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닐 때면 느낀다. ‘이제 정말 이어폰 안 끼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구나.’ 게다가 유선 이어폰이 아닌 무선 이어폰이다. 시대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하긴 나도 산책을 할 때면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어폰을 착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 퇴근길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내릴 때가 되었는데 귀를 좀 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가방에 넣고 내렸다. 공기를 느끼면서 길을 걸었고 주변을 살피니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왔다. 아이를 데리고 귀가하는 학부모, 학원을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 어르신 등등… 그러나 한 어르신이 핸드폰에 스피커가 켜져 있는채 지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폰으로 들으시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인생은 무의미합니다. …….” 이런 류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어쩐지 무안해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인 것일까, 아니면 라디오인가, 역시 유튜브의 컨텐츠일까 씁쓸하기도 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 연세 정도 되는 분이셔서 그런지 몰라도 불현듯 아버지 생각이 났다. 평소 정말 자주 안하는 전화를 그것도 매번 용건만 간단히 하는 나다. 사실 전화를 걸어도 늘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식사 하셨어요? 아프신 곳은 좀 어떠신가요?” 그럼 아버지의 대답은 “괜찮다. 고맙다.” 이게 끝이다. 참 단조로운 대화가 아닐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버지께 전화 좀 자주 하라고 다그치신다(어머니께도 전화 자주 안하는 것은 마찬가지기는한데…). 아무튼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이전의 대화와 똑같은 상황이 이어졌고 전화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어르신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내가 만약 이어폰을 낀 채 같은 자리를 걸어갔다면 그때 아버지께 전화를 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속으로 어르신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부디 내가 과민반응한 것이기를 하고 바라면서… 어르신이 인생무상이 모토라서 그저 가볍게 들은 컨텐츠였다고 말이다.


(봐도 또 봐도 좋은 장미)
주말에 운동 복습을 하자 생각했는데 어느덧 일요일 늦은 오후가 되어가고 있었다. 체육관을 나가는 것까지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산책은 그리 쉽게 하면서 아무튼! 굳은 결심을 하고 체육관을 나갔다. 아직 해는 지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비가 오려는지 날이 후텁지근했다. 얼마 후면 PT 선생님이 바뀌게 되는데 새로운 선생님이 내 코어 상태에 대해 궁금하셨는지 선생님께 물어보셨다고 한다. 나는 “코어 근육 거의 없다고 해주세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체육관에 도착했고 스트레칭 후 집에서는 하지 못하는 기구를 상하체 골고루 하고 유산소까지 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바를 이용한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허리가 꺾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시티드 레그 익스텐션할 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 낮에는 청계천을 걸었다. 요즘 외근이 잦아서 4월부터 이 부근을 몇 차례나 오는 중인데 오늘도 그랬던 것이다. 비가 애매하게 내려서 우산을 쓰다 말다를 반복하며 걸었다. 관광하시는 분들도 많고 직장인들도 점심 먹고 나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걷다 보니 어딘가에서 촬영을 나왔는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부근을 사람들이 둘러싸듯 구경중이었으나 나는 건너뛰었다. 비가 많이 내렸다면 잠겨서 청계천을 산책할 수 없었을텐데 이렇게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행복이었다.

(오늘 먹은 판모밀&돈까스 정식, 맛있었다!)
이번 주는 짧게나마 옆지기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대선 투표하고 마음이 가벼워질지 무거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이 일단락될 수는 있겠지.
- 4,5월에 읽은 책들
c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