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짬나는 대로 중드 <재불여화노판담연애>를 보았다.

간만에 간질거리는 로맨스물을 보니 연애세포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이용하는 OTT에서 금일 내려간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열심히 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과거의 특정 시기로 돌아가고 싶은 꿈을 꾼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서 엉망이거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느낄 때 그런 욕망은 내 앞에 다가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에게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면 고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그 사람을 몰래 챙겨주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의 틈을 비집고 기회를 내내 엿보는 것을 오랜 기간 지속한다는 것이 어디 쉬울까.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도 10년 이상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다는 건 내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연약해서 쉽게 다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그런 주인공이 있다.

루쉰은 첸웨이와 광화대학교 법학과 2011년도 입학 동기다. 둘은 입학하자마자 라이벌로 지낸다.

토론동아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성적도 1, 2위를 내리 차지하는 등 학교에서 주목을 받는다.

루쉰은 처음부터 첸웨이에게 끌렸다. 그러나 겉으로는 틱틱대는 친구로 대한다.

첸웨이는 한 학년 선배인 리충원의 고백으로 커플이 되고 루쉰은 그때부터 짝사랑의 행보를 이어간다.

첸웨이는 2014년 사법고시 시험날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쓰러지고 얼마 안 되어 돌아가시는 큰 슬픔을 겪고 나서 자신감을 상실한다.

사법고시를 그 이후에도 도전하지만 내내 떨어지고 리충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만 영세한 업체였고 자본이 없어 2018년 사무실을 접는다.

리충원은 대기업 사장 딸인 란허와 유학길에 오르면서 첸웨이 곁을 3년 헤어졌다가 돌아온다.(물론 둘의 커플 관계는 그럼에도 지속된다.)

2018년 이후 첸웨이는 루쉰이 다니는 법률 회사에 입사하여 그의 비서로 일한다.

첸웨이가 보기에 루쉰은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상사이다. 

대학교 동기인데 좀 봐줄 수는 없는 건지 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첸웨이와 리충원이 재회하기로 한 날 일 때문에 간 대기업 사업 파티장에서 첸웨이는 리충원을 만난다. 첸웨이는 리충원이 연인이라는 속성을 이용해 자신을 속여 정보를 빼돌려 자신의 업무에 문제가 된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첸웨이는 그곳에서 리충원에게 마음을 접는다.


Time-Sleep은 각종 책, 영화, 드라마에서 이용하는 꽤 흔한 소재이다. 

첸웨이는 사고를 당하여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대학 시절인 2011년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과거를 산다면 그 결과가 바뀔까? 


첸웨이는 다시 살게 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실패였던 과거를 성공으로 바꿀 결심을 한다.

현 상사인 루쉰에게 1등의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 결심하고 과거의 연인이었던 리충원의 접근을 밀어낸다.

동생인 첸촨은 만년 2등 수영선수였는데 그런 그를 종용하여 1등을 하게 만들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첸촨과 류스윈이 연인이 된다.

하지만 루쉰과 모쯔신의 연인 만들기 작전은 실패한다. (실패할 수 밖에 없지. 그때도 루쉰은 첸웨이 밖에 없었으니까.)

리충원과 커플이 되지 못한 자리를 루쉰이 계속 두드려 결국 첸웨이의 마음을 얻는다.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첸웨이에게 보인 것이다.

루쉰은 한결같았다. 계속 첸웨이의 마음을 두드렸지만 그 때는 리충원에게만 마음이 가 있어서 첸웨이가 그의 마음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첸웨이는 무엇보다 아빠가 병에 걸리지 않게 내내 신경쓰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시기가 늦춰졌을 뿐 아빠는 역시 병에 걸렸고 그녀 곁을 떠났다.

내가 과거를 산다면 살가운 부녀관계가 될 수 있을까? 다시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는 회의적이다.

그녀는 아빠의 병을 이번에도 막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다만 이번에는 가족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아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연인인 루쉰이 옆에 있어 그 자책감을 오래지 않아 털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첸웨이가 미래에서 과거로 온 것임을 알게 된 루쉰은 자신이 가장 마지막에 그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다툰다.

첸웨이는 속상한 마음에 울다가 현재로 돌아온다.


한결같은 루쉰이 안쓰러우면서도 그의 츤데레 방식이 내겐 마음에 안들었다.

다시 만난 루쉰은 달달한 멘트를 수시로 날리는 스윗함에 때론 저돌적이고 정열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이 좋았다.

오글거리는 멘트를 싫어하는데도 그게 밉게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첸웨이가 그동안 하도 당하는 모습이 많았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노력하여 바꾼 과거가 사라지고 현재로 돌아와서 첸웨이는 실망한다.

현재는 엉망인 상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는 과거를 다시 살고 오니 마음가짐이 바뀐다.

루쉰과는 여전히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애정을 보이며 그를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작업을 건다.

결론은? 완벽히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중드 현대물을 본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인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둡지 않아서 좋았다.

봄에 딱 어울리는 달달 로맨스물로 캐릭터들이 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지어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서사도 꽤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벼우면서도 내용에 감동도 있어서 종종 생각나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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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 남방의 포로감시원, 5년의 기록
최영우.최양현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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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청춘을 좌절시킨 난폭한 시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꿈 많던 젊은이가 집안을 대신해 타국으로 가 전쟁의 피해자가 되었고 나중에는 전쟁의 부역자로 이름지워져버린채 겨우 살아 돌아왔다. 좋은 전쟁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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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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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를 보지 않고 책을 봤음에도 기대한 것보다 soso했다. 반전이 드라마틱하거나 스펙타클하다는 느낌도 없었고~ 내가 너무 시니컬한건지... 아니면 내가 놓친 부분이 있던가~? 간혹 인상 깊은 문장이 나오기는 했지만 서사의 탄탄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들을 신중히 여기기-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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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1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2-04-1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 이해가 됩니다. 저도 반전이 있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왜이리 왔다리갔다리 하는 거지? 재미없다고, 그런데 그 반전을 읽은 후 글이 더 아름답게 읽히는 마법이!!^^;; 저는 아주 좋앗어요. 하지만 말씀처럼 인상깊었던 문장은 별로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주 좋았어요. 그 결론에 달하는 부분이, 어린 시절의 얘기부터 어쩐지 여자로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넘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자라난 상황은 많이 다르면서도 또 그렇지 않고,,, 암튼 저는 다시 읽어 볼 예정이에요. 그런데 처음 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를 또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한숨 나옵니다만.^^;;

거리의화가 2022-04-11 17:45   좋아요 2 | URL
네^^; 조금 더 스토리를 매끄럽게 풀어주었다면 그래도 반전의 결말 후에 감흥이 있었을 것 같아요ㅠㅠ
 

1, 2장 넘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분자의 수가 작거나, 온도가 낮거나, 점유 공간의 부피가작으면 엔트로피가 작고, 분자의 수가 많거나, 온도가 높거나, 점유 공간의부피가 크면 엔트로피가 크다. - P57

열역학 제1법칙은 시간이 흘러도 에너지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고선언한 반면, 제2법칙은 시간이 흐를수록 에너지의 품질이 저하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래는 왜 과거와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미래에 발휘되는 에너지는 과거에 발휘되었던 에너지보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보다엔트로피가 높다.
이것이 바로 볼츠만이 구축했던 통계 이론의 핵심이다. - P63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똑같은 열이 유입되어도 엔트로피의 증가량이 크다. 그래서 증기 기관은 유입된 열의 일부만을 차가운 외부로 방출해도 뜨거운 연료에서 얻은 모든 엔트로피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은 열은 피스톤을 밀어내는 등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사용된다. - P71

하나의 물리계 안에서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의 엔트로피 증가량이 내부의 감소량보다 많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총량은 항상 증가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2법칙은 진작에 폐기되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해지는 우주에서 별과 행성, 인간과 같은 질서 정연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엔트로피 2단계 과정 덕분이었다. 물리계에 흐르는 에너지(석탄을 태워서 발생한 에너지는 수증기를 통해 외부에 일을 한 후 증기 기관 밖으로 방출된다)는 엔트로피를 외부로 방출하면서 질서를 유지하고, 심지어는 질서를 창출할 수도 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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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디지털 시대에는 남성들도 ‘몸캠의 피해자가 된다면서 n번방 사건을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다루는 데 반대한다. 그러나 남성 피해자의 촬영물은 범죄 집단에 의해 협박의 수단이 될 수는있을지라도 그 자체로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피해 영상을 보기 위해 기꺼이 입장료를 지불하는 무수한 익명의 가담자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착취물’이라는 명명은 ‘남성 가담자 네트워크’와 관계된 ‘여성의 피해 촬영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게 옳으며,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분석한 세계에 기반한 단어이다. - P11

2004년 소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성매매 문제를 둘러싸고 두 개의 여성주의적 입장이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성매매 참여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이 두 입장은 여성들이 성매매에 참여하는 요인, 경험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분석한다. 한쪽에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면서 자발적 노동 의지를 강조하며, 다른 쪽에서는 성매매를 폭력으로 정의하면서 성매매피해 여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강제요인을 강조한다. 그 결과 이들은 성매매 ‘인정‘과 ‘근절‘이라는 각기다른 정치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 P26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 요인을 소득과 부채의 이분법으로 파악하는 건 결국 이 시대 ‘매춘) 여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구조적 분석 없이 개별 인물의 교정과 처벌, 혹은 인정만으로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득과 부채의 담론은 성매매 여성이 처한 상황을 각각 자유와 자유의 억압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얼핏 보기에 서로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는 것‘ 또는 부채를 청산하면서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각각의 처방을 볼 때, 성매매 산업 안에 존재하는 신용과 부채의 회로를 고려하지 않고 성매매 문제를 시장 안에서의 화폐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결국 동일한 논리적 한계를 지닌다. - P33

도덕이 성매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빈곤한 매춘부에 대한 남성의 성구매가 구원으로서 옹호되었기 때문이다. 호혜적인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성구매 행위와 이렇게 지급된 화대는 유구한 시간 동안 성매매 산업을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가부장적 담론이 가난한 여성들과의 윤리적 대면, 나아가 구원의 서사까지 이용해 성매매를 낭만적인 것으로 묘사한 사실을 볼 때, 성매매 문제를 도덕의 회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성매매가 이미 도덕의 레토릭을 통해 유지되어온 사실을 간과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 빈곤한 여성, 혹은 여성의 빈곤을 성애화하는 성차별적 담론이 재생산된다. - P43

이 시대의 도덕은 시장을 작동시키는 개인의 사적 이기심과 반대되는 내면의 원칙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경제주체들에 윤리적 시민권을 부여하는 주요 원리로서 파악되어야 한다. "도덕은 일련의 통치기술들이 행위로서 사회적인 것에 관여할 수 있게 만드는 담론적 매개물(Procacci, 2014(19911)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도덕적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더욱 명료해진다 (Muehlebach, 2012). - P49

제도에 기반한 현재의 여성운동은 매춘 여성들을 구제헤 사회로 돌려보내는 실천을 통해 본의 아니게 이러한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성평등한 사회로 옹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매춘 여성들의 ‘탈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신념에 기반을 둔 지식 생산과 활동은 의도치 않게 성매매 경제 안과 밖을 동떨어진 것으로 분리해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에 내재한 적대 관계를 가린 채 진보를 추동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 P60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 없는삶", "임금 없는 삶(Denning, 2013 [2010))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은여성들을 성매매 시장으로 다시금 내모는 강력한 ‘도덕적 힘이 되고 있다. 여성 개인은 채무자에 대한 강력한 부채 상환의 명령 아래 자신을 적극적으로 상품화 원리금과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부채 채권은 또다시 증권으로 상품화되어 자본을 증식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 P68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문제는 여성 문제가 아니라 다시금 개인의 문제가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졌던 전제들을다시금 질문해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은 이미 알려진 지식 체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조순경, 2000: 182). 또한 경험은 이미 해석인 동시에 해석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경합적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Scott, 1991).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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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04-10 0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의 도덕은 시장을 작동시키는 개인의 사적 이기심과 반대되는 내면의 원칙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경제주체들에 윤리적 시민권을 부여하는 주요 원리로서 파악되어야 한다.˝

아 이 문장에 밑줄 긋게 됩니다. 형광펜도 ㅎㅎㅎ 이 주제로 많은 연구가 나오길 바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