것이 첫눈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이번에 이렇게 큰 눈이 내린 이유는 서해의 수온이 2도 상승했던 것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욱 자주 있을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오늘은 사실 연차였고 어제는 부득이한 연차, 결국 2틀의 연차를 썼다. 물론 올해 남은 연차가 많아서(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쓰지 않으면 결국 날아갈 것이었기는 했지만.

오전에 해가 나고 파란 하늘을 보였을 때 비로소 좀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달 기록을 간단하게 해보겠다.

이번 달은 특히나 외근 및 출장이 잦았다.

대구, 인천, 경기도 광명시 등을 누볐고 이것을 여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달도 지난 달에 이어 억지로(?) 쉬어가는 달이었다. 책을 읽을 에너지가 있으려면 신체에 에너지가 있어야 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필라테스는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주였나 너무 바빠서 한 주에 한 번 수업만 진행해야 했던 날도 있었지만 주말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개인적으로 나가 복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선생님하고 할 때는 운동 효과가 있지만 혼자 할 때는 그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놓지 않고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도선생님의 <백치>를 읽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내일까지는 완독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계획했던 목표를 그것 이외에는 무사히 완독했다.

특히 세계철학사 시리즈를 드디어 마무리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근현대 시기의 역사에 관심을 두어서인지 아무래도 3, 4권을 읽으면서 특히나 찜해둔 철학과 철학자들이 많다. <방법서설>과 <성찰>을 읽은 것은 근대의 포문을 데카르트를 뜯어보기 위해서였다.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을 한다. 모쪼록 철학사에서 만난 각종 철학들 중 관심을 둔 철학에 시간을 들여서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큰 마음 먹고 신곡을 읽어낸 것도 수확이었다. 단테의 지식력에 혀를 내두르면서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쉽게 단정 짓고 마는 나의 성정을 반성하는 기회도 되었다.

다나카 미쓰의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읽었던 책을 계기로 더 열심히 읽어내는 계기가 되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매번 좋은 책을 뽑느라 고심하는 리더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요새는 책을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더욱 책 구입에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얼마 전 절찬리에 북펀딩을 마친 <딕테> 같은 책은 망설일 여지가 없다(북펀딩 명단이 그리 길 줄이야. 전율이 일었다).

12월 초에는 북토크를 위한 책을 읽어야 한다.
북펀딩을 했던 책이었는데 아직 읽어내지 못한 책이지만 이번 토크 신청자가 많았다는 걸 보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얻어낼 배움을 위해서라도 사전에 바짝 준비를 하고 가야겠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나라도, 세계도 어수선한 이때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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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29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없어질 연차라면 (보상 안해주나요?) 야금야금 다 쓰세요 화가님! 저도 이번주 출퇴근에 기운을 너무 뺐더니 힘들었습니다… 북토크 어떤 건지 알겠네요 ^^ 전 그건 뭔지 몰라서 신청 안했는데 화가님은 북펀드를 하셨군요!

거리의화가 2024-12-02 13:15   좋아요 0 | URL
작은 회사라서 보상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사라져버리는...ㅠㅠ 이번 달 생일 즈음해서 좀 쓰고 나머지는 상황 봐서 쓸 수 있을지 봐야죠. 연말인데 업체 사람들도 휴가 팍팍 쓰지 않을까 싶어서요^^;
북펀드로 책은 신청했는데 저 출판사에서 북토크를 한다길래 신청한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서 마감이 이미 되었다고 들었어요. 오랜만에 서울 북쪽 나들이를 하게 생겼어요ㅋㅋ

stella.K 2024-11-30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눈이 왔는데 나뭇잎은 아직 저리 붉고. 이번 첫눈은 정말 이례적이죠? 기상이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이러다 뜨거운 비도 내린다고 할까봐 걱정이예요. ㅠ
화가님도 건강하시고 남은 한 달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4-12-02 13:1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더워서 가을도 오래 가나 싶더니 눈폭탄이 급격히^^;;; 이제 모 아니면 도가 된 날씨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ㅜㅜ
잘 지내시죠? 이제 올해도 한 달이 남았네요. 건강하시고 무탈하게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자목련 2024-12-02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풍과 첫눈,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은 눈이 많이 안 왔어요. 화가 님, 건강 잘 챙기시고 연말 따뜻하게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4-12-02 13:1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말씀처럼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올해도 단풍이 예쁘지는 않았는데 그나마 기온이 높아서인지 오래 갔던 모양인데 갑자기 눈이 그 위에 내리니 이런 풍경을 낳았습니다.
아랫 동네는 정말이지 비 한 방울 안 내렸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아요. 모쪼록 무탈하게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세계철학사 4 - 탈근대 사유의 지평들 세계철학사 4
이정우 지음 / 길(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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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는 인간의 의미, 인생의 의미를 해명해온 역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이해는 곧 세계 인식과 맞물려 이루어졌다. - P709~710

철학적 사유는 세계와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유해왔다. 이는 곧 윤리, 정치, 법 등에 대한 사유를 뜻한다. - P715


작년 말 세웠던 큰 계획 중 하나였던 세계철학사 시리즈를 4권을 마무리하면서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끝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3권에서 근대성을 비롯한 칸트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었다면 4권은 근대성을 진단, 비판하는 것(탈-근대)에서 나아가 지금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분투한 다양한 현대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근대 철학의 본질주의와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한 극복을 위해 꺼내든 탈-근대적 사유들(근대 철학의 본질주의 및 결정론을 극복하면서 전개된 생성존재론, 근대적 실증주의 인식론의 한계를 극복해나간 규약주의 이래의 여러 인식론과 합리주의적 형이상학, 인간존재를 둘러싼 현상학, 구조주의, 생명철학 등 여러 결의 참신한 시각들, 그리고 유난히 어두웠던 20세기의 현실에 부딪쳐나가면서 전개된 여러 실천적 철학들 - P7)이 탄생하였다. 


생성존재론은 ‘존재’가 아니라 ‘생성’을 실재로 보고 결정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우연’ 개념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면서 형이상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생성존재론의 대표 주자는 베르그송이다.

베르그송은 피상적 현실에서 이성을 통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에 의해 생성이 폄하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생성되는 실재라는 것이다.

이후 들뢰즈와 바디우가 사건의 철학을 들고 나왔다. 사건의 철학이란 사건 개념을 사물 개념과, 사실, 사태, 사고 같은 개념들과 구분하는 작업이다. 

들뢰즈는 사건과 의미 사이의 연계성을 언어적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그는 사건(표현된 명제=의미)은 맥락에 따라 성립되고 자연과 역사 사이에 구분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바디우는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사유가 중요하며 자연과 역사, 존재와 사건 간에 분명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주장했다.


철학이 분화되어 나올 무렵 과학도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분화되었다. 실증주의는 근대 문명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으로 이론에는 증명(실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합리주의는 과학적인 성과가 쏟아져 나오면서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확장되는 합리성에 대한 비판으로 생철학, 의철학, 정신과학 등이 등장한다. 


분석철학은 논리적이고 언어적인 분석에 의한 형식성을 중요시했으며 앞선 생성존재론과 대척점에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일상언어를 형식화하려는 앞선 시도를 논리학에 의해 참/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표로 만들었다(그 많은 일상 언어를 표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러셀은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얻은 경험 데이터가  하나의 사실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경험적 주체’와 ‘선험적 주체’를 둘러싼 다양한 사유를 펼친 현상학을 말할 때가 되었다. 

후설은 현상학의 포문을 연 철학자이다. 그는 사물이 가진 실재성과 존재론적 가치를 현상에 부여하고 직관이 모든 인식의 기본 바탕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현실적인 것에서 이념적인 것을 구분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했다. 후설이 생각한 인식은 자기를 초월해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의식이다.

하이데거는 당대를 거슬러 존재를 사유하고 존재와 인간의 관련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그에게 ‘존재자’라는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존재는 존재자를 존재자로서 존재케 하지만, 존재자가 드러나는 그 순간 스스로는 그 드러남 아래로 숨는다(P382). 

사르트르는 개념을 파기하고 주체가 행동하는 것이 스스로를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마르크스를 만나고 나면 그의 철학은 ‘자유’적 대자존재에서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더하게 된다. 


구조주의는 합리주의의 또 하나의 형태로 데카르트의 이원적 구도를 삼원적 구도로 변화하는 시도였다. 현상이 실재(계)라면 구조(이미지)는 상상계(추상/상징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를 통한 의미를 계열화(수직화)하고 타인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라캉은 철학에 정신분석학적 인간 이해를 도입한 학자다. 그는 기호와 기표를 분명하게 구분했는데 기호는 누군가를 향해 무엇인가를 대리하는 것이고, 기표는 무엇인가를 향해 누군가를 대리하는 것이다(P461). 그는 거울 효과를 통해 우리는 자기 안의 타자성을 발견해야 하며 주체의 이중성과 욕망의 이중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푸코의 타자의 사유는 배제의 역학을 파헤쳐서 지식, 권력, 주체의 역사를 인식하고자 했다. 푸코는 배제, 감금, 수용 등의 구조를 통해 지식-권력의 관계를 분석해내고 주체의 존재, 행위가 문제화되는 순간에 대해 밝히려 노력했다. 레비나스는 포로수용소에서 생환한 기억 때문에 누구보다도 타자에 천착한 철학자였다. 그는 참혹한 비극 속에서 신체(에서 비롯되는 욕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설파했고 나아가 타자의 타자성을 존중하는 사유를 강조한다. 데리다는 유대인이어서 사유하고 저항했지만 자신에게 존재하는 배타성에 대해서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차별점을 나타냈다. 


20세기 정치철학은 세 갈래로 분화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인류의 기본 인권 신장과 물질적 풍요의 증진에 큰 공헌을 했고, 스스로의 위기를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돌파해나가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정성, 경제적인 것에 의한 사회적인 것의 파괴, 그리고 제국주의적 정복과 전쟁이라는 문제점들을 노정하곤 했다. 이런 폐해를 극복하고자 한 사회주의 특히 공산주의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동체의 평등을 지향하고, 추상적 개인이 아니라 실제 착취당하는 무산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를 꿈꾸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곳곳에서 심각한 참극을 야기했고, 무엇보다 권력의 집중에 의한 각종 폐해를 낳기에 이른다(P615~616). 민족주의는 가시적이고 ‘자연적’/‘본능적’인 성격을 띠기에 일반 대중에게는 더 가까이 다가온 이념이었다. 근대 국민국가가 상당수 민족국가였기에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아래에서 실제 움직였던 것은 민족주의였다. 그리고 이 민족주의는 또한 국가주의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민족주의가 국가권력, 군사적 권력에 의해 장악될 때 파시즘이 등장한다. 파시즘의 경험은 특히 극악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때로 민족주의가 긍정적 힘을 발휘하기도 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적 저항이라는 상황에서 피지배 민족에게 힘을 불어넣어준 민족주의이다(P617-618). 


4권은 특히나 현대를 이끈 정치 철학의 흐름까지 함께 엮어서 보니 세계 정치사적 흐름과 연관지어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베르그송과 계몽 비판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전체주의 비판의 한나 아렌트, 마르크스를 소환한 데리다, 그 반대편에 있었던 후쿠야마의 철학을 비교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디스 버틀러와 스피박도 언젠가는. 이 중 하나라도 파고드는 철학자가 나타날 수 있기를.

철학사의 흐름을 훓어보면서 내가 이론에 많이 취약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했다. 아무래도 이론적 철학보다 실천 철학에 더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었는데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는 어떤 사태를 보든 현실성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의 성향과도 연결된다. 철학(자들)을 만나는 일은 결국 내가 어디에 더 관심을 가지는지 들여다보는 계기도 되었다.


이렇게 탈근대 사유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으로 세계철학사 시리즈 읽기를 마무리한다. 결코 이해했다고 볼 수 없고 한 번 훓어보고 개념을 정리한다는 측면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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