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햇빛이 이리 반가울 줄이야.

이번주는 비만 주구장창 내려서 우중충한 하늘만 보다가 드디어 오늘 햇빛을 보니 살 것 같았다. 

뜨거워도 괜찮다. 그동안 내린 비로 꿉꿉했으니...

하지만 또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걱정스럽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2


옆지기는 이틀 연속 지방 출장을 다녀온 뒤 오늘은 휴가를 냈다고 했다.

하지만 쉬는 날이라 더 바쁘다고 투덜댄다.

동감하는 말이라 "그래. 그렇지." 답했다. 

나조차도 휴일에 더 바쁘다. 몰아서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으니까.

이럴 때 일을 한다는 게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게 되면 과연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생각하면 그것은 아닌 듯 해서 그 마음을 접는다.

게다가 일을 함으로 인해서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에  누군가의 압력이 아니라면 내 의지로 그만두는 것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


드디어 <맹자 집주> 인강 남은 차수의 끝이 보인다.

얼른 끝내고 <통감절요>로 넘어가고 싶다.

<중용>은 솔직히 말해서 재미도 없을 것 같고 공부가 필요하면 나중을 기약하려고 한다.

<통감절요>, <춘추좌씨전> 이런 역사서가 더 마음이 끌리므로 넘어가려고 한다.

역사서라 길지만 상관없다.

관심이 있는 분야는 더 재미날 것이기에 공부하는 즐거움도 더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맹자 진심 상편 24장의 마지막 학문에 대한 태도는 무릎을 칠 만한 것이었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 不行 君子之志於道也 不成章 不達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가 도(道)에 추구함에 점진적으로 성취하지 않으면 통달하는 데에 이르지 못한다.


言 學當以漸 乃能至也 成章 所積者厚而文章外見也 達者 足於此而通於彼也

학문은 마땅히 점진적으로 이루어가야 하니 그렇게 해야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성장은 두텁게 쌓아나가면 문장이 바깥에서 발현되는 것이니 학문의 완성에 이르는 것은 이렇게 해야 족히 그 경지에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다. 



#4



이달의 여성주의 책 <임신중지> 며칠째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일단 내가 그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여서 낯섬이 있다. 게다가 끊어 읽으니 잘 들어오질 않았다.


결국 진득하게 잡고 읽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잠시 내려놓았다.

휴일에 시간을 내서 몰아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어 읽으면 낫겠지? 나을 거야 생각하며...


읽고 계신 다른 분들은 괜찮으신가요?

나만 읽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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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2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2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2-08-12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릎을 치며 맹자를 읽는 화가님 멋지십니다! ㅎㅎ 무릎치는 글, 머리가 띠용 되는 글, 뼈때리는 글 저도 좋아해요. 저희 동네도 오늘 해가 짱짱합니다. 살이 타도 좋아요. 제발 비좀 그만 내렸으면^^*

거리의화가 2022-08-12 16:49   좋아요 3 | URL
ㅎㅎㅎ 실제로 저 구절에서 무릎을 탁 쳤어요~ 맹자 재미있는 내용은 아닌데 저는 공부에 관심이 있으니까 공부할 때의 자세,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 등에서 눈이 휙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구절을 만나면 보기를 잘했다 생각해요. 사실 쓰면서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없고 체력이 부족하다 느껴져서 인강 보는 것만으로 자족하고 있습니다.
이 짧은 해가 어찌나 반가운지... 비 좀 그만 왔으면 합니다ㅜㅜ

다락방 2022-08-12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침대에서 임신중지의 <들어가며> 두 장 읽다가 자버렸어요. 저도 진득하니 다시 시작하고 한방에 진도 뽑아야 될 것 같아요. 휴..

거리의화가 2022-08-12 16:50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 다락방님 저만 그런 거 아니군요. 다행입니다^^;;;
이 책 아무래도 한방에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끊어 읽으니 너무 진도가 안 나가서ㅋㅋㅋ
역시 모든 책은 집중해서 읽어야 얻는 게 있나봅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2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맹자 집주> 끝내고 <통감절요>로 넘어가고 싶다는 화가님의 그 문장 자제가 부럽네요^^
저는 <임신중지> 이제 시작했어요. 주말 다가오는 시점 볼일 본다고 나오기전 잠깐 읽고 나왔어요. 서문만 50페이지 정도 되더군요? 앞의 몇 장 안 읽어서 뭐라고 말씀 드리긴 뭣하지만, 읽을 수록 생각거리가 많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겐 여성주의 책이란 그저 학생들 공부하는 교과서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 재미있는 내용인지? 그런 생각을 버린지 오랩니다ㅋㅋㅋ
그냥 읽는 것 같아요. 지령 떨어지니 그냥 읽어내자!!! 그런 기분으로??? 그러다 보면 말일 경 완독했더라구요.
암튼 화가님께 조금은 생소한 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또 의외로 더 객관적 판단으로 책을 읽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암튼 힘드셔도 파이팅입니다^^
저는 주말 보내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읽으려구요.^^;;;;
저는 지금 땀 질질 흘리는 중이라 이놈의 햇볕!!!!!! 그러고 있었는데 귀한 햇볕이라고 하시니...봄날의 햇살? 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8-12 16:55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지겨워서 넘어가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맹자 재밌는 책은 아니라서요^^; 뭐 배우는 건 종종 있지만요.
<임신중지> 너무 진도 안나가서 잠깐 내려놨는데 바짝 읽을려고 대기중입니다. 집중을 못한채로 읽어서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여서 그런 걸수도 있지만요. 이번 기회에 배우는 게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ㅎㅎㅎ
남부는 계속된 폭염으로 힘드시죠. 한 나라에서 이리 다른 날씨가ㅠㅠ 수도권은 징하게 비가 내린지라 햇빛이 반가웠습니다. 이조차도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섬뜩하네요-_-;

페넬로페 2022-08-12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이렇게 햇볕이 반가울수가요~~
아침에 세탁기부터 돌렸어요
시간이 많으면 뭔가 더 할 것 같지만 저같은 사람은 오히려 압축될 때 더 열심히 살거든요.
안그러면 마음만 급하고 몸은 느슨해져 하루를 그냥 보낼때가 많아요^^
거리의화가님, 넘 멋져요
맹자의 말씀을 이렇게 인용하실 정도로 공부하시는 건가요! 👍👍😊😊

거리의화가 2022-08-12 16:58   좋아요 3 | URL
그쵸 페넬로페님. 진짜 햇빛이 정말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빨래를 해도 꿉꿉해서는...ㅋㅋ 오늘 옆지기가 세탁기를 돌렸을려나 모르겠네요ㅋㅋㅋ
저도 시간이 막상 많아지면 과연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해서 쓸까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더 나태하게 생활할수도 있을것 같아요ㅎㅎㅎ 주중에는 맨날 ‘시간이 없어. 시간 좀...‘을 달고 살거든요. 근데 또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한 기회이고 행복이라 생각하니 다르게 보이는 듯합니다.
인강 들으면서 집중을 매번 한다고 할 순 없는데요. 가끔 이렇게 놀랄 만한 문장을 만나면 스크랩하거나 적어놓거든요. 오랜만에 이런 문장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ㅋㅋㅋ 열심히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mini74 2022-08-12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학문은 점진적으로 이루어가야 하니ㅠㅠ 그렇죠. 그게 학문이겠지요. ㅎㅎ 저도 얼릉 빨래부터 했어요. 오랜만에 햇빛 냄새 나믐 빨래를 걷고 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12 17:22   좋아요 3 | URL
네. 조금씩 쌓여야 어느 순간 보이는 것이 생기더라구요. 그게 학문인 것 같아요.
그동안 우중충해서 빨래해도 큼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영 찝찝했습니다. 햇빛날 때 빨래하면 냄새부터 다른 것 같아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08-12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책을 읽으며 뭔가 공부의 성취를 이루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어진거같아요. 그냥 즐거운 일상 뭐 이런 느낌이네요. 어떤 책을 읽든요. 말씀하신 맹자문장 너무 무릎을 치게하면서 맞아 자고로 공부는 이래야 하지 하는데 나말고 공부하는 사람말야 하고 있네요. ㅠㅠ
임신중지는 한꺼번에 정독하는게 방법이라고요? 넵 알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2 17:4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처럼 즐겁게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서 그렇게 하는 것 뿐이구요ㅎㅎㅎ 저보다 인생 선배시니 더 많은 책을 읽으셨을테고~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커서 하면 할수록 저는 왜 이리 할 게 많나 생각하게 됩니다. 옆지기는 그런 저를 보면 혀를 끌끌 차구요ㅋㅋㅋ
임신중지 한 번에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들어가며> 부분이 끝나질 않더라구요ㅎㅎㅎㅎㅎ

독서괭 2022-08-12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다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것 같지는 않다, 는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그런데, 맹자를 읽으시는 화가님께도 <임신 중지>가 읽기 어렵다고요..? 전 아직 책을 구하지 못했는데 이거 좀 걱정되네요. 제가 관심있는 주제라 금방 읽겠거니 왠지 안심하고 있었는데 말예요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8-12 18:06   좋아요 2 | URL
주중이라 피곤하고 집중력이 없을 때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끊어 읽으니 잘 안 읽히는 느낌이었어요. 괭님은 관심 주제라 금방 읽으실 거라 생각합니다ㅎㅎㅎ

희선 2022-08-1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하늘 보고, 어제와 같은 시간 아침엔 비가 내렸지 했습니다 그때 엄청나게 왔어요 겨우 하루 차이라니... 예전에도 밤새 비 내리고 다음날엔 맑았습니다 밤 새우고 아침에도 못 잤네요 물이 집으로 들어와서... 그런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데... 해마다 여름이면 걱정하네요 또 비 온다고 하는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학문은 짧은 시간에 하는 게 아니겠지요 시간을 들이고 쌓아야 어느 경지에 이르겠습니다 여러 가지를 아는 것뿐 아니라, 뭐든 깊게 넓게 보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3 12:06   좋아요 1 | URL
비가 내릴 때 짧은 시간에 확 내려서 피해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저지대나 상습 침수구역일 때 밤에 잠못드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 일 다시는 겪을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ㅠㅠ
학문을 깊고 넓게 보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희선님에게도 좋은 메시지가 되셨으면^^*

새파랑 2022-08-13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맹자에 진심이신 화가님이시군요. 딱봐도 어려워 보입니다.
역시 관심분야 읽는게 가장 재미있는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08-13 12:08   좋아요 1 | URL
ㅎㅎ 새파랑님 맹자는 논어보다는 재밌어요.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도 나오고 학문의 자세도 배울 수 있거든요.
맹자 끝내고 다른 걸로 넘어가고 싶습니다ㅎㅎㅎ

난티나무 2022-08-13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신 중지> 저도 서문 앞머리만 계속 반복… 진도 안 나가서 진짜 각 잡고 읽어야 하는구나 덮어두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4 06:18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도! 앞머리 길기도 한데 끊어 읽으니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도돌이표 되더라구요^^; 한 번에 읽으면 괜찮겠죠. 응원합니다^^
 

<안녕, 내 사랑>

인조 반려견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든 피조물이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로 더 오래 살게 되었으나 주변의 이들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는 없다.
언젠가 그들은 자신의 곁을 떠나기 때문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는 거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살아 있는 반려동물도 결국 언젠가는 주인 곁을 떠난다는 것.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죽고 난 이후 주변의 사람들이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고 들었다.
최소 10년 이상을 내 곁을 지키는 것이니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인조 반려동물이 실망감과 서운함을 드러낼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정교한 3D 프린터 등의 기술로 얼마든지 피부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내고 학습으로 인간의 사고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인조 반려견은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시기에 구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첫사랑이 각별하듯 주인공의 ‘1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인간이 나이들듯 기계도 노후가 되고 금방 교체된다.
사랑의 감정이 시간에 따라 변하듯 기계도 한 인간에게 머무는 시간이 3~5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묘하게 연결된다.

<덫>
돈이 궁하면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걸까. 이 정도면 사람의 길을 포기한 게 아닐까.
너무 끔찍하고 잔혹해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고…
자식이 무슨 봉인가? 남보다도 못한 비정함.

그는 내 피조물이고 내가 만든 반려자였다.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나를 위한 존재, 달리 표현할 방법도 필요도 없이 한마디로 완전한 ‘내 것‘이었다. - P127

1호는 달랐다. 내 첫사랑. 그는 내게 ‘인공‘이 아닌 진짜반려자였다. 평균적인 사용 연한이 지난 뒤에도 나는 1호를버릴 수 없었다. 기종이 오래되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중단했고 나중에는 오류가 계속 나서 네트워크 접속 자체도 포기하고 차단해버렸다. 결국 1호는 ‘반려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 책상이나 냉장고보다도 기능이 떨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게 1호는 언제나 1호였다. - P128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당신에게만은 대체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싶었습니다.」셋이 동시에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세스의 손이 1호의 목덜미를 잡고 데릭이 1호의 허리를 잡은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셋이 전원과 중앙처리장치를 연결해 쓰고 있다.
그래서 맛이 가 버렸던 1호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저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아니 물론 가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수리나 실험을 위해 공학자가 실험실에서 일부러 연결해놓은 모습이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 자기들끼리 연결한모습은 처음 보았다. - P141

그것은 아름다웠다. 은은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지나간 곳에 역시 은은한 금빛으로 빛나는 안개 같은 흔적을 뿌렸다. 그 금빛 안개는 서늘하고 창백했으며, 바라보고 있으면 가까이 가고 싶어졌고, 가까이 가면 손을 담그고 싶어졌다.
그 아름다운 금빛 안개에 홀려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
몸을 숙여 땅에 남은 그 금빛 흔적을 만진 순간 황금빛으로빛나는 그것이 몸을 돌려 쳐다보았다. 그것은 눈과 입과 갈라진 배에서 피를 흘리며 새하얗고 투명한 팔을 길게 뻗어 달빛처럼 하얗고 겨울 산의 눈처럼 차가운 손가락을 상대방의 몸속에 넣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 내 아기... 어디 있어….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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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가 여성의 선택 문제로 환원되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여성이 임신해 엄마가 되든 임신중지를 하든, 그런 일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과 양육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젠더ㆍ계급ㆍ인종 같은 요인 때문에 그 여성이 어떤 선택에 다가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에서 멀어지는지, 더 넓게는 선택이 사회ㆍ문화적으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와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선택의 자유로 축소해 버리면 임신중지를 우리 시대의 도덕적ㆍ사회적ㆍ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사회ㆍ정치의 요인이 흐릿해진다.

오로지 여성의 선택권과 임파워링nempoweringn의 측면에서 피임과 임신중지를 외치면, 인종ㆍ계급ㆍ장애를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자로 여겨진 여성들의 생식력을 통제하는 데 임신중지가 어떻게 이용돼 왔는지를 알기 어렵게 된다. 임신중지에 대한 규제는 재생산과 관련해 여성의 자유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 중 하나이며, "아이를 갖지 않을" 권리는 "아이를 가질 권리 그리고 출산을 조절할 권리, 낳은 아이를 기를 권리"와 함께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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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1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아서 이거 맨 앞 <들어가며>에 멈춰있는데요, 곧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1 08:45   좋아요 0 | URL
<들어가며>가 생각보다 많이 길더라구요. 저도 여전히 앞부분이라...ㅠ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다락방님도 화이팅입니다!
 

<차가운 손가락>
읽고 나서도 얼떨떨했다. 뭘 말하고 싶은거지? 차에 갇힌 여자가 빠져나오려하고, 어떤 여자가 돕는데… 그 여자의 정체는?
내가 보고 듣는 걸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걸 말하는 듯 싶긴 했다.
세상은 불공평하지. 비극적인 감정에 매몰되면 주변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몸하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뜩이나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난 그런 경험이 없지만 이건 그냥 느낌으로 다 알 수 있었다. 임신이라는 상황에 부딪치고, 그것도 처음 임신이라면 누구라도 허둥대는 건 당연할 것 같은데. 주인공의 심정이 되어 너무 억울했다.
기껏 아이의 아빠를 구한다는 방법이 신문에 내는 거라니… 요즘 세상에 정보는 순식간인데…
마지막 장면은 처참했다. 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 같아서…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얼마 전 읽었던 여성괴물에 나온 여성의 자궁에 대해 이야기한 -브루드-를 떠올렸다.

산다는 거, 정말 불공평하지 않아요? 똑같이 태어났는데,
누구는 남의 남자 채 가서 결혼도 하고, 누구는 단물만 빨다 껌 뱉듯이 버려지고….‘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느다란 목소리가 다시 말을이었다.
"재미있지 않아요? 똑같이 차 사고를 당해도, 누구는 끈질기게 살고, 누구는 그 자리에서 그냥 죽고……"
"당신, 누구예요?"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이제 억누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가느다란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억울할 것 같지 않아요? 살아 있을 때도 혼자였는데, 죽어버리고 나서도 계속 혼자면.…."
"여기, 어디예요? 난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는 계속 소리쳤다. 가느다란 목소리가 왼쪽에서 가느다랗게 킥킥 웃었다.
"사람이라는 거, 진짜 재미있어요. 안 그래요? 자기가 불안하다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그대로 믿고…."
"당신, 뭐예요?" - P78

"엄마가 되겠다는 분이 자기 아이에 대해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서 어쩌겠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지금 배 속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어요. 한 인간이 만들어지고 있단 말이에요.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고요. 그런데 태아가 발육하는 단계에서 벌써 이렇게 나 몰라라 하시면 나중에 낳아서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 P95

자칭 ‘로미오‘는 그녀가 호출에 응하지 않자 직접 전화하기시작했다. 매일같이 전화하여 갖가지 문학 작품에서 남자가여자에게 구애하는 장면만 골라 읽으며 꼭 한 번 만나줄 것을간청했다. 꼬마들의 장난 전화도 자주 걸려왔고 자신의 오빠나 남동생, 아버지, 아들, 심지어 남편을 소개해 주겠다는 여자들도 있었다. 협박성 전화도 있었다. - P100

‘아기‘는 계속 꿈틀거리다 갑자기 부르르 떨었다. 검붉은덩어리는 아주 잠깐, 핏빛 보석처럼 더없이 투명하고 영롱하게 빛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기‘는 혈액으로 와해되어버렸다.
그녀는 팔과 가슴이 피에 흠뻑 젖은채, 여전히 아기를 안은 모양대로 한쪽 팔을 둥글게 구부려 치켜들고, 피투성이가된 가운 앞섶과 분만대 가장자리에 고인 피 웅덩이를 멍하니내려다보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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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가 된 것 같다.
이틀 연속 폭우로 퇴근길은 최악이었다.
월요일 퇴근 때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일부러 검은색 바지를 입기는 했으나 소용 없었다. 온 몸이 다 젖은 채로 버스에 탔다.
올 여름 들어 벌써 두 번째 이런 사태였다.
어제는 비가 많이 올 것 같아서 불편하지만 샌들을 신었고 평소 입지도 않는 치마를 꺼내 입었다.
하지만 퇴근에 때맞춰 미친 듯이 쏟아붓는 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차가 막혀서 퇴근 버스가 원래 오기로 한 시간보다 5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비를 맞고 에어컨 냉기를 쐬니 춥기도 했는데 어찌저찌 집에 도착했다.
온 몸이 두드려맞듯 욱신거렸다. 백팩 안에 책이 혹시라도 젖을까봐 사수하느라 팔에 힘을 잔뜩 주고 1시간 가까이 서 있었던 탓이었던 것 같다.
보도 뉴스에는 온통 흙탕물과 물바다가 된 도심의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기후 위기가 재난 수준이 된 것 같다.
1년에 내려야 할 비 양의 1/3 정도가 내렸다고 하니 말 다했다.
부디 이번주 더는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2

힘이 빠져 저녁은 대충 먹고 <저주토끼>를 읽기 시작했다.
괜히 읽었나 생각했다. 머릿속에 장면들을 떠올리면 불쾌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머리- 같은 경우^^;
좀 작위적인 설정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저주토끼 단편은 두둔할 만한 메시지도 있었다. 계급과 자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정직이라는 단어는 사회에 통하지 않고 사기가 더 잘 통하는 세상이었다.


오늘 출근해서는 두 개의 단편을 더 읽었다.



- 추가


#3


고민하다가 <하얼빈>을 주문했다. 안중근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이라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다.


정희진 글쓰기 시리즈는 1~3번째 1권 초반만 읽고 방치한 상태인데  5번째 책을 샀다. 좀 더 잘 읽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1권을 읽다 만 것은 방치라기보다는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면 관련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려둔 것이다. 



8월의 커피를 포함시켰고~ 난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지라 고소한 맛으로 샀다.




<헤어질 결심> 각본이 열풍인 와중에 나는 <동주> 각본집을 보자마자 설레서 결국 주문에 포함시켰다.

당시 좋아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관에서는 한 번만 봤지만 이후 개인적으로 몇 번 더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두 배우의 연기도 참 좋았고... 보고 있으면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이 아스라히 내 마음에 와 닿았었다. 

이 영화야말로 큰 화면으로 봐야 더 좋은 영화이다.

밤하늘의 별. 암흑 속에서 빛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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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0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폭우때문에 다들 비피해 입으신건 없는지 걱정이네요. 퇴근길이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저러고 집에 오면 정말 기진맥진이잖아요. 에휴....
여기 남쪽은 또 비 구경 하기 힘드네요. 아직 가뭄 해소도 제대로 안된지라 그는 또 그대로 걱정입니다.
저주토끼 처음에 좀 찜찜했는데, 특히 말씀하신 머리요. 근데 뒤로 갈수록 저는 좋아졌습니다. 부디 화가님도 좋아지시기를요. 뭐 아니어도 좋구요. 세상에 취향에ㅠ맞고도 좋은 책들은 널려있으니 말입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0 10:04   좋아요 3 | URL
저주토끼는 어차피 대출한 책이라 저도 가볍게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여러 단편이 실려 있어서 그 중 마음에 드는 단편 하나 건지면 되겠다 생각하고 읽고 있어요^^;

비 구름떼가 충청 이남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뭄은 해갈되어야겠지만 비가 단시간 내에 마구 쏟아지는지라 그럴까봐 또 걱정이네요~ㅠㅠ 한쪽은 폭염과 가뭄, 다른 한쪽은 폭우 이래 저래 기후위기가 맞나봅니다.

프레이야 2022-08-10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뉴스에 알게 된, 폭우로 숨진 반지하방 가족 생각했습니다.
남쪽은 폭염이라 실감이 나지 않고 뉴스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동주 각본집 사셨군요. 그 영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0 13:13   좋아요 2 | URL
재난과 위기는 어려운 이들에게 더 가혹한 상황이 되니 마음이 아픕니다. 자본과 계급이라는 단어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고요.
동주 영화 좋죠. <하얼빈> 출고일이 좀 늦어져서 주말에나 받게 되겠지만 영화의 대사들이 제 가슴을 치고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설레입니다^^

mini74 2022-08-10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화가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ㅠㅠ 동주.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 어리고 고운 청년들이 왜. 라며 훌쩍이게 되는 영화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10 16:53   좋아요 1 | URL
어제 퇴근 무렵 많이 추웠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잤더니 그나마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가 사무실에도 들이닥쳐서 다시 조심해야 하는;;;
동주 보면 매번 뭉클해요~ 각본을 소장할 수 있어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0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얼빈 읽고는 싶으나 왠지
제 돈 주고 사서 읽기에는 -

그리하야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
쯤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2-08-10 21:12   좋아요 2 | URL
저도 고민고민하다가 주문했어요~ 별로일수도 있을텐데 일단 이야기의 구성이나 문장력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려고 합니다.
날씨 서늘할 때 읽으면 더 좋을 듯도 싶네요. 레삭매냐님의 후일 감상도 기대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8-10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애정하는 김훈작가의 하얼빈 기대됩니다^^
이문열의 불멸과 어떤 차별을 두고 썼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주토끼는 별 기대없이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빨려들어 단숨에 읽어 버렸어요.
기시감이 느껴지면서도 색다른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아직 동주, 영화 보지 못했는데 봐야 하는데도 맘이 아플까봐 보지 못하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1 08:57   좋아요 2 | URL
김훈 작가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데 저는 사실 아직 깊게 빠져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필생 사업이라고 작가가 이야기한 안중근에 대한 것인 만큼 더 좋을 거라고 기대중입니다.
저주토끼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주제와 묘한 분위기에 끌려 흡입력 있게 읽고 있습니다. 단편이라 주중에 읽기에도 좋네요ㅎㅎ
동주 영화로는 보지 못하셨군요. 한 번쯤은 꼭 보셔요.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 좋은데~^^ 맘은 아프지만 참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희선 2022-08-11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많이 와서 힘드셨겠네요 물바다가 된 곳 보니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 한번 겪기는 했는데... 그 뒤부터 여름 오고 비 온다고 하면 걱정합니다 기후변화가 심하네요 위기가 맞네요 지금부터라도 좀 나아지게 해야 할 텐데... 다음주에도 온다고 하던데 그때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영화보다 책으로 만나는군요 《동주》도 책으로 봤습니다 몇해 전에...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1 08:59   좋아요 1 | URL
안 그래도 물을 무서워하는데 이번 비는 진짜 너무 무섭게 내려서 공포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반도도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곳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와 책은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이건 각본집이니까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는 맛이 있을 것 같아요. 희선님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08-11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기도 폭우때문에 난리였군요 ㅜㅜ 그래도 출근해서 단편 읽고 좋은시간을 보내셨군요~!!
저도 하얼빈 읽고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11 13:06   좋아요 2 | URL
수도권 전체적으로 난리였죠ㅠㅠ 이곳 다시 비가 옵니다. 이젠 비가 무섭고 지겹네요ㅜㅜ 주중에는 단편을 읽을까봐요. <저주토끼>는 기괴한 이야기와 묘사가 있어서 오싹해하며 읽었습니다ㅎㅎㅎ
<하얼빈> 새파랑님도 재미나게 읽으실 것 같아요.

2022-08-11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