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대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세상의 소위 기준이라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준에 벗어나 있는 삶을 살려 할 때 세상은 그에게 기준을 강요하고 맞서게 한다. 이 책은 그런 목소리를 내는 20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변희수 하사, 피아니스트 임현정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요된 차별이고 폭력일 수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패션과 근대. 흥미로운 주제들의 만남이다. 근대의 역사 온갖 것들이 새로 흘러 들어온 시기였다.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였을텐데 의복과 제복, 장신구, 직물, 의복 양식 분야로 근대 동아시아 지역의 유행을 알아본다. 필자들이 패션업계 종사자인데다 도판 등의 시각 자료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생생함을 더한다. 패션이라는 시각 매체를 통해 역사, 정치, 사회문화, 예술 등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민음사 인문 클래식 시리즈가 등장했다. 민음사에 소설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인문 클래식 시리즈가 나온 걸 보니 고전과 인문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 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1권과 4권은 오뒷세이아와 메데이아인데 이 책은 이미 갖고 있는지라 사기는 그렇고 2, 3권은 관심이 간다. 2권은 세네카의 <철학자의 위로>다. 세네카는 자식을 잃은 슬픔, 가족의 고통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형제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서간문으로 위로를 전한다. 나는 아직 가족의 죽음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대작가의 작품으로 미리 고통을 승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 3번째는 보들레르의 <우울의 고백>이다. 마찬가지로 편지를 엄선해서 실은 책이다. 중학생 때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3통의 편지가 담겼다. 보들레르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겠지만 나아가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시사인에서 추천한 책이자 알라딘 인문 레터에서도 추천한 책이다. 이 책은 최신 과학기술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학과 과학에 약하다는 편견을 받아온 여성들과 문과생들을 대상으로 신 과학기술의 정체의 궁금증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제공한다. 여자 성염색체를 가졌고 문과생이지만 공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10년이 넘게 직장 생활을 유지했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 속에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질 때도 있었고 남자 공대생들이 느끼지 않아도 될 일들을 왜 느껴야 하는지 답답하고 화가 날 때도 많았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과학기술이 먼 이야기가 아닌 내 삶에 끌어들여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도시에서 여성을 위한 공간이 존재할까. 이 책은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의 구조와 도시가 여성에 대해 던지는 시선과 폭력 방식 등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 비판적 물음을 던진다. 차별자와 소수자들은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성 편향성에 기반한 도시 설계가 지니는 문제점들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차별 없는 도시가 가능할까 싶기도 한데 저자는 남성 중심의 도시가 여성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이 겪은 도시 생활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소설의 이야기에 눈이 확 뜨인다. 난징학살, 히로시마 원폭, 일본군성노예제, 문화대혁명 등 20세기 전반의 권력과 폭력에 얽힌 역사를 주제로 담은 장편 소설이라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사적 주제를 배경으로 사실과 허구를 섞어 가공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고통이 자리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어보고 싶어졌다. 직면한 고통 너머의 세계는 존재할까. 작가의 글이 궁금해진다.





금주에 관심가는 책들이 많아서 신이 난다. 일단 이 달의 목표한 책들이 있고 책값도 점점 올라서 이 중 엄선해서 읽게 될 것 같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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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0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인문 클래식이 나왔군요. 난징학살 등 다뤘다는 발없는 새도 관심이 가고요. 좋은 책들 소개 고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0 13:04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나왔네요^^ 저도 그 소설 관심이 가서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습니다. 저도 감사해요^^

새파랑 2022-06-10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책에 우울의 고백 나오던데 이런 우연이~!! 이번달 당선 적립금으로 7권 다 사시면 될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06-10 13:24   좋아요 3 | URL
ㅋㅋ 이 중 엄선해서 사겠습니다. 보관함에 이미 있는 리스트들도 들어가야 해서요ㅎㅎ 일단 발없는 새는 확실히 들어갈 것 같아요^^;

청아 2022-06-10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책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요즘은 소장확실한 책 빼고는 중고를 찾거나 대여하고
도서관 희망도서도 열심히 신청하고 있어요. 범우문고는 이 와중에 가격이 참 착해서 몇권 찜해두었네요. 흥미로운 책들이 여럿보여 담아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3:2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미미님. 기본이 2~3만원이 훌쩍 넘어가요ㅠㅠ 특히 제가 사려는 책들은 양장본들이 주로 많아서 그런지 기본이 그렇더군요. 그래서 엄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도 이제 정말 도서관을 애용해봐야할 것 같습니다ㅠㅠ 얼마 전 희망도서 신청해놨는데 됐음 좋겠네요. 미미님 담으신 책들 재미나게 읽으셔요^^*

다락방 2022-06-10 14: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문과생이지만 공학과를 졸업했고 역사에도 관심이 많으시며 여성학도 읽고 계시네요?! 와.. 왜 제가 뿌듯할까요? 저는 언급하신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 궁금해서 담아갑니다.

잠자냥 2022-06-10 14:17   좋아요 2 | URL
다부장 거리의 화가 엄마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10 14:19   좋아요 3 | URL
아 저의 엄마미소.. 여기서 또 나왔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6-10 17:21   좋아요 1 | URL
감사드립니다^^;;; 뭔가 민망 부끄럽군요ㅋㅋ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표지도 이쁘고 내용도 관심이 가서 저도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놓았어요ㅋㅋ

독서괭 2022-06-10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민음사 인문 클래식 시리즈?? 궁금합니다. 화가님 덕에 찜해 둡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7:22   좋아요 2 | URL
네^^ 요즘 출판사에서 이런 시리즈류물을 은근 내놓네요. 독자들은 읽을 거리가 풍성해지니 좋죠^^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6-10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갖고 있는 책들이긴 한데 탐나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6-10 20:38   좋아요 2 | URL
앗~ 어떤 책을 갖고 계실까 궁금하네요^^

그레이스 2022-06-13 09:38   좋아요 1 | URL
책들이 있긴 한데... 였는데 오타요
세네카 오래된 책이 있어요
보들레르도
두 권 다시 바꾸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지금 읽을게 아니니 참을까봐요

거리의화가 2022-06-13 09:51   좋아요 1 | URL
아~ㅎㅎ 그러셨군요^^ 사실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고민중인데 만약 사게 된다면 공유해보겠습니다.

희선 2022-06-12 0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인문 클래식 관심 가네요 철학자가 위로해주는 글이라니... 우울도 그렇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어떤 책을 보든 괜찮아지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 처지와 자신의 처지가 다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6-12 06:59   좋아요 2 | URL
민음사에서 이렇게 새 시리즈가 나오니 기대가 되네요 저도 세네카와 보들레르 이름만 알지 접해본 적은 없는데 편지가 책에 실린 것이라고 해서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상실과 외로움, 우울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감사합니다 희선님^^
 

5장 부인과 첩

히브리 노예제에서 남성은 7년째에 자유민 남성으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편, 여성채무노예들은 첩이 되거나 결혼함으로써 상향이동하거나, 혹은 매춘상태로 하향이동할 수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그들의 성적 서비스에 의해 결정되었다. - P187

사실상 메소포타미아의 예들은 재산이 남성에서 남성에게로, 즉 남성가장에게서 남성가장에게로 전달되지만, 여성들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부인은 자신의 지참금에 대해 평생 사용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남편(혹은 자녀들)은 그녀가 죽은 후 그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하였다. 이혼을 하거나 아들을 낳지 못했을 경우에 지참금은 그녀의 아버지(혹은 남자형제들)에게 반환된다. 여성은 자신의 재산을 양도하거나 유언으로 남길수 없다. 그런 만큼 그녀의 권리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것으로서, 이러한 권리들은 남편에 대한 그녀의 성적 서비스와 재생산서비스에, 특히 그에게 아들들을 제공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 P192

결혼에서 여성가족원을 교환하는 남성가족원들(아버지, 남자형제, 숙부)의 관례적 권리는 가부장적 가족의 발달보다도 앞서 있었으며, 가부장적 가족이 다른 가족형태보다 우세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였다. 사유재산과 계급계층화의 발달로 이 관례적 권리는 결정적인 경제적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가장들은 가족의 재산을 최대화하고, 가족의 지위를 유지 혹은 개선시킬 수 있게끔, 결혼에서 가족성원들을 처분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가족경제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졌다. 그들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의 생산자이자 자녀생산자이며,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며, 가내노동자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적서비스가 매매 가능한 상품으로 바뀌게 된 사람들이었다. 사물화된 것은여성 자신들이 아니라, 여성들의 성적 서비스와 재생산 서비스이다. - P195

구매에 의한 결혼과 계약에 의한 결혼은 함무라비법 시대 이래로 공존해 왔다. 두 가지 형태의 결혼은 서로 다른 계급의 여성들에게 적용되었다. 결혼에서 신부를 동반자로 보는 개념은 상층계급 가족들의 결혼계약 속에 함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층계급 여성들에게 결혼은 결국 가내노예화나 마찬가지였다. 메소포타미아법에서, 그리고 히브리법에서 훨씬 더 강하게, 첫째 부인들(상층계급)과 첩들(하층계급) 사이의 구별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모든 여성들은 점점 더 성적지배와 규제 아래 있게 되었지만, 그들에 대한 속박의 정도는 계급에 따라 달랐다. 우리가 이미 보여주었듯이, 결혼한 부인은 그 연속선의 한쪽끝이었고, 노예여성은 다른 쪽 끝이며, 첩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자리잡고있다. 그러나 경제적·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다른 인간을절대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그들의 노동으로 이윤을 남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인의 종속적 위치와 노예의 종속적 위치를 동등한 것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그런 해석은 실제 계급관계를 신비화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 - P197

함무라비 법에서 처음으로 완벽하게 제도화된 가부장적 가족은, 온정주의와 절대적 권위의 혼합 속에서 고대국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그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성/성별체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거꾸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태동기부터 고대국가는 가부장적 가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가족의 질서정연한 기능과 공적bere shock영역에서의 질서를 등치시켰다. 가부장적 가족을 공적 공동체라는 건강한 유기체의 기초적 건축블록, 즉 세포에 비유한 것은 메소포타미아법에서 최초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3천년에 걸쳐 이데올로기와 실천 속에서끊임없이 강화되어 왔다. 가부장적 가족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것은 그것이 오늘날 미국에서 ERA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의 통과에 반대한 운동의 외양을 이루고 있는 방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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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세트 중 이용악의 오랑캐꽃 을 읽었다.

이용악은 1949년 월북했는데 그래서인지 내겐 낯설었다.

오랑캐꽃은 그의 세 번째 시집으로 1947년 출간되었지만 그곳에 담긴 시들은 모두 해방 이전 쓴 것들이다.

1940년 이후가 되면 조선어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지는 시기다.

시들을 읽어보니 아름답기는 하지만 군데 군데 현실이 잠깐씩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창작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일치하기 어려웠던 시대임을 감안해본다.

오랑캐꽃은 제비꽃이다. 이미지를 보니 보랏빛이 참으로 영롱하다.

같은 식물이라도 인간의 관점에 따라 꽃 이름은 다르다고 말하는 시인.

겨울을 이기고 이겨낸 꽃처럼 흔들리는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닐지.


한국 시집 초간본 세트 다음 시집도 기대가 된다.



조지 엘리엇 소설 The Lifted Veil 번역서를 읽고 있다.

번역서 제목은 벗겨진 베일인데 어떠한 의도로 lifted를 벗겨진으로 번역했는지 책을 마저 읽어보면 궁금한 점이 풀리겠지.

조지 엘리엇은 영국 출신으로 1819년 출생하여 1880년 사망했다.

그녀는 소설가이자 비평가,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소설 및 시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작가 중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로 문학계와 영국에서는 그 위상이 높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그만큼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인지 번역되어 나온 것들도 너무 적다.


《미들마치》는 그의 최고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서 나중에라도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분량이 길다고 하여 읽더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근하면서 비가 몇 방울 내리다 말았다.

비가 좀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겠구만 작년과 달리 비가 너무 오지 않는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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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퇴근 시 예약 프리미엄 버스를 이용한다.

이 집에 이사올 때만 해도 이 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6개월 이상 출퇴근하면서 출퇴근이 이리도 힘든 일이구나 느꼈다.

힘들 때는 옆지기 차를 얻어타기는 했지만 그렇게 되면 편하기는 해도 개인 시간을 이용하기 어려워서(아무래도 옆에 운전을 하고 있으니)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다 예약 버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후 이 버스를 계속 사용중이다.

예약제라 경쟁이 치열해서 예약이 열리자마자 자리 선점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막상 버스를 이용해보니 한 번에 회사 근처까지 오고 그 시간동안 오디오북을 듣던지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어서 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얼마 후면 출근 버스 시간이 앞당겨지게 되어서 15분 정도 빨리 집에서 나와야 한다.

잠자리에 조금 일찍 들어야 하고 더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출근 시간이 빨라지니 출근 이후 개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사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으니 깨어 있는 시간이라도 활용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중에는 퇴근 시간 이후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긴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기 어렵기도 하고.

앞으로도 이런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



#2


이 책은 서양 문명, 특히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가부장제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서 여성의 종속과 불평등의 기원을 알아본다.

처음에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물론 서문이 좋다고는 여겼으나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2장부터 서서히 스며들며 읽어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어제 읽은 4장은 특히 더 좋았다.

초반에 서양 문명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는 했으나 동양 문명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중국 여인들이 어떠했는지 알려준다.

전시 강간 성폭력에 대한 예시 중 하나로 한국 전쟁에 대한 언급도 나와서 반가웠다.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에 나오는 예시로 여성의 지위가 불평등한 것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게 만드는 지점도 좋았다.


오디세이는 텔레마쿠스에게 죄지은 노예여성들을 데려와 시체를 치우고 저택을 닦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리하여 텔레마쿠스는 "아버지의긴 칼로"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갑자기 남성다움을 갖추어 "내 머리와내 어머니 위에 불명예를 들이부었고 구혼자들과 함께 잤던 이 여성들의목숨을 깨끗한 죽음으로 빼앗기를 거부하고는 오히려 그 여성들의 목을올가미로 씌워서 단단한 밧줄로 끌어올려 매단다. 호머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잠깐 동안 발을 비틀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 P169


노예 에우리클레이아는 단순히 주인의 의지를 실천하는 도구이며, 전적으로 그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리고 ‘착한‘ 노예여성들은 ‘나쁜‘ 노예여성들로부터 분리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매애는 전혀 형성될 수 없다. 주인의 사랑은 폭력과 소유욕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에게 살인과 달콤한 갈망은 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또 아들은 노예여성들에 대한 폭력에가담함으로써 남자가 된다. - P170


딱딱한 문체로 자칫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텐데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나는 역사적 사례를 기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니 더 관심이 간다.

역사책을 많이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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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8 1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리미엄 버스라는게 있군요~!! 전 처음알았습니다 ㅋ 버스 타면서 책 보면 잘 읽힐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6-08 13:38   좋아요 2 | URL
네. 예약해놓고 그 시간에 타는 겁니다. 버스비 나가는 건 탈 때 지불되는 것이구요.
지하철에서 종이책 읽기에는 좋은데 버스는 아무래도 움직임이 많아서 문자를 읽기는 어렵더군요. 그래서 주로 오디오북 or 팟캐스트 듣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6-08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역사 책 즐겨 읽으시고, 관심 많으신 화가님과 바람돌이님께서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제 바람돌이님도 4장까지 읽고 계신다는 댓글을 받았습니다. 역시....두 분은!!!^^
저는 역사는 흥미는 있긴한데, 책을 많이 안 읽어서 무척 헷갈릴 때가 많네요ㅋㅋㅋ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란 문구에..아, 기원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쭉쭉 역사 순대기로 펼쳐지려나? 역사 내공이 부족한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조금 쫄았거든요.
그래서 진도가 좀 더디게 나가고 있는데...또 화가님 글을 읽으니 흥미가 땡기네요^^

예약 프리미엄 버스 활용 시간을 통해 뭔가 화가님 더 똑똑해 지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ㅋㅋㅋ
파이팅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6-09 07:27   좋아요 1 | URL
어제 퇴근하고 나서 5장 완독하려했는데 졸려서 결국 중간에 덮었어요^^;
저도 고대 서양 문명은 잘 모르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건 사례의 장소로 등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부장제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지 말이죠. 저자가 정리한 텍스트가 이해가 안갈 때 그 예시에 주목해보신다면 이해에 도움되실것 같습니다.

ㅎㅎ 말씀대로 똑똑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6-09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약 프리미엄 버스가 있군요
가부장제의 창조!
관심이 갑니다.
노예만도 못한 존재였던...!
그리스의 인본주의를 얘기하지만 그 시대도 존중받지 못한 여성, 노예, 아이들을 생각해보면...ㅠ

거리의화가 2022-06-10 08:5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저보다 서양 고전이나 문명 더 잘 아셔서 잘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가부장제의 벽은 생성되어 지금까지 견고하게 살아남았네요-_-; 이 벽을 허물어트리려면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밑줄

4.여성노예

오늘 읽은 부분 특히 더 좋고 읽는 동안 소름이 쫙.

노예제는 인류역사에서 위계적 지배가 최초로 제도화된 형태이며, 시장경제·위계·국가의 성립과 연결되어 있다.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에게 노예제가 얼마나 억압적이고 잔인했을까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은 경제의 조직화 과정에서 필수적인진보, 즉 고대문명이 발달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진보를 대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예제의
발명’을 인류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 P137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찍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 P139

노예의 사회학에 대한 자세한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노예화의 기술은 세가지 특징적 양상을 가진다. 첫째, 노예제는 보통 폭력적 죽음의 대체물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은 ‘특히 형벌의 조건부 감면‘이었다. 둘째, 노예는 ‘태생적 소외’(natal alienation)를 경험하였다. 즉 그/그녀는 ‘출생에 따른 모든 권리로부터‘ 그리고 사회질서 내에서 그/그녀 자신의 권리에 의한 적법한 참여로부터 ‘파문당하였다.‘ 셋째, "노예는 어떤 보편화된 방식으로 불명예를 당했다(dishonored)." - P140

남성에게 명예란 자율성, 자신의 태도를 정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권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율성을 인정받을 권리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가부장적 지배 아래서 여성은 자신의 태도를 정하거나, 자신을위해 무엇을 결정하지 못한다. 여성의 몸과 성적 서비스는 친족집단, 남편, 아버지의 처분에 달려 있다. - P143

남녀노예들은 보상없는 노동을 하고, 종종 주인에게 개인적인 서비스를 해야 했지만, 특히여성들에게 노예상태는 주인 혹은 주인의 대리인을 위해 성적 서비스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노예체계에서는 남성노예들이 남자주인이나 여자주인에게 성적으로 사용되거나 학대받은 예도 많았지만, 그것은 예외적이었다. 그것이 남성에게 해당되지 않았기때문에, 여성에게 성적 착취는 노예상태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계급발달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하층계급 여성들에 대한상층계급 남성들의 성적 지배는 여성에 대한 계급억압의 표시 그 자체였다. 분명히 계급억압은 결코 남성과 여성에게 같은 조건으로 간주될 수없는 것이다. - P156

아버지는 자녀들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방치하거나 유기함으로써 유아를 살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자녀가 어리더라도 신부값을 받는 교환관계를 통해 딸을 결혼시키거나 혹은 사원에 바쳐 평생 순결하게 살도록 할 수도 있었다. 또 그는딸들과 아들들의 결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남자는 자기 부인과 첩, 자녀들을 빚 대신 저당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었으며, 빚을 갚지 못하면 이 저당물들은 채무노예가 되었다. 이와 같은 권력은 친족집단 전체가 그 구성원이 행한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개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 P157

야곱에게 자신의 하녀를 제공하기 전에 라헬은 "내게 자녀를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입니다" 하고소리친다. 결국 "하느님이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자궁을 열어주었을 때" 그녀는 "하느님께서 나의 치욕을 거두셨다"고 말했다. 여성의사물화와 부인의 도구적 사용에 대해 이보다 더 분명한 진술은 있을 수없다. - P162

후대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대문명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과 부자유가 공존하였다. 바빌로니아 ·중국·이집트를 비롯하여 그밖의 다른지역에서도 가부장적 가족관계와 축첩제도, 그리고 외지인의 노예화가공존하였다. 그러나 위계와 강요된 부자유의 개념이나 영구적 노예의 신분으로 대변되는 영구적 부자유(permanent unfreedom)의 관념이 발전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역사의 후반기에 모든 인간존재가 갖는 불가분의 권리로서 자유의 개념이 발달하는데 수세기가 걸렸을 것이다. 고대국가와 도시국가들에서 노예는 재산의일종으로 간주되었지만, 동시에 일정 정도 보호받을 자격을 갖는 가구의구성원으로 생각되었다. 노예제가 지배체계로 됨에 따라 노예신분은 점차 열등한 서열의 인간을 표시하게 되었고 노예지위의 영구적 낙인은 미래세대까지 이어졌다. 만일 이런 유의 노예를 점진적으로 발전된 계층화과정의 최종산물로 보고 또 가부장적 지배·보호 아래에 있는 부인을 이과정의 최초 형태로 간주한다면, 첩은 이 두 형태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될 것이다. - P166

남성들 사이의 위계는 소유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정해졌으며, 군사력을 통해서 강화되었다. 여성에게 위계는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남성의지위를 매개로 해서 정해졌다. 위계의 맨 밑바닥에는 강력한 남성에 의해 섹슈얼리티가 마치 매매 가능한 물건처럼 처분되는 노예여성이 있었고, 중간층에는 성적 행위를 통해 상승이동하고 일부 특권과 자신의 자녀들을 위한 상속권을 얻을 수 있었던 노예첩이, 제일 상층부에는 한 남성에 대한 성적 서비스를 통해서 재산과 법적 권리를 갖게 되는 부인이있었다. 부인보다 상위의 어느 지점에는 예외적인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그들의 처녀성과 종교적 서비스 덕택에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권리들을 누렸다. - P167

오디세이는 텔레마쿠스에게 죄지은 노예여성들을 데려와 시체를 치우고 저택을 닦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리하여 텔레마쿠스는 "아버지의긴 칼로"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갑자기 남성다움을 갖추어 "내 머리와내 어머니 위에 불명예를 들이부었고 구혼자들과 함께 잤던 이 여성들의목숨을 깨끗한 죽음으로 빼앗기를 거부하고는 오히려 그 여성들의 목을올가미로 씌워서 단단한 밧줄로 끌어올려 매단다. 호머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잠깐 동안 발을 비틀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 P169

노예 에우리클레이아는 단순히 주인의 의지를 실천하는 도구이며, 전적으로 그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리고 ‘착한‘ 노예여성들은 ‘나쁜‘ 노예여성들로부터 분리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매애는 전혀 형성될 수 없다. 주인의 사랑은 폭력과 소유욕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에게 살인과 달콤한 갈망은 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또 아들은 노예여성들에 대한 폭력에가담함으로써 남자가 된다. - P170

노예제가 널리 퍼졌을 시점이 되었을 때, 여성의 종속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었다. 그때까지 만일 여성의 종속에 대해 생각해 보기라도 했다면, 노예제의 낙인 중 일부가 여성의 종속에게로 그러모아졌을 것임에틀림없다. 즉 여성과 마찬가지로 노예는 노예로 만들 수 있는 열등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종속시킬 수 있었던 여성은 이제 노예와 비슷하기 때문에 열등한 것처럼 보였다.)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과정에 대한 남성 혹은 남성지배적 제도의 통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 속에서 여성의 종속과 노예제는 연결되어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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