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번의 학적 네트워크와 학당의 형성

번교 시습관에서의 ‘학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모습
학당이 형성되기 까지 나가오카 겐모쓰의 역할

당시 많은 사무라이는 수없이 존재하는 학습회 중 어딘가에 속하여 학문, 특히 유학을 공부했고, 또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번교의 동년배, 선후배 또는 사숙, 학습회의 동료 간에 인적 관계가 생겼고, 각자의 선생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갔다. 이처럼 학을 매개로 한 관계에서는 기존의 반 구미로 이뤄진 군사 조직이나 역직 조직보다 가격이나 신분을 상대화할 여지가 많았고, 학문 실력이 관계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했다. 이런 성격의 ‘학적 네트워크’가 19세기 전반 구마모토번에 광범하게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 P128

번 당국은 학문 교육을 통해 가신단의 규율과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학문을 통해 사무라이들이 정치화되는 것에는 큰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번 당국이 번교에서 정치토의의 금지 방침을 표명하는 것은 어느 번교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번 당국의 방침에 맞추어 대부분 번교들은 젊은 사무라이들의 혈기와 무례를 다스리기 위한 효제 등의 인성 교육이나 도시와 상업 발달로 인한 사치풍조를 교정하기 위한 절검 강조에 교육 방침을 두었다. 학문적으로는 훈고학적인 고색을 주로 하거나 사장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 P128

학당‘은 주로 번교 바깥의 사숙·학습회를 기반으로 발생했지만, 번교 내의 인맥이 번교 바깥에서 학당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경우도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번교 바깥에서 ‘학당‘이 발생했기 때문에 흔히학당‘과 번교의 주류 세력들은 학문적·정치적으로 대립되는 경우가많았다. 이 경우 번교를 중심으로 한 ‘학적 네트워크‘는 ‘학당‘의 개혁요구에 대항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 P129

‘학적 네트워크’, 나아가 ‘학당’에 가로급 인물 또는 그 자제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다. 막말 정치변혁은 하급 사무라이들이 번 질서를 정면으로 뒤집지 않고 번 권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는 형태를 취해 격렬한 소요나 많은 희생자를 내지 않고 진행되었는데, 이런 과정이 가능하게 된 배경으로 가로급 인물들의 정치적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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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김여정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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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두루 빛나는 마을. 보광동의 숨은 뜻이다.

마치 오가는 이들을 따뜻한 아랫목처럼 붙잡는 곳.

한남동 뉴타운 개발 예정 지역으로 보광동 마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콧날이 시큰했다.


이곳의 토박이 어른들은 6.25 전쟁을 온몸으로 겪었다.

폭격 소리가 무서워 비행기를 여전히 공포스러워하고

이웃 사촌 사이에 이념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던 피비린내 나던 상황들이 벌어졌다.

한강 다리가 폭파되고 집안이 풍비박산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제 나갔던 이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던 경험들을 겪었다.

누가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악몽, 환각.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배고픔과의 사투...

이 모든 것이 실제이다.


꽃언니 삼인방, 투덜이 스머프, 양키스, 박씨 아저씨. 기품 있는 철원 어르신, 성소수자들...

살아 있는 박물관 사연들을 마주했고 다른 곳에서는 손가락질 받으며 차별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보광동만은 이들을 받아주고 감싸줘서 보광동이, 그들의 삶이, 그들의 이야기가 봄날의 볕처럼 따뜻했다.

보광동에 살던 이들의 삶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서 어르신들의 몸과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셨다고 한다.

주민센터, 사랑방, 목욕탕 등을 비롯한 시설이 코로나 심화로 폐쇄가 되다보니 마음 나눌 곳이 없어진 탓이 크다.

코로나는 이렇게 마을의 남은 시간마저 쓸쓸히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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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묘 가신단의 내부 계층

시=사무라이: 지교와 기마가 허락되었고 집안도 유서 깊음. 가역과 가록이 세습됨
우마마와리 이상: 상급 사무라이(상사)
나카고쇼: 중급 사무라이(중사)
가치: 하급 사무라이(하사), 보병. 세습되지 않았음. 이무에 종사
아시가루 쥬겐 고모노: 졸병, 경제. 군속 담당. 평민층 간의 구분이 크지 않음

번교를 단순히 교육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려고 한다면, 사무라이 내부의 다양한 계층이 번교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관계로 존재하는지 살피는 일은 중요할 것이다. - P87

홍도관 체제가 기존 신분 서열에 기본적으로는 의존했지만, 훈도와 사장에 가치층 혹은 가치 이하 헤야즈미 등 비교적 낮은 서열의 자들이 다수 임명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들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교육, 지도했기 때문에 그 인품과 능력에 따라서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다. 정규 가신단 조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위를 홍도관 내에서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98

교원들이 표강석과 공자들과의 수업을 통해 번정의 실력자 혹은 장래의 권력자들과 친분을 형성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 것이다. 더욱이 강습생, 사장조차 강의를 매개로 그들과 접촉했다면 그 과정에서 신분이 낮은 이들 젊은 가신들과 번 상층부 인물들이 가까워질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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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2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대하 역사 소설 나올때
이런 신분 계급이 나오는데
일본이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상하 계급 구별을 한
견고한 구조의 계급 피라미드 사회고
이걸 당연시 여기는 일본인들에 충격 받았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2-22 09:0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번교라는 학교가 생기고 그 안에서도 철저하게 계급이 나뉘어서 생활하는 모습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고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번교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물론 조선이나 중국만은 못했겠지만 유학과 학문이 통용되고 그들끼리 토론의 문화를 펼치며 학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는 게 인상깊었어요.
 

얼굴과 몸에 가하는 폭력과 죽음

폭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너무 흔한 이미지를 생각했다. 나오미 울프가 이야기하는 폭력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피부 시술, 성형 수술, 유방 절제술, 음핵/난소 절제술, 지방 흡입술 등 성형외과 의사들은 돈벌이를 위해 철저하게 여성들을 이용한다. 윤리적 문제를 비롯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는데도 “그리 아프지 않아요.” “안전해요” 라며 거짓을 남발한다.

여성의 몸을 난도질해 그들은 철저한 이익을 얻는다. 나아가 여성들을 경쟁하게 만들어 분리시켜 놓는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 그러한 태도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으나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이 병약한 것을 숭배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 P352

과거에 자신이 여성이라서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성을 바꾸지 않는 한 치료할 길이 없으니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못생겨서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그것을 돈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 P356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이 아름다움의 신화가 몸의 기능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데 편승하고 있다. 남성의 허벅지는 걷기 위한 것인데, 여성의 허벅지는 걷기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성은 걸을 수 있어도 팔다리가 적절해 보이지 않으면 원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에 본의 아니게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이 자신이 아프다고 생각했듯이, 우리도 자신이 정말 기형이고 불구인 것 같다. - P363

대다수 남성과 여성은 40~60세까지가 권력이 가장 많은 인생의 황금기인데, 이때를 남성은 절정기라고 하고 여성은 퇴조기라고 한다(특히 이때 여성은 성적으로 절정기이고 남성은 퇴조기인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중년 여성과 남성의 건강 차이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신화의 인위적인 불평등에 근거한 것이다. 성형수술 시대에 허울로 "건강" 운운하는 것이 위선인 것은 아름다움의 신화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가 여성은 배고프게 살고 젊어서 죽고 아리따운 시체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67

본질적으로 여성적인 것(여성의 표정과 살갗의 감촉, 유방의 모양, 출산 뒤 피부의 변화)이 모두 추한 것으로, 추한 것이 질병으로 재분류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여성의 힘이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고, 이는 왜 그것이힘이 약해지는 것으로 재분류되는지 설명해준다. 여성의 삶에서 적어도 3분의 1은 노화가 나타나는 기간이고, 여성의 몸도 약 3분의 1이 지방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성을 상징하는 두 가지가 모두 수술해서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둔갑하고 있다. 여성이 나머지 3분의 2 기간에들 때만 건강하다고 느끼도록 말이다. "이상적인 것" 이 여성의 몸에 성적 특징이 얼마나 존재하지 않는가로 규정되고 얼굴에 얼마나 삶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로 규정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여성에게 이상적인것일 수 있겠는가? - P369

현대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은 못생겼다고 느낄 필요가 있는 여성의사회적 역할과 금전적 ·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시장점유율을 위해 광고하지 않는다. 그들의 광고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미용성형외과 산업의 급성장은 여성지에 광고와 기사가 나란히 나가도록 해 수요를 창출하는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 P371

성형수술 시대가 연 여성과 윤리적 공백 문제에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논쟁도 없다.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이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자기들은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군인도 아기를 죽이는 것은 꺼리고, 국방부도 독가스에는 선을 긋고, 제네바 협정은 전시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문명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고문인지 알고 그것을 비난할 줄 안다는 데 우리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아름다움의 신화는 문명 밖에 존재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의 신화에는 아직 한계라는 것이 없다. - P375

여성이 대부분 구할 수 있는 자료에서는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위험이 젖꼭지가 죽는 것이다. 페니 촐튼에 따르면 "유방수술은 어떤것이든 여성이 지금껏 즐긴 성적 자극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환자에게 중요할 경우에 대비해 의사가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어야 한다." 유방수술은 성감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성적 불구로 만드는 것과 같다. - P385

서아프리카에서는 음핵을 절제하지 않은 무슬림 처녀는 결혼할 수 없다. 그래서 부족의 여성이 살균 소독도 하지 않은 깨진 병이나녹슨 칼로 음핵을 잘라내어 출혈과 세균에 감염되는 일이 흔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거기서는 여성이 행위 주체다. 그러니 똑같이 여기서도 여성이 "자신에게 그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2500만 명에 이르는 여성이 성기가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 설명은 그러면 다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인데 말이다. - P386

건강한 몸은 고통을 피하도록 반사작용을 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의사고는 마취제처럼 감각을 마비시켜 여성을 물건처럼 만드는 능력이있다. 아름다움의 지표는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치를 계속높여 성형 과학기술을 뒷받침해준다. 성형수술 시대에 살아남으려면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고통을 느낄수록 우리가 차단해야 했던 정신적 경로를 재개하는 데 심리적저항을 느낄 것이다. - P395

탐구할필요가 있는 것은 신체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몸 그 둘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게 만드는 분위기,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이다.
우리는 지금 미용성형수술과 함께 무시무시한 새 시대에 들어섰다.
모든 제약이 사라졌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외관을 해칠 위험이 있어도그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미용성형수술과 관련해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이 지구 생물체의 균형에 일어나는 일 같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전환기에 있다. - P399

여성이 "아름다움"에 집착한다고 해서 이런 생명의 위협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여성은 아름답기 위해 고통을 감수할 뿐이며(여성이 고통 받는 것도 아름다우므로) 여성이 느끼는 고통은 단지 "불편할 뿐이다. - P402

여성은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에, 여성의 "아름다움"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제도는 어떤 수준의 폭력도 용인한다는 메시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낸다. 아름다움을 위한 투쟁이 여성의전쟁이라면 그것을 거부하는 여성은 겁쟁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전쟁을 거부하는 남성 평화주의자들이 겁쟁이 취급을 받듯이, "누가 미용성형수술을 두려워해?" 하고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은 비아냥거린다.
성형수술 시대를 사는 여성의 선택은 자유롭지 않고, 따라서 여성이 여성의 고통을 진짜 고통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P408

지방 흡입술은 2년마다 세 배씩 성장하는 미용성형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수술이다. 이러한 경향이 악화되어 절대 다시는 적절하다고 여길 수 없을 때까지 가기 전에, 지금이 뒤로 물러서서 죽은 14개의 몸에, 진짜 몸에, 인간에 주목할 때다. - P416

점진적 비인간화는 기록으로 충분히 입증된 분명한 패턴이 있다. 미용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몸의 어떤 부분이 살아 있어도 가치가 없다 느끼고 사회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대기 전반에 퍼져 우생학의 악취를 풍기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세계가 서양 민주주의에서 찬미해서는 안 될 생물학 지상주의에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 P420

미래가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확신할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여성이 계속 "여성" 의 범주에서 "못생긴" 범주로 이동해 수치스러운 나머지 조립 라인에서 대량생산되는 동일한 신체를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성이 압력에 굴복할 때마다 압력은 더욱 거세져 그것이 의무가 될 것이고, 결국 자존심 있는 여성은 고치지 않은 얼굴로는 감히 밖에 나가지 못하리라. 여기에 싸구려 병원까지 가세해 값싸게 여성의 몸을 난도질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음핵의 위치를 바꾸고, 질을 꼭 맞게 꿰매어 붙이고, 목의 근육을 풀고, 구역질 반사 기능을 없애는 것도 시간문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의사들이 몸속에 있는 기관을 볼 수 있게 투명한 피부를 개발해이식한 적도 있다. 한 목격자는 그것을 "최고의 관음증"이라고 한다.
이런 기계가 바로 문 앞에 있다. 그녀가 미래일까?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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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20 1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02-20 14:11   좋아요 4 | URL
미미님도 거의 막바지이시죠?^^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mini74 2022-02-20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쟁하게 만들어 분리시켜 놓는다.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2-02-20 14:13   좋아요 4 | URL
책의 내용 중 가장 와닿는 글귀였어요 아름다움의 신화가 결국 여성들끼리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전이며 분리를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여성들이 서로를 보듬고 인정하고 연대해야할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20 14: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제일 좋고 아름다운데~~
이 모든 것이 또 자본과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무수한 여성들을 희생시키는거죠^^
시댁의 조카 한 명이 계속 성형을 하더라고요^^본인은 만족하는데 제가 볼 때는 성형 후에 똑 닮아가는 찍어내는 얼굴 있잖아요^^
딱 그 닮은꼴이더라고요.
사실은 경쟁해서 분열시키고
분리는 커녕 똑같이 찍어내는 겁니다~~

거리의화가 2022-02-20 14:57   좋아요 3 | URL
네 철저한 자본의 논리 맞습니다! 여기에 이용당하고 놀아나지 말자라고 줄곧 생각했고 의식 중 하나라도 실천하자 느꼈답니다.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성형한 모습 보면 기계처럼 똑같은 얼굴 볼 때 놀랍고 안타까울 때가 많죠ㅠ 너무 씁쓸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0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군요??
축하합니다...이제부터 읽고 싶은 책 더 많이 읽으시겠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ㅜㅜ

거리의화가 2022-02-21 09:14   좋아요 2 | URL
역시 나무님 알아봐주시는군요...^^ 읽고 싶은 역사책들이 쭈욱 리스트에 쌓여있답니다. 남은 2월은 읽고 싶은 책들로 달려야겠어요ㅋㅋ
이번 달 여성주의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남은 분량도 힘내시길!

다락방 2022-02-26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산 책이 있답니다. 그건 조만간 페이퍼에서 언급할 예정입니다 절판 되어서 중고로 샀네요. 중고가 있어서 다행이지 뭡니까. 후훗.
읽느라 고생하셨고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밑줄 긋기 올려주신 것도 너무 좋아요. 이렇게 거리의화가 님이 읽고 계시고 이런 부분에서 인상적으로 느끼셨구나 해서 좋았습니다. 다음달에도 계속해요, 거리의화가 님!
 

집착하는 몸

나는 다이어트를 죽도록 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마지노선 같은 게 있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의식을 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땐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하고 저칼로리의 식사를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몸을 정상 범위에서 넘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로 보여지지만 대부분의 여성이 비만과는 거리가 멀고 마르거나 저체중의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다이어트에 목을 맨다.
보이는 매체에서는 언제나 날씬하고 마른 몸들이 나오고 주변 남성들은 거기에 대놓고 비교를 하며 핀잔을 던진다.
여기에 왜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지 곱씹어보아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다이어트는 너무 혹독한 것 같다. 이제는 청소년도 아닌가? 초등학교때부터 본인의 몸이 살이 찐 것이 아닌지 체크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성이 뚱뚱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뚱뚱한 것이 대중이 열정을 쏟는 주제가 되고 여성이 뚱뚱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신화 아래서는 여성의 몸이 우리 몸이 아니라 사회의 몸임을, 마른 것이 개인의 미학적 특징이 아니고 굶는 것이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것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마른 것에 문화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여성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여성의 복종에 집착하는 것이다. - P300

아름다움의 신화는 지방을 없애야 할여성의 쓰레기, 암 같은 것, 몸에 침투한 메스꺼운 오물 덩어리, 활성물질은 아니지만 겉보기와 달리 위험한 것으로 그린다. 그저 몸에 있는 물질일 뿐인 것을 이렇게 악마처럼 그리는 것은 그것의 물질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여성 혐오증 때문이다. - P307

반쯤 굶게 하는 이데올로기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무력화한다.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은 정신에서도 일어난다. 남성의 몸은 옳은데 여성의 몸은 옳지 않고 과거에도 줄곧 그랬다면, 남성은 옳고 여성은 그르다.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자신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라고 가르쳤는데, 굶주림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가르친다. 여성에게 "나는 뚱뚱한 내 허벅지가 싫어"라고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자신이 여성임을 싫어하게 한 것이다. 여성이 세상에서 경제적으로독립하고 일을 좌우하고 교육받고 성적으로 자주적일수록, 세상은 여성의 몸이 빈곤하고 통제할 수 없고 바보 같고 성적으로 불안하길 바란다. - P315

여성이 섹스와 음식, 육체를 모두 누릴 수 있음을 믿지 못하게 하는것은 건강, 남성의 욕망, 사랑스러워지는 법이 아니며 오로지 정치적이데올로기뿐이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이 이를 의문의 여지없이 받아들인다. 섹스와 음식, 육체를 풍부하게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세 가지는 서로 배타적 관계에 있다는 그 말을. - P321

여성은 거식증을 사회질서가 가하는 정치적 손해로 주장해야 한다.
사회질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여성이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것이 여성의 수치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사회질서의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이 죽음의 수용소를, 동성애자가 에이즈를그렇게 보듯이.
거식증은 포로수용소다. 잘 교육받은 미국 젊은 여성 5분의 1이 그곳에 갇혀 있다. 수지 오바흐는 거식증을 정치범, 특히 여성 참정권론자들의 단식 투쟁에 비유했다. 그러나 비유할 때는 이미 지났다. 거식증 또는 폭식증 환자라는 것은 곧 정치범이라는 의미다. - P332

아름다움의 포르노의 압력은 성취의 압력과 결합해 젊은 여성을 그들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내몬다. 자신의 성을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가지와 연결해 탐구하도록 한다. 아름다움의 포르노는 젊은 여성이 자신을 성적이면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려면 섭식장애가 불가피한 것처럼, 아니 바람직하기까지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 P340

청소년기도 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는 일이 최근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우리가 알기로는 4학년과 5학년에서도 다이어트가횡행한다" 라고 전국 거식증 및 관련 질병 협회 회장인 비비안 미한 Vivian Meehan은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중생 494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했지만 의학적 기준으로 과체중인 사람은 15퍼센트밖에 안 되었다. 아홉 살짜리들도 31퍼센트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했고, 열 살짜리들도 81퍼센트가 다이어트를 했다. - P342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강간당하거나 임신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그냥 지금 뚱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대 소녀들은 이것을 잘 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하라고 하니까. 그들은 결국 자기 몸을 풍경으로 만들어 얌전하게 길들이는 것이 어떤 종류의 야생보다 낫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에게 다이어트는 조심하는 것이고, 기아 수용소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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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0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지금 읽고있는 다이어트의 역사~ 랑 겹치는 부분이 많네요. 다이어트의 역사 읽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

거리의화가 2022-02-20 14:15   좋아요 2 | URL
다이어트 부분 많은 여성들이 은연 중에 너무 많은 자학을 가하는 파트인 것 같습니다. 책 이어서 읽으시면 공감 팍팍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