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사람의 여자이다. 나는 여성이라는 성을 가진다. 나는 여성이란 성으로 구별되었다. 그리고 이 언술의 창출이 어떤 식으로든 무분별하고 부적합하고 부적당하는 사실 속에 있다. 여자가 결코 존재의 속성, 존재할 수 있는 여성이란 성의 특성이 아니더라도, 여자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에게서 생긴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성적으로 구분되어진 존재라는 사실이 여성이라는 유를 배제하더라도 말이다. 달리 말해 내 성적 현실의 분절은 담화 속에서, 본질적 구조라는 이유로 불가능하다. 내 성은 어쨌든 주체의 속성처럼 추론적 일관성을 보장하는 단언의 기능에서 벗어난다. - P195

지배자 자리에 있는 자는 쉽게 그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심지어 다른 사람, 즉 이미 ‘거기에서 제외된’ 자를 상상하지도 않는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남성’은 담화의 주도권을 공유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여성과 관계 있는 영역에서 주도권을 공유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여성과 관계 있는 영역에서 이 다른 존재에게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행동’의 권리를 부여하기보다는 말하고 쓰고, ‘여성’으로부터 쾌락을 누리려고 애쓰는 쪽을 더 좋아한다. 여성에게 가장 단호한 금기 사항은 당연히 어떠한 여성적 쾌락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이 쾌락은 담화의 한 ‘영역’, 남자들이 만들어 낸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 사실 이 쾌락은 남성적 담화에게 있어서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을 의미한다. - P205

내 욕망은 여성에 대한 이론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차를 인정하면서 여성에게 여성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 P207

여성은 남성의 이면, 게다가 반대로서만 늘 규정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 결핍 속에 정지하는 것, 이 부정을 폭로하면서 그 속에 정지하는 것, 여성으로부터 ‘성적 차이’의 기준을 만들면서 동일함의 체계를 전복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차이를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정신분석 자신은 자신의 이론과 실천을 성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 속에서 수행해 왔다. 정신분석학적 실천과 이론이 분명 철학적 추론성을 문제로 삼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이 거기에서 추방될 수 있을 것—현재 그렇다—이라는 사실은 여성 성욕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그것은 정신분석이 여전히 철학의 하녀를 이루기 때문에, 동시에 여성인 내가 거기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 철학자, 그 역시 정신분석학의 이론에, 여성의 문제에, 그리고 당연히 소유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남성인 그와의 이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갈망해 왔기 때문이다. - P208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모든 여성들은 성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처해 왔다. 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이 어떠한 것이든, 여자들은 명확하게 인식하지도 못한 채 모두가 똑같은 억압, 육체의 똑같은 착취, 그들 욕망의 한결같은 부정을 감내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서로 ‘자기들끼리’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남성 위주의 사회가 그들에게 할당하고 교육시켜온 위치 역할 행동들로부터 벗어나기를 시도하기 위해, 여자들이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여성 각자에게 그녀가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첨예하게 느껴졌던 것이 모든 여성들에 의해 공통된 조건이라는 사실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러한 경험은 정치성을 띤다. - P214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기초는 사실 오늘날의 정치에 의해 다시 행해진다. 비록 ‘좌익’ 정치라 해도 말이다. 사실 현재까지 마르크시즘은 여성들에 대한 특수한 착취의 문제들을 거의 책임지지 않았고, 여자들의 투쟁은 가장 일반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것 같다. 반면에 이 투쟁들은 정치 프로그램들이 정확하게 요구하는 사회적 착취에 대한 분석 도표를 사용하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이러한 도표들을 다른 식으로 이용한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도 지금까지 남성 우월적 궈력과 자신들과의 관계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중략) 남자들과 ‘동등한’ 여자들은 단순히 ‘그들처럼 될’ 것이고, 여자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다시 이렇게 성차는 무시되고, 잘못 알려지며, 은폐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양식의 조직들, 새로운 형태의 투쟁들, 새로운 논쟁들을 창출해야만 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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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구나. 원서 읽고 자연스런 번역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읽은 책이었다. 이번 책도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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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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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상태도 좋았고 내용물 보고 감동했습니다. 고민하며 펀딩했는데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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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결코 비슷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녀가 내뱉는 말은 물처럼 흘러내리고 변화한다. 또 속인다. 거기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녀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주체’를 침범하는 이 목소리에 대한 저항들이 거기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이 주체는 쏟아져 내리는 목소리를 마비시킬 때까지 자신의 범주 안에 꼼짝 않고 굳어 있을 것이다. "자 남성 여러분, 당신의 딸들이 벙어리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언어 활동은 항상 딸들을 그녀들이 여러분에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르는 것, 이미 여러분에게 털어놓았던 것으로부터 더 먼 곳으로 추방한다. 단지 여러분의 귀가 그렇게 많은 것을 아는 상태가 아니라면, 수많은 의미로 꽉 차 있지 않다면, 당신들의 귀가 어떤 식으로든 전에 들었던 것을 따라하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담화 안에서 분절된 의미 작용에 의해 이미 그 경계가 그어진 장소 바깥에서 여자, 굶주린 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침묵 지대이다. - P149

자연에는 분명 에너지가 존재하지만, 이 자연은 ‘자기 안에’ 원동력을 소유할 수가, 자신의 전체적 형태 안에 이 원동력을 가둘 수가 없다. 그리하여 액체는 단위와의 관계에서 항상 넘쳐나거나 모자란다. 이것은 ‘너는 저것이다’는 것에서 벗어난다. 말하자면 완전히 정지된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액체가 유기체에 속하기 때문에, 거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를테면 성에 대해서 말이다. 거울 속 이미지를 구성하는 여러 결과들 속에서 여자아이의 성이 거의 중요하지 않다고, 또한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이 세계의 문턱처럼 나타난다"라고 말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성이 이 세계에서 제외되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남성이란 성을 가진 육체 혹은 중성적인 육체가 사회 질서 내 주체의 개입으로/개입이란 축소할 수 없는 자궁, 즉 게슈탈트의 특징들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바를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반사적인 나를 사회적인 나로 변화시키는 편집증적 소외"가 거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이 변화는 이미 ‘거울의 단계’에 새겨져 있다. - P155

역사적 결정에 대한 불충분한 의문 제기는 분명 정치와 물질의 역사와 같은 체계를 이룬다. 정신분석이 소유 체제의 어떤 유형, 담화의 유형—서둘러 말해서, 형이상학의 유형—종교적 신화의 어떤 유형 안에 자신이 포섭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 자신은 여성의 성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사실 여성의 성욕은 정신분석 이론과 실천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국부적인 문제로 축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영역에 감춰진 문화적 토대와 일반적 체계의 해석을 요구한다. - P166

복잡한 것, 그것은 여성이 만들어내는 ‘여성의 담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직접적으로 말해서 어쨌든 실제적으로 정치적 실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에 의해 실현된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려면, 사고 방식과 정치 태도의 극단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단번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 P168

물론 여자들은 상당 부분 여성 해방 운동에 힘입어 피임과 낙태의 자유 등과 같은 것들을 획득해 왔다. 그리하여 여성의 사회적 지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다른 식으로 제기된다—특히 여성의 기능을 모성적-재생산자라는 단순한 기능과 분리시키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물들은 또한 항상 여자들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주제에 관해서 우리는 아직도 구체적인 여성 정책이 아니라 단지 이를 위한 가능성 있는 몇 가지 조건들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다. 첫번째 조건은 여자들이 당하는 착취에 대한 침묵을 깨는 것이었다. ‘침묵’에 대한 거부는 여성 해방 운동에 의해 체계적으로 실천되었다. - P169

문체와 의미, 이 두 가지는 서로 동일한 것도 아니면서 일치한다. 문체는 결과의 차원에 있다. 여성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문체는 그것의 한 결과이다. 의미는 오히려 무의식, 즉 여성 무의식의 문제를 지칭한다. - P172

‘여성적 말투’의 문제는 욕망의 제스처, 혹은 욕망의 개인 언어—실제로 이것들은 여러 가지 병적 증세들과 병리학의 형태로만 파악될 수 있다—와 구어 체계를 포함한 언어 활동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지속성을 발견하는 것에 불과할 터이다. 여기에서 여전히 우리는 정신분석이 히스테리 증상에 하나의 코드를, 육체로 표출되는 현상 속에, 또 침묵 속에 고정된 욕망과 일치하지 않는 하나의 해석 체계를 지나치게 강요해 온 것은 아닌가를 알아내야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은 남성 사회에 더 잘 적응시키게 하는 암시들을 늘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유하는가?"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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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 타이완사 - 선사 시대부터 차이잉원 시대까지
궈팅위 외 지음, 신효정 옮김, 천쓰위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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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역사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근대의 역사가 우리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가는 것이 있었을 뿐이지

실상 타이완의 역사에는 무지하다.

지금까지 타이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책을 본 기억이 없었던 것도 한 몫 했고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여전히 이슈인 타이완의 역사를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우선 타이완의 통사를 개설하였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겠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여져서 친절하고 사진, 표 등의 다양한 자료들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나는 타이완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기 전의 역사는 전혀 알고 있지 못했기에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청나라 이전 해상 각축의 시기에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스페인이 이곳까지 세력을 확장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전후 시기 국민당이 들어와 정권을 잡았음에도 냉전의 여파와 맞물려 계엄령이 1987년까지 이어져 국민들은 백색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니 대한민국의 현대와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다.

확언하지 못하는 역사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고 기술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으며 타이완인들의 시선에서 지배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담으려고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하나의 사건이 이곳 저곳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가 잦고

여러 명의 저자들이 참여하다보니 기술의 일관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개설서 정도로 보기엔 적당해도 깊이 있는 지식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책을 읽다가 관심 있는 사건이나 인물을 만났다면 체크했다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를 권한다.


미중 사이에서 타이완은 여전히 뜨거운 위치에 있다.

미국은 타이완을 끌어들이는 것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중국은 간섭하지 말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자국의 역사의 주체적 기술을 위해서 역사가들의 노력과 용기가 이어져야 하고 시민들의 지지도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이완의 역사가 좋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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