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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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사회는 북조선 사람들에 대해 무지하다. '북조선'이라는 국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들의 행위주체성의 다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분단을 가로질러 이주하면서 탈분단적 정체성을 구축하기도 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코즈모폴리턴적 주체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가부장적 체제에서 '어머니' 역할에 골몰하는 이들도 있고 도다른 이들은 좀더 자유롭고 독립된 주체성을 체현하기도 한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구조를 무력화하는 일상적 실천에 나서는 이들도 상당하다. 수많은 얼굴로 존재하는 그들에게 좀더 다가가는 것은 남한사회와 사람들의 정체성에 깊게 내재해 있는 분단을 반추할 기회이기도 하다. - P10~11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분단이 되고 한국 전쟁이 끝난지도 70여년이 지났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커졌고 냉전 종식 이후에는 북한이 핵 개발에 들어가면서 안보적 이슈까지 더해져 통일이라는 단어는 이제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버렸다.
북한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념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국가론적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래서 북한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을 둘러싼 이분법적 사고 체계에 문제점을 먼저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자가 쓴 글은 대체로 학술적이어서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는 북한대학원 교수로 사회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하다고 고백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산문 형식으로 글을 써 내는 실험을 감행했다. 쉽지는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보인다.

이 책의 중심에는 북한 여성이 있다. 작가는 여러 명의 북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냄으로써 북한의 현실과 여성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북한의 현대사에서 북한 여성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북한에서 선전을 목적으로 소개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북한의 역사를 빠르게 훑어내려가면서 2000년대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버무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2부는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의 북한 여성과 조선족, 자이니치와 북조선 여성들을 작가가 인터뷰 대상으로 만난 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만남을 통해 느낀 작가의 소감이나 소회도 함께 실었다. 3부는 북한 연구자로 북한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깨닫고 그것에 북한 여성들과의 만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재인식하게 되었는지 정리하였다.

그동안 북한 역사서를 몇 권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학술적으로 정리해놓은 것들이었다. 최근 업데이트된 북한 역사서에는 1990년대 초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각자도생을 위해 시장인 장마당이 허용되었고 그 중 장사 수완이 있는 이들은 돈주로 성장했고 김정은 정권까지의 역사가 짧게나마 소개되어 있다. 다만 교과서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에 멀찍이 떨어진 느낌이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은 실제로 어떠한지 속속들이 알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평소 북한에 대해 보고 듣는 정보는 언론, 통일부 등을 통해서 접하는 제한적인 것들이다보니 사실인지 홍보인지 왜곡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북한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는 딱히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없다. 이런 연구자들의 작업을 통해서 비로소 접하게 되는 것인데 이 책은 딱딱하게 쓰여지지 않아서 대중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데다가 북한 현대사도 덤으로 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북한 여성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누구보다 용감했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으며, 삶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넘쳤다. 여성들은 아무래도 '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시 세끼 누군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분투해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남한 여성이나 북한 여성이나 같았다.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난 그녀들이 이주 과정을 회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는 때로는 너무 사소해서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선을 넘어온 북조선 여성들의 증언에서 김치, 국수, 고추장과 된장, 삶은 감자, 두부밥 이야기를 좀처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체제, 폭력, 굶주림, 죽음과 생존 등과 같이 북조선을 가리키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더더욱 그녀들의 '밥'에 대한 깊은 애착을 흘려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녀들의 '밥'이야기를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이 그녀들의 전쟁과도 같은 삶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라면 먹지 않고는 결코 살아갈 수 없으니 '밥'을 마련하기 위한 그녀들의 분투기는 인간이자 어머니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 기록에 다름 아니다. - P242

그녀들의 위치가 그녀들을 제약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들의 눈물겨운 행위주체성은 전복성과 해방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열등감에 휩싸여 중심만을 지향하며 살아온 내가 그들을 만남으로써 조금씩 변화했다. (...) 나는 그녀들의 고통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봤으며, 그녀들의 기쁨과 행복이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신기한 일이다. 그녀들이 내 안으로 불쑥불쑥 들어온다. - P239

북한 연구자로서 북조선 여성들을 직접 만나면서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vs 사람'이 아니라 분단 국가에서 사는 남한의 북한 연구자와 북한 여성들의 만남에는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정리되기 어려운, 이념과 거리감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렇듯 분단은 식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가로막는 현실적인 제약과 장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를 깨부수지 않으면 이 체제는 공고히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분단된 나라에서 사는 우리가 북한을 국가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사람들의 수준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까지 북한학의 기존 연구는 국가와 민족의 분단을 다루는 까닭에 국가 중심성이 상당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입장이론과 탈식민주의 문화연구로부터 시작된 나의 문제의식은 다양한 집단의 다층적인 경험을 밝혀냄으로써 억압적 사회구조의 작동 메커니즘의 면면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뒷받침된 것이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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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0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연구는 진짜 쉽지 않을듯한데 아주 귀한 책이 나왔네요. 화가님의 이 리뷰 아니었으면 몰랐을 책이네요. 냉큼 담아갑니다.

거리의화가 2023-04-10 09:4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저자의 연구도 소중한데 연구서가 아닌 대중서로 내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바람돌이님께도 유용한 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건수하 2023-04-1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밥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출근하며 정희진의 공부를 들었는데, 정말 그 놈의 밥이 뭔지...
강경애의 <소금>을 읽으며 소금이 비싸서 간을 맞추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그 마음이 생각납니다 ㅠㅠ

북한에도 사람이 사는 건데, 그 사람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출판된 것들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3-04-10 09:47   좋아요 0 | URL
네. 결국 밥입니다^^ 사람이 먹고 사는데 밥만큼 소중한 게 없는데 말이죠.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모두 다 기아에 허덕이고 (고위층 빼고)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보다는 북한 정권 자체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더 많아서 아쉽습니다. 이런 책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의 실상을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해요. 이런 류의 다양한 대중서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도의 책이에요.

희선 2023-04-13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잘 모르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가까이 있지만 아주 멀기도 하네요 한국과 북한은 통일을 할지... 그런 거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던데... 전쟁보다 평화를 생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13 09:13   좋아요 1 | URL
네. 많은 북한 여성들이 분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구요. 이념과 사상, 국가 간의 경쟁 때문에 그렇지 우리가 멀게 느낄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ㅠㅠ
이제는 통일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죠. 아예 다른 국가로 생각하고 살거나;;;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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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무렵 즈음 어느 주택가를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가 이제 막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서민들이 익숙하게 사는 그 곳이다. 응팔 시리즈를 단 하나도 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서 들어서 저절로 알게 된 것이 많았는데 아마도 그 무렵의 동네를 생각나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만화가 있는데 '우주소년 토토'다. 1983년에 나왔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 무렵이 시간적 배경일 것 같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만은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분노가 쌓이니 뻔뻔해지고 감정적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이들이 안됐다고 생각하다가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사정도 녹록치 않은 것이 보여서 마음이 불편했다.

폭력을 보고 자라는 아이의 미래의 내면은 상처와 얼룩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내가 미쳐!"라는 소리를 항시로 듣고 "내 명대로 못 살고 죽을 거야"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나는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집에 온 여자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지.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아니면 내가 되어가는 중인 너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보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나는 이 말을 하는 여자가 안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은 어쩌라는 걸까 생각했다.

아버지는 여자들을 때리고 아이들을 내팽겨쳤다. 남자는 열등감과 열패감을 분노로 포장해 여자들을 때리고 아이들을 내던졌다.

안방의 아랫목 쪽 벽 중간쯤에, 두 짝의 미닫이로 된 벽장문이 달려 있고, 그 문을 열면 다섯 개의 계단, 그 계단의 끝에 어슴푸레 떠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묵은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찬 다락의 어둑신함과 그 안에 서린 매캐하고 몽롱한 냄새, 모든 오래된 것의 안도감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어둠과 먼지, 오래된 시간, 이제는 쓰일 일 없이 버려지고 잊힌 물건들 사이에서, 그 슬픔과 아늑함 속에서 우리는 둥지 속의 알처럼 안전했다. - P27

아이들이 그 속에서 스스로를 안전하게 생각하는 공간이란 다락방이라는 공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이것 저것 열어보며 닫힌 것을 열어 제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동생도 그 곳에서는 잠시 자유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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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09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어마한 언어폭력인데요. 가끔 아니 너무 자주 부모들은 진짜 생각없이 아이들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러요. 그게 폭력이라는 생각도 없이 말이죠. 갈수록 주변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는 거 같아서 정말 안타까워요.

거리의화가 2023-04-10 09:36   좋아요 2 | URL
지금하고는 시대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폭력은 사라지질 않고 있어서 읽을수록 씁쓸함이...ㅠㅠ 바람돌이님은 아이들을 많이 만나니 더 많은 걸 느끼시겠네요.
저 말을 하는 어른들은 자기가 말하는 것이 언어폭력이라는 걸 인지조차 못햇을 거라고 봅니다. 그냥 자신의 한탄이자 신세 타령인데 그게 아이들에게는 내면을 갉아먹는 소리였겠죠. 이런 것들이 쌓이면 분노 조절 장애나 폭력을 가하는 아이로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악순환이네요ㅜㅜ

건수하 2023-04-10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에 읽었던 두 단편도 화자가 여자 어린이예요.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라니 단편에선 그렇게 직접적이진 않았는데.
장편은 아무래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냥 넘기고 싶기도 하고...

거리의화가 2023-04-10 09:42   좋아요 1 | URL
단편은 좀 소프트한 표현이었나보네요^^; 아무래도 단편은 짧은 이야기로 작가의 메시지를 보여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까.
읽기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무뎌지지는 않아야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어떤 것이 폭력적인 표현임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하님께 감사 인사 전해요^^

건수하 2023-04-10 09:45   좋아요 1 | URL
감사는요… 거리의화가님이 관심가지셔서 저도 기뻤어요.
단편에서는 어른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주로 아이의 시선으로 서술했던 것 같아요.

위에 신세한탄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하고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게 조심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애초에 상황이 그리고 성격이 긍정적이어야 될 것 같네요.. 🥲

거리의화가 2023-04-10 09:50   좋아요 1 | URL
이 책도 아이의 시선입니다. 다만 어른들의 대화들도 등장하는데 뼈아픈 말들이 좀 많았어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폭력에 더 무딘 시대였으니... 좀 더 나아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네요^^;
 

엘 그레코 그림

귀스타브 모로‘s 제우스와 세멜래

이 두 세계는 발베크만의 한쪽 끝에 위치한 바닷가 주민들이 또 다른 끝에 위치한 바닷가를 바라보듯이 서로를 허구적이고 거짓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 리브벨에서도 ‘오만한 마르쿠빌‘이 약간은 보이며 그래서 마르쿠빌 쪽에서도 리브벨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리브벨의 번화한 모습은 반대로 대부분 마르쿠빌에서는 보이지않는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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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들 중 날마다 사냥하고 활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백성의 희망을 끊어내고 조정의 기강을 해이하게 하니 처리해야합니다. ” 하니 황제가 받아들였다.

황제가 총애하는 신부인이 황후와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가 원앙이 “황후와 신부인이 어찌 동급이겠습니까? 예전 척부인의 일을 생각해보십시오.” 하고 신부인이 원앙에게 50근의 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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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가 삶의 안전망을 보장해주지 않을수록 가족은 절대적 성역이 되어버린다. 가족이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모두 다떠안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절대적인 희생을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것이지만,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칭송하기만은 어려운 이유이다. 어머니는 위대하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않은 여성의 삶도 그만큼 가치 있다. - P172

돌이켜보면 남북의 여성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지금이야 남한의 경제력이 상당히 발전하여 북조선 여성들이 처한경제적 여건과 이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분단 이래로 남북의여성들은 가족들의 밥상을 마련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왔다. 남북을 막론하고 한반도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밥’의 의미는 삶이고 가족이었으며 그녀들 자신이었다. - P244

.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에만 얽매여 살지 않는 그녀들의 삶의 양면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좀더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북조선 여성들은 시장으로 나섰고, 국경을 넘었으며, 불법적인 신분을 감내하면서도 악착같이 중국에서의 삶을 버텨내고 있다. 북조선 여성들은 그 누구보다 용감했으며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생존과 가족 부양에만 급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북조선 여성들은 종종 자신들의 꿈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했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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