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구매한 책들을 공유해본다.
당일 배송이 아니고 출고일이 며칠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다 도착하려면 주말이나 되어야 할 것 같기에 책탑은 후에 공유할 것 같다.
가격들이 나가는 책들이 있어서 음... 무리한 것 같지만 뭐 읽으면 되지 생각하며^^;
책 욕심은 끝이 없다.





<파친코>를 읽으면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위치와 그들의 삶과 내면, 생활 공간에 대해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작년 말 발간한 사전으로 기존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 처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총서 4번째에 해당한다.
사전이라 역사 연구자나 전문가들이 참고할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공부의 범위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책일 거라고 예상해본다.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시기를 대상으로 하였고 재일조선인 단체 뿐 아니라 친일 단체 등 일본에 있었던 조선인과 관련된 단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미니님 서재에서 보고 이거다 해서 찜해놓은 책이었다.
애시당초 품절된 책이라 중고를 알아보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아서 겟했다!
꽤 오래된 책이라 시간이 지나서 상태는 썩 좋지 않고 책 내부가 칼라로 되어 있어서 뜯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봐야할 것 같다.
잠깐 봤는데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기대가 된다.


최근의 국제 정세를 보며 예전에도 그랬지만 중립지대란 점점 더 기댈 곳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소냉전으로 나뉘어진 극한의 대립 시기가 있었는데 한참이 흐른 현재도 세계는 이기주의와 인종,자국 강화주의로 점점 무장하는 형국이다.
최근 <역사비평>과 <역사문제연구>에서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분단 이후 제3세계의 중립 모색을 보면서 미뤄두었던 최인훈의 대표작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영토 피해, 물가 폭등, 기아, 난민, 바이러스 등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서라도.



동아시아라는 개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이 책은 동아시아가 서구 유럽 중싱의 시각으로 본 개념으로 보고 이 시각을 거부, 새로운 시각으로 한중일의 역사를 바라보자는 의도로 쓰여졌다.
기존에 동아시아사는 자체적 시선보다는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쓰여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동아시아 현대를 연 사건으로 임진왜란과 만주의 흥기를 들고 있다.
임진왜란은 많이들 알려졌지만 국제전으로 비화되었고 변방이라 생각했던 만주족은 점차 세력을 키워 중원의 핵심으로 성장해 청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출판사 알림신청 메일로 발간된 것을 알게 된 책이다.
너머북스 출판사는 역사 분야에서 좋은 책들을 꾸준히 내주고 있는지라 신간이 나면 항상 눈여겨본다^^;
요사이 경계라는 단어에 꽂혀 있는데 이 책은 중국 연변 조선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고찰했다고 보면 되겠다.
두만강 국경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근대가 태동했다고 보고 있는데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담고 있다.


잊혀진 재미예술가로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차학경 기사를 서재에 올린 적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서재친구분께서 <마이너필링스>란 책에서 차학경이 거론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었고 이후에도 간간히 서재에서 언급되는 책이라 찜해놓았다.
캐시박홍의 자전 에세이로 차별이 내면화되면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섬세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차별도 경계 짓고 구분 짓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찬가지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주문했다.



<냉전과 새마을>을 보면서 주석에 포함되어 있던 책들이다.
군은 한국현대사에 여러 모로 너무 깊숙이 관계되어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전쟁을 치루고 난 이후의 앙금들이 남아 있고 이념 갈등을 분열로 조장하는 정치 세력의 선동까지 이어지면서 안보는 한반도에서 뗄 수 없는 단어가 되었고 군은 자연히 이어지는 존재가 되었다. 북한 현대사는 2~3권 정도의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와다 하루끼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 포함시켰다.



스콧님, 미니님 서재에서 보고 찜한 책.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제야 아르테미시아를 알게 되다니 나는 이다지도 무지하단말인가.
아르테미시아는 17세기 여성 화가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할 때 그림을 그리고 붓질을 했다.
보통 여성 화가는 남성 작가의 조수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아르테미시아도 그런 절차를 밟았고 이 때문에 강간 피해를 입게 된다.
재능을 가졌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 무시 속에 수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아르테미시아는 그렸고 그려냈다. 그녀의 그림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미니님 서재에서 보고 찜한 책이다.
여성 예술가들의 활동은 있어왔지만 무지, 편견과 차별, 폭력 속에 잊힌 이름들이 되었다.
예술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어서 예전 집에 살 때는 전시회가 있으면 찾아가곤 했다.
음악이란 장르도 그렇지만 보는 눈을 키우려면 자주 들여다보고 찾아볼수록 좋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을 찾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 여성 예술가들의 더 많은 이름들이 찾아지길 바라며...



쿠폰과 적립금을 쓰기 위해서 이것도 주문했다. 
어차피 이달의 커피도 주문해야 하니...ㅎㅎ 근데 지난달 것도 아직 다 못 먹었다. 
코스트코에서 산 커피가 아직 남아서ㅠㅠ 

신맛이 덜하다고 해서 샀는데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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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5-17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셨네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계속 역사책 읽어 나가시는 모습이 멋져요**

거리의화가 2022-05-18 09:09   좋아요 2 | URL
네 페넬로페님^^ 아무래도 관심분야 책은 그득한 리스트들이 있어서ㅠㅠ 보관함의 책들이 아직도 몇백권이에요ㅜ 장바구니 비우기도 쉽지 않고ㅎㅎ 벼리면서 구매하는 중입니다^^*
역사 분야는 열심히 읽어나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들이 많아서 늘 신선합니다!ㅎㅎ 응원 감사드립니다^^

mini74 2022-05-17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동양신화 ㅎㅎ 북한현대사 궁금합니다 예전 동독출신분이 어릴 적 북한제 신발 신었었다고 하더라고요. 화가님 다양한 책들 즐겁게 읽으시길 *^^*

거리의화가 2022-05-18 09:16   좋아요 1 | URL
ㅎㅎ 미니님 덕분에 이번 달 책 많이 겟했어요!^^ 북한현대사 읽고 후기 공유하겠습니다. 북한현대사 개괄서 정도만 읽은지라 좀 더 다양하게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읽어보려구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5-17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이 문제인걸로~!! 화가님 많은 책을 업어 오셨군요 ^^ 책 욕심은 왜이리 끝이 없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역사 하면 화가님 입니다 ^^ 책탑 사진도 기대가 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5-18 09:20   좋아요 2 | URL
막판에 역사 분야 이외의 책들이 많이 들어갔네요^^ 품절이나 절판될까봐 미리 사두는 경우가 많아져서 책 구입이 늘어만 가네요ㅋㅋ 책탑 사진 후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많이 읽으시는 새파랑님 덕분에 저도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화이팅!
 
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태어난 곳이 고향이자 조국인 것이 무슨 의미일지 생각했다.

내 출신을 말하는 것이 불이익이 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
조롱과 멸시, 차별이 일상인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일본 뿐 아니라 원치 않게 타국에서 살아남아야 한 조선인들을 떠올려본다.
원하는 곳에 취업조차 할 수 없고 몇 가지 제한된 일에 얽매여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때론 분노가 때론 답답함을 일으키게 했다.
내가 살기 위한 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창호가 선택한 북한, 피비가 있는 미국, 선자 가족들이 뿌리내린 일본.
그들이 뿌리내린 그곳에서 그들은 어찌되었든 살아남으려 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본다.

노아가 친부의 정체를 알기 전 와세다 대학에서 교수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내가 대학을 선택할 때가 떠올랐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았다면, 내가 반항기가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는 내가 대학조차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었다. 여자가 공부를 해서 뭐하느냐면서 돈이나 벌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너무 상처가 되었다. 그렇지만 대학은 들어가고 싶었다.
성적에 맞춰 장학금을 받는 것이 가능하고 빠른 취업이 가능한 곳을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선택했으나 내내 후회가 되었다.

선자가 유미를 끌어안아주는 장면이 있다.
유미는 자신을 내팽개친 엄마를 용서하지 못했는데 그런 그녀를 선자가 고생했다며 끌어안는다.
그리고 모자수는 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가 모자수 곁에 더 오래 머물렀다면, 아이인 솔로몬과 함께 더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비록 가정이라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선자가 유미를 끌어안아줌으로써 이후의 비극이 그리 슬프지는 않았다.

솔로몬이 14살이 되어 거주증을 받으러 간 장면이 있다. 모자수는 이 거주증을 개목걸이로 표현한다.
관청 직원은 외국인 이민 규정 기록으로 중요한 것인데 모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을 시니컬하게 내뱉는다.
1952년 이후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들은 14살 생일이 되면 지방 관청에 가서 거주 허가증을 받고 3년마다 거주증을 갱신해야했다.
솔로몬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은 모두 이런 취급을 받았을 걸 생각하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솔로몬이 에쓰코 아줌마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장면이다.
에쓰코는 이전 결혼에서 낳은 자식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솔로몬은 그런 에쓰코를 진정으로 위로한다.
그리고 그런 솔로몬을 에쓰코도 꼭 안아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피비와 솔로몬의 갈등이다. 피비의 말은 구구절절 맞는 말 뿐이다.
피비는 자신의 미국 친구들에게 일본은 인종 편견이 가득한 곳이라고 했고 솔로몬은 피비가 일본에 갖는 인식이 부정적이고 일본에 사는 조선인의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분단 이후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은 북한 또는 남한을 선택해야 했다. 그들이 일본인이 된다는 것은 어려웠다.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인들이 피식민자 국민이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자신이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지.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이삭은 모든 것은 하나님이 의도한 바다라고 이야기했고 모자수는 파친코 게임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삶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어쩌면 고통일 수도 있다.
하긴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내가 하는 노력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자신의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 불쌍한 아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잘 들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이 나라는 변하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어.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공포에 떨고 있어." - P220

"미국에서는 강꼬꾸징韓國人이니 조센징朝鮮人이라는 게 없었어. 왜 내가 남한 사람 아니면 북한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갔고. 왜 일본은 아직도 조선인 거주자들의 국적을 구분하려고 드는 거야? 자기 나라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이야.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네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왜 너희 두 사람은 아직도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정말 이상해." - P314

선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한수도, 심지어는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속에서 다시 마주한 것은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그랬다. 선자는 그렇게 한 여자가 되었다. 한수와 이삭,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오는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가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 너머로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리 모른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었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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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6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목걸이라니 ㅠㅠ 출신 국적이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니 참 분노할 일이에요 ㅠㅠ 뒤늦게 파친코가 읽고싶네요 ㅎ헤

거리의화가 2022-05-16 18:13   좋아요 1 | URL
새로 나오는 판권으로 구입하실 수 밖에 없겠네요 중고가가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전 이 책이 개인의 삶도 삶인데 역사적 맥락과 얽혀져서 너무 안타깝고 슬펐어요. 미니님 감사합니다^^

2022-05-1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6-02 1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 소설이더라구요.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지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도 알 것 같아요. 잊어버리기 전에 저도 빨리 리뷰를 써봐야 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6-02 17:20   좋아요 2 | URL
네. 특히 2권에서 더 그걸 느꼈던 것 같아요. 외국인들도 주목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민족의 아픔 이런 것도 있겠지만 인간의 정서와 감정 측면에서 와닿는 것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상처를 보듬는 장면들 같은 거요. 괭님의 리뷰 기대됩니다^^*
 
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선자가 아버지 같은 사람 정도만 만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이삭도 선자를 끌어안았던 인물이긴 하지만 성에 차진 않는다. 

고한수는 느끼하고 음흉하며 겉과 속이 다른 유형이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고.

목사라는 작자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믿음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전형적으로 가부장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니.


선자와 이삭의 주례를 맡은 류목사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것에 대해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선자에게 용서를 강요한다. 

요셉은 일본 입국을 위해 빌린 돈을 회중시계로 갚았을 때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하지는 못할 망정 자신의 체면이 깎일 것을 생각한다. 

게다가 아내인 경희가 돈을 벌려 할 때마다 여자는 집안에 있어야 한다며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는 특히나 나를 화나게 했는데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였다. 


여동생은 나보다 훨씬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조카가 두 명 생겼고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돈이 항상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일을 한다고 말했는데 번번이 안된다고 거절당했다.

그녀는 조카들이 이미 다 컸지만 여전히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남자들은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면 문제라도 생기듯이 반응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선자의 삶도 그렇지만 경희의 삶도 순탄치 않다 느껴졌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소설이라 술술 읽힌다. 

책 초반에는 선자의 고향인 부산 영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이후에는 오사카의 코리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카이노에서의 조선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부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한 1910년부터 해방 후 1949년까지를 배경으로 하였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오타가 눈에 많이 띄여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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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14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이번에 부산 영도에서 독자들과 만나 함께 파친코 작품 읽는 기회를 가져 보신다고 ㅎㅎ
1부 속 이야기는 고구마가 한 가득일 정도로 답답 ㅜ.ㅜ

영상에서는 작품 속 악역들이 더욱 악랄하게 나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5-15 07:38   좋아요 2 | URL
2권까지 다 읽고 영상 보려구요^^ 영도 가서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이라니 더 감회가 새로우실듯하네요 진짜 1부는 고구마 한가득이었습니다ㅜㅠ 2부는 좀 나았으면

새파랑 2022-05-15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구매하려고 했는데 품절이더라구요 ㅜㅜ 중고는 엄청 비싸고 ㅜㅜ 역시 책은 살 수 있을때 사야하나봐요 😅

거리의화가 2022-05-15 16:54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새로운 판권계약이 되었다더군요^^;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요? 가격이 부풀려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얄타의 딸들 - 사라 처칠, 애나 루스벨트, 캐슬린 해리먼의 이야기
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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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회담은 막바지에 이른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사후 관리, 폴란드 정부 구성 협의 소련의 전쟁 참전 여부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회담의 주인공은 연합국의 지도자들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주인공인 얄타의 딸들은 애나 루즈벨트, 사라 처칠, 캐슬린 해리먼이다.
이오시프 스탈린의 딸이 아니라 소련 주재 미국 대사였던 애버럴 해리먼의 딸 캐슬린이 포함되었다.

여기서  애버럴 해리먼은 누구일까?
루스벨트는 1941년 2월 애버럴 해리먼을 무기대여 프로그램 책임자로 지명하였다. 무기대여 프로그램은 미국이 영국과 동맹국에게 전쟁 물자를 제공하고 영국은 종전 후 비용을 치르기로 정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미국이 직접 참전하면서 무기대여 프로그램이 소련에도 제공되었다. 1943년 가을이 되자 해리먼은 루스벨트의 제안에 따라 모스크바 주재 대사 자리로 임명되어 모스크바로 향했고 회담 전까지 이곳에서 근무했다.

회담 장소가 얄타로 선정된 것은 스탈린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소비에트 지도자들이 휴양으로 과거 황실이 소유했던 궁전을 자주 이용했던데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섬들 중 그나마 덜 파괴된 곳이었고 많은 인원들이 묵을 정도의 수용이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943년 11월 이른바 '3거두Big Three'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2전선을 펼치는 문제를 놓고 테헤란에서 회담을 가졌다. 당시 스탈린의 마음을 사기 위해 루스벨트와 처칠은 런던이나 워싱턴보다 모스크바에 훨씬 가까운 테헤란까지의 고생스러운 여행을 기꺼이 했다. 이번에는 스탈린이 두 사람이 편한 곳으로 오는 것이 공평해 보였다. 두 지도자는 지중해 지역에서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스탈린은 소련을 벗어나 여행하기에는 자신의 건강이 너무 안 좋다고 주장했다. 스탈린은 주치의들의 권고를 내세우며 소련 국경 너머에서 회담 갖기를 거절했다. 소련이 동유럽을 거의 장악한 상태에서 서방의 두 지도자는 전후 민주 세계에 대한 비전에서 스탈린보다 잃을 것이 많았다. 스탈린이 서쪽으로 가장 멀리 여행할 수 있는 경계는 흑해였다. 오데사부터 바투미에 이르는 흑해 연안의 여러 장소를 후보지로 검토한 다음 소련 당국과 미국은 얄타와 리바디아 궁전을 최선의 장소로 결론 내렸다. - P19~20

캐슬린은 어떻게 회담에 합류하게 된 걸까?
캐슬린은 해리먼의 막내 딸로 위로는 언니 메리가 있었다.
캐슬린의 부모는 그녀가 10살 때 이혼했고, 어머니였던 키티 러니어는 캐슬린이 열일곱 살 때 암으로 사망했다. 이후 에버럴은 마리 노턴과 재혼했는데 캐슬린은 다행히 새어머니하고도 잘 지냈다.
캐슬린은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러시아어를 배워 할 줄 알았다. 또 사업과 정부 일을 맡은 아빠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업 대리 운영을 맡기도 했기에 여러 명사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해리먼 가문은 사업으로 성공하여 엄청난 부를 지녔는데, 부를 과시하지 않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다만 그 절제 기준이라는 것은 당연히 일반인들 기준에는 한참 높은 것이라 생각되기에 논외로 하겠다^^;)
애버럴은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도 다니는 등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 모스크바에서 해리먼과 15개월을 함께 보냈고 이전에 런던에서 종군기자 생활을 2년 간 하면서 그녀는 얄타 회담에 참석하는 연합국 지도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존재였다.

런던과 모스크바에서 캐슬린의 생활에는 승마, 사격, 스키가 빠지지 않았다. 그녀의 새어머니는 당시 캐슬린이 '독신'인 점을 염려했지만, 그녀에게는 늘 열렬히 구애하는 남자들이 있었고, 그녀는 2주 전부터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남자를 만났다. 캐슬린 정도 나이에 여건을 갖춘 여자들은 대부분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캐슬린은 가정을 꾸리는 것은 나중 일이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 P41

해리먼과 캐슬린은 크림반도에 도착한 지 3일 후 해리먼은 처칠과 루스벨트를 만나 회담 사전 협의 참여를 위해 몰타로 갔다.
해리먼은 대표단 전 리바디아 궁전의 회담 준비를 캐슬린에게 맡겼다.

캐슬린이 리바디아 궁전에 도착해보니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모스크바 호텔에서 자재들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궁전은 벌레와 해충이 들끓고 벼룩과 빈대가 넘쳐났다. 이 때문에 등유에 DDT를 섞은 용액을 가구에 살포하고 침대포에도 DDT 가루를 뿌렸다.

사라 처칠은 전쟁 전에 연극 배우의 이력을 갖고 있었는데 연극 극단과 함께 순회공연을 하면서 아빠와 떨어진 시간이 길었다.
사라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연극배우인 빅토르 올리버와 결혼하기 위해 뉴욕으로 도망가자 부녀 사이는 냉랭해졌다. 하지만 전쟁으로 부녀는 관계 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영국 황실 공군의 여성항공대 소속 정찰 장교였기에 2년 간 몰타와 지중해의 항공 사진을 판독하며 근무하고 있었다.윈스턴은 1943년 테헤란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그녀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그녀는 똑똑했고 군사와 정치 현안에 이해도가 높았다.
그녀는 근무지인 런던 서쪽의 영국 공군 메드멘햄 기지로부터 특별휴가를 받아 아빠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사라는 예민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또래 소녀들과 활발히 어울리며 우정을 쌓지 못했다. 중요한 메시지는 메모에 적어서 전했다. 다른 가족들이 그녀의 과묵함을 놀리려고 하면 아버지는 바로 나서서 이들의 말을 가로막고, "사라는 조개처럼 자기 비밀을 내면에 간직하려는 거야"라고 했다. - P56

루스벨트는 신체적 제약이 있었기에 주변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테헤란 회담 때는 아들인 엘리엇과 사위인 존 보티거가 그를 수행했으나 이번에는 애나가 선택된 것이다.
애나 루스벨트는 다섯 자녀 중 장녀이자 외동딸로 이전까지 그녀는 아빠를 따라 나선 적이 없었다.
38세의 애나는 세 자녀가 있었다. 증권거래사인 커티스 달과 첫 결혼으로 얻은 10대 딸과 아들, 존과의 두 번째 결혼 후 낳은 아들이었다.
1944년 남편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로 군입대하자 애나는 백악관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그녀는 출장을 자주 다니는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면서 눈에 띄는 명사가 되었다.

외모를 떠나서 애나는 편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 P61

몰타에는 미국의 애버럴 해리먼, 해리 홉킨스 대통령 특별 보좌관, 에드워드 스테티니어스 국무장관과 영국 외상 앤서니 이든이 이미 와 있었다.
루스벨트는 2월 2일 미 해군 순양함 퀸시호를 타고 도착했다.

루스벨트는 회담 참석 당시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았다. 애나는 그런 루스벨트가 걱정스러웠으나 아빠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자 생각했고, 아빠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는 마지막 기회를 만들자 생각해서 따라나섰다.
애나는 아빠와 거리감이 있었지만 반대로 루스벨트는 딸 옆에서야 마음이 편했던 모양이다.

루스벨트는 애나와 같이 있을 때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애나는 여자로서 "다른 속셈을 품을 줄 모른다"고 루스벨트는 생각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한 봉사를 삶의 우선순위에 두었고, 특히 가족의 남자들이 차분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데 성심을 다했다.

캐슬린은 얄타회담에서 루스벨트를 처음 만났다.
스탈린은 1944년 10월 모스크바의 발레극장에서 만났었고, 처칠 가족은 이미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자국 대통령을 가장 마지막에 그것도 자국이 아닌 얄타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캐슬린은 회담 동안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파멜라 처칠에게 편지를 보냈다.
파멜라 처칠은 윈스터 처칠의 며느리로 러시아의 정치 사안과 인물들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언니인 메리에게도 자주 편지를 보냈으나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나 심경을 토로한 것이였고 회담 관련 이야기는 파멜라 처칠에게 전했다.  파멜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회담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뒷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2월 4일 스탈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그는 코레이즈궁 방공호에서 대표단의 도착 상황을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첫 일정으로 처칠이 머무는 보론초프 궁전을 방문했다.
처칠은 스탈린에게 독일 전선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헤어졌다.
이후 스탈린은 리바디아 궁전에서 루스벨트와 회동을 가졌다. 이는 해리먼이 몰로토프와 합의하여 마련된 자리였다.
처칠은 전후 소련 세력이 부상할 것을 경계한 반면 루스벨트는 서방과 소련이 공동의 적과 싸우기 위해서 연합해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도 루스벨트는 이를 강조하였고 스탈린은 전후 프랑스 하의 독일 점령 구역 문제에 대해서 고려가 필요하다고 한 뒤 둘은 대화를 마쳤다.

오후5시 3국 대표들이 전체회의를 위해 리바디아 궁전에 모였다.
비로소 연합국 지도자들과 참모들이 진행하는 첫 회의였다
3국의 지도자들 모두 각자의 군대가 독일군을 만나기 전 혼란을 극복할 합동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회의록은 볼런이 기록했다. (볼런은 루스벨트의 통역관으로 자리했지만 미 국무부 내에서 소련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다. )
루스벨트는 낙관적 미래를 그리고 있었으나 볼런은 스탈린이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언제든 자기 길을 가는 데 주저함이 없을 거라고 적었다.

2월 5일 전체회의는 오후에 리바디아 궁전에서 열렸지만, 매일 열리는 군사회담, 외무장관회담은 세 궁전을 돌아가며 열렸다.
분위기는 유쾌했으나 해리먼은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갈거라고 믿지는 않았다. 소련의 회담 패턴을 알고 있어서였다.

처음에 소련 측은 과도할 정도로 다정하고, 친절하고 협조적이며, 특히 중요성이 크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두 번째 단계에서 분위기는 급격히 바꾼다.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얼마나 상대의 입장을 배려했는가를 강조하면서 특정한 입장을 굽히기를 거절하고 무뚝뚝하고 거칠게 나오며 심지어 적대적 태도도 보인다. 그러나 협상이 끝날 때쯤이면 다시 유쾌한 친근감을 보이고 동맹의 힘과 협력 정신에 대한 건배를 거듭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로 손님을 보낸다. 소련 대표들은 이런 협상 전술의 대가이고 필요할 때마다 이를 동원했다. - P193

오후 전체회의가 진행되었다. 루스벨트는 전날 무척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오늘은 훨씬 나아보였다.
스탈린은 독일이 재무장하지 못하도록 독일을 완전히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칠은 독일의 역사, 문화, 경계를 연구하지 않은 채 무 자르듯 독일을 분할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루스벨트는 이 문제는 지금 논의할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스탈린은 독일 분할에 대한 조항을 독일의 최종 항복 조건에 추가해 넣는 정도로 만족한다고 의견을 피력했고 루스벨트와 처칠도 이에 동의했다.
다음으로 프랑스 점령 지역 문제였다. 루스벨트는 프랑스 자체에 관심이 없었지만 프랑스에게 점령 지역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에 스탈린은 주변 지역도 점령 지역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처칠은 프랑스가 독일을 관리하여 서방의 세력 균형을 맞추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소련 외무차관인 이반 마이스키가 이 때 나서며 소련이 독일군에 입은 피해가 막심하므로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칠과 루스벨트도 이는 인정했으나 이 문제는 외무장관회의에서 배상 문제를 따로 다루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스탈린은 자식 중에서는 아무도 회담에 데려오지 않았으나 최측근이었던 라브렌티 베리야는 데려왔다. 그는 크림타타르를 독일군에게 협력했다는 혐의를 씌워 강제로 이주시킨 장본인이었다. 회담장에는 그의 아들 세르고 베리야도 함께 왔다. 아들인 세르고 베리야가 맡은 역할은 소련 측이 설치한 도청장치를 운영하는 팀의 핵심 인물이었다.
회담장에서 이 도청장치가 늘 따라다닌다. 미국 측과 영국 측도 소련 도청 가능성을 짐작하고 찾으려 노력했으나 도청장치가 금속제가 아니어서 찾는 데 실패했다.

2월 6일 3정상이 평화 진작을 위한 국제기구 구성 문제와 폴란드 주권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 세 딸은 흑해 연안의 역사 도시인 세바스토폴을 방문한다.
세 사람은 세바스토폴의 참상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사라는 런던 대공습을 경험했고, 영국 공군에서 항공정찰사진을 분석하며 황폐화된 도시를 많이 봐왔는데도 세바스토폴의 처참한 광경과 인명 피해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기자였던 캐슬린과 신문 편집자였던 애나는 그동안의 경험 덕분에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캐슬린과 애나의 편지에는 전쟁 파괴의 범위가 신문처럼 상세히 서술된 반면 사라의 서정시적 관찰에는 감정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사라가 세바스토폴에 대해 엄마에게 쓴 서술은, 아버지 처칠의 설득력 있기로 유명한 산문과 인간 감정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 - P237

세 번째 전체회의에서 폴란드 문제가 제기되었다. 스탈린은 폴란드 문제는 소련에게 있어 안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처칠은 소련군이 서쪽으로 진격하면서 술을 마시고, 약탈하고, 강간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또, 현재 폴란드 루블린 정부는 폴란드 국민의 1/3도 대표하지 못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루스벨트는 지난 5백년 간 폴란드가 갈등의 진원지 였다고 말했고 처칠은 이에 이 갈등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루스벨트는 이날 회담에 불만이 생겨 스탈린에게 편지를 적어서 전달해 스탈린에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교회와 학계 인사를 포함해 국가 내 존경받는 폴란드 지도자 두세 명과 루블린 정부 대표 몇 명을 얄타에 오게 하여 루블린 정부와 런던 정부 간 중재자 역할을 맡기자고 한 것이다.

캐슬린은 2월 7일자 편지에서 회담의 진정한 전환점이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단한 환희가 있었어"라고 캐슬린은 친구에게 썼다. 그날 오후 회담에 돌파구가 열렸다. 지난해 여름 워싱턴 덤버턴 오크스에서의 회담, 여러 달에 걸친 서신 교환, 그리고 얄타에서 이틀에 걸친 토론 끝에 드디어 "엉클 조(스탈린)에게 덤버턴 오크스를 팔았어"라고 캐슬린은 썼다. - P286

루스벨트가 구상한 평화기구에 대한 합의를 방해하는 요인은 스탈린과 몰로토프가 소련을 구성하는 16 공화국 각각이 총회에서 한 표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서이다. 그날 오후 협상에서 몰로토프는 그 숫자를 2 또는 3으로 축소했고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가 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렀으니 두 나라가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도, 인도 투표권도 주자고 했다. 영국과 미국 측이 몰로토프의 제안을 수용할 뜻을 보이자 스탈린은 평화기구의 안전보장이사회 표결 원칙을 수용하였다.

그녀의 요원들은 해리먼 대사의 업적을 그의 매력적이고 예쁜 딸에게 열심히 전달했다. "너도 상상이 가겠지만 애버럴이 투수 역할을 맡았고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는 아주 고무적이야"라고 그녀는 파멜라에게 자랑했다. - P288

2월 8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폴란드의 자유선거와 전후 독일 문제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스탈린과 처칠의 전투로 루스벨트는 힘이 소진되었고 미국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자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
주치의는 상황을 캐치했으나 루스벨트는 그날 밤 스탈린이 주최하는 만찬이 예정되어 있었고 불참하면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추측한 소련에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하여 아픈 척 연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2월 9일 처칠이 폴란드 문제를 두고 스탈린과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세 사람은 마지막 오후를 함께 보낸다.
그날 오후 세 대표단을 최종 선언문에 동의했다.

사실 얄타회담은 결론적으로 논의한 것들이 뒤집히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탈린은 얄타협정의 대부분의 합의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힘들게 만들어진 국제연합기구인 UN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련은 차례로 동유럽 국가를 집어삼켰고 이들의 자치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도 않았다. 소련의 야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베트남,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 여성을 보며 지도자의 딸로서의 모습, 한편으로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생각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버랩된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제법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일단 지도자의 딸로서의 모습이다.
아무리 그녀들이 한 나라의 지도자인 수장의 딸이었다고 해도 정상들이 모이는 수뇌부 회담에 참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회담에 참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다.
결과적으로 세 명의 여성이 회담장에 자리하게 된 것은 굉장한 기회였고 그것은 그녀들의 삶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두번째로 개인으로서의 삶이다.
세 여성 모두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개인사들이 있었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아니 뭐야~ 이렇게 연결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막장스러운데 또 그녀들은 그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특히 부녀관계를 이야기안할 수가 없는데 루즈벨트는 회담 참석 전까지 애나와의 관계가 껄끄러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루즈벨트의 내연녀였던 루시가 큰 몫을 했다.
그래도 루즈벨트가 죽기 전에 애나는 아빠로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세 부녀 관계 중 사라와 처칠의 관계는 돋보였다. 회담 이전부터 둘의 관계는 좋았고 처칠이 죽을 때까지 사라는 아빠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은 회담에 참석했던 세 여성이 회담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그녀들의 삶에 주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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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3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얄타에 지도자들의 딸들이 참여했다니 이런 뒷이야기들 넘 재미있어요. 스탈린 딸은 오지 않았군요. 궁전 치우는 것도 넘 힘들었을거 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리의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5-14 09:07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런 뒷배경이 있는지 몰랐어요. 스탈린은 딸(스베틀라나)에게 무관심한 편이었고 스탈린의 엄마는 6살 때 자살했는데 이 사실을 16살 때 알았다고 하네요-_-; 그리고 그녀의 연인을 스탈린은 강제노동수용소에 보내버렸다는... 이를 비롯해 뒷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여기 다 적기엔 너무 많더라구요^^; 궁전 치우는 거 장난 아니었을 것 같고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2-05-14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스벨트 딸의 인생이 굉장히 드라마틱 했죠.
미국에서 퍼스트 도어터 중에 가장 진취적인 삶을 살아서 자주 화자 되었고 관련된 다큐도 많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부분이 넘, 적어서
섭섭 ㅎㅎㅎ


푸틴은 자기 자신, 혈육은 끔찍하게 아낀다는뎅

거리의화가 2022-05-14 18:40   좋아요 3 | URL
네 말씀하신대로 회담 이후 세 여성의 삶을 소개합니다만 사실 그러기엔 한 장의 내용이 다라 적긴 합니다 얄타회담에서 그녀들이 한 역할에 주목을 해서 그런 것 같고요. 스탈린과는 다르게 푸틴은ㅎㅎ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인류도 사랑해야할터인데-_-

mini74 2022-06-10 0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 이런 역사의 뒷이야기 넘 좋아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0 08:5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새파랑 2022-06-10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요즘 폭풍독서 모드 이신거 같아요. 당선 축하 드립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0 11:13   좋아요 3 | URL
ㅇㅎㅎㅎ 새파랑님이야말로 열혈독서중 아니신가요?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청아 2022-06-10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약 조절로 협상을 하는 당시 러시아를 보니 국제적 관계에서
힘겨루기가 주요하다는 걸 짐작케 하네요.
소재도 독특한데 얄타의 딸들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한 인물들, 사건들과 얽혀서
더 재미있으셨을 것 같아요!! ㅎㅎ
거리의화가님 당선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6-10 12:59   좋아요 2 | URL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외교적인 싸움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당시에 강대국이라고 소위 불리는 국가들은 이 중요성을 철저히 이용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대한민국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은 하수 전략이고 치고 빠지는 전략이라던가 더 나은 전략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 참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사건의 이면을 뒤흔든 인물들의 이야기라서 좀 더 다각도로 사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네요.
감사합니다^^

scott 2022-06-14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타의 딸들이 화가님에게 선물을!

화가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4 06:3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캄사합니다^^* 어제 자기 전에 스콧님 안보이시네 했는데 떡하니 나타나셨네요ㅎㅎ 스콧님도 추카드립니다!
 

성, 섹슈얼리티, 재생산은 개인과 사회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구조화하는 하이테크 신화 체계의 중심에 있는 행위자들이다.

신기술은 로절린드 페체스키Rosalind Petchesky(1981)가 분석한 "사유화privatization" 형식에 깊이 연루된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사유화 형식에서는 군사화, 우익의 가족 이념과 정책, 기업 (및 국가) 자산을 더욱더 사적인 것으로 정의하는 현상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상호작용한다.

신기술은 기아 및 세계의 자급 식량 생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이 레서 블럼버그Rae Lessor Blumberg(1981)는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자급 식량의 50퍼센트를 생산한다고 추정한다.

신기술의 사회관계가 지닌 또 다른 결정적 측면은 거대 과학기술 노동력을 위한 [삶의] 기대치· 문화 ·노동·재생산이 재형식화되는 현상이다. 심하게 양극화된 사회 구조의 등장은 사회·정치적으로 중요한 위협이 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정치가 적절한 형태가 되려면 특권화된 직업군,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의 담론·과정·대상을 생산하는 과학기술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상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페미니즘 과학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중요하다.

지배의 정보과학이 갖는 특징을 서술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데 종종 실패하여 불안정성과 문화적 빈곤이 크게 강화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방법이다. 이 그림의 상당 부분은 과학기술의 사회관계와 엮여 있으며, 과학기술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정치가 긴급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이테크 문화로 형성된, 통일성이 분열되는 현상에 대한 양가감정은 우리가 의식을 "탄탄한 정치적 인식론을 정초하는 명쾌한 비판" 대 "조작된 허위의식"이라는 범주로 분류하는 대신, 막강한 잠재력을 지닌 쾌감이나 경험 그리고 역량의 출현을 섬세하게 이해함으로써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기를 요구한다.

나의 몸과 마음은 페미니즘 운동뿐 아니라 2차 대전 이후의 군비 경쟁과 냉전에 의해서 역시 구성되었다. 현재의 패배보다 정치가 발휘하는 모순적 효과에 주목하면 희망을 품을 이유가 더 많아진다. 체제를 옹호하는 미국 기술관료technocrats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한 정책이 반체제자를 양산해내기도 한 것이다.

완벽하게 진실한 언어를 향한 꿈, 경험을 완벽히 충실하게 명명하는 가능성을 향한 모든 꿈과 마찬가지로 공통 언어를 향한 페미니스트의 꿈은 전체주의적이며 제국주의적인 꿈이다. 모순을 해결하려 하는 변증법 역시 그런 의미에서 꿈의 언어다.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 및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서구 로고스의 체현인 (남성)인간이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사회관계를 통해 불가피해진, 강력하고 금기시되는 융합에서 체험하는 쾌감에 주목하면 페미니즘 과학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들은 유기체적인 것을 옹호하면서 기술적인 것과 대립시킨다. 하지만 그들의 상징체계 및 그와 연관된 생태여성주의 및 페미니스트 이교 신앙paganism 속에 넘쳐나는 유기체주의는, 20세기 후반에 적합한 ‘대립 이념’이라는 샌도벌의 용어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들은 기계나 후기 자본주의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사이보그 세계의 일부다. 하지만 유기체와 기계의 구분을 비롯해 서구적 자아의 구조를 만드는 깔끔한 구분선이 무너지면서 출현하는 독특한 가능성을 단호히 포용할 때, 페미니즘은 엄청난 자원을 얻게 된다. 붕괴의 동시성은 지배의 기반에 균열을 내면서 기하급수적인 가능성을 연다.

"유색인 여성"은 과학 기반 산업에서 선호되는 노동력이며 전 세계의 성 시장, 노동 시장, 재생산 정치의 만화경을 일상으로 도입하는 현실의 여성들이다. 성 산업과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 고용된 젊은 한국 여성들은 고등학교에서 모집되고 집적회로를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

사이보그 정체성이란, 오드리 로드의 "생물적 신화학biomythography"인 《제이미Zami》 (로드 1982; 킹 1987a, 1987b)가 서술하는 복합적인 정치?역사적 층 속에 퇴적된 "아웃사이더" 정체성들을 융합하여 합성되는 강력한 주체성이다.

글쓰기는 식민화된 집단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 원시적 사고방식과 문명화된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서구 신화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해왔고, 더 최근에는 일신론적·남근적·권위주의적·단독적인 작업, 즉 유일하고 완벽한 이름을 경배하는 서구의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phallogocentrism를 공격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거쳐, 문제의 이분법들이 붕괴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글쓰기의 의미가 걸린 씨름은 현대 정치 투쟁의 주요 형식 중 하나다. 글쓰기 놀이의 해방은 더없이 진지한 문제다.

페미니스트 사이보그에게 가장 결정적인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 기원 설화는 글쓰기 기술 세계를 쓰는 기술, 즉 생명공학 및 전자공학 안에 구축된 채, C3I의 격자 위에서 우리의 신체를 코드의 문제로 텍스트화했다. 페미니스트 사이보그 이야기의 과제는 소통과 통신을 재코드화해서 명령과 통제를 전복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무엇보다 사이보그의 기술로,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글자판이다. 사이보그 정치는 언어를 향한 투쟁으로, 완벽한 소통에 대항하며, 모든 의미를 완벽하게 번역해내는 하나의 코드, 즉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는 중심 원리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사이보그 정치학이 소음을 고집하며 오염을 긍정하고 동물과 기계의 불법적 융합을 기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결합은 남성Man과 여성Woman을 문제 삼고 언어와 젠더를 생산한다고 상상되는 힘인 욕망의 구조를 전복함으로써 자연과 문화, 거울과 눈, 노예와 주인, 육체와 정신이라는 "서구의" 정체성이 재생산되는 구조와 양태를 전복한다. "우리"는 본래부터 사이보그가 되기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택은 "텍스트"가 널리 복제되기 이전 시대의 개체 재생산을 상상하는 자유주의 정치와 인식론을 정초한다.

서구 전통에서는 특정 이원론들이 유지되어왔다. 이 이원론 모두는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 ?간단히 말해 자아를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라고 동원된 타자 ?로 이루어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논리 및 실천 체계를 제공해왔다. 이 골치 아픈 이원론에서는 자아/타자, 정신/육체, 문화/자연, 남성/여성, 문명/원시, 실재/외양, 전체/부분, 행위자/자원, 제작자/생산물, 능동/수동, 옳음/그름, 진실/환상, 총체/부분, 신/인간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 지배되지 않는 주체the One이며, 타자의 섬김에 의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자아다. 미래를 쥐고 있으며 지배의 경험을 통해 자아의 자율성이 거짓임을 알려주는 이가 타자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율성을 확보하고 막강해지며 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주체됨은 환상이며 그 때문에 타자와 함께 종말의 변증법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타자됨은 다양해지는 것, 분명한 경계가 없는 것, 너덜너덜해지는 것,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는 너무 적지만 둘은 너무 많다.

하이테크 문화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 이원론들에 도전한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서는 누가 생산자이고 누가 생산물인지 불확실하다. 코딩 작업으로 구성되는 기계에서는 무엇이 정신이고 무엇이 육체인지 분명치 않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생물학 같은) 공식 담론과 (집적회로 속 가사 경제와 같은) 일상적 관행 모두의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이보그, 하이브리드, 모자이크, 키메라임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적 유기체들은 생체 시스템, 다른 기계들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되었다. 기계와 유기체, 기술적인 것과 유기체적인 것에 관한 공식적 지식에서 근본적·존재론적 분리는 없다.

페미니즘 SF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괴물들은 남성Man 및 여성Woman이 등장하는 세속적인 소설과는 사뭇 다른 정치적 가능성과 한계를 정의한다.
적이 아닌 모습의 사이보그 이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여러 결과가 생겨난다. 우리의 몸들, 즉 우리 자신인 몸들은 권력과 정체성의 지도다. 사이보그도 예외는 아니다. 사이보그 신체는 순수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부활이 아닌 재생을 요구하며, 우리를 재구성하는 가능성에는 젠더 없는 괴물 같은 세계를 바라는 유토피아적 꿈이 포함된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heteroglossia 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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