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유물론이다 -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의 생각
심귀연 지음 / 날(도서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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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학문(이론 또는 사상)은 홀로 서지 못한다.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넘어서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 100~200년은 어떠했는가.

근대론은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많은 위기와 폐단을 불러왔다. 우리는 한때 어느 한쪽 편에 서야만 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차별과 배제, 인종주의를 비롯한 극단주의에 매몰되게 만들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면 경쟁하듯 쫓았다. 인간 중심의 사고, 개발 중심의 정책이 현재의 기후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의 사유 능력임을 믿었던 근대론자(대부분의 근현대인)들은 세계를 인간의 정신, 그 외에는 물질(몸)의 구성요소로 보았다. 이때 물질은 기계(어떤 동력이 있어야 움직이는 물체)로 취급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물질은 살아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유물론은 죽은 물질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유물론자들은 물질이 내재적인 힘에 의해서 활력을 띤다고 말한다. 존재 자체가 품고 있는 운동 에너지로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이를 리좀Rhizome이라고 했다.


이 책은 신유물론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그 개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유물론을 주장하는 다양한 철학가(사상가)를 소개한다. 브뤼노 라투르를 비롯한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가 그 주인공이다. 

브뤼노 라투르가 신유물론의 맨 꼭지를 담당하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라투르는 누구보다도 이분법을 허물고자 한 사상가였다. 라투르의 행위자들에는 인간만이 있지 않다. 그래서 행위자망(행위자 간의 연결망)에는 여행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여행 가방, 지도 등이 함께 들어있다. 그는 자연이 스스로 자기 존재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보았던 최초의 생태학자였다. 그가 살았던 때보다 현재에 그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신유물론’이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한 사람에 로지 브라이도티가 있다. 1999년 출간한 <들뢰즈와 페미니즘 이론>에서 공저자와 함께였다. 브라이도티는 ‘차이’에 주목하며 개별성을 보편성에 억지로 담으려하는 동일성 철학에 반대한다. 나는 무엇보다 ‘인간은 유목하는 주체’임을 언급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끊임없이 변화하며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존재를 개념화했다는 면에서 놀라움이 있다. 인간은 집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다. 머물던 곳에서 언제든 박차고 나와 타인을 만나고 세상을 만난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다 다르다는 말이 참 좋았다.

베넷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변형시켜 생동하는 유물론을 만들어냈다. 마르크스는 노동을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자 가치로 여겨 물질과 인간(의 노동)을 엄연히 분리하는 이원론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베넷은 물질도 인간처럼 스스로 활력을 가지고 있고 능동성을 가지므로 일원론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물질은 변화하고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움직인다. 인간은 그저 다양한 물질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동물, 사물도 정치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았다는 면에서 라투르의 입장과 기본적으로 이어져 있다.

도나 해러웨이하면 혼종성을 떠올린다. 종과 종이 만나고 함께 섞이고 얽힌다. 종은 ‘보다, 응시하다’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반려종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식사를 나누는 관계’를 뜻한다고. 관계는 관심(사랑)이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기계와 유기체의 결합인 사이보그도 해러웨이는 관계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 인상적이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사람, 안경을 쓴 사람, 마이크를 들고 강의하는 교수 등… 우리는 기계와 떨어져서 몸만으로 살 수 없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문화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자연문화’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둘은 얽혀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강조한다. 해러웨이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관계’로 이어진 인간, 그리고 그 세계가 아닐까.

카렌 바라드는 타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응답함으로써 책임과 윤리 의식을 강조한다. 물질도 느끼고 대화를 나누며 겪고 욕망하며 기억한다. 존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서로 얽혀 있는 내부 작용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생성된다. 거미불가사리가 포식자 앞에서 자신의 몸 일부를 절단하는 행위적 절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얽힘은 사물들이 그저 엉켜 있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 부족하지만 연결되어(의존하고) 있다라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극심한 가뭄, 더위, 홍수, 잦은 태풍, 전염병 등 자연은 이제 인간의 통제 범위를 한참 벗어난 상태다. 신유물론자의 이론에 목소리를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페미니즘이 종래의 이분법적 사고를 깨뜨리려는 시도였다면 신유물론도 그와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신유물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신유물론을 가능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풀어 설명하고 적절한 예시를 제시해 이해를 도운다. 개인적으로도 앞으로의 독서 행보에 힌트를 얻었다. 얇지만 알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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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소련사 -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순식간에 사라진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현장
실라 피츠패트릭 지음, 안종희 옮김 / 롤러코스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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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류 역사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삶이 그렇듯이, 인류 역사에서 불가피한 사건은 거의 없다고 본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정치철학자들이 고전적인 문헌을 참고해 다룰 수 있지만 나는 다른 관점, 즉 역사인류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다. 사회주의의 원칙적인 의미가 무엇이든, 1980년대에 어설프게 명명된 ‘실존하는 사회주의‘가 소련에 실제로 등장했다.

소련의 근현대사를 압축하여 놓은 책이다. 1922년부터 1991년까지의 주요 흐름을 훓고 있다. 비단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나열과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도 실어 놓았다. 이것이 독자별로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련의 역사에서 볼셰비키와 사회주의 체제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사회주의 체제의 구성과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는 것보다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련의 사회주의의 정점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본 적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정점을 1980년대로 보고 있다(오히려 나는 미소 경쟁의 정점이었던 1950-60년대를 생각했었는데-길게 본다면 1970년대까지). 경쟁적인 냉전 체제가 한꺼풀 지나간 뒤 소련 사람들의 삶에 사회주의가 자연스레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사회주의는 소련의 종식으로 일단락되지만 러시아로 전환되는 과정까지의 도입 부분의 역사도 조금 다루고 있다. 특히 푸틴이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푸틴이 권력을 강화하고 전쟁을 유지하며 세계를 불화에 빠트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자연스레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볼셰비키는 마르크스주의자들로 근대주의, 합리주의 신봉자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소비에트 연방에 적대적이었고 비러시아인의 민족주의를 권장하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는 볼셰비키 지도자 세력 중 다수가 비러시아인들이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방증이 가능하다.

혁명 초 주역이었던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을 비교하는 대목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트로츠키는 주로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묘사가 된다. 레닌은 이론가이자 연설가로 이름을 드날렸다. 물론 세 사람 중 마지막에 권력을 쥔 자는 결국 스탈린이었다. 레닌과 트로츠키 모두 스탈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보통 유언장에서 남을 평가하지는 않는데 레닌의 유언장에 묘사된 스탈린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트로츠키는 스탈린을 저급하고 상스러운 인물로 바라보았다.

스탈린의 국가 체제 변혁은 전방위적이었다. 5개년 계획에 따른 강제 산업화, 농업 집단화, 문화 혁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산업화를 위해 한 자금 조달이 농민에게 압박을 가져왔다. 이는 식량과 소비재 부족을 초래하여 수십년간 농업의 발전을 저해했고 농민을 소외시켰다. 도시에서는 초반에 반짝 산업이 발전하기는 하였으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면서 산업 원재료가 부족해졌다. 결과적으로 농촌에서든 도시에서든 그의 경제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대숙청으로 문제가 된다고 여겨진 대부분의 인물이 수면 아래로 사라졌고 문화 혁명을 통한 정치적 권력화와 영웅주의화가 이루어졌다.

스탈린 이후 후계자 투쟁이 이어진 그 결과 서열 5위에 불과하던 흐루쇼프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 스탈린에 의한 독재 체제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정치 형태는 집단지도체제로 가게 되었다. 흐루쇼프는 즉각적인 급진 개혁 프로그램을 주장하여 놀라움을 일으켰다. 정치국 동료들조차도 그의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급진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성이 따르는 것 같다. 흐루쇼프의 개혁은 그래도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사적인 공간에서 가족과 친교를 나누는 모습이 흐루쇼프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것을 통해 이른바 서구에서 시민사회라고 부르는 것, 이를테면 국가와 별도인 여론 형성 공간이 등장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탈린 치하에서 서구 문화와 스파이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폐쇄되었던 국경이 열리면서 제한적이긴 했지만 새로운 해외여행 기회가 생겨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브레즈네프 지도체제는 소련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가장 안정된 치세로 기억한다고 한다. 단, 페레스트로이카 정책 이전 시기까지다. 전쟁도 기아도 없는 평화로운 시기였으니 평범한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평화를 내세우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일도 있었다.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군사비 지출 규모가 훨씬 더 커서 1985년에 1960년대 군사비의 2배를 지출했다고 하니. 미소는 여전히 조용히 경쟁중이었다. 또한 소련 입장에서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군사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킬 필요도 있었을 것 같다.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제로 점점 더 가파르게 지출 중인 대한민국의 군사 규모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역사는 사회주의의 편이었으나 갑자기, 겉보기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엉뚱하게 흘러갔다고 이야기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추진 과정에서 소련의 붕괴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지도자 위치에 서기 전까지 중앙 정치 무대 경험도 없었던 사람이었고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었다. 그는 소련 시스템에서 성장한 최초의 지도자였다고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해빙을 위한 점진적 개혁은 필요하지만 사회주의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그는 호기롭게 인민대표대회를 통한 선거 시행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급진파인 보리스 옐친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미 대통령 조지 H.W. 부시는 고르바초프와 소련의 존속 지지를 표명하였으나 이미 내부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데다 동유럽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도 혼란해진 상황이 더해져 모스크바 권력은 대폭 줄어든 상황이었다. 부시는 미 의회의 압력과 우크라이나의 로비로 인해 물러나게 되었고 옐친이 이끄는 러시아공화국은 소비에트연방의 핵심 공화국으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우크라이나가 연방을 탈퇴하고 미국이 묵인하면서 해체의 길로 갔다.
나는 다민족 연방 체제인 소련이 무너진 반면 러시아 공화국이 분열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는 옐친과 뒤이은 푸틴이 민족 분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지도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떤 민족이라도 분리를 허락하는 순간 쇄도할지 모를 위험 요소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이겠지.

푸틴은 2020년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같은 민족인데도 분리되어 있음으로 인한 손실을 강조한 바 있다. 2022년 일어난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소련의 역사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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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5-29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련, 소비에트 연방의 줄임말이겠죠?
오랜만에 이 이름 보네요.
옛날엔 아무 의문 없이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생소해서 이름의 의미를 생각해보네요^^

거리의화가 2025-05-30 06:41   좋아요 2 | URL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요^^ 소련이 무너진지 꽤 되었는데 러시아의 행보는 여전히 크게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새파랑 2025-05-30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련(러시아)의 근대사는 언제나 흥미로운거 같아요~! 문학이든 정치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공부도 많이 했었는데 ㅋ 읽어보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5-05-30 09:46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러시아 작가 소설 많이 읽으시니까 관련 역사를 읽으시면 훨씬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역시 이전에 공부를 하셨군요! 멋집니다^^
 
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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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란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궤적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이 그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는지는 솔직히 알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당사자를 그동안 현재 매스컴에 비춰지는 모습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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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놓치지 않고 글을 쓰겠다 다짐했건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월요일을 맞이했다.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고 저녁 책 읽기는 포기한 채 리뷰 하나를 쓰고 요즘 사는 이야기를 적기 위해 다시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철쭉은 지나간 철이 되었고 이제 바야흐로 장미의 시즌이 왔다. 아쉽게도 예전보다 꽃도 싱싱하지 않고 향기도 덜한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 빨강과 초록의 대비가 예전엔 그리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나 할까.






오늘 산책을 하면서 ‘참 좋은 날씨다.’ 하며 걸었다. 볕은 뜨거웠지만 습도가 낮아서 너무나 쾌적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날이 며칠이나 지속될까. 이번주 이후 날씨 예보를 보아하니 곧 ‘덥다’를 연발하는 날이 될 것 같다. 


요즘은 영어보다 중국어 공부를 훨씬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 원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총 2권 짜리 중 1권의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라는 배경이 있고 단어를 모를 때마다 다 찾아보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며 읽으니 가능한 진도다. 예전에는 중국어 문장을 보면 겁부터 먹었다면 이제 더는 그렇지 않고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점점 공부를 하다 보니 중국어가 더 재밌어지고 있다. EBS 중급 중국어 라디오는 여전히 청취 중이고 틈날 때마다 짧은 오디오북 위주로 병행하며 공부하고 있다.


운동도 여전히 계속 진행중이다. 금요일에는 필라테스 PT 수업을 연장했다. 운동을 해보니 혼자 할 때랑 선생님하고 함께 할 때랑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정적으로 운동은 나 스스로 찾아가면서 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여전히 습관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보고 살을 찌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근육이 강화되려면 살이 쪄야 해요. 지금은 너무 마르셔서 곤란합니다.” 사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런 것이지 속살은 엄청납니다. 다 내장 지방일텐데…’ 물론 어찌 되었든 표준 체중 이하이긴 하지만. 먹는 양은 비슷하고 이제는 소화력도 떨어져서 어느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튼 살 찌우기 숙제가 주어져서 좀 난감해졌다는. 어찌 되었든 운동을 하면서 병원비 드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모토로 운동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임플란트를 2개 했다. 다행히 보험으로 돌려 받아서 금액의 반 정도는 복구했지만 그래도 목돈이 들어간 셈이다. 나이가 드니 몸이 여기 저기서 아우성치는 것이 보인다. 허허… 여기에 필라테스까지 끊었으니… 당분간은 진짜 절제하며 살아야할 것 같다. 


야금 야금 책을 샀는데 계속 소개를 못했다. 며칠 전 도착한 책만 소개해보겠다.

곧 대선이 있어서 이재명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이재명의 길>을 이웃 분 덕분에 잘 읽었다(땡투 잘 받으셨길). 그리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서경식의 에세이가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써온 칼럼이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몇 꼭지만 읽었는데 역시 좋은 느낌이다. 

물론 책만 사지는 않았고 커피도 함께였다. 이번에 산 ‘콜롬비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나에어로빅’은 뜯자마자 ‘이건 좀 다른데?’ 싶었는데 역시나 내려 마셔보니 맛있었다. 상큼함이 느껴져서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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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27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계절 맞아요. 지난 토요일에 집 근처에 있는 수목원갔더니 장미가 만발, 우리집 아파트 담장에도 직장 담장에도 다 장미 만발이에요. 외국어 공부에 운동, 책읽기까지 그거 언제 다 하시는지 늘 궁금합니다. 진짜 대단대단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5-05-28 08:43   좋아요 2 | URL
와, 이 계절에 수목원에 가셨다니 그야말로 꽃밭이었겠습니다!ㅎㅎ 요즘은 아파트 화단도 꽃이랑 나무 잘 꾸며놓더라구요. 여러 모로 눈이 호강하는 요즘입니다.
주중에는 출퇴근 길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하고 있어요. 주말에나 저도 시간을 좀 더 들일 수 있어서... 사실 서재에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고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이 2025-05-27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가 있어야 봄이로군, 장미를 마주하면서 느껴요.

거리의화가 2025-05-28 08:44   좋아요 1 | URL
그쵸^^ 늦봄-초여름의 장미는 참... 여러모로 아름답습니다. 마주하며 느낀다는 표현이 아름답습니다. 이 계절 오롯이 느끼시기를요.

희선 2025-05-28 0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엔 장미가 피는군요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장미 핀 거 봤어요 집에서 조금 먼 곳에는 길가에 장미를 심었어요 장미가 아주아주 커요 색깔도 여러 가지고... 오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중국어 재미있어서 오래 하시고 많이 알게 되어 기쁠 듯합니다 전에 조금 하다 말았네요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해야 나아지는데... 거리의화가 님 외국어 공부뿐 아니라 책도 즐겁게 만나시고 운동도 재미있어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5-28 08:47   좋아요 1 | URL
운동이 재밌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기존에 안 됐던 자세가 다음에 할 때 되면 뿌듯하긴 하더라구요^^
오월의 장미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5월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장미가 6월 초까지는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여름 느낌이 조금씩 나네요. 매일을 새롭게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공부의 고전 -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하여 상냥한 지성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유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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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을 읽다 공감했다. 독자가 이 책을 접어들었다면 공부에 관심이 있거나 적어도 고전 읽기 등에 욕심이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설파한 지식인을 소개하며 그의 대표작을 이야기한다. 소개하는 내용이 책인 경우도 있지만 논설문인 경우도 있다. 길(안내)인 만큼 핵심 부분을 간추려 소개한다. 고전을 안내하는 책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독자의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얇은 페이지 수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는다면 꽤나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서양 지식인만 다뤄지는데다 이들이 신 중심의 기독교 세계관에 빚을 지어 사고하는 시대에 살았다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새뮤얼 존슨이었는데 그가 말하는 바는 구구절절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먼저, 도서관은 쓸모 없는 곳이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도움 없이도 자신이 스스로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책만 들여다보는 일은 쓸데 없이 기억력만 소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지혜롭다 여기며 자만하는 사람이라고. ‘책은 대체 왜 읽어요? 도서관엔 왜 가나요? 책에 왜 그렇게 돈을 쓰세요?’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모든 것을 능히 다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동영상에서 얼마든지 그런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두 번째로, 그는 베이컨의 공부와 독서를 인용하며 독서와 글쓰기, 토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물론 독서를 통해서 앎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독서의 목적이 지식이나 지혜가 아닌 다른 목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만약 앎을 목적으로 한 독서를 하고 있다면 책에서 얻은 앎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군가와 그 책에 대해서 토론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꼭 기록해야 한다. 책 읽는 시간이 아까워서 요즘 ‘주로’ 읽기만 하는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반성했다. 읽고 쓰고 나누기, 기본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마침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뤄져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 시대도 청소년의 공부법에 문제가 많았나보다. 누가(부모가) 강요하거나 떠먹여주는 공부를 왜 하는가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적 의식이 없는 공부를 하다 보니 떠밀리듯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놀랍도록 통찰력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어릴 적 나도 스스로 좋아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주인 의식을 갖고 했다면 지금 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코는 타락한 인간 본성을 위해서는 학문과 지혜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혜는 세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이는 격조 있게 말하는 것(바른 말을 쓰고), 확실히 아는 것,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를 모두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과거의 일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무를 잘 수행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국 그의 말에 의하면 이는 도덕과 신학의 가르침이다. 


공교롭게도 앞에서는 세네카가, 뒷부분에서는 세이어즈가 자유학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중세의 공부 법인 리버럴 아츠(3학 4과)는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통찰력을 던져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이어즈는 2차 대전 직후 영국의 교육 개혁에 대하여 비판하며 과거의 자유학문(리버럴 아츠)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이 지나친 전문화로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었다. 4과가 과목들이라면 3학(문법, 변증술, 수사학)은 4과를 배우기 전 예비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3학은 배움의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과목이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다양한 교양 수업을 듣지 못한 것을 후회하곤 한다. 지금의 대학은 과목을 가르치는데만 집중하고 사고하고 논쟁하고 결론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사고하고 논쟁하고 결론을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3학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배우지 않고 오로지 기술(과목)만 배운다는 말이다. 비단 당시의 교육만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중 관심이 가는 저자 또는 관련 저작을 찾고 더 나아간다면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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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27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에 관심이 있거나 적어도 고전 읽기 등에 욕심이 있을 것에거 앗 나는 아니구나 합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5-05-28 08:49   좋아요 2 | URL
이 책 어렵지가 않아서 바람돌이 님은 순삭으로 읽으실 책이에요. 교훈적인 내용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