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상반기 책 목록을 정해두었으나 현재 읽고 있는 책들로 인해 변경될 가능성을 생각하여 미루어두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변경은 없었다.

- 대한계년사 9
-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
- 역사의 원전
-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뽑고 보니 역시 문학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대한계년사나 역사의 원전,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대한계년사 시리즈는 총 10권이다. 하지만 9권이 내용으로는 마지막 권이다.
대한계년사는 개화기부터 대한제국이 망하는 그 때까지를 다룬다.
예상할 수 있듯이 《대한계년사 9》는 대한제국의 마지막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우리에겐 지난한 역사였지만 많은 개인들의 희생으로 결코 멈춰서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이야기보다도 감동적인 우리의 역사였다.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은 일제의 천황제 파시즘을 이끈 인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요시다 쇼인 이외에 나카 미치요, 도쿠토미 소호를 다루고 있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이 구미의 기술을 배워 주변국을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던 인물이고, 나카 미치요는 동양사 과목 신설을 제안하면서 요시다 쇼인이 말하는 주변국을 역사교육 연구에 적용한 공을 세웠다.
도쿠토미 소호는 시기마다 변신을 잘한 귀재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는 종국에 일제의 군국주의와 황도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삶을 살았다.
이 책을 통해서 일본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다양한 인물의 일대기와 일본 내의 역사의 흐름, 그들의 논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는 두만강과 간도를 둘러싼 조선, 청, 일본 간의 이해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두만강과 간도에 얽힌 역사는 알고 있다고 해도 결과론적으로, 지극히 자국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 책은 마치 다각도의 렌즈처럼 단면이 아닌 사실을 독자가 파헤쳐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국경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영토 중심적인 관점에서 나아가 시공간적인 연속선 상에서 이해가 이루어져야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은 식민지 조선 청년이 일본이 벌인 전쟁으로 인해 조선인 청년들이 차출당하게 되어 남방으로 향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증언이나 기록을 통해서 꽤 알게 되었지만 조선인 포로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포로는 전범으로 분류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중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입장을 옹호할 수도 있을텐데 최대한 중립적으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고 노력한 것이 엿보였다.
이 때문에 개인이 한 역사를 통과한 기록이면서 사료적인 가치로서도 가치를 지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원전》은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목격자들이 현장을 보고 겪은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총 181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르포르타주로 현장성을 느낄 수 있어 생동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글을 쓴 이들을 보면 투키디데스, 플라톤, 아메리고 베스푸치,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렉상드르 뒤마, 폴 고갱, 조지 버나드 쇼, 로자 룩셈부르크,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등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들의 글도 담겨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한 목격자의 기록', '정부 첩자의 보고', '어느 독일 사병', '《타임》 특파원'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2500년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한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독자로서는 감사한 책이었다.


상반기 읽은 책들 중 한두 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았다.
많은 책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읽기였다고 생각한다. 균형 있는 독서를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에 읽었던 책들도 있었는데 내공 부족을 경험했던 것 같다.
하반기에는 좀 더 내가 읽고 싶은, 공부하고 싶은 책들을 더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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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6-28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대한계년사>를 읽으며 마치 서서히 죽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거리의화가님 글에 매우 공감합니다. 동시에,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암울함 속에서도 빛나는 선조들의 모습 속에서 전성기의 역사에서는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에 읽으신 좋은 책들 소개 감사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29 09:36   좋아요 2 | URL
대한계년사 뒤늦게 읽었지만 정말 좋은 읽기였고 경험이었습니다~ 근대사를 공부하다보면 암울해서 들여다보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 와중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민중들과 지식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겨울호랑이님도 공감하신다니 좋은 책은 역시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2-06-28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이 골라 주신 책들
- 대한계년사 9
-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
- 역사의 원전
-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알라딘 엠뒤들이 참고해서
메인 페이지에 띄어 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류 역사책들 출판사에서 천부 찍기 힘들다고 합니다(한국 독자들 역사책 잘 안찾아 읽는다공)

거리의화가 2022-06-29 09:39   좋아요 3 | URL
스콧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ㅎㅎㅎ
개인적으로 뽑은 책들이지만 이 책들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역사책을 읽고 경험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런 류의 서적은 2쇄는 커녕 1쇄도 몇 천부면 많이 찍는거더군요. 그마저도 몇 년 안에 품절되서 나중에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희선 2022-06-30 0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한계년사는 10권이군요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10권이니 그때 역사를 자세하게 알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은 역사책 좋아하시고 자주 보시는군요 지나간 일이라 해도 거기에서 배울 점도 많지요 그렇게 생각해도 저는 잘 못 보기도 하네요 거리의화가 님 유월 마지막 날 잘 보내주시고 칠월 첫날과 잘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30 09:08   좋아요 2 | URL
네 정교라는 조선 말의 지식인이 쓴 책입니다. 10권인데 10권은 부록인 셈이라 9권이 내용상으로는 마지막이에요~ 역사책은 제가 그나마 가장 많이 보는 분야의 책입니다^^ 책을 그동안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역사 분야는 꾸준히 접하고 있어서 지력을 키우는 중이에요.
오늘이 마지막 6월이네요~ 남은 하루 잘 보내시고 7월 힘차게 출발하시길^^*
 

문학사와 작가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니면 대뜸 작품 하나만 가지고는 뜻이 오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렇다면 예술은폐쇄 사회를 만든 게 아닌가? 내 말은 유행가를 쓰라는 게 아니야.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동시대인들에게만은 적어도 알수 있는 형태와 감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야. - P14

하늘을 나는 모포와 사이렌의 피리는 살아 있다. 그러나 손오공의 여의봉은 어디있는가? 그들의 경우 과거와 현재는 이어져 있으나 우리는 끊어져있다. 전위前衛, 보수(保守란 말은 우리들의 경우 이중의 뜻을 가지고 있어. 우리들에게도 전위란 여전히 서양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만, 정작 그 상대는 보수적 서양과 동양이라는 두 겹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저들은 단단한 벽돌 위에 얹힌 풍차와 싸우고있으나 우리는 허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허깨비와 싸우고 있어. 우리는 돈키호테도 될 수 없어. 저들은 낡은 신화를 부수고 새 신화를 세우기 위해 시를 쓰지만, 우리에게는 부술 신화가 없고, 서양의 그것은 서양 시인들이 부술 것이며 동양의 그것은 이미 폐허가돼버렸으니 부술래야 부술 수 없어.우리들은 패배한 종족이야. - P18

여러분의 조국은 여러분을 버리지 않을것입니다. 여러분의 부모 형제자매는 마의 38선을 넘어서 그리운 당신들을 우리들의 품에 안을 날을 고대합니다. 자유로운 조국.
민주주의의 나라. 유토피아……… 그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으며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서 그 목소리가 전하는 말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준에게는 그것이 진리보다 더한 것이었다. - P26

죄의 기쁨 속에서도 이야기의 세계는여전히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거꾸로 선 세계, 물구나무선 마음의 나라였다.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고 현실이 더 거짓말같은 질서였다. 이 같은 죄의 기쁨을 위해서 그는 나중에 값을 치러야만 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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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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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라는 제목을 보고 아르테미시아라는 화가를 이 시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의 의미로 정한걸까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묘비명이라고 한다. 알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이유보다 제목이 잘 선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르테미시아 하면 으레 떠올리는 대표작이 있다. <유디트> 시리즈. 나는 그 중에서도《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라는 작품을 보고 어딘가 낯선 느낌이 있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에 있다. 벌써 10여년 전 일이지만 이탈리아에 여행을 갔을 때 우피치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봤던 것이다. 수면 위에 잠자고 있다가 기억이 떠오른 것. 우피치 미술관에서 유명한 작품은 사실 보티첼리의 <봄>이나 카라바조의 그림들, 라파엘로의 <성모 승천> 등이지만 나는 아르테미시아의《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를 보고 당시에도 강렬한 느낌을 받아서 기억 속에 박혔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내가 그 때 한국어판 도록을 샀었는데 확인해보니 그곳에도 이 작품이 들어가 있어 반가웠다. 이건 마치 운명이랄까. 소름의 연속이었다.



이 책에는 아르테미시아 개인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녀의 이야기만 담겨져 있지 않고 당시의 환경에서 활동한 다양한 작가들과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마치 당시를 여행하듯 탐사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여성 지식인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당시의 환경 속에서 남성 지식인들에 대항하여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르테미시아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활동하였다. 따라서 당시의 역사와 예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이름들이 줄기차게 나오는지라 너무 그 이름에 의식하다보면 힘들 수 있으니 적당히 넘어가는 센스를 발휘하기를 권고한다.


이쯤에서 그녀의 개인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녀는 아버지의 동료로부터 그림을 도와주다가 성폭행을 당하고 재판정에서 자신이 당했던 수치를 밝혀야 했다. 아버지의 동료라는 작자도 열받지만 나는 아버지란 사람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1620년 이후에 아버지와 말도 섞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둘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달랐던 게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얼마 전 <완전한 이름>을 읽으면서 생각한 바가 있었다. 사람들이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서사에 함몰되어 그녀의 작품에 정작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그녀는 예술가이자 화가이다. 개인사가 극적이라고 해서 그것에 주목하다보면 작품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정말 그녀의 개인사보다는 작품으로  평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책에는 다양한 그녀의 그림들을 만날 수가 있다. 직접 보고 오롯이 느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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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7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녀의 그림 너무 훌륭한데 그녀의 삶의 서사에만 집중하고, 또 <유디트>만 떠올리는 것 같아요.
저도 갖고 있는 책이예요!

거리의화가 2022-06-27 21:49   좋아요 3 | URL
네 맞습니다. 이야기보다는 예술가니까 그의 작품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양한 작품이 많으니 좀 더 그것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책 역시 좋았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보여주고 또 당시의 사회상도 알려주어서 좋았습니다^^

희선 2022-06-28 0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르테미시아 몰랐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밑에 그림 다른 데서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고도 잊어버렸겠지요 아르테미시아를 말하는 책이 이게 처음은 아닐 텐데... 한번 보고 잊어버리면 다른 걸로 만나도 괜찮겠지요 거리의화가 님은 저 그림을 실제 보셨군요 보고 기억에 남았다니... 그 사람 삶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남긴 그림이나 글도 중요하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28 07:45   좋아요 4 | URL
아마 희선님도 한 번쯤은 본 그림일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본 그림을 책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개인의 삶이 승화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파랑 2022-06-28 0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글에서 자주 보던 그림이군요~!! 역시 예술의 영감은 개인적 경험에서 오는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가님의 닉네임에 딱 어울리는 책이군요 ^^

거리의화가 2022-06-28 07:47   좋아요 4 | URL
ㅎㅎ 10년 전 그림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 신기합니다. 그만큼 강렬한 느낌이었던 거겠죠. 아르테미시아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 좋은 책이었습니다^^*

mini74 2022-06-28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름 전문화가로서 운영도 잘 하신거 같아요. 저도 리뷰 남겨야 하는데 ㅎㅎ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죠 ~

거리의화가 2022-06-28 16:08   좋아요 2 | URL
지난 번에 올리신 게 리뷰 겸 올리신 거 아니에요?ㅎㅎ 미니님 글 읽으면서 이 책 찜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익했던 책이었습니다. 늦었지만 감사해요~
 

지난 주말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챙겨먹고 6시쯤 나와서 동네 산책을 했다.

토요일에는 햇볕이 나서 그나마 뽀송했는데 일요일은 후텁지근해서 끈적끈적하니 별로였다.

물론 막상 걷고 나니 기분은 좋았다~

점점 더워지니 아침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오는건지 사람들이 많아짐을 느꼈다.

오늘 아침 출근길도 습기 가득한 바람이 불고 끈적대는 공기에 불쾌지수가 저절로 높아진다.


주말까지 연이어 3권의 책을 읽었다.

한 권은 연구서라 하루 종일 읽어야 했지만 나머지 두 권의 책은 짧아서 긴 시간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세 권의 책들이 모두 성격이 다르다.

한 권은 워낙 유명한 소설인 <프랑켄슈타인>

다른 한 권은 <여기, 아르테미시아>

마지막은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은 6월에 읽을 책으로는 더 없이 적절한 책이었다. 지난주에 읽은 <와다 하루끼의 북한현대사>에 연이어 읽으려고 했던 의도였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 <여기, 아르테미시아>의 주인공인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 모두 선구안을 지닌 인물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둘은 작가와 화가로 직업도 다르고 살았던 시기도 다르지만 머무르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조건이 부당하다는 것을 느끼고 도전 의식을 가지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니까.

역사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사건도 수없이 일어나는 마당에 한낱 개인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묻히기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틈새를 조금씩 깨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온다.

어른들이 보내는 메시지란 그 인터넷에 떠도는 시나 좋은 문장이 적혀 있는 이미지 그런 것이다.

어쨌든 무응답은 아닌 것 같아서 답장을 보낸다.

헌데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기계적으로 응답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쳐서 민망함이 일 때가 많다.

부모님께 잘해야지 하는 생각은 드는데 나는 살가운 표현이 너무 간질거려서 무뚝뚝함으로 흐르기만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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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7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희 엄만 자꾸 아파트 놀이터 근처에 있는 비둘기를 그렇게 찍어 보내세요 ㅠㅠ 저 비둘기 무서워하는데 ㅎㅎ 저도 애교란 사전에만 있다고 한평생 살아와서 ㅠㅠ 살갑기는커녕 밥은? 안 아프남? 병원은? 알았다. 밥 무라엄마 끝 ㅠㅠ 화가님 맘 알거 같아요 ㅠ

거리의화가 2022-06-27 10:33   좋아요 2 | URL
자식들에게 뭐라도 보내고 싶은 부모님 마음일텐데 저는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렸을 때도 무뚝뚝하긴 했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더 무뚝뚝해지는 느낌이. 여동생이 있는데 저와는 반대로 아주 살가운 편이거든요~ 맨날 비교당합니다^^; 표현도 갑자기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네요ㅠㅠ

바람돌이 2022-06-27 1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책 3권이라뇨. 심지어 저 두꺼운 연구서까지 끼워서 말입니까? 와 진짜 대단.
저는 책 보려고 앉아도 주의 산만으로 내내 이거하다 책보다 저거하다 책보다 결국 얼마 못보고마는데 말이죠. ㅎㅎ
방금 댓글 달다가도 청소기 돌리고 왔음요. ㅎㅎ

제가 아프니까 시어머님이 내내 전화하셔요. 걱정이 되시고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런건 알지만 온갖 민간처방들을 자꾸 알려주시면서 해봐라 해봐라 하시니까 대답은 네네 하면서도 스트레스 약간 올라오는 중.... 부모님들의 마음은 우리가 따라가기 어렵고, 삶의 방식도 서로 다르니 그 간극은 어쩔수가 없는거 같네요. 그저 마음상하지 않으시게 대답만 잘..... ㅎㅎ

거리의화가 2022-06-27 11:12   좋아요 3 | URL
ㅋㅋ 연구서이긴 하지만 페이지 수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3권인데 따지고 보면 목요일부터 읽었구요. 암튼 저는 오히려 연구서 읽는게 마음이 더 편합니다. 재미는 없는데 그 재미없음 속에서 찾아오는 묘한 평화랄까.ㅋㅋ 문학 읽기가 저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ㅋㅋㅋ

안 그래도 병원 다니신다는 거 봤는데 넘어지셨다는 글 보고 마음이 안 좋더군요ㅠㅠ 저도 안경을 쓰는지라 안타까움이 더 컸어요. 그래도 타박상 정도라고 하셔서 다행입니다.
어른들 마음은 다 그런가봐요~ 걱정되시겠죠. 잔소리로 듣지 않도록 노력은 하는데 그 마음을 따라가기는 역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몸조리 잘하셔요!ㅎㅎㅎ

그레이스 2022-06-27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ㅠㅠ
방금 엄마랑 전화통화했는데,,,
찔리네요.

거리의화가 2022-06-27 13:04   좋아요 3 | URL
아이고 그레이스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자식들이 살갑기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 왜 이리 살가운 표현이 어려울까요ㅠㅠ 그래도 요즘은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있어요. 의무적이든 기계적이든 어쨌든 부모님은 그런 메시지 하나에 고맙다고 느끼시더군요~^^;

레삭매냐 2022-06-27 1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이 꿉꿉하네요.
장마철이 드디어 몰려온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보내 주시는 톡
을 보고 성심성의껏 덧글
을 달아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더라구요 ㅠ

거리의화가 2022-06-27 21:51   좋아요 2 | URL
3~4일 정도 됐나요~? 공기가 아주 물기가 가득하네요~^^;

표현이라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더 진심어린 표현이 될텐데 별다른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책하게 되더군요~^^ 좀 더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희선 2022-06-28 0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났지만 주말에 책 많이 보셨군요 저는 유월엔 더 못 보는데... 마음이 잡히지 않는 건지, 얼마전에는 책 잘 좀 보자고 했는데... 실천이 안 됩니다

기계처럼 응답한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듯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28 07:4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희선님 어쨌든 부모님은 어떤 말이든, 표현이든 해주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막판에 읽은 책들은 아주 두꺼운 책들은 없어서 그리 읽을 수 있었던 듯합니다. 주말에 책 읽을 시간이 나다보니ㅎㅎ 감사합니다.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 현대한국구술사연구 총서 3
정용욱 외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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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단이 "한국현대사와 군"이라는 주제로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구술 채록을 한 것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100명이 넘는 군 관련 인물의 증언을 수집했고 933시간 분량의 동영상과 음성 파일, 녹취록 등의 결과물이 나왔다. 이 구술 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현대한국구술자료관의 아카이브를 통해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mkoha.aks.ac.kr)

군은 한국현대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군의 활동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당 연구는 한국현대사의 또 하나의 자료로서의 기능과 군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군 관련 인사들의 증언을 수집했다는 것에 의의를 지닌다. 다만 한계성도 있다. 구술한 군의 인사들이 군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인원의 수가 너무나 적고, 또 인사들 대부분이 고령의 나이(1920년대 생이 많음)인데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이기 때문에 그 기억을 온전히 믿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연구의 장점은 국방부에서 공식으로 내놓은 자료들과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인물이라도 군 공식자료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이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해방 후 살아남아 귀국한 학병들 중 일부는 군대를 만들려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미군정이 한국에 들어와 한국군 창설에 직접 참여할 때 학병들이 중심 역할을 했다. 한국군 창설 초기에 좌익 성향의 군인을 솎아내는 숙군 작업이 전개됐다. 과거 전력이 있는 인물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개별적인 감시가 이루어졌고 194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것이 여순사건 이후 육군 정보국 주도 하에 전군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월남인들은 대부분 정치 사회적 동기보다는 연고 없는 낯선 땅에서의 삶과 생활고, 교육의 연장 등 개인적 동기이거나 본인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한국군에 가담했다. 월남인들은 대체로 분단 상황을 단기적인 것으로 보고 홀로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 곧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시간이 길어지자 먹고 살기 위해 군 입대를 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미군은 한국군에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군대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며, 이 때 한국군 장교들이 선발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가 교육을 받았다. 1965년 이후에는 서독으로 군사 유학을 가는 경우가 생겼다. 이후 군사유학을 미국으로 가느냐 서독으로 가느냐에 따라 군인의 진급 및 정체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권'에 대한 미군과 한국군의 갈등이 첨예했으나 지휘권은 한국군이, 작전권은 미군이 갖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한국군의 군수물자의 보급과 수당 등을 사실상 미군에 의존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애초부터 한미동맹 관계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한진, 현대 등의 한국기업은 베트남특수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끌어 모았다. 한진과 미군은 서로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지불받는 관계였는데 한진이 수행하는 용역제공에는 미군과 한국군의 맹호부대에게 미군으로부터 받은 물자를 수송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맹호부대는 한진이 물자를 수송하는 과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69년 말부터 베트남에 주둔하던 미군이 부분 철수하고 군비절감정책이 추진되었는데 이 때부터 한국 기업들도 나누어 철수하였다. 베트남전에서 비정규전이라는 특성상 우호적 대민관계 유지가 중요했고 한국군은 특수교육대를 통해 전투 기술과 더불어 대민 관계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실제 교육 내용은 빈약하여 대다수 한국군은 베트남 현지 문화와 습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베트남에 도착했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은 구호사업, 건설사업, 의료사업, 농경지원, 자조사업 등에 주력하여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미군에게 지급받아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한국군의 민사작전은 긍정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도난사건, 교통사고, 살인, 성범죄 등의 사건에 연루되며 베트남의 민간사회와 충돌했다.

하나회는 비밀 사조직으로 관련 인물들이 육군본부 인사과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서 군내 인사권을 장악했고, 주로 선후배나 동기들과의 관계에 따라 형성된 인맥이었다. 이들은 고위층이나 재벌로부터 활동비를 받기도 했고 하나회 선발은 은밀하게 이루어져서 동기들 간에도 알 수 없는 구조였다. 하나회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1973년 '윤필용 사건'이다. 수도경비사령관 윤필용이 술자리에서 이후락에게 "각하의 후계자는 형님이십니다"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되어 체포되었고 윤필용이 하나회의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나회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윤필용과 그 부하들이 쿠데타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으나 전두환과 노태우 등은 살아남아 12.12 사건을 넘어 신군부의 주체가 되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박정희 정권의 자주국방을 실현시키기 위한 핵심기관이었다. 70년대 초에는 모방에 가까웠고 70년대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자체기술개발과 무기개발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이후가 되면 미국이 한국의 자주국방정책을 경계하여 자주국방정책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한국군이 창설되는 과정과 한국전쟁 시기의 군의 역할,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의 모습, 한국군이 정권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군에 대한 시각이다. 해방 이후 극렬한 좌우 대립에서 소련군과 미군이 인민군과 국군에 미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장우주 같은 인물의 발언은 뼛속같이 친미파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해못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배고픈 와중에 미군이 건넨 초콜릿 하나에 넘어가듯이. 어쨌든 미군은 여전히 한국군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군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이후 베트남전에서 국군이 행한 일들은 불편하고 눈살이 찌뿌려질 수 밖에 없다. 군은 여전히 작전 수행으로 행한 일이라고 명명하지만 그것이 감춘다고 감추어질 일인가. 여러 증언을 통해서 이미 상당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상태인데 말이다.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지 않을지.
또한 하나회와 윤필용 사건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어보고 제대로 사건에 대한 전개, 이면을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또 자세한 이야기를 확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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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7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회가 이렇게 시작된거군요. 정말 잘 읽었어요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6-27 09:30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저도 하나회 전두환 노태우 법정에 서면서 이름만 듣고~ 이면에 복잡한 사정이 많더군요. 하긴 비밀 사조직이었으니 누가 불지 않는 한 수면에 드러나지 못했겠죠^^

바람돌이 2022-06-27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1차 자료가 되겠네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스러움요. 그걸 읽어내는 화가님도 존경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27 13:03   좋아요 3 | URL
네 맞습니다. 10년 동안의 작업이라니요. 녹취를 하고 그걸 정리하면서 발췌하고 자료 조사도 병행해야하니 얼마나 어려웠을지. 연구자들의 녹과 공으로 저는 자리에 앉아 편하게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이런 작업이 지속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은 그분들께!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6-27 1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독으로 간 이들의 후예가
훗날 독사파가 되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일본군 내의 고질적 병폐인
파벌다툼이라는 악습을 유
산으로 건네 받은 게 큰 문
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6-27 21:46   좋아요 0 | URL
독사파라고 하셔서 잠시 웃음이...^^;
저는 일본군의 악습과 잔재 중에서 받은 가장 큰 문제가 군기와 상명하복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파벌 다툼도 있지요~ 이 때문에 현재 정치가 이리도 난투극을 벌이는 걸까요-_-;

그레이스 2022-06-27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정희, 하나회, 소설 무기의 그늘 ... 여러 비화들이 막 생각나네요
저도 잘 읽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6-27 21:4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뿌리 깊은 군의 개입은 우리 한국 현대정치와 뗄레야 뗄수가 없더군요. 하필 전쟁이 연이어 일어났고 세계는 냉전이었으니 더욱 개입하기 좋은 조건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