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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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콘텐츠는 여성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지워져있거나 순종적인 여성, 성적인 대상화된 여성 또는 악녀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말고 우리가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있었던가. 미래를 위한 콘텐츠 시장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시청자의 시선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질문을 얻은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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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18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워져있거나 순종적인 여성, 성적인 대상화된 여성 또는 악녀의 모습]

각종 미디어물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세뇌 되고 있는 이미지,,,,

시청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찾아 내서
고쳐나가야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18 16:28   좋아요 3 | URL
스콧님 백번 천번 맞는 말씀입니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변화되어야 미디어도 변화될 수 있는 입지가 커질 것 같아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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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거리에 있다. 군중 속에 나는 우리 한 사람한 사람이 역사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반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또 어떤 사람은 두세 페이지만큼의 역사를 우리는 함께 시간의 책을 써내려간다. 저마다 자신의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뉘앙스의 함정. 그래서 이 모든 진실의 외침을 명확히 들어야만한다. 이 모든 것 안에 녹아들고 이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거리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를 하나로 잘 버무려내야 한다. - P26

전쟁을 겪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전쟁은 멀리하고 싶은 것일테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을 중심 으로 한 지역에 참전했거나 전쟁을 목격한 200여 명의 여성을 작가가 인터뷰한 기록이다. 2차 세계대전은 세계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참혹한 전쟁이었다. 때문에 여자들, 심지어 많은 10대 소녀들도 참전했는데 특히 소련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웠다. 전쟁은 남자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200여 명의 여성들을 통해서 분명히 아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고, 또여자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 P17

우리가 들어온 전쟁 실화(또는 영화 등의 픽션)는 몇 명의 사람이 죽었는지, 이겼는지, 졌는지만 이야기하므로 전쟁을 결과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과정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이는 전쟁터에 대한 잔혹한 묘사나 적에 대한 증오에 대한 감정 등을 표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독특한 지점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이 어떤 배경으로 참전을 하게 되었고, 또는 전쟁을 목격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터뷰라서 느낄 수 있는 가감 없는 당시의 솔직한 감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군인들이 겪어야 했을 편견과 무시, 여성 보급품에 대한 배려 없음으로 생긴 불편함 등도 엿볼 수 있다.

지금 기억으로 대령 이름이 브로트킨인가 그랬는데, 아무튼 지휘관인 그 대령이 우릴 보더니 버럭 화를 내는 거야. ‘성가시게 꼬맹이들이 달라붙었군. 이건 뭐, 여성무용단이라도 온 거야? 무슨 발레단이 온 거냐 말이야! 여긴 전쟁터지, 무도회장이 아니라고! - P70

"다들 서둘러 병사가 됐어... 생각하고 말고 할 새가 없었거든. 자신의 감정을 고민해볼 시간이 없었지." - P75

나는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귀염둥이 딸이자 집안의 응석받이였어. 그런데 그 응석받이가 전쟁터로 간다며 그 긴머리를 댕강 자르고 남자애처럼 짧은 머리로 나타났으니. 엄마, 아빠는 한사코 나를 말리셨어. 하지만 나는 '전선으로 갈 거예요. 전선으로 보내줘요! 전선으로!'라고 날마다 '전선, 전선' 노래를 부르며 고집을 꺾지 않았어. - P97

남성 군인들의 편견과 무시, 조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을 그녀들을 생각하면 존경이 인다. 생각해 보면 다들 10대의 나이였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여자인 우리보다 두세 배는 더 무거운 남자들을 부여안고 끌고 해서 전장에서 구해냈어. 부상자들은 특히 더 무거웄지. 부상자 하나만도 벅찬데, 무기도 챙겨야지, 게다가 부상자는 외투에 군화까지 신고 있잖아. 8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부상자를 둘러멘 건지 질질 끄는 건지 모르게 데려오다보면 부상자가 미끄러져 떨어지곤 했지.. 그러고는 또 80킬로그램 나가는 다음 부상자를 구하러 전장으로 달려갔어... 그렇게 한 번 전투가 있을 때마다 대여섯 번은 나가서 부상자들을 구해냈지. 정작 그러는 나는 몸무게가 48킬로그램이었는데 말이야. 발레나 해야 할 몸이었지. - P151

몇십 년이 지나서야 유명한 여기자 베라 트라첸코가 중앙일간지 '프라우다'에 처음으로 우리 이야기를 실었어. 여자들도 참전했다는 기사를 쓴 거야. 그리고 그 여인들이 지금 홀로 남겨져 집 한 칸 없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렸지. 우리는 이 신성한 여인들에게 빚을 졌다면서. 그제야 사람들이 여성 참전용사들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 마침내 정부에서도 나이가 사오십이 되도록 집도 없이 기숙사에 살고 있던 이 여인들에게 집을 내주기 시작했고. - P200

'존경하는 사령관님, 한번 말씀해보세요. 우리 소녀병사들은 지금 거의 혼자 살아요. 결혼들을 못했죠. 다들 콤무날카에 산다고요. 그들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이 누구라도 있나요? 보호해준 사람은요? 전쟁이 끝나고 당신네 남자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거죠? 배신자들!' - P224

"우리는 애를 참 많이 썼어... '여자들이 그렇지 뭐!'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우리가 남자들 못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어. 하지만 남자병사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깔봤고 아주 거만하게 굴었어. '여자들이 무슨 전쟁을 한다고...'라는 식이었어. 그렇다고 우리가 어떻게 남자가 되겠어? 그럴 순 없는거지. 우리 생각은 하나였어. '우리는 원래 남자와는 다르게 태어났다.' - P357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불을 뿜을 땐 나를 '누이! 누이!'라고 부르다가도 전투만 끝나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다들 기회만 엿봤으니까... 밤이면 막사에 틀어박혀 아예 나가질 않았어. 다른 여자들도 이 이야기를 하던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아마 말하기 창피했을 거야... 그래서 입을 다물었을 걸. 다들 자존심은 세가지고! 하지만 그런 일은 정말 있었어. 왜냐하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니까. 새파랗게 젊은 나이게 죽어야 한다니, 억울하잖아... 그리고 남자들이 4년이나 여자 없이 지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우리 군엔 매음굴이 없었어. 그래서 알약 같은 것도 나눠주지 않았지. 4년 내내... 지휘관들은 그대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지만 사병들은 아니었어. 군율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선 다들 침묵하지... 보통 그런 건 말하지 않는 법이니까... - P411

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 몇 달후에... 우리 대대로... 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지. - P517

남자와 똑같이 참전하여 열심히 싸운 여성 군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그들의 참전 사실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심지어는 공훈도 주어지지 않아 힘든 삶을 사는 이들도 많았다.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을텐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을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막연한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씁쓸해진다. 심지어 남성 군인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다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전쟁 후에 그들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끔찍하다.

거긴 중립지대였어. 만약 적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채면 언제고 포탄이 날아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우리 병사들이 아기가 태어난 소리를 듣고는 '만세! 만세!'하고 외친 거야. 최전선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거야! 물을 가져왔지만 데울 데가 없어서 그냥 찬물로 아기를 씻겼어. 아이 엄마가 덮고 누운 낡은 천조각들 말고는 집안에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 나는 며칠을 그렇게 밤마다 농가로 찾아갔어. 진격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농가를 찾아 작별인사를 했지.
-이제 못와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곧 떠나요.
여자가 남편에게 라트비아어로 뭔가를 물었어. 남편이 통역해주었지.
-집사람이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묻는데요.
-안나예요.
-집사람이 아주 예쁜 이름이라네요. 당신 이름을 따서 우리 딸도 안나라고 하겠대요.
여자가 살짝 몸을 일으키더니(아직 일어나 앉지는 못할 때였어) 나에게 조개로 된 아름다운 분톻을 내밀었어. 모르긴 몰라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나가는 물건인 것 같더라고. 분통을 열었지. 그러자 사방에 총탄이 날아다니고 포성이 울리는 그 한밤에 분 향기가 퍼지는데...
아, 그건 정말 특별한 무엇이었어...
- P360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매 페이지마다 눈물이 차올랐고,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누릴 수 있었을 일상이 빼앗긴 상황이 너무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녀야 했을 나이, 공부를 하고 친구를 사귀고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편하게 살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하루 아침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부상 또는 사망으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렸다. 전장에서의 모습도 등장하지만 전쟁터에 가기 전 부모와 딸이 헤어지던 장면,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간 집에서 폭삭 늙어버린 딸을 못 알아보는 부모의 모습은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살아 돌아왔으나 부상 등의 후유증으로 신체 장애를 입거나 성폭행 경험으로 영영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많은 이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엄마가 기차로 뛰어왔어... 우리 엄마는 무척 엄격했어. 우리가 귀엽다고 입을 맞춰주거나 칭찬해준 적이 한 번도 엇었지. 자식 중에 누가 뭘 잘해도 그저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면, 그걸로 끝인 분이었어. 그런데 그런 엄마가 기차로 막 달려오는 거야. 와서 내 머리를 끌어안고 정신없이 입을 맞췄어. 입을 맞추고 또 맞추고. 그러고는 내 눈을 바라보는데... 하염없이... 그렇게 한참을... 나는 이제 엄마를 볼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알았지.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군용배낭도 내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 P104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을까요?
엄마는 난로에 불을 지폈고, 남동생 둘은 입을 게 없어서 발가벗은 채로 바닥에 쌓인 짚더미 위에 앉아 있었어. 엄마가 나를 몰라보고 대답했어.
-아가씨, 당신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산다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봐요.
내가 가까이 다가갔어.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아가씨, 다른 곳을 찾아보라니까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나는 몸을 굽혀 엄마를 끌어안고 조용히 말했어.
-엄마, 우리 엄마!
그제야 엄마도 동생들도 나를 알아보고는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어... 울부짖는데, 아...
- P109

우리는 열여덟, 스물 나이에 전선에 떠났다가 스물, 스물넷이 돼서 돌아왔어. 처음엔 기쁨에 들떴다가 나중엔 무서워졌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데 뭘 해야 하지? 평온한 삶 앞에서 공포가 밀려왔어... 그새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는데, 우리는 뭐지? 우리는 우리의 전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우리가 아는 것도 전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전쟁이었지. - P220

창밖을 보면 겨울풍경이 너무 아름답잖아. 하얗게 눈을 맞고 선 전나무들은 무슨 동화 속 나라에 나오는 나무들 같고. 걱정이고 뭐고 한 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지... 하지만 또다시..." - P239

상냥하고 부드러운 되는 법을 배워야 했어. 연약하고 가냘픈 여자가 되는 법을. 하지만 발은 이미 치수 40의 군화에 길들여졌는데. 누가 나를 끌어안으면 영 어색했어. 그리고 내 일은 내가 책임지는 데 익숙했지. 부드럽고 달콤한 말을 바라면서도 정작 그 말을 들으면 이해를 못했어. 나한텐 그게 애들 장난 같았으니까. 전선에서 남자들과 지내며 러시아 쌍욕만 들었으니까.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시를 읽어봐. 예세닌을 읽어'하고 충고하더군. - P429

아직 아이를 가슴에 안고 다닐 때, 그러니까 아이가 채 돌이 안 됐을 때였어. 침대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데... 누가 창문을 두드리는 거야. '레나. 편지 왔어... 아이 아빠 소식이야.' 그 소식을 들은 게 부활제 직전 토요일이었어. 4월... 햇살이 제법 밝게 비치는 날... 편지에 우리 남편 이반이 폴란드에서 전사했다고 쓰여 있었어. 1945년 3월 17일... 우리 남편이 세상을 떠난 날이야.
그때 놀란 뒤로 딸아이는 오랫동안 아팠어. 학교 들어갈 때까지 그랬어. 문만 세게 여닫아도 누가 소리만 질러도 아파 누워버렸지. 아마 7년은 제대로 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나에겐 해가 비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늘 눈앞이 캄캄했으니까. - P458

우리는 투쟁을 꿈꿨어. 무기력하게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지. 지하활동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아들은, 큰애고 그래도 나이가 더 많으니까 시어머니께 보냈어. 시어머니는 아들을 받아주시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어. '그래, 내 손자는 내가 맡으마. 다만 이 집에는 더이상 발걸음을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우리 모두 죽을 순 없다.' 나는 3년 동안 아들을 못 봤어. 시어머니 집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 나는 딸을 데리고 빨치산에 합류했어. 딸아이는 1년을 넘게 그곳에서 나와 함께 지냈어. 1943년 5월에 나는 타자기를 가지고 이웃 빨치산 부대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어.
우리 부대가 봉쇄를 뚫고 나오자마자 나는 많이 아팠어.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고 피부가 흐물흐물 벗겨져나갔지.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우리 아이를 품에서 놓지 못했어... 딸을 보내던 순간이 생각나. 옐로치카의 얼굴을 보는데 온몸에 경련이 나는거야. '언젠가는 우리 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들은 해방되고 난 후에 만났어. 아이가 우리 시어머니는 티푸스로 돌아가시고 이웃집 여자가 료냐를 데려갔다고 말해주었어. 이웃집 마당으로 들어섰어. 우리 아들이 맨발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앉아 있었어.
-누구랑 살아?
-옛날에는 할머니하고 살았는데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제가 할머니 장사를 지내드렸어요. 날마다 할머니한테 가서 나도 무덤으로 데려가라고 빌었어요.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요...
-아빠는 전선에 나가셨는데 살아 계세요. 엄마는 파시스트들이 죽였어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왜 엄마도 못 알아봐?
아들이 나에게 와락 달려들었어.
-아빠!
그때 나는 남자군복에 군모를 쓰고 있었거든. 아들은 잠시 후에야 비명을 지르며 '엄마!'라고 불렀어. - P482~486

저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전쟁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랐다. 전쟁이 아닌 세상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것이 막연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현재의 대한민국도 휴전 상태일 뿐 언제고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애써 부정하고 있을 뿐이지. 저자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고통의 이야기를 마주했다. 책으로 읽고 있는 나도 힘겨웠는데 직접 그들을 마주하고 표정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그 고통과 무게감은 더 컸으리라 예상해본다.

우크라이나는 스탈린의 잔인한 집단화 정책, 각종 명목으로 수용소에 가두거나 유형이 행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곡식의 대부분이 스탈린의 명령 하에 수탈 당하면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사상의 문제로 정치범으로 몬 것으로 인해 많은 동유럽 국가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유형을 당해 피해를 입었는데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과 독립운동가들도 1930년대 후반 무렵 중앙아시아로 이주하게 된다.

책에는 특히 우크라이나 소녀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더욱 심금을 울렸다. 그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이것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총성이 끊이지 않고 살육과 방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니 꿈(이상)과 현실은 이렇게나 다를 수 밖에 없는건가 곱씹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은 증오를 키우게 하고 많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옥사나라는 아이와 친했는데,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굶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얼마나 먹을 게 없는지, 개구리고 쥐고 남아나는 게 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다 먹어버려서. 옥사나의 고향마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죽어나갔대. 옥사나의 남동생들도 모두 굶어 죽고, 엄마 아빠도 돌아가시고. 옥사나만 밤에 몰래 콜호스의 마구간에서 말똥을 훔쳐먹고 살아남았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 "옥사나, 스탈린 돟지가 적들과 싸우고 있어. 스탈린 동지가 불순분자들을 소탕하고 있다니까. 하지만 놈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러자 옥사나가 대답했어. "그렇지 않아. 너 바보구나. 우리 아빠가 역사 선생님이었는데, 나한테 '언젠가 스탈린 동지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라고 하셨는걸..." - P35


사람들은 나에게 회상은 역사도 문학도 아니라고 말한다. 회상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 추레한 인생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이야기의 사원을 쌓아갈 원료들, 그건 언제나 넘쳐난다. 도처에 이 벽돌들이 굴러다닌다. 벽돌이 사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그곳, 따스한 사람의 목소리, 과거가 생생히 반추되는 그목소리 속에 원초적인 삶의 기쁨이 감춰져 있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삶의 비극이 담겨 있다. 삶의 혼돈과 욕망이 삶의 유일함과 불가해함이. 목소리 속에 이 모든 것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진짜 원본들이. - P26

소련군으로 참전했던 많은 이들이 독일군에 맞서면서 증오감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면 외면하지 못하고 동정심을 보일 때, 내 자식이나 손자/손녀가 죽은 것이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많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류애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분노에 짓이겨 싸울지라도 이 땅 위에는 이런 인간들이 있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사자들 중에 마을 청년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청년 어머니가 장례식에 오신 거야. 서럽게 우시더라고. '아이고, 내 새끼! 네가 살 집도 지어놨는데! 젊은 색시를 데려오겠다고 해놓고! 이제 차가운 땅속이 네 색시가 됐구나...' 부대 전체가 조용히 서서 침묵을 지켰어. 어머니가 마음껏 울도록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지. 잠시 후 어머니가 고개를 들더니 당신 아들만 죽임을 당한 게 아니라는 걸 아셨어.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죽어 누워 있는 것을 보신 거지. 그러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그 죽은 병사들을 위해 또 서럽게 우시는 거야. 자기 아들도 아닌 그 젊은이들을 위해서 말이야. '아이고, 내 새끼들! 너희 어머니들은 너희들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땅에 묻히는 것도 모르는데! 아이고 땅속이 얼마나 춥고 차가운데. 내가 너희 어머니들을 대신해서 울어주마. 불쌍한 내 새끼들아...' - P487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와 격리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심해지고 인종 간 갈등이 더 격화되면서 분쟁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불평등은 심해지고 평등으로 향하던 정책들이 백래시하는 중이다. 이럴 때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통해서 현재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피해를 겪는 것은 아이와 여성들이 먼저라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이런 인간적 고뇌와 모순을 겪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내 전쟁에는 세 가지 냄새가 있어. 피냄새, 그리고 클로로포름과 요오드 냄새..." - P239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의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테러와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는 자신이 편안하고 안락할 수만 있다면 타인의 고통과 아픔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냉혹한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비인간적이고 불의한 것과도 기꺼이 손을 잡고 타협하는 비겁의 시대. - P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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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7 14: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저도 발췌문 올려주신것처럼 너무 변한 딸을 못알아보는 엄마, 감정 표현을 하지 않던 엄마가 딸을 전쟁터에 보내며 오열하던 장면들에서 많이 울었어요.ㅠ 전쟁에 관한 어떤 역사책보다
인간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증
거들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7 19:58   좋아요 3 | URL
딸과 부모가 헤어질 때 전쟁 갔다 다시 만날 때 유독 눈물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ㅠ 저는 마지막에 손자가 전사했다는 소식에 갔다가 다른 손자손녀뻘 되는 이들을 위해서도 울어줄 때 복받치더라고요ㅠ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결국 기본적인 보듬어줌과 연민 이런 것들이구나 싶었어요. 인터뷰에서 과거의 기억이지만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테고 또 그걸 묵묵히 듣고 받아준 작가도 대단하다 느껴졌습니다.

바람돌이 2022-07-17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독 수고하셨어요. 여성이 느끼는 전쟁은 남성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거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읽기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을 단단히하고 지금 읽고 있는 엘리슨 벡델의 그래픽 노블 3권 다 읽고 시작하려구요.

거리의화가 2022-07-18 08:47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감정을 절제하기가 참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참여한 전쟁 이야기가 새롭다 느끼면서도 그동안 필요했는데 가려진 부분이 많았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엘리슨 벡델 책 읽고 계시는군요^^ 저도 초인적 힘의 비밀은 사두었습니다. 요새 그래픽 노블이 참 잘 나오는 듯합니다.

그레이스 2022-07-17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e북으로 읽었었는데 다시 꺼내서 몇페이지씩 읽고 있어요.
가슴 아픈데, 실감나지 않는게 이상하네요.
그래서 너무 가슴아파요.
그들은 그렇게 상상이상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거리의화가 2022-07-18 08:4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전쟁 후에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다 여겨졌어요. 10대 때 떠난 이들이 돌아와보니 20대가 되었잖아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했을텐데 음... 부상을 당하고 온 경우도 많았고 또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을테니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했을테구요. 참 먹먹했습니다.

희선 2022-07-18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일이다 해서 잊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지나간 일이지만, 지나간 일이 아니기도 하네요 지금도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전쟁에 나갔다 돌아오면 일상을 살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한테 이런저런 말을 한 사람은 좀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작가는 듣기 힘들었다 해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8 08:51   좋아요 2 | URL
지나간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 말이 와닿습니다. 그들에겐 결코 잊히지 못할 일일 것 같아서요. 아무리 세월이 지나가도 마치 한쪽 가슴이 빈것처럼 그런 느낌일것 같아요ㅜㅜ 작가도 그 과정을 듣고 자주 다음 말을 잇지 못했을 듯 합니다.

mini74 2022-07-19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있는거 같아요. 잊고 사는 것 같지만...저희 엄마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지만 여전히 전쟁을 기억하시고 두려워하세요. 그런 어르신들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행태 정말 싫어요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2-07-19 10:20   좋아요 2 | URL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일까요.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직접 그 일을 듣거나 경험했을테니 그 공포가 더 클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이념을 이용해서 분탕질하는 정치권과 관련 집단들이 너무 화가 납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구요. 에효~
미니님 감사합니다.
 

이번달 책을 예상보다 빨리 구매하고 말았다^^;

인증 사진에 포함 안된 토지 세트가 있다-_-;(다음주 월요일 올 예정)


주문한 책은 기존에 다 소개한 책들이다.


<인류본사>

서양의 관점이 아닌 중동의 관점에서 본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어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합스부르크 왕조가 세계를 지배한 세월이 오래이지만 국내에는 마땅히 정리된 번역서가 없었다. 이 책은 그 최초를 담은 책이다.


<시민의 한국사>

지배층이 아닌 시민, 민중의 관점에서 쓴 한국사를 담아냈다. 두께도 크기도 압박적이지만 나는 보자마자 경탄을!ㅎㅎ 짜릿하다.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들로만 꽉 채운 주문이 되었다.

오랜만에 역사책으로만 주문이 이어진 것 같은데 이 책들을 보며 열정적인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굿즈에 욕심이 정말 없는 편인데 이번달 굿즈는 다 탐이 나서 어쩔 수 없었고 회중시계와 딥펜 세트를 포함시켰다. 

굿즈가 겉보기엔 예쁜데 실속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예쁘기는 하다^^;






오늘은 일찌감치 책을 읽고 다른 책을 읽으려 했는데 옆지기가 맛난 거 사준다고 해서 보쌈집에 다녀왔다.


가다가 하늘이 정말 예뻐서^^;


코로나 재확산 영향인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가게에 손님이 그닥 없었다.

어차피 체인 전문점이라 맛은 예상한 맛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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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2-07-16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계가 참 탐나네요!ㅎ 즐독하시고 시원한 저녁시간 되십시요!ㅎ

거리의화가 2022-07-16 21:22   좋아요 2 | URL
ㅎㅎ 시계 동작하는지도 확인을 못했네요. 잘되겠죠?ㅋㅋ 실제 보니 더 이쁘긴 합니다.
즐거운 주말 저녁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7-17 08:21   좋아요 1 | URL
시계 작동 아주 잘되네요ㅋㅋㅋ

청아 2022-07-16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엔틱하고 럭셔리한 분위기!!! 저는 깃털 펜이 너무 탐나요! 펜꽂이 까지 👍이게다 굿즈군요^^ 화가님 벽돌책들을 주문하셨네요. 전 <인류본사>에 관심이 갑니다. 여름휴가 책과 함께 든든하시겠어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17 08:20   좋아요 2 | URL
네 이번 굿즈는 유혹을 넘기지 못했어요 알라딘 책 주문하면서 정말 굿즈 안사는편인데말이죠ㅋㅋ 깃털펜은 잉크까지 들어있어서 그럴싸합니다 시계도 예쁘고. 휴가보내면서 독파하기 좋은 책입니다. 배가 부르니 머리에 쏙 넣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6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있네요.
집에 깃털 펜 모이 모셔놓기만 했는데, 회중시계랑 함께 모이니 ...멋있네요.
전 이 깃털펜 보면 손등이 아픈 느낌!
해리포터 때문에 ...ㅋㅋ

거리의화가 2022-07-17 08:22   좋아요 2 | URL
네 굿즈가 아주ㅎㅎ 회중시계는 보고 있으니 마치 과거로 여행간 느낌입니다.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를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ㅎㅎ 깃털펜은 예쁘긴합니다만 역시 실용성은 좀 떨어질듯해요 보는맛인듯한ㅋㅋ

hoonyy 2022-07-16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6개월에 걸쳐 구매~독서계획인데 한번에 다 구입하셨네요.역사서를 마주하면서 관점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 됩니다. 저는 발췌독으로 시민의 한국사와 정독 광해군,병자호란을 더위를 벗삼아 커피 한잔을 홀짝하면서요.

거리의화가 2022-07-17 08:26   좋아요 1 | URL
오 그러시군요 장기독서용이긴하지요^^ 저는 아마 길게 두고 읽을 게 아니라 단번에 독파 예정이라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듯합니다. 관점에 대한 생각은 역사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주하는 것들이죠. 그래서 더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의 편견을 걷어내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구요. 이런 책 읽으며 커피와 더불어 이 여름 잘 보낼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22-07-16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옷!!! 저도 저 깃털펜하고 회중시계 너무 탐나서 벼르고 있던 참이었어요. 인류본사하고 합스부르크 저도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화가님께 땡투 할게요.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되었으면 해요 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17 08:27   좋아요 1 | URL
ㅎㅎㅎ 탐나실만합니다^^ 땡투까지 감사^^* 굿즈까지 함께 받으시면 책배 부르실듯^^

레삭매냐 2022-07-16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막걸리 - 고저 땡깁니다.

그리고 합스부르크도 관심이
가네요.

선선한 밤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7 08:29   좋아요 2 | URL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마치 가을날 같은 날씨가 이어져서 참 좋네요^^ 생막걸리 오랜만이었는데 역시 보쌈과 함께라 더 굿!ㅎㅎㅎ 합스부르크 왕조 저도 관심이 가요. 여러 모로 읽을 책들을 고르는 일에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7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모두가 탐나는~~^^
책, 시계, 깃털 펜...거기다 날씨와 보쌈이랑 막걸리까지!!!!!
오늘 23주년 기념 선물...회중 시계 보고 띠용~했네요ㅜㅜ
이번 달은 이미 세 번이나 구매했는데..아!! 좀만 더 늦게 주문할껄!!!!
그냥 어떻게 저떻게 이번 달은 넘어가야겠다~ 단념하려고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8 월 여성주의 책을 안샀더라구요??
그래서 또 다음 달 살 책을 땡겨서 네 번째 주문을 해야할 것인가? 고민되네요ㅜㅜ

거리의화가 2022-07-17 08:32   좋아요 3 | URL
나무님 조합이 좋지요^^ 굿즈 진짜 안사는데 예뻐서 거금 들였네요 저도 이번달 펀딩이다 뭐다 해서 몇번을 질렀는지ㅠㅠ 진짜 다음달은 여성주의 도서만 사야겠다 생각중이에요.(이북이 있길래 이북으로 주문하려고요)

바람돌이 2022-07-17 0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깃털펜과 시계때문에 이번달 주문 끝났는데도 장바구니 덜썩거리고 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굿즈때문에 이렇게 맘이 설레다니..... ㅠㅠ

거리의화가 2022-07-17 08:3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저보다 먼저 굿즈 인증하실줄 알았는데 아니였군요^^; 실사용 용도라기보다는 보는 맛일텐데 유혹을 넘기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다들 설레시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7-17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막걸리는 지평막걸리죠 ㅋ
회중시계 저건 부자들만 쓰는 물건 아닌가요? ㅋ 딥펜세트도 멋있어 보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7 11:58   좋아요 2 | URL
ㅋㅋ 새파랑님 지평막걸리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장수막걸리~ㅎㅎ 막걸리는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놀러갈 때마다 그 지방 막걸리 먹어보는 맛이 있죠~ㅎㅎ
회중시계 다들 눈독들이시는데 그럼 다들 부자?ㅎㅎ 딥펜세트도 멋지지요^^

희선 2022-07-18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계 깃털펜 예쁘네요 책보다 그런 데 더 눈이 가는군요 저 시계 잘 고장나지 않을까요 저는 거의 책만 사기는 해요 책은 거리의화가 님이 다 좋아하시는 거군요 읽을 책이 있어서 기분 좋으시겠네요 토지도 다 사셨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18 08:52   좋아요 1 | URL
네 굿즈가 참 도드라져 보이죠? 시계는 글쎄요. 지금은 작동이 잘되지만 저도 오래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ㅎㅎㅎ 이번에 산 책들은 제가 좋아하는 역사 분야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토지도 오늘 올 것 같고요^^;

단발머리 2022-07-18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앨리스시계만 보고 있었는데 깃털펜 이거 웬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님 역사 진짜 좋아하시네요. 완전 근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8 15:42   좋아요 2 | URL
깃털펜도 멋지죠^^* 하지만 알라딘 서재분들은 책탑에 더 진심일겁니다ㅎㅎㅎ 저는 역사 말고는 관심이 덜 가긴 한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려고는 합니다.
 

맹자와 유가 중의 맹자학

맹자를 몇 개월간 강의를 듣고 있는 내게 낯설지는 않은 개념들이었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으나 기존의 귀족을 위한 제도를 넘어서 백성을 위한 정치/경제 제도를 시행하려 했다는 점이 다르다.
모든 정책은 인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공자가 강학을 직업으로 삼는 풍기를 열자, 그의 제자들과 이후 유자들도 대부분 강학을 직업으로 삼았다. 이른바 "크게는 사부나 경상이 되었고, 작게는 사대부들을 벗하고 가르쳤다"는 말이다. 그러나 "학문으로 당대에 이름을 날린" 인물로는 맹자와 순경을 들고있다. 두 사람은 실로 공자 이후 유가의 대사(大師)였다. 중국역사상 공자의 위치는 마치 서양역사상의 소크라테스와 같고, 중국역사상 맹자의 위치는 마치 서양역사상의 플라톤과 같은데 그 기상의고명장쾌함(高明亢爽) 또한 흡사하고, 중국역사상 순자의 위치는마치 서양역사상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데 그 기상의 독실해박함(篤實沈博) 또한 흡사하다. - P178

맹가(孟軻, 371-289B.C.)는 추인(鄒人)이다. 자사의 제자에게서 학업을전수받았다. 도에 통달한 다음, 타국인 제나라에 가서 선왕을 섬겼으나, 선왕은 그를 등용하지 못했다.
온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고, 공격과 정벌전쟁을 능사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형편에 맹자는 오히려 요순과 삼대 성왕의 덕을 계술, 천명했으니, 유세한임금들과 부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은퇴하여 만장 등의 제자와 함께 『시』, 『서』를 재해석하고) 공자의 사상을 계술, 천명하여(述) 『맹자(孟子)』 1편을 지었다(作). - P178

공자는 육예(六藝)로써 교육했는데, 그후 유가도 그러했다. 『사기』에 따르면 "맹자는 『시』, 『서』를 재해석하고 공자의 사상을 계술, 천명했고", 조기(趙岐)의 「맹자제사(孟子題辭)」에 따르면 "맹자는 육경에 통달했고, 특히 『시』『서』에 뛰어났다." - P180

"어기거나 저버리지 않고 전통 제도를 따르고", "선왕의 법도를 좇아" "토지를 분배하고 봉록을 제정하면", 그 결과는 틀림없이 "주나라 왕실이 제정한 관작과 봉록의 등급제도"와 대략 같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시의 전통 제도에 대한 맹자의 태도는 보수적이었다. - P184

왕도와 패도는 바로 맹자의 이상적인 정치 가운데 두 가지의 상반된 정치이다. 그후 중국의 정치철학은 모든 정치를 이 두 부류로 나누었다. 왕자(王者: 왕도주의의 왕)의 모든 제정과 시책은 인민을 위한 것인 만큼 모든 인민은 기껍게추종한다. 그러나 패자(霸者:패도주의의 군주)는 오직 무력으로 인민을 정복하여 강제로 추종하게 한다. - P185

맹자는, 비록 사회에는 여전히 군자와 야인 즉 통치자(治人者)와 피통치자(治於人者)의 구분이 있어야 하지만, 다만 그 구분은 순전히 사회적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分工互助)에 목적이 있다고 여겼다. - P187

태평성세(治世)에는 소덕의 인물이 대덕의 인물에게, 소현의 인물이 대현의 인물에게 부림을 당하지만, 난세(亂世)에는 왜소한 사람이 장대한 사람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부림을 당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난세에 강자가 약자를 병탄하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경쟁이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부조는 아니므로, 사회적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다. 만약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의 원칙에 근거한다면, 반드시 유능한 통치자로 하여금 통치하게 해야 한다. - P189

국가사회는 마치 큰 목재나 옥과 같으므로, 그것을 다스리는 사람 역시 "어려서부터 학문한" 전문가여야 한다. 이른바 대덕(大德), 대현(大賢)의 인물이 곧 국가사회를 다스릴 수 있는 전문가이다.
이 이치를 밀고 나가면 정치상의 지고의 자리는 반드시 최대의 유덕자가 앉아야 한다. 이른바 천자(天子 : 天帝의 子, 하늘의 아들)는 반드시 성인이어야 한다. 따라서 요순의 선양(禪讓)이 맹자의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되었다. - P190

이 성인이 연로해갈 즈음 죽기 전에 미리 연소한 성인을 뽑아 먼저 재상을 시켜 시험해본다. 그래서 성과가 탁월하면 하늘에 추천하여 그 자신의 대체자로 삼는다. 연로한 성인이 죽으면 이 연소한 성인이 그를 대신하여 천자가 된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알 수 없고 알 수 있는 것은 민의(民意)뿐이다. - P193

"필부로서 천하를 얻을 사람은 그 덕망이 반드시 순, 우 같아야 하며 동시에 천자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 만큼, 천자의 추천이 없으면 미리 재상이 되어 자신을 시험해볼 수 없으므로 백성들에게 은택을 베풀 수 없고 따라서 백성들이 그에게 귀의하지 않는다. 이런 이상(理想)은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주장과 매우 흡사하다. 다만 유가는 계술을 통해서 창작하는지라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가탁하여 그이상을 표현했고, 또 주제(周制)에 의뢰하고 문왕과 주공을 존숭했던지라 "세습에 의해서 천하를 얻은 사람" 역시 공박하지 않았다. - P193

맹자의 이상에 따르면 토지는 국가의 공유재산이고, 인민은 국가로부터 토지를 받는 자유 경작인이다.
묵자는 평민의 관점에서 주제(周制)의 반대면(反面)을 주장했고, 맹자는 평민의 관점에서 주제에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것이 이 측면에서의 맹자와 묵자의 차이점이다. - P193

맹자에 따르면, 국가는 인민에게 항산(恒産안정된 생업)을 가지게 하여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고 또한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민을 교육해야 한다. - P196

"사람마다 남에게모질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서", 남의 고통을 차마 보지(忍見) 못한다는 사실이 곧 반드시 인정을 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사람마다 이미 인정의 근거인 이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곧 인정을 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 P197

인과 충서에 대한 공자의 논의는 주로 개인적인 수양 측면에 국한되었지만, 맹자는 그것을 정치·사회 철학에 응용했다. 인과 충서에 대한 공자의 논의는 "내성(內聖 : 성인의 덕성을 닦음)"에 그쳤지만, 맹자의 경우는 "외왕(外王:王者의 사업을 성취함)"에까지 미쳤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모질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함은 이른바 인성은 모두 선하다는 말이다. - P198

맹자의 성선설은 단지 사람은 모두 인의예지의 "4단서(端)"가 있으니, 이 "4단서"를 확충할 수 있으면 성인이 된다는 말이다. 사람이 선하지 못한 까닭은 모두 이 "4단서"를 확충하지 못한 탓이지, 그 본성이 본래 선한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 P199

사람이 금수와 다른 까닭(人之所以異於禽獸者)은 아주 미미하다. 다만 뭇사람은 그것을 버리지만 군자는 보존한다. - P200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 식욕과 성욕은 사람과 금수가 공유하는 것이고, 사람이 금수와 구별되는 것은 오직 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음의 기능은 사고이고", 사고할 수 있음은 즉 이성이 있음이다. 사고할 수 있는 마음은 인간에게 특유하여, 바로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므로 대체이다. 귀와 눈 등의 감각기관은 사람과 금수가 공유하는 것이므로 소체이다. 만약 오로지 "자기의 소체만 따르면" 소인일 뿐더러 금수이기도 하다(이하 참조). "귀와 눈 등의 감각기관은 사고력이 없으므로 외물에 가려막히며 외물과 서로 접촉하면 이끌릴 따름이다." - P201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동일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도리요 의리이다. 성인은 나보다 앞서 내 마음과 동일한 것을 터득했을 따름이다. - P202

인이란 "사람"이면 지녀야 할 마음이요, 의란 "사람"이면 따라야 할 길이다. 만약 "인에 거하지 않고 의를 따르지 않으면" 곧 사람이 아니다. - P204

양주의 위아주의(爲我)는 임금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며, 묵자의 겸애주의(兼愛)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다. 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다면 다름 아닌 금수이다.
양주, 묵자의 도는 인륜을 폐기하여 "사람인 까닭"을 상실하고 인간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곧 금수이다. - P205

맹자는 개인을 극히 중시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니 이른바 예라는 것도 만약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부인하고 개혁할 수 있다. 『맹자』는 말한다.
맹자가 제나라 선왕과 대화를 했는데 이렇게 말을 꺼냈다.
"임금이 신하를 자신의 수족처럼 여긴다면 신하는 임금을 자신의 몸처럼받들 것입니다. 임금이 신하를 개나 말처럼 대한다면 신하는 임금을 일반인처럼 대할 것입니다. 임금이 신하를 초개처럼 취급한다면 신하는 임금을 원수처럼 여길 것입니다." - P206

공자는 개인의 성정(性情)의 자유를 중시함과 동시에 인간의 행위의 외부규범을 중시했는데, 전자는 공자의 독창이고 후자는 고대의 상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맹자는 개인의 성정의 자유를 더욱 중시했다. - P207

4덕은 인성(人性)이 발전한 자연적인 결과인데, 사람이 인성을 발전시켜야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래야만 "사람이 사람인 까닭"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지, 4덕이 이롭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4덕의 행위는 물론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낳겠지만, 그 결과는 극히 귀중할지라도 역시 부수적인 것이다. - P208

인간에게 4단이 있는 까닭과 그리고 성이 선한 까닭은, 바로 성이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 즉 인간이 하늘로부터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선설의 형이상학적근거이다.
마음이 인간의 "대체(大體)"이므로 "자기의 마음을 다 발휘한 사람"은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된다." 이 본성은 바로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다 발휘하고" "인간의 본성을 아는 것"은 또한 "하늘을 아는 것"이다. - P210

호연지기, 그것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다. 아무런 방해 없이 올바로 함양될 수 있으면 온 천지를 충만시킬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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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와 전기 묵가

1. 묵자에 관한 고증
2. 「경」, 「경설」, 「대취」, 「소취」 6편의 시대
3. 조직단체로서의 묵학도
4. 공리주의의 묵자 철학
5. 무엇이 인민의 큰 이익인가?
6. 겸애
7. 종교적 제재
8. 정치적 제재

오늘날에도 겸애의 정신은 곱씹어볼만한 지점이 많다.

구설(舊說)은 묵자의 성은 묵(墨), 이름은 적(翟)이라고 했다. 근래에 이르러 "고대에 이른바 묵(墨)은 성씨가 아니라 학술에 대한지칭이었다"고도 하고, 또 묵이란 고대 형벌의 하나로서 그 형을받은 무리 즉 노역하는 부류였다고도 한다. 묵자의 절용(節用), 단상(短喪 : 복상기간의 단축), 비악(非樂 : 음악 반대) 등의 견해는 모두 극단적이어서, 당시의 대부나 군자들의 생활양식(行事)과는 상반되었고, 그의 생활은 검소하여 노동자와 한가지였다. 따라서 그의 학설을 추종하는 이들을 당시에 묵자(墨者)라고 일컬은 것은 형을 받은 무리로서 노역하는 부류라는 뜻일 뿐이었다. - P133

묵자는 귀족을 반대했고 나아가 귀족이 의지하고 있는 주제(周制:주의 문물제도)를 반대했다. 따라서 그의 학설은 주제를 반대한 주장이 많은데, 주제에 대한 반동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가가 주(周)를본받을 것을 제창했기 때문에, 묵자는 자신의 학설은 하(夏)를 본받는다고 주장하여 유가에 맞섰다. - P134

『묵자』내의「경(經)」[상·하] 및「경설(經說)」[상·하] 등의 편은전국시대 후기 묵학도(墨者:墨子의 추종자)의 저작이다. 전국시대후기는 유학(遊學)의 풍토가 극성하여 암송 및 학습용 죽간(책)을간단하고 암기하기 쉽도록 만들 필요가 있어서 각 학파마다 "경(經)"을 제작했다. - P135

첫째, 묵자의 비공(非攻)은 본래 모든 공격전쟁을 반대하는 것이고, 겸애의 주장은 본래 모든 나라를 다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강자가 약자를 침탈하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에도, 묵자가 공격당하는 국가를 실제로 구제하고 보호한 경우는 다만 이 경우만 전해지니, 이 역시 아마도 묵자가 송과 특별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둘째, 묵학도는 하나의 조직단체였기 때문에 송을 구제하는 거사에 조직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 - P136

묵자의 제자들은 벼슬에 나아가거나 물러나는 등의 행동을 할 때 모두 묵자의 지휘를 받았다. 제자가 벼슬에 나아간후, 만약 섬기는 군주로 하여금 묵가의 진언을 실행하게 하지 못할경우 스스로 사직해야 했는데, 고석자의 경우가 그것이다. 만약 제자가 벼슬에 나아가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 묵자는 해당 군주에게 "주청하여" "퇴임시키도록 했는데", 승작의 경우가 그것이다. 제자들은 벼슬로 인해서 얻는 수입은 나누어 묵학도의 소용으로 제공해야 했는데, 경주자의 경우가 그것이다. - P138

상검(尙儉) 및 절용(節用)과 겸애(兼愛) 및 비공(非攻)은 비록 그당시에 원래 있던 주장이었지만, 묵자는 그것을 실행했을 뿐더러이론적 근거를 부여하여 일관된 체계를 세웠다. 이것이 묵자의 철학적 공헌이다. - P141

"공(功 : 성과)"과 "이(利 : 이익)"는 곧 묵가 철학의 근본 관념이다. - P143

"국가와 모든 인민의 이익"은 바로 묵자가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표준이다. 모든 사물은 반드시 쓸모가 있고, 주장(言論 : 학설)은 반드시 행할 수 있어야만 가치가 있게 된다. - P144

모든 사물은 반드시 국가와 모든 인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비로소가치가 있다. 국가와 모든 인민의 이익은 바로 인민의 "부(富)"와
"인구증가(庶)"를 말한다. - P145

묵자는 결코 "재화의 소비"를 반대한 것이 아니고, 다만 "인민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 재화의 소비"를 금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 P148

일등 선비의 치상(操喪:治喪)은 필히 부축을 받아야만 일어설 수 있고 지팡이를 짚어야만 걸음을 옮길 수 있을 상태로 3년을 계속한다. 그들의 주장을 본받고 그런 도를 실천하는 일을, 왕공대인(王公大人)이 행한다면 반드시 아침 일찍 조회할 수 없을 것이고, 농부가 행한다면 반드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농사일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각종 공인들이 행한다면 반드시 배나 수레 또는 그릇 등을 만들 수 없을 것이고, 부녀자들이 행한다면 반드시 숙흥야매(風興夜寐) 실을 잣고 베를 짤 수는 없을 것이다. 후장(厚葬:후사이[ 한 장례)은 애써 벌은 재물을 매장하는 짓이요, 구상(久喪 : 오랜 치상)은 오래도록 생업에의 종사를 방해하는 짓이다. - P148

현재 대국이 소국을 공략하고, 대가(大家)가 소가(小家)를 침벌하며, 강자가 약자를 강탈하고,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고, 교활한 자가 우직한 자를 속이고, 귀인이 천인을 업신여기고, 외적, 내란자, 도적 떼가 일제히 일어나도제압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도대체 큰 종 치고 북 두드리고 거문고 타고 피리 불며 검무나 추고 있어도, 천하의 혼란은 다스려질 수 있다는말인가? 내 생각에는 반드시 불가능할 것 같다. 따라서 묵자는 말했다.
"만백성에게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들여 큰 종, 북, 거문고, 피리 등을 연주하는 행위는, 천하의 이익을 조성하고 천하의 해악을 제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묵자는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는 그르다"고 했다. - P150

기쁨, 노여움, 즐거움, 슬픔, 사랑, 미움 등은 모두 정감의 측면에 속하므로, 묵자는 "여섯 가지 병폐"로 여겨 제거해야 한다고 여겼다.
반드시 스스로 "침묵할 때는 항상 사색하고, 말할 때는 항상 가르치고, 움직일 때는 항상 일하도록" 하여, 우리의 모든 일거일동이이지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상태 속에 있게끔 해야 한다. 이것이 묵자의 정감배제 명문(明文)이다. - P152

겸애의 도는 타인에게 유리할 뿐더러겸애의 도를 행하는 사람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즉 "타인에게 이로울" 뿐더러 "자신에게도 이롭다." 즉 순전히 공리적인 측면에서 겸애의 필요성을 증명했다. 이것이 묵가의 겸애설이 유가가 주장한 인(仁)과 다른 까닭이다.
천하의 큰 이익은 사람들이 겸애하는 데에 있고, 천하의 큰 해악은 사람들이 서로 투쟁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쟁을 배격해야 한다. - P157

묵자는 전쟁을 배격했고, 맹자도 "전쟁을 좋아하는 자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묵자가 전쟁을 배격한 것은 전쟁이 이롭지 못한 때문이었고, 맹자가 전쟁을 반대한 것은 전쟁이 의롭지 못한 때문이었다. - P159

묵자는 인성(人性)을 흰 실로 여겨, 인성의 선악은 전적으로 "무엇에 물들여지느냐(所染)"에 달려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진실로 겸애의 도로써 남을 물들여 서로 이익을 도모해야지, 서로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소견이 매우 좁아서 겸애의이익과 "상호 차별"의 해악을 간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묵자는 각종 제재(制裁)>를 강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끔했다.
묵자는 종교적인 제재를 중시하여, 천상의 하느님(上)이 서로겸애하는 자는 상을 주고 서로 차별하여 증오하는 자는 벌을 준다고 여겼다. - P160

묵자는 이미 각종 제재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다 함께 서로 사랑하고 서로 차별하지 말도록 한 만큼, 따라서 숙명론을 부정한다(非命). 하느님과 귀신 혹은 국가로부터의 상벌(賞罰)은 개인의 행위가 자초한 결과이지 숙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 P165

종교적 제재 외에 묵자는 정치적 제재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평화와 인민의 안락을 위해서는 천상에도 하느님이 존재해야 할 뿐더러, 세상에도 또 하나의 하느님이 존재해야 한다고 여겼다. - P167

국가의 정치조직(刑政)이 존재하기 전에는 시비기준이 정해지지않았기 때문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미 국가가 수립된 이상 천자의 호령이 당연히 절대적인 시비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기준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적 제재 외에 사회적제재가 다시 있을 수 없다. - P168

‘천자는 위로 하늘과 화동한다‘는 묵자의 설에 따르면, 하느님과 주권자의 의지는 완전히 일치하여 다시 충돌하지 않으니, 그가말한 천자는 군주 겸 교황이었다고 하겠다. - P171

묵자는 살아서는 고생이요, 죽어서는박장이어서, 그의 도는 너무나 각박하여 사람을 근심하고 슬프게 했고, 정말로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필경 성인의 도라고는 할 수없을 것 같다. 인지상정과 상반되기(反天下之心)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비록 묵자 자신은 감내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 세상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세상의 인심과 동떨어진 이상, 왕도(王道]로부터도 아주 동떨어진 것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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