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이어서

4,5장

전문성의 회로를 구축한 사람들은 전 세계의 견해를 취합할 수 있고, 현지화된 ‘사실들‘을 비교, 시험, 확인하며 상호작용도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널리 전파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문성의 회로는 얼핏 식민주의를 행한 서구인들의 전유물처럼 보였지만, 알고보면 과학과 전문 지식을 통해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와 지식인들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국적 과학에 대한끌림도 기술적 발전이 앞선 적에 맞서 자기방어를 하려는 의식과, 보편적 과학 프로젝트의 개념에 매료되는 것, 그 두 가지 모두에서 나올 수 있었다. - P1044

초국적 전문인 공동체들에 의존하고 그들의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는범세계적 현상으로, 동서양 담론의 경계를 넘어서고 자본주의, 기업주의, 사회주의, 국가주의 (혹은 ‘국력 강화‘가 조금 변형된 것)라 불러도 좋을 정강들 사이의 경계마저 흐리게 한 일종의 ‘공유 개발 프로젝트shared developmentalist project‘였다. - P1045

육지측량과 과학적 작업은 19세기 말 국민국가들의 야망이 전 세계를 알기 쉽게 표현할 방법을 찾던 전문성 담론과 뒤엉키면서 급속도로 늘어났다.
광범위한 삼각측량에 수반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었고, 체계화되고 단일한 통계적 지식 개발에 강한 흥미를 보이는 것도 국민국가뿐이었다. - P1050

세속적 과학자들은 그런 식으로 인간사와 자연사를 조명했다. 그러다 때로는 그들의 활동이 유적지 약탈, 유물의 전용, 지정학적 위치 설정은물론, 심지어 학문의 이름으로 약장수 노릇을 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졌다. - P1052

세계 어느 곳에서 출현하든 산업화와 통상이 도시적 삶의 가속화를 촉진하고, 도시들을 결합시켜 주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새로운 ‘글로벌 도시들‘이 이동 중에 유입되었거나 재류 노동자, 상인, 기업인으로 주변 지역의 인구를 늘려 준, 다양한이주민의 물결로 강조된 세계주의cosmopolitanism를 만들어 냈다. - P1074

도시의 ‘세계성’과 ‘지방성‘은 다른 초국적 운동과 마찬가지로 대립적이기보다는 상호 구성적 관계에 있었다.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가 "초국적 도시화transnational urbanism"라 부른 것에도 이주민, 난민, 운동가, 기업가, 단체들을가진 도시들, 다시 말해 초국적 영역을 만들고 시행한 지방화된 곳으로서의도시들을 가장 두드러지게 묘사했다. 201 빌려 온 형태, 지방적 관습, 다양한 초국적 네트워크의 결합은 이렇듯 비록 지역에 따라 실행된 방식은 달랐지만 모든 곳의 도시 생활에 영향을 주었다. 도시적 초국주의가 이 단락을 관통하는 주제의 좋은 사례가 되어 차별화된 공통성 속에서 표현방식을 찾아낸 것이었다. - P1078

그 시대의 다른 전문성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비록 보건 전문성의 흐름은인종과 문화의 서열을 주장할 때도 있었지만 보건 전문가들도 결국은 제국주의, 민족주의, 지역적 열망, 초국적 이상에 다방면으로, 그리고 또 종종 동일하게 기여한 것이 된다. 반면에 기금의 수혜자들 또한 그 방법을 무시하거나, 저희 목적에 맞게 전문성의 흐름을 바꾸거나 적합시켰고, 그에 따라 지역이받은 영향에도 큰 차이가 났다. - P1087

같은 맥락에서 19세기 말의 한one 세계주의, 초국적 결합, 그리고 과학과공학의 비정치적 네트워크에 가졌던 도취감이 설령 제1차 세계대전 뒤에 잦아들었다 해도, 상호 연결된 초국적 네트워크들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것은 물론 심지어 번영을 이루기까지 했다. 과학, 공학, 치료 공동체들 내에 구축된 이 ‘연성‘ 네트워크들은 케이블, 전화, 철도, 원양 정기선의 ‘경성‘ 네트워크들 못지않게 세계 전역에 확고히 걸쳐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그 흐름들이 전달한 의미는 복잡하고 때로 모순적이기도 했지만, 초국적 지식 공동체가 범세계적으로 미친 범위와 중요성은 폭넓은 공통성과 지방화된 변이둘 다를 만들어 내면서 발전을 지속해 갔다. - P1089

선형적 목적론을 중심으로 편제된 그 시대의 오래된 역사는 진보라 불리는 진화적 미래를 지향하는 과학과 이성의 합리적 문화를 가진 서구 제국의범세계적 확산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녔다. 그런데 그 관점을 가진 서사 구조도 근래의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 P1091

대개는 정부에 고용된 채 과학적 발견에 대한홍보도 열심히 하고, 식민주의적 영토권 주장도 서슴지 않았던 19세기의 탐험가들과 달리 20세기 초의 새로운 탐험가들은 팔릴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찾아다녔다. - P1093

오락의 흐름은 오히려 초국적이면서 때로는 - P1103

동시적으로 퍼져 나갔다. 신문, 이주, 여행, 그다음에는 영화가 예능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것이 전 세계로 확대되어 서로 간에 모방하고 전보다 더 호화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 이득을 취했다. - P1104

소설, 선정적 언론, 영화 속의 모험가들은 전 세계 일반 대중에게 좁아지는 세계의 환상을 심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수의 사람에게 여행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익숙한 환경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어 보이는 요소를 인지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값싸고 빨라진 교통체계 또한 여행의 기대감을 높여 적어도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중 여행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 P1117

초국적 공간 내에서 소비자 주도의 문화 특성들이 혼합된 방식은 여러 가지로 묘사될 수 있다. 하나의 문화를 잃는 동시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동화assimilation로도 표현될 수 있고, 타 문화 요소를 선택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배합 문화를 만들어 내는 혼성화hybridity로도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보다는 언어학에서 쓰는 부호 전환code-switching이라는 용어를 쓰려고 한다. 그것이 초국적 대량 소비자 이미지들로 구성된 문화에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해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252 다국어능통자들이 특정 시기에 생소한 언어의 낱말들을 들먹이며 상대방을 혼란시키는 전략을 쓰듯, 소비자들 또한 어느 주어진 시기에 상이한 문화적·정치적의미들을 뭉뚱그려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부호 전환의 전략을 쓸 수도있는 것이다. - P1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부 ~ 이어서

3장 전시의 교점들

세계 여성운동에 투사된 각종 열망에는 올바르거나 타고난 성 역할과 관련된 다양한 인식이 반영되었다. 남성성과 여성성, 적절한 성에 대한 정의도물론 나라마다 크게 달랐다. 범세계적 네트워크가 지방화된 관습에 개입함에 따라 인지된 성적 차이와 성적 태도에서 나온 결과가 매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하거나 도전을 받지도 않았다. 남성성에 대한 담론이 대개는 군사력의 위협과 결합된 호의적 온정주의의 수사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 좋은 예다.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대다수 여성 조직 또한 합리적이고 독단적으로 보인 남성성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정생활의 극단적 형태를 옹호함으로써 제국의 남성적 투사에 동참했다. 반면에 새로운 범세계적 연계는 심지어 제국적 영역에서도 식민주의의 양편에 놓인 사람들이 - P1002

만나 전반적 사회 가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의 대안이 될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들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므로 초국적 공간 내에서는 페미니즘과 동성 결혼도 완고한 성 규범에 맞서기 위한 자양분을 얻을 수 있었다. 세계주의cosmopolitanism는 이렇듯 제국적 관계와 다른 위계적 관계에 내재된 남성성 담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앤 스톨러가 적시한 것처럼 성별역할에 대한 기대와 친밀감 영역의 문제가 제국주의 정치와 세계 정치의외곽이 아닌 그 중심에 놓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 P1003

초국적 연대는 거의 예외 없이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사이에 긴장을 조성한다는 것, 그리고 초국가적·국가적·제국적·지방적 영역이 별개의 장소가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동시에 모여 사는 장소들이라는 관점이다. 범세계적 흐름과 개인도 그안에서 지방화된 변이를 생성해 내고, 지방화된 변이는 역으로 범세계적 흐름과 개인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전송선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흐르다가 서로 간에 마찰을 일으키면서 상호 구성적 존재임을 드러내듯이 말이다. - P1003

세계 박람회는 지방과 국가의 자긍심을 전달하는 수단, 평화와 국제주의의 이상을 알리는 통로, 식민주의의 위계가 내재된 구조, 전문 지식의 공유와문화 교류를 할 기회, 새롭게 통합되고 ‘근대화된‘ 국가들이 자국을 규정할 수있는 장소, 피식민지인들이 그들 국가의 형상을 그려 갈 수 있는 곳으로 간주되었다. 박람회들은 간혹 의미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 그 모든 요소를 함유했다. 세계 박람회들에서 제시된 근대성이 박람회 후원자들이 애초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 P1025

간혹 인기 끌기식 전시가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다. 1897년 로버트피어리 Robert Peary가 탐험 과정에서 자연사박물관의 연구용으로 에스키모 여섯 명을 뉴욕으로 데려와 지하실에 가둬 놓았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죽자 박물관 측은 함께 잡혀 온 그의 아들 미닉Minik에게 유해를 인도하지 않고 전시용박제로 만든 것이다. 미닉도 1918년 뉴욕에서 인플루엔자에 걸려 숨졌다."
박물관 수집물을 정리하는 솜씨가 능력을 나타낸 것이라면, 다른 종족의수집물을 약탈하는 행위 또한 그에 못지않게 상징성이 짙은 도전이었다. 서구가 약탈한 베이징의 원명원만 해도 19세기 중엽에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 가운데 하나였으니 말이다. 물론 원명원이 서구 전통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박물관은 아니었다. 그러나 원명원 내의 사원, 화랑, 홀에 들어찬 값진 고기와 미술품들이 지닌 상징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불러도 틀린 말은 아 - P1028

니다. 경내 정원에도 중국 남부의 멋진 풍광이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그런데 1860년 프랑스와 영국의 연합군이 원명원에 침입해 약탈과 방화를 저지르고, 귀중품들을 탈취해 간 것이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목적은 물론 중국인들의 콧대를 꺾고 응징하여 나라 전체에 절망감을 확산시키고, 청조를무력화하려는 데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중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상처를 남겼다. - P1029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친근한 식물을 들여와 익숙한 방식으로 정원을 가꾸면서 낯선 곳에 사는 것의 위안을 삼음에 따라 원예 활동도확산되었다. 원예학회와 순화학회도 정착 식민지의 농부들과 더불어 제국주의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 그들은 땅을 활용하거나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을소개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제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 대륙과 환경으로부터 또 다른 대륙과 환경으로 표본들을 보내고, 새로운 종들을 차용하며 적응시켰다. - P1029

식물의 수집과 보급은 문화를 연결해 준 범세계적 협력과, 상호작용을 하는 네트워크의 수립에 의존했다. 외지 수집가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식물들의 생육 장소, 특성, 가능한 증식법, 잠재적 활용가치 등을 아는 사람은 지역민뿐이었다. 그러므로 식물을 이해하는 현지인의 문화 전통이 유럽에서 분 - P1032

류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럽고 비체계적으로 보일지라도 구두의형태로든 문자의 형태로든 현지인들이 가진 지식은 헤아릴 수 없이 중요했다.
19세기 말 중국 내륙을 여행한 영국 수집가들이 투덜대면서도 중국의 지명사전을 밤낮으로 끼고 다닌 것도 그래서였다. 대부분의 수집가는 또 서양인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할 소지가 있는 지역을 여행할 때는 중국인 수집가를조수로 데리고 다녔다. 서구 수집가들의 글에 동양주의적 가설이 굴절돼 있으면서도 섣부른 일반화는 지양되었던 까닭도 현지에서 보고 겪은 그런 경험때문이었다. 중국 지역의 다인종성, 지역이 바뀔 때마다 거래를 해야 했던 점,
그것도 모자라 그들 고유의 것으로 추정된 지식마저 잡탕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 이 모든 요소가 불평등한 권력 구조 내에서 태동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출현에 영향을 미쳤다. - P1033

한편 대형 동물원과 소형 동물원의 폭발적 증가는 ‘이국적‘ 동물의 수요급증을 야기했다.(그 시대의 동물원은 평범한 농장 동물은 전시하지 않았다.) 그래서또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에즈 운하와 같은 상업적 인프라의 발전과 식민주의 힘에 주로 의존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동물 교역을 용이하게 해 줄 촘촘한 초국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기업인, 선박 회사, 지역 행정관, 조력자를찾아 주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각종 오해를 바로잡아 준 지역 거간꾼이 그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다. - P1037

사람, 식물, 동물, 사물, 생각이 모든 것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반복되었다. 모험가, 부유한 후원자, 기인, 기업가, 각종 협회, 정부, 이 모든 주체가 국제적 교류에 의존해 수집물을얻은 데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였다. 동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행위는이렇듯 주도권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으로 세계를 좁아지게 만든 수많은 상호작용도 수반했다. - P104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12-0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구절 페이지 수가 천페이지를 넘어 가네요

저도 요즘 제 손에 닿는 책들 천 페이지 짜리들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2-08 06:57   좋아요 0 | URL
네 아직 더 남아있습니다^^ 시리즈 중 이 권이 가장 두꺼운 듯 싶네요ㅎㅎㅎ 스콧님도!^^
 

14~15

"Wanna go on an adventure before bed, Petra?"
I nod quickly. Before Javier, it was just the three of us. Andthere were enough years between that I remember what it waslike not have him come between my time with them.
"How about a fairy hunt?" She winks and gets up.
I can‘t help grinning. She knows how to lure me in." - P105

The 3D hologram spins like a massive blue-and-green mar-ble. A few gasp at the planet only the youngest of us here haveactually set foot on. It spins gracefully right in front of me.
Even if it‘s no longer anything like that Earth, I still smile at thememory. On that virtual planet was my Lita.

I tell myself the hologram‘snot real. I can‘t just rush out and push Halley‘s Comet off itscourse. I can‘t make it un-happen.

There are ooohs and ahhhs from the green-lipped Collective,
like they casually witnessed a hard tackle at a football game andnot the destruction of a planet. - P109

"Today we celebrate our arrival to the new planet. Whathappened to the former world was not a tragedy. It was an op-portunity to leave our past behind. Thanks to the Collective,
not a single memory of a world filled with conflict, starvation,
or war will find its way into our future."
My parents wanted a better future too. But Dad said exactlythe opposite of how people needed to get there. "It‘ll be our job toremember the parts we got wrong and make it better for our childrenand grandchildren. Embrace our differences, and still find a waymake peace." - P110

The dates my parents were removed. They were an entirelifetime apart. I know Mom had been joking in our backyard,
but that‘s how I would have imagined them in the end-lyingside by side in our garden bed together. Instead, another imagecomes to my mind now. Each of them floating by themselves,
out in a vast space. Not old, but how they looked the day we leftEarth. Frozen and alone.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부 좁아지는 세계의 초국적 흐름

19세기 말 교통, 통신, 금융, 통상에 혁명이 일어나 충성심과 감수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공간적 거리에도 한계가 생기다 못해 심지어 거리 자체가 소멸된 현상은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중엽에 이르는 동안 전 세계, 갈수록 몸집이 불어난 국제적이고 초국적인 네트워크들의 탄생을 불러왔다. 지금은 주로 세계화로 불리는 현상으로 향해 가던 그 국면에 크리스토퍼 앨런 베일리는 적절하게도 ‘대가속‘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베일리는 자신보다 앞서간다수의 역사가가 이 시대와 당대의 ‘근대‘를 연 것이 유럽인이고, 싫든 좋든근대의 특징을 제국, 교역, 문화적 패권의 새로운 구조들을 통해 다른 지역들 - P923

로 전해 준 것 역시 유럽인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지금의 세계를 "지구전역에 도달하는 중첩된 네트워크들의 복합체인 동시에 네트워크들 속에재된 거대한 힘의 차별성도 인지한 복합체로도 인식했다. 그러면서 그는럽인들이 "기존의 범세계적 네트워크"를 종종 "자신들의 뜻에 굴복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들에게 그럴 수 있는 힘, 결속력, 활용성, 광범위에 걸친 실효성 있는 네트워크와 열망을 갖게 해 준 것"은 "서구의 지배와 힘에 내포된 기생적, ‘네트워크화된‘ 특성이었다."고 썼다. - P924

국제주의의 수사에는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 진보적 보편주의를 수용하게 되고, 그리하여 종국에는 민족국가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암시돼 있다. 자칭 국제주의자들 또한 극단적 혹은호전적 민족주의적 특징을 가진 요소에 비난을 퍼붓기 일쑤였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적international이라는 용어에 이미 ‘국가적 national‘이 ‘국제적‘의 한 요소임이 암시돼 있고, 대부분의 국제주의자 또한 국경을 가진 나라들, 다시 말해유럽식 모델에 따라 세워진 국가들 간의 협력적 포럼과 규제 제도를 만들었다는 데 있었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국가와 제국의 경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국제주의에 대한 선결 조건이나 그것에 반대해서가 아닌, 국제주의에 필요한 부수요건으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 P935

전 세계의 식민지인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국가적 여망을 달성할 수 있는슬로건으로 채택한 모호한 개념, 곧 ‘민족자결주의‘였고, 다른 하나는 국제연맹으로 구체화될 개념, 곧 ‘집단 안보‘였다. 이것으로도 알 수 있듯 윌슨의 견해는 최초의 연맹(국제연맹)에서 개진될 개개의 자결적 국가의 관점으로 미래에 등장할 세계를 구상하면서, 전쟁 전에 그리도 많은 국제주의의 흐름을 들뜨게 했던 열망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찌 보면 윌슨은 공개된 협약, ‘승리 없는 평화‘, 민족자결주의, 민주국가들 간의 집단 안보에 근거를 두었다 하여 "새로운 외교"로 불리게 된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산파와도 같은 존재였다. 프린스턴 대학 총장을 지낸 초연한 지식인으로, 멕시코로 군대를 보내고, 아이티에 미군정을 수립하며,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고, 니카라과에 미 행정부를 이식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남북전쟁 이후 최초의 남부 출신 대통령이었으면서도 나라의 수도로까지 인종차별을 들여와, 남부의 민주당 인종차별주의자 여러 명을 고위 외교관으로 임명했다.
그런 반면 윌슨은 노동권, 페미니즘, 반제국주의는 물론 심지어 사회주의도 옹호하는 국제사회와도 깊은 유대를 맺고 있었다. - P951

제국들이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의 대다수는 영토, 동물, 토착민들 위에군림하는 지배자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중에는 순전히 자국민들에게 새로운 영토와 제국주의 제도의 교화적 역할을 알리기 위해 계획된것도 있고, 오락에 주 목적을 둔 몇몇 프로젝트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됐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끼고 반응하도록 유도한 면에서는 같았다. 이국적이고 때로는 성적 매력이 흘러넘치는 여성이 묘사된 엽서가 인기를 끌고, 백인 여성이 동물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이 백인의용맹함은 토착민의 남성성마저 압도할 수 있다고 이해된 것이 좋은 예다. 전통적 생활 방식에 자동차, 카메라, 전축 등의 현대적 기기를 대비시킨 것도 시대를 초월하여 인기를 끈 사진이 되었다. 그와 같은 시기에 수립된 국제 제도들에도 반영되었듯, 세계가 점점 ‘하나‘가 될수록 인종, 젠더, 지역과 같은 세계가 지닌 여러 다름의 위계도 점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P969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부터 영향력을 갖게 된 본국에 대한 디아스포라들의 충성은 디아스포라의 인구 밀집도와 제휴하는 집단들이 가진 힘에 따라 지역적 특성이 뚜렷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 P983

하지만 범인종적 혹은 범민족적 운동도 성격이 모호하거나 심할 경우 기만적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범아메리카주의(범미주의)와 범아시아주의(아시아연대론)만 해도 광범위한 지역적 정체성의 구축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팽창주의적 국가의 도구가 될 소지를 보였다. (1880년대 이후의) 미국과 (특히 1930년대의) 일본이 그들 주변 지역에서 세력권을 구축하려 한 시도도 알고 보면 지역이라는 가상의 탈을 쓴 고도의 국가주의적 행위일 뿐이었다. - P984

19세기 무렵에는 종교적 연대가 민족국가 건설 사업과 경합을 벌이거나 심할 경우 억압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상황이 바뀌었다. 과학적 방법, 진화적 사고, 세속주의, 마르크스주의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종교적 지식 체계가 위협을 받게 된 것도 문제였다. - P985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급속한 확산은 힌두교, 불교, 유교에도 개혁 운동을 촉발해 전통을 개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슬람에서처럼 그 종교들의개혁가들도 외부의 제국주의 세력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근대성과 조화해도 무리가 없을 요소에 주안점을 둔 전통으로 복귀할 것을 주장한 것이었다. 그 결과 물론 어느 정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가진 호소력에맞서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테지만, 그 종교들도 교리, 의식, 편제의 면에서한층 조직화를 이루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종교들은 전향적 특성을 띠기도 하고, 민족적 혹은 원시 민족적 요소와도 손을 맞잡았다. - P9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BC 에서 올해 100명의 여성을 꼽았다.


https://www.bbc.co.uk/news/resources/idt-75af095e-21f7-41b0-9c5f-a96a5e0615c1?xtor=ES-208-[56830_NEWS_NLB_ACT_WK49_Tue_6_Dec]-20221206-[newsworld_100women_list]


여기에 낯설지 않은 인물이 끼여있길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박지현이다. Political reformer 라고 소개하는 것이 눈에 띈다. 

실제 위의 링크 가서 확인하면 이미지와 함께 확인 가능하며 정치&교육 분야에 포함되어 있다.



Park Ji-hyun, South Korea

Political reformer


As a university student, Park Ji-hyun anonymously helped bust one of South Korea’s biggest online sex-crime rings, known as the Nth rooms. This year she went public with her experience and went into politics, reaching out to young female voters.


When the Democratic Party lost the presidential race, they named her co-interim leader. She was also on the women's committee, which focused on tackling digital sex crimes. In June, the party faced further losses and she resigned. While she may not have an official role at the moment, she is still committed to pushing for gender equality in politics.


Globally, digital sex crimes threaten women's rights and we need to solve this problem in solidarity.


Park Ji-hyun



이 와중에 한국이 26년 연속으로 남녀 임금차가 큰 나라로 꼽혔다는 소식을 보았다.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221205000710&np=1&mp=1


가장 큰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경력단절이다. 물론 그것만은 당연히 아니지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22-12-07 0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박지현씨!!
100 명의 여성!!
자랑스럽네요^^

거리의화가 2022-12-07 09:10   좋아요 2 | URL
전 세계 두각을 나타낸 여성들 리스트에 들어간 것이니 놀라운 것 같아요. 오늘 신문에도 났더군요. 비록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로 비좁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아쉽지만 굳건히 버텨서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희망이 되주길 바랄 뿐입니다.

새파랑 2022-12-07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도 저기에 들어가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

거리의화가 2022-12-07 09:1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농담을 농담으로 받겠습니다~ㅎㅎㅎ 어떤 분야든 자기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더 늘어나길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