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적 시선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무엇 때문이었고 언제였는지 생각하고 있다.
내가 여성, 약자와 소수자에 관심을 갖고 정치사회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한 즈음 말이다.
대략 2017-2018년 정도부터였는데 그즈음 시사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책을 한 두권 사기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매달 한 권씩 읽고 있다.
이 책들은 2018년에 산 책들이다^^;
지금까지 읽은 페미니즘 책들 중 두 권이 나는 가장 좋았다.
30대 중반이 다되가니 집에서는 결혼을 종용했다.
30대 중반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는 모두 결혼 상대로 인식했다.
막상 결혼 시기가 닥쳐오니 불안감과 공포감이 몰려왔던 감정이 떠오른다.
기혼 여성이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었다.
결혼을 하고 1년 즈음이 지나니 친정과 시댁에서 아이 갖는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결혼을 한 것 뿐인데 왜 아이까지 낳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시댁 갈때마다 아이 이야기가 나올까봐 무섭고 두려웠다.
그즈음 남편에게 진지하게 아이 낳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굳이 왜~?" 우리는 둘 다 아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른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시댁 어른들께 아이 안 낳을거라고 말씀드리자고 했으나 그즈음 시할머님 병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코로나 발생으로 어른들과의 만남이 지속되지 않았다.
이제 내 나이는 물리적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친정 부모님께서도 이제 내게 종용한다고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셨는지 더는 말씀하시지 않는다.
몇 년간의 스트레스가 결국 불가능해진 신체로 중단된 셈이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나조차도 혼란스럽다. 씁쓸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나는 남성들이 많은 환경에서 살아와서 오랫동안 차별과 혐오, 배제당하는 상황에 대해 불편하다고 느끼지를 못했다.
이는 우선 불평등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했을 것이고 차별적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탓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으로 두려움을 갖는 이유가 이미 차별적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연차라 하더라도 남성들은 직급이 빠르게 올랐고 나는 뒤처지는 상황을 마주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업계보다 능력을 본다고 평가되는 곳임에도 관행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우대되는 상황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내 초봉은 정말이지 말하기 창피한 수준이고 이후 너무 찔끔 올라서 이렇게 일해서는 먹고 살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 근 10년 가까이의 세월이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지금의 나이까지 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들은 40대가 되면 관리자나 임원이 되지 않는 경우 이 일을 그만두고 치킨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이 시기가 조금씩 늦춰지는 것인지 여전히 나는 이 일로 밥을 먹고 살고 있다.
끊임없이 신기술을 익혀야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 뒤처지면 끝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나는 여성이라 남성보다 실력이 떨어질 거라는 편견이 싫어서 숨은 노력을 한다.
실력만으로는 꿇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여성은 계산에 약하고 수에 약하다는 생각은 오래도록 고정관념으로 인식되었는데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는 이런 환경에 노출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더 많은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영웅들의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1인자, 그리고 승리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역사는 너무 흔하고 많다.
이런 역사를 자꾸 접하다 보면 승리자의 시각에서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약자, 소수자, 민중의 시각에서 쓰여진 역사들이 나오고 있어 자연스레 손길이 간다.
승리자의 역사가 아닌 다른 이들의 역사도 분명 존재한다.
쓰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우리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실패하고 오류를 범했는지도 배운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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