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도 다 흘러가서 마지막주구나.

이번 주는 내내 불볕 더위가 이어져서 그야말로 한여름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인 듯 싶다.

그렇다해도 점심 시간에 산책을 빼먹지는 않았다.(아무리 더워도 이마저 걷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를 위한 휴식 시간이기도 하다.)

주중에는 <중국철학사-상> 읽는 것만으로 벅차서 다른 책은 읽지 못했다.(아! 이북으로 <폭풍의 언덕>을 읽는다고 집어들기는 했다.)

다만 출퇴근 때 <토지> 1권을 오디오북으로 완독했고(정리 필요) 드라마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도 짬짬이 본 끝에 9부에 접어들었다.

중드를 보고 싶은 작품이 두 개가 있는데(몽화록, 성한찬란) 한 번 보면 계속 봐야 해서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독 바쁜 한 주여서 서재에 잠깐 오가는 걸 빼고는 친구분들의 글을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늘 금요일이니 마음이 가볍다.

이번 하계 휴가는 특별히 어디 갈 계획도 없으니 진득하니 집에서 두꺼운 책 독파하는 기간으로 삼으려고 생각 중이다.

아직 한참 남은 휴가를 생각하는 걸 보니 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한 주였던 듯 싶다.




#2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옛(!) 드라마다.


시대 배경은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 시작이다.

신분제는 진작에 무너졌음에도 양반과 종 간의 위계 질서는 고착화되어 있어 종은 감히 주인을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3.1운동이 일어난 후로 한참 조선인과 일본인 간의 감정이 좋지 않을 시기였다.


윤씨 가문의 종손 며느리인 주인공은 친일파로 변절한 오라비로 인해 가문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다.

오라비로 인해 본인은 집안에서 쫓겨나고 친가도 풍비박산이 난다. 

이 때문에 갈 데가 없어진 주인공은 사방을 헤매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머리와 목을 다쳐 기억을 잃고 목소리도 잃는다. 

다행히 그녀를 구해준 이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윤씨 가문의 아재뻘 되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는 종갓댁 사람과는 교류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그는 그녀를 극진히 치료해주고 보호해주면서 어느새 정이 싹터 자는 그녀를 범하려 했지만 도망쳐서 미수에 그친다.

하지만 이윽고 그는 그녀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종손의 씨를 가진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해 떠나려 했으나 그는 그녀에게 사과하면서 사건이 무마된다.

사실 그에게도 곡절은 있다. 아내를 얼마 전 돌림병으로 잃었고 하나 남은 아들은 어미 없는 자식이 되었다. 심지어 그녀는 어미를 똑닮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가 그녀를 범하려 한 것이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후 시간이 흘러 그녀는 아들을 낳는다.

과연 그녀는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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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9 1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눈떠보니 7월이 끝났네요. 전 7월도 독서 부진의 달 입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2-07-29 21:44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7월 독서도 만족스럽지 않으신거죠?^^; 저는 이번달 독보적 미션 실패ㅠㅠ 미처 체크를 못해서ㅋㅋ 주말 이틀이 남아있습니다. 남은 7월 알차게 보내세요*^^*

청아 2022-07-29 1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지> 저도 언젠가 꼭 읽고 싶은 책인데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ㅎㅎ 3권이상짜리는 엄두가 잘 안나더라구요. 오디오북도 괜찮은 방법같네요.
요즘 너무 덥죠.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29 21:47   좋아요 2 | URL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이긴 하죠 긴 시대를 다루고 등장인물도 많고요 1권만 읽었을 뿐인데 초반에 어질어질했었어요ㅋㅋ 소설 같은 경우 오디오북도 실감나는 성우가 연기하면 괜찮은 듯 싶어요. 많이 덥죠ㅎㅎ 오늘 특히나 사우나인줄^^; 남은 7월도 알차게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7-29 1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7월은 31일까지 있어서 아직 7월이 며칠 더 남았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여러 분들이 토지 읽으시니 저도 은근.... 토지의 압박이 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29 21:50   좋아요 1 | URL
이틀이 남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주말동안 읽고 쓰고 해야겠습니다ㅎㅎㅎ
토지 같이 달려보시죠 같이 읽으면 서로 비교해보는 맛도 있어서 재미도 더 있지 않겠습니까^^*

mini74 2022-07-29 15: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지 정말 옛날에 읽은.....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20대에 읽는 토지와 지금의 토지는 어찌 다를지 ㅎ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7-29 21:52   좋아요 4 | URL
예전에 읽으셨다면 비교하며 읽는 맛도 있겠네요^^*
저는 처음 읽는데 여기 나오는 남정네들이 영 마음에 안드는ㅋㅋ 그래도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볼 수 있어서 읽는 맛이 있는 아주 찰진 책인 듯 싶습니다

scott 2022-07-29 2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물가가 오르니
필요한건 미친듯이 쟁여 두고 있습니다

화가님 8월은 책 보다 건강
그리고 휴식 ^^

거리의화가 2022-07-30 13:43   좋아요 1 | URL
소장할 책이라면 미리 쟁이는 게 이득일지도 모르겠네요ㅠ

네~ 8월은 휴가가 있으니 좀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8월 중순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이겠죠~ㅎㅎ 감사합니다.

희선 2022-07-30 0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칠월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주말이 가면 팔월입니다 이번주는 많이 덥네요 볕이 뜨거워요 습도도 높고... 더워도 걸으시다니 대단합니다 그 시간이 쉬는 시간이면 더워도 걷는 게 좋으시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주말 책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30 13:44   좋아요 0 | URL
이번주 특히 많이 덥네요. 뭐 하긴 한여름이긴 하니~ㅎㅎ 8월 중순 지나면 좀 낫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습도까지 높아서 사우나가 따로 없더라구요.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진한 무렵의 유가

1.예에 관한 일반 이론
- 예는 인간의 정욕을 적당한 절도와 본분에 맞게 중도를 걷게 할 수 있게 하는 표준 규범이다.
- 하지만 예는 특성상 차별이 필요함을 낳는다. -> 사람과 사람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함이라지만 이는 차별이 분리를 낳아 구조적 폐쇄성을 낳는다고 보인다.
- 예는 사전에 관리하는 것, 법은 사후에 정리하는 것이 다르다.

2. 음악에 관한 일반 이론
- 음악은 인간의 정감을 절제하여 중용을 얻는 데 그 기능이 있다.
- 그러므로 예악은 모두 인간의 정감을 절제하여 중용을 얻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3. 상례에 관한 이론
- 인간의 정감을 형식화하는 문의 기능은 순자와 예기에 따라 상례, 제례에서 가장 잘 보인다.
- 순자와 예기에서 논한 죽은 이를 대하는 도리는 이지와 정감 모두를 고려하였다. -> 오로지 이지로만 죽은 이를 대하여 의식이 없다 단정하면 어질지 못하다 이야기하고 오로지 정감으로만 죽은 이를 대하여 의식이 있다 이야기하면 지혜롭지 못하다 함로 이를 절충하여 기물은 갖추되 쓸 수 없게 하였다.
- 예란 삶과 죽음을 대하는 데 신중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4. 제례에 관한 이론
제사를 올릴 때는 제물을 극진히 마련하고 성심성의를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것이다.

5. 혼례에 관한 이론
혼인의 기능은 후손을 얻는데 있다. 자식을 낳음으로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나를 대체하는 이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불사를 획득하는 것이다.

6. 효에 관한 이론
-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 그것이 효도다.
- 부모를 잇는 도는 정신적, 육체적 측면으로 나뉜다. 육체적으로는 부모의 신체를 봉양하고, 부모가 남겨준 몸을 소중히 여기고, 부모의 생명을 계속 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신체발부수지부모)
정신적으로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 순종하여 몸도 뜻도 봉양하는 것이고 돌아가신 후에는 제사로 추모하여 불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부모의 일을 계승하여 마저 완수하는 것이다.

7. 대학
- 예기[소대례기] 중의 대학과 중용은 이후 중국철학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 3강령 8조목: 명덕, 친민, 지어지선 /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8. 중용
- 중용은 처음 부분부터 중간 이전과 끝 부분은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논하여 맹자 철학 중 일부를 가져와 발전시켰다. 중간 부분은 인간사를 논한 것으로 공자의 학설을 가져와 발전시켰다.
-> 때문에 내용이 일관성이 없고 우주론 부분은 신비주의 경향이 강하여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중용의 도는 상대적인 이치로 때와 장소와 상대에 따라 달라지므로 규정하기 어렵다. 다만 중도만 지나치게 논하는 것도 융통성이 없는 것이다.
- 추기급인은 자기 마음을 미루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 수신하는 이유를 알아야 치인의 방법과 국가의 통치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 천은 도덕의 우주적 원리, 성은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으로 인간은 성에 따르되 교육과 수신으로 닦아야 한다. 중은 희로애락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미발의 상태인데 발현되고 났을 때 절도에 맞는 것이 화이다.

9. 예운
- 유가 철학은 도가 철학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았는데(순자가 도가 철학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도가의 영향을 받은 후 유가의 정치사회철학은 소대례기 중 예운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 유가가 제창하는 정치사회는 소강의 정치(예가 있는 사회)이고, 그 위에 존재하는 것이 대동의 정치이다. 대동 정치는 예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이다.

「방기(坊記)」는 말한다.
예란 인간의 성정(人之情)에 의거하여 그것을 절제하고(節) 격식화하여(文) 인민의 단속(民坊)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예의 기능(禮之用)에는 두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인간의 성정"을
"절제하는" 측면이고, 하나는 "인간의 성정"을 "격식화하는" 측면이다. 먼저 "인간의 성정"을 "절제하는" 측면에 대해서 논한다. 인간의 정욕의 발로(情欲之流露)는 적당한 절도와 본분(分限)에 맞아야 한다. 절도와 본분에 맞는 것이 곧 중도(中)에 맞는 것이다. 중도란 인간의 정욕발로의 적절한 한 지점으로서, 이 지점을 넘으면 남혹은 자기 자신의 다른 측면과 충돌이 생긴다. 예란 인간에게 중도를 얻게 하는 표준적인 외부규범이다. - P538

「애공문(哀公問)」은 말한다.
인류의 생활 중에서 예가 가장 중요하다. 예가 없으면 법도에 맞게 천지신령을 섬길 수 없고, 예가 없으면 군신 상하 및 장유의 위계질서를 변별할 수 없고, 예가 없으면 남녀, 부자, 형제 간의 친밀한 정 그리고 혼인과 인척간 교제의 빈도 등에서 분수를 정할 수 없다. - P539

예의(禮義)로써 다스릴 경우 예의가 쌓이고, 형벌로써 다스릴 경우 형벌이 쌓인다. 형벌이 쌓이면 백성은 원망하고 돌아서나, 예의가 쌓이면 백성은 화합하고 붙좇는다. 세상의 군주들은 한결같이 백성이 선해지기를 바라지만, 백성을 선하게 하는 방법은 다르다. 어떤 군주는 덕교(德敎)로 인도하고, 어떤 군주는 법령으로 족대긴다. 덕교로 인도할 경우 덕교가 행해짐에 따라 백성은 편안해하고 즐거워하지만(康樂), 법령으로 족대길 경우 법령이 극심해짐에 따라 백성은 슬픔과 수심에 잠긴다(戚). 그런즉 애락(哀樂)의 소재에따라서 화(禍)·복(福)이 각각 감응(感應)하는 것이다. - P542

예약은 바로 인예(禮)는 인민의 마음을 절제하고 악(樂)은 인민의 음성을 화평하게 한다. 정치(政)로써 그것을 시행하고 형벌(刑)로써 그것이 어그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예·악·정·형의 네 가지가 세상에 두루 시행되고 어그러지는 일이 없으으면 왕도정치는 완성된다. 음악은 [상하] 화합을 도모하고 예는 [귀천의] 분별을 도모한다. [상하] 화합하면 서로 친애하고, [귀천이] 분별되면 서로 존경한다. 음악[즉 화합]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방탕해지고, 예절[즉 분별]을 너무 강조하면 소원해진다. 인정을 화합시키고, 풍모를 격식화하는 것이 예악의 목적이다.…… - P545

공자가 말했다.
"한번 죽으면 완전 끝이다고 여김은 어질지 못하기(不仁) 때문에 행할 수 없고, 죽었는데도 살아 있다고 여김은 지혜롭지 못하기(不智) 때문에 행할 수 없다. 따라서 [부장품용] 대나무 그릇은 사용할 수 없고, 질그릇은 음식을 담을 수 없고, 나무 그릇은 다듬지 않고, 거문고와 비파는 줄만 맸지 조율하지않고, 피리와 생황은 음이 맞지 않고, 종과 경쇠는 있으되 가로대가 없는, 그런 상태로 마련했던 것이다. 이것들을 명기(明器)라고 했는데 신명의 그릇이라는 뜻이다. " - P549

상례(喪禮)란 산 사람의 예절로써 죽은 사람을 섬기고, 되도록 삶을 모방하여 죽은 사람을 송별하는(大象其生以送其死) 것인바, 죽은 사람 섬기기를 산사람 섬기듯하고 없는 사람 섬기기를 있는 사람 섬기듯하여, 시작과 마지막을 한가지로 여기는 의식이다.…………
따라서 상례의 기능은 생사의 의미(死生之義)를 밝혀 슬픔과 공경의 마음으로 죽은 사람을 송별하여 사람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이다.………
되도록 삶을 모방하여 죽은 사람을 송별하며, 죽음과 삶 또는 마지막과 시작 모두가 적절하고도 선하지 않음이 없도록 도모하는 것이 곧 예의의 법식으로서, 바로 유자(儒者)의 입장이다. - P554

상례와 제례는 그로써 인애(仁愛)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애를 다하기 때문에 상례와 제례에 치성을 드려, 해마다 봄가을로 제사하여 추모의 정성을 바치는 것이다. 무릇 제사란 음식을 봉양하는 도리를 바치는 것이다. 돌아가셨어도 추모하여 음식을 봉양하거늘 하물며 살아 생존해계실 때야? 따라서 상례와 제례가 밝혀지면 인민은 효성스러워진다고 말했다. - P561

혼례란 두 성씨의 남녀를 결합하여 위로 종묘(宗廟 : 즉 조상의 제사)를 받들고 아래로 대를 이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군자는 혼례를 중시한다. - P564

무릇 효란 모든 도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의 원천이다.………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이니 불감훼상(不敢毁傷)함이 효지시야之始也)요(몸과 털과 살은 부모에게서 받았으니 감히 훼상하지 않는 일이효의 시작이요), 입신행도(立身行道)하고 양명어후세(揚名於後世)하여 이현부모(以顯父母)함이 효지종야(孝之終也)니라(출세하여 도를 행하여 후세까지 명성을 떨쳐서 부모를 영광스럽게 하는 일이 효의 마침이다). 무릇 효는부모 섬기는 데서 시작하여 임금 섬기는 일이 중간이고 출세하는 데서 끝맺는다. 「대아(大雅)」에 이르기를 ‘네 조상의 보우하심을 생각하지 말고 오직네 덕을 닦도록 하라‘ 했다.…………… 무릇 효란 하늘의 떳떳한 이치(經)이자 대지의 올바른 법도(義)요, 사람이 행할 준칙이다. 하늘과 땅의 떳떳한 이치이므로 사람이 본받는 것이다. - P571

대학의 도(大學之道)는 명덕의 천명(明明德)에 있고, 친민(親民: 백성과 친애함)에 있고, 지극한 선에 머무는(止於至善) 데에 있다. 머물 줄 안 연후에 [목적을] 정립할(定) 수 있고, 정립한 연후에 평정할(靜: 외적 유혹에 동요하지 않음) 수 있고, 평정한 연후에 안정할(安) 수 있고, 안정한 연후에 사려할(慮) 수 있고, 사려한 연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得) 수 있다. 사물에는 본말(本末)이 있고 일에는 시종(終始)이 있는즉, 선후(先後)를 가릴 줄 알면 도에 가깝다.
옛날에 명덕을 천하에 천명하려는 자는 우선 자기 나라를 다스렸고(治國),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우선 자기 가정을 다스렸고(齊家), 가정을 다스리려는 자는 우선 스스로 수신(修身)했고, 수신하려는 자는 우선 마음을 바르게 했고(正心), 마음을 바르게 하려는 자는 우선 뜻을 참되게 했고(誠意), 뜻을 참되게 하려는 자는 우선 올바른 앎에 도달했는데(致知), 앎에의 도달은 격물(格物 : 사물의 참모습에 도달함)에 달려 있다. 사물의 참모습에 도달한(物格) 연후에 올바른 앎에 도달하고, 앎에 도달한 연후에 뜻이 참되어지고, 뜻이 참되어진 연후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연후에 수신이 되고, 수신이 된 연후에 가정이 다스려지고, 가정이 다스려진 연후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연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천자에서 서인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수신(修身)이 근본이다. 근본이 문란한데 말단이 잘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 중시해야 할 것을 경시하고 경시해야 할 것을중시해도 되는 그런 경우(법도)란 세상에 아직 없다. 이런 이해가 바로 근본을 아는 것(知本)이고, 앎이 이르렀다는 말의 의미이다." - P573

[인애를 실천한] 요·순이 천하에 인애주의를 표방하자, 인민들은 추종했다. [폭력을 실천한] 걸·주가 천하에 폭력주의를 표방하자, 인민들은 추종했다. 정치강령의 성격이 주창자의 속성과 정반대이면 인민은 그것을 추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스스로 해당 덕목을 갖춘 다음에 그 덕목을 남에게 요구하고, 스스로 해당 결점을 없앤 다음에 남의 결점을 비난한다. 자기 자신 속에 서(恕 : 즉 혈구지도) 덕목이 없으면서 능히(효과적으로) 남을 깨우칠(타이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직 없다.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는일은 가정을 다스리는 일에 달려 있다. - P578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중용에 따르고 소인은 중용에 역행한다. 군자가 중용에 따른다함은 군자다우면서 시중(時中)을 추구한다는 말이요, 소인이 중용에 역행한다 함은 소인이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말이다." - P587

자막(莫)은 중도(中)를 고집했다. 중도를 고집한 것은 근사하나, 중도를고집하는 데에 융통성(權 : 즉 소위 時中/『신편』)이 없었은즉, 집일(敎一: 하나의 원칙에 대한 집착)에 불과했다. 하나의 원칙에 집착하는 사람을 싫어하는이유는 도(道)를 해치기 때문인데, 그 하나를 내세워 그밖의 전부는 폐기하기 때문이다.) - P588

공자가 말했다.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 사람이 도를 추구하면서 사람을 멀리한다면 도라고 할 수 없다. 『시』에 이르기를 ‘도끼자루감을 베는 일은 그 원원리로부칙(則 : 모델)이 멀리 있지 않다‘ 했거늘, 일반 사람들은 도끼자루를 쥐고 도끼자루감을 베면서 이리저리 흘겨보며 그 원칙(모델)이 멀리에 있다고 여긴다. 즉 군자는 사람(자신을 바탕으로 사람(남)을 다스리며(人治人), 잘못을 고치면 그친다. 충서(忠恕)는 도와 멀지 않다. 자기가 해보아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 P589

「중용」은 말한다.
하늘이 부여한 것(天命)이 성(性)이고, 성을 따르는 것(率性)이 도(道)이고, 도를 닦는 것(修道)이 교육(敎)이다.

『대대례기』 「본명편(本命篇)」은 말한다.
도(道 : 우주의 최고 원리)로부터 분배받은 것이 명(命)이고, 한 개체에 형상화된 것(특징)이 성(性)이다. 음양(陰陽)의 조화로 말미암아 구체적인 형체를 띠고 피어난 것이 생(生)이고, 조화가 멈추고 운수가 다한 것이 사(死)이다. - P591

오직 천하의 지성(至誠)의(지극히 참된) 인물이라야 자기의 본성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다(盡性). 자기의 본성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의 본성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본성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으면 사물의 본성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다. 사물의 본성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으면 천지의 화육을 찬조할 수 있다. 천지의 화육을 찬조할 수 있으면 천지와 더불어 나란히 셋이 될 수 있다. - P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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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와 기타 법가


1. 법가의 학설과 당시의 사회, 정치, 경제 각 방면의 추세
- 군주, 국가의 관점에서 정치를 논하던 이들을 법술지사라 부르고 한대에 와서는 법가라 불렀다.
- 법가의 학설은 제나라와 삼진(한, 위, 조)에서 성행했다.
- 당시 현실은 귀족정에서 군주정으로 가던 때였는데 인민은 독립하고 자유로워지고 국가 범위는 넓어지고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 간의 관계가 이전보다 친밀하지 않게 되면서 인물로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는 먹히지 않게 되었다. -> 법률 반포

2. 법가의 역사관
- 법가는 이전의 공자 이래의 관습을 타파하고 변혁하기를 주장했다.
-> 시세는 변하므로 정치와 사회 제도 역시 그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법가의 세 파
- 세: 신도(395?-315?B.C.)
- 술: 신불해(385?-337B.C.)
- 법: 상앙(390?-338B.C.)
-> 술과 법은 제왕의 도구

4. 세 파와 한비
- 법가의 세 파를 집대성하고 노자학과 순자학을 근거로 하여 스스로 한 학파를 일구어낸 인물이 한비다.
- 한비는 세, 술, 법 모두 제왕의 도구로서 중요하다 여겼다.

5. 법의 중요성
군주가 법을 제정하고 공포하면 나라 사람들은 그를 따른다. 군주와 신하도 법을 원칙과 규범으로 삼는다.

6. 명실을 바르게
- 법가가 논한 술책 중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방법 중 하나
- 명실은 언어의 지시대상을 신중히 함으로 인해 실상에는 반드시 맞는 이름을 쓰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7. 상벌을 엄하게
군주의 위세는 상벌로 표현된다.

8. 성악
- 법가는 성악설을 받아들였다. 한비가 순자의 제자였기 때문.
- 마음은 자신을 위하는 것이 기본이다.
- 저마다 자신을 위하도록 맡겨서 자유경쟁하도록 하자.
- 군주는 덕에 힘쓰지 않고 법에 힘쓴다.
- 인간의 행위는 과거와 현재가 같지 않으므로(환경이 달라지므로) 인간의 품성이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이다.
- 법, 술, 세를 통해 도를 이룩할 수 있다.

9. 무위
- 군주가 법, 술, 세를 통해 이룩한 도를 사용한다면 “무위”로 다스릴 수 있다.
- 군주는 무위하고 신하는 유위한다.
- 법가는 도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 것 때문이다.

상세(上世 : 고대)에는 친족을 친애하고 이기주의를 애호했고, 중세(中世)에는 현자를 숭상하고 인(仁)을 환호했고, 하세(下世 : 근대)에는 통치자를 숭앙하고 관리를 받들었다. 현자를 숭상할 때 현자들은 주장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는데, 임금이 옹립되자 현자는 쓸모없게 되었다. 친족을 친애할 때 이기주의가 원칙이었는데, 중정(中正)의 원칙은 이기주의를 통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세 가지는 근본적으로 상반적인 일이 아니다. 인민의 근본 원칙(道)이 세태(환경)에 부적합하게 되면 가치기준도 바뀌는 것이고, 시대적인 문제(세상의 환경적 조건)가 변하면 실천원칙도 달라지는 것이다. - P501

요 임금이 일꾼 축에 머물 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으나, 왕이 되어 천하에 군림하자 명령(令)은 내리자마자 행해졌고 금령(禁)은 정하자마자 지켜졌다. 이로써 보건대 현능과 지혜 따위는 대중을 복종시키기에 부족하고, 권세와 지위라야 현인도 굴복시킬 수 있다. - P506

지금 신불해는 술을 논하고, 상앙은 법을추구한다. 술이란 임무에 따라 관직을 부여하고, 이름(직명)에 따라 그 실상을 따지고(循名而責實), 생살의 권병(柄: 權柄)을 쥐고 신하들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군주가 장악해야 할 바이다. 법이란 법령을 관청에 기록해두고 형벌관념을 백성의 심중에 새겨주어, 법을 잘 지킨 자에게는 상을 내리고 법령을 어지럽힌 자에게는 형벌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신하가 준수해야 할 바이다.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위로부터 폐단이 발생하며,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아래로부터 혼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제왕의 도구(具)이다. " - P507

법이 통일되지 않으면 군주에게 불길하다.…………즉 법이란 고정불변적이지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법이란 존망(存亡)과 치란(亂)이 갈라지는 근원이요, 성군(聖君)이 천하의 대(大)의표가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만사만물은 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면 행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법이란 천하의지극한 도술(道)이요, 성군에게 가장 실용적인 기물이다.………법을 만드는이가 있고, 법을 수호하는 이가 있고, 법에 복종하는 이가 있다. 무릇 법을만드는 이는 군주요, 법을 수호하는 이는 신하요, 법에 복종하는 이는 일반백성이다. 군신(君臣), 상하(上下),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모두가 법을 따르는것, 이것이 바로 태평성세(大治:太平)이다. - P511

군주가 간사한 행위를 금하려면, 실체와 이름의 부합을 심리해야(審合刑名)*하는데, 주장과 직무가 그것이다. 신하된 자가 어떤 주장을 진언하면, 군주는 그의주장에 근거하여 그에게 직무를 맡기고, 오로지 그 직무에 의거하여 그의 공적(功)을 책임지운다. 공적이 그 직무에 부합하고, 직무가 그가 주장했던 내용에 부합하면 포상한다. 공적이 그 직무에 부합하지 않고, 직무가 그가 주장했던내용에 부합하지 않으면 징벌한다. 따라서 뭇 신하 가운데 주장은 컸는데 공적이 적은 경우 징벌한다. 공적이 적음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이 이름에부합하지 못함을 벌하는 것이다. 뭇 신하 가운데 주장은 적었는데 공적이 큰경우 역시 징벌한다. 큰 공적을 꺼린 때문이 아니라, 이름에 부합하지 못한것은 그 해악이 큰 공적보다 더욱 심하기 때문에 벌하는 것이다. - P515

천하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인간의 본성(人情)에 따라 행해야 한다. 인간의본성에 호오(好惡: 포상의 이익을 좋아하고 징벌의 해를 싫어함)의 감정이 있기 때문에 상벌이 효력을 지닐 수 있다. 상벌이 효력을 지닐 수 있으므로 금령과 명령이 확립될 수 있고 따라서 치국의 도는 완비된다. 군주가 권병(柄)을장악하고 위세(勢)에 처하기 때문에 명령은 시행되고 금령은 지켜진다. 권병이란 죽이고 살리는 권력이며, 위세란 대중을 제압하는 자본이다. - P518

품꾼을 사서 파종하고 밭을 갈 경우, 주인이 비용을 들여 맛있는 음식을마련하고 베를 골라 돈을 준비하는 것은 품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밭 가는 사람은 깊이 갈고 김 매는 사람은 정성껏 매기 때문이다. 품꾼이힘을 다해서 열심히 김 매고 밭 갈고 정성껏 밭두둑을 고치는 것은 주인을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반찬도 맛있게 나오고 품삯도 수월하게 얻을Tots blo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력의 보상에는 부자지간 같은 은택이 존재한다. 마음의 모든 작용은 한결같이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끼고 있다(皆自爲心). 따라서 인간은 모든 거래 행위에서 이익이 된다 싶으면 적대적인 사람끼리도 쉽게 화해하지만 손해가 된다 싶으면 부자간에도 돌아서고 원망한다. - P519

일은 사방에 있지만 관건은 중앙에 있다. 성인(聖人 : 명철한 군주)이 관건을 쥐고 있으면 사방의 신하들이 저마다 공력을 바친다. 군주가 허심한 태도로 신하를 대하면 신하들은 각자의 능력을 운용한다. 군주는 이미 온 천하를 품에 안았으면 은밀한 가운데서 신하들의 동태를 관찰한다. 좌우에 보필하는 신하가 세워졌으면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맞아들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군주가 변경하거나 바꾸지 않고 오직 두 가지(二: 形, 名)를 바탕으로 행하여, 중단 없이 행하는 것이 바로 "법도의 실천(履理)"이다. - P525

군주는 반드시 무위함으로써 천하를 부리고, 신하는 반드시 유위함으로써 천하에서 부림을 당해야 한다. 이것은 영구불변의 도이다. 따라서 옛날에 천하에 왕노릇한 사람은 지식이 설령온 우주에 걸쳤을지라도 몸소 사려하지 않았고, 말솜씨가 설령 모든 사물을미화할 수 있을지라도 몸소 말하지 않았고, 능력이 설령 천하 제일일지라도 몸소 도모하지 않았다. - P527

옛날에 대도(大道)를 밝힌 사람은 우선 하늘(자연)을 밝혔고도덕은 그 다음이었다. 도덕이 밝혀지면 인의(仁義)가 그 다음이었다. 인의가 밝혀지면 분수(分守 : 관직의 분배)가 그 다음이었다. 분수가 밝혀지면 형명(形名 : 실체와 이름)이 그 다음이었다. 형명이 밝혀지면 인임(任 : 간섭 없이 맡김)이 그 다음이었다. 인임이 밝혀지면 원성(省 : 심사와 판별)이 그 다음이었다. 원성이 밝혀지면 시비(是非 : 시비의 판단)가 그 다음이었다. 시비가 밝혀지면 상벌(罰)이 그 다음이었다.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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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와 유가 중의 순자학


1. 순자의 학문

순자 당시 음양가의 학설이 유행하고 있었고 맹자 이후 유가를 잇는 사람이 없었으나 순자가 나옴으로 인해서 그 뒤를 잇게 되었다. 중국철학자 가운데 철학비평에 가장 뛰어난 자로 순자를 꼽는다고 말한다. 전한의 경학자들도 그의 학문에 영향을 받았고 그는 학문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2. 공자와 맹자에 대한 순자의 견해

맹자와 순자 모두 공자를 존경했다. 맹자는 공자의 도덕에 치중했으나 순자는 공자의 학문에 치중했다.
다만 순자는 공자는 존숭했으나 맹자는 비판했다.

3. 주의 제도에 대한 순자의 견해
- 순자는 주의 제도를 옹호했다.
- 오늘의 천지는 어제의 천지와 같으니 시간이 흘러도 이치는 같으므로 주의 제도를 시행하지 못할 것이 없다 여겼다.

4. 천과 성

- 순자가 말한 하늘은 자연지천으로 노장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돌고 도는 운행은 저절로 그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 자연과 인간의 분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 자연계의 법칙과 인간사회의 법칙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 인간은 조직을 가지고 사회질서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인간에게는 다스릴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 인간의 능력은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고 자연의 자원을 다스려 이용하는 것에 있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성악설
- 천성적인 것은 성, 배워서 익히고 성취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으로 위다. 본성과 인위의 분별이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만 배우고 익히는 것을 통해 습관이 되면 선해질 수 있다.

5. 순자의 심리학

- 인간의 욕망을 꼭 제거할 필요는 없으나 마음을 잘 절제하면 된다. 마음의 사려와 인식으로 이익과 손해를 취사선택하여(인간의 도라는 기준) 가늠하여 잘 선택하면 된다.
- 이익 중에 큰 것을 취하고 손해 중에 작은 것을 취한다는 면에서 묵가의 공리주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6. 사회와 국가의 기원

- 인간은 재능과 지혜가 있어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았다. 이 때 도덕적 제도가 있어야 함도 알았다.
- 화합되면 통일되고 통일되면 힘이 증대되고, 힘이 증대되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만물을 제압할 수 있다.

7. 예론과 악론

예란 분별을 정하여 인간의 욕구를 절제한다는 것이다. 이때 형식의 가치도 중요시 여겼다는 것이 묵자의 공리주의와 다른 점이다.

8. 왕도정치 패도정치

- 왕도정치: 성인이 왕이 되어야 최선의 국가다.
- 왕도정치가 아닌 것은 패도정치다.
- 순자는 패도 정치 역시 괜찮지만 정도상으로 왕도보다는 급이 낮게 보았다. 따라서 둘을 대립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맹자는 왕도와 패도를 상호대립적으로 보았다.

9. 정명

- 공맹의 정명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었으나 순자의 정명론은 묵자의 관점과 오히려 비슷하다.
- 인간이 가진 인식능력이 지이고, 지가 외물과 접촉하는 것이 인식이다.
- 이름을 통해서 실제 사물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백 발 중에서 한 발을 실수했다면 훌륭한 사수라고 할 수 없고, 천리 길노정에서 반 걸음을 마저 이르지 못했다면 훌륭한 마부라고 할 수 없다. 예법의 유추에 통달하지 못하고 인의(仁義)에 전일하지 못하면 훌륭한 학자라고 할 수 없다. 학문이란 진실로 전일함을 배우는 것이다.…………
온전하고 투철해야(비로소 학자이다. 군자는 무릇 온전하지 않고 순수하지 않음(不全不)은 결코 찬양할 것이 못됨을 알기 때문에 [여러 경전들을 반복하고 암송하여 전체를 일이관지하고, 사색하여 그 내용에 통달하며, 또한 바로 그 경전의 인물의 입장에 거한다. - P450

무릇 도란 영구불변성을 본질로 삼고 만물의 모든 변수를 총괄하는 것인바, 한 측면만 거론할 수 없다. 그런데 편파적 인식체계 속의 사람(曲知之人)은도의 한 측면에만 몰입해 있은즉 도의 전모를 깨달을 수 없다. 따라서 그 한측면을 완벽한 것으로 여겨 온갖 수식을 함으로써, 안으로는 자기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고 밖으로는 뭇 사람을 미혹하여,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가리우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가리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바로 폐색된 편견의 인식체계가 빚어낸 화이다.
공자는 어질고 슬기로웠으며 가로막히지 않았다. 따라서 천하통치에 대한 그의 학술은 선왕(先王)에 비해서 손색이 없었다. 일가(一家)의 언설로서주도(周道:周의 정치철학)의 핵심을 파악했고, 나아가 그것이 널리 앙양되고 통용되게 된 것은 그가 어떠한 기성의 잡설에도 가로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자의 덕은 주공에 비견되었으며, 이름은 삼왕(하의 우왕, 은의 탕왕, 주의 문왕 또는 무왕)과 더불어 드날리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편견 없는(가려막히지 않은) 인식 체계의 복이다. - P451

단지 선왕(先王)의 지엽적인(피상적인 것만 본받고 선왕의 근본정신을모르면서도, 오히려 재주를 과시하고 뜻만 커서 견문은 잡다하고 해박했기에, 옛것에 빗대어 새 학설을 조작하여 오행(五行:五常)이라고 했다. 그들의 견해는 기묘하고 모순되어 기준이 없고, 불분명하여 논리적 근거가 없고, 난삽하여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말들을 수식하고 찬양하면서 "이야말로 진정한 선배 군자(즉 공자의 말씀이다"고 말한다. [이 사조는] 자사(子思)가 창도했고 맹가(孟軻)가 동조했다. 세속의 어리석고 눈먼 유생들은 그저 떠들고 있지만 그것의 그릇됨을 모르고 있다. 드디어 서로 전수하면서 공자와 중궁이 그들 덕분에 후세에 더욱 추존되었다고 주장한다. - P452

"천년 전을 알려면 바로 오늘을 헤아릴 일이요, 억만 가지에 통달하려면한두 가지를 연구할 일이요, 고대를 알려면 주도(周道 : 주나라의 도)를 연구할 일이요, 주도를 알려면 바로 그 시대의 인물, 즉 당시의 위대한 군자(즉후왕인 주나라의 문왕, 무왕]를 연구할 일이다." - P454

하늘(자연)을 존숭하여 사모하느니 차라리 물건으로 간주하여 관장하고 제재할 일이다(物畜而制之 : 자연계의 법칙을 이해하여 관장함으로써 자기 소유로 함). 하늘을 순종하여 찬송하느니 차라리 천명을 제재하여 이용할 일이다(制天命而用之: 자연계에 없는 물체를 생산하여 자기의 소용에 씀). 기후(계절)의 변화만을 바라보며 그저 기다리느니 차라리 기후의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여 이용할 일이다. 사물의 자연생장력에 의한 풍족함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주체적 능동성을 발휘하여 자연에 변화를 가할 일이다. 사물을사색하여 그저 그것에 맡겨두느니 차라리 사물을 실제적으로 관리하여 확실한 수확을 얻어낼 일이다. 만물의 생성원리에 참여하려고 하느니 차라리만물의 성사원리를 획득할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 할 일을 저버리고 하늘(天:자연)을 헛되이 사모하면 만물의 참모습(萬物之情)을 이해하지 못한다. - P460

거리의 사람은 다 우임금이 될 수 있다. 무릇 우 임금이 우 임금인 까닭은 그가 인의법정(仁義法正:인애, 도리, 법도, 준칙)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 인의법정에는 깨달을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이치(理)가 존재하며, 동시에 거리의 사람은 누구나 인의법정을 알 수 있는 자질(質)이있고, 누구나 인의법정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具)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그들 모두가 우 임금이 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가령 지금 어떤 사람이 도를 받들어 학문하여, 일심전력으로 사색하고 고찰하여 장구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선을 쌓으면, 마침내 신명에 통하고 천지와 나란히 셋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란 인간이 노력을 집적한 소치이다. - P463

무릇 선택에는 순전히 욕망대상만 도래하는 것이 아니고, 거부에는 순전히 혐오대상만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움직일 때마다 판단기준(權 : 마음의 저울)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저울(衡)이 바르지 않을 경우, 무거운물건도 [저울대가 올라가면 가볍다고 간주하고, 가벼운 물건도 [저울대가]내려가면 무겁다고 간주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경중에 미혹되는 것이다. 판단기준[마음의 저울]이 바르지 못할 경우 욕망의 대상 속에 화(禍)가 깃들어있어도 복(福)으로 여기고, 혐오의 대상 속에 복이 깃들어 있어도 화로 여긴다. 이 때문에 인간은 화·복에 미혹되는 것이다. 도(道: 진리)란 고금의 올바른[객관적인] 판단기준(正權)이다. 도를 벗어나 오직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하면 화복(禍福)의 소재를 알 수 없다. - P466

우리는 무엇으로써 도를 인식하는가(知道)? 그것은 바로 심(心)이다. 심은어떻게 하여 [도를] 인식하는가? 허일이정(虛壹而靜 : 허심, 전일, 평정)함으로써 인식한다. 심은 잠시도 [생각을] 저장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허(虛: 비어 있음)가 존재한다. 심은 대립적인 것들이 없을 때가 없지 - P467

만 거기에는 이른바 전일함(一:專一)이 존재한다. 심은 잠시도 활동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평정(靜)이 존재한다.
인간은 생래적으로 지각(知)이 있고, 지각하면 기억(志)이 생기는데, 기억은 저장(藏)을 뜻하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허가 존재한다. 이미 저장된 것 때문에 장차 받아들일 것을 해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虛)이다. 심에는 생래적으로인식(학습)이 있는데 인식에는 식별이 존재한다. 식별이란 동시에 함께 아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함께 아는 것이 대립적인 삶이다. 그러나 거기에는전일함이 존재한다. 저 한 가지로써 이 한 가지를 해치지 않는 것이 전일壹)이다. 심은 잠을 자면 꿈을 꾼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멋대로 일어나고(생각하고), 사용하면 궁리한다(謀). 따라서 심은 잠시도 활동하지 않을 때가 없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평정이 존재한다. 몽극(夢劇 : 이러저런 잡생각) 때문에 지모(知 : 知謀, 분별력)를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평정(靜)이다. - P468

예(禮)는 어떻게 해서 생겼는가? 사람은 생래적으로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면 충족하려고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추구할 때에 일정한법도와 한계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분쟁이 생긴다. 분쟁하면 혼란되고, 혼란하면 궁해지는바, 선왕(先王)은 이런 무질서(혼란)를 우려하여 예절과 의리(禮義)를 제정하여 분별을 두어, 사람들이 욕망을 만족시키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욕구가 지나쳐 물질을 고갈시키거나 혹은 물질이 모자라 욕구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양자가 서로 보조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예의 기원이 되었다. - P478

○ 임금이란 공동체(사회)를 잘 경영하는 사람이다. 공동체의 도리가 정당하면 만물은 각기 그 적합성을 획득하고, 육축이 잘 자랄 수 있고, 뭇 생물이제 명을 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제때에 기르면 육축은 잘 자라고, 제때에벌목하고 식목하면 초목은 번성하고, 제때에 정령이 발해지면 백성들은 단결하고 어진 인재들은 복종하는데, 이것이 바로 성왕의 제도이다. - P480

인간이 가진 인식능력이 지(知)이고, 이 지가 외물과 접촉하는 것이 인식(智)이다.<주28〉….……
형체, 색깔, 무늬는 눈으로 변별하고, 소리의 청탁과 퉁소 연주와 각종 기이한 소리는 귀로 변별하고, 달고 쓰고 짜고 싱겁고 맵고 신 각종 기이한 맛은입으로 변별하고, 향기, 악취, 꽃내음, 썩은내, 비린내, 노린내 등 산뜻하고칙칙한 각종 기이한 냄새는 코로 변별하고, 아프고 가렵고 싸늘하고 덥고 매KE끄럽고 껄끄럽고 가볍고 무거운 느낌 등은 몸으로 변별하고, 쾌활 및 우울과희·노·애·락·애·오·욕 등은 심(心)으로 변별한다. 심에는 ‘징지(徵知 : 심에의한 변별과 증명을 거친 인식)가 있는데, 심이 인상에 의미를 부여해야 - P484

만, 귀로 소리를 알게 되고, 눈으로 형체를 알게 된다. 그러나 징지는 반드시 천관(天官 : 선천적 감각기관)이 사물을 유에 따라 기록한 연후에야 가능하다. 오관이기록했지만(簿) 분류하지 못하고, 심이 증명하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컬어 우리는 ‘모른다(不知)‘고 한다. - P485

이름을 들으면 그 실상이 전달되는 것이 이름의 효용이다. 이름을 합하여문장을 이루는 것이 이름의 나열법(麗)이다. 효용과 나열법을 다같이 터득해야 이름을 아는 것이다. 이름이란 서로 다른 실상(異實)을 표시하는 것이다. 명제(辭)란 서로 다른 "실상"의 "이름들"을 연계하여 하나의 의미를 설명하OVEN는 것이다. 변설이란 이름과 실상에 대해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동적이고 정적Lass인 측면에서의 법칙을 논구하는 것이다. 남을 이해시키는 것이 "변설"의 작용이다. 변설이란 [분석하고 연구하는] 심(心)의 형상과 도(道)이다. 심은 도의교묘한 주재자이고, 도는 정치의 보편적인 원칙이다.
심의 인식은 "도"와 상합하고, 수립한 "설"은 심의 인식과 상합하고, 모든 명제는 주제와 상합하며, 사용한 명사는 모두 정확히 [사물을] 표시할 수있고, 참모습을 나타내어 이해하기 쉽고(質請而喩), 분석이 그릇되지 않고 유추가 모순되지 않으며, 남의 말을 듣고 합리적인 부분을 흡수하며, 논변하면 모든논거를 밝힐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치 먹줄로써 곡직(直)을 바로잡듯 정도(正道)로써 간교한 학설을 변별하기 때문에, 사설(邪說)이 횡행할 수 없고 백가(百家)는 달아날 데가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인의 변설이다.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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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김용균들 -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권미정.림보.희음 지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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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참 잘 지었다 생각했다.
김용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으나 김용균은 그저 단수가 아니다.
김용균이 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법은 개정되었으나 기업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현장을 훼손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김용균만의 싸움이 아니고 김용균들, 복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갑갑함을 밀려오게 하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이야말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회사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여전히 기업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그렇다면 한 명 한 명의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다치거나 죽게 할 셈인가.

이 책에는 사고를 맨 처음 발견한 동료, 김용균 어머님, 비정규직 노조위원인 세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고
각 인터뷰 마지막에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실어놓아 도움을 준다.
첫 번째, '석탄화력발전소의 시작'에서는 한전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한전의 민영화와 외주화가 낳은 폐해가 어떻게 이 문제와 연결되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김용균투쟁 62일 동안의 어머님이 하셨던 발언들을 발췌해 실어놓았다. 읽다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문화 활동가들이 김용균 추모제를 위해 참여한 배경과 과정, 소감 등을 실어 놓았다.

인구 씨는 30년을 발전소 정규직으로 일하다 용역업체인 한국발전기술(KEPS)에서 비정규직으로 3년간 일하다 사고를 만났다. 사고 당일, 인구 씨는 야간 근무조로 보통 주간에는 11시간 근무를 하고 야간은 13시간 일을 했다고 한다. 쉼 없이 돌아가는 발전소 업무로 노동자들은 한시도 쉴 수 없었다.

"직원을 정해진 기간에 뽑는 게 아니고 누구 한 명이 퇴직하면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공채를 하니까 교육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여유는 한 3일 정도 있는데 하루는 신체검사하고, 하루는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서류 작성하고, 하루만 현장 한 바퀴 돌고 다음 날 바로 일을 시작하는 거죠." - P22

신입 사원이 3일 만에 현장에 투입된다 한다. 문제는 현장을 도는 것은 하루 뿐이라는 것이다.

발전소는 유기적인 공정이 이루어져야 해서 노동자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하청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들도 원청사 업무에 맞추어 작업을 하며, 원청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는 전체 구간이 수 킬로미터에 이르며, 60~80미터의 고공에 위치하는데다 얇은 금속판으로 만들어져 위험하다. 발전소 내부는 조명이 있어도 어둡고 분진으로 인해 앞을 보기가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손전등이 주어지지 않아서 핸드폰 플래시로 작업을 했다.)

한국서부발전은 민간 대기업 수준의 규모가 있는 회사다. 서부발전은 발전소의 재난과 사고를 방지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 종합방재센터를 세웠다. 하지만 시스템만 존재할 뿐 재난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능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김용균 사고 후 2020년에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저희가 손을 쓸 수 있는 사건이라면 조사를 미루거나 변호사나 활동가가 동행해서 보호조치를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보호 없이 잔인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특히 경찰조사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주로 진행돼서 손쓸 틈도 없이 목격자 혼자 경찰서에 실려가서 조사받을 때가 많아요."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최진일) - P45

이인구 씨는 현장 감식반과 회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경찰과 119 구조대,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치면서 그 과정에서 그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힘겨움을 겪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그는 62일 간의 투쟁이 있어서 본인은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디에서도 잠을 자기 어려웠으나 분향소에서 상주로 지내는 동안에는 괜찮을 수 있었다.

오늘도 일터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일과 관련한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 병을 얻게 된 사람들을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라고 한다(1차 피해자: 사망자, 신체적 부상이나 정신적 외상이 있는 생존자). 인구 씨처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피해자의 가족들(2차 피해자: 사망 부상 사고 목격자, 1차 피해자의 가족 친구, 사건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응급구조 업무, 의료인력 및 상담가,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인까지(3차 피해자) 포함한다면 산재로 인한 피해 당사자의 범위는 생각보다 폭넓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산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사고 이후 어떻게 사는지 조금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만 같다. - P51

김미숙 씨는 사고 현장에 들렀고 회사 대표의 행태에 분노하고 열악한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에게 이런 곳은 당장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녀 역시 몇십 년을 비정규직으로만 살아왔으니 아들을 잃고 나서 얼마나 뼈아팠을지 싶었다.

그녀는 아들인 용균 씨가 최소한 자신보다 는 나은 데서 일하길 바라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지은 최신 시설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아버렸다고, 믿어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현장이 어떤지,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말이다. 미숙 씨는 아들이 일하는 그 3개월 동안 자신이 멋모르고 편안하게 삼켰던 밥을 모조리 다 토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 P98

그녀에게 큰 울림이 되고 힘이 된 건, 그녀를 찾아와 직접 들려준 살아있는 목소리와 손안에 전해진 손수 쓴 편지였다. 그 중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의 편지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김용균 재단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단지 김용균 한 사람을 기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재 피해 유가족을 지원하고, 싸우는 유족 및 노동자, 또 이들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다음 유족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미숙 씨와 기존의 유족들이 겪었던 일을 다시는 다른 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게 싸우면서 죽음의 행렬을 끊어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며,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재단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기를 바랐다. - P121

2022년 2월 10일 대전지법은 김용균 사망사고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원청 대표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이전의 상식이라고 통칭되는 것과 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힘의 논리에서 나아가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기업의 변화, 사회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소 비정규직 동료 이태성 씨는 한전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그는 입사 때 김용균이 하던 현장 운전원의 일을 했기에 김용균이 일하는 환경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 모임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때 김용균도 손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참여하였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사진이자 유언이 되고 말았다. 사실 입사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가 손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은 적극적인 행위를 보여준 것이므로 그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산재와 죽음을 돈으로 때우는 날치기 행태를 많이 보아왔다. 2018년 12월 14일 시민대책위원회가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을 진행했는데 사고가 난 기기를 포함해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국서부발전은 3억 원이 들기에 거부했다는 사실이 거론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수시로 회사에 개선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노조로 참여하여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당정 협의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저에게 합의서에 대해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나름대로는 부족하지만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것은 우리 발전 비정규직들이 책임지고 풀어가야 할 부분이고, 발전 비정규직들이 중심을 잡고 잘 서서 싸워야 할 몫이죠. 그래도 조합원 동료들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합의는 없었을 거예요. 조합원들은 정부가 그렇게 발표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 P213

그는 그동안 "너희 회사에서 생긴 일도 아닌데 네가 왜 그러고 다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회사의 압박도 심했다고 한다.

"서부발전에서 [제가 일하는] 한전산업개발로 압박이 갔었고, 회사에 저도 한 20년 넘게 있다 보니까 제 동기들 가운데 간부로 올라간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전화 와가지고 '안 하면 안 되냐' '왜 우리 회사 자료를 마음대로 이렇게 내보내냐' [말하기도 했죠]."

이후 대통령은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와의 만남을 가졌다. 장례를 치르고 1주일 지난 뒤였다.
특조위가 꾸려졌지만 활동이 중단되었다. 왜? 모든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해 조사 활동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발뺌하고 비싼 변호사 쓸 거라는 것도 예상했지만, 그건 얄미운 거고,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누구보다도 더 뜨겁게 싸워야 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주체로 서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P235

사회가 열악한 일터를 계속 용인한다면 열악한 일터는 어디에나 있을 거다. 그리고 누군가는 거기서 일하게 된다. '우리가 김용균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김용균투쟁은 모두의 싸움이었고, 또 다른 김용균들과 앞으로도 해나가야 한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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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 아프네요. 진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는 제대로 보상고 받지 못하고 책임지는 곳도ㅠㅠ 복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서 고개 끄덕이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나갈 세상인데 ㅠㅠ

거리의화가 2022-07-26 13:24   좋아요 2 | URL
미니님 읽는 내내 분통이 터졌어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런 일이 아직도 소리소문 없이 벌어지고 다치거나 죽어야 사건으로 다뤄지며 회자가 되는 건지 싶어서요. 시민들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계속 기업과 국가를 압박해야 아이들이 최소한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7-26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봐도 마음이 아픕니다.

거리의화가 2022-07-26 17:26   좋아요 2 | URL
네 마음아픈 책이지만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2-07-27 0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곳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회사는 그런 걸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한해에 일어나는 사고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실습나간 학생도 사고로 죽기도 하니... 그런 일 없으면 좋을 텐데, 산업재해 끊이지 않는 일이군요 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할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2-07-27 09:14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 매체에 다뤄지는 경우는 극한 상황이고 오히려 회사에서 쉬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풍조가 당연한 일이 되어서는 안될터인데 말이죠. 사건이 보도가 된다고 해도 사측에서는 돈으로 무마하려 하거나 심지어는 안하무인으로 노동자를 압박하는 행태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ㅜㅜ