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에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등장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 최치수, 김평산, 귀녀, 칠성, 강포수 간에 얽히고 설킨 관계는 이것이 그나마 나은 것이었을까를 생각하게 하여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 함안댁의 운명이 너무 기구하고 슬펐다.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은 되려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떳떳해야 할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목청 높은 이에게 희생되는 것. 누구 탓을 해야 할까?

2권은 역사적 배경이 1권과 멀지 않고(1897년~1899년) 책의 내용상 인물 간에 사건에 집중하여 역사적 사건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어느 세월이든 본시의 것을 오래 지키는 쪽은 서민인가 하오. 지금 친일하여 삭발하고 양풍을 따라 의관을 바꾼 사람들은 모두 양반들 아니겠소? 제 나라 백성 다스리는 데도 남의 힘, 제 겨레를 치는 데도 남의 힘, 그럴 때의 체통은 불관지산가 본데, 허 참, 이야기가 빗나갔소이다."
"서울서는 만민공동회라던가 관민공동회라던가? 뭐 그런 것이 생겼다 하는데 대체 그것은 무엇이오? 말로는 고관대작에서부터 아녀자 백정까지 한자리에 모여 시국을 논했다 하는데 그게 사실이오?"
"사실인가 보오. 갑신변란 때 미국으로 달아난 서재필이란 사람이 돌아와서 만든 독립협회라는 게 있지 않소. 그 단체에서 꾀한 일인 모양인데 이게 또 기승을 부린다면 장차 왕실이 위태로워질 것인즉, 게다가 상감께서는 개화당을 싫어하시는 터라 그 왜 참의대신 조병식이 보부상들을 긁어모아서 만든 황국협회, 그 단체에서 무리를 풀어서 만민공동회를 쳐부술려고 습격을 했다는 소식이오. 세상이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소이다."
"허 그것 참 야릇한 일이오. 한쪽에는 아녀자에서 백정까지 끌어들이고 한쪽에서는 보부상들이니 이거 천민들이 세상을 만났구려."
"세상을 만난 게 아니라 반 식자(半識者)와 권력자들의 고깃밥이 된 거지요."

서재필이 독립협회를 만들고 만민 공동회와 관민공동회가 일어난다. 하지만 황제는 늘어나는 백성들의 요구에 긴장했고 황국협회를 조종하며 독립협회에 맞서게 했다.

"스스로 주인되어[自主] 스스로의 의지대로[自由]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독립(獨立)'이라 하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화합하고, 여러 사람의 힘이 굳게 뭉치는 것을 '협회(協會)'라 한다. 아! 우리나라는 4천 년의 독립국이다. ... 안으로는 기운차게 일어나고, 밖으로는 외적을 침입을 막아내려는 것이 이 회(會)의 본래 뜻이다. <대한계년사 4권 - P199)>

등짐장수란 이름이 나라 안에 가득 차고 퍼져, 위로는 벼슬아치와 선비로부터 아래로는 염치없는 종부치와 천한 무리에 이르기까지 다투어 상무사에 투신했다. 무리를 지어 재빨리 상무사로 달려가 한패거리가 되어 서로를 비호하면서 온 나라와 백성들에게 끼친 폐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대한계년사 5권 -71p>

- 대한국 국제를 정하다.
8월 17일 지시하였다. 같은 날 법규교정소 총재 윤용선, 의정관 서정순 등이 나라의 제도 9조를 아뢰었다.
제1조, 대한국은 세계의 온 나라가 공인하는 자주독립의 제국이다.
제2조, 대한제국의 정치는 과거 500년간 전해 내려왔고, 향후 영원히 내려가도 변치 않을 전제 정치이다. <대한계년사 5권 -73p>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고 개화를 주장하는 지식인들이 많아지면서 백성들의 의식도 깨어나고 있었다. 독립협회는 이 흐름에 발맞추었고 여기에 백성들은 호응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다만 고종은 황제로 등극, 전제군주정 체제를 등장시킴으로써 백성들의 요구와 반대로 갔다. 백성들이 깨어나고 들고 일어나는 것을 고종은 국가를 전복하는 세력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전에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며 나라가 뒤집어졌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일을 다시는 일어나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독립협회가 추진한 일들은 조선의 마지막 개화 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실패하면서 조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는 상실되고 만다. 이 이후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미 조선의 국운은 기울었다.


이동진은 마을을 떠나기 전 최치수를 마지막으로 찾는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당시 혼란스러운 정세와 양반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어리석은 임금께서 아라사 공사관으로 이어(移御)하신 뒤 아라사나 그 밑에 빌붙은 놈들이 한판 자알 놀더니만 요즘엔 왜국도 세력을 만회하여 아라사하고 함께 나누어 먹기를 궁리들 하는 모양인데 모처럼 뜻을 세우긴 했으나 자텐 길이 허행이나 되지 않을란가?
이 마을에 김훈장이라는 미친 사람이 있어서 국모 살해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노상 짖어대는 모양인데 자네도 그 등속인가?
자네가 마지막 강을 넘으려 하는 것은 누굴 위해서? 백성인가, 군왕인가?"

"백성이라 하기도 어렵고 군왕이라 하기도 어렵네... 굳이 말하라 한다면 이 산천을 위해서, 그렇게 말할까?"
"나라 망하고 충신이 난들 무엇하리오."
"상민들이 부러울 때가 있지."
"어려울 것 없다. 의관을 벗어버리면 될 거 아닌가. 머릴 깎으면 중놈이 될 것이요, 칼 들고 푸줏간에 들어가면 백정이 될 것이오."
"말 말게. 기백 년 세월 동안 골수에 박힌 생각은 어느 나무에다 걸어놓고? ...
선비들이라고 모두 다 지조 있는 인물이 아닌 것같이. 개중에 슬기 있는 놈도 있어서, 오늘같이 어지러운 세상에는 쓸모없는 글자로써 꺼멓게 먹칠이 된 식자(識者)의 머리보다 천만 가지의 이치는 모르더라도 한 가지 이치에 눈을 뜬 상민들의 외곬으로 치닫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뜻이야. ...
원군을 보내주지 않아서 왜군한테 패하고 돌아온 김백선이 분을 못 참고 안승우에게 칼을 빼어 들이대었다 해서 엄한 군율로 다스린 의암 선생의 경우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강직한 성품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상민을 부러워하는 이동진의 말은 솔직히 신빙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최치수는 양반의 권위 의식에 목을 매는 자였고 오히려 그런 그가 가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양반들이 과연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상민 이하의 백성들을 부러워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양반은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려 했고 그런 특권이 부러운 상민들 중 많은 이들이 족보를 구매하는 것을 통해서라도 양반이 되었던 것이니 말이다.

유림들은 철저히 봉건의 가치를 고수하려는 의지를 드러냈고 단발령에 극도로 분노하며 의병을 일으켰다. 그런데 의병 내부에도 신분적 차별에 따른 갈등이 존재했다.

김백선은 전투가 있을 적마다 앞장을 서서 의병의 모범이 되었다. 수안보에 주둔한 일본군을 공격해 전과를 올렸고 이어 충주 공격에 나섰다. 당시 충주에는 김규식이 새로 관찰사로 부임해 일본군과 함께 의병 토벌에 나서고 있었다. 김색선이 선봉장으로 충주성을 공격하기로 작전을 세우고 중군장인 안승우가 의병을 이끌고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김백선과 포수들은 용감시 싸워 충주성을 점령하고 김규식을 처단했다. 이어 전선을 끊고 달아나는 일본군을 추격해 사살했다. 그후 가흥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이 반격을 개시해 의병에게 타격을 입혔다. 김백선은 남은 부대를 이끌고 제천으로 달아났으나 후원군으로 오기로 약속한 안승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김백선은 제천 독락성에서 몸을 도사리고 있던 유인석에게 칼을 들고 서울 진격을 요구했다. 유인석은 김백선이 상민으로서 양반에게 대들어 질서를 문란케 했다며 처형했지만 정작 군율을 어긴 안승우는 불문에 부쳤다.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19 - P70>

김백선은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내려지면서 의병을 일으킬 생각을 한다. 마침 안승우 등이 제천에서 의병을 일으키자 1896년 1월 휘하에 있던 병사를 데리고 합류하였다. 유인석이 이후 지휘를 맡아 김백선에게 선봉장 역할을 맡기고 충주성 전투 등에서 활약을 보인다. 이후 일본군을 공격할 때 요청한 원군이 오지 않아 패배하자 김백선은 당시 중군장이었던 안승우에게 항의하였다. 하지만 군율을 어겼다는 죄명을 받아 처형되고 말았던 것이다. 정작 하나로 뭉쳐 싸워야 했던 의병들도 내부에서 각자의 입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1년 간 피신해 있는 동안 정부의 관료들은 러시아에 빌붙는 이들이 많았다. 청일전쟁의 결과 일본이 승리하고 러시아와 세력 균형이 일어나면서 일본에 빌붙는 이들도 있었다.

광무개혁과 독립협회의 역할은 어느 쪽에 더 의미와 무게를 두느냐를 놓고 훗날 역사학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한국근대사산책 3권 - P113>
'근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전제된다면, 그리하여 '식민지 근대'와 '자주적 근대'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을 이유가 없음을 확인한다면, 자본주의 근대화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수탈과 착취와 반동, 그리고 처벌과 학대를 동반하였음을 고려한다면, 대한제국과 광무개혁을 더도 덜도 아닌 '외세의 침략 앞에서 국권을 지키기 위해 지배계급이 주도하여 마지막으로 시도한 근대화 개혁, 또 그 과정과 결과로 성립한 국가체제'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후에도 다양한 이론 주장이 제기되지만, 어떤 논쟁에서건 멸망에 이른 왕조라는 결과론이 행사하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한국근대사산책 3권 - P115>

고종하면 이태진 교수가 떠오르는데 그는 고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꺼져가는 조선의 불꽃을 살리고 현명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듯해서이다. 물론 어쨌든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고 여러 가지 내부 개혁을 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의 나라에는 기득권이 아닌 백성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던 것이 아닌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대한제국 내에서 일본의 힘은 막대하게 커진다. 토지 뒷 편에서 이 부분도 다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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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2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대설명까지 함께 읽으니 더 좋네요 화가님 ~ 저도 토지 읽고있어요. 1권 읽고 나머지는 북플님들 따라 오디오북으로 읽을까 했는데 ㅠㅠ 귀보다 눈이 빠른걸까요 속도가 답답한 ㅎㅎ 아무래도 다시 책으로 돌아갈 듯 합니다 잘 읽어요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8-30 21:40   좋아요 3 | URL
네. 이전 1권 올렸을 때도 그렇지만 저는 인물에 집중하는 건 아무래도 좀 힘들더군요^^; 잘 쓰지도 못하겠고...ㅎㅎ 시대적 배경을 되짚어본다 생각하며 읽으니 한결 마음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오디오북 처음에는 좀 저도 어려웠어요. 근데 거의 2/3 정도 들으니까 좀 적응되더군요. 출퇴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서 오디오북으로 읽으니 시간은 잘가는데 인물들의 구시대적 발언들이 나올 때마다 욱하고 열이 받습니다!ㅎㅎㅎ 책으로 읽는게 더 좋긴 하죠. 아무래도 활자가^^

책읽는나무 2022-08-30 2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토지 완독하시면 하동 평사리에 한 번 다녀오심 뜻깊으시겠어요.
전 토지 1도 읽지 않았는데 예전에 하동 다녀왔었는데요...그 고요한 풍경들이 잊혀지지 않네요. 토지라고 하면 계속 평사리가 생각납니다.
그곳 다녀왔을 적엔 나 토지 꼭 읽을 거라고 책 사모은다고 설레발 치다가 멈췄는데요. 그동안 책표지가 완전 바뀌어서 좀 아쉽네요ㅜㅜ

거리의화가 2022-08-30 22:16   좋아요 2 | URL
하동에는 가보질 못했네요^^; 나무님은 다녀오셨다니 토지를 읽으시면 더 감정이입되시지않을까싶습니다. 구판과 신판의 차이가 좀 나더군요;;; 막상 평사리에 가면 좋은 감정보다는 분노가 이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ㅋㅋ 그래도 고요한 풍경이라니 고려는 해봐야겠어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30 22:23   좋아요 2 | URL
경치는 참 좋아요^^
근처 쌍계사 절도 운치 있었구요.
그날 비가 와서 그랬을 수도 있었겠군요.
봄에 가시면 벚꽃 십리길 꽃길도 이쁘겠더라구요. 저는 겨울에 갔어서...^^;;;;
토지를 읽질 않아 전 완전 관광객 모드였었나 봅니다ㅋㅋㅋ
섬진강도 예쁘고, 근처 구례도 가깝고, 암튼 예쁜 마을로 기억하고 있는데 토지를 읽고 다시 가게 된다면 진짜 화가님 말씀처럼 분노와 연민이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거리의화가 2022-08-31 08:45   좋아요 2 | URL
아 그러고 보니 하동에 쌍계사가 있죠. 저는 벚꽃 좋아하기는 한데 사람 너무 많고 차도 많은 곳은 힘들더군요ㅠㅠ 저도 아마 가게 되면 벚꽃 시즌 피해서 갈 것 같아요ㅋㅋㅋ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말이죠. 점점 옆지기가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지라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ㅎ
분노와 연민~ 적절한 감정 표현이십니다!

희선 2022-08-31 0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선, 아니 이제 대한제국인가요 예전에 그런 이름으로 짓다니 하는 생각을 한 것도 같습니다 다른 나라 힘을 빌리면 안 좋을 텐데... 일본은 여러 가지에 간섭하게 됐군요 백성이 왜 난을 일으키는지 잘 생각해야 할 텐데... 자신이 사는 나라를 잃으면 백성이 가장 힘들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31 08:47   좋아요 1 | URL
네. 고종이 황제국을 만든다고 광무라는 연호를 달고 대한제국이라 국호를 붙였죠. 이 시도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무렵이 되면 백성들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을 듯합니다. 기댈 곳이 없는 백성들만 불쌍해진거죠ㅠㅠ

바람돌이 2022-08-31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태진 교수의 광무개혁 평가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당대 역사의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 복고적인 왕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얼마나 무지한 선택이었는지요. ㅎㅎ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토지. 저는 이 책을 20대때 읽었는데, 지금 이 나이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맛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08-31 12:57   좋아요 1 | URL
ㅎㅎ 바람돌이님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여러 책을 읽을수록 고종의 개혁은 후퇴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요^^;
토지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시군요~ 세월이 훌쩍 지나 다시 읽는다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것 같아요. 저도 좋았던 작품을 훌쩍 지나서 다시 읽고 싶네요. 그런 작품이 생기도록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청대의 금문 경학: 강유위, 담사동, 요평

공자의 도는 넓고 넓어 그 웅장함은 하늘을 본받았으니 그 운행이 미치지않는 곳이 없다.……그런데 처음은 순자의 학설로 그르쳐지고 중간에 유흠의 날조로 혼란되고 끝에는 주자의 편파성으로 찢겨지자, 마침내 소왕(素王: 공자)의 대도는 가려져 드러나지 못했고 갇혀서 펼쳐지지 못했다.………… - P676

강유위에 따르면 "공자의 도에는 삼세가 있고 삼통이 있고 오덕의운세(五德之運)가 있다. 인(仁)·의(義)·지(智)·신(信)이 각각 절기에응하여 운세를 지배하니, 인(仁運)은 대동(大同)의 도이고 예운은소강(小康)의 도이다." 강유위는 「예운」에서 말한 "대도"는 "인간의 원리의 지극한 공정함이고 태평세의 대동의 도이고, 「예운」에서말한 "삼대의 번영"은 "승평세의 소강의 도이다"고 하며, 『공양춘추』에서 말한 삼세의 사상이 바로 이 내용이라고 여겼다." - P677

인류의 진화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가족에서 부락이 되고 국가가 성립되고 국가로부터 대일통이 된다. 독립된 개인에서 점차 추장이 세워지고 추장에서 점차 군신제도가 정립된다. 군신제도에서 점차 입헌제도가 되고 입헌제도에서 점차 공화제도가 된다. 독립된 개인에서 점차 부부제도가 되고 부부제도에서 점차 부자관계가 정해지고, 부자제도에서 평등하게 동족을 사랑하게 되고 동족 사랑에서 점차 대동세계가 되어 다시 독립된 개인이 된다. - P678

공자의 법도는 시세에 부응하는 데에 힘썼다. 미개하고 난세(亂世)에 처하여 교화가 펼쳐지지 못했을 때 태평의 제도를 행하면 반드시 큰 해악이 생긴다. 또 승평세(平世)를 맞아 여전히 거란(亂)의 제도를 묵수하는 것 역시 큰 해악이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승평의 시대에 해당되는 만큼 응당 자주(自主)·자립(自立)의 사상과 의회제도 입헌)의 정치를 실현해야 하거늘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큰 난리가 발생하게 된다. - P680

공자의 고충은 오로지 시대의 폐단을 구제하는 데에 있었음을 알 수있다. 공자는 3,000년 후에 반드시 성인이 다시 일어나 대동의 새 가르침을 선양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지만, 승평과 태평의 궤도를 도외시하거나 난세를 다스려 소강에 이르는 과정을 그르다고 여기지 않았다. - P681

강유위의 사상에 내재된 시대적 특징은 "격의(格義)"로 볼수 있다. 두 문화가 접촉하는 초기의 외국 문화 수용자는 흔히 수용한 외국 문화의일부 측면을 즐거워하며 중국 문화의 어떤 측면과 견강부회하는데,………이런 부회가 "격의"이다.……………강유위는 유신변법의 각 주장들을 제시할 때 항상 "탁고개제"의 방법을 써서 그의 추진 내용이 결코 서양 신문화의 채용이 아니라 도리어 공자의 교의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래 문화와 대항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가치를 찬양했다. 그러나 그의 찬양은 오직 그것이 공자의 삼세설의 교의에 부합한다는 점에 한정되었을 뿐이었다. 그는 옛것을 가지고 새것을 해석했고 중국 고유의 문화적 안목에서 서양 전래의 문화를 비평했다. - P682

삶의 슬픔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고통의근원은 9계(界) 때문이다. 구계란 무엇인가?
첫째, 국계(國界)로서 영토와 부락의 구분이다. 둘째, 급계(級界)로서 귀천과 청탁의 구분이다. 셋째, 종계(種界)로서 황인, 백인, 갈색인, 흑인의 구분이다. 넷째, 형계(形界)로서 남녀의 구분이다. 다섯째, 가계(家界)로서 부자와 부부의 친밀함의 구분이다. 여섯째, 업계(業界)로서 농·공·상의 산업의구분이다. 일곱째, 난계(亂界)로서 불평등, 편파성, 부당성, 불공정한 법이다. 여덟째, 유계(類界)로서 사람, 새, 짐승, 곤충, 물고기 등의 구별이다. 아홉째, 고계(苦界)로서 고통이 고통을 낳아, 대대로 계속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고통의 근원이 9계 때문임"을 인식하고 이 9계를 제거하면고통을 없앨 수 있다. 강유위는 말했다.
어떻게 고통을 없앨 것인가? 병을 알면 약을 쓰거니와, 저 9계를 제거하여속박을 풀면, 초연히 날아올라 하늘에 닿고 심연에 이르러 호연한 마음으로자유자재하며 유연히 즐거워 태평한 대동세계에서 영원한 삶과 깨달음을 누릴 것이니, 고통을 없애는 도는 바로 9계의 제거에 있을 뿐이다.
첫째, 국계를 제거하여 세계를 합일한다. 둘째, 급계(계급 차별)를 제거하여 인간과 민족을 평등화한다. 셋째, 종계(인종 차별)를 제거하여 인류를 통합한다. 넷째, 형계(성차별)를 제거하여 독립을 보호한다. 다섯째, 가계(가족차별)를 제거하여 천민(天民)이 된다. 여섯째, 업계(직업 차별)를 제거하여 - P685

생업을 공공화한다. 일곱째, 난계(정치적 차별)를 제거하여 태평을 이룬다. 여덟째, 유계(사람과 동물의 차별)를 제거하여 모든 생물을 사랑한다. 아홉째, 고계를 제거하여 극락세계에 이른다. - P686

물질적 현상계, 허공의 공간, 중생세계에 지극히 크고 극히 미세하여, 모든 곳에 붙고 모든 곳을 관통하고 모든 곳에 연결되어 충만된 한 물질이 있으니, 눈은 그 색을 볼 수 없고 귀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입과 코는 그것그나저을 맛보고 냄새 맡을 수 없어서 호칭할 방법이 없는, 그것을 이태(以太 : 에테르)라고 한다. 그것이 작용으로 드러난 것을 일컬어 공자는 인(仁) 혹은 원(元) 혹은 성(性)이라고 불렀고, 묵자는 겸애라고 불렀고, 부처는 성해(性海)혹은 자비(慈悲)라고 불렀고, 예수는 영혼이라고 불렀고 또는 남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고 했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고, 과학자들은 흡인력 또는 인력이라고 불렀는데, 이 모두가 그것(에테르)을 지칭한다. 물질의 세계도 그것에서 생겼고, 허공도 그것에서 성립했고, 중생도 그것에서 출생했다. - P688

인(仁)과 불인(不仁)의 구별은 통하느냐 막혔느냐에 있다. 통하고 막힘의근본은 오직 그것이 "인"이냐 "불인"이냐에 있다. - P689

만물은 잠시도 변화하고 생멸하지 않는 때가 없으니, 만물은 잠시도 "일신"하지 않는 때가 없다. 담사동은 말했다.
ok변화(逝)의 반면을 살펴보면 그것은 곧 "일신(日新 : 부단히 새로워짐)"이다. 공자는 말하기를 "혁(革)은 옛것을 제거함이고 정(鼎)은 새것을 취함이다"고 했고, 또 "일신이 위대한 공덕이다"고 했는데, 선(善)은 일신의 경지에 이르러 머문다는 뜻이고, 악은 일신하지 않는 상태에 머문다는 뜻이다.
……공덕이 새로워져야 함은 세상 사람들이 용인하면서도 유독 현재 수구적인 비루한 선비들이 완고하게 변법을 거부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인가?42)이것은 담사동이 당시의 변법운동에 부여한 철학적 근거이다. - P692

사람사람마다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반드시 국가가 없는 백성이어야 된다. 국가가 없으면 국경이 사라지고 전쟁이 종식되고 시기가 없어지고 권모술수가 폐기되어 남과나의 구별도 없어져 평등이 출현하니, 천하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아진다.
그리하여 군신관계는 폐기되고 귀천은 평등해지고 공리(公理)가 천명되고빈부가 균등해져, 천리 만리의 사람들이 한 집안 사람처럼 되어 자기의 집은잠시 머무는 여관으로 여기고 남들을 동포로 여긴다. 그래서 자기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자애를 쓸 데가 없어지고 부모에 대한 아들의 효도를 사용할 데가 없어진다. 형과 아우는 형우제공(友恭: 兄友弟恭)의 관념을 잊고 부부는부창부수(倡隨 :夫唱婦隨)의 관념을 잊게 된다. 서양 책에서 말하는 천년왕국이 아마 「예운」의 대동의 형상과 흡사한 것 같다. - P693

공자에게는 초년의 주장과 만년의 주장이 있었던 만큼 공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 공자의 초년설을 받든 것이 고문학이고, 공자의 만년설을 받든 것이 금문학이다. - P699

노나라는 금문학의 종가이고, 연나라와 조나라는 고문학의 종가이다......
노나라는 공자의 고국이고 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공자 만년의 설을 학자들은 정론으로 여겼다.………… 연나라와 조나라의 제자들은 공자가 『춘추』를편수하기 이전에 작별하고 먼저 돌아갔기 때문에 오직 주나라를 추종한다는 공자의 말만 들었고 그후의 개제 등의 설은 직접 접촉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만년의 설이] 이전의 주장과 상반되었기 때문에 마침내 노나라제자들이 말을 위조하여 공자에 가탁했다고 의심하여, 오직 이전의 설만 돈독하게 견지하고 노나라 학설을 논박했다.
이후 금문학과 고문학은 끊임없이 서로 논쟁했으나, 사실 금문학과고문학의 차이는 오직 제도 방면에만 있었다. 요평은 말했다.
『논어』는 답습하고 혁신하여 덜고 보태진 것은 오직 제도에 한정되었으므로 인륜의 도리의 경우는 백 세대 이후까지도 알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고문학과 금문학의 구분은 순전히 제도 방면에만 해당되고 도리 방면에는 해당되지 않았는데, 도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 P700

즉 공자의 학설은 사실은 세계의 정치와 사회를 위해서 하나의 정연한방책을 수립한 것이었고, 세계의 진화는 반드시 그것에 의지하여 진행되는데, 공자의 학설은 표면에서 보면 황제의 통치가 고대에 이미 존재했고 그후 퇴화하여 왕·패의 통치로 강등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공자의 뜻은 바로 "퇴화의 도영(影)을 수립하여 과거를 알고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사람들이 유추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 P703

경은 이론이고 역사는 실제 사실이다. 『춘추』「왕제」의 이론은진한시대 이후부터 이미 점차 실제 사실로 변했다. 서양인은 아직공자의 경전의 교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서양인의 수준은춘추시대의 사람들과 대략 같다. 이후는 바로『주례』·『상서』의 이론을 실행하여 세계가 대동에 귀의하도록 해야 한다. - P705

요평의 학은 사실상중국철학사 중의 경학시대의 종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요평은 철학사상의 지위가 상당히 중요하다. 제2편 제1장에서 중국철학사는동중서 이후 이른바 경학시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 시대의 경우 각철학자는 새로운 견해의 유무를 막론하고 모두 고대철학가의 이름에 의존하고 대부분 경학의 이름에 의존해야 했으니, 마치 낡은 병에 새 술을 담은 경우와 같았다. - P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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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8-3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있는 역사책을 꺼내 열공하고 싶어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30 13:25   좋아요 0 | URL
그쵸^^ 이 책 읽으면 공부의 싹이 피어오릅니다ㅎㅎㅎ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마틴 래디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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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책을 만났다.


합스부르크는 거의 10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문이었다.

특히 15세기 이후가 되면 합스부르크에 대한 세력이 커지고 제국화되면서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존에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제국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스페인 제국의 시기와 제국의 종말을 불러온 1차 세계대전 무렵 때이다.

이 책에서 남은 빈틈을 채우는 목표를 세워보자 하며 읽게 되었다.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시작은 과연 어떠했을까?


기록상에 근거한 시작은 10세기 말 슈바벤 공작령에 속하는 땅에서 칸첼린(991)으로부터였다. 

초기에 북부 이탈리아, 프랑스로 이어지는 곳에서 세금 및 통행료를 받아 부를 축적했다.


시작은 칸첼린이지만 가문을 창건한 것은 루돌프(1339~1365)란 사람이다. 그는 혼인 관계를 통해서 주변의 제후들을 가문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실패) 중앙유럽의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합스부르크 가문에 특권을 부여하였으며 대공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15세기에는 프리드리히 3세(1415~1493)와 막시밀리안(1459~1519)이 있었다. 


프리드리히 3세는 가문을 위한 세습 재산을 한 단위로 재편하였고 제후들을 설득하여 자신은 로마인왕으로 등극한다. 


막시밀리안은 자기 홍보의 대가였다. 그는 망상과 과시 행동으로 개인적으로는 말이 많았으나 결혼과 전쟁을 통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며 후대 가문이 유럽과 신대륙의 대부분을 호령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막시밀리안에 대해서는 백색왕의 우화가 전해진다. 백색왕은 새로운 언어를 금방 익히고 7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자기 통치에 도전하는 국가의 군대와 전쟁을 벌이고 많은 땅을 정복한다. 백색왕은 누구? 당연히 본인 자신이다. 


16세기는 제국의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고 평가된다.


먼저 세계의 통치자라로 알려진 카를5세(1519년 집권, 1556년 퇴위)가 있다. 카를 시기에 제국의 영토는 대서양을 넘어 태평양까지 뻗쳤다. 다만 종교 갈등으로 아우크스부르크 화의에 따라 루터파를 신봉하는 제후들이 통치하는 영토와 기존 가톨릭을 고수하는 소수파가 통치하는 영토인 신성로마제국으로 나뉘게 된다.


보헤미아왕이었던 페르디난트 1세는 1558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에 즉위한다. 그는 강력한 귀족 세력과 의회, 개신교를 믿는 다수파를 등에 업는 것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루터파의 득세를 허용하고 양형영성체파(얀 후스)의 요구도 수용하였다.



펠리페2세는 1556년 스페인왕, 1580년 포르투갈왕, 1554년부터 1558년까지 아일랜드왕까지 겸임하며 합스부르크 제국의 판도를 전세계적으로 이끌고(!) 나간다. 중앙 유럽에는 루돌프 2세가 있었다. 1576년 황제에 즉위하였으나 연금술과 마법에 빠져 있었고 왕궁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우울증을 겪었던 모양인데 이를 두고 자발적 고립이라고 하는 거겠지.



17세기는 제국에 힘을 빼게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마티아스(1612년 황제 즉위)는 티롤과 이너외스터라이히 공작령을 제외하고 개신교를 공식 합법화하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뒤이은 페르디난트 2세(1619년 황제 즉위)는 중앙유럽에서 개신교도들을 굴복시키게 만든다.


1618년 보헤미아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30년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주체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연합 국가간의 대결이었다. 전쟁 결과 베스트팔렌 조약이 맺어진다. 이때부터 스페인 식민지와의 무역 혜택이 제공되면서 네덜란드는 노예무역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베스트팔렌조약은 서양에서 강조하는 국제법의 기준이 된 조약이 되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이 조약 이후 네덜란드가 식민지를 접수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네덜란드가 이익을 얻었지만 뒤이어 제국의 길을 밟는 프랑스와 영국도 마찬가지다.




합스부르크는 카를로스 2세(1665년 스페인왕 즉위)를 마지막으로 스페인 영토에서 물러나면서 제국의 범위는 유럽 대륙의 범위로 축소된다. 


18세기는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마리아 테레지아(1745년 황제 즉위)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들 중 가장 흥미로웠다. 그녀는 집권 기에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다. 그 무렵 프로이센의 힘이 강성해져서 부딪힐 일이 많아졌던 것이다. 당시 프로이센에는 프리드리히 2세가 집권 중이었고 프로이센의 군대는 막강했다. 그녀는 프로이센의 군대의 이점을 배워 제국의 군대 제도를 개혁했다.


19세기 프란츠 2세는 1804년 오스트리아 황제에 즉위하였는데 그의 집권기 신성로마제국이 소멸하면서 마지막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되었다. 그는 당시 외무장관이던 메테르니히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국내 정책 권한을 주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1815년 무렵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국경선을 확정하게 된다. 


뒤이은 프란츠 요제프는 1848년에 황제에 즉위한다. 그는 신절대왕정(군주정)을 추구하면서 제국 내 민족정체성에 대한 반감과 분노들이 커지게 되는 역설을 불러온다. 


프란츠 페르디난트(1863~1916)는 18세기를 마무리하고 19세기를 연 황제다. 이 무렵 제국의 변경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페르디난트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더는 제국을 팽창할 수 없게 되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곳이 필요했다. 1879년 무렵 이후 제국의 행정가들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던 주민들을 종교상 문제로 곱게 보지 않았다. 1908년 제국은 결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합병하였고 세르비아와 가까웠던 러시아는 이를 두고 보지 않으면서 1912년부터 1913년까지 발칸전쟁이 벌어진다. 세르비아가 남쪽의 오스만령 마케도니아로 세력을 뻗치게 되자 황실은 제국 내에 있는 세르비아인들을 러시아가 해방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1914년 보스니아에서 총성이 울리고 이 사건을 기화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만다. 제국은 민족감정에 호소하며 징집령을 내렸고 이에 응해 나간 800만명의 군인 중 100만명이 사망, 200만명이 부상, 400만명이 다치고 150만이 포로가 된다. 



사실상 제국은 이로써 종말로 끝이 났다. 긴 세월동안 유럽을 주무대로 주름잡던 제국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나는 우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형성되는 과정과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민족간의 분열이 심화된 원인이 궁금했는데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으로 인해 합스부르크 제국의 역사를 하나의 책으로 정리하였다는 것일 것이다. 기존에 제국의 역사를 공부하려면 각각의 영토와 지역사, 나뉘어진 세계사를 통해서 엮어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책의 맨 앞에는 왕의 계보도가 있고 참고 사진 자료는 따로 2~3부분 정도로 나누어 넣어 놓았다. 사진은 칼라로 보는게 좋으니 따로 둔 걸 이해는 하지만 계보도는 책을 보면서 앞으로 왔다갔다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 계보도는 따로 이미지 스캔화시켜놓고 책을 읽을 때 바로 도움을 얻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가문으로 시작했던 왕가가 몇 개의 영토와 대륙을 거느리며 세계를 주름잡았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현대에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패권을 쥔 국가들이 존재하니 그들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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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도 없고 힘 없던 가문이 어떻게 일어서는지 거기에 얽힌 전쟁과 음모 배신 등 저도 화가님 소개로 재미있게 읽어어요 *^^* 왕들의 별명도 인간적이라 재미있고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30 13:2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맞아요. 저는 막시밀리안 홍보방식이 놀랍더라구요. 요즘 이렇게 홍보해도 먹힐 것 같은?ㅋㅋ 그리고 마리아 테레지아도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 같고... 별명 갖다붙이는게 처음엔 좀 적응이 안 됐는데 읽다보니 또 재밌더군요^^; 1000여년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독자는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쉽게 배움을 얻어갈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ㅎㅎㅎ

scott 2022-08-30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 몇 세대손 인지는 모름)
후손을 대학원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친구들이 알려줌)

박물관에 걸려 있는 초상화 속 조상들과 턱 모양이 같아서

진짜 왕족의 혈통(주걱턱)이구나 ㅎㅎ
결혼도 자신들 가문 후손과 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30 17:18   좋아요 1 | URL
세계 곳곳에 합스부크르 가문 후손들이 퍼져있을텐데 스콧님은 만나보셨군요ㅎㅎㅎ

왕가가 근친결혼이 문제가 되어서 자손들의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았더군요. 혈통이 그리 중요했던건지...ㅠㅠ

shirleytemple009 2023-11-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스부르크 가문은 아직도 존재해요. 물론 오스트리아에서 아직도 알게모르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요. 딸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합스부르크 가문 아이가( Franz Josef I의 고손) 다니고 있었어요. 성이 합스부르크.. 상태가 안 좋은것은 글쎄요.. 직접 만나본 바로는 개인적인 생각으론 별차이를 못느끼겠던데요..
 

#1


이 달이 가기 전 책을 다시 질렀다.

1권은 출고일이 늦어져서 9월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번에 소소하게 샀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더 샀다.

2권은 중고로 샀고 1권은 잡지니까 일반책은 2권을 구매한 셈이다.(어떻게든 합리화하는 것 같지만)


근대서지는 신간호가 나와서 산 거고(출판사가 바뀌었다) 

<윤동주 평전>과 <제국 일본의 동아시아 공간 재편과 만철조사부>는 장바구니에 든 책 중 살포시~

중고로 산 책은 <한국전쟁>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 1>이다.

출고일이 늦는 책은 이학래 선생님의 <전범이 된 조선청년>이다. 






#2


사실상 막판에는 먹히는 것 같이 힘들었던 <맹자집주>를 오늘 드디어 1회독 했다.

이 책을 읽다가 막판에 <중국철학사>를 읽으면서 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맹자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정자, 주자를 비롯한 인물들의 사상적 배경과 기반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맹자를 읽기 전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길고도 험난했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통감절요를 읽어보려 한다^^;




주말에는 이 책을 완독했다. 재밌게 잘 읽었다.





#3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풍경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금요일 퇴근길 노을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집에 들어와 창문을 열고 찍었다. 




어제와 오늘 아침 산책길에 찍었다.

이틀 30여분 정도 차이가 이토록 하늘의 색이 다르다니... 오늘이 30분 더 빨랐다.





그러고 보니 벌써 8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이번주는 가을이 성큼 왔음을 느끼게 한다. 기후위기가 심하기는 하지만 절기는 무시할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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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28 2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전망 좋은 집에 살고계시군요*^^* 마지막 사진 구름이 환상적입니다. 고흐가 봤더라면 좋아했을것 같은?
저도 오늘 책 구매를 했습니다. 그만 사야하는데 알라딘만 들어오면 하....ㅋㅋ

거리의화가 2022-08-29 07:56   좋아요 3 | URL
고층에서 찍어서 그런 것 같아요ㅎㅎㅎ 요즘 하늘 보는 맛이 좋습니다. 어느덧 하늘이 조금 높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구름 보는 재미도 있고요. ㅋㅋㅋ 저도 8월 구매 이걸로 마지막ㅎㅎ 장바구니가 비는 날이 없네요. 그래도 책이 가장 경제적인 소비 같습니다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8 2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결국 9 월을 못기다리고 오늘 아침에 적립금 탈탈 털어 책 주문 넣었는데 내일 받을 수 있대서 좀 놀랐네요?
화가님도 결국???ㅋㅋㅋ
노을은 와...한국 맞나요??
아래 사진 구름들도 한국 맞나...맞겠죠?ㅋㅋㅋ
저도 오늘 도서관 갔다가 구름이 넘 이뻐서 간만에 몇 장 찍었어요.
오늘따라 하늘은 너무 파랗고, 구름은 너무 하얗고....가을 하늘 참말로 예뻤어요♡

거리의화가 2022-08-29 07:58   좋아요 4 | URL
오 배송이 빠르군요. 8월은 그래도 10권 넘어가게 사진 않았습니다ㅋㅋ 최대한 덜어내고 덜어내어^^;
노을 이쁘죠. 요새 구름들 보는 맛이 좋습니다. 날씨도 아침저녁 다닐만해져서 걷기 좋더라구요. 풍경보는 맛이 생긴 요즘입니다.

박균호 2022-08-29 0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대서지를 사는 독자분을 여기서 만나네요. 저도 매 호를 구매하는데 덕분에 잊지 않고 구매하네요 .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9 08:24   좋아요 4 | URL
계속 사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참 알찬 잡지지요. 중간에 안 사둔 호수들도 있어서 구매해두어야하는데 자꾸 잊어먹네요.

얄라알라 2022-08-29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소하지가 않습니다. 확실히 ㅋㅋ이번 구매는 말입니다.

거리의화가님께서는 제 편식 책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자극을 주신단 말씀입니다. ^^ 생소하지만 끌리는 책들이 한 가득

거리의화가 2022-08-29 17:58   좋아요 2 | URL
편식하면 전데 무슨 말씀을^^ 저는 거의 역사 분야의 책을 읽어서 구입의 대부분이 역사...ㅎㅎ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생소하지만 끌리신다니 뭔가 기쁩니다!

새파랑 2022-08-29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저중에 윤동주 평전이 완전 땡기네요~!! 윤동주시인의 작품 읽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이게 다 화가님의 <동주> 대본집 리뷰 때문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9 21:2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새파랑님 <동주> 대본집 보셨죠? 넘넘 좋죠? 진짜 잘 샀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동주 시인 시들이 서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 참 좋아요. 저도 가끔 읽는데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윤동주가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페크pek0501 2022-08-30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예술이십니다. 모두 색상이 좋네요.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은 각도가 좋은 것 같아요.
길을 중간에 놓는 것보다 위와 같이 놓으면 좋은 구도가 된다는 걸 배우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30 13:24   좋아요 1 | URL
네. 2, 3번째 사진들은 산책하며 찍은 것입니다. 워낙 하늘을 좋아합니다만 하늘만이 아닌 주변의 나무, 꽃, 개울 이런것들이 함께 있을 때 더 조화로운 것 같아서 항상 그런 풍경일 때 사진을 찍는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8-3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진이 예술입니다. 근대서지 표지 넘 예쁜데요. 내용도 궁금하고 *^^*

거리의화가 2022-08-30 17:17   좋아요 1 | URL
예술인가요?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습니다.
근대서지는 한국의 근대 시기 문학을 주로 다루는 잡지입니다. 비록 바로 읽진 못해도 소장 가치가 높은 잡지라 계속 모으고 있습니다.

희선 2022-08-31 0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끝까지 보신 책이 있어서 좋으셨겠네요 하늘이 멋집니다 가을엔 파란 하늘도 보이지만 구름이 멋진 하늘도 보이죠 팔월인데 가을이라니... 날씨가 가을이었네요 곧 구월입니다 거리의화가 님 팔월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구월 잘 맞이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31 08:50   좋아요 1 | URL
네. 8월에 읽기로 한 책들 여유 있게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맹자는 거의 1년 가까이 본 것 같아요ㅠㅠ 어휴~ 1회독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손놓을뻔했습니다ㅋㅋㅋ
가을은 하늘도 높고 구름 모양도 좀 달라 보여서 멋지게 보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이미 가을 느낌이 나는 듯해요. 남은 하루 잘 보내시고 9월 행복하게 여시길*^^*
 

중국철학사(하)

주자는 성즉리, 상산은 심즉리
왕양명은 주저의 대척점으로 상산의 심즉리를 이음

주자의 형이상학은 주렴계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을 골간으로삼아 강절이 논한 수(數), 횡거가 논한 기(氣), 정씨 형제가 말한 형이상·형이하 및 리(理)·기(氣)의 구분 등을 융합했다. 따라서 주자의학문은 가히 이전 도학자들을 집대성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 P533

태극은 최고 훌륭하고(極好) 지극히 선한(至善) 도리이다.…………염계가 말한 태극은 천지·인·물의 온갖 선 가운데 지극히 훌륭한 것의 별명이다. - P536

"본래 다만 하나의 태극이 존재하나 만물마다 타고난 바가 있으므로 각사물마다 하나의 태극을 온전히 구비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마치 달은 하늘에 오직 하나 있으나 강호에 흩어지면 가는 곳마다 보이지만 달이 분열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와 같다." - P540

○ "먼저 리가 있습니까 아니면 먼저 기가 있습니까?"
"리는 기에서 분리된 적이 없다. 그러나 리는 형이상의 존재요 기는 형이하의 존재이므로 형이상과 형이하의 점에서 보면 어찌 선후가 없겠는가?"
"반드시 리가 있은 연후에 기가 있다는 표현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본래 선후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 기원(所從來)을 추론해보자면 먼저 리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 P543

음양은 기이고 오행은 질이다. 저 질이 있으므로 사물이 산출될 수 있다. - P546

○ "동정은 단초가 없고 음양은 시작이 없다‘ (함은 무슨 뜻입니까?)"
"(음양은) 시작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의 시작이 있기 전에도 필경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스스로 천지(우주)는 만들어졌다가 파괴된 다음에 다시 그렇게 만들어지니 무슨 끝이 있겠는가?" - P547

천하에 성이 없는 사물은 없다. 한 사물이 있으면 그 성이 있고, 그 사물이없으면 그 성도 없다. - P549

○이기(二氣 : 음양) 오행(五行)이 태초에 어찌 바르지 않은 것이 있었겠는가? 다만 이리 왔다 저리 가는 사이에 바르지 않은 것이 생긴다. - P551

횡거는 ‘형체가 생긴 이후 기질지성이 생겼으니, 기질지성을 잘 되돌이키면천지지(天地之性)이보존된다. 그러므로 기질지성은 군자가 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바가 있다‘고 말했고, 명도는 ‘성을 논하고 기를 논하지 않으면 부족하고 기만 논하고 성을 논하지 않으면 밝지 못하니, 이 두 가지를 둘로 여기면 옳지않다‘고 했다. 또한 인의예지가 성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에는 날 때부터 그러한 모습이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은 왜이겠는가? 단지 기품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 기를 논하지 않으면 저 (성선설의) 도리는 온전하지못하여 부족한 것이 된다. 또 만약 단지 기품만 논하여 어떤 기품은 선하고어떤 기품은 악하다고만 말하고, 저 하나의 근원처에는 오직 저 도리가 있음을 논하지 않으면 명백해지지 않는다. 이 [성에 대한] 논의는 공자, 증자, 자사, 맹자가 이해한 이후 아무도 그 도리를 해설한 사람이 없었다. - P552

성, 정, 심은 맹자와 횡거가 잘 말했다. 인(仁)은 성이고 측은(側隱)은 정이니 마음(심)에서 생기는 것일 수밖에 없다. 즉 마음은 성과 정을 통괄하는(心統性情) 것이다. 성은 단지 응당 그와 같아야 하는 것으로서 다만 리이니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 생겼으면 이미 선하거나 혹은 악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아무 일도 없고 오직 리만 있다면 선하지 않음이 없다.

성은 마음의 리이고 정은 마음의 활동이다. 재는 그 정이 그렇게 할 수 있하는 능력이다. 정과 재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만 정은 사물을 만나 발현되어 물결처럼 진행하는 것이라면, 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요컨대 천갈래만갈래의 복잡한 실마리들이 다 마음에서 나온다. - P554

인·의·예·지는 성(性)이다. 성은 만질 수 있는 모습이나 그림자가 없고 오직 그 리가 있을 뿐이다. 오직 정(情)만 직접 발견할 수 있는데, 측은(側隱), 수오(惡), 사양(辭讓), 시비(是非)가 바로 그 정이다. - P555

"치지는 격물에 달려 있다"고 함은 내앎(知)을 온전히 이루려면 사물에나아가 그리를 궁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영명하여 모든 이구비되어 있고, 천하의 사물에는 다리가 내재해 있다. 다만 그 리를 제대로궁구하지 못한 까닭에 내 삶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대학』은 첫 가르침에서 반드시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천하사물에 나아가항상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리를 바탕으로 더욱 궁구하여 그 극치까지 도달하려고 노력하도록 가르친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노력하여 어느 시기에 활연관통(豁然貫通:환히 깨달음)하면, 온갖 사물의 표리정조(表裏精粗:표면과심층 및 심오함과 피상적 측면) 등 전부가 파악되고, 내 마음의 전체대용(大用 : 온전한 본체와 광대한 작용)도 전부 밝아진다(드러난다). - P558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미하니 오직 정진하고 전일하여(惟精惟一) 진실로 중도를 견지하라는 것이 요, 순, 우 임금이 서로 전수한 밀지(密旨)입니다. - P562

주자는 불가(佛家)와 유가(儒家)의 차이를 불가는 성을 공(空)으로 여기지만 유가는 성을 실(實)로 여기는 데에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 P564

학문에 본령이 있으면, 지혜가 미치는 대상도 그것(근본)이고, 어진 덕성이 견지하는 대상도 그것이고, 늘 익히는 대상도 그것이고, 기뻐하는 대상도 그것이고, 즐거워하는대상도 그것이니, 마치 높은 옥상에 물병을 거꾸로 매단 것처럼 쉬워진다. 그런즉 학문의 근본을 알면(知本) 육경은 모두 나의 주석에 불과하다. - P573

사람의 마음은 그 자체로 명철하고 그 자체로 영명하다. 속셈이 일어나고, 아집(我)이 확립되면 맹목성(必)과 완고함(固)으로 방애되고 치우쳐져 마음같은 그 명철함과 영명함을 상실한다. - P580

양지(良知)는 지(知), 치량지(致良知)는 행(行)이다. 우리가 반드시행위에 양지를 발현해야(致良知) 비로소 양지의 지는 완성된다. 이것이 양명의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의 핵심이다. - P600

주자가 말한 격물은 즉물궁리에 있는데, 즉물궁리란 사사물물(事事物物:만사만물)에 나아가 그가 말한 정리(定理)라는 것을 탐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것은 내 마음을 가지고 사사물물 속에서 리를 구하는 것이므로, 심(心)과 리(理)를 둘로 쪼개는 일이다………. - P603

내가 말하는 ‘치지격물‘은 내 마음의 양지를 사사물물에 발현(실현)하는것을 뜻한다. 내 마음의 양지가 이른바 천리(天理)이다. 내 마음의 양지인 천리를 사사물물에 발현하면 사사물물은 그 리를 획득하게 된다. 내 마음의 양지를 발현하는 것이 치지요, 사사물물이 저마다 그 리를 획득하는 것이 격물이므로, 여기서 심과 리는 하나로 합쳐진다. - P604

사물 가운데 무엇을 후대하고 무엇을 박대해야 할지 우리의 양지는 자연히 안다. 즉 "지선(至善)의 발현은 경중 후박에 따라감동하고 부응하는 그 변동이 일정하지 않지만 항상 자연의 중도(天然之中) 안에 머문다"는 말이다. 양지는 이 "자연의 중도"에 대한 앎이고, 우리가 그것에 따라 행하는 것이 "치량지(致良知)"이자 "지선에 머묾(止於至善)"이다. 행사의 고래의 해양명은 이것이 유가가 말한 인(仁)과 묵가(墨家)가 말한 겸애(兼愛)의 차이점이라고 여겼다. - P610

외물의 선악(善惡 : 좋고 나쁨)은 우리의 호오(好惡)에서 비롯된다.
외물에 대해서 선악이 있다고 여김은 우리의 개인적 관점에서 나온것, 즉 "우리의 육체에서 일어난 관념들"이다. 우리는 외물이 본래선악이 없음을 알아야 하지만 또한 우리의 호오를 폐기할 필요도없다. 다만 호오에 집착이 없어야 한다. 집착이 없으면 "심체에 번뇌를 남기지 않는다." 호오 역시 "사람 마음에 응당 존재하는" 감정(情)이므로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정감으로 만사에 응하지만 정감을 소유하지 않는 "방법을 쓰면 된다. -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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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8-30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이런 책도 읽으시고...
저는 이런 책 보면 막 필기하며 공부하고 싶어집니당~~~ 학창시절엔 공부하기 싫었는데 요즘 어떤 책에 몰두하며
꽤 열심히 읽어서, 진작 좀 이러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은...ㅋㅋ

거리의화가 2022-08-30 13:23   좋아요 0 | URL
실제로 필기하며 읽긴 했습니다. 나중에 정리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라...ㅎㅎㅎ 이 책 읽으면 중국사를 좀 더 재미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한국의 역사도요.
저도 너무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아쉽습니다ㅠㅠ 어릴 적 머리 잘 돌아갈 때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